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트루스포럼, 현지서 첫 행사
모스 탄, 고든 창, 전한길 등 무대로
“한국 부정선거” “종교 탄압” 외쳐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연설하고 있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미국 극우와 연대하기 위한 한국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미국 진출이 확산하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각)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미국 워싱턴디시 인근에서 첫 행사를 열고 미국 내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고든 창 변호사 등 대표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무대에 올랐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극우 성향의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참여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손현보 세계로교회 담임목사의 구속과 미 극우 인사 찰리 커크의 사망을 고리 삼아 한·미 극우의 연대를 촉구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겼다.

 

이날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버지니아주 섄틸리에서 열린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 무대는 음모론에 바탕을 둔, 한국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으로 가득 찼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그의 이름은 이재명이지만, 저는 그를 ‘차이나 리’라고 부른다. 그의 부상이 중국의 대규모 지원을 통해 가능해졌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차이나 리! 스톱 더 스틸!(선거를 훔치지 마라)”이라고 외쳤다. 참석자 300여명은 큰 소리로 복창했다. 예배 형식을 띤 행사 5시간 내내 이런 모습이 반복됐다.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고든 창 변호사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휘두르고 있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개신교 복음주의를 공통분모로 한 두 나라의 극우 인사들은 손현보 목사의 구속을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을 부를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손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세이브코리아’의 대표로, 지난 8일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모스 탄은 “이재명 정부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목회자들까지 탄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한길씨는 “존경하는 찰리 커크가 방한해 종교 탄압을 트럼프 대통령께 알리겠다고 말한 뒤 유명을 달리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저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 이틀 전에 150만원 주고 방탄복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껏해야 벌금 정도의 사안인데 구속까지 시킨 것은 종교 탄압”이라며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극우 인사들의 종교 탄압 주장이 거침없이 쏟아진 같은 시각, 국민의힘 지도부도 지구 반대편에서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장동혁 대표는 14일 오전 손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것이 제 소명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기름부음 받은 하나님의 종에 대적한 행위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극우 인사들이 미국에 또다른 거점을 구축한 날, 제1야당이 이들과 한배를 탔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한·미 극우 세력의 확장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전한길씨 등 주요 연사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 섄틸리(미국 버지니아주)/김원철 특파원  장나래 기자 >

 

한·미 부정선거 연대 뒤에 ‘케이시팩’과 ‘극우 개신교계’ 있다

한·미 극우연대 해부-  네트워크 핵심 축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최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 모습. ‘세이브코리아’는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을 주장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더 이상 국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내수용’ 메시지 전파에 만족하지 않는다. 미국 극우 인사들과 연대하기 위해 아예 단체 설립 목적을 네트워크 구축에 두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미국 쪽 자금과 공화당 연줄을 기반으로 한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케이시팩)이 꼽힌다. 일부 보수 개신교계도 12·3 비상계엄과 대선을 거치며 한·미 극우 연대의 주요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미 셔틀 행사’ 주력, 케이시팩

 

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시팩)의 ‘한국판’을 표방하는 케이시팩은 2019년 10월 설립 이후 ‘한·미 셔틀 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케이시팩 쪽은 그동안 “우리는 미 공화당과 백악관 쪽에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공산당의 의회·언론·기업 침투와 이에 따른 부정선거 가능성을 검증하자는 요구는 최우선 안보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케이시팩 공동 대표 그랜트 뉴섬(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은 자료집에서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한국은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케이시팩은 올해 2월 워싱턴디시(D.C)에서 열린 시팩 연례행사에서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을 주장하는 고든 창 변호사와 모스 탄 리버티대 교수 등과 함께 별도 부스를 운영했다. 시팩 운영진이기도 한 고든 창은 메인 무대 연설에서 “시팩코리아(케이시팩)는 지구상에서 가장 취약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다. 한국에서 좌파는 윤석열을 제거하고 정부를 장악하려 한다”고 했다.

