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제약으로 정부안에 대한 검토도 부족
애초 정부안 기반으로 하니 기존 공방만 반복

개혁 취지 강조되지 못하고 오히려 희석돼
"검찰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원론적 논의만

중수청 이원화 등 일부 합의점도 찾았지만
"결국 공청회 형식일 뿐…결단 필요한 때"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정부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20.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국회 본청에서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의 역할, 권한, 조직 등과 관련해 토론을 했다. 하지만 정부안과 민주당안 등을 놓고 난상토론, 끝장토론을 하기보다는 기계적인 찬반 토론을 진행하면서 기존 논의에서 크게 나아가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토론 의제 설정이나 시공간상 제약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겠지만, 짧은 2시간 안에 생산성 있는 논의까지 끌고가기엔 한계가 있었다. 토론자들도 "시간이 짧다"거나 "랩(rap·읊듯이 하는 노래)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검찰개혁 취지 강조되지 못한 토론

 

이번 공청회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이 자문위원들의 검토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촉발됐다. 자문위원의 성향을 불문하고 '중수청 조직 이원화'(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 조직)에 대한 비판이 공통적으로 터져 나왔고, 이 외에도 중수청 수사사법관 신설, 중수청 수사범위 9대 범죄로 확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 기존 검찰청과 동일한 공소청 구조 문제 등이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 제기의 핵심은 무소불위 권한(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남용하는 검찰에 대한 제도적 견제와 인적 쇄신이다. 그러나 정부안으로는 되레 검찰의 권한을 확대해 '제2의 검찰청' '특수부 시즌2'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진보 진영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상당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윤석열 검찰'이 권한을 남용해 이재명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을 표적 수사하는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개혁을 요구해온 만큼, 반발이 거셌다.

 

이에 따라 공청회도 수사·기소를 독점한 검찰권 남용이 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를 해야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시작했지만, 정부안을 기준으로 놓고 토론하다보니 애초 개혁 취지는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았고, 그조차도 찬반 동수를 맞춰놓고 한 기계적인 토론으로 희석된 인상만 남겼다.

 

일례로, 공청회에서 정부안 반대 쪽으로 토론에 나선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 파쇼를 시도했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도 다르지 않다"고 거세게 비판했지만, 정부안 찬성 쪽인 신인규 변호사는 "(반대 쪽에서) 파쇼 이런 얘기들이 자꾸 나오면서 검찰 집단을 전체적으로 압도적 불신을 깔고 말씀을 하신다"며 "검찰 조직에 대한 인식을 한 번 더 점검해 볼 필요 있다"고 맞섰다.

 

결국 토론자들은 짧은 토론 시간에 "검찰을 악마할 필요가 없다, 잘하는 부분도 있다(황문규)" "절대 선(善)은 없다(신인규)" 정도로 원론적인 합의점만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1.20. 연합
 

가정형, 미래형으로 점철된 정부안

 

논의 시작점인 정부안도 당초 문제가 제기된 것처럼 검찰에 대한 견제가 가능한지 의문이 있었지만, 공청회의 형식상 한계 등으로 심도 있는 점검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안의 한계는 이날 공청회에서 이뤄진 정부 쪽 설명에서도 드러났다. 정부 쪽은 중요한 논쟁 지점들을 '가정형'이나 '미래형'으로 남겨뒀다.

 

노혜원 검찰개혁 추진단 부단장은 검찰개혁 핵심인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 "형사법의 다른 조문들과 연계 검사 검토해야 될 사항들이 있고 권한의 남용뿐만이 아니라 상호 견제, 업무 효율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뭉뚱그렸고,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도 "직무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 한정될 것"이라고만 했다.

 

역할이 적은 고등검찰청을 없애지 않고 기존 대검찰청-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 3단 구조를 그대로 공소청에 적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고등공소청이 상급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위적인 입장을 밝히며 "고등공소청 산하에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사건심의위원회를 둬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 상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선거·마약·사이버 범죄 등 9대 범죄로 기존 검찰보다 대폭 확대해 무분별한 선별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찰청 국가수사본(국수본)에서 이미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선거 범죄, 마약 범죄,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해서는 (국수본·중수청) 합동수사의 가능성 그리고 현 (검경) 협력과 견제의 관계 등을 고려해서 범위를 적정하게 시행령에서 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중수청 조직의 이원화 문제에 대해선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은 한 조직 내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대등한 협력 관계이고, 검사와 수사관과 같은 지휘 감독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검찰 외에 경찰이나 금융이라든지 다른 분야 전문가들도 계속 충원해서 다양성을 확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인력 충원 방안은 없었다.

 

수사 경합이 발생하면 중수청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거나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서도 "국민 입장에서 누가 수사하는지 혼선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기관 간 이견에 대해서는 협의조정기구와 조정기준 절차 등을 마련을 해서 합리적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법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6.1.20. 연합

 

기존에 제기된 찬반 논의 도돌이표

 

공청회에선 정부안에 대해 여러 비판이 나오긴 했지만, 찬반이 번갈아가며 한 번씩만 발언하는 한계로 법안 전체로 논의를 확대하진 못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 및 보완수사권, 공소청 3단 구조, 9대 범죄 확대 문제, 경찰의 비대화 문제, 중수청 이원화, 중수청 수사사법관 명칭 등 일부 문제만 국한해 공방이 반복됐다.

 

공소청법 정부안이 검사의 직무를 '법령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사항(4조 8호)'으로 정해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그대로 가질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에 대해, 정부안 찬성 쪽 발제를 맡은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법령 따라서 명시된 검사의 직무 범위로 제한되기 때문에 새롭게 수사권을 창출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안 반대 쪽인 황문규 교수는 "(공소청법안에서) 형사소송법 등을 통한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심지어 대통령령으로 수사도 가능하게 돼 있다"며 "공소청법에 검사하는 범죄를 수사하거나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명시하면 된다. 왜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기를 기다려야 되냐"고 반박했다.

