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추천 소식에 찬물 끼얹은 판결

시민들 자부심과 용기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
찰스 1세 언급 뒤에 숨겨진 윤 어게인의 암시?
무죄 추정 우기는 장동혁과 반격 꿈꾸는 극우

조희대 사법부와 반혁명 요새 어찌할 것인가
반혁명 채찍 맞고 전진하는 위대한 시민의 빛

 

김용민 화백

 

2월 19일 아침, 날아든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한국 국민들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년간 광장을 지키고,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그것은 고통과 불안을 견뎌낸 시간에 대한 국제적인 승인처럼 느껴졌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재확인하며 벅찬 감정을 나눴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정반대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내란 사건 선고였다. 그 판결 결과는 무기징역이기는 했지만 마치 많은 시민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들이 2024년 12·3과 그 이후 2년 동안 했던 투쟁과 연대는 그리 대단한 것도, 역사적 의미가 큰 것도 아니었다.' 재판부의 논리는 이랬다.

 

윤석열의 행위는 치밀하게 준비된 쿠데타가 아니었고, 불과 3일 전에 즉흥적으로 결심한 어설픈 시도였으며, 스스로 물리력을 자제한 허술한 사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막아낸 것은 거대한 역사적 만행이 아니라, 미숙한 권력자의 일탈에 불과한 셈이 된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 밤의 승리는 '별것 아닌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노골적인 조롱이다. 

 

 

내란 우두머리 법정에서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이것은 승리한 시민들의 뒤통수를 향한 사법 권력의 비열한 가격이었다. 재판은 단지 법률 조항의 해석이 아니고 사회적 메시지를 생산한다. 특히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한 판결은 그 자체로 역사 해석이 된다. 이것은 지귀연 재판부의 정치적 목적이 한국 사회와 역사를 바꾼 '빛의 혁명' 참가자들의 자부심, 자신감과 용기를 꺾어놓는 것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자신감과 용기는 계속 발전하고 확대되면서, 단지 특정 정권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넘어서 한국 사회를 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방향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득권 카르텔의 입장에서 보자. 재벌, 고위 관료, 주류 법조 엘리트, 일부 언론 권력으로 구성된 구조적 동맹은 한국 사회의 부와 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해 왔다.

 

이들에게 광장의 집단적 각성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민이 스스로를 정치의 주체로 자각하면, 폐쇄적 엘리트 구조는 균열을 맞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열광과 연대를 일상적 무력감으로 되돌리며 그 힘을 다시 ‘호리병’으로 집어넣는 일이다. 그래서 지귀연이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과 12·3 내란의 위험성을 최대한 축소하는 방향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석열은 내란을 위해 북한과의 전쟁을 도발한 적도 없으며, 독재와 학살을 꿈꾼 적도 없는 '야당의 폭주에 가로막혀 길을 잃은 통치자'일 뿐이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치행위론의 부활이다.

 

오직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점만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는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반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마치 '다음에는 더 일찍 결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며, 국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비상계엄을 성공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반혁명적 충고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또,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꾸짖음은, 한편으로는 감옥에서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는 윤석열에 대한 살뜰한 위로처럼도 들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목적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이중적 의미로도 들리고 있다. 그러면서 지귀연은 로마와 영국의 찰스 1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박학다식을 어줍잖게 과시했다.

 

그 모습은 과거에 윤석열처럼 룸살롱 가서 접객원들을 옆에 앉혀두고 폭탄주를 마시며 '맨스플레인'하는 타락한 법조 엘리트들의 전형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지귀연의 찰스 1세 언급은 단순한 현학적 지식 과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교도 혁명은 찰스 1세를 타도했지만, 나중에 올리버 크롬웰의 독재로 변질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찰스 2세로 왕정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그것은 혁명의 파괴와 피의 복수로 이어졌다. 그러니 혹시 지귀연은 극우를 향해 '빛의 혁명과 민주당의 독재를 끝내고 윤어게인과 복수의 시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암시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지금 윤어게인 극우 세력은 이번 판결을 통해 반격의 틈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결 자체가 너무나 허술하고 앞뒤가 모순적으로 충돌하며, 곳곳에서 윤석열과 내란을 정당화해주는 내용을 심어 두고 있기 때문에 2심과 상고심을 통한 뒤집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판결문 곳곳의 논리적 허점은 지귀연 판사가 남겨둔 마지막 양심의 흔적들”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 

