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들 이어 APEC 계기 미, 일, 중, 캐나다 등 각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AFP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EPA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6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일주일 간 총력 정상외교에 나선다.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정상회의인 경주 아펙 정상회의의 성패가 달린 것은 물론이고, 미·중·일 ‘빅3’와의 양자회담까지 무난히 치러내야 하는 그야말로 ‘외교 슈퍼위크’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과락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슬아슬한 일주일이 이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찾는 것으로 슈퍼위크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경주 아펙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1박2일의 아세안 정상회의를 참석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찬반이 있었지만, ‘우리가 주최하는 외교 행사에 손님을 맞는 만큼 타국 행사에도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첫 날 이 대통령은 현지 동포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이튿날인 27일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에 나선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한-캄보디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과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공조 등 양국 간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소화한 이 대통령은 27일 저녁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짧은 출장을 마친다. 나머지 현지 일정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수행한다. 위성락 실장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고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아세안과 한·중·일의 다층적인 지역 협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 시대를 구축하고자 하는 한반도 구상에 대한 지지와 건설적 기여를 당부하겠다”는 게 이번 외교 일정의 목표라고 한다.

 

 

2005년 부산 아펙 정상회의 이후 꼭 20년 만에 국내에서 치러지는 경주 아펙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능력을 검증할 시험대다. 이번 아펙 회의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12·3 내란사태 등으로 사실상 국가기능이 마비돼 회의 준비에 차질이 컸던 만큼 큰 잡음 없이 행사를 마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인공지능, 인구 구조 변화 등 미래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아펙 정상회의에서는 처음”이라는 게 위 실장의 설명이다. 위 실장은 공동 선언문 형태로 ‘경주 선언’을 내놓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아펙 정상회의 첫 일정은 29일 열리는 최고경영(CEO) 서밋 개막식이다. 특별 연사로 참석하는 이 대통령은 정부와 함께 정상회의 주간 전 세계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우리 기업과 국외 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를 차질없이 가꿔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즐비한 양자회담에서의 성과다.

 

통상·안보 협상이 걸린 한-미 정상회담, 11년 만에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의 새 지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위 실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3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는 역대 최단 기간 내에 정상 간 상호 방문을 완성하고, 11년만의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으로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신임 일본 총리와의 조기 대면으로 긍정적인 한미 관계 흐름이 유지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한-미 정상회담에는 나라 안팎의 눈길이 쏠려 있다. 지난 7월30일 타결한 관세협상의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관세를 비롯한 통상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우선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문이라도 발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위 실장은 “안보 분야는 양국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게 사실인데 이번 회담 계기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거듭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그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무리한 대미 투자에 합의하느니 합의를 미뤄두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이어 30일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일본 총리를 만나 짧은 정상회담과 만찬을 나눌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극우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회담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의 회담보다는 힘겨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한미 동맹과 한일 간의 파트너십, 한·미·일 3자 협력을 중심 축으로 해나가려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과거사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은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빅이벤트도 대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누는 교감의 수위에 따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의 난이도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실용중시 정치인으로 알려져온 만큼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시 주석과의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북·중·러가 어느 때보다 밀착하고 한·미·일 유대도 강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보호주의 등을 향해 공조 입장 등을 요구할 경우 이 대통령은 불편한 처지에 서게 될 수 있다.

 

대통령실 역시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앞선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가 한-중 회담에도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가오는 일주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해온 ‘실용외교’의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을까.                          < 엄지원 기자 >

“(양국의 입장을) 조정 · 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 필요”

 트럼프 압박에도 '아펙 시한' 두지않고 협상 서두르지 않을 뜻 비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29일로 확정 발표되면서, 회담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쏟아온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까지 최종 타결이 안될 수 있다’며 ‘아펙을 협상 시한’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국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새벽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이제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아펙은 코앞”이라며 “날은 저물고 있는데 만약 아펙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협상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교적 줄다리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이번 아펙과 한미 정상회담까지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고 시한을 설정하고 서두르면 우리 카드는 더 줄어들고 미국의 요구에 말려들기 때문에 시한을 너무 강조하지 않는 듯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의 접점이 많이 좁혀졌지만, 가장 민감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을 놓고 미국의 요구가 완강하고 우리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곧바로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이 3500억달러(약 500조원) 선투자를 요구했던 부분은 (요구를) 접었다”며 한미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어느 정도(투자 규모)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놓고 양 국가가 대립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선 규모가 작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에선 ‘그것(우리 주장)보다는 좀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해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은 우리나라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50억달러(약 22조원)를 최대라고 판단하고 10년 장기 분할 투자 방식을 미국 쪽에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향후 한국의 현금 투자 금액을 2000억달러(약 290조원) 선으로 정하고, 이를 8~10년에 분할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투자액과 투자 기간 외에 수익 배분 방식, 투자처 선정 등이 모두 연동돼 움직이고 있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간 담판과 정치적 결단이 합의 여부를 가늠할 열쇠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스트레이츠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간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은 한미 산업 협력 확대가 양국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우리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은 공세를 벼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관세협상과 관련해 “일방적인 대한민국의 희생이나 양보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죄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덜컥 약속한 7·31 졸속 합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관세분야가 타결되지 못할 경우 한미간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부터 문서화하는 플랜 비(B)도 여전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보 분야는 양국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게 사실인데 이번 회담 계기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원자력 협정과 동맹 현대화 등 지난 8월 1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안보 분야 내용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선 발표하고 관세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은 관세협상이 완료돼야 안보 합의도 함께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세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문서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 박민희  엄지원  이재호 기자 >

