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 민주당 전당대회 앞두고 연서명 성명

 

'친민 없는 민주당, 빛의 혁명 욕되게 말라'
시민의 기대, 또 하나의 권력정당이 아니다
'친민' 외의 '친O'은 거짓이고 위선이며 기만

 

'뉴이재명', 계파가 아니라 정책으로 답해야
내란 극복 공로가 정치적 면허가 될 수 없다
민주당의 미래는 정책 경쟁에 달려 있다

 

개신교계 인사 360명이 오는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을 향해 공개적인 경고와 당부를 담은 연서명 성명을 11일 발표했다. 빛의 혁명 성취를 염원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은 내란 정국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힘을 민주당이 잊어서는 안 된다며, 당권 경쟁과 계파 갈등에 매몰돼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것은 “또 다른 내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의 핵심은 ‘친민(親民)’이다. 성명은 민주당 내부에서 거론되는 ‘친명’, ‘친청’, ‘친석’ 등을 두고 “권력을 향한 맹목적 줄서기일 뿐, 정작 민중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친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특정 정치인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시민에 대한 책임과 정책이 민주당 정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성명은 단순히 전당대회 후보들을 비판하는 글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금의 정치적 위치에 오기까지 누구의 힘이 있었는지, 그리고 권력의 최종적인 주인이 누구인지를 되묻는 시민사회의 경고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KBC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양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 2026.8.10 연합

 

시민이 기대했던 것은 ‘또 하나의 권력정당’이 아니다

 

성명은 “그날 이후 우리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그들’, 국힘당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 믿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내란 정국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치세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시민들이 기대한 것은 정권교체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과거의 낡은 정치문화를 극복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민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성명의 문제의식이다. 정책과 비전보다 계파와 충성도를 둘러싼 공방이 앞서고, 상대 후보의 과거와 실언을 공격하는 데 정치적 에너지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은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산(선)다는 생각을 거두십시오”라고 호소한다. 정치인의 과거와 발언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검증이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특히 자신의 허물은 감춘 채 상대의 실수만 공격한다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성명은 후보들을 향해 “여러분 모두 예외 없이 허물 많은 정치인”이라며 “자신의 실책과 거짓을 솔직히 인정하십시오”라고 요구한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이미지가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용기다.

 

‘친명’보다 ‘친민’이어야 한다

 

성명이 제시한 ‘친민’은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친○○’라는 표현이 정치적 계파와 충성도를 의미하는 한국 정치에서 특정 지도자와의 거리가 정치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현상은 오래된 문제다. 성명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친민(親民)’이면 족합니다. 그것 외의 다른 ‘친(親)’은 거짓이고 위선이며 자기기만입니다.”

 

정치인이 누구에게 가까운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책임지는지를 기준으로 정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파정치가 강해지면 정책보다 사람이 앞선다. 지도자의 생각과 다른 의견은 배신으로 간주되고 내부 토론은 위축된다. 정당이 시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권력경쟁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될 위험도 커진다.

 

민주당이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1인 1표제라는 제도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 계파가 아니라 당원과 시민의 뜻이 당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뉴이재명’ 논쟁, 계파가 아니라 정책으로 답해야

 

성명은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등장한 ‘뉴이재명’ 논쟁에도 우려를 나타낸다. 이를 과거 보수정당의 ‘찐박’, ‘찐윤’과 비교하며 특정 지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충성 그룹이 만들어지는 정치문화를 경계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뉴이재명’이라는 세력이 실제 존재하느냐보다 이 논쟁을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건강한 토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이다.

 

이재명 정부가 중도 실용주의를 선택한 것은 정치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고, 내란 이후에도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이유가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설명이 부족하면 의문이 생기고, 그 틈에서 계파적 해석과 불신이 커진다. 따라서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친명’과 ‘반명’의 대립이 아니라 정책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정치문화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조직이 아니다. 잘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되 잘못된 부분은 비판하고 수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을 진정으로 돕는 길도 여기에 있다. 유시민의 정치평론을 둘러싼 논쟁 역시 그 자체보다 민주당이 불편한 비판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내부의 비판을 당의 발전을 위한 토론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로 볼 필요가 있다. 성명이 말한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뺄셈이 아닌 덧셈이 필요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미래는 자기편을 얼마나 단단하게 묶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시민을 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9일 강원도 횡성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호·임미애·최민희·김용·박선원·서미화 최고위원 후보, 김민석 당 대표 후보,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정청래·송영길 당 대표 후보, 한민수·이성윤 최고위원 후보. 2026.8.9 연합