 

윤석열 역시 “장기집권을 위한 여건 조성이라는 특검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오히려 '재판부가 나의 진정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뻔뻔스럽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20. 연합
 

물론 이번 판결은 지귀연 개인의 판단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조희대 대법원 체제, 주류 언론, 법조·관료 엘리트가 형성한 담론 지형이 그 배경에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과 정쟁에 몰두해 윤석열의 어설픈 내란을 불러왔다'는 프레임은 우리 사회의 주류적 설명 방식이었다.

 

그래서 많은 언론, 지식인, 엘리트들이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지적과 해석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김어준식의 음모론'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고발하고 개혁하려는 최전선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추미애-나경원 충돌의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조희대 탄핵 추진이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개딸과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민주당의 무리수'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역시 주춤거렸다. 강력한 사법 개혁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보다는, 내부 권력 구도와 차기 권력 경쟁에 휩싸여 갔다. 결국 내란 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는 지금도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사법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윤석열을 풀어줬던 지귀연은 끝까지 재판장 자리를 지켰고 이번 같은 모욕적인 판결을 내렸다.

 

조희대는 여전히 인사권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법부 통제력을 가지고 있고, 새로 임명된 법원행정처장은 더욱 조희대와 가까운 극우적 인물이다. 이진관 같은 정의로운 판사와 올바른 판결은 소수이고 지귀연 같은 의심스러운 판사와 이상한 판결이 더 많으니, 내란전담 재판부나 윤석열 항소심 재판부 구성에도 조희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무도한 특검이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재명 정권의 신독재 광풍"을 공격했다. 나아가 이번에 지귀연이 수상하게도 판결문에서 '대통령도 수사받을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을 이용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중지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12. 연합
 

심지어 윤석열은 지귀연 판결 다음날 발표한 입장에서 “저 윤석열은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라고 말하고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라며 극우 세력의 결집과 저항을 선동하고 나섰다. 이는 패배의 언어가 아니라 동원의 언어이고, 광장을 다시 반동의 공간으로 호출하려는 시도이다.

 

이 모든 흐름은 분명히 말해 준다. 윤석열의 내란도, 빛의 혁명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정부와 집권당의 권력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사람들도, 이제는 살아있는 권력인 이재명 정부와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사람들도, 빛의 혁명을 지나간 과거로 생각하며 우리끼리 차이점을 찾는 데 더 몰두하던 사람들도 섣불렀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고 시민의 각성과 연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 혁명이 공포정치와 제정복고를 거쳤고, 영국 혁명이 왕정복고를 경험했듯이, 혁명은 한 번의 선거, 한 번의 판결로 완결되지 않는다. 혁명은 반혁명의 채찍질을 맞으며 전진하고, 혁명을 절반에 그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2월 19일 아침의 자부심과 오후의 허탈감 사이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12·3의 밤에 우리가 확인했던 그 뜨거운 연대는 이제 법원이라는 성벽 안에서 공고해진 반혁명의 요새를 허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법 권력이 역사를 모욕할 때, 그 역사를 다시 쓰는 힘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들의 끈질긴 연대와 투쟁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 연구평론가 >

 

윤석열을 인혁당 피해자에 빗댄 국힘…“유족에 석고대죄해야”

 

 
 
