하메네이 차남 후계체제 정비 이란 장기전 태세
약점 지닌 양쪽 승패 가를 ‘누가 더 잘 버티나’
유가 배럴당 20% 오른 100달러대로 급등
출구전략 없는 미국, 전쟁목표도 불분명
베네수엘라 ‘성공’ 사례에 너무 고무돼 있었나
베네수엘라와 전혀 다른 이란
모즈타바 단기간에 무너뜨리든지 철수하든지
이란도 약점…가자지구처럼 변해가는 테헤란

이란 최고 성직자들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미국-이스라엘 공격으로 살해당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후계자로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선출했다고 9일 새벽(현지시각) 발표했다. 전쟁 발발 9일 째에 내려진 이라크 지도부의 이런 결정은 하메네이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타협없는 항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는 평생 은둔생활을 해 왔으나 아버지가 37년을 장악했던 최고지도자 사무실인 ‘베이트’를 지난 20년간 운영해 온 실세였다. 겸손하고 수줍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민병대인 ‘바시즈’를 지휘했고 혁명수비대 정보부서를 이끈 성직자 호세인 타에브의 정치적 동맹자였으며, 2009년 대통령선거 때는 강경파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원해 당선시켰다. 모즈타바는 이란 헌법이 최고지도자에게 요구하는 성직자 및 정치가로서의 자격을 온전히 갖주진 못했다. 공식적인 고위 공직을 맡은 적이 없고 종교적 권위의 원천인 무스타히드(최고 수준의 이슬람 법학자)에게 요구되는 논문을 발표한 적도 없다. 그리고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정부’로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은 ‘부자 세습’ 형태로 권력을 물려받았다.
이런 약점들은 이란 내부 개혁파 세력이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지금 이란 실세로 알려진 혁명수비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부정한 침략자’에 대한 응징을 부르짖는, 가족을 거의 모두 잃은 그의 ‘정통성’에 도전할 세력은 적어도 당분간은 없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모즈타바는 종교적, 정치적 권위를 지니게 됐을 뿐만 아니라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 조직의 최고사령관 역할도 맡게 됐다.

미국과 이란,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틸까?
중동 전역으로 전투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라고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직 미국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후계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모즈타바를 겨냥한 듯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전의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악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했고, 8일에도 모즈타바를 “용남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이란 어느쪽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4~5일” 등 며칠이면 끝날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은 몇 주로 길어지고 9월까지 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더니, “영원히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기에 이르렀다. 초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급진파를 대표했다가 이스라엘 지원을 둘러싼 이견으로 떨어져 나가 ‘배신자’로 찍힌 전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은 지난해 말 “권력자가 권력에 집착할 때 무슨 짓을 하는가. 전쟁이다. 이제 많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고 했는데(뉴욕타임스), 그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다.
원래 트럼프는 2017년 대선 유세 때 조지 부시 정권이 시작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없는 전쟁”이라 비판해 표를 얻었다. 그랬던 그가 그 10년 뒤 스스로 ‘영원한 전쟁 수행’을 입에 올리고 있다. 그를 대통령직에 올려 놓은 MAGA 운동이 대두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중동에서 장기간 강행했던 태러와의 전쟁으로 인한 미국사회의 피폐와 피로였다.
다시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 전쟁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고 유가까지 급등하면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될 것이다. 개전 뒤 닷새만에 미국이 쓴 전쟁비용이 약 50억달러(약 7조 5000억 원)였다. 11월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 정권에게 장기전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오래 버티지 못할 쪽”이 미국일 수도 있다.

유가 배럴당 20% 오른 100달러대로 급등
전쟁의 장기화 조짐 속에 유가는 10% 이상 급등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인 그해 7월의 급등 뒤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대를 기록했다. 세계 증시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8일 밤(한국시각 9일 오전) 미국 서부텍사스산 고급 경질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110엔대까지 급등해 영업일 전까지의 가격에 비해 20%나 뛰었다. 세계 원유 운송량의 20% 이상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돼 있는 가운데 쿠웨이트 석유공사는 7일 이란의 공격 등을 이유로 원유 생산과 정제를 예방적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8일 “배럴당 200달러가 넘는 유가를 용인(tolerate)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을 계속하라”고 말했다. 그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트럼프 정권은 유가 급등으로 불안정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의 그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이란은 인근 산유국들을 공격하고 호르무스 해협을 봉쇄했다. 에너지 비용 인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폭등이 “단기적”일 뿐이라며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라고 주장했으나, 전쟁이 길어지면 애초에 이란 공격을 60% 이상이 반대했던 미국인들이 그의 말을 믿을 것 같지 않다.