 

‘내란 극복’의 공로가 정치적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성명에서 가장 강한 경고는 “내란 극복의 주역이라는 오만을 버리십시오”라는 문장이다. 민주당이 내란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체를 정치권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있었고, 자신의 시간과 일상을 희생하며 민주주의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정치권은 시민의 힘을 제도정치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성과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공로로 독점해서는 안 된다. 시민이 권력의 출발점이라면 정치인은 시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선거에서도 자동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시민들은 정치인의 과거 공로뿐 아니라 권력을 얻은 뒤 어떤 정치를 했는지를 평가한다. 성명이 “제3의 위치에서 어부지리를 노리지 말고 오직 정책만으로 승부하십시오”라고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의 미래는 정책 경쟁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는 계파의 이름으로 해결할 수 없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 다극화하는 국제질서,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일자리와 주거, 지방소멸,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 전당대회가 이런 문제보다 후보 간 인신공격과 계파 논쟁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면 시민들의 실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성명은 “다극화 시대, AI 생태계 선점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과거 민주화 경력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미래의 정책능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정치인에게 묻는 것은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보다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이냐에 가깝다. 따라서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경쟁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정치적 흠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해법이어야 한다.

 

AI 시대의 산업전략,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지역소멸, 복지와 성장의 균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친민’ 역시 이 지점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시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친민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개선할 정책을 만들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친민이다.

 

“기대 저버리면 또 다른 내란”… 민주당이 귀 기울여야

 

성명이 민주당에 던지는 가장 무거운 메시지는 마지막 부분이다.

 

“아직 이재명 정부와의 끈을 놓지 않은 시민 다수는 다음 정권이 민주당으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또 다른 내란’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명심해야 합니다.”

 

‘또 다른 내란’이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의 내란이라기보다 시민들이 어렵게 지켜낸 민주주의의 성과를 정치권 스스로 훼손하는 상황을 경고하는 강한 비유로 읽힌다. 시민들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충성이 아니다. 잘못하면 비판할 수 있는 정당,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정당,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 정당, 시민의 삶을 정책의 중심에 놓는 정당이다.

 

그렇다면 8·17 전당대회의 진정한 승자는 특정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여야 한다. 광복절 이틀 뒤 열리는 전당대회라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 광복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걸고 자유를 쟁취한 역사였다. 민주주의 역시 정치인이 시민에게 내려주는 선물이 아니다. 시민이 주인이고 정치권력은 시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가장 가까이해야 할 대상은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 ‘친명’도, ‘친청’도, ‘친석’도 민주당의 궁극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친민’이면 족하다.

 

개신교 360인의 연서명은 민주당을 버리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이 제대로 서기를 바라기 때문에 보내는 경고다. 잘할 때 지지하고 잘못할 때 비판하겠다는 책임 있는 지지의 표현이다. 민주당이 이 목소리를 불편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시민의 경고를 놓치게 된다. 반대로 쓴소리를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로 받아들인다면 전당대회는 분열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계파보다 시민, 사람보다 정책, 충성보다 책임이다. 8월 17일 전당대회가 누가 누구를 이기는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시민 앞에 더 겸손한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누가 더 좋은 정책을 갖고 있는지, 누가 더 넓은 민주당을 만들 수 있는지, 누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비판과 지지를 함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이 과거의 정당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 ‘빛의 혁명’을 말했던 시민들의 기대를 정치적 전리품으로 만들지 않는 길이다.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경쟁자의 공격이 아니라 시민의 실망이다.

 

민주당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당내 경쟁자가 아니라 시민의 마음이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친명’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친민’의 정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것이 8·17 전당대회를 앞둔 개신교 360인의 연서명이 민주당에 던지는 가장 절박한 질문이다.


