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서 "당사자 논의 시작하자"
"적대행위 중지 넘어 평화공존 체제로"
"북핵 고도화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
일본엔 "신뢰는 아픔 이해·공감서 나와"

 

"친일재산 환수해 독립유공자 예우·지원"
"한국 한 단계 도약할 새로운 광복 필요"
"희망·기회·균형·평화의 광복 이뤄낼 것"
"증오, 배척, 갈등이 국가 전진 막아선 안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6.8.15.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 "대한민국의 번영은 결코 경제성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세계질서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공존'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 존중과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중단이라는 대북 원칙을 천명한 데 이어 올해는 '평화 공존'이라는 실천적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적대중지 넘어 평화공존 청사진 제시
"오랜 전쟁 끝낼 당사자간 논의하자"

 

이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비전에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공헌하고자 했던 독립투사들의 꿈과 오늘날 대한국민들의 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며 "(독립투사들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냉혹한 국제질서가 나라를 집어삼켰던 그 순간에도, 모든 국가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꿈꿨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절박한 소망 위에서,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나라,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나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도 "대한민국의 번영은 결코 경제성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세계질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저는 이 자리에서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년이 지난 오늘, 원칙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포용적 평화 공존' '안정적 평화 공존' '책임 있는 평화 공존' 등 세 가지 원칙을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첫째로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 공존'을 제시하며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대결을 멈춰야 한다. 서로가 인식과 규범, 제도에서부터 적대성을 하나씩 줄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위해, 함께 마주 앉길 바란다"며 "이는 양보가 아닌 공존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 공존'을 제안하며 "긴장과 갈등을 통제할 제도, 위기와 확전 방지를 위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면서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안정적인 한반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한 걸음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신뢰 구축의 마중물이자 안정적 한반도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셋째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을 제시하며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분쟁으로 고통받는 세계에 희망과 가능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대와 대결에 갇힌 대한민국의 모습은 우리 국민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실현하기에 걸맞지 않다"며 "적대와 대결의 에너지를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동력으로 바꿔내겠다. 페이스메이커이자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6.8.15. 연합

 

일본엔 "신뢰는 아픔 이해·공감서 나와"
"친일재산 환수해 독립유공자 예우·지원"

 

이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선 "지난 1년 동안 한일 양국은 활발한 셔틀 외교를 이어가며 신뢰의 기반을 다져왔다. 공급망과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을 넓혀왔고, 미래세대 간 교류의 기반도 꾸준히 확대돼 왔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동안의 성과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두 나라 국민 간의 굳건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신뢰란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진정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오늘까지도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계신다"고 했다.

 

이어 "한일관계의 역사에는 갈등도 있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처럼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토대로, 미래를 함께 열고자 했던 노력들도 있었다"면서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한일관계의 빛은 역사의 그늘 속에서 여전히 아픔을 감내하고 계신 분들께  따뜻한 온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유공자 예우와 관련해선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들을 더 각별하게 예우하고, 미서훈 독립운동가에 대한 발굴과 포상을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독립운동의 가치가 우리의 일상에 더 깊이 뿌리 내리도록 국내외에 독립운동 기념 시설을 적극 조성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의 발자취를 반드시 미래세대에 더 널리 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6월 2일 '친일재산귀속법'이 공포된 만큼,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부당 축적한 재산을 조사·환수하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국가에 귀속된 친일 재산을 더욱 책임 있게 관리해, 그 재원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에 온전히 쓰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 한 단계 도약할 새로운 광복 필요"
"희망·기회·균형·평화의 광복 이뤄낼 것"

 

이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의 상당 부분을 '대체 불가 대한민국' 구상과 미래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빛으로 미래를 비출 것인가. 그 굴곡진 현대사가 오늘의 우리에게 묻고 있다"면서, "광복의 빛, 산업화의 빛, 민주화의 빛을 밝혀 온 우리에게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새로운 광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높은 파고에 휩쓸려 난파될 것인지, 아니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로 도약할 것인지, 절체절명의 분수령 위에 서 있다"며 "문명사적 대전환과 국제질서의 대격변 앞에서, 우리는 불가능을 헤아리는 대신 가능성을 창조해야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가 꼭 필요로 하는 나라, 모든 나라가 협력하고 싶은 나라,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향해 우리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6.8.15. 연합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원과 역량을 완전히 재배치하고,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려내, 우리의 마음속 희미해졌던 꿈과 희망을 반드시 되살려내겠다"면서 "대한민국의 성장 거점을 전 국토로 확장해 나가며, 누구든 어디서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희망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래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그 결실을 전국의 모든 국민들께 고루 돌려드리겠다"면서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언제나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두터운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참으로 어렵고 또 어려운 일임을 너무 잘 안다. 그러나 위대한 대한국민들이 그간 이겨낸 수많은 위기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치열했던 과거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으켰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확실하게 열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 "우리 안의 장벽부터 허물어 가야,
증오, 배척, 갈등이 국가 전진 막아선 안돼"

 

연설 말미에서도 이 대통령은 "대체 불가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은 화려한 구호도, 먼 훗날 이뤄야 할 희망 사항도 아니다. 엄중한 현실을 함께 이겨내고 모두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절박한 약속"이라며, 이를 위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안의 장벽부터 허물어 가야 한다. 차이가 적대가 돼선 안 되고, 증오와 배척, 갈등이 국가의 전진을 가로막게 해서도 안 된다"면서 "세계 경제의 지형이 뒤바뀌는 국가대항전 앞에서, 국민과 정부, 중앙과 지방,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원팀"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의 좌절과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는 희망의 광복, 불균형과 불평등의 격차를 넘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광복, 온 국토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나는 균형의 광복, 전쟁과 대결의 위협을 완전히 걷어내는 평화의 광복을 이뤄내겠다"면서 "대한민국의 도약이 전 세계의 번영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문화가 전 세계를 연결하며, 한반도의 평화가 전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광복을 이뤄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전쟁국가 미국, 광복 81년에 다시 본다

● Hot 뉴스 2026. 8. 16. 10: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주권을 실제로 잘 쓰는 능력까지 함께 갖춰야
우리 자신의 결정능력을 재설계하자

 

광복 81주년이다. 그 하루 전에, 태평양 건너에서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는 일 하나를 먼저 짚어야겠다. 미국이 자기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있다.

 

78년 만에 벗은 이름

 

2025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부르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튿날 국방부 누리집의 이름이 바뀌었고 주소도 war.gov로 넘어갔다. 부처의 법적 개명은 의회의 몫이지만 그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개명 조항을 넣었고, 7월 22일에는 하원 본회의가 216 대 212로 이를 통과시켰다. 78년 만의 복귀다.

 

주목할 것은 '전쟁부'가 미국의 발명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19세기까지 영국은 War Office, 프로이센은 전쟁성, 일본은 육군성이었다. 전쟁은 주권의 정당한 도구였고, 그래서 부처 이름에 '전쟁'을 넣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그 이름이 세계에서 사라진 것은 1928년 부전조약이 전쟁을 국가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포기하게 하고, 1945년 유엔헌장 2조 4항이 무력의 위협과 행사 자체를 금지한 뒤였다. 각국이 '전쟁부'를 '국방부'로 바꾼 것은 그 규범 전환의 언어적 반영이었다. 미국의 국방부도 1947년 국가안보법의 산물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면담을 한 가운데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26. 연합

 

그러니 이번 되돌림은 미국이 자기 과거로 돌아가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부전조약 이전의 언어체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유럽이 두 차례 대전을 겪고 스스로 폐기한 원형을, 유럽연합이라는 기획 전체가 그 폐기 위에 세워진 그 원형을, 미국이 되줍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은 정직해진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복은 유럽식 세력균형 전쟁의 형태가 아니라 개척과 문명화의 형태를 띠어 왔다. '명백한 운명'은 정복을 정복이라 부르지 않는 언어였다. 유럽은 그래도 전쟁을 전쟁이라 불렀지만, 미국은 그것을 '방어'라, '해방'이라, '자유의 확산'이라 불렀다.

 

인디언 학살이 국가적 기억에서 끝내 청산되지 않은 것도 애초에 그것이 '전쟁'으로 명명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번 개명은 원형의 계승이라기보다 위장의 해제다. 1947년에 전쟁을 방위로 바꾼 것이 냉전기의 자기 정당화였다면, 2026년에 그 옷을 도로 벗은 것은 더 이상 정당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신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 08. 11 [AFP=연합]

 

그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름이 바뀌었을 뿐, 우리가 겪어온 실체는 늘 그 이름이었다.

