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극우화 하는가...


광우병 촛불집회 놀란 MB정부 댓글 관리 시작
원세훈 심리전단에서 극우 활동가 외곽팀 운영
가짜 신념·경제적 보상 결합해 자발적 참여 위장
국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국내 정치 공작에 동원

 

댓글 심리전에서 한 단계 진화한 인지전 시대로
판단 기준 자체를 흔들어 민주주의의 토대 공격
청년의 좌절·분노를 조직화 해 정치 공격에 이용
일부는 댓글 공작을 애국·공익 활동으로 착각도

 

불평등과 경쟁, 무너진 공론장이 청년의 분노를 어떤 상태로 남겨두었을까요. 그러나 불만이 저절로 하나의 정치적 분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흩어진 불만에 같은 이름을 붙이고, 같은 적을 가리키며,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조직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에서 민간의 분업형 여론개입에 이르기까지 그 분노가 조직된 과정을 추적하겠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리박스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는 댓글 조직에서 활동한 청년 여덟 명이 피고인으로 서 있습니다. 2026년 7월 28일 뉴스타파는 여러 공판에서 나온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2025년 6월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유리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참여한 조직은 ‘6·3자유승리댓글단’, 이른바 ‘자승단’이었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공판 증언과 자료에 따르면 자승단을 처음 제안한 곳은 자유민주당이었습니다.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가 대표를 맡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비서실장을 지낸 이석우가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는 극우정당입니다. ‘윤석열이 옳았다’, ‘5·18 북한 개입’ 등의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고, 2025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김문수 후보를 공식 지지했습니다(뉴스타파, 2026.6.24).

댓글 조직을 만들자는 제안은 2025년 4월 28일 자유민주당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육사구국동지회 회장인 이석복 고문이 필요성을 제기했고, 고영주 대표와 이석우 사무총장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석우는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에게 실행 조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주요 모집 통로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와 ‘윤어게인’ 집회였습니다. 리박스쿨 관계자들은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에서 만난 청년들에게 댓글 교육 참여를 권했습니다. 2025년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전후의 집회에 참여했던 청년도 있었습니다. 지인의 소개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리박스쿨의 늘봄교육 과정도 모집에 이용됐습니다. 가족과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갔다가 관계자를 소개받은 청년도 있었습니다. 집회가 단순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공간을 넘어 댓글 활동에 참여할 청년을 찾는 모집 통로로 이용된 것입니다.

 

2025년 5월 3일, 이들은 자유민주당 사무실에서 댓글 작성 방법을 교육받고 자승단 단체대화방에 들어갔습니다. 특정 기사에 댓글을 작성한 뒤 주소를 올리면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이 ‘공감’과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실적에 따라 청년들에게 ‘장학금’ 명목의 돈도 지급됐습니다. 자유민주당이 정치적 목표를 정하고 리박스쿨은 청년을 모집했습니다. 청년들은 댓글을 작성했고 노년층 참가자들은 이를 증폭했습니다. 조직된 소수의 행동을 다수 시민의 자발적인 여론처럼 보이게 하는 구조였습니다. 집회는 모집장, 단체대화방은 지휘소, 포털의 뉴스와 댓글 공간은 실행 무대가 됐습니다(뉴스타파, 2026.7.28).

 

‘6·3자유승리댓글단’ 단체대화방과 참여자가 작성한 댓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리박스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판 증언과 자료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자유민주당 사무실에서 댓글 교육을 받은 뒤 단체대화방을 통해 기사와 댓글을 공유했다. 청년들이 댓글을 작성하면 노년층 참가자들이 ‘공감’과 ‘좋아요’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었다. 댓글 작성자들에게는 활동 실적에 따라 ‘장학금’ 명목의 돈도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피고인들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자료 화면: 뉴스타파, 2026.7.28)

 

공판 증언을 보면 적어도 일부 청년은 자신의 활동을 여론조작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피고인은 참여자들이 “돈보다는 국가부터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른 피고인은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공익적 활동”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적 신념과 경제적 필요, 종교와 가족의 영향, 집회에서 형성된 소속감이 서로 다른 비율로 섞여 있었습니다. 조직이 공격할 기사와 대상을 정했지만 일부 참여자는 자신의 행동을 애국과 공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들 모두를 돈만 받고 움직인 단순한 ‘댓글 알바’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실직 뒤 수입이 필요했다는 청년도 있었지만, 돈과 신념은 서로 분리돼 있지 않았습니다. 활동비를 받으면서도 침묵해온 국민의 진짜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었습니다. 조직의 지시와 개인의 신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것입니다.

 

댓글 조직이 청년의 불안과 분노를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불안에 적의 이름을 붙이고 행동의 방향을 정한 정치세력은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극우세력은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 전체가 아닙니다. 정치적 반대자를 토론할 시민이 아니라 제거할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와 음모론으로 민주적 절차와 헌정질서를 흔드는 조직화된 세력을 뜻합니다.

 

자승단을 갑자기 등장한 고립된 사건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조직과 인물이 하나의 계보로 이어졌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이 글이 추적하려는 것은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조직된 소수의 활동을 다수 시민의 자발적인 여론으로 위장해온 방식의 역사입니다. 중요한 전환점은 2008년 촛불집회였습니다.

 

■ 국가는 왜 온라인을 전장으로 만들었는가

 

2008년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타결한 지 보름 만이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안티이명박’ 카페 운영진과 청소년 네티즌들의 제안으로 열린 첫 촛불문화제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기존 정당이나 거대한 시민단체가 이끈 집회가 아니었습니다(연합뉴스, 2010.5.12; 주간경향, 2011.5.4).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토론한 뒤 거리로 나왔습니다. 광우병 위험에서 시작된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과 정보 공개 거부,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됐습니다. 거리의 장면은 다시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6월 10일에는 전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온라인 공론장이 현실정치를 움직이는 힘으로 성장한 순간이었습니다. 기존 정치조직에 속하지 않은 청소년과 시민들은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거리의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정부도 그 힘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국정원이 작성한 ‘2040세대’ 보고서와 ‘SNS 장악’ 문건은 이명박 정부가 시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보다 온라인 여론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보여줍니다.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새로운 정치 주체가 등장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요구를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참여의 통로를 넓힐 것인지, 정권에 부담을 주는 여론으로 보고 통제할 것인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뒤의 길을 택했습니다.