출구전략 없는 미국, 전쟁목표도 불분명
무기와 장비 조달 면에서도 미국은 이란에 비해 불리하다. 저가의 이란 미사일이나 드론을 그 몇 배 또는 몇십배로 비싼 고가의 미국제 무기들로 대응해야 하는데다 미국의 생산 및 조달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2월 전쟁’ 때 미국-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에도 거의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이란은 이미 그때부터 이런 식의 본격 전쟁에 대비해 무기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다량의 중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등을 비축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비축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2500기 정도로 추산하고 그 중에서 지금까지 500기 정도가 발사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란의 대응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되고 있다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발사시설 파괴와 비축무기 고갈, 31개 지역단위로 분산시킨 지휘체제사의 문제 등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트럼프 정권에겐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일 수 있다. 출구전략을 짜려면 먼저 전쟁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쟁 기간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이 왔다갔다 하는데서도 볼 수 있듯이, 언제까지 무엇을 목표로 전쟁을 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베네수엘라 ‘성공’ 사례에 너무 고무돼 있었나?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뒤 마두로체제를 온존시킨 채 미국과 거래할 수 있는 온건파와 손잡고 친미 체제를 만들어낸 베에수엘라의 ‘성공’사례에 고무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베네수엘라 침공 때처럼 몇 개월에 걸쳐 남중국해의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을 중동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이란 포위를 위한 전력을 그곳에 집중시킨뒤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부가 모이는 회의시간을 노려 미사일로 그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방어체제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그런 뒤 하메네이 체제 잔존세력 중 온건파나 체제 외의 개혁파와 손잡고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체제와 유사한 친미 과도체제를 만들어 간접통치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란은 베네수엘라가 아니었다.
모즈타바뿐만 아니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고위층들 다수가 살아남았고, 혁명수비대 조직도 살아남았다. 하메네이 집권 말기에 반체제 운동 등으로 약화됐던 이란 정권은 미국-이스라엘 공격 뒤 오히려 결속력이 높아졌다. 혁명수비대 대원들 중에도 이탈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일의 ‘걸프 정보보고서’(Gulf intelligence report)는 “초기 정보에서 추정한 것과는 달리 이란 군 지도부의 상당부분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고 지적했고, 이는 전쟁 시작 직전에 작성된 미국 정보보고서의 결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당시 보고서는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정권을 전복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8일 보도했다.
모즈타바 단기간에 무너뜨리든지 철수하든지
모즈타바가 최고권력을 장악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와 마주친 트럼프는 아직 향후 대응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델시 로드리게스’가 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단기간에 모즈타바 체제를 무너뜨리든지, 적당한 명분을 내세우며 일단 사태를 수습하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하메네이 후계체제가 온전할 때 ‘딜’(협상)을 해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는 것을 막고, 이란이 은닉한 농축 우라늄이 유출되지 않도록 한 뒤 서둘러 철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이란도 약점…가자지구처럼 변해가는 테헤란
하지만 상황이 이란 모드타바 체제에게 유리하기만한 것도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전 9일째에 접어들면서 공격목표를 바꾸고 있다. 전쟁 초기 1단계 공격에서는 이란의 군사시설 파괴에 초점을 맞췄으나, 2단계인 지금은 통치기반인 정부기관과 주요 기반시설들 파괴로 목표를 바꾸고 있다. 이란 내부 봉기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 때문에 기본적인 서비스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테헤란에서 식료품을 구할 수 있고, 환경미화원들은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이스라엘군의 집중공격을 받은 가자지구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얘기한다. 8일의 석유시설들에 대한 공격으로 테헤란의 배수로들은 마치 불의 강처럼 흘러내리며 타오르는 기름이 상점과 주택을 불태웠고, 끈적끈적한 검은 비가 쏟아졌다.
