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김건희·내란’ 최장 180일
‘채 상병’ 최장 150일까지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미화·김현정·장경태·김기표 의원.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26일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의 수사 범위와 기간을 확대하기 위한 특검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하고,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에 바로 회부될 예정이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의안과에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특위 간사인 장경태 의원은 개정안 제출 뒤 기자들을 만나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추가 수사 범위와 인력 규모 등을 종합 검토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연루된 사람들이 진술 거부·국외 도피를 하거나 시간 끌기로 대응하고 있다. 3대 특검도 피혐의자들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입법부에 여러 요청 사안을 전달한 바 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범행을 자수·신고 시 형을 감경·면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날 발의된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각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기존 두 차례에서 세 차례까지 가능해진다. 현재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수사 기간은 90일(준비 기간 20일 제외)이고 채 상병 특검 수사 기간은 60일이다. 이 기간 수사했는데도 공소제기 여부 판단이 어렵다고 인정되면 30일씩 최대 2차례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장 의원은 여기에 더해 “개정안은 연장 가능한 차수를 하나 더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각 특검에) 30일의 여지를 더 줘서 국외도피 등 시간 끌기로 (피혐의자들이) 범죄혐의를 피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기간 연장을 3차례 모두 할 경우 내란·김건희 특검 수사는 최장 180일, 채 상병 특검 수사는 최장 150일까지 가능하다.

 

특검법 개정안에는 수사 인력 증원과 수사 범위 확대도 담겼다. 장 의원은 “특별수사단, 파견 검사, 파견 공무원 등의 일손이 부족하다. 또 김건희 특검의 경우 김예성 집사 게이트, 통일교, 캄보디아 게이트 등으로 혐의가 늘고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 최하얀  김채운 기자 >

한국 극우 - 미 극우 MAGA 세력 사이 긴밀한 연계 작동

미 극우 ‘부정선거 - 숙청 음모론‘ 세력, 트럼프에도 영향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2시간30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 일어나는 상황 같다”는 글을 올리면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하면서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5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무난하게 넘어가기는 했지만, 한국의 극우와 미국 극우 마가(MAGA) 세력 사이에 긴밀한 연계가 작동하고 있고, 마가 세력이 트럼프에게 미치는 영향이 한미관계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변수가 되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미동맹의 미래가 걸린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24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미국으로 향한 것도 미국 마가 세력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방미를 열흘 앞둔 지난 15일 미국 극우 마가 세력의 대표적 인물인 고든 창이 의회 전문지인 ‘더 힐’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의 6월 대선이 광범위한 부정행위로 얼룩졌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주의자로 한미의 조약 관계가 위태롭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미국행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강훈식 비서실장이 막판에 급히 미국으로 간 이유는 마가 세력 쪽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음모론성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쳐, 정상회담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응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백악관 내 실세이자 마가 세력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수지 와일즈 비서실장을 만나려면 카운터파트격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야 한다는 판단으로 강훈식 실장이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통상 대통령 비서실장은 해외 순방 시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현안을 챙기는 데, 강 비서실장이 급히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강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는 글을 올린 25일 오전에 백악관 들어갔다가 나와 다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SNS글이 정상회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수지 와일즈 백악관 비서실장을 만나 사태 수습을 위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로라 루머, 고든 창 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세력을 연결하는 일종의 비선 라인이다. 이들은 미국에 있는 재미동포 부정선거론자, 한국 내 극우세력과 연결되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 공산주의자,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당선된 인물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고든 창은 25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극우세력이 결탁해 이재명 정부에 대해 가짜뉴스를 계속 유포하는 상황은 이제 매우 심각한 안보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국익과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우리 정보 당국도 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민희 기자>

 

트럼프에 낚인 나경원·주진우…“정치보복” “내란몰이” 다 설레발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마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월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의전 홀대를 받았다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을 우려했다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으나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혹은 혁명 같다. 우리는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고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 글이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 ‘내란몰이’, ‘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등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보여준 독재적 국정운영, 내란몰이, 사법 시스템의 파괴,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 장악이 결국 미국의 눈에 '숙청'과 '혁명'처럼 비치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도 입장문에서 ‘피의 정치보복’, ‘입법 폭주와 사법 유린’ 등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고,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의 반미·친중·독재 행보가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그러면서 “구치소 시시티브이(CCTV) 공개를 강압하고, 병원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공산 혁명’에서나 볼 법한 반인권 행위로 인식됐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어 열린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 해당 글의 취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국 내 교회와 군부대 수색에 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임명한 특별검사가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군 기지를 수색하거나 압수수색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괜찮다. 분명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지만 교회 수색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 처우나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을 우려한 것이라는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앞서 기선을 잡기 위해 올린 에스엔에스 글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섣불리 정쟁의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권성동·임종득 의원 등 국민의힘 여러 의원들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다.