 

촛불집회가 국정원과 군의 댓글공작을 직접 만들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 정치참여도 2008년에 처음 등장한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2008년 촛불집회는 온라인 공론장의 정치적 위력이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국가가 그 공간을 관리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 촛불에서 ‘SNS 장악’으로

 

국정원은 2011년 여론조사업체를 동원해 세대별 현안 인식과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을 조사했습니다. 이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젊은 유권자의 정치성향과 정권의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습니다.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경향신문, 2017.8.3).

 

국정원의 관심은 청년이 왜 분노하는가보다 그 분노가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향하는가에 쏠렸습니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불평등은 정권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의 문제로 번역됐습니다. 불만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할 여론이 됐습니다.

 

같은 시기 온라인 대응조직도 확대됐습니다. 2011년 10월 청와대는 국정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지시를 전달했습니다. 국정원은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이른바 ‘SNS 장악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심리전단에 SNS 대응조직 강화를 지시했고, 같은 해 12월 35명 규모의 대응팀이 증원됐습니다(세계일보, 2017.8.4).

 

젊은 세대의 불만은 정책 참여로 이어지지 못한 채 조사와 대응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 불만이 생겨난 사회구조보다 불만이 모이고 퍼지는 공간을 관리하려 한 것입니다.

 

2008년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첫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카페 운영진과 청소년 네티즌들의 제안으로 열린 집회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토론한 뒤 거리로 나왔다. 촛불집회는 온라인 공론장이 현실정치를 움직이는 힘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젊은 세대의 불만과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선거 영향력을 분석하고 온라인 대응조직을 확대했다. 촛불집회가 댓글공작을 직접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온라인을 관리해야 할 정치적 공간으로 바라보게 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 국정원과 군이 만든 댓글부대

 

국정원은 온라인 활동을 넓히기 위해 민간인을 동원했습니다.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 5월부터 심리전단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습니다. 국가기관의 개입을 시민의 자발적인 의견 뒤에 감추는 조직이었습니다.

 

초기의 대표적인 조직이 ‘알파팀’이었습니다. 이를 이끈 김성욱은 온라인에서 활동할 보수 청년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극우 활동가였습니다. 알파팀 참여자의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 관계자는 공격하거나 옹호할 주제를 전달했습니다. 조직원들은 정부를 지지하고 야당과 진보세력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실적에 따라 한 달에 50만∼60만 원가량을 받은 참가자도 있었습니다(한겨레, 2017.4.16).

 

김성욱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던 온라인 카페 회원들을 바탕으로 ‘무한전진’을 만들고 이후 한국자유연합을 창설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싸울 청년조직을 주장해온 극우 활동가가 국정원의 민간 외곽팀 책임자가 된 것입니다. 국가기관의 자원과 극우세력의 적대적 세계관이 결합했습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알파팀을 비롯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습니다. 2012년에는 최대 30개 팀, 약 3,500명으로 늘어났고 그해에만 약 30억 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외곽팀은 포털사이트와 트위터에서 정부 비판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로 규정하고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퍼뜨렸습니다(경향신문, 2017.8.3; 한겨레, 2017.8.3).

 

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와 트위터 등 시민이 뉴스를 읽고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활동 무대였습니다. 국가가 시민 몰래 세금을 들여 정권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그 개입을 시민의 자발적인 의견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의혹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심리전단의 활동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한 조직적 선거운동으로 판단했습니다. 댓글공작은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국정원의 지휘체계에 따라 이루어진 국가기관의 범죄였습니다(연합뉴스, 2018.4.19).

 

국정원이 민간 외곽팀을 조직하는 동안 군도 온라인 정치에 개입했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이 국내 정치로 향했습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과 야권 정치인을 비판하는 온라인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부대원들이 작성한 정치 관련 게시물은 약 9000건에 이르렀습니다.

 

지휘관은 활동 결과와 온라인 여론 동향을 보고받고 수정사항을 지시했습니다. 법원은 김관진의 정치관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에게도 금고 2년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침해되고 국민의 정치적 선택이 왜곡됐다는 판단이었습니다(경향신문, 2020.3.29; 한겨레, 2023.8.18; MBC, 2024.2.6). 국가안보를 위해 만들어진 군 조직이 정권을 지키는 정치조직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대북 심리전 조직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면서 정부 비판 세력까지 안보의 적처럼 취급됐습니다. 댓글은 부대원 개인의 정치적 의견이 아니었습니다. 군의 명령과 보고체계가 국내 정치공작에 이용됐다는 데 사건의 심각성이 있었습니다.

 

● 2012년, 국가의 공작과 민간의 여론전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국가기관 밖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조직이 활동했습니다. 개신교 목사 윤정훈이 운영한 ‘십자군 알바단’, 이른바 ‘십알단’이었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별도 사무실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SNS 활동을 벌였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홍보하는 글을 집단적으로 재전송하고 문재인 후보를 조롱하는 합성사진과 비방문구도 유포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대선 작전상황실’이라는 문구와 SNS 활동보고서가 발견됐습니다. 국가기관의 외곽팀과는 별개의 조직이었지만, 공격할 메시지를 정하고 여러 계정으로 반복해 유통하는 방식은 닮아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윤정훈에게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사무실이 단순한 SNS 교육 공간이 아니라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설치된 불법 선거운동 조직이라고 판단했습니다(법률신문, 2013.12.26; 연합뉴스, 2013.12.26).