- 8·17 민주당 전당대회가 모두가 승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그날 이후 우리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그들’, 국힘당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 믿었습니다. 죽음의 강을 함께 건넜고 내란 가담자들의 단죄 과정을 지켜봤으며, 그 모든 과정이 오롯이 시민과 민중의 힘에 힘입었다는 것을 알고 감사한 당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뭇 오류를 바로잡고 미래로 향하는 정치를 원했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불거진 당권투쟁은 시민들에게 ‘이전’보다 못하며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절망감을 안겼습니다. 정치판에서 들리는 ‘친명’, ‘친청’, ‘친석’이라는 굉음은 권력을 향한 맹목적 줄서기일 뿐, 정작 민중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친민(親民)’은 없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민주당의 권력이 시간과 생명을 바친 민중들 희생에서 비롯한 것을 잊은 처사입니다.

 

내란 정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은 압승하지 못했습니다. 빛의 혁명과 맞서려는 힘들이 곳곳에서 저항한 까닭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중도 실용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이 부족했고, 이해가 어려웠기 때문에 의심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이 틈새에서 과거 ‘찐박’, ‘찐윤’과 견줄 ‘뉴이재명’ 세력이 출현했고, 유시민의 정치평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뺄셈이 아닌 덧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어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 앞날을 위해 건강한 토론이 생성될 기회였으나 불행히도 당 대표 선출과 맞물리며 당은 분열로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 진영 유튜버들마저 가세한 소모적인 여론전은 참담할 뿐입니다. 권력만을 쫒는 불나방 같은 민주당, ‘민(民)’을 배반한 그에게 ‘다음’ 기회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독립을 기념하는 8·15 광복절, 바로 이틀 뒤 전당대회가 열립니다. 독립이란 스스로 서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오롯이 ‘민’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이 우뚝 설 때 광복절의 참뜻이 빛날 수 있습니다. 정치판에서 ‘친명’, ‘친청’, ‘친석’이란 말이 사라져야 할 이유입니다. ‘친민(親民)’이면 족합니다. 그것 외의 다른 ‘친(親)’은 거짓이고 위선이며 자기기만입니다. ‘친민’을 ‘씨ᄋᆞᆯ 어뵘’이라 풀어낸 기독교 사상가가 있습니다. ‘민중을 어버이처럼 섬기라’라는 말입니다. ‘민’ 외 다른 것과 ‘친’하려는 정치는 부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채택한 1인 1표제는 계파정치를 않겠다는 선언이 아닙니까? 나라를 살리고 성공한 대통령 만드는 길도 오직 ‘친민’에 달려 있습니다.

 

곧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 민주당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고언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후보들 간 난무하는 독설과 과장, 때론 거짓은 민주당을 죽이는 암세포와 같습니다. 당의 미래를 위한 축제에서 당을 해치는 망발이 넘치고 있으니 어찌 된 일입니까?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산(선)다는 생각을 거두십시오. 자신과 당, 대통령, 나아가 나라를 망치는 길입니다. 상대의 과거를 소환하여 그의 오늘을 부정하지 마십시오. 상대의 실언조차 수용할 때 비로소 시민의 마음이 열립니다. 여러분 모두 예외 없이 허물 많은 정치인 아닙니까? 자신의 실책과 거짓을 솔직히 인정하십시오.

 

거짓이 거짓을 부르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나설 자격이 있습니다. 내란 극복의 주역이라는 오만을 버리십시오. 그것으로 현실을 오판해서는 안 됩니다. 제3의 위치에서 어부지리를 노리지 말고 오직 정책만으로 승부하십시오. 다극화 시대, AI 생태계 선점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습니까? 미래를 이끌만한 정책과 혜안이 있는지 성찰이 우선입니다. 과거 민주화 경력만으로 오늘을 이끌 수 없다고 젊은 세대들이 소리치고 있습니다. 친명을 사칭하지 말고 시민 앞에 정직하게 홀로 서십시오. 그때 비로소 시민들이 여러분 곁에 머물 것입니다.