대법원이 인혁당재건위 관련자들의 상고를 기각한 다음날인 1975년 4월9일 도예종 등 8명이 처형되었다. 4·9평화통일재단 제공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 1심 선고를 ‘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 등에 빗대어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과거 동백림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이 전부 다 시간이 흐른 후에 현실의 법정과 역사의 법정에서 전부 무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은 1974년 박정희 독재 정권이 반유신 시위를 탄압하려 그 배후에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라는 불법 공산 조직이 있다고 조작해 관련자들을 기소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비정상적인 사법절차를 거쳐 1975년 4월8일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고 이튿날 새벽 기습적으로 집행했다. 역사상 최악의 공안조작 사건이자 사법 살인 사건으로 꼽힌다. 피해자들은 모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67년 동백림 사건도 박정희 정권이 유럽에 체류 중인 유학생과 교민, 지식인이 북한 대사관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고 조작한 사건이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억울한 누명을 쓴 국가 폭력 피해자들을 윤 전 대통령과 등치시킨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왜곡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찬성 토론자로 나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야만적인 사법 살인 사건에 희생된 인혁당 피해자분들과 윤석열 내란수괴를 어떻게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폭력에 짓밟힌 희생자들의 처참한 역사 앞에 어떻게 감히 국가 폭력 가해자인 내란수괴 윤석열 이름을 들이미느냐. 이것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당은 같은 날 노서영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도 “국가권력이 저지른 최악의 사법살인 사건을 내란수괴 옹호를 위한 방패막이로 삼는 국민의힘의 몰염치한 발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인혁당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모독”이라며 “조 최고위원은 인혁당 희생자와 유가족 앞에 석고대죄하고, 후안무치한 비유로 내란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심우삼 기자 >

 

품목관세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 1750억 달러 추산 환급 여부 불투명

 

 
 
컨테이너선 한 척이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항에 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20일(현지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수출 기업들 및 대미 협상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상호관세 무효, 그동안 낸 관세 환급 가능할까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가 무효로 선언됐기 때문에 미국 세관 당국은 상호관세를 더 이상 부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품의 경우 다른 나라들처럼 지난해 4월5일부터 ‘기본관세’ 명목으로 대부분에 10% 상호관세가 매겨졌다. 이후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잠정 타결에 따라 상호관세는 15%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협상 최종 타결에 따라 한국산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는 15%를 유지하기로 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모든 품목 관세율이 0%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부담이 가해진 것이지만 이번 판결로 더 이상 상호관세는 부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 대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 및 중국과 멕시코 상품에 대한 ‘펜타닐 관세’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펜타닐 관세’는 중국과 멕시코가 마약성 물질인 펜타닐의 미국 유입과 관련해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부과하는 관세다.

 

따라서 상호관세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관세의 양대 축인 품목관세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품목관세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따른 관세다. 이 관세는 미국 상무부의 안보 영향에 대한 조사를 전제로 한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15%,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의 품목관세를 매기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4월부터 25% 품목관세가 부과되다가 협상 최종 타결에 따라 15%가 적용되고 있다.  

 

일단 판결 자체로만 보면 수출 업체들은 상당한 부담을 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부과된 상호관세 환급은 어떻게 될지 등을 두고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반적 관점에서는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면 환급해주는 게 맞지만, 연방대법원은 환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따른 미국의 전체 환급 규모가 1750억달러(약 245조원)라는 추산도 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관세 납부 주체가 미국 수입업자라는 것이다. 한국 수출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만큼을 수입업자들에게 주거나, 수출업자의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수출 가격을 깎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환급이 가능할 경우 수출 업체들이 이를 그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 관세 전문가들은 수출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실제로 전가받고 있는지에 관해 자료 등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앞으로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또 다른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판결에 반발하면서 “국제경제비상권한법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역법 제122조에 따라 전 세계의 대미 수출품에 곧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관세 부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제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등을 이유로 한 관세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대미 협상에 미칠 영향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서 주요 타깃이 되면서 3500억달러(약 507조원)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품목관세율을 각각 15%씩 적용받고 있다. 