 

국정원과 십알단이 하나의 지휘체계 아래 움직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알파팀과 십알단, 리박스쿨이 직접적인 조직적 계보로 이어졌다고 볼 근거도 없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조직의 연속성이 아니라 공작 방식의 반복입니다.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같은 내용을 여러 사람이 집중적으로 유통해 계획된 소수의 행동을 자발적인 다수 여론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에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댓글을 작성했다는 전직 간부의 증언이 나왔습니다(한국기자협회, 2017.9.4; SBS, 2017.9.6). 법원의 확정판결이 아니라 내부 관계자의 증언과 언론보도로 제기된 내용입니다. 다만 군의 국내 정치개입이 정권교체와 함께 중단됐는지를 묻게 했습니다.

 

진상규명도 더뎠습니다. 2014년 국방부 자체 수사는 청와대와 핵심 지휘부의 책임까지 충분히 밝히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에야 재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와 검찰 수사를 통해 민간 외곽팀의 규모와 예산, 지휘체계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관련자들이 법정에 섰지만 외곽팀 구성원 전체의 신원과 역할, 이후 활동까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이동을 근거로 극우 유튜브나 윤석열 지지조직, 리박스쿨과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외곽팀 3500명이 모두 청년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2040세대’ 조사 대상과 댓글공작 수행자가 같은 집단이거나 두 활동이 하나의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청년의 불만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여론으로 분석했고, 일부 극우 활동가는 청년을 온라인에서 싸울 정치적 전력으로 조직하려 했습니다. 청년은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를 함께 만들어갈 시민보다 관리하고 동원할 대상으로 취급됐습니다.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은 수사와 재판을 거쳐 범죄로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정권 비판을 안보의 위협처럼 취급하고 시민의 여론을 관리 대상으로 바라본 정치적 판단까지 청산됐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 공작은 끝났지만 정치적 인식은 남았다

 

● 댓글공작 지휘자의 귀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3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임명했습니다(MBC, 2023.5.10; 한겨레, 2023.5.10).

 

2023년 8월 파기환송심은 김관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는 재상고를 취하해 2024년 2월 1일 형이 확정됐고, 닷새 뒤 윤석열 정부에 의해 특별사면·복권됐습니다(MBC, 2024.2.6; 경향신문, 2024.2.6). 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 책임자를 안보정책의 중심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범죄는 유죄로 남았습니다. 그 범죄를 가능하게 한 안보관과 정치적 판단은 사실상 복권됐습니다.

 

이를 한 개인의 명예회복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부 비판 세력을 안보의 위협처럼 바라보고 시민의 여론을 관리 대상으로 삼았던 판단을 국가 정책의 영역으로 다시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부터),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2018.8.20 연합

 

● 댓글공작에서 인지전으로

 

그사이 전쟁의 개념도 달라졌습니다. 심리전이 주로 상대의 감정과 사기, 전투 의지를 흔드는 활동이라면,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은 인간의 인식과 판단체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입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누가 적인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를 흔듭니다.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그 차이를 군인의 총구에 비유했습니다. 심리전이 군인에게 공포를 심어 총을 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인지전은 판단에 착오를 일으켜 총구를 아군에게 돌리게 만드는 전쟁이라는 설명입니다.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을 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2026.7.30).

 

적대적 목적으로 수행되는 인지전은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고 시민이 판단에 사용하는 정보와 신뢰의 토대까지 흔듭니다. 인지전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외국의 선전과 허위정보로부터 군과 시민사회를 방어하는 것은 국가의 정당한 임무입니다. 작전의 대상이 국내 시민과 야당, 언론과 비판세력이 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가는 시민을 보호하는 기관에서 시민의 판단에 은밀히 개입하는 권력으로 바뀝니다.

 

인지전은 하나의 거짓을 믿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공통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을 토론의 상대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적으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직접 흔듭니다.

 

2025년 1월 국회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가 2024년 10월 28명 규모의 ‘사이버 정찰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4년 8월 을지자유의방패연습에서 이른바 ‘SNS 장악 훈련’을 실시했다는 의혹과 내란특검이 관련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오마이뉴스, 2025.1.22; 노컷뉴스, 2025.1.23; 동아일보, 2025.8.29).

 

추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태스크포스는 정찰팀·표적관리팀·총괄팀으로 구성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해 9월 공세적 사이버 활동의 강화를 주문한 뒤 조직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이버작전사령부와 당시 군 지휘부는 불법적인 국내 여론개입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태스크포스의 실제 임무와 작전 대상에 국내 정치와 시민사회가 포함됐는지는 아직 법원의 판단으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댓글공작과 현재 제기된 의혹을 하나의 사실처럼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이 의혹은 군이 시민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다시 작전 대상으로 보았는지, 과거의 정치적 판단이 완전히 청산됐는지를 묻게 합니다.

 

인지전은 댓글공작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며 댓글공작의 새로운 이름도 아닙니다. 그러나 시민이 접하는 정보와 판단에 은밀히 개입한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은 국내 인지전의 위험을 먼저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과거의 수법이 소셜미디어와 데이터 분석,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결합할 때 시민의 판단에 개입하는 더 정교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공작의 방식은 어떻게 민간 정치사업이 되었는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지휘체계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드러나는 동안, 동원과 증폭의 수법은 국가기관 밖에서도 재구성됐습니다. 자승단 사건에서 검찰이 제시한 구조는 정당과 교육단체, 청년과 노년층 참가자가 기획과 모집, 생산과 증폭을 나누어 맡는 형태였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공판 자료에 따르면 자유민주당에서 리박스쿨로 400만 원이 전달됐습니다. 돈의 명목은 ‘장학금’이었습니다. 정치적 목표를 정한 정당이 교육단체에 자금을 건넸고, 교육단체는 댓글을 작성한 청년들에게 실적에 따라 돈을 지급했습니다(뉴스타파, 2026.6.24).