 

공소청 3단 구조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최호진 교수는 "고등공소청의 경우 앞으로 고등검찰청이 담당하고 있는 항고나 재항고 기능을 유지한다면, 결국은 이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국가소송 같은 경우에는 고검이 담당하고 있다. 만약에 이걸 없애버린다면은 국가소송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져 버린다"고 했다.

 

반면 정부안 반대 쪽 토론에 나선 김필성 변호사는 "항고·재항고는 검찰의 자체적 절차"라면서 "3단 구조를 유지시키는 이유는 고등검찰청을 유지를 하고 나아가서 법원과 검찰을 동등한 관계로 설정하는 현재의 구조를 관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법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6.1.20. 연합
 

중수청의 9대 범죄 확대에 대해, 정부안 찬성 쪽인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발의한 중수법 설치법에 8대 범죄에 대해서 수사하도록 돼 있다. 사이버 범죄가 들어간 것에 불구하다"며 "최근에 쿠팡 사태라든가 케이티(KT)라든가 정보 유출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봐야 된다"고 했다.

 

황문규 교수는 연간 31만 건(2024년 기준)에 달하는 사이버 범죄 등이 9대 범죄에 포함된 데 대해 "'등' 글자나 가지고 무한히 확장해 왔던 검찰이다. 폼나는 주요 사건, 전관예우가 필요한 사건 중심으로 수사하고 하기 싫은 사건은 국수본으로 떠넘기고 사실상 국수본을 2류 수사기관으로 만들라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수사 대상 범죄를 최소한으로 정리해야 된다"고 맞섰다.

 

신인규 변호사는 경찰 비대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있고 적극 찬성한다. 그런데 '수기분리' 대원칙이 지금은 어느 순간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갔다. 검수완박이라는 것을 달리 쓰면 '경수완독'다. 경찰 수사권 완전 독점 상태로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성 변호사는 "수사·기소 분리가 본격화하기 전에도 사실은 거의 모든 범죄, 특히 민생범죄들은 100% 가깝게 경찰이 (수사)했다. 특별히 문제가 달라진 건 없다"고 꼬집었다.

 

황문규 교수는 "경찰개혁도 해야 하지만, 검찰개혁 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경찰은 아직 검찰만큼 해체하기 어려운 구조화된 권력이 아니다"라며 "자치경찰제도 논의해야 되고 수사기관에 대한 꼼꼼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 국가수사위원회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개혁에 집중 해야 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공청회 형식적일 뿐…결단 필요한 때"

 

찬반 토론자들 사이에 이견은 있었지만, 중수청 이원화 문제와 수사사법관 용어 문제에 대해선 일부 합의 지점이 도출되기도 했다.

 

정부안 반대 쪽인 장범식 변호사는 중수청 이원화에 대해 "(수사사법관이 전문수사관을) 지휘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했는데 관계로 이어질 것이 법령 안으로 명백하게 보인다"며 "애초에 선발할 때부터 계급이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찬성 쪽인 최호진 교수는 "법률 전문성과 현장 수사 노하우를 모두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실용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도, "장기적인 방안에서 본다면 중수청 인력은 일원화 방안도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고 가능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6.1.20. 연합
 

수사사법관 용어 문제에 대해서도 찬반 양쪽에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황문규 교수는 "수사사법관이 중수청과 공소청을 융합하고 중수청을 사실상 제2의 검찰청으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고 전관예우 시장을 열어놓게 될 것"이라고 했고, 최호진 교수는 "사법관이라고 하면 결국 사법기관으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사법관이라는 용어보다는 수사관과 차이를 두는, 그냥 달리 불리는 용어가 필요하다"며 '책임 수사관' '법률 수사관' 등을 제안했다.

 

이 밖에 공청회 토론에선 검찰개혁의 '골든타임' 중요성, 제도의 지속적 보완 필요성 등이 언급됐다.

 

민주당 정청래 당 대표는 공청회 마무리 발언에서 "중수청의 수사 이원화는 문제가 있고, 수사사법관의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부분은 양측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토론의 소중한 보람이 아닌가, 결실이 아닌가"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끝까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 방안을 내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평가와 반대로 법조계 일각에선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찬반으로 이뤄진 공청회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검찰개혁은 이미 오랫동안 논의된 과제인 만큼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보다 정부·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공청회에 대해 "찬반을 기계적으로 나눠서 각자 입장을 발표하고 듣는 형태는 생산적이지 않다. (당에서) 의견을 들었다 정도"라며 "검찰개혁은 20년 동안 무수히 많이 논의됐다. 형식에 매여서 중지를 모으는 모양새를 갖출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미 충분히 논의가 됐고 관련 논문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있다. 그동안 공청회만 수백회 했다"면서 "결단의 문제만 남아 있지, 이런 걸로 시간을 끄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사법개혁, 배심제 도입으로 '국민의 사법주권' 확보해야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여전히 근대에 머물러
'법관에 의한 재판'은 근대 사법의 가치

'국민에 의한 재판' 현대 사법 가치 구현해야
사법개혁,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담겨야

 

비상계엄의 혼란 속에서 사법의 본질을 묻다

 

2025년과 2026년으로 이어진 비상계엄과 극복 과정에서 우리 사법부에 준엄한 질문이 던져졌다. 유력 대선 주자의 선거법 재판을 둘러싼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엇갈린 행보, 그리고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보여준 엇갈린 태도는, 사법권의 역할이 단순히 ‘외부로부터의 독립’만을 보장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사법부의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 유리되고, 절차의 지연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때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과 기능은 흔들렸다. 이때 우리와 유사한 법적 전통을 공유하면서도 독자적인 개혁을 추진해 온 일본의 사례를 검토하여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사법제도 현대화를 위한 방향을 살펴본다.