160년 전 제너럴셔먼호와 신미양요가 한반도를 외교·군사적 실험장으로 취급했다. 20세기에는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애치슨 라인이, 그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한국인의 생명과 주권을 전략적 계산의 부차적 요소로 처리했다. 21세기에도 오산기지의 탄저균, 지난달 같은 기지에서 흘러내린 백린, 조지아주에서 쇠사슬에 묶인 기술동맹의 엔지니어들이 이어졌다. 형태는 시대마다 달랐지만 인식체계는 하나였다. 한국을 주체가 아니라 수단으로 보는 시선.

 

그 관성의 가장 이르고 가장 무거운 얼굴이 원폭이다. 두 도시에서 죽거나 병든 이들 가운데 조선인이 10만 명이었다. 그들은 전쟁의 당사자도, 항복 협상의 주체도 아니었다. 타자의 생명은 셈에 넣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계산 — 이것이 원죄의 원형이고,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

 

청산의 길은 법리적으로 이미 열려 있다.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전쟁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을 실체법적으로 소멸시키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짚어야 한다. 1951년 그 조약이 체결될 때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이유로 서명국 명단에 없었다. 그렇다면 일본과 미국 사이에 오간 상호 청구권 포기가, 애초에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조선인 개인의 대미 청구권까지 지울 수는 없다. 원폭을 설계하고 투하를 결정하고 실행한 나라를 직접 상대할 길이 논리적으로 열려 있다는 뜻이다.

 

방어의 언어를 벗은 나라와 마주 서게 된 지금, 이 오래된 빚을 다시 꺼내는 것은 과거로 가는 일이 아니다. 상대가 자기 이름을 정직하게 되찾았다면, 우리도 정직하게 셈을 청구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안에도 있다

 

여기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상대의 이름만 탓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가 속국이 되는 것은 대개 군사적 정복이 아니라 정체(停滯)를 통해 온다. 구한말이 정확히 그 경로였다. 조선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데 세도정치가 결정을 소수 가문에 가두면서, 시대의 압력에 반응하는 속도 자체를 잃었다. 군사적으로 정복당하기 훨씬 전에 이미 결정할 능력을 잃은 나라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공백은 반드시 밖에서 메워진다. 안에서 결정하지 못하면, 밖에서 결정한 것을 통보받게 되어 있다. 동맹국의 전투기가 통보 없이 우리 상공을 드나들고, 주둔지의 유해물질 사고가 10년 전과 판박이로 반복되어도 국가 차원의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장면들이 그 증거다.

 

백린 사고 이후 한국 사회가 보인 것은 분노가 아니라 피로와 냉소였다. 분노는 아직 재협상의 언어이지만, 냉소와 경멸은 위임의 비가역적 철회다. 그런데 그 경멸은 상대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한국은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것을 두 차례나 해냈다. 대통령을 두 번 무혈로 끌어내렸고, 연인원 1700만 명이 광장을 지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광장이 두 번이나 정권을 바꿔놓은 뒤에도 그 권력을 낳는 규칙 자체는 그대로다. 소선거구제는 건재하고,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은 여전하며, 국민발안과 시민의회는 여의도 문턱을 넘지 못한다. 국민투표도 없다. 대리인은 위임받는 순간부터 구조를 바꿀 유인을 잃는다. 규칙을 쥔 자들에게 규칙 개정의 전권을 맡겨두는 한, 혁명은 늘 정권교체로 끝나고 구조교체로 이어지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에서 이 후보의 '빛의 혁명' 완성을 위한 승리에 대한 연설을 들은 시민들의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5.6.2. 이호 작가

 

광복 81년, 세 가지

 

그러므로 광복 81주년에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상대의 이름을 정확히 읽는 것. 미국은 방어의 언어를 벗었다. 그 나라와 맺은 동맹이 무엇을 뜻하는지, 주한미군의 성격과 전시작전권과 연합훈련의 방향을 그 바뀐 이름 위에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것은 반미가 아니라 산수다.

 

둘째, 81년 미뤄온 셈을 청구하는 것. 조선인 피폭자와 그 후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국제 여론과 미국 의회를 향한 입법 촉구, 배상기금 제안까지 여러 무대에서 계속 살아있는 의제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미국 안에서 매파의 오판을 바로잡을 책임은 미국 시민 자신에게 있다. 1970년대 처치위원회가 CIA와 NSA의 치부를 미국 스스로 파헤치고 의회 감독체제를 세웠던 그 자기교정 능력이야말로 미국이 존경받던 이유의 실체였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묶은 자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 스스로 바로잡지 않는 매듭은 남이 잘라낼 수밖에 없다.

 

셋째,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의 결정능력을 재설계하는 것. 국민발안이 실체적 효력을 갖도록 하고, 국민투표 발의권을 대통령 한 사람의 재량에서 풀어내는 것, 되돌릴 수 없거나 세대를 넘는 결정은 국민이 직접 답하게 하는 것, 매번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안은 추첨으로 뽑힌 시민이 충분한 정보와 시간을 갖고 숙의하는 시민의회에 맡기는 것들이다.

 

권력의 위임에는 반드시 해지 조항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멈추게 하고 되물을 수 없다면 그것은 위임이 아니라 양도다. 그 논의를 여는 자리가 선거개혁 시민대토론회이고, 개헌 논의가 다시 열린 지금이 그 좁고도 귀한 창이다.

 

이젠 주권자다운 길을 개척해야

 

미국은 78년 만에 자기 이름을 되찾았다. 감출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니 반길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제 무엇과 마주하고 있는지 헷갈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어떤가. 광복(光復), 빛을 되찾았다는 이름을 81년째 쓰고 있다. 그런데 되찾은 것은 주권이라는 형식이었을 뿐, 그 주권을 실제로 잘 쓰는 능력까지 함께 얻은 것은 아니었다. 이름은 되찾았으나 이름값은 아직 다 치르지 못한 것이다.

 

상대는 이름을 바꿔 자기 실체를 드러냈다. 우리는 이름을 그대로 둔 채 그 실체를 채워야 한다. 광복 81주년, 다시 원점에 서서 주인에게 물어야 하는 이유다.

                                         <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

 

5·18 왜곡 이진숙 '재조명 포럼'…'학문' 조항 악용해

 

'소요 사태', '딥스테이트'에 "첩의 자식들" 극언도
확인된 사실 백지로 돌리는 게 연구 아냐
이진숙 공천한 국민의힘 "토론회 부적절"
공당이라면 공천이 잘못 됐는지 답해야

 

공적 공간 그렇게 합부로 빌려줄 수 있나
5·18 더 연구하자는 주장 반대할 수 없어
학문은 검증하겠다는 약속 따라붙어야
그 약속이 빠지면 누군가의 알리바이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제1항은 5·18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처벌 대상에는 신문과 방송, 전시물과 공연물, 그리고 “공연히 진행한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등에서의 발언”도 들어간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에는 예외가 있다.

 

“제1항의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법이 학문을 위해 남겨둔 문이다.

 

8월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이 열렸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새역사국민운동이 공동 주최했다. 이 의원은 5·18이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불편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학술적으로 접근할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문으로 무엇이 들어왔을까.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 주최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8.13 연합
 

그 안에서 나온 말들

 

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공동대표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소요 사태”라고 불렀다. 한국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으로 ‘딥스테이트’를 거론하면서 그것이 형성되는 결정적 계기를 1980년 5월 광주에서 찾았다.

 

그는 5·18이 법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북한군 개입설에도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소요 사태’와 ‘딥스테이트’라는 해석은 무엇에 기대고 있을까.

주동식 전 국민의힘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호남과 주사파를 “순망치한 관계”라고 규정했다. 이어 5·18 문제의 해결을 거론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고립”, “내부적으로는 분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들은 첩의 자식들”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객석에서는 고성과 항의가 터졌다. 참석자 사이에 물병이 날아가고 멱살잡이가 벌어졌으며 폭행 신고를 받은 경찰도 출동했다. 이진숙 의원은 이런 소란으로 행사가 중단되는 것이 특정 세력의 목표라는 취지로 말하며 포럼을 계속했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학문이라고 불러야 할까.

 

학문의 자유와 ‘성역’

 

학문에는 불편한 질문을 던질 자유가 있어야 한다. 국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금지하기 시작하면 연구는 권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 된다. 그렇다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답까지 연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료를 찾아야 한다. 사료의 출처와 맥락을 따져야 한다. 기존 연구와 대조해야 한다. 자기 주장에 불리한 증거에도 답해야 한다. 새로운 해석이라면 새 사료를 제시할 수도 있고, 이미 알려진 자료를 더 설득력 있게 읽을 수도 있으며, 기존 설명보다 나은 논증을 보여줄 수도 있다.

