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주권국가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전통적 우방 협력, 상호 존중, 상식·원칙 따라야"
한미 긴장 속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거듭 강조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인도와 베트남 국빈 방문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모두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현 국제정세에 대해 "중동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세계 경제와 안보의 구조적인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대에 안정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전략적이고 유연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핵심은 "특정 지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우리의 선택지를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베트남과의 전방위적 협력 강화는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의미가 크고 "앞으로도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 지평을 넓혀 가야 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신흥국과 저소득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동맹 재정의…"의존 줄이고 선택 늘린다"
주권 국가의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이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과의 협력 또한 당연히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특정국을 콕 집지는 않았지만 '전통적 우방' 중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물론 70년 넘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의 틀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상식과 원칙에 따라 당면한 현안을 풀면서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뭣보다 지난 70여 년의 한미관계에서 양국 간 '상호 존중'과 '상식·원칙'은 실종됐고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지 못했고 그래서 미국과의 '진정한 우정'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엄중한 문제 제기로 들린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란 미명아래 그동안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한국은 '노우'라고 못 하고 무조건 맹종하는 관행이 지배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관련 위협 상황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 틀 제시
"상호 존중, 상식과 원칙 따른 현안 해결"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은 지난 두 달의 이란전쟁 기간에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놨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중동 반출 논란 때는 "반대 의견을 냈다"(3월 10일 국무회의)고 했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 부담을 줄이겠다"(4월 2일 미 상원 의원단 면담)고 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비판(4월 10, 11일 X글)해 '영혼 동맹'인 미국을 불편하게 했고, 이란에 외교장관 특사를 보내고 50만 달러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북한의 '구성 핵시설'에 대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언급을 트집 잡아 미국이 정보 공유를 일부 중단한 걸 두고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다"(4월 20일 X글)라고 직접 나서 논란을 정리하기도 했다. '단발성' 행보가 아닌 것이다.

 

최근 한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식적, 고압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 대북 기밀 유출 주장, 쿠팡 사태 관련 한국 사법주권 침해, 작년 10월 한미 정상의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중 안보 합의 불이행 등이 그 대표적 이슈다.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23. 연합
 

한미 긴장 속 잇단 '자율 외교' 메시지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의지 거듭 피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6일 백악관 기자 회견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파병 요청에 '호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나중엔 한국을 콕 집어 주한미군 '4만5000명'이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지켜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발언들을 연신 내놓았다. 그리곤 정동영 '구성 핵시설' 발언을 문제 삼았고, 4월 13일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연계 의혹이 있는 극우 인사 미셸 박 스틸(70) 전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했으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4월 21과 22일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사실상 이 대통령의 '2028년 전작권 환수'를 겨냥해 "정치적 편의주의"라고 비난하고 대신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분기'를 전환 시기로 제시했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심지어 쿠팡의 3367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한국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과 연계해 한미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상 미국이 이행해야 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의 조치를 차일피일하고 미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4월 21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란 항의서한을 강경화 주미 한국 대사 앞으로 보냈다.

 

이에 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이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 하노이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팡은 기업의 문제인데, 이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는 그것이 동맹관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우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지난주 방미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 등을 만났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훈련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 사령관(가운데)이 장병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다. 2026.2.14. 연합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빼고 자체 군사력 수준이 전 세계 5위다...연간 군사비 국방비 지출 금액이 북한의 1년 국민총생산보다도 1.4배가 더 높다는 거 아니냐"면서 "왜 자꾸 우리가 무슨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위가 어려울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느냐"고 개탄했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일부 세력들이 그렇게 선동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런 객관적인 상황들을 국민한테 많이 알려달라. 제가 이 얘기를 자주 하는 이유가 국가란 국가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느냐,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 자체적인 예를 들면 군사작전 역량이나 이런 건 준비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 스스로 방어하고 작전하고 전략 작전 계획 짜고 할 준비를 충분히 해놓아야 될 거 아니냐"고 말해 전작권의 조속한 환수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탄신 제481주년 기념 다례행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충무공 탄신 제48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순신 장군께서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 속에서 연전연승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며 "생즉사, 사즉생! 죽음을 각오하고 오직 이 나라와 백성의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는 준엄한 소명 의식과 애민 정신으로 무장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또한 그 시절의 파고만큼 높고 거세다"라면서 "국민주권 정부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등불 삼고, 국민통합의 강한 힘을 원동력 삼아 국난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께서 불과 13척의 배로 열 배가 훨씬 넘는 왜군 함대를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장군부터 병사와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미군 사령관 "한국, 킬 웹의 중심"…'대중 전초 기지' 노골화

 

버젓이 '한·일·필리핀 군 역량 통합 구상' 밝혀
한국 대규모 지상군·첨단 방산에 '눈독'


대만과 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군사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발언을 겨냥해 "정치적 편의"라고 비판으로 물의를 빚었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그 장본인이다.