 

미 “한국이 적절한 조건 수용하면 무역협상 타결…김정은 만남 일정은 없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이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는 즉시 가능한 한 빨리 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 관련 사전 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한국과 합의를 체결하기를 매우 열망한다”면서도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수용하는 즉시(as soon as they're willing to take the commitments that we think are appropriate)”라고 덧붙였다. 양국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의 투자 협정은 구매 및 투자의 성격상 대부분 상무부에서 주도하고 있다”며 “무역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관세 합의 때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조선업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위축되었고, 대통령은 이를 되살리고 복원하는 데 매우 헌신하고 있다”며 “일본 같은 파트너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의 기술력, 자본, 그리고 일반적인 협력을 환영한다. 이들은 미국의 제조업, 방위 산업, 조선 및 잠수함 건조 역량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미래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물론 상황은 변동될 수 있다(Obviously things can change)”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부산에서 ‘주최’(host)한다”라고도 밝혔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중국 외교부 공식 발표...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EPA 연합
 

중국 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시 주석이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국 경주를 방문하여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11년만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과 한국은 이웃 국가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중국은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대한국 정책은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시진핑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에서 진행하는 국빈 방문이며,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중한 정상의 첫 만남”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 우호와 호혜 윈윈을 견지하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끊임없는 전진·발전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11월 1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우리 정부가 밝혔다. 미-중 무역 갈등 관련해 이목을 모으고 있는 미-중 정상회담도 시 주석 방한 기간에 열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목요일(30일) 아침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차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의 정상인 시 주석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다.             <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

 

“대학생 ‘고문 사망’ 스캠 주범, 강남 학원가 마약사건 총책”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이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22일 정보위 현안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사기 범죄) 단지 한식당 이용 현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6∼7월 검거한 전체 범죄 피의자 한국인은 57명인데 이후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또 “범죄단지는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포함해 총 50여곳이며 가담한 범죄종사자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 있고 경제특구에 (조직들이) 산재해있다”고도 했다. 국정원은 “(현지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약 225억 달러에 해당하는 범죄수익을 챙길 정도로 범죄가 만연해있다”고 했다.

 

한국인 대학생 사망으로 이어진 사기범죄 주범은 2023년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의 총책이라고도 국정원은 보고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이아무개씨는 공범으로 확인된다”며 “주범을 추적 중”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납치·고문 등 범죄 관련해) 캄보디아에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해 언론에서는 ‘피해자’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국정원 설명에 의하면 100%는 아니겠지만 범죄자 혹은 피의자로 보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며 “대포폰 등을 통해 본인의 금전적 목적을 갖고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 많다는 게 국정원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 전광준 기자 >

 

캄보디아서 도주해 태국·라오스로…‘범죄 풍선 효과’ 현실화

‘웬치’ 밀집 지역서 수백명이 컴퓨터 등 싣고 ‘야반도주’하는 장면 목격

 
캄보디아 당국이 지난 16일 김진아 외교부 차관이 방문한 건물 출입구에 통제 공지를 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캄보디아의 범죄 조직들이 인접 국가로 근거지로 옮겨 스캠 범죄를 이어가는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국가에 자리 잡은 범죄조직에 집중하는 ‘국지적’ 접근으로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초국경 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선 바베트·캄포트·포이페트 등 ‘웬치(범죄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수백명이 컴퓨터와 각종 통신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야반도주’하는 장면들이 목격되고 있다.

 

범죄조직들의 ‘엑소더스’가 벌어지는 이들 지역은 타이·라오스·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국가가 맞댄 국경지대는 광활한 밀림 숲과 공권력의 공백으로 스캠·마약·인신매매 조직의 통로 구실을 해왔다. 박진영 전북대 동남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경이 1천킬로미터에 달하고 밀림 한가운데 있어서 국경수비가 한국처럼 촘촘하지 않다”며 “태국·미얀마 등과 접한 일부 국경은 분쟁 중이라 ‘무국적 지대’인 경우도 있어 밀입국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미얀마·라오스 등 인접국가에 터를 잡고 스캠범죄를 벌이거나, 당국의 단속이 잠잠해지면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와 범죄를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자본으로 돌아가는 동남아 일부 경제특구는 중국계 마피아들의 초국적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범죄조직들이 마치 글로벌 기업처럼 ‘본사’를 옮겨가며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짚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뿐만 아니라 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 미얀마의 무장단체 점령 지역들이 중국계 범죄조직들과 지방권력이 결탁해 각종 스캠·마약·인신매매 범죄가 벌어지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인식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선임분석관은 “특정국가의 스캠단지를 축출한다고 범죄조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점조직으로 음성화해 다른 국가에서 범죄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와중에도, 타이나 라오스 등에서는 여전히 스캠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도 ‘국가 단위’ 해결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지난 17일에는 한 구인·구직 게시판에 “태국 방콕 본사 텔레마케터(TM) 직원 채용합니다. 캄보X”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캄보디아가 아닌 타이’라고 강조하는 이 게시글은 “각종 빚·생활고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저희 본사와 함께 새 출발하면 좋겠다”며 “숙소·비행기·비자·가불·생활비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지역 단위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심인식 선임분석관은 “범죄조직이 국가 단위를 뛰어넘어 활동하는 상황에서 사건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풍선효과를 막기 어렵다”며 “한 국가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지역적 차원의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