 

전당대회를 축제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습니다. 광복절에 잇대어 마주할 전당대회에서 ‘과거’와 다르고 ‘그들’과 변별되는 이유를 증명하십시오. 그것이 빛의 혁명을 외치며 거리서 노숙한 ‘민(民)’에 대한 사랑이고 보상입니다. 되돌아올 다리를 파괴할 만큼 어리석은 정치판을 만들지 마십시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며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오. 아직 이재명 정부와의 끈을 놓지 않은 시민 다수는 다음 정권이 민주당으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또 다른 내란’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민주당이 빛의 혁명, '민'의 기대를 성취할 수 있도록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비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26년 8월 11일

빛의 혁명 성취를 염원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감용우 강문주(류성) 강민성 강성열 강연실 강영수 강원구 강은숙 강현미 강현숙 고경수 고영록 고정애 공인웅 권우칠 권중혁 권해형 권혁건 금희철 김강수 김경희 김광동 김권하 김귀복 김규호 김기선 김기원 김동욱 김동희 김명현 김문곤 김미선 김민전 김민주 김민철 김민혁 김병수 김병수 김봉은 김상영 김상은 김선우 김선주 김성복 김성주 김세정 김수진 김숙이 김아영 김양원 김양현 김연국 김영수 김영호 김영호 김영화 김용진 김우진 김유철 김윤 김윤규 김은곤 김은신 김은옥 김은환 김의종 김익배 김인실 김자옥 김정곤 김정숙 김정택 김정택 김정희 김조년 김종수 김종운 김종화 김주숙 김주용 김준 김지현 김철동 김철용 김태인 김태현 김태환 김판수 김하범 김현수 김현철 김현호 김형국 김혜선 김혜숙 김홍섭 김효식 김희수 나핵집 남기업 남부원 남영숙 노덕호 노영신 노창식 당병선 도윤수 도인호 류재복 류재성 맹완재 문선경 민돈후 민열기 박구연 박규용 박기주 박미경(커숲) 박미라 박병상 박병옥 박상문 박상필 박선희 박성규 박성호 박성훈 박순종 박승남 박신호 박영옥 박영주 박용준 박인환 박정규 박정우 박정인 박종길 박종만 박주석 박준우 박지훈 박진 박진규 박철 박현경 박현홍 방인성 방현섭 백영민 변세종 서덕석 서동욱 서선희 서수미 서장훈 서해성 석태문 설주일 성명옥 성우경 손성원 손은실 손은정 손인수 송은섭 신동렬 신동완 신민주 신선 신연식 신영욱 신은철 신익상 신현희 심선우 심형섭 안성용 안중덕 안하원 안홍택 양재성 양재순 양희창 엄강용 엄상현 여광범 여상범 오서아 오용균 오용식 우규성 우성구 우은정 유금영 유병철 유원영 유재무 유재신 유진국 윤미선 윤병민 윤병희 윤성환 윤여군 윤읏자 윤인중 윤종오 윤치상 윤태일 이강준 이강희 이경덕 이경준 이권명희 이규원 이극래 이남훈 이남희 이동순 이매우 이맹영 이명숙 이문수 이문우 이미일 이병진 이보람 이상길 이상미 이상점 이상진 이상훈 이서휴 이선근 이선호 이섭 이성우 이송우 이순태 이승민 이승완 이영대 이영우 이원희 이은선 이정림 이정배 이정아 이종삼 이중철 이진 이진익 이천우 이철우 이태헌 이택규 이택민 이필완 이한구 이혁 이현기 이형호 이혜경 이혜선 이혜숙 이홍정 이화랑 이회식 이훈 이희환 임대식 임덕진 임병구 임연일 임재항 임홍연 장병기 장석근 장성진 장수연 장영호 장운석 장지숙 장현영 전병생 전상규 전성실 전재범 전종호 정금교 정명성 정민철 정성임 정세일 정숙자 정영주 정원준 정의석 정재동 정종훈 정주일 정준일 정준택 정지은 정태식 정태효 정형주 정호성 정희영 조경철 조규백 조성혜 조신광 조용래 조재형 조진희 조헌정 조현태 지만재 채규방 채수일 채은실 최덕기 최만자 최병학 최성은 최성진 최우혁 최은주 최의팔 최인규 최인석 최장원 최혜자 최희성 하동오 하성주 하은규 하중조 하태용 한국염 한닥균 한명준 한봉철 한석문 한선미 한신 한주희 한현실 현순호 홍덕진 홍만조 홍명자 홍영이 홍인유 홍인태 황명열 황치빈 황현수 (총 360명)