 

독일의 근대 사법 시스템의 영향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사법제도는 메이지 헌법 제57조에서 사법권 행사와 독립을 규정하고, 제58조에서 법관의 자격 및 신분보장을 명시했다. 메이지 헌법은 당시 법치국가(Rechtsstaat)를 명문화한 프로이센 헌법의 영향을 받았다. 이 헌법은 사법권이 국왕의 이름으로 행해지더라도 법관은 오직 법률에만 구속된다는 규정(제86조)과 법관 종신제라는 신분보장 규정을 두었다. 일본은 1890년 민사소송법 제정 당시에, 1877년 독일 제국재판법과 독일 민사소송법을 모델로 삼았다. 독일법의 영향을 받아 일제의 소송법도 ‘서면주의’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러나 독일은 1차 대전 패전과 제국 해체로 1919년 바이마르 공화국이 세워지며 사법 체계에 대변환을 맞이했다. 바이마르헌법 제102조는 “법관은 독립하며, 오로지 법률에만 종속된다.”고 규정하고, 제104조에서는 법관의 신분보장, 제105조에서는 특별법원 설치금지를 명시했다. 1924년 법무장관 에리히 에머(Erich Emminger)에 의해 단행된 획기적인 사법제도 개편으로 “판사의 영향력을 배제한 영미식 배심제”가 폐지되고 “법관과 국민이 함께하는 독일식 참심제(Schöffengericht)”가 채택되었으며, 서면주의 소송제도는 “서면에 의해 준비된 구술주의”로 전환되었다. 복잡해지는 법률 사건에서 사건에서 법률 지식이 없는 시민들이 감정에 휩쓸리거나 오판을 내릴 위험이 크다는 생각으로, 참심제에서는 법관과 법관과 국민이 함께 증거조사부터 양형까지 함께 결정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그러나 국민의 사법 참여를 후퇴시키고 법관의 영향력을 강화하여 결과적으로 나치에 관대한 판결을 낳고 사법부를 보수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은 2차 대전 패전 이후 단순한 개혁을 넘어, 잘못을 청산하고 법의 이름으로 독재가 군림하지 못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BVerfG)를 설립해 사법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실현했으며, 사법권이 연방대법원장 등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법관선출위원회를 두었다. 그리고 연방대법원을 일반·행정·재정·노동·사회법원이라는 5개 분야별 독립 사법 권력으로 분산시켰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 자료사진
 

일본 사법개혁의 굴곡과 대한민국에 남겨진 과제

 

반면,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던 일본은 사법개혁의 외부 동력이 크지 않았다. 1910~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라는 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1923년 배심제가 도입되었으나, 배심원의 평결에 구속력이 없었고 평결 결과에 대해 항소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다. 1925년 치안유지법이 통과되고 1930년대 군국주의의 발호와 태평양전쟁을 거치며 1943년 배심법 정지 법률이 공포되어 자유주의 흐름도 정지되었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연합군 총사령부(GHQ)의 요구로 사법부 민주화를 위해 여러 영미식 제도를 도입했으나, 배심제는 부활하지 않았다. 전후 수립된 최고재판소는 사무총국을 정점으로 한 강력한 인사권으로 재판의 통일성에는 기여했으나, 법관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법관료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폐쇄성을 극복하고자 2009년 ‘재판원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후 사법 절차의 지연과 불투명성, 재심 무죄 사건 등을 계기로 개혁 논의를 재점화했다. 영미식 배심제와 독일식 참심제 사이의 치열한 논쟁 끝에 양자를 절충한 일본형 참심제인 '재판원제도'가 탄생했다. 이는 중대 형사사건에서 국민 재판원이 법관과 함께 유·무죄는 물론 양형까지 결정하는 제도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유럽식 사법 시스템을 수용한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사법권 독립을 위해 노력했으나 군사정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독일이나 일본처럼 '패전'이라는 강한 개혁 동력도 없었다. 결국 대한민국은 낡은 사법제도를 일부 수정해 사용해 오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일부 위헌적 제도들이 폐지되었다. 2010년부터는 사법부 내부의 권력 집중 해소와 국민의 직접 참여 확대가 개혁의 주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본의 재판원제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일본은 중대 형사사건에 대해 국민 참여를 ‘필수’로 하여 사법을 국민의 의무이자 주권 행사의 장으로 변화시켰다.

 

반면,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선택에 의존하며 평결의 효력 또한 ‘권고’에 그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여전히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누구인지, 전관 변호사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이러한 고질적인 병폐를 개혁하려면 판사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배심원(혹은 참심원)에 의한 재판으로, 다른 표현으로는 “국민에 의한” 재판으로의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이미 법관에 의한 재판보다 건전한 시민에 의한 재판이 더 옳은 결론을 낸다는 서구의 이론과, 시민의 다수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 투표 결과를 낸다는 논의(졸저, “인터넷 선거운동의 자유화에 관한 법적 연구-Condorect의 배심정리를 적용하여”, 세계헌법연구, 2010. 참조)는 제기된 지 오래다. 국민에 의한 배심재판이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개혁의 과제인 전관 문제, 재심 무죄, 재판에 견제 기능 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된다. 이러한 개혁이 이루어지면 판결과 형량이 일반인들의 법적 감정에 부합하게 될 것이다.