 

교육과 정치동원이 연결된 과정은 한 청년의 이력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이 청년은 리박스쿨의 늘봄교육 과정을 수강한 뒤 손효숙 대표의 추천으로 18세에 자유민주당에 채용됐습니다. ‘미디어주임’을 맡고 자승단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운영했습니다(뉴스타파, 2026.6.25). 교육생이 정당의 미디어 담당자를 거쳐 댓글 조직의 운영자가 된 것입니다.

 

한 사례를 리박스쿨 교육생 전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과정을 수강한 사람이 모두 정치활동이나 댓글 조직에 참여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교육기관과 정당, 댓글 조직을 연결한 구체적인 이동 경로가 법정에서 드러났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과거 국가기관의 댓글공작과 자승단 사건은 주체와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국정원과 군 사건에서는 국가의 예산과 명령체계가 불법적인 정치개입에 사용됐습니다. 현재 재판 중인 자승단 사건에서는 국가기관의 직접적인 지휘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특정 기사에 댓글과 추천을 집중해 조직된 반응을 자발적인 여론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은 닮아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실행체계였습니다.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명령과 보고체계로 움직였습니다. 자승단 사건에서 검찰이 제시한 구조는 정당과 교육단체, 댓글 작성자와 추천 참여자가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각각의 행동만 떼어놓으면 정당활동이나 교육, 개인의 댓글 작성과 추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미리 정한 정치적 목표와 행동지침 아래 결합되면 조직적인 여론개입이 됩니다.

 

분업은 참여자의 책임 인식도 흐리게 만듭니다. 정당은 직접 댓글을 쓰지 않았고, 교육단체는 청년을 연결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자는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참가자가 전체 구조를 알지 못하더라도 단체대화방의 지시에 따라 집중된 행동은 하나의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공감’과 ‘좋아요’를 누른 참가자도 기사를 추천했을 뿐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각각의 행동은 작아 보이지만 미리 정한 기사와 메시지에 집중되면 노출 순위와 여론의 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역할이 잘게 나뉠수록 누구도 자신을 전체 공작의 책임자로 여기지 않게 됩니다. 조직적인 댓글 활동이 개인의 신념과 결합하면 지시는 자발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활동비는 애국에 대한 보상이 되고, 조직이 정한 공격은 진실을 알리는 공익적 실천으로 해석됩니다. 개인은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믿으면서도 조직적인 여론개입의 실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기관의 지휘문서와 예산, 보고체계를 추적하면 공작의 중심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민간의 분업형 조직에서는 정당과 교육기관, 집회 참가자와 대화방 운영자가 역할을 나누어 맡습니다. 어느 한 조직이나 개인만 살펴보아서는 전체 구조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여론공작은 하나의 비밀조직에서 여러 조직과 참가자가 역할을 나누는 정치사업으로 재구성됐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교육과 정당활동, 집회 참여와 개인의 댓글 작성이 서로 분리된 행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금과 지시, 모집과 실행의 경로를 함께 추적하면 분산된 행동이 어떻게 하나의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드러납니다. 앞으로의 조사는 개별 댓글만이 아니라 이 연결구조 전체를 살펴야 합니다.

 

■ 맺음말 ― 공작은 처벌받았지만 방식은 남았다

 

청년의 분노를 만들어낸 것은 댓글 조직이 아닙니다. 불평등과 경쟁, 고립과 정치적 무력감이 먼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노에 적의 이름을 붙이고 정치적 공격으로 조직한 세력은 있었습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은 국가기관의 범죄로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공격할 대상과 메시지를 정하고 계획된 소수의 활동을 자발적인 민심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승단 사건의 공소사실과 공판 증언은 그 방식이 정당과 교육단체, 여러 세대의 참가자가 역할을 나누는 실행체계로 재구성됐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참여자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입니다. 일부 청년은 조직이 정한 기사와 대상에 댓글을 작성하면서도 국가를 구하고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여론공작이 정치적 신념과 결합하고 지시받은 행동이 애국으로 받아들여질 때, 공작은 특정 조직의 활동을 넘어 하나의 정치문화가 됩니다. 시민은 토론하고 판단하는 주권자에서 적과 싸우는 전사로 바뀝니다.

 

국가기관의 댓글공작과 오늘의 민간 극우조직 사이에 하나의 지휘부가 계속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조직의 연속성이 아니라 방식의 반복입니다. 국가기관의 수직적 공작은 처벌받았지만, 계획된 행동을 자발적인 다수 여론으로 위장하는 수법은 민간의 분업형 정치사업에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공작의 민간화가 변화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댓글 조직이 특정 기사와 영상에 반응을 집중하면 단체대화방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를 유통하고,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관심이 커진 콘텐츠를 더 널리 추천합니다. 그렇게 분노는 조회수가 되고 조회수는 광고와 후원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에는 댓글 조직이 놓은 불씨를 플랫폼이 어떻게 거대한 정치산업으로 키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알고리즘과 수익구조는 왜 분노와 혐오를 증폭하는지, 생성형 인공지능은 여론공작의 속도와 규모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도 추적하겠습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

 

 

 
 

"이란 실무선에서 입장 물어와…정해진 것 없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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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연합]

 

청와대는 8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및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국제공조에 있어 어떻게 할지 큰 방향은 나와 있지만 세부 사항은 검토 중이고,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에 동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파리 시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국방부가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것에 대해서도 '검토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파병이 결정되거나,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단 파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파병안이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 방향이) 정해진 바가 없는 만큼 일정을 소개하기도 어렵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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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이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 및 지역 안정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이를 '파병 논의'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파병 여부를 포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은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으며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거듭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대통령은 특히 해협 안정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국익과 국민의 공감대에 기반해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있어 국익 및 국민 여론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내비친 셈이다.