 

이번엔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인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는 3국 간 '킬 웹'(kill web) 구축 구상을 내놓았다. 28일 보도된 일본의 영자지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를 통해서다. 브런슨 미 육군대장은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 겸임)이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군사령관, 한‧일‧필리핀 통합 '킬 웹' 제안
한국을 대중국 전초기지로 세우는 위험한 설계

 

이 구상은 이들 3국의 군사적 강점을 단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통합해 전통적 작전 공간인 육상, 해상, 공중은 물론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으로 확대해 미국과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 '킬 웹'은 목표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식별해 타격하기 위한 개념이다. 위성·드론·병사 같은 모든 감지기(센서)가 항공기·함정·미사일 체계 같은 모든 타격 수단(슈터)에 실시간 데이터를 전달하는 네트워크에 기초해 지휘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에 대응하도록 한다. 일례로 킬 웹을 구성하는 한 동맹국의 우주 기반 센서가 적 함정을 탐지하면, 다른 동맹국의 지상 레이더가 이동을 추적하고, 또 다른 동맹국이 타격 임무를 맡는 식이다.

 

브런슨은 "현대전의 승패는 재래식 전투가 개시되기도 전에, 특히 전자기와 사이버 공간에서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동맹국들이 억지와 신속하고 조율된 대응을 위해 상호 간 인식을 조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브런슨은 '3국 킬 웹'이 심화하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더욱 조율된 대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중 군사적 봉쇄 네트워크임을 숨기지 않았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8일 공개된 일본의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통합하는 '킬 웹' 구상을 밝혔다. 2026. 04. 28 [더 재팬타임스 캡처]
 

브런슨 인텨뷰 "3국 킬 웹의 중심은 한국"
대규모 지상군과 첨단 방위 산업에 '눈독'

 

더 큰 문제는 이 킬 웹 구상의 '중심'으로 한국을 꼽았다는 점이다. 브런슨은 한국의 (지리적) "포지션의 우위는 어떤 다른 동맹국도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전 태세를 갖춘 한국의 대규모 지상군이 억지력을 제공하고 첨단 방위 산업이 역내 군수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방대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길고 취약한 군수 보급망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미 본토 보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역내에서 수리·생산 능력을 갖추는 '파운드리'를 구축해야 하며, 여기서 한국의 제조 역량과 3D 프린팅 기술이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5세대 전투기를 보유한 미 공군과 제7함대, 제3해병원정군 기지가 있는 일본은 첨단 전투 및 감시 능력, 해상 요충지 통제 능력을 제공하고, 필리핀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접근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재팬타임스는 "한반도를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독립된 구역"으로 보던, 동아시아에 대한 미 국방부의 시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그 대신, 한반도를 이젠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제1 도련선' 전체에 걸친 대중 봉쇄망의 최전선 핵심 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기다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2025. 09. 03 [타스=연합]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한국이 브런슨의 구상에 동참한다면,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도 전통적인 북한 억지가 아니라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의 무력 분쟁 시 휘말릴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 경우 주한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하다.