 

대법원의 인적 다양성을 위한 ‘직역 쿼터제’

 

일본의 사법제도로부터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최고법원의 다양한 인적 구성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5명의 재판관 중 법관 출신을 6명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변호사(5명), 검사(2명), 행정관(1명), 외교관(1명), 학자(1명)으로 전문법관 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로 구성하는 ‘직역별 쿼터제’를 관행화했다.

 

사법부의 경직된 사고를 깨기 위해서는 법리적 완결성만큼이나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가치관이 판결에 녹아들어야 한다. 대법원장의 과도한 인사권을 축소하고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은 사법부를 ‘엘리트의 성역’에서 “국민의 법원”으로 돌려놓는 방안이 될 것이다.

나아가 지연되는 법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대법관의 증원과 하급법원 판사의 증원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복잡한 민·형사 사건의 경우 대법원까지 확정이 2년은 고사하고 4년 이상이 걸린다. 법관의 증원과 인센티브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일본식 상고허가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하급심의 법관과 대법원의 재판관 수를 늘리는 것은 필수적이다.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기소배심과 불기소에 대한 헌법재판)

 

사법개혁의 또 다른 축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개혁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한국은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통해 외부적 견제를 꾀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기소'나 '봐주기 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수청을 설치하려 하며, 항고제도와 재정신청 제도가 있고, 여기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일부 기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개혁의 추진 세력인 여당발 공천 헌금 사건이 수사 대상이 되어, 검찰과 수사기관에 대한 개혁을 보는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다. 중수청을 중심으로 한 수사 개혁도 밀실 속의 그들만의 시스템이나 개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비상계엄 시에 일정한 역할을 했지만, 현재 기능을 잘하지 못하는 공수처의 예를 다시 반복해서는 아니 된다.

 

한편, 일본은 강력한 수사·기소 일체형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검찰심사회’라는 독특한 국민 참여 기구를 활성화했다. 국민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심사하고, 두 차례의 ‘기소 상당’ 의견이 나오면 강제 기소가 가능하게 한 이 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국민이 직접 통제하여 강력한 실효성을 보여준다. 이는 검찰 ‘권한의 분산’을 택한 한국과 기소에 대한 ‘국민적 감시’를 택한 일본의 차이를 보여준다.

 

사견으로는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제도를 사용하고, 미국식 기소배심(Grand Jury)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비리와 고위 공직자 비위 사건에 상설특검과 비상설 특검으로 수사·기소하면 검찰권에 견제가 된다. 그러면서도 특별검사의 범람으로 국정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동시에 3개 이내의 특별검사만 활동하도록 자제하면, 권력과 검찰에 대한 견제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기소유예만 헌법소원 사건이 될 수 있지만, 검찰의 기소 및 불기소에, 항고와 재정신청이 만들어지기 전과 같이,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심판을 할 수 있고, 기소배심제도가 일부 도입된다면 검찰의 기소권에 대한 충분한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를 두텁게 두면, 검찰 수사권의 박탈과 조직 폐지보다 더 효과적인 개혁이 될 수 있다. 어떠한 제도라도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구현되고 그 시스템이 국민에 의하고 국민을 위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

 

현대 사법의 주인은 국민

 

대한민국의 사법개혁은 국민의 사법주권 확보를 위해 전진해야 한다. 판사의 판단에만 맡겨진 재판에 대하여, 국민의 상식을 더하고, 법원 내부의 관료적 서열을 파괴하고, 헌법재판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견제해야 한다.

 

우리 사법부는 독일에서 형성되어 일본을 거쳐 온 ‘근대 사법’의 옷을 여전히 입고 있다. 필자는 헌법재판소 연구원으로 근무 시, 구 형법 제57조 제1항 사건에서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는 범위를 법관의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한 구 형법 규정이 헌법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일본 형법 규정을 찾았는데 일본은 “미결구금일수를 모두 형기에 산입”하고 있었다. 이상해서 일본 제국 형법을 확인해보니 당시 우리 형법 규정과 같이 법관의 재량으로 미결구금일수를 산입하도록 했었다. 결국 구 형법 57조는 위헌결정(2007헌바25) 되었고, 이 결정으로 재소자 중 741명이 출소했다.

 

우리 사법부는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하면서 사법개혁에 반대하기 전에, 스스로 입고 있는 근대 사법의 옷을 거울에 비춰보아야 한다. 그동안 왕의 법원이 아니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보장하던 근대 사법의 가치에서, 이제는 배심제나 재판원과 같이 국민에 의한 재판이라는 현대 사법의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현대 사법’으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이제 비상계엄이라는 국난을 극복한 대한국민이 사법 작용에 참여하여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만들어야 할 때다. 말 그대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사법제도(Judicial system)”를 구현할 때이다.                                          < 손형섭 경성대 교수 >

 

윤 정부 때 파탄 남북 합의 되살리려
지상 · 해상은 군사 부담에 후순위로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
 

‘9·19 남북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가 가장 먼저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북한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지상·해상 분야 합의를 복원하는 것보다 군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9·19 군사합의 전면 복원에 앞서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북한에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안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지상이나 해상 합의는 아직 복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중 분야를 시작으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북한에 제안할 시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제적·단계적 9·19 군사합의 복원 지침에 따라 현재 방식과 시점을 구체화해 나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이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중 분야(1조 3항)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으로 10~40㎞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2023년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을 정지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2024년 6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시켰다.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비행금지구역이 복원될 경우 전투기·정찰기·무인기 간 충돌 가능성이 줄어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지상 분야는 재가동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다시 철수해야 하고, 해상 분야는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직결돼 군사적·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후순위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제안할 시점은 한-미 연합훈련 일정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있고, 4월 북-미 회담이 예상되기 때문에 (제안 시점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중 분야 조처는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인 ‘공중작전’과도 연계돼 있어, 훈련 일정과 북한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점을 조율하겠다는 뜻이다.   < 서영지 기자 >