 

한편 이 관계자는 파병 문제와 관련해 이란 측과 실무 단위에서 소통한 바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실무선에서 우리에게 (파병 관련 입장을) 물어왔다"며 이에 '검토를 하고 있으며 정해진 것은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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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2026.9.9 superdoo82@yna.co.kr

 

앞서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직접 한글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의 파병 가능성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   < 임형섭  고동욱 기자 >

 

이 대통령 "한-불,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회복에 긴밀히 공조"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불영 주도 회의 참여" 파병문제 맞물려 주목

"방산협력 사업 적극 발굴…민간 원자력 협력 고위급 대화 채널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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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프랑스 공동언론발표  = 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제 사회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양 정상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노력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저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회의에 참여해 해협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대한민국의 기여 의지를 밝혔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현재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한국 정부의 파병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항행 자유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비단 미국만이 아닌 프랑스와 영국 등 다양한 국제사회 구성원들과 사안을 논의할 수 있음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도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다.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마크롱 대통령님은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줬다"며 "양국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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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프랑스 공동언론발표  = 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양국 협력 강화방안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국방·안보 협력의 실질적 도약을 이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정보교환 체계를 더 정교화하기로 했고, 군 협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협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며 "다음 주 서울에서 실시되는 양국 공군의 '페가스' 합동훈련이나 올해 하반기 양국 해군의 상호 기항도 공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유럽을 대표하는 방산 강국인 프랑스는 한국군의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해왔다"며 "앞으로도 호혜적인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2030년까지 교역액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인공지능(AI)·양자·우주·원자력·바이오 등 양국 협력의 핵심축인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원자력 분야에 있어서는 "프랑스와 지난 4월 합의한 원자력 전 주기 협력을 한층 발전시킨 원자력 연구개발과 연료 공급 분야의 협력 문건을 추가로 체결해,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중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협력을 더욱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의 합의를 토대로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고위급 대화채널도 개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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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언론발표하는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약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항공협정을 개정해 하늘길을 통해 왕래하는 국민들에게 더 확대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여 대상 확대, 프랑스에 한국인 보조교사 시범 파견, 양국 차세대 연구자 간 네트워크 활성화, 문화분야 공동투자 활성화 등도 대표적 협력 사례로 거론했다.

또 "양국 경찰 간 체결하는 치안협력 합의문을 토대로 초국가범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임형섭  고동욱 기자 >

 

마크롱 "호르무즈 평화해결 협력"…이 대통령에 '다국적임무' 언급

 
 

미 파병요구 속 "평화적 · 다국적 대응' 거론…"초강국 패권 의존 안 돼" 언급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북도 비판…"한불, 국제법질서 기반 공동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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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2026.9.9 superdoo82@yna.co.kr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국과 프랑스가) 중동 문제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 문제에 대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를 갖고 이같이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위해 영국을 포함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한 바 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 4월 방한 당시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일이나,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사태 해결을 위한 화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참여한 일 등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평화를 되찾기 위해 협력을 할 것"이라며 "그 다국적임무에 대한 (각 나라들의) 동의가 구해지는 대로 협력을 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 다국적임무는 평화적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미국 측의 파병 압박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영국까지 포함한 '다국적 대응', '평화적 임무' 등을 거론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더해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특정국이 흐름을 주도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국가들의 연대가 중심이 되는 접근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양국 모두 각자의 주권을 수호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프로젝트와 협력을 이행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또 이는 초강국의 패권적 성향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도록 해 준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북한에 대한 비판적 발언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해 서슴없이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우리(한국과 프랑스)는 국제법 질서에 기반한 공동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은 프랑스의 변함없는 지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임형섭  고동욱 기자 >

 

 

 

 

미국 거친 압박 속 짙어지는 이란전 파병 가능성
얼마 전까지 "불가" 입장서 왜 갑자기 바뀌었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력 위한 '거래' 관측도
반도체 등 관세 압박 '협상용 레버리지' 가능성

 

중동의 미국 함대는 호르무즈에 갇힌 ‘맹탕 함대’
우리 비전투함·초계기 하나 보낸다고 만족할까
한번 발 담그면 구축함·특수부대 등 요구 커질 것

 

이란 등 전 세계 반미 진영의 격렬한 분노 자극
우리 유조선·상선들 드론 등 공격에 노출될 것
지금은 모호성 유지하며 시간 끄는 지연전 필요
‘해외 파병 국회 동의’ 헌법 제60조 무기 삼아야

 

정부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중동 분쟁 해역에 해군 군수지원함(AOE-II 소양급)과 해상초계기(P-8A 포세이돈) 등 이른바 '비전투 전력'을 파병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여전히 "최종 결정된 바는 없다"며 특유의 정무적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물밑 실무 검토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사실상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동 파병에 대해 단호하게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가. 평화와 국익, 균형 외교를 표방해 온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급선회 이면에는 결코 단순치 않은 동맹의 비틀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 2018년 취역한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 2028. 9. 4 연합 자료사진

 

안보 협박, 관세 폭탄, 그리고 용산의 침묵

 

정부의 돌연한 기류 변화를 추동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압박, 아니 사실상의 '협박'이다. 트럼프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가리지 않고 “한국이 우리의 안보 요구를 거부하는데, 왜 우리가 주한미군 3만 9000명을 주둔시키며 그들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려왔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에 관심없다며 “파병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정상 간 통화 사실을 공개하였다. 여기에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축소한 정황까지 겹쳤다. 이는 단순한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넘어, 대북 핵심 군사정보 지원 중단이나 확장억제 공약의 유보 등 실질적 안보 불이익 카드로 한국 정부의 목줄을 죄고 있음을 방증한다.