 

브런슨은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어느 동맹국도 고립된 채 존재할 수 없다. 서로 연결하면 중첩적 강점을 만들어 적이 단일 축으론 대비할 수 없게 한다"며 "우리가 함께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사건 발생 후에야 허둥지둥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구상을 전투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브런슨은 각국의 역할 분담과 군수 지원 외에 공동의 작전 청사진과 함께 동맹국들의 합동훈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동 훈련의 초점을 이제 북한의 지상군 공격이란 전통적 가정보단 제3자(예를 들면 중국) 개입, 분산된 지휘 통제, 해상 분쟁 시나리오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호주의 탈리스만 세이버, 태국의 코브라 골드 같은 합동 훈련에 참여하고 림팩(RIMPAC)을 주도하는 건 "의례적 참여"가 아니라 한국, 일본, 필리핀 3국 협력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저녁 평양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야외에서 열린 참전열사 추모음악회 '조국의 별들'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6.4.27 연합
 

대만‧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은 이미 작년에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11월 17일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아래위를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보여주면서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브런슨의 '킬 웹' 구상은 유사시 역외 전력 투사를 허용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넘어 아예 한국군의 동원까지 염두에 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국의 '국익'에 대한 고려는 조금도 없이 미국의 군사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한국의 반발을 의식해 먼저 이 구상을 지지할 일본과 먼저 내밀하게 협의하고, 일본 매체를 통해 '애드벌룬'을 띄웠을 공산이 크다. 그러잖아도 브런슨은 인터뷰에서 "나는 주일미군 지도부, 일본 자위대와 적극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이웃이고 동일한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율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미연합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12일에도 브런슨은 하와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방미한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몰래 만나는 비상식적 행동을 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국을 대중 군사 전초기지로 삼고 대만 유사시 한국군마저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브런슨이 드러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작년 5월 15일 미군 육군협회 하와이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 연설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과 같다"고 말했다. 이른 바 '한반도 불침항모론'이다.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고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를 갈구하는 5000만 명의 한국민이 사는 한국을 전쟁 수단인 '항공모함'에 비유한 것이었다. 이런 발상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월 19일 발표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 제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조항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그것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포함되지 않을 거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런슨은 작년 12월 19일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 팟캐스트 '워 온 더 록스'에 출연해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군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것, 대규모 훈련들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했다. 열흘 후인 12월 29일엔 한미연합사 주최의 '제2회 한미 연합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한국군의 정교함, 그리고 우리의 연합 지휘 구조의 성숙함은 이 나라에 국경을 훨씬 넘어서는 전략적 무게를 부여한다"며 "한국의 역량, 지리적 위치 그리고 대비 태세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려는 어떤 노력에서도 중심축이 된다"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뒤집힌 한반도 지도. 2025.11.17 [주한 미군 제공] 연합
 

주한미군 전력의 역외 투사를 확대하고 한국군을 대중 군사 봉쇄망의 중심이자 전초기지로 삼고야 말겠다는 브런슨의 말과 행동은 일회성이 아니고, 일관성을 가지고 계속 반복되고 '3국 킬웹' 구상과 같이 시간이 갈수록 업데이트된다는 점에서 이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브런슨의 입을 빌었지만, 그 뒤에는 미 국방부를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함께 전시작전권 환수를 더욱 서둘러야 할 또다른 계기가 마련됐다.    < 이유 기자 >

 
 

 

 

구형 15년인데… "시세조종 가담 기간 짧다" 감경
원심 깨고 공동정범 인정, 자본시장법 일부 유죄

2022년 4월 통일교 샤넬백도 알선수재 판단
윤석열 "손실 봐" 조국 "거짓말로 당선, 무효"

일부신문 사설 "‘봐주기’ 검찰 뼈저린 반성을"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관련 무죄 유지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28일 대합실에서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2026.4.28 연합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 재판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고법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개 몰수와 2094만 원 추징도 명했다. 주가조작 행위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15년, 처음 관련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들어갔던 때로부터는 7년 만이었다. 

 

1심 형량인 징역 1년 8개월보다는 무거워졌지만 특검팀 구형량인 징역 15년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판결문 요지를 낭독하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길고 긴 판결문 가운데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것은 딱 두 대목이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2010년 10∼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 원이 들어 있는 증권계좌를 제공해 도이치 모터스 주식 거래를 맡기고, 이 시기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매도한 행위를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2022년 4∼7월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1심의 일부 유죄 판단을 깨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받은 것을 통일교 측의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이 부분 혐의를 무죄로 봤다. 반면 이날 항소심은 김씨가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지했다면서 알선 명목으로 가방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은 전날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전후와 관계없이 배우자에게 교단 자금으로 선물을 준 행위 자체를 횡령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똑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에게도 여론조사를 제공한 만큼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구체적으로 2억 7000만 원)만큼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무상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까지 원심이 뒤집히지 않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부담을 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검팀은 주가 조작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에 모두 징역 11년에 벌금 20억 원, 추징금 8억 3000만 원을 구형했고, 무상 여론조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3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징역 4년에 추징금 5000만 원 선고에 그쳐 상당히 허탈할 것 같다.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라서 이날 김씨에게 선고된 징역 4년이 크게 조정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법원 출석하는 김건희 씨([AP 연합)
 