 

비행금지구역 우선 복원 왜?…군사적 부담 덜하고, ‘무인기 갈등’ 차단도

정부, 9·19 군사합의 ‘공중완충구역’ 먼저 복원

 

 
 
2018년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9·19 남북군사합의)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가운데 ‘공중완충구역’(비행금지구역)을 먼저 복원하기로 한 이유로는 한국이 북한보다 공군력과 정찰 능력이 월등히 앞서 있어, 공중·해상완충구역 복원보다 상대적으로 군사적 부담이 덜하다는 게 우선 꼽힌다. 정부는 군사정찰위성, 중고도·고고도의 유·무인 정찰기 등을 통합 운영 중인 우리 군으로선 비행금지구역을 복원해도 감시·정찰 시스템에는 별다른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 9월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지상·해상완충구역과 공중완충구역을 설정했다. 군사분계선 남북쪽으로 전투기·정찰기 등 날개가 고정된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동부지역은 40㎞, 서부지역은 20㎞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했다. 헬기 등 날개가 회전하는 회전익 항공기는 10㎞,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 서부지역에서 10㎞, 기구는 25㎞까지 비행을 금지했다.

 

애초 공중완충구역 설정은 한국에 유리했다. 군사분계선에서 수도권까지 거리는 40~50㎞로 유사시 북한 전투기가 수분 안에 수도권 상공에 진입할 수 있지만, 평양은 군사분계선에서 190㎞ 정도 떨어져 있어 완충구역 설정이 한국만큼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년 새 남북 모두가 직면한 ‘무인기 위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어 북한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군사회담 때 북한도 무인기 대처를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2023년 11월22일 오후 9·19 군사합의 가운데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하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대북 감시능력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당시 우리 쪽 수석대표였던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한·미가 운용 중인 정찰 자산의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정보감시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음을 당시 한·미 관계당국이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다만 2024년 이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우며 남북 관계를 전면 단절하고 있어, 한국이 비행금지구역을 선제적으로 복원해도 상응 조처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9·19 군사합의는 체결 이후 2022년까지 남북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위협 및 충돌 상황을 예방하는 ‘안전핀’ 구실을 했다. 합의 체결 뒤 북한의 침투 및 국지 도발은 2019년 0건, 2020년 1건, 2021년 0건, 2022년 1건(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무인기 수도권 영공 침범)이었다. 이 합의가 있기 전인 2010~2018년 북한의 대남 도발은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2015년 8월) 등 264건(침투 27건, 국지 도발 237건)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 오물풍선 살포 등을 이유로 2024년 6월4일 9·19 군사합의를 전면 효력 정지시킨 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지속적으로 고조됐다.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육로 폭파(2024년 10월15일), 평양 무인기 침투(2024년 10월) 등 12·3 내란사태 직전까지 한반도는 일촉즉발 상황이 위태롭게 이어졌다.                                                                               < 권혁철 기자 > 

사이버 범죄만 31만건…중수청 전방위 수사 포석

 

모호한 사이버 범죄 '9대 범죄'에 넣어 관할 넓혀
9대 범죄 중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33만 건
2만~3만건 수준으로 설계한 중수청 감당 불가

선거·마약, 전국 조직 아닌 중수청 수사 '부적합'
사이버 범죄 어디까지 범죄인지 개념도 불확실
시행령 꼼수로 수사 범위 무한대로 확장할 여지

"관할 범위 망라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 넣은 것"
"검찰, 임의적 이첩권으로 선별수사하려는 것"

 

사진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1.13. 연합
 

연간 처리 사건 수를 2만~3만 건으로 설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내란외환·사이버)로 포괄 정의한 가운데, 9대 범죄에 포함된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연간 33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수청이 감당하기도 어려운 9대 범죄를 법안에 넣은 것을 두고 선별 수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는 지적과 함께, 개념이 모호한 사이버 범죄을 통해 전방위 수사를 하도록 뒷문을 열어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선거·마약·사이버 범죄 건수는 32만 9310건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직선거법위반 1595건 ▲마약류관리법위반 1만 3196건 ▲정보통신망 이용·침해·불법콘텐츠 범죄 31만 4519건 등이다. 다만 33만 건에 달하는 사건은 경찰청과 같은 전국 조직이 아닌 중수청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긴급 토론회 발제문에서 중수청법 정부안에 선거범죄가 포함된 데 대해 "전국적 조직으로 설계되지 않은 중수청에서 수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선거범죄를 선별해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구조적으로 '표적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수청 자체가 전국적으로 사건을 담당할 수 없는 만큼,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싶은 선거 사건만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약범죄에 대해서도 유 교수는 "전국적 대응이 어려운 중수청이 수사하기 적합하지 않으며, 밀수·유통의 일부 과정만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비효율적이고, 기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수사 범위가 중복된다"면서 "(중수청법 정부안에 규정된) 중수청의 우선수사권에 따라 수사기관 간 조율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5.1.6. 연합
 

특히 사건 건수가 많은 사이버 범죄의 경우 법률 정의가 없고 개념도 불명확한데다가, 법에서 세부 범위를 정하지 않고 있어 악용될 여지가 크다. 범죄 통계 자료를 관리하는 국가데이터처는 사이버 범죄의 개념에 대해 "정보통신망에서 일어나는 범죄"라고 정의하며, 크게 ▲정보통신망 침해범죄 ▲정보통신망 이용범죄 ▲불법콘텐츠 범죄 등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개념이 모호하다.

 

결국, 모호한 사이버 범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령 등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규정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사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축소시켰지만, 윤석열 정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꼼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사 범위에 '등'이란 단어를 넣어 검사의 재량권을 과거 수준으로 되돌렸다.