 

5·18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군 문서가 발견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증언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자료에 새로운 질문을 던져 기존 해석을 수정할 수도 있다. 기존 조사와 판결의 사실인정을 바꿀 만한 근거가 있다면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아직 규명할 영역도 남아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헬기 사격을 확인하고 북한군 개입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규명하는 등의 성과를 냈지만, ‘군에 의한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를 비롯한 핵심 과제 일부에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연구가 파고들 곳은 그런 빈틈이다. 그런데 이번 포럼에서 눈에 띈 것은 새로운 사료보다 새로운 이름이었다.

 

민주화운동은 ‘소요 사태’가 됐다. 국가폭력의 역사는 ‘딥스테이트’의 탄생 이야기와 연결됐다. 새로운 이름에는 그것을 떠받칠 근거가 필요하다. 새 사료가 될 수도 있고, 기존 자료를 새롭게 읽는 해석이나 더 설득력 있는 논증이 될 수도 있다.

 

5·18 문제를 두고 고립과 분열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이야기가 1980년 광주를 떠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던 자리에 앞으로 특정 지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정치 전략이 들어선다.

 

이진숙 의원은 5·18이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불편한 질문도 학술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더 이상의 토론은 필요 없다”는 태도가 5·18을 성역으로 강요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성역’이라는 말에는 묘한 기능이 있다. 누군가 5·18을 성역이라고 부르는 순간, 아직 논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배역이 정해진다. 기존의 연구와 조사 결과를 지키자는 사람은 금기를 떠받드는 사람이 되고, 그것을 공격하는 사람은 금기에 맞서는 용감한 사람이 된다. 논증을 시작하기도 전에 배역이 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연구가 금지돼 있었을까. 이영훈 대표 자신은 포럼에서 5·18에 관한 역사적 담론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장악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가 한쪽에 더 많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다른 쪽의 연구가 금지돼 있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그 사이를 채울 근거가 필요하다. 연구가 적었던 것과 연구를 못 하게 한 것은 다른 이야기지 않는가.

 

역사에 성역을 둘 이유는 없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다시 살피고, 틀린 사실이 드러나면 고치면 된다. 다만 연구의 문을 열어둔다는 말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그때마다 백지로 돌려놓자는 뜻까지 품지는 않는다.

 

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공동대표가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 주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6.8.13 연합

 

‘성역’과 ‘자학사관’

 

이런 논법에는 비교해볼 만한 선례가 있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논쟁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가해, 1980년 광주의 국가폭력은 역사적 맥락도 다르고 가해와 피해의 구조도 다르다. 여기서 비교하는 것은 사건의 크기나 성격보다 논쟁의 방식이다. 상당한 검증을 거친 가해의 역사를 다시 논쟁 가능한 상태로 돌려놓을 때 어떤 언어가 사용될까.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공식 자료에서 창립 계기 가운데 하나로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위안부’ 서술을 직접 거론한다.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는 ‘자학사관’을 배제하고 일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서술했다고 설명하며, 최근까지도 ‘자학사관’의 극복과 ‘긍지 있는 교과서’를 운동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자학사관’이라는 말에는 독특한 전환이 들어 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 전쟁 중의 가해를 얼마나 정확하게 기술했느냐는 질문이 뒤로 밀린다. 그 사실을 가르치는 일이 일본을 어떻게 보이게 만드느냐는 질문이 앞으로 나온다. 역사적 사실을 따지는 자리에 국가적 자긍심이라는 다른 척도가 들어오는 순간 질문 자체가 변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서 왜 우리를 나쁘게 말하는가로 옮겨가는 셈이다.

 

‘성역’과 ‘자학사관’은 뜻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논쟁에서 하는 일에는 닮은 구석이 있다. ‘성역’이라는 표현은 기존의 사실인정을 옹호하는 사람을 금기를 지키는 사람으로 만든다. ‘자학사관’이라는 표현은 가해의 역사를 기록하고 가르치는 사람을 자기 나라를 깎아내리는 사람으로 만든다. 사실을 반박하기 전에 그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자격부터 문제 삼는 방식이다.

 

물론 역사 해석은 계속 바뀐다. 역사학은 그렇게 발전해왔다. 새로운 문서가 발견되면 기존 해석을 바꾸고, 잘못 알려진 숫자가 있으면 바로잡고, 통설을 뒤집을 증거가 나오면 통설도 버린다.

 

역사학은 원래 수정된다. 그래서 역사 연구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수정과 부정적인 의미의 ‘역사수정주의’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료와 더 나은 해석, 더 설득력 있는 논증으로 기존 설명을 고치는 것은 역사학의 일상적인 작업이다.

 

여기서 문제 삼는 역사수정주의는 축적된 증거를 무시하거나 선택적으로 다루면서 정치적 목적에 맞춰 가해의 사실을 축소하고 다시 불확실한 문제로 돌려놓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스벤 잘러(Sven Saaler)는 현대 일본의 민족주의와 역사정치를 분석하면서 역사수정주의와 정치의 결합을 추적했다. 다케나카 아키코(竹中晶子)는 1995년 이후 일본의 아시아·태평양전쟁 기억에서 나타난 수정주의적 전환을 분석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수정 자체보다 그 근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일본 정부는 당시 일본군이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 위안부의 이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모집 과정에서는 많은 경우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회유와 강압 등을 통해 모집됐으며, 때로는 행정·군 관계자가 직접 모집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사죄와 반성도 표명했다. 이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역사 연구와 교육을 통해 기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뒤에도 역사정치는 계속됐다. 교과서와 ‘위안부’, 전쟁 책임을 둘러싼 수정주의적 운동은 이어졌다. 야마구치 도모미(山口智美)는 일본과 미국에서 벌어진 ‘위안부’를 둘러싼 ‘역사전쟁’을 연구하며 현대 일본 우익의 역사수정주의가 국경을 넘어 전개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여기서 역사부정의 조금 더 세련된 형태를 볼 수 있다. 언제나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이미 확인된 사실을 다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처럼 만들어놓는 방법도 있다. 이 글에서는 그것을 ‘재논쟁화’라고 부르겠다.

 

재논쟁화는 이미 논의된 문제를 다시 연구하는 행위 일반을 뜻하지 않는다. 기존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새로운 사료나 더 나은 해석과 논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의 재판과 국가 조사, 사료와 선행연구 가운데 자기 주장에 불리한 근거에는 충분히 답하지 않으면서 이미 상당한 검증을 거친 사실의 확정성만 계속 낮추는 방식이다.

 

모든 사실을 지울 필요도 없다. 일부는 인정해도 된다. 대신 “기존 통설이 편향돼 있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동안 질문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었다”고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흐려진다. 어느 순간 재판과 조사와 연구를 거쳐 확인된 사실도 여러 견해 가운데 하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물음표 자체에는 죄가 없다. 학문은 물음표로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새로운 자료가 있는가. 기존 자료를 더 잘 설명하는 해석이 있는가. 지금까지의 설명보다 설득력 있는 논증이 있는가.

 

다시 5·18로 돌아가 보자. 새로운 군 문서가 발견돼 발포 경위에 관한 기존 설명을 바꿀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가 기존 조사 결과의 일부를 뒤집을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자료를 새로운 관점에서 읽어 더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런 작업 없이 민주화운동이 ‘소요 사태’로 불리고, 이미 축적된 연구를 두고 ‘성역 때문에 질문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무엇을 새로 밝혔는가. 그리고 무엇을 다시 논쟁거리로 만들려 하는가.

한국 사회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가해를 축소하거나 흐리는 역사수정주의를 오래 비판해왔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의 국가폭력을 대할 때도 같은 판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역사수정주의를 바라볼 때 세운 기준과 우리 자신의 역사를 바라볼 때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서는 곤란하다.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은 책과 토론회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런 역사인식 논란을 거친 사람이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고, 다시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국가기관의 공간에서 행사를 열면 문제는 정치적 책임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그래서 이번 포럼의 주최자를 다시 보게 된다.

 

만 기자 = 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공동대표가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 주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6.8.13 연합

 

누가 그를 국회로 보냈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행사와 거리를 뒀다. 원내지도부는 개최 전에 이진숙 의원에게 취소를 요청했다. 행사 다음 날인 8월 14일에는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이 포럼 강행을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동의한 적이 있고 민주화운동 계승에 관한 입장도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이진숙 의원의 윤리위 회부 여부에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입장은 그대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질문도 더 정확해진다. 당이 포럼의 개최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보다 앞서 이진숙을 국회의원 후보로 선택했던 판단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진숙은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하거나 항쟁에 나선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SNS 게시물에 공감을 나타내 논란을 빚었다. 2024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좋아요 연좌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앞으로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고 답했다.