 

협상의 밑바탕이 됐던 상호관세가 이번 판결로 무효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지나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지난달 말, 한국 국회가 대미 투자 특별법안 처리를 지연한다는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에 대한 관세율과 상호관세율을 현재의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을 미국에 급파해 무마를 시도하고, 국회는 특별법안을 다음달 초까지 통과시키겠다며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무기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미 협상에 관해 한국의 입지가 개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를 도입하려 하고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관세율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기존 협상 결과를 바꾸기는 어렵고, 협상 전략을 눈에 띄게 수정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한 협상 결과를 놓고 “당시에는 자동차 품목관세 해결에 주안점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향이나 제3국들의 대응을 살피면서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본영 기자 >

 

청와대, 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국익 부합하는 방향 검토”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실망했다”며 “좋은 소식은 이 끔찍한 판결을 한 대법원 전체와 의회도 인정하고,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977년 제정)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대체 수단을 통해 전 세계에 10%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 서영지 기자 >

 

단속 나선 미 재무 “우리와 맺은 합의 지켜야”…‘접근 봉쇄’ 협박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각)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이코노믹 클럽 행사 질의응답(Q&A)에서 발언하고 있다. 댈러스/AFP 연합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각) “각국이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를 존중(honor)할 것으로 본다”며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했지만, 기존 무역 합의의 구속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232조와 301조 관세로 이동할 수 있다”며 “모두가 그들의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를 빼앗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수입을 전면 차단할 수 있는) ‘금수조치(엠바고)’를 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국가나 전체 제품군의 수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만큼, (관세보다) 더 가혹한 지렛대가 만들어진 셈”이라며 “모든 국가가 기존 합의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관세를 통한 수익 창출은 막혔더라도, 합의를 파기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아예 미국 시장 접근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6대3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비상사태 시 수입을 규제할 권한은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까지 포함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각국에 대해 동일한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다만 방식은 덜 직접적이고, 조금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환급 가능성과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관세가 환급되더라도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를 “궁극적인 기업 복지”라고 일축했다.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 김원철 기자 >

 

비상경제권한법 근거로 관세 부과대통령의 권한 넘어선 것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대법원의 전경이 보인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각) 판단함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와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보수 우위(6대3) 구도의 대법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제동을 건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무역 파트너들에게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조지 W. 부시 대통령 지명)은 다수의견에서 “의회가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더라도, 이는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 제1조 8항이 과세·관세 권한을 의회에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판례를 인용해 ‘관세는 매우 명백히 조세권의 한 갈래’라고도 강조했다. 다수 의견에는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에 대법원장 및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1기 트럼프 대통령 지명), 에이미 코니 배럿(1기 트럼프 대통령 지명) 대법관 등이 가담했다.

 

