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내란과 지금의 내란, 죄의 크기 달라

헌법은 고정된 게 아닌 늘 현재화해야 할 규범
혁신적 해석이라기보다 당연 상식적인 판단

 

21일 법원이 한덕수 전 총리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제시한 이유는 단순한 양형 판단을 넘어, 헌법 해석과 적용에 관한 중요한 원칙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것은 헌법이라는 규범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현실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정의돼야 한다는 점을 사법부 스스로 확인한 것이었다. 헌법이 ‘과거’에 갇혀 있지 않아야 과거로의 퇴행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헌법을 '헌법답게' 해석한 것이었다. 또한 국민적 불신 속에 놓인 사법부가 여전히 민주주의의 최후보루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도 아울러 보여준 판결이었다. 

 

이번 판결의 재판부 선고 이유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존 내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의 형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죄와 형벌 판단에 있어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1960년이나 1980년 등 과거 내란 사건들이 발생했던 때와 12·3 내란이 발생한 2024년의 대한민국은 크게 다른 나라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차지하는 위상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초래한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과거의 내란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라진 현실에는 달라진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1.21. 연합
 

흔히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과거는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과 문제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헌법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은 단지 하나의 법조문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정신이자 역사다. 역사가 헌법을 만들고, 헌법은 다시 역사를 규정한다. 따라서 헌법의 해석은 언제나 현재의 눈에서 새로워져야 하고 깊어져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주권자로서 국민의 존엄성이 제도적으로 확립된 사회에서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훨씬 더 중대한 범죄라는 것, 내란죄의 무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사회가 쌓아온 민주주의의 깊이만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이번 판결에 담겼다. 내란 범죄는 과거와 동일한 죄목이더라도 그 범죄로 인한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의 훼손의 크기는 같을 수 없다. 내란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진전만큼 더 커졌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그 점에서 헌법에 대한 새롭고 혁신적인 해석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저항권’에 대한 해석이다. 재판부는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가 몇 시간 만에 종료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것이 내란 가담자들의 자제나 절제 때문이 아님을 분명히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것,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들의 용기, 즉 국민의 저항이 내란을 저지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재판부의 설명은 계엄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시킨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이는 저항권을 추상적 선언을 넘어서 현실에서 작동하는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단이다. 국회에 신속히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한 정치인들의 행동, 과거 내란의 어두운 기억을 떠올리며 위법한 명령에 저항하거나 최소한 소극적으로 참여한 군인과 경찰의 태도까지, 재판부는 ‘적극적 저항’과 ‘소극적 저항’을 함께 평가했다. 저항권을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고 작동시키는 힘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은 사법부가 헌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해가 판결에 어떻게 반영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을 만하다. 헌법을 '죽어 있는 문자'에 가두지 않고,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살아 있는 규범으로 읽어낸 사법적 상식의 구현이다.

 

이번 판결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판결을 넘어 사법부에 하나의 과제를 분명히 제시한다. 이를 한국 사법부의 예외가 아니라, 사법부의 보편적 상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다. 오늘날 사법부는 국민들로부터 깊은 불신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아닌 '기득권의 최후보루'이며 성채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는 더욱더 크다. 사법부는 한 번의 올바른 판결을 통해서도,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보여줬다. 그것이 법관 한 명, 재판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힘이고 위력이며 또 그만큼의 위험성이다. 힘과 위력과 함께 위험성의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번 판결은 헌법의 정신과 민주주의의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제시하는 사법부 신뢰 회복의 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로 여기에 사법부 개혁의 출발점이 있을 것이다. 사법개혁은 제도 개편이나 인사 쇄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 그것이 사법개혁의 출발이며, 그리고 결론이다.   < 이명재 기자 >

 

한덕수 중형, 내란 심판 이제 시작…"지귀연도 단호해야"

 

이진관 재판부 판결에 주요 시민사회단체 환영

참여연대 "국민 염원 부응…지귀연 재판부 주목"
민변 "윤석열·김용현 등에도 엄중 심판 내려야"
민주노총 "내란에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