 

2026년 2월에는 5·18 사적지인 전일빌딩245에서 예정됐던 그의 강연을 광주시가 직권 취소했다. 광주시는 과거 5·18 관련 언행과 행사의 정치적 성격을 들어 조례상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석 달가량 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이진숙을 단수공천했다. 5월 4일 최고위원회는 공관위의 단수공천안을 최종 확정했다.

 

단수공천에는 당의 판단이 들어간다. 국민의힘이 이진숙의 5·18 역사관 때문에 공천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런 인과관계를 주장할 필요도 없다.

 

더 단순한 질문이면 충분하다. 과거의 역사인식 논란을 안고 있던 후보를 당이 단수공천하고 최고위원회가 확정했다. 석 달여 뒤 그 의원이 연 포럼을 같은 당 지도부가 사전에 만류했고, 행사 다음날에는 공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날짜만 놓고 보면 이렇다. 5월 1일, 이진숙의 단수공천이 이루어지고, 5월 4일,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공천이 확정되었다. 8월 13일, 그가 공동 주최한 국회 포럼에서 5·18을 ‘소요 사태’라고 부르는 발표와 5·18 문제를 고립과 분열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월 1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포럼 강행을 ‘부적절’하다고 공식 평가하고 재발 방지를 언급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제 5월의 공천 판단과 8월의 ‘부적절’ 판단 사이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당이 설명할 차례다. 행사는 의원 개인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공천은 당의 선택이었다. 둘을 함께 설명할 책임도 남는다.

 

예외가 원칙을 삼킬 때

 

5·18 특별법이 학문과 연구에 예외를 둔 것은 필요한 선택이었다.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하는 사회보다 불편하고 엉뚱한 주장까지 연구의 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사회가 낫다.

 

그래서 제8조 제2항은 중요하다. 법은 행사 이름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제1항이 정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제2항의 예술·학문, 연구·학설 등의 목적을 위한 경우인지가 법률상 쟁점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판단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재논쟁화’는 이 글에서 역사정치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특별법의 법률요건과는 별개다.

 

법원이 판단할 문제는 더 구체적이다. 어떤 발언이 제8조 제1항의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제2항의 예외가 적용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행사가 학문적으로 설득력 있는 연구였는지를 평가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좋은 연구와 합법적인 표현은 서로 다른 범주다. 엉터리 연구도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연구의 질을 심사해 발언 허가증을 발급하는 사회도 바라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포럼을 비판하는 가장 강한 방법은 질문 자체를 막는 데 있지 않다. 질문하게 두면 된다. 실제 발언이 특별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제8조 제2항의 예외가 적용되는지는 구체적인 법적 절차에서 가려질 문제다.

 

국회도 자기 공간을 어떤 기준으로 빌려줄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토론의 역사관과 정치적 내용을 사전에 심사해 허가 여부를 정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런 장치는 얼마든지 정치적 검열로 변할 수 있다.

 

누가 대관을 신청할 수 있는지, 국회나 국가기관의 공식 입장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어떻게 막을지, 안전과 시설 이용 목적을 어떤 절차로 판단할지 같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쪽이 낫다.

광장에서 하는 말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하는 말은 같은 말일까. 장소가 발언을 진실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공간은 행사에 일정한 공적 권위를 빌려준다. 그 권위를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빌려줄 것인가는 국회가 답할 문제다.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한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사진 속 원안을 중심으로 공중 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5·18기념재단

 

학문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5·18을 더 연구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연구하면 된다. 새로운 사료를 찾을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자료에 다른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기존 조사와 연구보다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을 수도 있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발포 책임자 등 일부 핵심 과제를 규명하지 못한 만큼 후속 연구의 여지도 실제로 남아 있다. 역사학은 그렇게 움직인다. 일본의 역사도 한국의 역사도 예외일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그런 작업 대신 새로운 이름만 나올 때다. 민주화운동에는 ‘소요 사태’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가폭력의 역사에는 ‘딥스테이트’라는 설명이 붙었다. 5·18 문제를 고립과 분열로 다루자는 정치적 주장도 같은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는 학문의 자유가 거론됐다. 법이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학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에는 다른 책임이 따라온다. 자료를 내놓고, 기존 연구와 씨름하고, 자기 주장에 불리한 근거에도 답하며 자신의 해석을 검증에 내놓겠다는 책임이다.

 

책임 없이도 말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굳이 학문이라고 불러줄 의무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법은 학문을 위해 작은 문 하나를 열어두었다. 그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문 위에 ‘학문’이라고 써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쪽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연구가 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학문이라는 이름에는 검증하겠다는 약속이 따라붙어야 한다. 그 약속이 빠지는 순간, 학문은 자유를 지키는 이름에서 누군가의 알리바이로 변한다.    < 정승호 기자 >

 

‘5·18 폄훼 토론’ 강행한 이진숙… “국힘 의원 전원 불참”

 

‘임을 위한 행진곡’ 조롱에 전두환 옹호까지 등장
이진숙 “5·18 성역? 우리 자유 구속, 유공자 공적 알려야”
“좌파는 첩의 자식” 주장까지… 5·18부상자회 항의에 몸싸움도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새역사국민운동은 8월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윤수현 기자

 

“5·18이 성역이 되는 게 바람직한가.”(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딥스테이트가 5·18 광주소요 사태를 계기로 형성됐다.”(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공동대표)
“호남을 대외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주동식 자유주의작가회의 공동의장)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도서관에 5·18민주화운동 폄훼와 전두환씨 옹호 발언을 불러왔다. “광주는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단체 새역사국민운동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이어졌으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강경 진압을 거부한 군인과 경찰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계엄군 진압의 최종 책임자 전두환씨에 대한 옹호 발언도 쏟아졌다. 약 200석의 국회도서관 대강당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새역사국민운동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을 개최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만류에도 행사를 강행했다. 손수조 미디어대변인·장성호 서울 구로을 당협위원장, 이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의힘 미디어위원회의 일부 위원만 행사에 참석했다.

 

이진숙 의원은 축사에서 “5·18이 성역이 되는 게 자유대한민국에서 바람직한 일인가. 성역으로 규정되면 말이나 행동을 금하는 게 많아지면 우리 자유는 구속된다”며 “5·18 유공자 명단과 관련해, 유공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적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는 보수 세력이 가장 많이 내놓는 주장 중 하나이며, 5‧18민주유공자 명단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새역사국민운동은 8월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윤수현 기자

 

토론회를 주최한 새역사국민운동의 이영훈 공동대표는 개최사에서 “우린 5·18 북한군 개입설을 믿지 않는다”며 무분별한 역사왜곡 주장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강연에선 전두환씨에 대한 찬양과 5·18민주화운동 역사왜곡 주장이 이어졌다. 이영훈 대표는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사건을 보면 딥스테이트(Deep State,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권력 집단)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한국적 의미의 딥스테이트가 형성된 결정적 계기는 46년 전 있었던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소요 사태”라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이진숙 의원 말고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어도 두세 명은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겠다고 한 분이 있었지만 다 취소하는 연락을 받았다”며 “약 20개 매체에서 ‘이진숙 의원이 광주를 모독하는, 부정하는 어둠의 세력을 국회로 끌어들인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 뉴스를 보고 약속을 취소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강연에서 박정희·전두환 옹호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파가 아니었으며, 자주국방을 외친 근대화 혁명가였다”고 했고, 관중들은 박수 세례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78년 대한민국 역사에 주류가 있다면 1단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과 호국의 역사다. 2단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국의 역사이며, 3단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국과 민주정치 연착륙”이라며 “통행금지, 해외여행 금지는 모두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해제했고, 7년 단임제 약속도 지켰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조롱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일부를 재생한 뒤 “가사에 ‘산 자여 따르라’는 부분이 있는데, 어디로 따라가나. 어디로 따라갈지도 모르는데 따르라고 한다”며 “이런 정체불명의 노래는 안 된다”고 했다.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는 5·18민주화운동 강경 진압을 거부한 정웅 당시 31사단장, 공수여단의 발포 허용 요청을 거부하고 강경 진압을 중지할 것을 지시한 전교사령관,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온건 대처를 주문한 안병하 전라남도경찰국장을 “5·18 광주 사건을 악화시킨 3인방”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이 초동대처를 잘 했다면 5·18민주화운동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동식 자유주의작가회의 공동의장은 “대한민국에 정통 주인은 이승만 그리고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맥락이다. 비유를 하자면 좌파들은 첩의 자식들”이라며 “호남 5.18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대외적으로는 고립시켜야 된다. 내부적으로는 분열을 시켜야 된다”고 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8월13일 개최한 ‘5·18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전두환씨 옹호 발언이 이어지자 청중 간 몸싸움이 불거졌고, 이진숙 의원이 이를 말리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행사 중 전두환씨 옹호 발언이 이어지자 관중석에서 “살인마 전두환”이라는 항의가 나왔고, 이에 보수성향 관중들이 “빨갱이” 등 욕설과 고성을 내지르면서 10분간 장내 소란이 불거졌다. 양측의 몸싸움까지 불거졌고, 국회 방호과 직원들과 경찰도 출동했다.