 

여당에서는 ‘역대급 설레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젯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엔에스 글을 올리자마자 대다수 국민들, 윤석열 내란을 막아낸 국민들이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용 기선잡기라는 걸 알고 계셨고, 이재명 대통령도 우리 국민과 같은 생각이었다고 조금 전 시에스아이에스(CSIS) 연설서 얘기했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해프닝에 설레발을 치며 또다시 내란 디엔에이(DNA)를 드러내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박 부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씨는 특검 수사와 무관하고 내란 극복에 힘쓰는 이 대통령을 향해 ‘피의 정치 보복을 중단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정을 멈추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며 “12·3 내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던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할 나경원·주진우 의원도 각각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이 미국에게 숙청처럼 보인다’, ‘특검이 야권 인사들만 수사하는 것은 인민재판’이라며 특검 수사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했다”며 “미국의 협상용 해프닝이 마치 신탁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대한민국에 저주와 악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모욕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를 도저히 볼 수도 없고, 너무도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나 의원은 이 대통령이 블레어 하우스(영빈관)에 묵지 않고 호텔에 묵는다는 점을 들어 의전 홀대를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나 의원은 25일 페이스북 글에서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묵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을 방문한 전직 대통령들을 블레어 하우스에 묵도록 예우한 전례와 대비된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하우스는 미국 국무부가 관리하는 대통령 영빈관으로,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의 숙박 장소로 쓰인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26일 한겨레에 이메일로 대변인 명의 성명을 보내 “블레어 하우스는 매년 진행되는 정기적인 보수 및 수리를 위해 8월 한 달 동안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려왔다. 우리 외교부 역시 동일한 설명을 내놓고 의전 홀대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 심우삼 기자 >

한미 정상회담
외신 “트럼프 칭찬 전략 통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회담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있다. 워싱턴/UPI 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각) 정상회담에 대해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폭탄 발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뜻밖의 환대로 시작해 낙관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도 “두 정상이 유대감을 형성했다”며 긍정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위험요소가 남아있다”고 짚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한국학 펠로우 다르시 드라우트-베하레스 박사는 이날 한겨레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좀처럼 보기 힘든 개인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앞으로의 복잡한 협상 과정을 헤쳐나가는 데 매우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진정한 돌파구가 마련된 순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드러낸 뚜렷한 찬탄은 관계의 본질이 단순한 이해득실을 넘어섰음을 시사한다”며 “조선업 파트너십과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계약은 양국이 장기적인 협력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나 “동시에 극복해야 할 경제적·안보적 과제도 많다”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 조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세부사항에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퀸시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의 제임스 박 연구원도 이날 한겨레에 “무역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인데, 이 대통령이 이 점을 확실히 이해했기 때문에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긍정평가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중국 관련 군사 문제는 한국도 피하고 싶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비공개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대결을 목적으로 한미동맹을 재설계하는 것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도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은 회담에 철저히 준비된 모습이었고, 강력하고 역동적인 동맹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강조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했다”며 “순조로운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발표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양국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자동차와 철강 관세에서 우대 조치를 받지 못한 점에 한국은 실망하고 있다”며 “반면 미국은 한국이 디지털 무역 장벽을 줄이고 농업 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대해 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압박하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했는데, 이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발언”이라고 짚었다. 엠마 챈렛에이브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담당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급 양자 외교를 선호할 경우, 한국이 소외되거나 김정은 위원장과 별도 협상이 한국을 배제한 채 이루어질 가능성을 이재명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대통령의 ‘칭찬 전략’을 긍정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벌 오피스 리모델링과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최고치 기록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건넸고, 북한과의 대화를 요청하면서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 제가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농담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소를 자아냈다”고 소개했다.

 

영국 비비시(BBC)도 방송도 “두 정상은 서로에 대한 칭찬과 한미 경제 및 안보관계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며 트럼프 대통령 대북 정책을 칭찬하면서 비위를 맞춘 달변가였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대통령이 집무실 장식을 아낌없이 칭찬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요청하며, 심지어 북한에 트럼프 타워 건립까지 제안하자 적대적인 오벌오피스 회담이 이뤄질 모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 화기애애한 모습은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과거 회담에서 교훈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특별검사의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긴장감이 고조됐던 상황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겪은 것과 비슷하게 궁지에 몰릴 수도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에서는 긴장을 피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이날 오전 수십 년 된 동맹국과의 긴장을 악화시켰던 발언과는 대조적”이라고 짚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이재명 "트럼프 피스메이커, 난 페이스 메이커"

