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위법성…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위헌판단 주목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월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헌재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를 예고하면서 그 결정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각각 12·3 내란을 주도하고 가담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그 뒤 국회가 내란죄 부분을 철회하면서 두 사람 탄핵 사건은 닮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 문제로 ‘각하’되지 않고 본안 판단까지 나아간다면, 한 총리 탄핵 선고를 통해 윤 대통령 쪽과 여권이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내란죄 사유 철회’와, 탄핵 재판의 주요 쟁점인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헌재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13일 뒤인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소추 사유는 총리 시절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했고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으며, 대통령 권한대행 때에는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점이 꼽혔다. 탄핵소추 사유로 보면, 윤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한 총리가 이에 가담했다는 대목에서 ‘12·3 내란’을 고리로 두 사람의 탄핵 쟁점이 겹친다.

 

법조계에선 한 총리 탄핵 선고에서 헌재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 판단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총리는 비상계엄 날 밤 군 투입 지시 등 위법한 일에 직접 관여한 게 없기 때문에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12·3 비상계엄 과정 전체를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12·3 비상계엄 선포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의 적법성은 중요한 쟁점이다. 한 총리 사건의 결과를 통해 12·3 비상계엄의 위헌 요소 중 일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미리 알 수 있는 셈이다.

 

또 윤 대통령 쪽이 탄핵심판에서 제기한 절차적 문제가 헌재에서 받아들여질지, 한 총리 탄핵 선고를 통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내란죄를 탄핵 사유로 포함해 국회에서 소추안을 의결한 뒤 탄핵 재판 과정에서 형사적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며 이를 제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판 때도 뇌물·강요죄를 탄핵소추안에 포함했다가 나중에 철회한 전례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 쪽은 절차상 문제가 생겼다며 ‘각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는 한 총리 사건에서 ‘내란죄 철회’가 적법한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쪽의 절차적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본안 판단의 변수는 의결정족수 문제다. 국회는 권한대행 자리인 대통령 의결 요건(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 찬성)이 아닌 총리 요건(300명 중 과반수 찬성)으로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만약 한 총리 탄핵소추에 대통령 의결 요건이 필요했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각하 처분돼 본안 판단 없이 한 총리는 직무에 복귀한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국회의 한 총리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뒤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의 위헌·위법성을 확인하더라도 한 총리가 파면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위헌·위법 행위의 중대성까지 인정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가 헌재에 지금 거의 없기 때문에 내란 가담 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기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총리가 정계선·조한창·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파면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재가 지난달 27일 위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 총리의 재판관 불임명 행위가 있었지만, 헌재의 위헌 확인은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파면에 이를 정도로의 헌법 위반’으로 판단하진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운명의 일주일’ 여는 한덕수 탄핵심판 세가지 쟁점···윤석열 탄핵에도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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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 선고 하루 전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벽이 쳐져있다. 이준헌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한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꼭 100일째가 되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보다 먼저 한 총리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즉시 파면되고, 반대로 기각이나 각하하면 한 총리는 직무에 복귀해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무엇보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가 윤 대통령 탄핵 사건과도 일부 겹치는 만큼 헌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회 정족수’ 문제되면 사유 판단 없이 각하 가능성

 

한 총리 탄핵 결정에서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탄핵소추 의결 당시 국회 정족수가 채워졌는지를 따지는 ‘절차’ 문제다. 한 총리 측은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안 가결 때에는 총리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이었다고 지적한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 의결 정족수(200석)가 아닌 국무위원 탄핵 의결 정족수(151석)를 적용해 탄핵소추한 것이 위법하다며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회는 “대통령 업무에 대한 권한대행일뿐 ‘직’은 여전히 총리”라고 반박한다. 헌재가 한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다른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사건은 ‘각하’ 된다. 이 경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한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국민의힘 등이 문제를 삼을 수 있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채모 상병 특검법 거부권,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등 총 다섯가지다. 이 사유 중에서 헌법재판관 불임명에 대해 헌재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주목된다.