 

이진숙 의원은 “이런 사태로 행사를 중단하게 하는 게 특정 세력의 목표”라며 항의하는 이들을 ‘특정 세력’으로 규정했는데, 이들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이었다. 현장에 있던 황인곤 부상자회 서울지부 사무국장도 미디어오늘에 “5·18민주화운동이 불거진 지 46년이 지났는데,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우리를 물고 늘어지려 하는가”라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한번 들어보기 위해 왔는데, 이런 행사를 개최한 것 자체가 비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새역사국민운동이 8월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민주당 전남광주지역구 의원들이 행사장 앞에서 “5·18 왜곡폄훼 이진숙은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사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윤수현 기자

 

전남광주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행사장을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5·18 역사 날조 방조 국민의힘 규탄”, “5·18 왜곡·폄훼 이진숙은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의원 제명을 요구했다. 박균택 의원은 “우리는 민주주의 자산인 5·18민주화운동을 지키고, 내란범들을 옹호하며 반민주적 행태를 보인 이진숙 의원의 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도서관을 사용할 수 없는 행사임에도 사용하도록 방치한 국회도서관장의 해임을 촉구한다”고 했다.                     < 윤수한 기자 >

 

광주를 조롱하는 이진숙의 '5·18 소품극'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국회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공적 공간이다. 극우적 역사 왜곡에 배양토가 되거나,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한 혐오와 선동의 장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헌정사가 감당해야 했던 가장 큰 고통이자, 피로 지켜낸 민주주의의 뼈대다. 여야를 막론하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그 역사적 정당성과 민주적 가치를 헌법으로 공인하려는 노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록 전반기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5·18이 일궈낸 민주주의의 가치는 결코 정치적 합의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이진숙 의원의 행보는 5·18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상식과 공동체의 윤리마저 가차 없이 내팽개치고 있다. 그는 이전 광주를 찾아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 앞에서 고개 숙이기는커녕 갈등을 키우더니, 급기야 이번에는 ‘새역사국민운동’이라는 극우 단체를 국회로 불러들여 5·18을 폄훼하는 난장을 주도하고 있다.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는 패륜적 망언이 국회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지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이것을 단순한 무지나 개인의 소신으로 치부하는 일은 너무 비겁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역사의 진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려던 공동체의 노력이 좌절된 틈을 타, 이 의원이 오히려 그 균열을 정치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이라는 법적 경고가 엄존함에도,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방패 삼아 극우 세력의 입을 빌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라면, 역사적 정의와 국민적 통합쯤은 얼마든지 제물로 바쳐도 된다는 식의 정치라면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퇴행이다. 5·18을 둘러싼 역사의 진실을 다시 갈등의 도구로 끌어내는 순간, 정치가 무너뜨리는 것은 과거의 합의만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이 어렵게 쌓아온 공동체의 신뢰까지 함께 무너진다.

 

더 큰 문제는 이 의원의 무리수가 단지 한 정치인의 일탈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내 극우 세력의 맹종을 단호히 끊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정치적 힘에 기대는 나약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이런 일탈을 키우는 토양이 되고 있다. 공공의 이익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제1야당 지도부가 극우 세력의 확산을 외면하고 방조하는 사이, 당은 어느새 역사의 퇴행을 품어주는 피난처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공적 공간이다. 극우적 역사 왜곡에 배양토가 되거나,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한 혐오와 선동의 장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역사의 진실에 눈을 감고 헌정 질서를 조롱하는 이들이 공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지도부가 이를 묵인한 채 극우의 그늘에 기대는 일을 방치한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걷잡을 수 없는 퇴행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진숙 의원의 무모한 정치적 각개전투도, 이를 방조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비겁한 침묵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5·18을 다시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으로 끌어내려는 행위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아쉬울 때만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헌법 전문 수록에 찬동하는 척만 하며, 5·18을 더 이상 정략적 소품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 홍순구 시민기자 > 

 

민주 “이진숙 제명 촉구 결의안 낼 것…국회를 5·18 폄훼의 장으로 전락시켜”

 

국힘당에도 제명 촉구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참석 의원들이 13일 국회 로텐다홀 계단에서 열린 ‘민생입법 방해, 5·18 역사 왜곡 국민의힘 규탄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도서관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자유민주 관점에서 보는 학술포럼’을 강행한 데 대해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연 ‘민생입법 방해, 5·18 역사왜곡 국민의힘 규탄대회’에서 “국회를 5·18 민주화 운동 폄훼의 장으로 전락시키려는 천박하고 저열한 시도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 보수를 떠나 일말의 인간성이라도 있다면 5·18을 폄훼하고 장난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에게 행사를 취소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의원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진숙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민주당은 즉각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박균택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던 과거 약속이 진심이라면, 윤석열 내란 세력과 절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진숙 의원과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의원을 당장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의원과 함께 해당 행사를 주최한 새역사국민운동은 뉴라이트 인사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곳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국가 폭력이 기획한 학살이라 정의함은 온당하지 않다”거나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다시 한번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 주장하는 단체다.                          < 고경주 기자 >

 

이진숙, '새역사국민운동'과 반역사적 학술 포럼 

 

"광주가 나라 분열시킨다"
"광주,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 세력의 소굴" 
"5·18은 사태…이승만·박정희 독재 마땅"
민주당 "처참한 역사인식, 저급한 선동"

 

진보당 "참담하다…국회 포럼 용납 안돼"
전종덕 "5·18 정신 헌법 전문에 새겨야"
이진숙, 5·18 비하 글 '좋아요' 누르기도
배재고 탱크데이 사태 땐 응원 화환 보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4년 7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25 연합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등 역사 인식으로 논란을 빚어온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국회에서 '5·18운동을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자'는 공개포럼을 연다. 해당 포럼은 "광주의 젊은이들은 어릴 적부터 반국가의 상징에 둘러싸인 채 반국가의 정치와 역사를 교육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와 함께 주최한다.

 

이 의원은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으로 '자유민주 관점 5·18 학술 포럼'을 주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새역사국민운동은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다시 한번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고 규정하는 단체로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은 정당하다" "자유 대만의 수호를 위해 (한국이) 국제전쟁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이 의원이 해당 포럼을 주최한다는 소식에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이진숙 의원이) 국회 들어오자마자 국회 한복판에서 역사 왜곡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역사에 대한 만행이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해철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을 향해 "국회를 극우 역사관의 무대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역사 왜곡 세력에게 국회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해당 단체는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부르고, 광주가 '반문명·반근대 민중·민족주의 세력'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미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증명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국가폭력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주장이 '학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는 역사왜곡일 뿐"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 의원의 5·18 관련 논란은 처음도 아니"라면서 "과거 5·18을 비하하는 글에 '좋아요'를 눌러 문제가 됐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는 '5·18단체는 이권단체'라는 제목의 영상도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5·18을 둘러싼 논란이 일 때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비판받아 왔다"면서 "이번 포럼 개최 역시 이러한 처참한 역사 인식과 저급한 왜곡 선동의 행보를 이어가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토론회 포스터. 2026.08.12. 국회 홈페이지

 

진보당도 "5·18 광주항쟁 부정하는 반역사적 토론회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혜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충격적이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하다"며 "반역사적·반사회적 인식을 가진 단체가 5·18 광주항쟁의 정신을 훼손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 대표가 토론에 참여하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토론회 참여자의 면면도 한심하기 그지없다"면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김용삼 씨는 새역사국민운동 대표인 이영훈 씨와 함께 '반일종족주의'를 발간하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해온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5월 광주에 많은 빚을 졌다"며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는 군사독재에 맞서 피로 항거한 시민들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숭고한 민중의 투쟁을 폄훼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진숙 의원은 즉각 토론회 개최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번 토론회를 이진숙 의원 개인의 행사로 치부하지 말라"면서 "토론회가 중단되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4.7.31 연합

 

진보당 전종덕 의원도 성명을 내고 "5·18 민중항쟁을 모독하는 반역사적 망동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민주주의의 숭고한 전당인 국회가 또다시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과 혐오 선동장으로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분노와 참담함을 넘어 대한민국 헌정사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민주주의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사적 망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진숙 의원이 국회 안으로 불러들인 '새역사국민운동'은,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궤변을 서슴지 않는 세력"이라면서 "국가 폭력에 의한 참혹한 학살을 한낱 '우연의 겹침'으로 치부하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군부 독재 정권의 폭정을 미화·찬양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진숙 의원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들먹이며 뒤로는 극우 망언의 판을 깔아주는 비열한 물타기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역사적 학술 포럼을 즉각 취소하고, 5·18 영령들과 광주시민, 그리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질타했다.