 

한덕수 재판을 맡은 이진관 부장판사(왼쪽)와 윤석열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 연합사진 편집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판결을 통해 특검 구형량보다 8년이나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환영 입장을 내고 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1년이 넘어서야 나온 이번 사법부 판단으로 인해 비로소 내란 세력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첫걸음을 뗀 것이며, 무엇보다 수괴 윤석열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가 반드시 그 기조를 이어받아 준엄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국회와 선관위 등의 기능을 군과 경찰을 동원해 무력화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므로 내란에 해당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계엄 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와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된 것이라며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쿠데타'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 415일이 지나서야 사법부의 판결로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당연하고 기다리던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재판부는 12·3 내란을 전후해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국민 저항권' '계몽적 계엄' 운운 등 극우세력의 망상적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나, 지난 권위주의 정권의 종식 이후 달라진 시대상과 국가적 위상 등을 감안해도 더 이상 과거의 내란죄 양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며 "그러면서 새로운 양형 기준을 제시, 특별검사 측의 구형량보다도 훨씬 높은 징역 23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권력자들의 친위쿠데타를 엄정하고도 철저하게 처벌하라는 국민의 염원과 명령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12·3 내란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민주사회에 완전히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깊이 남겼다. 극우세력의 망상적, 음모론적 주장이 SNS 등지에서 계속 확산하고 있으며 제1야당 국민의힘 또한 여전히 이들과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12·3 내란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하고도 확실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과 김용현 등 일당에 대해 형을 선고할 때에도 이러한 단호한 처벌 기조가 반드시 관철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참여연대는 "그것만이 지난 시기 사법부가 내란 종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고 우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회복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이제 시민의 눈과 귀는 지귀연 재판부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21. 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사법부가 명시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로, 내란 주동자들에게 엄중한 형사책임이 있음을 공표한 사건"이라며 "우리는 이번 유죄 판결을 환영하고, 재판부가 윤석열·김용현 등 내란 핵심 책임자들에게도 신속하고 엄중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 판결은 권력 남용 사태를 예방해야 할 국무총리의 의무를 명확히 했을 뿐만 아니라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임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로써 '유혈 충돌이 없었기에 국헌문란의 목적도 없었다'는 윤석열과 김용현 측의 주장은 어떠한 타당성도 없는 억지 선동임이 확인됐다"면서 "무엇보다 특검의 구형량을 상회하는 엄중한 형량이 선고된 것은 시민들의 엄중한 처벌 요구에 마침내 법원이 응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귀연 재판부는 오는 2월 예정된 윤석열 내란 수괴의 선고 공판에서도 이번 한덕수 판결을 본보기 삼아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김용현, 조지호, 김봉식 등 내란 주요 가담자들과 대통령 경호실, 국무위원 등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판에서 유의미한 선고가 내려질 때 비로소 진정한 내란의 종식이 실현될 수 있다. 사법부가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끝까지 감시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헌법 질서를 파괴한 내란을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그 책임을 분명히 물은 사법 정의 선언"이라면서 "헌법을 유린하고 총칼로 국민을 겁박했던 반국가 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며,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한덕수는 국정 운영 2인자로서 윤석열의 미친 칼춤을 멈춰 세우기는커녕 내란의 주역으로 가담했다. 그자는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했고, 사후에는 계엄 선포문 작성과 폐기 등 범죄를 은폐했다"면서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내란에 봉사한 자에게 어떠한 변명도,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 징역 23년은 그가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비하면 결코 무겁지 않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노동자와 시민을 적대시하며 헌정을 중단시키려 했던 자에게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 이번 선고는 시작일 뿐"이라며 "내란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엄중한 선고가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사유화해 내란을 획책하고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수괴와 내란 세력을 단죄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

 

가디언 "과거 쿠데타, 양형 기준 삼기 거부"

NYT "성공할지 모른단 생각에 내란 가담"
알자지라 "윤에 좋은 징조 아닌 건 확실"
SCMP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 던져"
아사히 "비상계엄 '내란'이라 처음 판단"
로이터 "다른 비상계엄 재판들 가늠자"

 

영국의 더 가디언은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두 가지 점에 주목했다. 하나는 이날 판결이 2024년 12·3 윤석열의 불법 계엄 사건 관련 첫 사법적 판결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재판부가 검사의 15년 구형보다 8년 많은 23년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점이었다.