대법원은 “비상경제권한법 반세기 역사상 어느 대통령도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주장한 권한은 “범위·규모에 있어 전례 없는 확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중대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적용해,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권한은 의회의 ‘명확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진보 대법관 3명은 “중대 질문 원칙 적용은 불필요하며 일반적인 법령 해석만으로 충분히 위법 결론에 이른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로 무효가 된 것은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본 10%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차등 적용한 상호관세’와 ‘펜타닐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이후 인상)를 부과한 관세’ 등 두 범주의 관세다.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근거로 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이번 판결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브렛 캐버노(1기 트럼프 대통령 지명), 클래런스 토머스(조지 H. W. 부시 대통령 지명), 새뮤얼 얼리토(조지 W. 부시 대통령 지명) 대법관 등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관세는 수입을 규제하는 전통적인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를 환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다수 의견서는 이미 징수된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어떻게 환급할 것인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비용이 이미 소비자에게 전가된 상황에서 환급 절차는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체결된 수조 달러 규모의 무역 협정들 역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관세 환급 문제는 향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관세로 약 1300억 달러(약 188조원) 이상이 징수됐다. 로이터 의뢰로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모형(PWBM)이 추산한 결과 환급 대상은 최대 1750억 달러(약 25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7년 제정된 비상경제권한법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경우 외국과의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마약 유입과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지난해 4월 이른바 ‘해방의 날’ 발표를 통해 전 세계 교역 상대국에 최소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일부 국가와 품목에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판결 직후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달러지수는 일시 하락했다가 회복했고,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소폭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부정적 판결 가능성이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돼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의회의 통상 권한을 회복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불공정 무역에 맞설 행정부의 수단을 제약했다”고 반발했다. 백악관은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엔비시(NBC)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측근들에게 “불명예스러운(Disgrace)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로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체계는 법적 기반을 상실하게 됐다. 다만 철강·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률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는 이번 판결의 직접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1974년 무역법 등 다른 법률을 활용해 관세 부과 시도를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되던 관세 카드가 제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주요 교역국과 진행해온 양자 협상도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모든 방법 동원해 더 걷을 것”…‘전 세계 10% 관세’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10% 관세 부과안에 전격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방금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든 국가에 대한 글로벌 10% 관세안에 서명했다”며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실제 서명까지 마쳤다고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올린 글에서 “매우 합당하고 적절한 관세 방식을 반대한 대법원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그들의 결정은 터무니없었지만, 이제 조정 과정이 시작되며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같은 날 미국 연방대법원이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직후 나왔다.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대법원 결정은 틀렸다”고 반발하며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대체 수단으로 거론했다. 이번 글로벌 10% 관세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다. 해당 조항은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150일을 초과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무역법 122조 관세가 한시적이라는 점, 232조 및 301조 절차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전 세계를 일괄 대상으로 하는 10% 관세는 동맹국까지 포함하는 조치여서, 외교·안보 지형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 김원철 기자 >

 

미, ‘150일 한시 10% 관세’ 24일 발효…핵심광물·자동차·의약품 등 제외

 

 
 
2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에서 컨테이너선을 적재한 선박들 위로 하역용 크레인이 서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10% ‘임시 관세’가 미 동부시간 24일 0시 1분(한국시각 24일 오후 2시)부터 발효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번 조치는 150일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국제수지 불균형 시정과 무역관계 재조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권한을 활용해 미국을 차별하는 외국의 행위·정책·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라고도 지시했다.

 

이날 백악관이 배포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74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일정 기간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직후 단행됐다. 백악관은 “대법원의 실망스러운 결정에도 불구하고 관세는 미국의 경제·국가안보 이익을 보호하는 핵심 수단으로 계속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관세 부과 예외 품목도 광범위하게 지정했다. 핵심 광물 및 에너지, 미국 내에서 재배·채굴·생산이 불가능하거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및 비료가 제외됐다. 소고기·토마토·오렌지 등 일부 농산물과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 일부 경·중·대형 트럭, 버스 및 관련 부품 등도 제외됐다. 기존 상호관세 면제 대상 품목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또는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관세 부과 대상,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요건을 충족하는 캐나다·멕시코산 제품 등도 제외됐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미국의 구조적 국제수지 적자를 들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2024년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는 1조2000억 달러로, 바이든 행정부 기간 동안 40% 이상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국제수지 문제를 방치할 경우 재정조달 능력 약화, 투자자 신뢰 훼손, 금융시장 불안, 경제·국가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향후 관세 부과의 국내 법적 권한은 달라질 수 있지만, 관세와 무역합의를 병행해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시장 접근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호무역협정은 계속 존중할 것이며, 교역 상대국도 같은 수준의 이행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김원철 기자 >

 

한겨레 김원철 기자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식날 임기를 시작한 워싱턴 특파원입니다. 열심히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www.hani.co.kr

 

 

국힘 내부에서도 "위헌정당 공세 어떡하려고"
"사법부 결정 인정하지 않으면 보수정당 아냐"

"장 대표,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된다"
"선거 문제 아니라 당 존립 자체가 어려워져"