 

중수청은 조직 자체가 사이버 범죄 같은 일반 수사를 담당할 수준도 아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찰의 직접수사 건수는 ▲2022년 2만 5403건 ▲2023년 2만 6997건 ▲2024년 2만 7890건으로 나타났다. 연간 2만 5000~2만 7000건 수준이다. 정부는 중수청의 처리 사건 규모를 2~3만 건으로 잡는데, 약 8000명 규모의 검찰 조직을 분리해서 만드는 중수청이 실제 설계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정부안대로면 중수청이 우선수사권 규정 등을 통해 임의적으로 원하는 수사만 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출신인 강동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중수청은 관할 범위를 망라 포섭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를 개념으로 넣은 것"이라며 "일반 민생 사이버 사기(중고나라, 당근 등 물품 사기)를 취급하자는 의도가 전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의적 이첩권, 이첩요청권, 거부권 등을 활용해 중수청의 구미에 맞는 핵심적인 사건만을 선별해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정부안의 배경을 분석했다.

 

강 변호사는 중수청법 정부안이 직무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한 데 대해서도 "(정부안대로면) 중수청은 전문·특별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 수사기관화되고, 그 결과 수사지연·혼선을 빚는 사건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주선으로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6명의 법조인과 교수들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14. 연합
 

한편 중수청법 정부안에 나온 9대 범죄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추진단)이 전문가의 자문·검토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성진·김필성·장범식 변호사,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추진단 자문위원 6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자문위원들은 특별수사기관의 성격상 선택과 집중의 수사가 될 수 있도록 수사대상을 4대 범죄(부패·경제·내란·외환)로 좁혀서 수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법안은 오히려 9대 범죄로 확대됐고, 거기에다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이버 범죄까지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자문위원 6명은 정부가 자문위 의견도 무시하고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반발해 전날 사퇴했다. 자문위원들은 "추진단이 자문위를 들러리 세워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공소청 검사가 수사 개시 단계부터 중수청의 수사를 전방위로 통제하고 지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공소청법은 수사권 유지…중수청법은 별건수사 조장"

검찰개혁 긴급토론…"정부안 관여 세력, 책임져야"
"중수청법, 선별수사 제도화하고 별건수사 유도"
"수사관이 사법관 되는 건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

"최악의 검찰개혁 법안…어떻게 이재명 정부가…"
"공소청법, 보완수사권 그대로 가질 수 있는 구조"
"특권 안 놓은 검찰…일반공무원 징계 적용해야"

"곧 지방선거 열려…정국 변하기 전에 통과해야"
"선거·마약·사이버만 33만 건…중수청 처리 불가"
"이대로가면 정권 바뀌면 봉욱 빼고 다 수사받아"

"지체된 개혁은 개혁 아냐…더이상 늦어선 안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26.1.13. 연합
 

검찰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과 공소청 법안에 대해 학계·법조계가 한목소리로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중수청 법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선별 수사를 제도화하고 별건 수사를 유도·조장한다고 비판했고, 공소청 법안에 대해선 검사가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안에 관여한 인사들의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기 전에 보완수사권 폐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담은 개혁 법안을 입법부가 주도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수청법, 선별수사 제도화하고 별건수사 조장"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5당 의원들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강당에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전날(12일) 정부가 발표한 중수청·공소청법안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중수청 법안과 관련해 발제를 맡은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중수청 법안은 검찰개혁 핵심 자체를 몰각하고 검찰과 법조 카르텔, 기득권을 존속하고 강화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된다"며 "이대로 시행이 될 경우에는 명목상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구분될 뿐, 기존 검찰의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우위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아니면 오히려 지금의 검찰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중수청 조직과 관련해선 "중수청장을 15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하면서 수사사법관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초대 중수청장은 검찰 출신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 고위관료 출신이 중수청장을 맡게 되고 초기 세팅을 다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수사관으로 나눠지는 현행 검찰청 조직과 유사하게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으로 중수청을 이원화 하는데 대해선 "수사 사법관은 검찰 출신 법조인 중심으로 될 것"이라며 "전문수사관이라 할지라도 일정한 요건 갖추면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속임수다. 전문수사관이 수사사법관으로 되는 것은 사실상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사이에 수사 경합이 발생하면 중수청이 타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거나,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선 "다른 이름으로 선별적 수사라고 한다"면서 "과거엔 (선별 수사를) 관행상 했는데 아예 법으로 제도화해서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중수청 수사관이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때에 공소청 검사에게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킥스) 등을 통해 수사 사항을 통보하고, 수사 필요성이 있을 경우 검사가 입건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대해선 "별건수사를 하라는 뜻"이라며 "사법경찰관리 등이 직무 집행과 관련해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 지방공소청장은 해당 사건의 수사 중지를 명하고, 임용권자에게 그 사법경찰관리 등의 교체임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 함께 검토해보면, 별건수사를 유도하고 조장하는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국무총리실 제공] 연합
 

유 교수는 중수청법안에 대해 "형사사법 제도에서 악용의 소지가 컸던 제도들을 삭제·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그대로 차용하고 집약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하나로 모았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이후에 검찰개혁과 관련한 여러 정들과 법안들을 봤는데 어제 내놨던 법안이 최악이다. 어떻게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법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법안에 관여한 세력들, 인사들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소청법, 보완수사권 그대로 가질 수 있는 구조"

 