 

둘째는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드라이브에 맞춰 한국이 위험천만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다. 역사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반대급부를 담보받기 위해 이라크 파병이라는 뼈아픈 고뇌의 카드를 던진 바 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역시 트럼프의 화려한 외교적 치적을 세워주는 대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얻겠다는 식의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셋째는 관세와 투자, 첨단기술을 둘러싼 전방위 통상 압박을 관리하기 위한 '협상용 레버리지'의 유혹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를 노골적으로 강요하며 관세 폭탄을 무기 삼아 흔들고 있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가 비전투 자산 몇 척을 내어주고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나 안이하고 위험천만한 착각이다.

 

유지보수 시스템 붕괴로 녹슨 채 멈춰 선 제국 해군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손을 내밀고, 한국 정부가 파병 검토로 성의를 표시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계산대로 P-8A 해상초계기나 소양급 군수지원함 정도로 미국이 만족하며 고마워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미군은 역사상 유례없는 ‘군사적 과부하’와 ‘구조적 파산’ 상태에 직면해 있다. 얼마 전 중동 해역에서 쉼 없이 혹사당하다 간신히 태국으로 철수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의 몰골을 보았는가. 선체 하부는 시꺼먼 녹과 들러붙은 해조류로 뒤덮여 흉물스럽기 짝이 없었다.

  

2일(현지 시간) 태국 촌부리주 램차방항에 입항하고 있는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선체 하부가 시커멓게 녹슬어 있다. 2026. 9. 2 촌부리=AP/연합

 

미국의 군사적 마비는 감정적 과장이 아닌 차가운 숫자로 입증된다. 미 회계감사원(GAO)과 의회조사국(CRS)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 해군의 수상함과 잠수함 정비 창정비(Depot Maintenance) 순기는 이미 파탄 났다. 공공 조선소에서 제때 정비를 마치는 비율은 고작 11% 안팎에 불과하다. 함정이 작전 배치 후 반드시 거쳐야 할 정기 수리가 조선소 부족으로 밀리면서 발생하는 ‘정비 대기일수(Maintenance Delay Days)’와, 작전 중 돌발 고장이나 노후화로 도크에 묶이는 ‘비계획적 정비 소요(Unplanned Maintenance Days)’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해군 함정들이 부두에 멍하니 묶여 있는 '작전 손실 일수'는 지난 10년간 무려 1만 5000일을 넘어섰다. 특히 미 해군의 전략적 자존심이자 비대칭 핵심 전력인 44척의 공격원자력잠수함(SSN) 상황은 재앙에 가깝다. 44척 중 정비창에 제때 들어가지 못해 부두에 발이 묶인 ‘활동 대기(Active Idle)’와 폐선 대기 함정의 적체로 잠수함 전력의 상당수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수상함 역시 마찬가지여서, 구축함 한 척이 비계획적 수리로 도크에 들어가면 수백 일씩 대기하는 정체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링컨호를 대신해 조지 워싱턴호가 황급히 중동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현재 태평양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없는 초유의 전력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기뢰 하나 못 치우는 맹탕 함대, 호르무즈를 빼앗긴 미군

 

실제 전황은 더욱 비참하다. 이번 중동 위기에서 미군은 연안 작전에서의 치명적 약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미 해군에 실전 투입할 수 있는 기뢰제거 소해함(MCM)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연안전투함(LCS)의 소해 모듈 개발 실패와 노후 어벤저급 소해함의 퇴역으로 인해 미군은 좁은 해협 바닥에 깔린 기뢰를 탐색·제거할 독자 수단을 상실했다. 기뢰제거 능력이 없다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좁은 길목에서 연안전투 능력이 사실상 '제로'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이란 연안에 접근조차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주도권을 이란에 완전히 빼앗겼다. 이란의 고속정, 연안 기뢰, 지대함 순항미사일, 그리고 벌떼처럼 쏟아지는 자폭 드론 앞에서 미 항모전단은 페르시아만 내부로 진입조차 못 하고 오만만 등 바깥쪽 먼바다에서 겉돌고 있을 뿐이다.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 많은 선박이 닻을 내린 채 떠 있다. 2026. 06. 03 [로이터=연합]

 

그러나 이란 항구를 봉쇄하겠다며 페르시아만 바깥 원해에서 항모를 장기간 대기시키는 작전 역시 미 해군의 현재 창정비 상태와 보급 여건상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형편이다. 걸프 지역의 미 지상기지 역시 쏟아지는 드론과 미사일을 막아내느라 토마호크 미사일과 사드(THAAD), 패트리어트 요격체계 비축분은 이미 절반가량 소모되었다. 이를 다시 채우는 데만 빨라도 3~4년이 걸린다.

 

오죽했으면 미군 내부에서 체제 붕괴 수준의 내홍이 터져 나왔겠는가.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중동 내 미군 전력의 전개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려 하자, 유럽사령관과 아프리카사령관을 비롯한 4성 장군들이 연명으로 명령서에 ‘비동의’ 서명을 하는 초유의 집단 반발을 감행했다. 이는 군 통수권과 문민 지휘체계에 대한 사실상의 항명이자, 군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합법적 저항이다. 헤그세스의 안하무인식 독단에 질린 크리스틴 드래스톨 육군 장관이 백악관에 이를 고발하고 사임했고, 이미 장성 20여 명이 줄줄이 군복을 벗었다. 지난 4월 해군장관이 경질된 데 이어 지금 펜타곤은 군사적 전략이 아니라 권력 암투와 시스템 마비로 신음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6. 5. 12 연합
 

중동에 갇힌 군대, 한국을 늪으로 끌어당기다

 

이 지점에서 워싱턴의 악몽이 시작된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최근 “만약 미군이 중동에서 물러난다면 중동 전역은 순식간에 중국의 안마당이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중동 바닷길을 중국에 내주는 순간 미국의 글로벌 해양 패권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한다. 따라서 미군은 스스로 물러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산 직전의 자체 전력만으로 버틸 수도 없는 ‘중동에 갇힌 군대’가 되어버렸다. 이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미국이 선택한 유일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바로 동맹국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미군의 피로를 분산시키고 패권 유지 작전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체면을 차릴 여유조차 없다.