 

한 총리 탄핵 이후인 지난해 12월31일 최 권한대행은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중 마 후보자를 뺀 2인만 임명했는데, 이에 대해 헌재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한 총리가 그보다 앞서 재판관 3인을 모두 임명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위헌·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한 총리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이미 위헌이라고 판단한 내용을 탄핵심판에선 적용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결정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 총리 탄핵 사유 5가지…내란 관련 겹치지만 실체 파악 안 할 수도

 

비상계엄 방조와 관련된 탄핵 사유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돼 중요한 쟁점으로 꼽힌다. 한 총리 탄핵을 통해 대통령 탄핵의 단서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 주요 사유가 비상계엄 선포 관련 실체적·절차적 요건 위반인 데 반해 한 총리의 사유는 내란 행위에 대한 ‘방조’이기 때문에 사안이 많이 겹치진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한 차례 변론을 하고 약 90분 만에 종결했다. 따질 쟁점이 많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시 한 총리는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를 반박하며 “계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들은 뒤에는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열었다는 ‘5분 국무회의’ 관련 위법성 정도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한 총리도 앞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향 김정화 기자 >

 

2016~2017년 이탈·분열 덕 2022년 재집권
윤석열 탄핵 각하·기각 땐 국힘 궤멸할 것
탄핵소추 뒤 보수 결집 취해 극우화 ‘독약’

 
국민의힘 김기현, 나경원, 박대출, 윤상현, 추경호 의원 등이 3월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독일 문학가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산문이 있습니다. 긴 내용 중에서 저는 특히 이 대목에 공감합니다.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한 마리 범의 모습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보아도 철책 가를 왔다 갔다 하는 그 동물의 번쩍이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움에 찬 포효, 앞발에 서린 끝없는 절망감, 미친 듯한 순환, 이 모든 것은 우리를 더없이 슬프게 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목록에 한 가지를 더할 수 있다면 “절대로 죽지 않을 것 같던 거인이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악을 쓰는 장면”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저는 12·3 비상계엄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12월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고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키는 장면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과거에 알던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입니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의 후신입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보수 정당에 편입됐습니다. 3당 합당은 야합이었지만 보수에 개혁의 유전자가 더해지면서 보수가 튼튼해졌습니다. 민자당은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며 영욕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국민의힘의 ‘리즈 시절’은 언제였을까요? 18년 전인 2007년이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연속 집권에 따른 피로감으로 민주당 지지도가 바닥세였던 때입니다. 한나라당에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세 사람의 대선주자가 있었습니다. 누가 후보가 돼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하고 이명박-박근혜 양강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한나라당이 친이명박과 친박근혜 세력으로 양분됐습니다. 자칫하면 분열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는 유능한 ‘스핀 닥터’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세력 다툼을 노선 대결로 포장했습니다. 이명박은 ‘실용보수’, 박근혜는 ‘정통보수’였습니다. 한나라당은 두 대의 기관차가 이끄는 열차와 같았습니다.

 

살얼음판 경선에서 ‘실용보수’가 승리했습니다. ‘정통보수’는 깔끔하게 승복했습니다. 멋진 승부였습니다. 2007년 12월19일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48.67% 대 26.14%, 무려 22.53%포인트 차로 꺾었습니다.

2008년 4월9일 18대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 153, 자유선진당 18, 친박연대 14석이었습니다. 통합민주당은 81석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일본 자민당처럼 보수의 영구집권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으로 한나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줄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는 다른 한 대의 기관차가 남아 있었습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개조해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2012년 4월11일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그 탄력으로 2012년 12월19일 18대 대선도 이겼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더불어민주당에 1당을 뺏겼습니다. 총선 패배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습니다. 2016년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에서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2017년 5월9일 19대 대선은 보수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모두 출마했습니다. 보수는 참패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12월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소추 ‘이탈’과 2017년 5월 대선에서 보수의 ‘분열’은 5년 뒤 국민의힘이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탄핵소추에 찬성한 ‘건전 보수’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2022년 3월9일 20대 대선에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사람이 손을 잡고 윤석열 후보 당선을 도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발탁했던 이준석 대표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은 정치에서도 진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을 도왔던 정치인들을 하나씩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12·3 비상계엄을 했습니다. 망하는 길이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월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하홀에서 ‘개헌, 시대를 바꾸자’를 주제로 청년 토크쇼를 하고 있다. 연합

 

저는 한동훈 대표가 비상계엄에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계엄을 해제하는 장면을 보고 그가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보수 세력의 새로운 대선주자로 떠오를 수도 있겠다고 봤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국민의힘 전체가 전광훈, 손현보, 전한길 등에 질질 끌려가며 극우화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정치 양극화 때문입니다. 2022년 3월9일 대선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의 상당수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싫어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습니다. 물론 이재명 후보를 찍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탄핵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보수가 결집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올라갔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신이 나서 윤석열 대통령을 더욱더 세게 끌어안았습니다. 그게 바로 ‘독약’이었습니다.

 

탄핵 반대 여론은 탄핵 찬성 의견을 결코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탄핵 찬성과 반대가 6 대 4 정도에서 고착됐습니다. 국민의힘 지지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때 민주당과 비슷하거나 잠시 앞서기도 했지만 추월하지는 못했습니다.