                                                                                  < 박철 기자 >

전당대회 끝난다고 과연…당권주자들 "화합에 최선"

 
 

사생결단 경선에 민주당 지지층도 분열 극심
당대표 후보들 경각심 표출…봉합될진 미지수
정청래 "통 크게 정치했고 김민석 품어 안겠다"
"당선 안 돼도 수용…화합 위해 모든 노력할 것"

 

김민석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통합 노력 당연"
"이재명-문재인 청와대 회동, 내가 총리 때 건의"
송영길 "당선자가 포용, 통합해가야…저도 승복"
한병도, 공개 최고위 안 열기로…충돌 노출 차단

 

9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후보, 정청래 후보,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민석 후보. 2026.8.9. 연합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종반전에 돌입한 가운데 당대표 후보들이 저마다 '전당대회 이후 당내 화합 조치'를 천명하고 나섰다. 경선이 사생결단식으로 치달으면서 당원들을 비롯한 일반 지지층까지 극심하게 분열된 채 상대 후보를 악마화하고 수십 년 전 언행까지 '파묘'하는 행태가 지속되자 본격적으로 경각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보들의 다짐은 아직 말뿐이고 지지자들의 적대적 감정과 상처는 곯을 대로 곯은 상태여서 전당대회가 끝난다고 단기간에 단일대오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청래 후보는 1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되면 김민석 후보와 관계를 복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김민석을 지지하는 당원들, 정청래를 지지하는 당원들, 이 당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저는 그렇게 쪼잔하지 않다. 통 크게 정치를 해왔고 사적인 감정에 빠지지도 않았다. 제가 선당후사, 대승적 차원에서 김민석 의원을 품어 안겠다"고 답했다.

 

'당대표가 안 돼도 똑같이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당대표가 안 되는 것도 당원들이 선택하고 결정한 문제이기 때문에 겸허히 수용할 것이고 당내 화합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선거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문제는 당을 향한, 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단심,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민주당 깃발을 들고 개혁하고 또 개혁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대표가 안 된다면, 당대표가 되신 분들이 내걸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이 있지 않느냐"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최선의 협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신천지 의혹 제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당대표가 된다면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당선될 경우 직권으로 김민석 후보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하고, 감찰 결과 신천지 관련 의혹 제기에 근거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김 후보를 윤리심판원에 곧바로 제소해 징계 조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KBC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양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 2026.8.10 연합
 

앞서 김민석 후보도 당대표가 되면 전당대회 직후부터 민주당 모든 지지자들의 대화합을 위해 진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선거 결과 또는 투표율, 득표율의 양상과 상관없이 통합을 위한 노력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고 또 될 거라고 본다. 저는 경선 때 있었던 여러 가지 앙금을 털고 이제 내부의 화합과 미래의 대연대로 가자는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주말부터 메시지의 기조를 아주 실용적으로, 상대 이야기를 주로 안 하는 쪽으로 바꿨다"며 "원칙적으로도 그렇고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당연히 전체 화합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만약 당선된다면 8월 18일에 우리 당의 방향을 결정 짓는 기구들을 여섯 가지 발표하고 싶다"면서 그중에는 당의 통합, 화합과 연대에 관한 기구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그냥 '화합합시다' '화합합시다'라는 말로도 되겠지만 정무적인 노력도 하고 제도적으로도 하고 체계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 사례를 언급했다.

 

김 후보는 "두 분의 청와대 만남은 사실 제가 (국무총리 시절) 마지막 드렸던 건의 중 하나다. 정 후보께서 말씀하시는 소위 4통(네 명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그 지지 그룹이 사실 김대중 지지가 노무현 지지고, 노무현 지지가 문재인 지지고, 문재인 지지가 이재명 지지고, 그게 당의 '코어' 아닌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런 부분을 잘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날 헤리티크 제주와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각각 열린 제주·인천 합동연설회에서도 "당 대표가 되면 당의 모든 경선 갈등을 완전히 '제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확실하게 시작하겠다"며 "조국혁신당과의 상생·화합·협력 논의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정 후보는 "지금까지 갈등을 조장하고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몰아넣었던 김 후보가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는데, 11일 뉴스공장 인터뷰에선 화합에 좀 더 주안점을 뒀다.