공소청 법안 관련 발제를 한 김남준 변호사는 "큰 틀에서 보면 기존 검찰청이라는 말을 공소청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며 "거의 바꾼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소청 법안에서 '검사의 직무'에 대해 ▲법령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사항(4조 8호) ▲그 밖에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4조 9호) 등으로 정한 데 대해 "다른 법률의 규정 내용에 따라서 검사 권한이 유지될 소지가 있는 구조이고, 형사소송법에는 검사의 권한이 (현행) 그대로 남아 있다"며 "검사의 직무 조항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공소청을 기존의 검찰청과 똑같이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 3단 구조로 정한 데 대해선 "법원하고 맞출 필요 없다. 다른 행정 조직은 중앙과 지방 2개로 되어 있다"면서 "고등공소청은 할 일은 특별히 없어서 필요한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또 공소청 조직의 수장을 공소청장이 아니라 검찰총장을 쓰도록 한 데 대해선 "(검사들이) 거기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의 직원으로서 검사로 임명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는 내용과 '겸직 검사의 수는 정원에 포함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검사의 겸임 규정(52조)에 대해선 "법무부 탈검찰화를 지향하고 있는 검찰개혁의 정신에 역행하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경찰관리 등은 범죄수사에 있어서 검사의 요구, 요청 및 협의·지원 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공소청법안 62조에 대해선 "(조항의) 이름은 협력 관계인데 실질적으로는 공소청 검사가 우위에 있다"면서 "대등성을 보장하거나, 이견 발생 시 조정을 하는 등 구체적인 협력 절차에 대해선 아무런 실질적 장치가 없다. 결과적으로 공소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 2026.1.13. 이호 작가

 

김 변호사는 "공소청 검사의 조직·신분·징계 구조는 기존 검찰 체계와 유사한 특권을 유지하고 있고 외형적 형식은 수사권 분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권을 가질 여지가 상당하다"며 "나중에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형사법 개정이 유아무야 되거나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현행대로) 그대로 간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검사의 수사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196조의 개정과 동시 진행해 보완수사권 행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소청 조직 구조를 공소청과 지역, 지청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며 "일반공무원과 징계 책임을 똑같이 해야 한다. 탄핵에 의해 파면된다는 조항은 삭제하고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징치권은 3월부터는 지방선거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고, 국민들 관심도 마찬가지로 지선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올해 2월이 넘어가면 국회가 검찰개혁입법을 다룰 시간도 넘어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국 변화시 사실상 검찰개혁이 무력화되는 것은 역사가 보여준 경험인데도 우리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마약·사이버만 33만 건…중수청 처리 불가"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중수청법안과 공소청법안에 숨겨진 검찰의 의도를 짚었다. 또 국민의 뜻을 담은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며 역사적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경찰 수사과장 출신인 강동필 변호사는 수사 실무 경험을 토대로 중수청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중수청은 기본적으로 한정된 전문적 수사 인력을 표방하는 곳"이라며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합쳐도 약 33만 건인데, 9대 범죄 전체로 넓히면 중수청이 과연 이걸 다 접수·선별·이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는 전혀 검토되지 않고 법안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을 만든 사람도 원안이 통과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흥정의 대상으로 (검찰이 원하는) 최대치를 던진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중수청·공소청 법안 중에 중수청 법안을 공들여 만들었는 것에 주목한다"며 "검찰의 의지는 직접 수사를 계속 유지하겠는 것에 있고 촘촘하게 중수청법안에 채워 넣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 교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이 낸 보도자료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수사를 개시한 기관이 이를 종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우리는 이런 말을 한 적 없다"면서 "이건 이미 현행 검찰청법 4조2항에서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미 구현된 문제인데, 이게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해답이라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석범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경찰과 정보기관 권력은 개혁됐는데,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남은 검찰은 다른기관 견제 받지 않은 채 수사·기소권을 가지고 과거 경찰·정보기관이 휘두른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남용해왔다"며 "검찰공화국을 혁파하고 민주공화국을 수하고자 하는 건 민주시민의 역사적 소명이자 의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즉시 정부안을 철회하고 대의제 책임정치 원리에 따라 국회주도안을 적극 반영하길 제언한다"며 "비판 여론을 경청하고 민정수석은 해명하고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6.1.13. 이호 작가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광장의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개혁입법을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어제 (정부안 입법 예고로) 모든 기대가 불과 몇시간 만에 와르르 무너졌다"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을 향해 "광장에 나온 분들은 당에서 논의하라고 하지 않는다. 국민이 뭘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듣고 보라고 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걸 광장에 나와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그 말씀대로 실현할지 궁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정권 검찰은 다르다 말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검찰은 달랐나. 노무현 정부 검찰 때문에 노 대통령은 핍박받고 돌아가셨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 검찰은 달랐나. 문재인 정부 검찰이 법무부 장관을 박살내고 문 대통령을 기소했다"며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를거 같나. 언제까지 장관이 부하로 데리고 있을 거 같나"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대로 간다면) 정권이 바뀐 다음에 검찰 칼날 앞에 살아남을 분이 누가 있을까"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봉욱 민정수석 빼고 다 타깃(목표)이 돼서 고초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검찰의 요구는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 2개다. 수사기관이 수사한 사건 모든 걸 다 검사 손으로 넘겨서 검사가 종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신경써서 형소법을 개정할 때 이 두 가지는 막아야 한다"며 "검사가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에게 "의견을 잘 수렴을 해서 바람직한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를 이루는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지체된 개혁은 개혁 아냐…더이상 늦출 수 없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보완수사권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중수청을 이원조직으로 만들어서 사실상 기존 검찰 특수부를 확대 재편하는 구조도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이 늦어지는 것, 이것만은 절대로 막야야 한다"며 "신속한 검찰개혁을 하고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하는게 우리 앞에 놓인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6.1.13. 이호 작가

 

