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의 피눈물 여전히 닦지 못한 민주정부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총리가 말하라
검사 수사 배제, 먼저 한 약속 아니던가
국민 눈높이 맞는 검찰 개혁이어야 한다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오전, 정확하게는 오전 9시 3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비보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사인은 대검 중수부의 서슬 퍼런 칼날이었다. 그들은 수사가 아닌 사냥을 선택했고, 법치를 버리고 악의적이고 집단적인 린치를 선택했다.
노무현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에 잠긴 대한민국을 내려다보며 ‘무관의 제왕’ 검사들은 비웃고 있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섰지만 대한민국 제 21대 대통령 이재명 역시 검사라는 사냥개 앞에서 실낱같은 확률로 살아남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17년, 그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두 명의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고 세 명의 대통령이 감옥을 갔다. 바뀌는 권력마다 안성맞춤으로 충성하던 검찰은 직접 권좌에 오르더니 급기야 검찰독재에 이어 친위 쿠데타까지 시도하고야 말았다.
민주주의라는 배를 침몰시킨 자들에게 다시 설계를 맡겨도 되나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가장 큰 모순은 검사들의 집단 참여이다. 심지어 검찰 출신 봉욱 수석은 작년 12월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의 비공개 회의에서 “법률가 주도의 엄격한 이원조직 설계가 필요하다”며 중수청의 수사이원화를 주장했다고 한다. 국민주권정부 시대의 시대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려는 우려로 끝나지 않았다. 국회로 넘어온 정부안에서는 중수청의 비대화가 큰 우려를 낳았다. 수사범위를 얼핏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이버 범죄’ 수사에 대한 정의가 어려워 수사 범위 확대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수사권과 이첩권은 또 어떤가? 중수청이 타 수사기관에 대해 우선 수사권과 이첩권을 갖는 것은 폐지된 ‘수사지휘권’을 변칙적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이첩요청권을 통해 유리한 사건은 가져오고 불리한 사건은 떠넘기는 ‘선택적 수사(체리피킹)’와 이를 통한 정치적 악용이 증가될 것이다.
이 외에도 고등공소청 유지, 조직 확대 제도 삽입, 신분 보장 특혜 유지, 보안수사권 유지, 특사경 지휘, 법무부 직원의 검사 겸임, 수사 개시 시 공소청 검사에 통보 등 개혁의 본질을 보란 듯이 훼손하는 내용들을 법안 전반에 담고 있다.
오직 국민 입장에서 검찰개혁 완수를 외치는 김민석 총리의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나온 안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김총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들이 공소청에 가장 큰 권한인 기소와 영장청구권에 대한 견제 논의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와중에 기존의 검찰청보다 더 큰 권한이 주어진 양대 조직으로 재편시키고 있는 의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국민들, 검찰개혁 시급하지만 졸속 원하지 않아
정부는 공소청법 및 중대범죄수사청법 수정안을 재입법 예고하면서 기간을 단 이틀(2026. 2. 24. ~ 2. 26.)로 설정했다. 행정절차법 43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법 예고 기간을 40일 이상으로 정하라고 되어 있다. 문제는 이보다 2일 앞서 2월 22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부안을 먼저 채택해버린 것이다. 10월 2일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시간적인 압박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안전하게 집을 지어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사라진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형사소송법(196조·197조의 2)상의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 및 보완수사요구권’ 폐지 논의를 뒤로 미룬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누가 얼마나 살지 모르면서 이러한 집을 짓겠다는 것인지부터가 본말전도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즉각적인 대국민 요구사항이다.
진정한 앎은 뼈에 새겨진 아픔에서 나온다
그간 국민들은 검찰의 패악질을 눈뜨고 바라만 보았다. 단결했을 때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도 국민이지만 아무리 단결한 채로 있어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다. 우리 국민들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일하다가 퇴임 이후 검찰의 칼에 죽어가는 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픔을 뼈에 새기고 있다. 지엄하다는 법치가 정치검찰에게 독점되어 있는데 법치주의라는 테두리에 갇혀 사는 국민들이 무슨 수로 다시금 그 더럽고 야비한 칼을 막겠는가? 국민들의 하나같은 검찰개혁의 요구는 더 이상 이런 비극에 휩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 국민주권정부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겠다는 절박함, 이걸 정부와 민주당이 모를 리 없다.