 

송영길 후보 역시 10일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선된 사람이 포용해서 통합을 시켜 나가야 한다"며 "저도 마찬가지다. 승복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모든 통합은 공정한 당무 운영과, 또 총선 때는 공천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그런 부분을 투명하게, 공정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후보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만약 당대표가 된 뒤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함께 들어온다면 당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전당대회 때는 원래 치열하게 노선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경선이 끝나면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며 "경선 후유증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도 그랬다. 민주당의 DNA는 전당대회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결정되면 승복하고 하나로 통합된다. 이 부분을 잘 고려해 통합 지도부를 이끌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1. 연합

 

한편 민주당은 통상 매주 3회, 월·수·금요일에 열던 공개 최고위원회의를 8·17 전당대회 전까지 개최하지 않고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고위 회의 석상에서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을 통해 최고위원들이 계파로 나뉘어 상대측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을 더 이상 노출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월요일인 10일에 이어 11일에도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가 연속 열렸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한다"고 말했다. 친민석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견은 있었지만 원내대표가 최종적으로 (공개) 최고위는 열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주가 사실상 최고위원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주간이다. 월수금 3번 정도 공개 최고위가 열려야 하는데, 아마도 전당대회 격화나 당직자 휴가 등 여러 이유로 열리지 않는 모양"이라며 "지난 1년간 애써주신 언론인 분들께 정식으로 인사드리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 김호경 기자 >

 

 

형사소송법 개정 주역들 감격…"끝이 아닌 시작"
추미애 "길고 끈질긴 싸움, 마침내 결실 맺었다"
서영교 "78년 만에 새 역사…후속 입법 꼼꼼히"

김승원 "무소불위 정치검찰 시대의 종말 선언"
김용민, 봉하마을 노무현 묘역 찾아 "숙제 끝내"
박은정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이어 이재명 완수"

 

한인섭 "졸속? 20여 년 축적…'시민 주도' 기여"
한동수 "공소심의위원회 등 한 발짝 더 나갈 것"
민주, 후속 조치 포함 3일 '대국민 보고회' 예정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사진=김 의원 페이스북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 그 중에서도 오랜 세월 가장 지난한 과제로 꼽혀온 검찰개혁이 단계적 입법 과정을 밟아 마침내 검사의 수사권 전면 폐지 및 검찰 해체를 눈앞에 두게 되자 그간 입법 작업을 주도해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요 의원들과 법조계 인사들이 남다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감개무량함을 나타내면서도 한결같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권 들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국민의힘과 언론 등의 비난을 일축하며 지난 20여 년 축적된 '노무현-문재인-이재명 민주 대통령의 이어달리기 산물'이라는 평가도 제시했다.

 

전임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입법을 마무리했던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길고 끈질긴 싸움이었다. 이로써 오랜 시간 이어온 검찰개혁의 여정도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며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였다.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누구도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드는 일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었다. 그러나 그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외롭고 험난했다"고 회상했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장관으로 부임해 '윤석열 검찰'의 집요한 저항과 언론의 왜곡 보도에 맞서 힘겹게 싸우던 시절을 돌아본 추 지사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시작한 검찰개혁의 과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다시 이어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법안을 처리하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큰 틀을 마련했다"면서 "끝내 마지막 남은 형사소송법을 통과시켜 주신 동료 의원들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믿고 힘을 보태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법사위원들이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와 관련해 국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서 위원장, 민주당 김승원 간사, 진보당 손솔 의원. 사진=서 위원장 페이스북

 