 

이런 다급한 처지의 미국에게 비전투 함정 한 척과 초계기 한 대를 보내는 것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발 담그기(Foot-in-the-door)’의 덫에 걸려드는 일이다. 일단 군수지원함과 초계기가 페르시아만에 진입하는 순간, 미국은 이를 “대한민국의 참전”으로 포장해 트럼프의 정치적 위신을 세우는 선전 도구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소해함과 이지스 구축함, 특수전 부대 등 더 위험하고 본질적인 전투 전력을 보내라는 2차, 3차의 감당 못할 청구서를 내밀 것이 자명하다.

 

 

지난 2024년 제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들의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 P-8A, 2026. 9.4 연합 자료사진

 

지금 국제 정세를 보라. 영리한 유럽 주요국들과 일본조차 트럼프의 무모한 도박에 동조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멍에를 메고 한국 해군만 홀로 미국 옆에 서게 된다면, 이란을 비롯한 반미 진영의 격렬한 분노는 오롯이 한국을 향할 것이다. 당장 군함이 피격되지 않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우리 유조선과 상선들이 대리 세력의 드론과 기뢰 공격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생명선 전체가 인질로 잡히는 파국이다.

 

헌법 제60조라는 방패를 들라

 

외교와 국방의 본질은 남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영토를 지켜내는 데 있다. 정세를 오판하여 섣불리 미국의 수렁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의 마비와 군의 희생으로 돌아온다.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단 하나, 최대한 시간을 끌며 모호성을 유지하고 파병의 압박을 우회하는 정교한 지연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가장 강력한 합법적 레버리지가 존재한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제2항에 명시된 ‘국군의 해외 파견에 대한 국회 동의권’이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동맹국의 무리한 요구 앞에서 행정부 혼자 비장하게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 행정부는 민주적 헌법 절차의 무게를 방패로 삼아야 한다. 국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즉각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명분 없는 중동 분쟁 참여는 단호히 거부하며, 국회 동의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에게는 넘을 수 없는 한국의 국내 정치적 한계선(Red line)으로 작동하여, 역설적으로 정부의 대미 외교 협상 공간을 지켜주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다.

 

'호르무즈 파병' 피할 수 없다면…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정부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파병이 정말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지, 파병하지 않고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불가피하다면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를 끝까지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우방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켜낸 만큼, 이후 국제사회의 요청에 파병과 물자 지원 등을 통해 동맹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왔다. 베트남전에서는 전투부대를 보냈고, 걸프전 이후에는 의료·수송 지원과 유엔 평화유지활동으로 역할을 바꿨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재건에 참여했고, 지금은 레바논·남수단에서 유엔 평화유지 임무를, 아덴만에서는 청해부대를 통한 해상안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군의 해외파병은 시대에 따라 명분과 성격이 달랐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논의는 미국의 요청으로 시작됐지만, 정부는 이후 파병 규모와 부대 성격을 놓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호르무즈'는 '이라크' 때와는 다르다.

이라크 파병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전후 안정화와 재건이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진 반면, 지금 한국이 마주한 것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한복판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문제다.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이란에 맞서는 군사활동에 나설 경우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반대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쪽의 요구에 응하면 다른 한쪽과의 긴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의 요구만을 좇아 판단하기 어려운, 외교적으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까’를 찾는 일이다.

 

한국 경제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호르무즈는 결코 남의 바다가 아니다. 우리 원유와 에너지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호르무즈의 항행 안전과 우리 선박의 보호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한국군을 참여시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정부는 ‘국익’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국익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동맹도 국익이고 에너지 안보도 국익이다. 하지만 동맹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전쟁에 뛰어드는 것까지 국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칙은 간단하다.

파병하지 않을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외교적 해법과 국제 공조,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할 다른 수단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최선의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도 피할 수 없을 때 택하는 ‘차악’의 선택이어야 한다.

 

만에 하나 미국의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고 우방국들의 참전으로 파병을 피할 수 없다면, 미국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부터 분명히 세워야 하며,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미국이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한다고 해서 한국이 가장 먼저 응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국제사회가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하는지, 우리 선박의 실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늦게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따져보고 가는 것이 국익이다.

 

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투 임무는 배제해야 하며, 실제 임무와 작전 구역, 교전 가능성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이란 군사시설을 공격하거나 미군의 작전에 직접 가담하는 순간, 한국의 임무는 ‘자국 선박 보호’에서 ‘대이란 전쟁 참여’로 바뀐다. 이란이 이미 그렇게 받아들이겠다고 경고한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전쟁의 가장 큰 승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평화 기조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번 프랑스 국빈 방문에서도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파병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란 전쟁 참여 여부는 동맹과 협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의 대가는 동맹이 아니라 결국 우리 국민이 치른다.

 

정부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응할지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파병이 정말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지, 파병하지 않고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불가피하다면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를 끝까지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전국시국회의 "한국군, 전쟁 위험 내모는 행위"
참여연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

 

민주노총 "굴종적, 예속적 파병 검토 중단해야"
트럼프 6개월 넘은 이란 전쟁 관련 "별것 아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마침내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에 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 단체들이 미국의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며 이재명 정부에 미국의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개혁 진영 원로들이 주축인 '국민주권사회대개혁 전국시국회의'(약칭 전국시국회의)는 5일 '미국의 침략전쟁에 한국군을 내몰지 마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시국회의는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군함 지원을 명분으로 호르무즈에 전투·비전투 임무는 물론 수색 지원 등을 위한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전국시국회의는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해 한국군을 중동의 전쟁터로 내모는 정부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군수지원함 소양함. [방위사업청 제공]. 연합

 

전국시국회의는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과 이란에 대한 공격에 있다. 미국은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이란을 공격하고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을 키워왔다. 그 결과 평화롭게 통항이 이뤄지던 해협마저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으로 변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을 보내는 것은 명백한 전쟁 가담이다.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수색·감시 자산이 비전투 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파병이 아닌 것이 될 수 없다. 전쟁을 지원하는 군사적 역할은 그 자체로 참전이며, 한국군 장병들을 전쟁의 위험 속으로 내모는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시국회의는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동맹'을 앞세워 한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대미 투자와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압박에 이어, 이제는 미국의 군사적 부담까지 한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자국이 일으킨 전쟁의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하는 것은 동맹 협력이 아니라 주권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면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헌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익과 주권보다 미국의 요구가 앞설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 즉각 중단 ▲ 미국의 부당한 파병 요구 단호히 거부 ▲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굴종 외교 중단 ▲ 국민의 안전과 주권,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자주·평화 외교 등 4개 항을 주문했다.