트럼프, 김정은 만남 권유에 "가능하면 올해 안"
트럼프 "김정은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
"한국에서 숙청, 혁명?" 도발적 글…"오해 확신"

두 정상, 암살 위험 경험 공유하며 친밀도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며들었다'(이재명에 서서히 빠져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미 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전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과 김건희의 비리 의혹에 대한 한국 특검의 수사와 관련해 미 극우 인사들의 음모론을 대변하는 듯한 '불만'을 드러냈지만, 회담을 마친 다음엔 "그는 매우 좋은 친구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 2025.8.26 연합

 

'재며든' 트럼프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간단치 않았다. 미리 기선을 제압하기라도 하듯,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2시간 반 앞둔 시점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 오늘 나는 백악관에서 새 한국 대통령을 만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라는 '도발적'인 글을 올렸다. 고든 창, 모스탄 등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극우 인사들의 허위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이걸로 다가 아니었다. 연합뉴스와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회담 직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도 "지난 며칠간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우리 군 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상회담 서두에 취재진이 이 글을 쓴 의도를 묻자 트럼프는 이 대통령을 향해 "교회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며 설명을 요구했다. 순간 회담장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 긴장이 흘렀음은 물론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가 하는 일은 팩트 체크다.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한국서 숙청, 혁명?" 도발적 글…"오해 확신"

 

이를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자신의 글을 취재진에 설명하느라 정상회담장에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 이 대통령을 기다리게 했지만, 정작 회담에선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겪은 것과 비슷하게 "궁지에 몰릴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정작 회담에선 "오해"로 결론 내려 긴장을 피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가 괜찮을 거란 조짐은 시작 전부터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이날 낮 12시 32분쯤 백악간 웨스트윙(서관)에 도착해 트럼프의 안내로 방명록을 작성했다. 이 대통령이 본인의 다소 두꺼운 갈색 펜으로 글을 써 내려가던 중 곁에 있던 트럼프는 "아주 아름답게 쓰셨다. 한국어가 배우기 어려운 언어 아니냐. 영어와 한국어 중에 정확성에 있어서 어느 언어가 낫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컴퓨터가 쓰기에는 한국어가 조금 낫고, 말하기에는 영어가 나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방명록 옆에 있던 갈색 펜을 보고 "펜은 대통령님의 것이냐" "도로 가져가실 것이냐. 난 그 펜이 좋다. 두께가 매우 아름답다. 어디서 만든 것이냐" "내가 펜을 써도 되느냐"라고 관심을 표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영광이다. "대통령이 하시는 아주 어려운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펜을 들어 주변에 보여주며 "실제로 쓰진 않겠지만 선물을 아주 영광스럽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백악관 내부로 안내했다. 오벌오피스에서 시작된 회담에서 트럼프는 먼저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과 군사 장비 구매 등에 기여해 달라는 뜻을 밝힌 뒤 "이 대통령을 백악관에 모시게 돼 영광이다. 선거에 이긴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연합

 

이재명 "트럼프 피스메이커, 난 페이스 메이커"

 

이에 이 대통령은 새로 단장된 오벌오피스를 두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정말 보기 좋다. 품격이 있어 보이고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상승세, 트럼프의 구호인 MAGA, 그리고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트럼프의 '피스메이커'(평화 중재자) 역할 등을 거론하며 추켜세웠다.

 

압권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달라고 부탁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치게 해 달라"고 농을 건네자, 트럼프는 웃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별명인 '로켓맨'을 거론하며 "대화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을 추진할 것이다.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남, 북과 관련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내가 함께 일해 온 한국의 다른 지도자들보다 그것을 하려는 성향이 훨씬 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다른 선수의 기록 단축을 위해 같이 뛰어주는 선수)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하자, 트럼프는 "좋다. 우리는 분명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을 함께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모두 마친 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비공개 회담 부분을 브리핑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5.8.26 연합

 

트럼프 "김정은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

 

오찬을 마친 후 트럼프는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고 말했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권유엔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답했다. 또한 트럼프는 한국 측 배석자들에게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두고 "스마트하다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며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공감을 표했다.

 

골프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여성 프로골퍼들이 왜 그리 실력이 좋으냐"며 비결을 물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손재주가 많은 민족적 특성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한국의 여성 프로 골퍼들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진 밤까지 종일 연습한다고 들었다. 열심히 연습하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선수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그는 매우 좋은 친구(guy)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다"라고 칭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 한국의 새 대통령은 피살 위험에서 살아남는 등 여러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두 지도자가 첫 만남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