항구가 공습으로 파괴되고 국경이 폐쇄돼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공장이 파괴돼 생산이 마비되고 있다. 비축 식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란 남부의 해수 담수화 시설들에 대한 공격으로 전쟁 전부터 심각한 부족상태였던 물 공급이 더 큰 위협을 받고 있고, 연료는 배급제로 운영되고 있다.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유전과 가스전, 하르그 섬에 있는 이란 유일의 주요 가스터미널까지 타격할 경우 전력생산과 취사에 필수적인 가스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상황이 악화되고 모즈타바 체제가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할 경우 반체제 운동이 되살아나 격화될 수도 있다.
미국, 전쟁 계속이냐 타협하고 철수하느냐
하메네이 생전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이란 전역을 31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이 중앙정부나 부처의 승인없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잇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공격을 피해 전투력을 유지하는데에는 유리했으나, 중앙의 일사분란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근 산유국들에 대한 공격을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과한 직후에 혁명수비대가 다시 아랍 산유국들에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을 이런 분산된 지휘체계상의 문제 탓일 수 있다고 저적했다. 분산은 심할 경우 체제 해체의 원심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내부 반체제 세력이나 쿠르드족과 같은 소수민족을 지원해 내부 붕괴를 꾀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으로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모즈타바 체제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타협하고 일단 전쟁을 끝낼 것인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 한승동 기자 >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정치적 인내'의 전투로 바꿔
트럼프 전략적 갈림길…공중 작전 강화냐 철수냐
장기전 가면 미국·걸프·유럽에 큰 '정치적 비용'
페이프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
이란, 2·28 공격 책임 '친미 질서'로 확대
"이스라엘 증오 무슬림 대중 직접 겨냥"
"결정적 국면, 지역 위기와 함께 시작돼"
압도적 공군력에도 베트남 전쟁서 패배
"이란의 타격들은 지리멸렬한 보복이나 죽어가는 정권의 마구잡이 행동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되려 그건 분쟁의 범위를 넓히고 기간을 늘림으로써 판을 바꾸고자 하는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 전략이다."
미국의 군사 역사가인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정치학)는 '확전이 이란에 유리한 까닭'이란 9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2‧28 '불법 공격'과 최고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지난 9일간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내의 미군기지와 외교공관들은 물론, 공항과 석유 인프라 등 민간 시설들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유조선을 타격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이란의 타격들, 지리멸렬한 보복 아냐"
'수평적 확전' 통해 '인내의 전투' 전환
페이프 교수는 약한 교전국이 더 강한 적의 '계산'을 바꾸게 하는 이 전략은 과거 베트남과 세르비아가 활용해 압도적 공군력을 지녔던 미국과 동맹국을 패배시켰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수평적 확전은 약한 국가가 분쟁을 단일 전역에 국한하지 않고 그 지리적, 정치적 범위를 확대할 때 일어난다. 약자는 강자와 정면으로 맞붙는 대신에 추가로 다른 나라들, 경제 부문, 역내 대중들을 분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위험의 무대를 다각화한다.
페이프는 "이란은 재래식 군사 대결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이길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란의 목표는 더 큰 정치적 지렛대를 얻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최고지도부에 대한 '참수 작전'이 이 전략을 활용하도록 강력한 유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그는 "지도자를 잃고도 정권이 살아남았다면, 분쟁 확대를 통해 신속하게 회복력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이란은 먼저 회복력을 과시했다. 이란 군대 마비를 겨냥한 미국의 참수 작전에도 불과 몇 시간 만에 대규모 보복을 개시해 지휘 체계의 연속성과 작전 능력을 보여줬다. 둘째, 분쟁을 이란 영토 너머로 크게 확장했다. 보복을 이스라엘에 국한하지 않고, 미군이 주둔한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최소 9개국의 목표물을 타격하거나 겨냥했다. 페이프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군 수용 국가는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이스라엘과 미국이 시작한 전쟁은 확산할 것이란 점이다"라고 짚었다.