재판부는 양형 배경과 관련해 "피고인은 시세조종 범행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포함한 공범들은 범행으로 적잖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또 "일반 국민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이는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에 비춰 결코 지나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그 지위를 이용해 알선 수재 행위를 했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세조종 범행을 주도하진 않았고 가담 기간도 비교적 짧은 점, 통일교 측에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진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의 두 문단은 준엄한 질책으로 꾸며놓고 뒤에 관대하게 처벌해야 할 이유를 나열했다. 

 

이렇듯 항소심 재판부는 90분 동안 낭독한 판결문 요지에 앞과 뒤가 다른 듯한 문장을 기재해 판결문을 입수해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김씨 측은 즉각 상고 여부를 밝히지 않은 특검과 달리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뛰었던 검찰과 국민의힘, 일부 언론은 석고대죄하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면서 “윤석열은 대선 때 배우자가 주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셈이다. 윤석열은 거짓말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배우자의 주가조작 가담 여부에 대한 추궁을 받았다. 그는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서 "제가 결혼하기 전에 이 양반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한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요"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봐주기 수사의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며 "2020년 4월 고발된 이후 검찰은 대면조사 한번 없이 시간을 끌면서 4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동안 공범들은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비판이 커지자 수사팀은 2024년 7월 김씨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해 특혜 논란을 자초했고, 그해 10월 끝내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전했다.

 

사설은 "검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부실 수사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대법원은 명태균의 무상 여론조사에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판단이 법률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며 "이것이 무죄라면 후보자 캠프에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하는 일이 횡행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29일 오후 3시에 이뤄진다. 서울고등법원 내란 전담재판부가 출범 뒤 처음으로 내리는 선고라 관심을 집중시킨다. 역시 법정 생중계가 허용된다.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 일부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 등인데 1심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정당한 행위였다는 입장이지만, 특검팀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 임병선 기자 >

 

김건희 징역 4년? 표창장 위조 정경심도 4년인데...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사법부가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파기환송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라.
 

김건희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로 봤던 두 가지 혐의를 유죄로 뒤집으며 징역 1년 8개월을 곱절인 징역 4년 선고로 늘렸다. 원심에서 '단순 전주'로 치부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가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어 실형이 내려진 것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든 행위에 대한 마땅한 죗값이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과연 이 정도의 판결로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 이루어졌는가 여전히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항소심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명태균으로부터 제공받은 ‘무상 여론조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여전히 무죄로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익의 직접적인 귀속을 입증하기 어렵다거나 단순 정보 제공 수준이었다는 논리를 폈으나, 사법부가 정치를 오염시키는 ‘여론 조작’과 ‘비선 개입’의 통로를 합법적으로 뚫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수억 원이 투입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수수해 정치적 전략에 활용했음에도 ‘대가성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다면, 향후 어떤 정치인이 비선 브로커의 검은 조력을 마다하겠는가.

 

벌금과 추징금 산정 방식 역시 자본주의 시장의 공정성을 비웃는 수준이다. 검찰이 추산한 주가조작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산출하는 것이 어렵다며 23억 원의 부당이득을 추산한 특검의 주장을 배척하고 겨우 2094만 원을 추징액으로 산정하고, 벌금 5000만 원을 부과한 것은 검찰의 불기소, 특검의 기소와 재판이 결국 ‘남는 장사’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법리적 한계를 핑계로 거악의 뿌리를 도려내지 못하는 사법부의 소극적 태도는,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을 면치 못할 것"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언을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한두 푼씩 아껴 성실히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단순히 2심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데 그치지 말고, 앞선 검찰의 불기소, 특검의 기소와 재판 과정에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2022년 대법원 2부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과 관련하여 정경심 전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1000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건희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즉각 항고에 나섰다. 진정 억울한 쪽은 '법 앞의 평등'을 믿고 묵묵히 살아가는 국민이다.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과 ‘미필적 인식’이 권력과 결탁했을 때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알면서도 그동안 너무나 좌시해왔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김건희의 죗값에 걸맞은 엄중한 단죄가 이루어질 수 있게 파기 환송으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2심 “김건희, 단순 방조 넘어 적극 가담”

‘주가조작 외부자’라던 1심 무죄 판단 부분 전부 뒤집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방청석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발(2020년 4월)→검찰 무혐의(2024년 10월)→특검 기소(2025년 8월)→1심 무죄(2026년 1월)→2심 유죄.’