 

3월21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탄핵 찬성은 58%, 반대는 36%였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36%였습니다. ‘정권 교체’는 51%, ‘정권 유지’는 39%였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국민의힘의 파산 조짐은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재명 36%, 김문수 9%, 한동훈 4%, 오세훈 4%, 홍준표 3%, 이준석 1%였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제외한 다섯 사람을 다 합쳐도 21%에 불과합니다. 국민의힘에서 탄핵에 확실히 찬성하는 유승민, 안철수 후보는 아예 이름이 없습니다.

 

김문수 장관이 국민의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그는 비상계엄 전까지 존재감이 거의 없던 정치인입니다. 12월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들이 일어서서 사과할 때 혼자 자리에 앉아 버티는 바람에 순식간에 극우의 아이콘으로 등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 대선에서 김문수 장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다면 당선될 수 있을까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으로서는 조기 대선 패배가 그리 나쁜 일이 아닙니다. 멋지게 지면 그다음에 기회가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 두려워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탄핵이 각하나 기각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탄핵심판 최종 진술에서 말했듯이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단축 개헌을 제의할 것입니다. 국민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차피 퇴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될까요? 궤멸적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민의를 거역한 정치 집단은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뒤에 한나라당이 그랬던 것처럼 처절하게 몰락할 것입니다. 조기 대선은 물론이고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 그다음 대선까지 참패할 것입니다.

 

이른바 보수 논객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돌아와서 이재명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때까지만 버텨주면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르는 소리입니다. 이재명 대표만 없으면 민주당을 이길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다른 대선주자가 나서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기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입니다. 국민의힘이 살려면, 보수가 살려면 윤석열 대통령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보수가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조기 대선에서 패배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재기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도록 국민의힘 의원과 당원과 지지자들이 간절히 기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한겨레 성한용 기자 > 

 

“윤석열 탄핵 기각된다면? 곧 끌려 내려올 것”…보수논객의 예상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유튜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만에 하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한다고 하더라도, 시민 절대다수의 항거로 윤 대통령이 며칠 내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보수논객의 예측이 나왔다.

 

보수논객인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짚었다. 그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인용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행여나 윤 대통령이 복귀할까 불안해하는 이들을 위해 이런 예측을 내놨다고 한다.

 

김 전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혁명 수준의 민중항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서울역에서부터 용산, 많게는 한강까지 (시민들의 인파가) 용산 대로를 가득 메울 것이다. 수십만의 인파가 용산 대통령실, 관저로 몰려갈 것”이라며 “민중들의 성난 시위로, 서울혁명으로 윤 대통령이 며칠 내로 즉시 하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벌어지는 저항 세력들, 극우들, 꼴통보수들이 벌이는 시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국민적 분노를 공권력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논설위원은 “경찰이 지난 비상계엄 때 어떻게 이용당하고, 수난을 겪었으며, 최고 지휘부가 감방에 어떻게 갔는가를 생생히 기억하는데 경찰이 시위대를 막겠느냐”며 “심리적으로도 젊은 경찰들이 윤석열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시위대에게 길을 터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의 예측대로라면,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몸으로 막아섰던 대통령경호처도 더는 ‘인간 방패’ 역할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논설위원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사법처리 되고 있는가 생생히 목격했는데, 총을 쏴서라도 시위대를 막으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한들 그 지시를 지키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비상계엄 선포를 검토할 수 있지만, 이번엔 국무위원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설사 비상계엄이 선포된다고 하더라도 어처구니없는 선례를 경험한 군이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짚었다.

김 전 논설위원은 “모든 게 불가능하다”며 “결국 윤 대통령은 끌려 내려오든가, 즉시 하야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논설위원이 이런 예측을 내놓은 배경에는 12·3 내란사태 이후 분노한 민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저지른 것, 그 이후에 보여준 비겁하고 교활하고 사악한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어떻다는 것을, 민도와 민심이 어떻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이런 일을 저지른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고 다시 복귀시키는 미친 짓에 대해서 몸을 내던져서 항거하고 집회·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신임 사무총장
내란종식 위해 13일째 단식농성

 

 
 