법사위원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검찰권이 살아남아서 국민 위에 군림하며 삶을 무너뜨렸다"며 "검찰 시대적 소명이고 국민주권정부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했다. 또 "공소청 검사는 보완수사권을 가져서 안 된다. 확대해서 대대적으로 중수부를 만들 필요도 없다"며 "국회에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서 정상적으로 제대로 된 중수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신속하게 해내야 한다. 더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체된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실감이라기보다 절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사·기소 분리해야 한다는 철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은 어떤 명분으로도 검찰에 쥐여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대법·대검 앞 새해 첫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경찰이 커지니 검찰로 다시 회귀하자고 해"
"검사 권한유지 기구될 중수청 필요 없어"
"중수청 정부안, 여당안 모두 다 폐기해야"

정치권에서도 주말에 정부안 비판 이어져
박은정 "보완수사권 규정 삭제 신속히 할 것"
"보수매체 동원한 언론 플레이 극심해질 것"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7. 이호 작가
 

17일 새해 처음 열린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선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해 비판을 받고 있는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정부안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규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검찰개혁법안 철회하라" "검찰 수사권 박탈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정부가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말들이 많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며 "헷갈릴 때는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출발점은 대한민국 검찰이 실패했고 내란 우두머리를 배출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확실히 하자는데 (정부는) 중수청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왜 또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수사기관인 경찰에 넘겨주면 그걸로 끝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경찰이 공룡이 되는 거 아니냐, 어떻게 믿느냐 해서 중수청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경찰이 공룡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 다 가지고 있는 검찰이 공룡이다. 공룡 다리 중 하나(수사권)를 떼서 경찰에게 주자는데 안 된다고 한다"며 "경찰이 커져서 감시가 더 필요하면 그 감시기구를 만들면 되는데, 경찰이 커지니까 검찰로 돌아가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검찰이 뛰어난 수사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걸 보존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한다"며 "검찰의 수사 능력이 입증됐느냐"고 따졌다. 그는 "경찰이 수사해서 기소하면 무죄율이 1%가 안 나오는데 검사가 직접 수사해서 기소하면 무죄율이 5%가 나온다"며 "경찰이 검찰보다 5배 수사 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6.1.17. 이호 작가

 

그러면서 "검사의 권한유지 기구로 전락할 것이 뻔한 중수청은 필요 없다. 중수청 만들어 봤자 죽도 밥도 안 된다. 그거 만들면 검사들이 옛날 그짓 할 거 아니냐"며 "정부의 중수청 법률만이 아니라 국회 민주당이 만든 중수청 법안도 모두 다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중수청 폐지는 여당 내에서도 제기되는 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중수청은 아예 폐지돼야 한다"며 "굳이 행안부 산하에 국수본(경찰, 모든 사건 수사 가능)과 중수청(행정공무원, 수사 대상 한정)을 따로 둘 필요가 있을까"라고 적었다.

 

시민들도 정부안에 대해 비판했다. 윤경황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내란 청산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숨죽이고 있던 정치검찰 놈들이 검수완박 검찰개혁을 또 망치려고 나대고 있다"며 "용납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 공동대표는 "증거를 조작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고 증언을 조작해 야권 유력 대선 후보를 감옥에 가두려고 했던 정치 검찰이다. 이자들에게 그 어떤 수사권도 주어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 수사권 박탈하고 검찰 개혁 완수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엄득종 이천촛불행동 대표는 "어제는 10년도 짧을 윤가놈에게 초범이라고 5년을 선고하는 웃지도 못할 재판 장면을 생중계로 보지 않았나"라며 "내란전담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고 했더니 누더기 법안을 만들어 놓고, 검찰을 해체하랬더니 검찰을 강화하는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완전히 정리하자"라고 외쳤다.

 

엄종득 이천촛불행동 대표가17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대법원·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4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7. 이호 작가

 

이날 집회에 참가한 5000여 명(주최 쪽 추산) 시민들은 "정치검찰 구원음모 검찰개혁법안 철회하라" "검찰 수사권 박탈하고 검찰 개혁 완수하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사법부를 개혁하자" "극우집단 내란정당 국힘당을 해산하라" 등의 구회를 외쳤다.

 

이들은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이 몰려 있는 서초역에서 출발해 교대역, 강남역, 시지브이(CGV)강남까지 행진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공소청·중수청법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제언 1.'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개혁은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는 수사를 하는 사람이 기소하지 않고 기소하는 사람이 그 수사를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판단하라는 것"라고 했다.

 

이어 "수사·기소 분리는 수사하는 사람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기에 공소관을 따로 두어 억울한 기소를 막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치인들에게만 적용되는것이 아니고 일반 국민들을 위한 선진국들이 모두 시행하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standard)"라고 했다.

 

박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개혁 법안 관련,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일관된 원칙이라고 천명했다"며 "국민주권 정부의 검찰개혁 책임 부서인 총리실에서 명확하게 해줌으로써 검사의 보완수사권 논쟁은 이로써 마무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뜻을 받아 국회에서 공소청법과 함께 검사의 (보완)수사권 규정(형사소송법 196조)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6차 촛불대행진'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4.11.23. 사진 이호 작가

 

또 박 의원은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으면 형사사법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형사공백이 발생하며 범죄자 천국을 만든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활용되지 않는다"면서 "그 나라들이 형사사법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범죄자 천국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찰에 대해도 당연히 제도로 강제할 수 있다"면서 "수사·기소분리 원칙을 무너뜨릴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제부터 검찰주의자들의 경찰 부실수사 언론플레이가 극심해질 것이고,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보수언론을 내세워 공격할 것"이라며 "민감한 지선 국면이 되면 더욱더 추진할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부터는 국민의 시간이다. 지난 추운 겨울 광장에서 국민들께 약속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뚜벅뚜벅 빛의 혁명 국민들을 바라보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