 

가디언은 이날 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전 대통령 윤석열의 실패한 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에서 '임무 종사'를 한 혐의로 징역 23년이 선고됐고, 재판부는 즉석에서 그를 법정 구속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가디언, 첫 사법 판결· 중형 선고에 주목
"과거 쿠데타를 양형 기준 삼는 것 거부"

 

검사의 15년 구형 사실을 전한 가디언은 "그러나 판사는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특별한 위험을 초래한, 선출 권력에 의한 '친위 쿠데타'라고 부르면서 과거 군사 쿠데타들의 전례를 양형 기준으로 삼는 걸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덕수가 "국무총리로서 내란을 막아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녔는데도, 그러지 않고 내란 가담을 선택했다"고 밝혔으며, 한덕수가 재판 내내 증거를 은닉하고 거짓말을 계속한 점을 지적하며 "진정한 반성이 없다"고 보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한덕수가 보수와 진보 정권을 오가며 5명의 대통령을 모신 직업 외교관 출신이며, 2022년 5월 윤석열이 임명한 이후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한 대통령 밑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총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NYT "독재로 되돌릴 내란 행위로 규정"
"한, 성공할지 모른단 생각에 내란 가담"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장문의 기사를 통해 한덕수 1심 선고 사실을 알렸다. NYT는 이진관 판사가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한국을 다시 독재로 되돌릴 수 있었던" 내란 행위로 규정하고 한덕수가 "내란에서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NYT도 검사의 구형은 15년이었지만 선고는 23년으로 대폭 늘린 배경도 전했다. 신문은 이 판사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한덕수는 "그 책임을 회피했고, 내란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담을 결정했다"고 밝힌 내용도 소개했다.

 

신문은 국회의 해제로 6시간 만에 끝난 12·3 불법 계엄은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내몰았고, 그 과정에서 한덕수는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작년 4월 헌법재판소 판결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후 한덕수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지명을 받고자 했다가 실패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내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가 임명된 이후부터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로이터 "다른 비상계엄 재판들 가늠자"
알자지라 "윤에 좋은 징조 아닌 건 확실"

 

로이터 통신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3 불법 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한덕수가 계엄 선포를 뒷받침할 국무회의의 외관을 갖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국회 같은 주요 기관 기능 마비 계획을 논의한 혐의 등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진관 판사가 "피고인은 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였다...그런데도 피고인은 외면을 선택했고...12·3 내란의 일원으로 참여했다"고 판시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이번 판결이 12·3 불법 계엄 관련 첫 사법 판결로서 "다른 재판들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타르의 알자지라는 이날 12·3 불법 계엄 관련 첫 번째 판결이고, 선고 형량이 검사의 구형량 15년보다 높은 23년이라고 전하고, 내란 수괴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고 2월 19일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윤석열에게는 "좋은 징조가 아닌 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방송은 이진관 판사가 한덕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총리로서 의무와 책임을 무시했다"면서 "피고인의 행동 결과로 한국은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 민주주의 질서가 침해됐던 어두운 과거로 되돌아갈 위험에 처했으며, 국민들이 오랜 기간 독재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 등 내란 관련자들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사건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9. 연합
 

SCMP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 던져"
아사히 "비상계엄 '내란'이라 처음 판단"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밍포스트(SCMP)는 "한덕수 전 총리의 유죄 판결과 예상 못한 중형 선고는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를 던졌으며, 다음 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탄핵된 전 대통령 윤석열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풀이했다.