2020년 4월 고발된 뒤 6년간 검찰 불기소 처분과 항고,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주가조작과 관련한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했고 단순히 방조한 것을 넘어서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며 1심 무죄 판단 부분을 전부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28일 김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김 씨가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일 것을 방조한 것을 넘어 적극 가담했다’며 주가조작 공범임이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보았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일부 기간 범죄는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면소, 나머지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김 씨가 블랙펄인베스트에 주식계좌를 맡겨 주식을 매수한 행위가 모두 ‘독자적 판단’이라고 봤지만, 2심은 김 씨에게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을 얻겠다는 의사가 있었다면서 범죄 가담 의사가 적극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블랙펄인베스트에 본인 자금과 미래에셋대우 계좌를 제공한 날 미래에셋대우 직원에게 ‘사무실 전화는 녹음되니 휴대전화로 통화하자’고 말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주가조작 일당들이 지정한 시점에 매도한 것에 대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으로 꾸미려는 목적의 통정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씨를 “공모관계 밖의 외부자”라고 보고, 공범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단도 2심은 정면 반박했다. 1심은 주가조작 일당인 블랙펄인베스트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의 거래 목적을 김씨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며 이를 김 여사가 범행에서 배제된 증거라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에게 거래 목적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하여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공모관계의 존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심 무죄 판결 뒤 항소하면서 김 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방조’를 넘어 ‘공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씨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2심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 전달된 샤넬 가방은 ‘김 씨가 통일교의 청탁 목적을 인식하고 받은 것’이라면서 1심의 알선수재 혐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통령 부인의 지위에서 통일교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통일교 쪽의 청탁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샤넬 가방 전달자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시점에 ‘통일교의 청탁 대가’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로 전씨와 김 씨가 금품 전달 이전에 나눈 통화에서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사실’, ‘통일교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거라는 사실’을 서로 언급한 점을 들었다.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바뀌면서 김 씨의 형량은 징역 4년으로 가중됐다. 2심 재판부는 주가조작 범죄와 관련해선 김 씨가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선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 점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 다만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한 전체 기간이 짧고, 통일교 쪽의 청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 김 씨 쪽은 이날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오연서  김수연 기자 >

  

 김건희 변호인, 징역 4년에 “도덕적 비난” 주장…‘이 형량도 감지덕지’라는데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영부인 지위’의 중요성을 짚으며 징역 4년을 선고하자 김 를 향해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김 변호인은 “도덕적 비난이 법률적 판단을 압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인 유정화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에서 “항소심은 도덕적 비난이 법률적 판단을 압도했다고 본다”며 “유독 판결 곳곳에 ‘국민 신뢰 훼손’, ‘기대 저버림’과 같은 감정적·도덕적 평가 언어들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고위 공직자 가족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형사 재판은 도덕적 지탄을 넘어서 법률적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따지는 절차여야 한다. 엄밀한 법리 검토보다 결과론적인 처벌론에 치중한 판단은 아닌지 신중하게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김 씨에게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 전달된 샤넬 가방은 ‘김 씨가 통일교의 청탁 목적을 인식하고 받은 것’이라면서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형량은 1심의 징역 1년8개월에서 징역 4년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결코 지나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김 씨 범죄로) 국정의 투명성과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로 인한 국론의 분열과 국민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무죄라고 본 1심과 달리 일부 유죄로 본 2심 판단에 대해 유 변호사는 “재판부는 단순한 자금 투자와 계좌 위탁 행위를 시세조종의 ‘공모’로 단정했다”며 “하지만 이는 투자자가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일반적인 경제 행위와 범죄 행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정치권에선 ‘영부인 지위’의 중요성을 짚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김 씨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 상식과 법 정서에는 부족한 형량이지만 2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이라고 했다. 임 대변인은 “김건희씨는 사법부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상소는 꿈도 꾸지 말라. 이 정도 형량도 감지덕지”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내린 사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엎으며 뒤늦게나마 단죄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일부 유죄 판결로 사법 정의의 불씨는 살렸으나, 여전히 미완의 심판에 그쳤다. ‘범죄 전력 부재’나 ‘공모 단정 불가’라는 ‘법꾸라지’식 논리로 빠져나간 구멍들이 너무나 크다”며 “김건희씨의 범죄는 자본시장을 유린하고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한 ‘중대범죄의 종합세트’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명태균 게이트’와 공천 개입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 반드시 지은 죄만큼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광준 기자 >