 

이어 "5·18 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5·18을 모독하고 왜곡하는 반역사적 망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5·18은 더 이상 극우세력의 역사왜곡과 정치적 폄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온전히 새겨 역사왜곡 세력의 망동을 원천 차단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으로 광주의 진실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했다.

 

이진숙의 반복된 극우 역사관

 

이 의원의 역사 인식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윤석열 정권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과거 5·18을 '폭도들의 선동'이라고 주장한 글에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해당 글은 2023년 6월 2일 이 의원의 SNS에 달린 댓글로 "무고한 시민들조차 폭도들의 선동선전에 의하여 사망자가 속출하게 된 비극의 날" "홍어족(광주 시민을 혐오하는 표현)들에게 유리한 해석으로 광주사태를 악용하므로 애꿎은 전두환 대통령만 희생양으로 발목을 잡아"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진숙 의원이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에 달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혐오하는 표현이 적힌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2026.08.12. 이진숙 페이스북 갈무리

 

이 의원은 이 문제로 2024년 7월 방통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적을 받으면서도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좋아요 연좌제' '지인 연좌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표시를 하는 것에 조금 더,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고 되레 비꼬았다. 이에 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손가락 운동에 신경을 쓰겠다는 (말은) 명백한 조롱"이라며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이 의원은 사과를 거부했다.

 

이후 MBC 선배 기자인 민주당 정동영 의원(현 통일부 장관)이 "5·18 희생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며 "5·18 희생의 무게가 손가락 운동만큼의 무게냐"고 따져묻자, 그제야 이 의원은 "그 용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 인식도 문제가 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후보자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냐"고 묻자, 이 의원은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아 논란이 됐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지난해 8월 20일 국회 과방위에서 인사청문회 당시 이 의원의 위안부 관련 답변 태도에 대해 "종군기자 출신이 종군위안부 강제성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 자체가 본인의 정체성과 관련해 본인 경험과 삶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며 맹비난한 바 있다.

 

이 의원의 역사 인식 문제는 국회의원 당선 뒤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5일 이 의원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내용을 담은 혐오 발언을 응원가로 불러 문제를 일으킨 배재고등학교에 응원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응원 화한 리본에는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냐" "배제고 학생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는 지난달 6일 논평을 내고 "배재고 학교장과 총동창회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5·18 묘역 참배를 통해 성숙하게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마당에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전도된 가치관, 저급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 의원을 강력 규탄했다.

 

이진숙 의원이 지난 7월 5일 서울 배재고에 화환을 보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이다. 2026.08.12. 이진숙 페이스북 갈무리

 

반복된 역사 인식 논란으로 이 의원은 광주에서 강연을 하려다가 취소된 일도 있었다. 지난 2월 8일 이 의원은 5·18 사적지인 광주 전일빌딩에서 강연을 계획했지만, 광주시는 정치적 목적의 시설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에 따라 대관을 취소했다. 당시 광주전남 촛불행동은 "5·18 사적지에서 5·18을 모욕하는 극우인사의 강연은 안될 말"이라고 항의했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전남도청 정면에 위치했던 건물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있는 곳이다. 무려 245발의 흔적이 발견돼 건물 이름 자체가 '전일빌딩 245'로 바뀌었다.

                                                                                                             < 김시몬 기자 >

 

 

 

 

 

 

8·17 민주당 전당대회 앞두고 연서명 성명

 

'친민 없는 민주당, 빛의 혁명 욕되게 말라'
시민의 기대, 또 하나의 권력정당이 아니다
'친민' 외의 '친O'은 거짓이고 위선이며 기만

 

'뉴이재명', 계파가 아니라 정책으로 답해야
내란 극복 공로가 정치적 면허가 될 수 없다
민주당의 미래는 정책 경쟁에 달려 있다

 

개신교계 인사 360명이 오는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을 향해 공개적인 경고와 당부를 담은 연서명 성명을 11일 발표했다. 빛의 혁명 성취를 염원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은 내란 정국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힘을 민주당이 잊어서는 안 된다며, 당권 경쟁과 계파 갈등에 매몰돼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것은 “또 다른 내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의 핵심은 ‘친민(親民)’이다. 성명은 민주당 내부에서 거론되는 ‘친명’, ‘친청’, ‘친석’ 등을 두고 “권력을 향한 맹목적 줄서기일 뿐, 정작 민중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친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특정 정치인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시민에 대한 책임과 정책이 민주당 정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성명은 단순히 전당대회 후보들을 비판하는 글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금의 정치적 위치에 오기까지 누구의 힘이 있었는지, 그리고 권력의 최종적인 주인이 누구인지를 되묻는 시민사회의 경고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KBC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양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 2026.8.10 연합

 

시민이 기대했던 것은 ‘또 하나의 권력정당’이 아니다

 

성명은 “그날 이후 우리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그들’, 국힘당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 믿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내란 정국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치세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시민들이 기대한 것은 정권교체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과거의 낡은 정치문화를 극복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민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성명의 문제의식이다. 정책과 비전보다 계파와 충성도를 둘러싼 공방이 앞서고, 상대 후보의 과거와 실언을 공격하는 데 정치적 에너지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은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산(선)다는 생각을 거두십시오”라고 호소한다. 정치인의 과거와 발언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검증이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특히 자신의 허물은 감춘 채 상대의 실수만 공격한다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성명은 후보들을 향해 “여러분 모두 예외 없이 허물 많은 정치인”이라며 “자신의 실책과 거짓을 솔직히 인정하십시오”라고 요구한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이미지가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용기다.

 

‘친명’보다 ‘친민’이어야 한다

 

성명이 제시한 ‘친민’은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친○○’라는 표현이 정치적 계파와 충성도를 의미하는 한국 정치에서 특정 지도자와의 거리가 정치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현상은 오래된 문제다. 성명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친민(親民)’이면 족합니다. 그것 외의 다른 ‘친(親)’은 거짓이고 위선이며 자기기만입니다.”

 

정치인이 누구에게 가까운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책임지는지를 기준으로 정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파정치가 강해지면 정책보다 사람이 앞선다. 지도자의 생각과 다른 의견은 배신으로 간주되고 내부 토론은 위축된다. 정당이 시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권력경쟁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될 위험도 커진다.

 

민주당이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1인 1표제라는 제도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 계파가 아니라 당원과 시민의 뜻이 당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뉴이재명’ 논쟁, 계파가 아니라 정책으로 답해야

 

성명은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등장한 ‘뉴이재명’ 논쟁에도 우려를 나타낸다. 이를 과거 보수정당의 ‘찐박’, ‘찐윤’과 비교하며 특정 지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충성 그룹이 만들어지는 정치문화를 경계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뉴이재명’이라는 세력이 실제 존재하느냐보다 이 논쟁을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건강한 토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이다.

 

이재명 정부가 중도 실용주의를 선택한 것은 정치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고, 내란 이후에도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이유가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설명이 부족하면 의문이 생기고, 그 틈에서 계파적 해석과 불신이 커진다. 따라서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친명’과 ‘반명’의 대립이 아니라 정책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정치문화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조직이 아니다. 잘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되 잘못된 부분은 비판하고 수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을 진정으로 돕는 길도 여기에 있다. 유시민의 정치평론을 둘러싼 논쟁 역시 그 자체보다 민주당이 불편한 비판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내부의 비판을 당의 발전을 위한 토론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로 볼 필요가 있다. 성명이 말한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뺄셈이 아닌 덧셈이 필요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미래는 자기편을 얼마나 단단하게 묶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시민을 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9일 강원도 횡성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호·임미애·최민희·김용·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 후보, 김민석 당 대표 후보,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정청래·송영길 당 대표 후보, 한민수·이성윤 최고위원 후보. 2026.8.9 연합

 

‘내란 극복’의 공로가 정치적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성명에서 가장 강한 경고는 “내란 극복의 주역이라는 오만을 버리십시오”라는 문장이다. 민주당이 내란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체를 정치권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있었고, 자신의 시간과 일상을 희생하며 민주주의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정치권은 시민의 힘을 제도정치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성과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공로로 독점해서는 안 된다. 시민이 권력의 출발점이라면 정치인은 시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선거에서도 자동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시민들은 정치인의 과거 공로뿐 아니라 권력을 얻은 뒤 어떤 정치를 했는지를 평가한다. 성명이 “제3의 위치에서 어부지리를 노리지 말고 오직 정책만으로 승부하십시오”라고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의 미래는 정책 경쟁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는 계파의 이름으로 해결할 수 없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 다극화하는 국제질서,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일자리와 주거, 지방소멸,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 전당대회가 이런 문제보다 후보 간 인신공격과 계파 논쟁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면 시민들의 실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성명은 “다극화 시대, AI 생태계 선점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과거 민주화 경력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미래의 정책능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정치인에게 묻는 것은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보다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이냐에 가깝다. 따라서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경쟁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정치적 흠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해법이어야 한다.