 

신문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판결은 짧은 시간의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 권한 내에 있다는 윤석열 측의 법적 주장을 해체할 뿐 아니라 법원이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공식 규정한 행위에 대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릴 준비가 돼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수괴로 기소된 윤석열은 2월 19일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SCMP는 TV 생중계를 중단한 후 이 판사는 한덕수가 유죄 판결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증거인멸을 이유로 즉각 구속했으며, 한덕수는 바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군 투입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불구속 상태로 공판에 임했던 한덕수를 법정에서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판결은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킬 목적으로 선포되었으며, 다수의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등을 점거한 건 폭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다"고 덧붙였다.           < 이유 기자 >

 

 

 조국, 정청래 합당 제안에 “국민 뜻 따라 결정”

이재명 정부 성공, 정권 재창출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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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당 당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에 대해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혁신당 전북특별자치도당 당사에서 열린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21일) 늦은 오후 정 대표님을 만나 오늘의 (합당 제안) 발표 내용을 전달받았다. 갑작스럽지만 제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최고위원분들과 함께 숙고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조 대표는 “혁신당은 정 대표가 언급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시에 정치 개혁과 개헌, 사회권 선진국 실현, 토지공개념 입법화 등 민주당이 말하지 않는 진보적 미래 과제를 독자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두 시대적 과제를 모두 실현하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이를 위해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의 조속한 개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혁신당은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고,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께 보고를 올리겠다. 그 과정에서 당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고한솔 기자 >

 

정청래 “조국혁신당, 우리와 합칩시다” 합당 제안

국회서 긴급 기자회견…“시대정신 같아, 6·3 지방선거 따로 치를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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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가 2025년 12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개혁진보4당 정치개혁 연석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조국혁신당에게 제안합니다. 우리와 합칩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 지방선거의 승리가 시대정신”이라며 “민주당과 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 혁신당이 이제 따로가 아니라 같이, 시대정신에 입각해 이재명 정부 성공이란 공동목표를 위해 원팀으로 같이 뛰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두 당의 합당을 위해 조속히 실무 테이블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혁신당의 화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 고한솔 기자 >

‘내란 적극 가담’ 2인자 한덕수 징역 23년

특검 구형보다 8년 더 무겁게 선고 적극 단죄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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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1심 판결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우선 판단한 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가 내란 행위에 가담했는지를 살펴보는 구조로 이뤄졌다. 법원은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결론 낸 뒤, 한 전 총리가 국정의 2인자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한 내란에 적극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다음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앞두고 내란죄 수사의 적법성이 인정되고 ‘계엄은 내란’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차곡차곡 쌓이는 모양새다.

 

 

‘국헌 문란, 폭동’ 요건 충족

형법 87조에선 내란을 ‘국헌(헌법 질서)을 문란하게 할 목적의 폭동’으로 정의한다. 국헌 문란이란 헌법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파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21일 한 전 총리 선고 공판에서 “윤석열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형성한 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의회·정당 제도 등을 부인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령하며, 군 병력과 경찰공무원을 동원하여 국회·중앙선관위 등을 점거, 출입 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한 사실”을 인정하며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을 결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가 비상계엄을 “12·3 내란”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한 이유다.

 

“언론사 단전·단수도 이행 지시”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하도록 했고 △계엄 선포 뒤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문서에 서명을 받으려 하는 등 ‘윤석열의 내란에 적극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피고인은 윤석열이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갖출 수 있는 일부 국무위원만을 선별해 소집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았다. 또 국무회의는 원격으로도 가능해 영상회의 방식으로 세종시에 머물고 있는 장관들의 참석도 가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격영상회의 방식의 국무회의를 제안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나아가 대통령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근거로 한 전 총리가 “이 전 장관과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의 내용과 근거, 그 이행 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고 “그 지시의 이행을 독려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총리로서의)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며 그의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내란죄 부정하던 윤석열 향해…

 