 

케이시팩은 한국계 미국인 애니 챈(한국 이름 김명혜·73)이 자금을 대고, 미국 시팩과 연결해주며 설립됐다. 애니 챈은 1990년대부터 미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대는 ‘큰손’이자, 한·미 양국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연결시키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입수한 케이시팩의 또 다른 자료에는 “(애니 챈은) 대한민국 상황을 워싱턴 정가에 알리는 등 왕성한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들과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경욱 전 국회의원은 한겨레에 “애니 챈은 부정선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 애국자”라고 했다. 애니 챈은 케이시팩 외에도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와 한미동맹유에스에이, 원코리아네트워크 등 ‘유사 단체’를 설립해 지원했다.

 

                           

  극우 개신교계 네트워크 재가동되나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교회 탄압.’

 

극우 개신교계가 만들어 미 극우 진영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케이(K)-음모론이다. 특히 윤석열 내란 특검 국면을 거치며 이재명 정부의 ‘교회 탄압’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중과 부정선거를 결합한 극우 담론을 유포하는 개신교계는 크게 전광훈(서울 사랑제일교회), 손현보(부산 세계로교회), 심하보(서울 은평제일교회) 목사 계열로 나뉜다. 전 목사가 노년층 태극기 부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반면, 손현보·심하보 목사는 미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이다.

 

손현보 목사는 올해 들어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운동을 통해 전국구 인사로 급부상했다. 한·미 극우 개신교 관계를 연구하는 서명삼 서강대 교수(종교학과)는 “손현보는 김민아의 ‘빌드업코리아’를 통해 (미 마가 세력인) 찰리 커크의 ‘터닝포인트유에스에이’와 직접 연결고리가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해 방한해 손 목사와 만났다. 손 목사는 지난 8일, 6·3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설교 등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구속됐다. 그는 구속에 앞서 “내가 구속되면 대한민국이 전체주의 국가, 나치 국가가 됐다는 것을 전세계에 증명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지난 7월 부정선거와 이재명 대통령 범죄 연루설을 주장하는 모스 탄을 초청해 집회를 열면서 널리 이름을 떨쳤다. 최근에는 모스 탄을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해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 김남일  정인선  김해정 기자 >

 

“좌파 미치광이를 색출하라”…커크 암살 뒤 미 극우, 반대자 사냥몰이

트럼프 “급진 좌파 미치광이 문제 해결할 것”
커크 사망 관련 발언한 15명이 직장서 해고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 바깥벽에 지난 10일 피살된 미국 청년 우파 논객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사진이 걸렸다. 사진 속 커크(오른쪽)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을 맞대고 껴안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
 

‘정중하게 애도해라, 그렇지 않으면 후과를 겪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미국 우파 진영이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을 계기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커크 사망의 책임을 좌파에게 물으며, 마가 진영에서는 커크의 견해와 행동을 비판한 사람들을 색출해 보복하는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숨진 10일 영상 담화에서 “급진 좌파 쪽 인사들이 찰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 및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범, 범죄자에 비교했다”며 “그런 언사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 보고 있는 테러리즘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겨냥했다. 다음날도 “급진 좌파 미치광이 그룹”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한 트럼프주의자인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민주당원들이 오늘 일어났던 일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커크의 사망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지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좌파는 “살인당”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 등 주요 의제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정책실장의 부인이자 마가 진영의 유력 인플루언서인 케이티 밀러도 엑스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나치로, 인종주의자로 부른다”며 “당신들이 손에 피를 묻혔다”고 말했다. 우파 작가이자 블로거인 맷 포니는 “찰리 커크 암살은 미국판 독일 의사당 방화”라고 규정하고는 “좌파에 대한 완벽한 탄압의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치인 체포와 당 해산을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나치가 독재 체제 완성에 이용했던 의사당 방화처럼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커크의 죽음을 조롱했다는 명분으로 광범히 한 단속과 탄압이 이미 진행된다.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다고 알려진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는 엑스에서 ‘커크 비판자 색출 운동’을 조직하며 “당신의 향후 직업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니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클레이 히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에서 “그 아름다운 젊은 사람에 대한 악랄한 살인을 축하하는 건방진 증오의 입을 놀리는 어떤 자도 모든 플랫폼에서 영구히 금지”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15명이 온라인 등에서 커크의 죽음을 거론한 뒤 해고당하거나 정직을 당했다. 익명으로 도메인 등록이 된 ‘찰리의 살인자들을 폭로하자’ 사이트에는 41명의 이름이 올라왔는데, 거명된 이들 중에는 “당해도 싸다” 등의 발언을 했으나, 대부분 커크가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정치적 폭력을 옹호했다고 지적한 사람들이다. 이 사이트 첫 화면에는 곧 제보받은 3만건의 자료를 게시할 것이라고 공지가 떠 있어,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커크는 2023년 미국에서 해마다 총기로 사망이 느는 것은 수정헌법 2조의 “납득할 만한 대가”라며, 그 죽음들이 “가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중간선거 직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를 자택에서 망치로 머리를 폭행한 용의자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어떤 놀라운 애국자가 중간선거의 진정한 영웅이 되고자 원한다면, 거기 가서 그 친구를 구출해야만 한다”고 했다. 커크는 또 그 사건을 “부적절한 성관계 유혹을 하려다 일이 틀어진” 것으로 묘사한 히긴스 의원의 견해에 동조하기도 했다. 임신중지를 반대하면서는 ‘10살짜리 딸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그의 수사가 ‘총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방송에서 말한 엠에스엔비시(MSNBC) 선임 정치분석가 매슈 다우드는 즉시 해고됐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 사건은 군대를 거리에 투입하는 촉진제로 사용될 수 있다”며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정치사 교수는 “미국 도시들의 거리에는 실제로 연방군이 있고, 트럼프는 원하는 대로 연방 군사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의길 기자 >