현직 법사위원장으로 국회 안팎의 강한 반발에도 형사소송법 개정을 뚝심 있게 밀고 간 서영교 의원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 78년 만에 새 역사를 썼다. 그동안 검찰에 집중됐던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분리하고, 권한은 분산하며 책임은 분명하게 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시작된다"면서 "많은 분께서 걱정도 하셨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피해자는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 수사는 전문 수사기관이 더욱 책임 있게 맡고 수사 전 과정은 기록되고 검증된다. 국민의 인권을 더욱 두텁게 지키는 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의 통과가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삶 속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하고 필요한 입법도 꼼꼼히 챙기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국민이 신뢰하는 정의로운 형사사법 체계,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법안심사1소위 위원장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한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은 "78년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을 마침내 완수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이 같은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는 일 역시 한 사람이 아닌 국민을 지키는 길이었다"면서 "그렇게 검찰개혁은 목숨을 내어서라도 지켜야 할 소명이 됐다. '검찰 기득권'이 아닌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나라. 그것이 국민이 바란 진짜 변화였다.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오늘로써 무소불위 정치검찰 시대는 종말을 선언했고 기형적인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는 정상궤도에 섰다. 우리는 함께 버티고 함께 싸웠고 함께 이겨냈다. 모두 국민과 당원의 성과"라며 "검찰개혁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앞으로 중수청, 공소청이 국민을 지키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도록 책임을 다하겠다.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나라' 초심 그대로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 씨,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서 국화를 들고 헌화대로 향하고 있다. 2026.5.23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언론에 의해 민주당 내 대표적 '강경파'로 몰리면서도 초지일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철저히 고수했던 김용민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갔다. 그는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다'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떠올리며 "기득권 청산을 부르짖으셨던 대통령님의 사자후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 통과된 형사소송법은 그 견고한 권력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600년 넘게 이어져 온 기득권의 벽을 허무는 작은 발걸음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성과를 안고 인사드릴 수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든든하다"고 했다.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오늘 아침 다시 묘역을 찾아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다"며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 라고 하고 계시지요? 내주신 숙제 다 끝냈다"고 전했다.

 

김용민 의원과 함께 '법사위 쌍두마차'로서 검찰개혁 입법의 당위성과 논리를 앞장서 설파해온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윤석열 정권 때 광주지검 부장검사로 재직 중 '보복 징계'를 당해 검사직에서 해임됐던 시기를 회고했다.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삶을 꿈꿨다. 윤석열을 감찰한 대가로 24년간 그래도 긍지가 있던 공직에서 해임당했다"며 "검찰 독재의 폭주만은 막아야 한다는 민주시민의 절박한 손길들이 저를 붙들어 주셨다"고 했다.

 

나아가 "지난했던 2년의 시간, 개혁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오직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모든 것을 갈아 넣었던 시간이다. 검찰개혁으로 가는 다리를 튼튼히 놓기까지 조문 하나하나를 수정 검토하며 회의를 이어갔다"면서 "78년 무소불위 검찰이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가보지 않은 개혁의 길이기에 발생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님이 꿈꾸고 이재명 정부에서 완수한 검찰개혁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한동수 변호사(네 번째) 등이 6월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시민 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페이스북

 

'시민 주도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모임'을 이끌었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한동수 변호사의 역할도 상당했다. 한인섭 교수는 "그동안 검찰개혁, 형소법 전면 개혁의 취지를 10년 이상 공감해온 분들과 함께 '시민 주도 형소법 추진 모임'(12인)을 만들었다"며 ▲5월 8일 국회에서 완성 초안 발표 ▲지방선거 직후인 6월 5일 106개 조문의 완성안을 시민 주도안으로 발표 ▲이 안을 김용민·박은정 의원이 받아들여 6월 26일 법안 발의 등의 과정을 열거한 뒤 "형소법 개정 발의안 중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이고, 후속 개정안의 방향을 잡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짚었다.

 