20일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송경동 시인은 3월8일 한국작가회의(작가회의) 정기총회에서 사무총장에 선임되었다. 강형철 이사장과 함께 앞으로 3년간 이 유서 깊은 문인 단체를 이끌어 가게 된 보람과 포부를 챙길 겨를도 없이 그날 오후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석방되자, 그는 동료 문화예술인들과 논의를 거쳐 11일부터 서울 광화문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정윤희 블랙리스트이후 디렉터, 최낙용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대외협력 간사 등이 동참했다. 21일부터는 박수연 부이사장, 김대현 전 비대위원장, 문동만 부이사장 등이 이틀씩 동조 단식을 벌이고 있다. 문인들이 펜을 대신해 몸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23일 현재 단식 13일째를 맞은 송 시인을 지난 20일 낮 단식농성장에서 만났다.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출범한 게 1974년 11월18일입니다. 박정희 군사 정권의 불법 계엄과 유신 체제에 맞서고자 문인들이 결집한 것인데, 그로부터 반세기 만에 초유의 친위 쿠데타와 내란 사태를 맞게 되었습니다. 태생의 내력도 그러한 만큼, 작가회의가 내란 종식과 헌정 회복을 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단식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송 시인이 사회적 의제와 관련해 단식농성을 벌이기는 이번이 세번째다. 2018년 겨울 서울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2년째 고공농성 중이던 파인텍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27일 동안 이어간 것이 처음이었고, 2020년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벌인 47일 장기 단식농성이 두 번째였다. 단식농성뿐만이 아니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박근혜 탄핵 당시 광화문 캠핑촌 등 투쟁 현장에 빠짐없이 참여해 온 그가 다시 맨몸으로 광장에 나선 것.

 

“국정농단 박근혜를 퇴진시키자고 광화문 캠핑촌을 만들어서 촌장으로 5개월간 싸워 결국 파면시켰는데,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광화문에 천막 농성장을 꾸리고 단식이라도 해 보자고 앉아 있는 게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윤석열이 최소한의 단죄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말과 글도 온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헌정을 바로 세우는 것은 한국 사회의 말과 글을 바로 세우는 일이므로 이런 때일수록 작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단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헌재가 아직도 판결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등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함께 단식농성 중이던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의장단에서는 의료진 진찰을 거쳐 녹색병원에 긴급 입원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김진수 선임기자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떠한 헌정 기관도 정당성을 지니기 어렵도록 온통 무너져 있는 상황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결정을 내려서 무너진 헌정 질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겁니다. 혹시라도 헌재가 탄핵 기각이나 각하 판결을 내려서 주권자 국민의 명령을 뒤집는다면 헌재도 내란 수행 기관이 되는 것이고, 국민은 헌정을 재차 무너뜨린 죄를 헌재에 묻게 될 것입니다. 저는 저희가 있는 이곳 농성장이 지금 대한민국의 유일한 헌정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아 보이는 농성장을 기점으로 민주 항쟁에 나서고 있는 전국의 모든 광장이 대한민국의 유일하게 정당한 헌정·주권 기관인 것이죠.”

 

송 시인은 최근 전두환·노태우 등 내란 세력에 대한 1997년 대법원 판결문을 다시 읽었노라며 헌재 재판관들과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새삼 상기시키고 싶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문은 1980년 내란에서부터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6·29 선언이 나오기까지 대한민국은 무헌정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정권에 법적 정통성이 없었다는 것이죠. 오히려 불법 계엄에 맞서 항쟁을 벌인 80년 5월의 광주 시민들, 그리고 6월 항쟁의 광장이 그 시기에 유일한 헌법 기관의 역할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판결이 있음에도 지금의 헌재가 엉뚱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건 2차 쿠데타에 준하는 일이 되어 주권자 국민의 직접 행동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해 둡니다.”

 

다행히 윤석열 파면으로 상황이 잘 마무리된다면, 문인 단체 작가회의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한 복안도 들어 보았다.

 

“지난해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등 한국문학에 일대 경사가 생겼는데, 난데없는 계엄으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되고 말았습니다. 한강 작가가 5·18과 4·3 국가범죄 희생자들의 역사를 되새기는 작품으로 상을 받았는데, 그해에 다시 내란이 벌어졌으니 정말 기가 막히는 노릇이죠. 그런데 이런 일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세계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문학의 고민과 상상력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경을 넘는 문학적·사회적 연대가 필요해요. 또 하나는, 이번 계엄 사태에서도 보았다시피 남북 분단 체제를 넘어설 필요가 절실합니다. 남북의 문학 교류를 축으로 해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조성에 작가회의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겠습니다. 문학이 개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기층의 사회적 고통에 동참하고 연대함으로써 다수 시민의 사랑을 받는 문학으로 다시 발돋움하는 것 역시 절실합니다.”

 

송 시인은 마지막으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즉각 퇴진을 힘주어 요구했다.