정부와 민주당에게 말한다. 검찰의 올바른 개혁이 결국 모두에게 이로운 것임을 알고 국민주권정부와 민주당은 대다수의 국민들을 강경한 검찰개혁론자로 몰아세우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살아있는 국민들이 오죽하면 이미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까지 검찰개혁을 도와달라고 하겠는가? 국민주권정부는 과거의 정치검찰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여 역사에서 퇴장 시키고 이제는 국민을 위한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태어날 기회를 주기 바란다.
“검찰개혁, 이 쯤 되면 꼭 하자는 거지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황의원 기자 >
검찰의 간판만 바꿔 달기…행정부의 입법 침탈 멈춰야
중수청·공소청법, 시대적 요구 배반한 '누더기'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역사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으로 인한 권력 남용의 역사였다. 그 뿌리는 1930년대 일제의 전시 총동원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에 집중된 기소권, 강제처분권, 사법경찰 명령권이라는 기형적 권력 구조는 해방 후에도 청산되지 않은 채 이승만 정권을 거쳐 유신과 군부독재의 자양분이 되었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1981년 부림 사건,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은 그 패륜적 행태의 이정표들이다. 독일·프랑스의 사인소추권, 미국의 대배심제와 검사장 직선제, 일본의 검찰심사회가 말해주듯,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이런 구조는 없다.
2026년 오늘, 우리는 그 비정상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다. 4년 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검찰 개혁'의 본령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였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행정부가 내놓은 공소청법 및 중대범죄수사청법안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그 알맹이마저 검찰의 입맛대로 뒤바꾼 '누더기 법안'에 불과하다.
국회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절규 "검찰청법을 제목만 바꾼 것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의원이 지난 5일 토해낸 비판은 이번 정부안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추 위원장은 정부가 재입법 예고한 공소청법안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 원칙을 그대로 담았고, 제왕적 총장의 권한을 존치시켰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에 네 건의 글을 올린다"고 개탄했다.
특히 정부안 7조와 25조 등을 거론하며,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검사를 오히려 처벌할 수 있게 만든 구조를 맹비난했다.
영장 청구와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쥔 공소청이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그것이 과거의 정치 검찰과 무엇이 다른가. 이는 입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개혁의 설계도를 행정부가 멋대로 가로채 검찰 기득권 보존용으로 개악한 명백한 월권이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처신…방조인가, 주도인가
이 과정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처신은 더욱 뼈아프다. 김 총리는 불과 두 달 전 "수사-기소 분리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과제"라며 기세 좋게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결과물은 검찰의 직급 구조와 권한을 우회적으로 살려둔 '간판갈이' 수준에 머물렀다.
만약 김 총리가 이 누더기 법안을 주도했다면 그는 개혁의 배신자요, 대통령의 의중에만 충실하며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다면 책임 있는 내각 수반으로서의 직무유기다.
범여권 내에서도 "김 총리가 검찰개혁 법안의 본질 훼손에 대해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행정부 2인자로서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헌정 질서의 균형을 잡아야 할 총리가 오히려 행정부의 입법 침탈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
이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당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정부안은 국회 법사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수정 요구를 묵살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상적인 국회 절차를 거쳐 도출된 법안을 행정부가 가져가 입맛대로 뜯어고치는 행위는 트럼프식 전횡과 다를 바 없다.
공수처가 이미 무력함을 드러냈음을 상기하라. 보완수사권 폐지와 검사동일체 원칙 해체가 담기지 않는 누더기 법안은 시대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검찰 권력 고스란히 살리기' 법안이 확정된다면, 이재명 행정부는 일제강점기와 80년 독재가 남긴 괴물을 청산할 천금 같은 기회를 발로 차버린 역사의 배신자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안의 전면 철회와 국회 입안권의 회복을
민주주의의 원칙은 간명하다. 법을 만드는 곳은 국회다. 행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의 집행자일 뿐, 그 내용을 사후에 검찰과 공모하여 변질시킬 권한이 없다. 지금이라도 이재명 행정부는 검찰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정부안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선명한 깃발을 다시 국회 법사위로 돌려주라.
개혁 이후의 실무적 우려는 입법 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지,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핑계가 될 수 없다.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다시 아스팔트 위에서 이재명 행정부를 향해 엄중한 심판의 칼날을 겨눌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이원영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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