 

AI 시대의 산업전략,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지역소멸, 복지와 성장의 균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친민’ 역시 이 지점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시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친민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개선할 정책을 만들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친민이다.

 

“기대 저버리면 또 다른 내란”… 민주당이 귀 기울여야

 

성명이 민주당에 던지는 가장 무거운 메시지는 마지막 부분이다.

 

“아직 이재명 정부와의 끈을 놓지 않은 시민 다수는 다음 정권이 민주당으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또 다른 내란’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명심해야 합니다.”

 

‘또 다른 내란’이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의 내란이라기보다 시민들이 어렵게 지켜낸 민주주의의 성과를 정치권 스스로 훼손하는 상황을 경고하는 강한 비유로 읽힌다. 시민들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충성이 아니다. 잘못하면 비판할 수 있는 정당,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정당,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 정당, 시민의 삶을 정책의 중심에 놓는 정당이다.

 

그렇다면 8·17 전당대회의 진정한 승자는 특정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여야 한다. 광복절 이틀 뒤 열리는 전당대회라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 광복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걸고 자유를 쟁취한 역사였다. 민주주의 역시 정치인이 시민에게 내려주는 선물이 아니다. 시민이 주인이고 정치권력은 시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가장 가까이해야 할 대상은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 ‘친명’도, ‘친청’도, ‘친석’도 민주당의 궁극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친민’이면 족하다.

 

개신교 360인의 연서명은 민주당을 버리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이 제대로 서기를 바라기 때문에 보내는 경고다. 잘할 때 지지하고 잘못할 때 비판하겠다는 책임 있는 지지의 표현이다. 민주당이 이 목소리를 불편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시민의 경고를 놓치게 된다. 반대로 쓴소리를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로 받아들인다면 전당대회는 분열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계파보다 시민, 사람보다 정책, 충성보다 책임이다. 8월 17일 전당대회가 누가 누구를 이기는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시민 앞에 더 겸손한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누가 더 좋은 정책을 갖고 있는지, 누가 더 넓은 민주당을 만들 수 있는지, 누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비판과 지지를 함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이 과거의 정당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 ‘빛의 혁명’을 말했던 시민들의 기대를 정치적 전리품으로 만들지 않는 길이다.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경쟁자의 공격이 아니라 시민의 실망이다.

 

민주당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당내 경쟁자가 아니라 시민의 마음이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친명’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친민’의 정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것이 8·17 전당대회를 앞둔 개신교 360인의 연서명이 민주당에 던지는 가장 절박한 질문이다.


- 8·17 민주당 전당대회가 모두가 승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그날 이후 우리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그들’, 국힘당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 믿었습니다. 죽음의 강을 함께 건넜고 내란 가담자들의 단죄 과정을 지켜봤으며, 그 모든 과정이 오롯이 시민과 민중의 힘에 힘입었다는 것을 알고 감사한 당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뭇 오류를 바로잡고 미래로 향하는 정치를 원했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불거진 당권투쟁은 시민들에게 ‘이전’보다 못하며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절망감을 안겼습니다. 정치판에서 들리는 ‘친명’, ‘친청’, ‘친석’이라는 굉음은 권력을 향한 맹목적 줄서기일 뿐, 정작 민중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친민(親民)’은 없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민주당의 권력이 시간과 생명을 바친 민중들 희생에서 비롯한 것을 잊은 처사입니다.

 

내란 정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은 압승하지 못했습니다. 빛의 혁명과 맞서려는 힘들이 곳곳에서 저항한 까닭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중도 실용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이 부족했고, 이해가 어려웠기 때문에 의심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이 틈새에서 과거 ‘찐박’, ‘찐윤’과 견줄 ‘뉴이재명’ 세력이 출현했고, 유시민의 정치평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뺄셈이 아닌 덧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어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 앞날을 위해 건강한 토론이 생성될 기회였으나 불행히도 당 대표 선출과 맞물리며 당은 분열로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 진영 유튜버들마저 가세한 소모적인 여론전은 참담할 뿐입니다. 권력만을 쫒는 불나방 같은 민주당, ‘민(民)’을 배반한 그에게 ‘다음’ 기회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독립을 기념하는 8·15 광복절, 바로 이틀 뒤 전당대회가 열립니다. 독립이란 스스로 서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오롯이 ‘민’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이 우뚝 설 때 광복절의 참뜻이 빛날 수 있습니다. 정치판에서 ‘친명’, ‘친청’, ‘친석’이란 말이 사라져야 할 이유입니다. ‘친민(親民)’이면 족합니다. 그것 외의 다른 ‘친(親)’은 거짓이고 위선이며 자기기만입니다. ‘친민’을 ‘씨ᄋᆞᆯ 어뵘’이라 풀어낸 기독교 사상가가 있습니다. ‘민중을 어버이처럼 섬기라’라는 말입니다. ‘민’ 외 다른 것과 ‘친’하려는 정치는 부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채택한 1인 1표제는 계파정치를 않겠다는 선언이 아닙니까? 나라를 살리고 성공한 대통령 만드는 길도 오직 ‘친민’에 달려 있습니다.

 

곧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 민주당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고언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후보들 간 난무하는 독설과 과장, 때론 거짓은 민주당을 죽이는 암세포와 같습니다. 당의 미래를 위한 축제에서 당을 해치는 망발이 넘치고 있으니 어찌 된 일입니까?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산(선)다는 생각을 거두십시오. 자신과 당, 대통령, 나아가 나라를 망치는 길입니다. 상대의 과거를 소환하여 그의 오늘을 부정하지 마십시오. 상대의 실언조차 수용할 때 비로소 시민의 마음이 열립니다. 여러분 모두 예외 없이 허물 많은 정치인 아닙니까? 자신의 실책과 거짓을 솔직히 인정하십시오.

 

거짓이 거짓을 부르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나설 자격이 있습니다. 내란 극복의 주역이라는 오만을 버리십시오. 그것으로 현실을 오판해서는 안 됩니다. 제3의 위치에서 어부지리를 노리지 말고 오직 정책만으로 승부하십시오. 다극화 시대, AI 생태계 선점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습니까? 미래를 이끌만한 정책과 혜안이 있는지 성찰이 우선입니다. 과거 민주화 경력만으로 오늘을 이끌 수 없다고 젊은 세대들이 소리치고 있습니다. 친명을 사칭하지 말고 시민 앞에 정직하게 홀로 서십시오. 그때 비로소 시민들이 여러분 곁에 머물 것입니다.

 

전당대회를 축제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습니다. 광복절에 잇대어 마주할 전당대회에서 ‘과거’와 다르고 ‘그들’과 변별되는 이유를 증명하십시오. 그것이 빛의 혁명을 외치며 거리서 노숙한 ‘민(民)’에 대한 사랑이고 보상입니다. 되돌아올 다리를 파괴할 만큼 어리석은 정치판을 만들지 마십시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며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오. 아직 이재명 정부와의 끈을 놓지 않은 시민 다수는 다음 정권이 민주당으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또 다른 내란’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민주당이 빛의 혁명, '민'의 기대를 성취할 수 있도록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비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26년 8월 11일