 

민주당 내 대법원장 사퇴 촉구 확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정 대표를 비롯해 여당 안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공론화하는 형국이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며 대법원장의 정치적 신념에 사법부 전체가 볼모로 동원돼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는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을 언급하며 “이재명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거나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쳐 낙선시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법부의 명운을 걸고, (조 대법원장이) 과반 의석을 장악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와 승부를 겨루는 거대한 모험에 나서기로 결심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추론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비롯해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대법원장 개인의 정치적 일탈이 사법부 전체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구성원 전체 지위를 위협하게 된 현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내부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길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내란수괴, 부정부패 혐의로 전두환, 노태우를 단죄했다. 이명박도 감옥에 갔다. 박근혜와 윤석열을 탄핵한 국민”이라며 “대법원장이 그렇게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 국민 탄핵 대상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선 주말을 지나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사법 독립을 위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데 이어 이날 법사위원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서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서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서 대선에 개입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탄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하어영 기자 >

 

추미애 "조희대, 재판지연으로 내란범 보호"…사퇴 촉구

"검찰 독재 땐 침묵하다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 주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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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사위원장, 경찰청장 탄핵 심판 변론 출석 =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9.9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독립을 위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자신의 인사권은 재판의 중립성·객관성을 담보할 만큼 행사되고 있느냐"며 "국민이 힘들게 민주 헌정을 회복해 놓으니 숟가락 얹듯이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독재 시대에는 침묵하다가 가장 민주적인 정권 아래에서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느냐"며 "세계사적으로 부끄러운 검찰 쿠데타 체제에서 사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한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추 위원장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법원의 총장 징계 사건 판결을 언급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고 징계했을 때 법원은 1주일 만에 윤석열의 손을 들어주고 직무 복귀를 시켰다"며 "그러나 1심에서는 윤석열 패소 판결이 났고, 2심에서는 뒤집혔다. 그런 해괴한 판결만 아니었더라면 내란은 방지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장모의 요양병원 보조금 횡령 비리도 1심 유죄를 뒤엎고 2심은 무죄를 안겨줬다"며 "(법원은)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 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책임은 조 대법원장에게 있고 사법 독립을 위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남이 마땅하다"며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 물러나야 사법 독립이 지켜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박재하 기자 >

 

대통령실, 조희대 사퇴 요구에 "입장 없어…이유 돌아보자는데 공감"

 
"국회는 가장 우선되는 선출권력…시대적·국민적 요구 있다면 돌아봐야"

사법부 향해 "입법부 논의 지켜봐야…정부는 국회결정 존중할 수밖에"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공감' 분석 나오자 재차 브리핑…"오독·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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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관련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변인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날 오후 열리는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는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해소하기 위해 신설된 민관 합동 회의 플랫폼으로 이날 오후 열리는 1차 회의에서는 청년세대 일자리 및 신산업의 성장을 막는 핵심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추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우선 "아직은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국민을 대신하는 '선출된 권력'인 국회에서 이런 요구가 나왔다면 '임명된 권력'인 행정부나 사법부는 그 이유를 차분히 돌아보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추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검찰 독재 시대에는 침묵하다가 가장 민주적인 정권 아래에서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느냐"며 "사법 독립을 위해서 (조 대법원장)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썼다.