 

“불법 내란 국무회의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동료 문화예술인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책임지며 물러나는 게 마땅하겠는데, 유 장관은 더구나 지난 정권에서 동료 문화예술인들을 사찰하고 검열한 블랙리스트 사태의 몸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이 오욕에 휩싸이지 않도록, 문화예술 책임자로서 즉각 사퇴하기 바랍니다.” < 한겨레 최재봉 기자 >

 “광화문 천막당사를 내란수괴 파면과 대한민국 정상화의 거점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천막 당사’를 설치하기로 했다. 조기 대선 앞 ‘장외 정치’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도, 늦어지는 탄핵재판 선고로 국가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내일부터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설치,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당 차원의 천막을 치고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이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때까지, 민주당은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광화문 천막당사를 내란수괴 파면과 대한민국 정상화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천막 당사를 지키는 등 장외 투쟁의 중심에 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또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하는 결의안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전원위원회 개최도 추진한다. 국회 전원위원회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열린 적이 있다. 국회법상 주요의안을 상정하기 전후 재적의원 4분의 1이상이 요구할 때 열 수 있다. 장외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한편, 원내에서도 윤 대통령 파면 촉구를 위한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수호라는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회피하지 말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때”라며 “당장, 25일에라도 파면 결정을 내리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윤석열 당장 파면” 헌재에 목 놓아 외쳤다…절박해진 광장

탄핵소추 100일 하루 앞 16차 ‘범시민대행진’
“언제든 계엄 선포할 수 있는 나라 되게 할 거냐”
시민사회, 25~27일 헌재 향한 파면 촉구 운동

 

 
 
22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파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경복궁역부터 안국역 주변까지, 거리와 보도를 메운 시민들이 일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목을 놓아 열 번 외쳤다. ‘헌재는 즉각파면’부터 ‘판결문이 밥이냐, 뜸을 들이게’, ‘민주주의 네버다이’ 등 저마다의 간절함을 담아 손수 적은 팻말이 구호에 맞춰 흔들렸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100일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며, 이날 시민들의 분노는 보다 직접적으로 헌재를 향했다. 무대에 오른 시민 박승하씨는 “(계엄 선포가)벌써 100일도 더 전이다. 겨울 초입이었는데 이제 눈이 다 녹고, 그때 국회에 왔던 고등학생들은 대학생이 돼서 동아리 가입하고, 우리 딸은 유치원 2년 차가 됐는데 왜 아직도 윤석열은 파면되지 않은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이 지연되며, 불안을 넘어 현실화하는 사회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시민 성예림 씨는 “선고가 늦어지며 내란 세력이 더 기승을 부린다. 헌재가 가루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으며 폭력도 불사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20일 헌재 주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지지자에게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진 상황을 되짚은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 변호사도 헌재를 향해 “사회와 미래를 바라봐 달라. 내란죄 피고인이 다시 대통령 자리로 돌아온다면 언제든 계엄이 선포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외국인이 주식을 가지고 있을까, 통장에 적힌 우리 계좌가 언제든 인출될 거라고 믿고 살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혼란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파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전날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법원과 검찰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경남 창원에서 온 김아무개(36)씨는 “검찰이 영장심사에도 참여를 안 했다고 들었다. 내란수사도, 명태균 수사도 검찰 앞에서 멈춘다”며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김성훈 차장을 구속할 생각이 전혀 없다. 즉시항고도 하지 않고 윤석열을 구속 취소했던 때와 판박이”라며 “내란 세력과 검찰이 한몸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탄핵 선고 지연에 따른 불안과 긴장 앞에 그나마 시민들을 위로하는 건 탄핵 광장에서 만난 다른 시민들의 존재였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쪽방촌 공공주택 지구 지정 촉구,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 통과, 장애인 탈시설 권리보장, 이집트 난민 인정 소송, 재생에너지 확대 입법 등 빈민, 이주민, 장애인, 돌봄, 생태 등 다양한 시민과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서명운동 부스가 수십 개 차려졌다. 집회에 참여하러 나온 솔라스(닉네임·29)는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고 나면 장애인, 성소수자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파면 이후에도 사회대개혁을 향한 힘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그간 광화문 농성장을 중심으로 단식 농성, 삼보일배, 일인시위 등을 이어왔던 시민사회는 내주 헌재를 향한 파면 촉구 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남태령에서 시민 연대의 장면을 만들었던 농민들은 25일 다시 한 번 ‘트랙터 상경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26일에는 한국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27일에는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주의 수호 전국 시민 총파업’이 이뤄진다.

 

김민문정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이제 거점을 지키고 버티는 투쟁을 넘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네에서 거리에서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주권자 시민의 절실한 열망을 모아내는 전면적 투쟁이 필요하다”며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와 평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외쳤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