이란, 2‧28 공격 책임 '친미 질서'로 확대
"이스라엘 증오 무슬림 대중 직접 겨냥"
이란 외무부가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 등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두고 "지역 내 모든 '적대 세력'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페이프는 "이 표현은 대이란 공격의 책임을 이스라엘과 미국을 넘어 걸프 지역의 광범위한 친미 질서로 확대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이란의 수평적 확전은 정치적 전략이다. 이는 이란이 설득하려는 대상, 이란과 이념적으론 일치하지 않아도 대체로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역내 무슬림 대중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셋째, 이란의 보복은 공항 폐쇄, 상업 시설 화재, 외국인 노동자 사망, 에너지‧보험 시장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분쟁을 '정치화'했다. 걸프 지도자들은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을 안심시켜야 하는 처지가 됐고, 이란 전쟁은 회의실과 의사당으로 옮겨갔다. 그는 "이제 수많은 행위자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갈등으로 들어섰으며, 전혀 조율되지 않은 채 모두가 워싱턴의 통제를 벗어나 확전의 경로를 바꿀 수 있게 됐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시간이다. 여러 나라가 압박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역내 국가와 그 너머에서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장기전, 미국‧걸프‧유럽에 '정치적 비용'
페이프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
이런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에는 명확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우선 세계적 금융‧ 투자‧관광‧물류의 허브인 걸프 지역의 '절대 안전' 평판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그건 물리적 피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다음은 알우데이드, 알다프라, 프린스 술탄 등 미군 기지와 그 주변을 타격해 미군 기지 수용에 드는 걸프 국가들의 정치적 비용을 높였다. 페이프는 "테헤란은 워싱턴과의 동맹이 공격에 대한 노출을 뜻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걸프 지도자들은 동맹의 약속과 국내 경제적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중동 질서 관련 서사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이 지역 패권을 노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으로 묘사함으로써, 걸프 국가의 지도자와 대중 사이를 벌려 놓으려는 것이다. 끝으로,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등 경제적 요충지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미사일 공격, 해상 사고나 보험료 상승 같은 부분적 혼란만 이어져도 즉각 글로벌 파급 효과를 일으키며,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 우려와 국내 정치적 압박에 기름을 붓는다. 페이프는 "이들 목적 달성엔 전장에서의 승리가 필요 없다.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전략적 갈림길에 서
공중 작전 배가 vs 군사 개입 종료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이 먹혀 장기전으로 넘어갈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페이프는 먼저 그동안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과 '조용히' 안보 협력을 확대해온 걸프 정부들의 행보가 밖으로 노출될 걸로 봤다. 아랍 대중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공격적 군사 행동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걸프 통치자들엔 상당한 국내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미국 정치에도 큰 영향을 줄 걸로 예상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미군 사상자 발생, 불확실한 목표로 점철된 지루한 중동 전쟁은 미국 내 불만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 대선 공약을 어기고 중동 문제에 개입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꽁무니를 따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많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그 균열은 더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또한 확전을 원하는 미국과 그렇지 않은 유럽 간의 갈등도 확대될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의 수입 중단을 입법화한 상황에서 중동산 석유와 가스 수입마저도 어려워진다면 유럽 경제는 이중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 내 기지들의 미군 사용 문제를 놓고도 미국과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 장기전 속에서 기존 또는 신생의 무장 단체나 테러 단체들이 고개를 들 위험성도 작지 않다.

"결정적 국면, 지역 위기와 함께 시작돼"
압도적 공군력에도 베트남 전쟁서 패배
분쟁을 확대하고 정치화하는 이런 이란의 장기전 전략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대응과 관련해 페이프는 "전략적 갈림길에 섰다"라면서 추가로 공중 자산을 투입해 공중 작전을 배가하던가, 아니면 "목표가 달성됐다"고 선언하고 이 시점에서 군사 개입을 끝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지금 당장 짧고 제한적인 정치적 비용을 감수할지, 아니면 추후 더 길고 불확실한 정치적 비용을 감수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페이프는 "지리적으로 넓고, 경제적으로 파괴적이며, 정치적으로 계산된 이란의 보복은 분쟁의 구조 재편을 목표로 한다. 전역을 넓히고 전쟁을 장기화함으로써 테헤란은 대결의 성격을 군사적 능력의 싸움에서 정치적 인내의 싸움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의 결정적 국면은 첫 번째 타격이 아니라 뒤이은 지역적 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여러 수도에서 방공망이 가동되고, 공항이 폐쇄되고, 시장이 요동치고, 동맹 정치가 긴장 상태에 빠진 지금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 페이프는 1965년부터 미국이 압도적 공군력을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체 기간에 사용한 것보다 3배나 많은 양의 폭탄을 북베트남에 투하하고, 1967년 가을 무렵엔 주요 통신, 군사, 산업 센터와 간선 도로들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북베트남이 분쟁을 시골과 남베트남의 주요 도시, 정치 영역으로 확대하고 워싱턴의 국내 정치적 계산도 바꿔냄으로써 결국은 장기전에서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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