 

 
 



 

왕이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 불어넣기를 원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외교장관을 만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10일 평양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접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안부와 축원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조선(북한)은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확립된 원대한 청사진을 계기로, 중국과 함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상호 지지를 통해 각자 사회주의 사업 발전을 추진하며 양국 인민의 복지와 세계 평화·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현재 국제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조중(북중) 관계를 부단히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조선 당·정부의 확고한 의지이자 이미 정해진 정책이기도 하다”며 “조선은 시진핑 총서기가 내놓은 ‘인류 운명공동체’ 이념과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 등 문제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정당한 입장과 모든 노력을 굳게 지지한다” 덧붙였다.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시 주석의 인사를 전한 뒤 “중국은 조선과 함께 양당 및 양국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공감대를 공동으로 실천하고, 교류와 왕래를 밀착하며 실무 협력을 촉진하여 조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내용을 불어넣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시진핑 총서기는 중조가 모두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공동의 이상·신념과 분투 목표가 있다고 했다”며 “복잡한 국제 정세를 맞아 중조는 각자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중대한 국제·지역 사무에서 소통과 협조를 한층 강화하고,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과 세계 평화·발전 수호에 마땅한 공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비서가 김 위원장 오른편에 배석했고, 중국 쪽은 왕 부장과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 화춘잉 외교부 부부장(차관),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이 마주 앉았다.

 

왕 부장은 이틀 일정으로 전날 북한에 왔다. 북중 관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얼어붙었으나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면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은 고위급 교류 및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 최현준 기자 > 

 

 

트럼프 “이란 지도자들, 회담 나오면 달라…낙관적”
모즈타바 “전쟁 배상 요구·해협 관리도 새 단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AP 연합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양국 최고지도자가 “그들은 정복당했다”, “우리가 승리자”라고 주장했다. 양국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험난한 협상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지도자들은 언론에 하는 것보다 회담 자리에서는 훨씬 다르게 이야기한다”며 “그들은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동의해야 할 모든 것들에 동의하고 있다. 기억하라, 그들은 정복당했다. 그들에게는 군대가 없다”며 “그들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적으로 승리한 만큼, 종전 협상에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같은 날 이전 최고지도자이자 아버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40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영웅적인 국민인 여러분이 이번 전장에서 결정적 승리자라는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기간이던) 지난 40일 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들의 지속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비록 군사적 휴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거리, 마을, 모스크에서 가능한 모든 시민이 더 강력하게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승리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모즈타바는 한 발 나아가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 배상금과 순교자(희생자)들의 유족 보상금, 부상자들의 위자료를 요구할 것”이며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서도 “해협 관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의 주요 의제인 전쟁 배상과 호르무즈해협 등에 대해서도 요구 사항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종전 협상의 첫 회담은 오는 11일 오전(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 미국은 협상단 대표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나서고,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나선다. 이날 밤 갈리바프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 이란의 협상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의 숙소로 이슬라마바드의 세레나 호텔이 쓰일 예정이라고 알자지라가 밝혔다. 이 호텔은 외교부 등 주요 정부 청사와 대사관이 밀집한 곳에 있고, 지난 8일부터 투숙객들이 퇴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현준 홍석재 기자 >

 

 

이란 협상단, 파키스탄 집결…‘레바논 휴전·동결 자산 해제’ 선결 조건 제시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각)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대국민 연설 티브이(TV)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1일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종전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뤄진 2주간의 한시적 휴전 합의 이후 진행된다. EPA 연합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집결하면서 협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쪽은 11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회담을 열 예정으로, 협상 개시 조건과 휴전 유지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쪽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10일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대표단에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사무총장, 압돌나세르 헴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 안보·외교·경제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란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레바논 내 휴전과 동결된 자산 해제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미국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만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이번 협상에 대해 “이란군의 위력 시위와 국민의 단합된 방어 의지에 밀린 미국과 이스라엘이 40일간의 전쟁에서 아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결국 휴전과 협상을 먼저 제안해 왔다”고 주장하며 협상 주도권을 강조했다.