 

다만 강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조 법원장 사퇴 요구 자체에 대통령실이 공감을 표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자, 강 대변인은 재차 브리핑을 열어 자신의 발언 취지를 다시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구체적 의견은 아직 없다는 게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사안(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은 오독이고 오보"라며 "발언의 앞뒤 맥락을 배제하고 한 부분만 떼어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선 브리핑의 속기록을 보더라도 제 답변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구체적 입장은 없다'는 것이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고, '원칙적 공감'이라고 얘기한 것은 선출 권력의 의사를 임명 권력이 돌이켜보자는 취지의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 대법원장과 전국법원장회의가 여권발(發) 사법개혁에 '신중론'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강 대변인은 "간접적 임명권을 통해 임명된 권한은 (선출 권력인) 입법부의 논의를 충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입법부가 가진 자정과 내부적 협의 능력에 대해 의심부터 한다기보다는 천천히 지켜보고 숙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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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해서는 "내란 사태의 신속한 종식을 위해 법률을 제정하거나 이외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할지언정, 그것 역시 국회가 숙고와 논의를 거쳐서 갈 부분이고 정부는 최종적 결정에 대해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임형섭  황윤기 기자 >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 밝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14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내란재판과 관련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빠른 시간 안에 재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사법부 움직임이 없다면 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입법 조처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이 설치를 추진해온 ‘내란특별재판부’를 두고 사법부가 거듭 위헌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자, 사법부 스스로 내란재판을 전담할 재판부 구성안을 내놓으라고 공을 넘긴 셈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란이라는) 사건의 중차대함을 감안할 때 법원이 (전담재판부 설치를) 먼저 주창하고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경험이 많고 경력이 비슷한 판사들로) ‘경력대등 재판부’를 꾸려서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내란재판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런저런 언급을 하기 전에 사법부 자체적으로 판단해주면 더 좋다”며 “(사법부)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하면, 결국 입법 부분으로 가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담은 내란특별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해당 법안은 내란 사건의 1·2심 재판을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하는 특별재판부가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귀연 재판부’가 내란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는 의심 속에 내란특별법 드라이브를 걸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입법부가 법관 구성과 재판 배당에 관여해 사법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반발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일선 판사들은 사건 배당 역시 사법부 고유의 권한이라며 민주당 방안에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특별재판부 주장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당은 해당 법원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 기민도  이나영 기자 >

 

한국인 구금사태 의식한듯…"우리는 그들을 환영하고 직원들도 환영"

지지층 의식해 '기술전수 위한 외국인 기한부 수용'으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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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같이 밝힌 뒤 "우리는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며 그렇게 머지 않은 미래에 그들의 전문 영역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기꺼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나 기업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 이민 당국에 의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를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일 미 당국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구금됐던 한국인들은 일 주일여 만에 석방됐지만 이들 중 일부는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 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대한 반발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국 기업들이 매우 복잡한 제품, 기계, 다양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가지고 미국에 들어올 때, 나는 그들이 자국의 전문 인력을 일정 기간 데려와서 그들이 미국에서 점차 철수해 자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미국인들에게 매우 독특하고 복잡한 제품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훈련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는다면, 칩, 반도체, 컴퓨터, 선박, 열차 등과 같이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하거나 많은 경우 우리가 과거에 잘했지만 지금은 다시 배워야 하는 그런 많은 제품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애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외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 트럼프 행정부로선 전문 인력의 지식 이전 역시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인 구금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미국에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숙련도 있는 기술자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한 반박 차원으로도 읽힌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은 자신의 반(反) 이민 정책에 동조해온 강성 지지층과, 최근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를 우려스럽게 보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동시에 보내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지층에 전문기술을 가진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의 제조업 기반 재건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는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미투자 기업들에는 전문 기술 인력의 미국 체류를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 기술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함이며, 그 과업이 끝나면 자국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외국 기술인력 유입 허용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유연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부각했다.