민주 "오늘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 명확"
"당명 바꿔도 내란 동조 정당 본모습 못 바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20. 연합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하는 대신 '윤 어게인' 세력에 적극 구애하면서, 당내에서 "민주당의 위헌정당 공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는 말까지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 대표가) 오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대상이 분명해지는 선택을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 의원은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의 윤석열 1심 선고 관련 입장 발표에 대해 "국민과 싸우는 당 대표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며 "(장 대표는) 오늘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비참하다"며, 윤석열에 대한 판결이 1심인 만큼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내 '절윤'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사과를 했다며, 이런 의견은 '분열을 키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오늘 장 대표의 기자회견은 보수정당 대표의 연설이 아니었다"며 "사법부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반헌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모습으로 국민 앞에 보수정당이라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 취임 후 당 지지율은 20% 초반에 갇혀있다"며 "장 대표 체제에 대한 국민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절대 다수 국민이 요구하는 '윤 어게인'과의 절연을 당 분열로 받아들였다"며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그들'이라는 장 대표의 말은 국민과 절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 대한 단절 요구를 현 선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받아치는 모습은 스스로를 부정선거론자이자 '윤어게인'이라 천명한 것"이라며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표가 8월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신뢰받는 정당 지지율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국민 마음속에는 장 대표가 지휘하는 국민의힘 신뢰도는 이미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6.2.19. 연합
 

기자들이 '장 대표 사퇴 요구로 받아들여도 되는지'라고 물어보자, 이 의원은 "사퇴를 거론하는 건 지금 시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사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다음 주가 되면 자연스럽게 공론의 장이 마련될 거라고 생각한다. 중진들도 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당권파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절윤'을 거부한 장 대표를 향해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에 머무르는 정치로는 중도와 미래세대를 설득할 수 없다"며 "고집스럽게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괴리된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계파적 충성 경쟁이 아니라 책임의 경쟁"이라면서 "누가 더 강하게 싸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크게 대한민국을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보수가 길을 잃으면 대한민국의 중심축이 무너진다"고 했다.

 

장동혁 지도부로부터 제명 당한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는 단지 '윤석열 세력의 숙주'일 뿐,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그러니 장 대표가 윤석열을 끊으면 보수는 살지만 자기는 죽으니 못 끊는 것이다. 자기만 살려고 당과 보수를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한(한동훈)계인 박정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뒤, "이래도 장 대표가 선거 승리에 관심이 있다고 보이냐"며 "장 대표 사퇴보다 더 좋은 선거운동 방법이 있으면 제안해 달라"고 했다. 박 의원은 "선거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당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지경"이라며 "민주당의 위헌정당 공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고 했다.

 

박정하 의원도 "참담하다"면서 "국민의힘 당대표 'J(장동혁)'는 오늘부로 내 사전에 없다"고 했고, 한지아 의원은 "우리 당은 내란 옹호 장동혁 대표와 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결과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20. 연합
 

"장동혁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국민 심판' 받을 것"
"최소한의 염치와 일반 상식조차 없는 폭언을 했다"
 

 