 

참여연대도 4일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란 논평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 범죄"라면서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전에 군을 파병하는 것은 명백히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 어떠한 형태로도 파병은 안 된다. 참여연대는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미국은 지난 2월 말 핵 협상 중이던 이란을 이스라엘과 함께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도 모자라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에 대한 파괴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를 오폭한 참사에 이어 최근에는 이란 남부를 공격하면서 한 결혼식장을 폭격해 7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면서 전 세계가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기여'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참전이고 침략이며 전쟁범죄 지원이다. 그 어떤 명분도 파병과 대미 군사 지원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파병 거부를 촉구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규탄 및 파병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6 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4일 '미 관세 압박에 파병으로 화답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규탄한다'란 성명을 통해 "파병의 성격이 전투용인지 비전투용인지를 따지는 것도 곁가지에 불과하다. 미국의 불법적인 침략전쟁 한복판에 군함과 초계기를 내보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 전쟁의 당사자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예속의 뿌리에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반도체 관세 협박이 자리한다...경제로 밥줄을 흔들고 안보로는 생명과 안전마저 담보로 잡는 것,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동맹'의 실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도박판에 올리는 그 어떤 파병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 숭미 사대 매국 세력의 강압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진짜 국익이 무엇인지 재고하라. 굴종적이고 예속적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2026. 09. 04 [AP=연합]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곡괭이산'을 조만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곧 곡괭이산(Pickaxe)을 타격할 수도 있다. 만약 그곳에서 뭔가 진행되고 있다면"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우리는 "군사적 충돌로 부른다"며 "그건 우리에게 별것 아닌 사소한 일(small potatoes)"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JD 밴스 부통령이 전날 "이것을 전쟁으로 부르지 않겠다"며 현재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는 데 선을 그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것을 간헐적 (군사 충돌)이라고 말하겠다. 우리는 간헐적으로 (이란을) 공격한다"며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전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는 전혀 없다"며 "그들(이란)에게 기뢰가 일부 있었지만, 우리는 소해함으로 그것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파병과 미군 18명 사망이 별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은 기자를 향해 "우리가 베트남에 얼마나 오래 있었나. 우리는 지금 (이란에서) 5개월째"라며 설전을 벌였다. 그의 발언과 달리 이란 전쟁은 현재 6개월을 넘겼다.

 

그는 이어 "우리가 5개월 동안 뭘 했는지 아나. 그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주군의 감시를 통해 "곡괭이산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알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알고 있다"며 "뭐든 틀어지면 우린 그들을 강하게 타격한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한국 ‘파병 검토’에 이란 경고…“미국 압박에 응하지 말라”

 

"미·이스라엘 대이란 침략전쟁에 한국의 직접적 군사 참여 간주"

 

5일(현지시각)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압바스 연안의 호르무즈해협들 선박들이 통과하고 있다. AFP 연합

 

이란의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군사적 활동에 나설 경우,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한국에 중동 지역으로 자원을 전개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한국 정부도 군사적 기여 방안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반응이다.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은 4일(현지시각) 이란의 한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의 불법적인 군사작전에 협력하도록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은 미국의 공격적이고 안보와 안정을 흔드는 정책을 위해 자국의 이익과 평판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정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란인과 그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어떤 공모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쪽의 경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기여 확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검토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한국은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뒤 한국과 일본 등 중동산 원유 주요 수입국들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확보에 직접 나서야 한다며 군함 파견 등을 요구해왔다. 지난달에는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각)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공개한 영상에서 갈무리한 화면.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 군함을 향해 공격을 가한 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유조선 3척을 타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AFP 연합

 

한국 정부는 아직 파병이나 구체적인 자산 전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호르무즈에서의 자유로운 통항은 우리의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미국이 자유 통항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제안한 이후 관련국들과 실질적 기여 방안을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며 군사적 기여 역시 검토 대상임을 시사하면서도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파병에는 국내 법적 절차와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정부 안에서는 미국 군함 등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P-8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인력 등 비전투 성격의 자산을 보내는 방안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국제안보연구센터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방안들이 이란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전투 참여보다는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을 지원하는 ‘중간 강도’의 기여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 김원철 기자 >

 

 

미 이란 유조선 타격에 이란도 호르무즈 선박 공격…보복 악순환

혁명수비대 "비승인 항로 유조선 3척 · 미국 관련 선박 3척 공격"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사훈련 모습 [EPA=연합 자료사진]

 

미국이 미 군함을 겨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하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과 미국 연계 선박을 공격하며 맞보복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의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지나던 유조선 3척과 다른 해역의 미국 관련 선박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이날 앞서 미군이 이란 유조선들을 타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선박들에도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역을 순찰하던 미 해군 군함 2척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응해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란 최대 석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 인근의 다우니호와 자스크 인근 스타크1호를 무력화하고, 오만만의 카일로호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우리 선박 2척을 공격하면 3척을 타격해 더 큰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송 선단을 추가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미국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미 군함에 대한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며 공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맞섰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다시 격화했다.

 

이후 이란이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혁명수비대 관련 표적과 유조선 등을 재차 타격하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 신재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