 

한미는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기술인력의 안정적 미국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 이유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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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미 구금·귀국 한국인 비자 현황 = 미국 조지아주에서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무사히 귀국한 가운데, 업계는 미국 인력 확보와 공장 건설 지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인 고용을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 투입 인력 교육에는 최소 6개월, 많게는 5∼6년이 걸려 업계는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한 미 국무부 부장관 “구금사태 유감…재입국 불이익 없을 것”

구금 사태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 외교부 제공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유사 사태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박윤주 외교부 차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랜다우 부장관을 만나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과 랜다우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와 이를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된 양국 간 비자 제도 개선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 노동자들이 미국 내 구금시설에서 부당하게 감내해야 했던 불편한 처우에 대해 언급하며, 해당 노동자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이 이번 사태로 인해 깊은 충격을 받았던 것에 유감을 표했다. 또 미국 쪽에 우리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 조치를 취할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박 차관은 특히 “이번 구금 사태 해결 과정에서 한·미 양 정상 간 형성된 유대관계와 양국의 호혜적 협력의 정신이 작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구금에서 풀려난 한국인의 미국 재입국시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 맞춤형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외교부-국무부 간 워킹그룹 창설과 비자 관련 상담창구 개설 등 후속 조치 이행에 박차를 가하자고도 했다.

 

랜다우 부장관도 이번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 및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 만큼,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활동이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한국 노동자들의 기여에 합당한 비자가 발급될 수 있도록 실무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고 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차관은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지역 및 글로벌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박 차관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감한 바와 같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미측이 피스메이커,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서의 각자의 역할을 다해 나가자고 했다. 랜다우 부장관은 이에 한국의 대북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향후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고 한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도 랜다우 부장관을 접견하고, 이번 구금 사태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윈-윈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후속조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 서영지 기자 > 

 

서류상 ‘불법 체류’ 인정한 구금 한국인들, ‘불이익 없는 미국 비자’ 과연?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노동자 귀국에 가족들이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유사 사태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 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들 노동자가 다시 정상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미국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윤주 외교부 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랜다우 부장관을 만나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차관과 랜다우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와 이를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된 양국 간 비자 제도 개선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 노동자들이 미국 내 구금 시설에서 부당하게 감내해야 했던 불편한 처우에 대해 언급하며, 해당 노동자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이 이번 사태로 인해 깊은 충격을 받았던 것에 유감을 표했다. 또 미국 쪽에 우리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 조처를 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랜다우 부장관도 이번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 및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 만큼, 귀국자들의 미국 재입국 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노동자가 미국에서 다시 일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귀국한 노동자 330명(외국인 14명 포함) 전원은 미국 현지 교정 시설에서 ‘자진 출국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한 한 노동자의 구금일지에 담긴 자진 출국 서류를 보면, “본인은 이민법에 따라 추방, 송환 또는 입국 거부로부터의 구제 또는 보호를 위한 모든 신청서를 제출할 기회를 포기함을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금된 한국인들이 이 서류에 서명함으로써 실제 체류 자격을 위반한 노동이 있었는지 등 이민 법원에서 다투는 권리를 잃게 된 셈이다.

 

특히 이 서류에는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이 범죄임을 인정하며, 출국 후 불법 재입국을 시도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쓰여 있다. 출국자가 자신의 비자와 무관하게 불법 체류 사실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자진 출국을 신청한 것이다.

 

한·미 당국은 공식적으로 향후 미국으로 재입국 하는 과정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한·미 당국은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다시 일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이민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민법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한국 정부(법무부)도 해마다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기 위해서 ‘자진 출국 시 범칙금 미부과’, ‘재입국 시 불이익 없음’을 내세우지만 불법체류 사실 자체는 기록에 남아 있기 때문에 비자를 잘 발급하지 않는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 이재호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