빛의 혁명 성취를 염원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감용우 강문주(류성) 강민성 강성열 강연실 강영수 강원구 강은숙 강현미 강현숙 고경수 고영록 고정애 공인웅 권우칠 권중혁 권해형 권혁건 금희철 김강수 김경희 김광동 김권하 김귀복 김규호 김기선 김기원 김동욱 김동희 김명현 김문곤 김미선 김민전 김민주 김민철 김민혁 김병수 김병수 김봉은 김상영 김상은 김선우 김선주 김성복 김성주 김세정 김수진 김숙이 김아영 김양원 김양현 김연국 김영수 김영호 김영호 김영화 김용진 김우진 김유철 김윤 김윤규 김은곤 김은신 김은옥 김은환 김의종 김익배 김인실 김자옥 김정곤 김정숙 김정택 김정택 김정희 김조년 김종수 김종운 김종화 김주숙 김주용 김준 김지현 김철동 김철용 김태인 김태현 김태환 김판수 김하범 김현수 김현철 김현호 김형국 김혜선 김혜숙 김홍섭 김효식 김희수 나핵집 남기업 남부원 남영숙 노덕호 노영신 노창식 당병선 도윤수 도인호 류재복 류재성 맹완재 문선경 민돈후 민열기 박구연 박규용 박기주 박미경(커숲) 박미라 박병상 박병옥 박상문 박상필 박선희 박성규 박성호 박성훈 박순종 박승남 박신호 박영옥 박영주 박용준 박인환 박정규 박정우 박정인 박종길 박종만 박주석 박준우 박지훈 박진 박진규 박철 박현경 박현홍 방인성 방현섭 백영민 변세종 서덕석 서동욱 서선희 서수미 서장훈 서해성 석태문 설주일 성명옥 성우경 손성원 손은실 손은정 손인수 송은섭 신동렬 신동완 신민주 신선 신연식 신영욱 신은철 신익상 신현희 심선우 심형섭 안성용 안중덕 안하원 안홍택 양재성 양재순 양희창 엄강용 엄상현 여광범 여상범 오서아 오용균 오용식 우규성 우성구 우은정 유금영 유병철 유원영 유재무 유재신 유진국 윤미선 윤병민 윤병희 윤성환 윤여군 윤읏자 윤인중 윤종오 윤치상 윤태일 이강준 이강희 이경덕 이경준 이권명희 이규원 이극래 이남훈 이남희 이동순 이매우 이맹영 이명숙 이문수 이문우 이미일 이병진 이보람 이상길 이상미 이상점 이상진 이상훈 이서휴 이선근 이선호 이섭 이성우 이송우 이순태 이승민 이승완 이영대 이영우 이원희 이은선 이정림 이정배 이정아 이종삼 이중철 이진 이진익 이천우 이철우 이태헌 이택규 이택민 이필완 이한구 이혁 이현기 이형호 이혜경 이혜선 이혜숙 이홍정 이화랑 이회식 이훈 이희환 임대식 임덕진 임병구 임연일 임재항 임홍연 장병기 장석근 장성진 장수연 장영호 장운석 장지숙 장현영 전병생 전상규 전성실 전재범 전종호 정금교 정명성 정민철 정성임 정세일 정숙자 정영주 정원준 정의석 정재동 정종훈 정주일 정준일 정준택 정지은 정태식 정태효 정형주 정호성 정희영 조경철 조규백 조성혜 조신광 조용래 조재형 조진희 조헌정 조현태 지만재 채규방 채수일 채은실 최덕기 최만자 최병학 최성은 최성진 최우혁 최은주 최의팔 최인규 최인석 최장원 최혜자 최희성 하동오 하성주 하은규 하중조 하태용 한국염 한닥균 한명준 한봉철 한석문 한선미 한신 한주희 한현실 현순호 홍덕진 홍만조 홍명자 홍영이 홍인유 홍인태 황명열 황치빈 황현수 (총 360명)

                                                                                  < 박철 기자 >

전당대회 끝난다고 과연…당권주자들 "화합에 최선"

 
 

사생결단 경선에 민주당 지지층도 분열 극심
당대표 후보들 경각심 표출…봉합될진 미지수
정청래 "통 크게 정치했고 김민석 품어 안겠다"
"당선 안 돼도 수용…화합 위해 모든 노력할 것"

 

김민석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통합 노력 당연"
"이재명-문재인 청와대 회동, 내가 총리 때 건의"
송영길 "당선자가 포용, 통합해가야…저도 승복"
한병도, 공개 최고위 안 열기로…충돌 노출 차단

 

9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후보, 정청래 후보,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민석 후보. 2026.8.9. 연합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종반전에 돌입한 가운데 당대표 후보들이 저마다 '전당대회 이후 당내 화합 조치'를 천명하고 나섰다. 경선이 사생결단식으로 치달으면서 당원들을 비롯한 일반 지지층까지 극심하게 분열된 채 상대 후보를 악마화하고 수십 년 전 언행까지 '파묘'하는 행태가 지속되자 본격적으로 경각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보들의 다짐은 아직 말뿐이고 지지자들의 적대적 감정과 상처는 곯을 대로 곯은 상태여서 전당대회가 끝난다고 단기간에 단일대오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청래 후보는 1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되면 김민석 후보와 관계를 복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김민석을 지지하는 당원들, 정청래를 지지하는 당원들, 이 당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저는 그렇게 쪼잔하지 않다. 통 크게 정치를 해왔고 사적인 감정에 빠지지도 않았다. 제가 선당후사, 대승적 차원에서 김민석 의원을 품어 안겠다"고 답했다.

 

'당대표가 안 돼도 똑같이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당대표가 안 되는 것도 당원들이 선택하고 결정한 문제이기 때문에 겸허히 수용할 것이고 당내 화합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선거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문제는 당을 향한, 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단심,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민주당 깃발을 들고 개혁하고 또 개혁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대표가 안 된다면, 당대표가 되신 분들이 내걸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이 있지 않느냐"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최선의 협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신천지 의혹 제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당대표가 된다면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당선될 경우 직권으로 김민석 후보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하고, 감찰 결과 신천지 관련 의혹 제기에 근거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김 후보를 윤리심판원에 곧바로 제소해 징계 조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KBC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양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 2026.8.10 연합
 

앞서 김민석 후보도 당대표가 되면 전당대회 직후부터 민주당 모든 지지자들의 대화합을 위해 진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선거 결과 또는 투표율, 득표율의 양상과 상관없이 통합을 위한 노력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고 또 될 거라고 본다. 저는 경선 때 있었던 여러 가지 앙금을 털고 이제 내부의 화합과 미래의 대연대로 가자는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주말부터 메시지의 기조를 아주 실용적으로, 상대 이야기를 주로 안 하는 쪽으로 바꿨다"며 "원칙적으로도 그렇고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당연히 전체 화합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만약 당선된다면 8월 18일에 우리 당의 방향을 결정 짓는 기구들을 여섯 가지 발표하고 싶다"면서 그중에는 당의 통합, 화합과 연대에 관한 기구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그냥 '화합합시다' '화합합시다'라는 말로도 되겠지만 정무적인 노력도 하고 제도적으로도 하고 체계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 사례를 언급했다.

 

김 후보는 "두 분의 청와대 만남은 사실 제가 (국무총리 시절) 마지막 드렸던 건의 중 하나다. 정 후보께서 말씀하시는 소위 4통(네 명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그 지지 그룹이 사실 김대중 지지가 노무현 지지고, 노무현 지지가 문재인 지지고, 문재인 지지가 이재명 지지고, 그게 당의 '코어' 아닌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런 부분을 잘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날 헤리티크 제주와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각각 열린 제주·인천 합동연설회에서도 "당 대표가 되면 당의 모든 경선 갈등을 완전히 '제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확실하게 시작하겠다"며 "조국혁신당과의 상생·화합·협력 논의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정 후보는 "지금까지 갈등을 조장하고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몰아넣었던 김 후보가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는데, 11일 뉴스공장 인터뷰에선 화합에 좀 더 주안점을 뒀다.

 

송영길 후보 역시 10일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선된 사람이 포용해서 통합을 시켜 나가야 한다"며 "저도 마찬가지다. 승복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모든 통합은 공정한 당무 운영과, 또 총선 때는 공천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그런 부분을 투명하게, 공정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후보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만약 당대표가 된 뒤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함께 들어온다면 당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전당대회 때는 원래 치열하게 노선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경선이 끝나면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며 "경선 후유증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도 그랬다. 민주당의 DNA는 전당대회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결정되면 승복하고 하나로 통합된다. 이 부분을 잘 고려해 통합 지도부를 이끌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1. 연합

 

한편 민주당은 통상 매주 3회, 월·수·금요일에 열던 공개 최고위원회의를 8·17 전당대회 전까지 개최하지 않고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고위 회의 석상에서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을 통해 최고위원들이 계파로 나뉘어 상대측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을 더 이상 노출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월요일인 10일에 이어 11일에도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가 연속 열렸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한다"고 말했다. 친민석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견은 있었지만 원내대표가 최종적으로 (공개) 최고위는 열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주가 사실상 최고위원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주간이다. 월수금 3번 정도 공개 최고위가 열려야 하는데, 아마도 전당대회 격화나 당직자 휴가 등 여러 이유로 열리지 않는 모양"이라며 "지난 1년간 애써주신 언론인 분들께 정식으로 인사드리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