한 전 총리에 대한 이번 판결은 향후 이어질 내란 사건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비상계엄 선포가 국정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을 뿐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고, 군경 투입 행위 역시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던 만큼 폭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항변을 여러 이유를 들어 깨뜨렸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 선고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의 몫이지만 어떤 재판부도 내란 범죄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전 총리가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많은 형을 선고받으면서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 이전에 조기 소집돼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됐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중형도 예상된다. ‘내란 2인자이자 기획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다음달 19일 윤 전 대통령과 함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 박지영 기자 >

 

선고 2분 만에 “유죄”…얼어붙은 한덕수, 법정 구속돼 구치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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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33부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가 ‘피고인 한덕수’의 핵심 혐의인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선고 초입부터 유죄로 인정하자, 한 전 총리의 표정은 이내 굳어버렸다.

 

통상 판결 선고는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읽고 재판부의 판단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날 이진관 부장판사는 ”세부 내용이 복잡하므로 결론을 먼저 말한다”며 “중요임무종사는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오후 2시에 선고를 시작해 2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 전 총리는 자리에 앉아 허리를 세우고 재판부를 응시했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결론’이 나왔지만 그는 마치 정지화면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가 약 1시간 동안 판결이유를 읽고 “선고를 하겠다”고 하자 한 전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고인을 징역 23년에 처한다”고 하자, 방청석에선 탄식이 새어나왔다.

 

이 부장판사가 “구속 여부에 대해 할 말이 있냐”고 하자 한 전 총리는 뜸을 들이다 힘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재판장님…. 결정에 겸허하게 따르겠습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이 ”구속된다면 방어권에 중대한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몸이 안 좋다”며 “부디 좀 깊이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특검 쪽은 “구속된 피고인과의 형평성을 생각하면 구속하여 주심이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이 부장판사는 배석판사들과 논의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하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 이나영 기자 >

 

보수·진보 넘나들며 고위 공직…‘처세 달인’ 한덕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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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중요임무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최고위 공직에 중용되며 정통 엘리트 관료의 표상, 관운의 끝판왕, 처세의 달인으로 불렸던 피고인 한덕수(77)의 공직 인생은 ‘친위 쿠데타에 부역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마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로 한덕수가 발탁되자, 정치권은 그의 경륜과 함께 좌우를 오가는 능수능란한 처세술을 배경으로 꼽았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0년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디딘 한 전 총리는, 50여년간 5개 정권에서 고위 공직을 맡았다. 통상산업부 차관(김영삼 정부), 대통령실 경제수석·통상교섭본부장(김대중 정부), 국무총리·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국무조정실장(노무현 정부), 주미 대사(이명박 정부)에 이어, 공직을 떠난 지 10년 만에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에 기용됐다. 관가에서는 고려·조선에 걸쳐 다섯 임금을 모신 황희 정승에 빗대기도 했다. 탕평 인사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호남 출신인 그를 다시 발탁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과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출신 지역을 ‘서울’에서 ‘전주’로 바꿨다는 논란이 따라붙었다.

 

관료 한덕수의 성공 가도를 떠받쳤던 무색무취 처세술은 윤석열 정부에서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입법, 예산, 정치 현안에서 한때 가까웠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의 정치적 충돌을 불사하며, 극우적 사고에 빠진 대통령 윤석열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기 시작했다.

 

권력을 향한 말년의 무모한 정치 베팅은 그를 내리막으로 이끌었다. 한 전 총리는 2024년 9월 국회에 나와 “계엄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강변했다. 정작 12·3 내란의 밤에는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대신, “계엄 선포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동의하고 지지”(1심 재판부)하는 부역의 길을 택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고,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직접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해 대선 출마까지 선언했다.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약 50년 동안 국무총리 등으로 재직하며 다수의 훈장과 포장을 받았다”며 이를 양형 감경 사유로 언급하면서도, 오히려 고위 공직 이력을 이유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을 간접적으로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을 수호하지 않고,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안위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친위 쿠데타가 성공하거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될 것이라는 기민한 처세 감각이 오히려 그를 몰락의 길로 이끈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이날 1심 선고 결과를 “겸허히 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 김남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