여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대상임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넘어서 윤석열 대변인인가"라며 "윤석열과 장동혁 윤-장 공동체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역사 인식의 부재,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민심에 대한 배신, 헌법 정신의 훼손을 서슴치 않는 이런 발언을 규탄한다"며 "최소한의 염치도 없고 일반 상식조차 없는 폭언이고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어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와 당내 생각 있는 의원들의 외침을 장 대표는 끝내 외면하고 배신하고 말았다"며 "장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내란 세력들과 함께 국민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제발 정신 차리라"고 전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에 대해 "아마 역사는 오늘 국민의힘의 입장을 12·3 내란에 이어 2·20 '제2의 내란'으로 규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오늘로써 분명하게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대상이 분명해지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아무리 당명을 바꿔도 위대한 빛의 혁명, 대한민국 국민은 포장지를 뜯어내고 내란 동조 정당의 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10일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논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6.2.10. 연합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1년에 분명히 경고했다. 윤석열과 결별하지 못하면 후과를 두고두고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장 대표는 지금도 윤석열을 손절하지 못한 채, 법원이 인정한 내란 혐의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장 대표가) 내란 공범 정당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공표한 것이다. 정당해산 청구 목소리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해산되어야 될 정당이다. 지금의 후과를 두고두고 감당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군들도 비판에 나섰다. 박주민 의원은 "전 국민이 불법 내란을 실시간으로 다 봤는데, 어떻게 무죄추정을 하냐"며 "추정이 필요 없는 상황 아니냐"고 했고, 서영교 의원은 "장 대표는 윤석열 내란에 대해 '무죄취지 원칙' 운운하니 황당하다"며 "결국 내란수괴 윤석열과 공범"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윤석열 무죄 추정 외친 장동혁, 내란 맞선 시민 욕보이는 것”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떠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 뒤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참여연대가 “내란에 맞선 시민을 욕보이지 말라”며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장 대표는 443일간 고초를 겪은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윤석열이 받은 무기징역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며 “내란에 대한 사죄는커녕 아직도 내란이 아니라고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윤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위법이라는 점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며 “이는 우리 당만 입장도 아니고 다수 헌법학자와 법률 전문가들의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1심일 뿐”이라며 “무죄추정 원칙에 적용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장 대표는 무죄추정의 원칙 운운하며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손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들을 욕보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에 대한 사죄는커녕 아직도 내란이 아니라고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국민이 낸 세금인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동의 대표가 할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이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책임지는 모습”이라며 “그것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헌법파괴를 막지 못한 정당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이행할 수 없는 정당은 존재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 박찬희 기자 >

 

지방선거 임박한데, 장동혁은 왜 ‘윤 어게인’ 껴안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했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외연 확장보다 핵심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둔 행보로 읽힌다.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중도층 흡수 없이 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당권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다음 날인 20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회견 일정은 40분 전에 긴급 공지됐다. 검은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1심 판결은 내란죄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의 위법성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판결문 곳곳에 논리적 허점이 보인다”,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는 등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사과와 절연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분열은 최악의 무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야말로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할 대상”이라며 반격했다. 선고 직후 당내에서 분출된 “윤어게인 세력과 즉각 절연해야 한다”(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윤석열이 남긴 반헌법적 정치를 단호히 정리해야 한다”(김재섭 의원)는 요구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1시간30분간 비공개회의를 열어 장 대표 입장문에 대해 논의했지만 기조 변화는 없었다. 회의에선 “사법 불복으로 비칠 수 있으니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은 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판결문을 세세하게 반박했던 내용의 일부는 빠졌으나, 판결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대로 남았다.

 

당내에선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 정말 시급하다”고 했고, 소장파 이성권 의원도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나경원 의원마저 “당내 의견을 조금 넓게 듣고 확장하는 방향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계파를 가리지 않는 비판에도 장 대표가 강경 노선을 고수한 배경에는 전한길씨 등 윤어게인 세력을 우선 끌어안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동안 윤어게인 세력이 이재명 정부가 아닌 우리 당을 비판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이들에게 함께 가자는 메시지”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순간 장동혁 대표를 버릴 것”이라고 했던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의 압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통상 50% 안팎에 그치는 점을 고려해, 우선 투표장에 나올 핵심 지지층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장 대표가 회견 말미에 “애국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한다. 국민의힘 깃발 아래 모여 힘을 합쳐달라”고 거듭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중도층 확장 없이는 지방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시선은 ‘선거 이후’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지지 기반을 강화해 지방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당 안팎에선 지방선거 이후 당 지도부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경우 장 대표가 ‘재신임 전당원 투표’ 카드로 정면 돌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당원 수는 장 대표 취임 이후 75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늘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겨레에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강성 당원을 향한 메시지를 내는 것은 결국 당권 강화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겠냐”며 “당 대표 2년 임기를 유지한다면 차기 대선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김해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