 

미국 쪽에서는 밴스 부통령이 협상단을 이끌고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밴스는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우리를 이용하려 한다면 협상팀이 그다지 수용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운명의 순간’으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티브이(TV) 연설에서 “지금은 운명이 갈리는(make-or-break) 순간”이라며 “이 회담이 성공하고 수많은 생명이 구해져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도록 모두 기도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파키스탄의 실력자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과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전쟁의 불길을 진압했다”고 칭찬했다.

 

다만 휴전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유지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양쪽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선결 조건과 상호 불신이 여전히 큰 만큼 이번 회담이 실제 종전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신형철 기자 >

 

협상 앞둔 트럼프 또 ‘위협술’…“함선에 최고 무기 싣는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 이란 전쟁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이란을 향해 연이어 고강도 압박 메시지를 내놓았다.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첫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협상 결렬 시 전례 없는 수준의 강력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력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재정비!”라는 짧은 문장을 올렸다. 2주간의 휴전 기간 미군이 전열을 가다듬어 더욱 치명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문장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재정비를 진행 중”이라며 “함선에 최고의 탄약,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무기를 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완전한 궤멸을 하는 데 썼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약 24시간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상대와 협상하고 있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앞에서는 핵무기를 모두 없앤다고 하면서 언론에는 농축을 원한다고 말한다”고 이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정상 수준의 10% 미만에 머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통제 방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같은 날 추가로 올린 트루스소셜 글에서 “이란인들은 국제 수로를 활용해 세계를 단기적으로 갈취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들이 오늘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는 협상하기 위해서다”라고 직격했다. 또한 “이란인들은 전투하는 것보다 가짜뉴스 미디어와 ‘홍보’를 다루는 것을 더 잘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개방과 관련해 “이란의 도움 없이도 석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며, 만약 하고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협상에는 양국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미국 쪽에서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파견됐다. 이란은 공식 대표단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들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보도했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호르무즈 꽤 빨리 열릴 것…통행료 용납 못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로 향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통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공해”라며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협은 꽤 빨리 열릴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통제)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통제하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하지만 휴전 합의 이후에도 해협 상황은 좀처럼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최소 9척이 이란과 연계된 선박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선적 유조선 ‘아리메다’ 역시 서방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과 관련된 선박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9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9척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척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고, 4척이 들어갔다.

 

전쟁 이전 하루 약 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통행량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페르시아만에는 약 900척의 화물선이 대기 중인데, 일부 유조선은 해협 입구 인근에 정박한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지난 이틀간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들이 해협을 향해 이동했지만, 실제로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휴전 직후 해협 개방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IRGC)와의 조율을 요구하며 선박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일부 선주는 기뢰 설치 가능성 등을 우려해 운항을 미루고 있다. 이란이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 신형철 기자 >

 

트럼프, 네타냐후 전화 한 통에 돌변…“레바논 휴전 대상 아냐”

 
 
지난해 12월2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국면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 이후 돌변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미 시비에스(CBS)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이후 이를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란과 중재국 파키스탄은 물론 이스라엘도 해당 조건에 동의한 상태였다고 백악관 당국자가 휴전 발표 당일 시비에스에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 다음날인 8일 피비에스(PBS)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입장 변화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직후 이뤄졌다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말 이란 공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및 제안이 주요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는 등 미국의 중동 정책 결정에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8일 휴전 조건을 둘러싼 “정당한 오해”가 있었다면서도 협상안에 레바논 내 대리 세력 포함 여부를 오해한 책임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휴전 발표 직후인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의 대공습으로 현재까지 레바논에서 3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10일에는 헤즈볼라의 미사일 발사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지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의 주도로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레바논 전선에서의 휴전 모색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연정 기자 > 

지난 8일 레바논 티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잔해가 흩어진 현장에서 한 남성이 드럼통을 끌고 있다. 로이터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