또 "이번 형소법 개정은 두 번째 대혁신이다. 2007년 노무현표 대개정이 있었다. 2026년 개정은 졸속이 아니라 20여 년의 축적"이라며 "노무현-문재인-이재명 민주 대통령의 이어달리기의 산물이다. 이 '신신(新新)형소법'으로 국민 인권을 보호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국가기관의 권한 남용을 견제·통제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모두의 공통 과제다. 그동안 오늘에 이르도록 엄청나게 애쓴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 소환되던 날, 대검 정문 앞에 모인 정말 몇 안 되는 시민들 그 곁을 지나 대법원에 출근했다. 그때 문득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말이 떠올랐다. 당시 검사들, 언론인의 곡학아세다. 대법원 안까지 들어온 기자들이 망원렌즈로 대검을 촬영했다"면서 검찰과 언론의 사냥감이 됐던 노 전 대통령을 상기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자신이 '실천적 의의'를 중시하며 주장했던 사안으로 ▲검사의 객관의무 ▲진술의 녹음 및 영상 녹화 의무화 ▲공소기각 판결 ▲시민 참여 공소 심의 위원회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한 변호사는 "그중 두 개는 이번에 입법화됐고 하나는 부분 반영됐고 하나는 보류됐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로 인정되는 것은 법률로 인정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 공소청 검사들과 판사들이 더욱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 더욱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공소 제기·유지 활동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외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영상 녹화 의무화, 공소 심의 위원회는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는 강화될 것이고, 기꺼이 밀알이 되고자 하는 많은 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3일 월요일에 '형사소송법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해 이번 개정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인지 국민에게 상세히 보고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피해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당내 기구도 설치하기로 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오늘의 형사소송법 개정은 검찰개혁의 끝이 아닌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시작"이라며 "후속 법령과 제도 정비까지 빈틈없이 챙겨 10월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안정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호경 기자 >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의·의결 속도...이르면 30일 본회의 처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이주희 원내대변인이 기자들을 만나 전했다. 

 

개정안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등 직접 수사 금지 원칙이 포함된다. 피해자 보호 수단 강화, 수사기관 견제 강화책도 담긴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7대 범죄에 대해서는 개별법상 검찰 송치를 사실상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2개 범죄에 한해서만 경찰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도록 돼 있는데, 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 학대 범죄 등 5개 범죄까지 늘려 검찰 송치를 의무화한다.

 

또 수사 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7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중수청에 전담 부서를 설치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추인한 만큼,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의·의결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르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 김채운 기자 >

 

정성호 법무장관 “참모 통해 사퇴 의지 오래 전부터 전달”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의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정 장관은 25일 한겨레에 “대통령에게 직접 이야기는 안했으나, 사퇴 의지는 오래전부터 참모들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앞서 여러 차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사의 표명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고, 의원총회를 통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 장관은 그간 “억울한 1%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보완수사권이 폐지됐을 때 경찰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는 전건송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사의 표명을 이재명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정 장관이 사의를 밝혔을 때도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심우삼 기자 >

 

유학생 간첩단 조작…국정원, 취소 요청 안해
공적서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기계적 이유

국정원 86건, 국방부 76건, 경찰청 36건
국방부 신군부 76명 무공 훈포장 무더기 철회
박종철 고문치사 강민창·박처원·이근안 취소
경찰청 남민전 사건 관련 포상 29건 등 포함

 

5·18 민주화운동 진압·삼청교육 관련자 진행 중

 

1975년 11월 22일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사건'에 대해 언론에 직접 브리핑을 하는 김기춘 당시 중앙정보부 공안수사국장. 이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렸던 유학생들은 40여년 만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는다. 유신시대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이다. ⓒ 뉴스타파

 

김기춘 중앙정보부 공안수사국장은 1975년 11월 22일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신 정국의 한복판에서 교포 유학생 20여 명이 간첩으로 몰려 무더기로 기소된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툭하면 발표됐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재판 결과 유학생 4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10여 명도 무기징역 등 중형이 언도됐다. 민주화 이후 감형되긴 했으나 다수가 10년 이상 옥고를 치러야 했다. 2010년대 들어서야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들의 법적 명예가 회복됐으나 잃어버린 청춘을 보상받을 순 없었다.

 

수사를 지휘해 피해자들에 의해 '조작 주역'으로 지목된 김씨는 나중에 검찰총장과 국회의원(3선)이 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일세를 풍미했다. 그는 수사 결과 발표 이듬해에 공안수사 업무 수행 전반에 공로를 세웠다는 이유로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다.

 

정부가 2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포상 취소를 의결했는데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1970~1990년대 대형 실적으로 발표한 간첩단 사건이 다수 포함됐다. 이날 결정된 포상 취소 총 198건 중 86건(43%)이 국정원 소관(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 그 중 간첩조작 사건이 19건이었다. 포상이 취소된 인물 167명 가운데 71명이 중정과 안기부 소속이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재심 무죄가 확정된 17개 사건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국정원 진실위원회가 지적한 2개 사건 등 19개 사건에서 수사절차 위반과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 연루자에게 수여된 정부포상을 바로잡기 위해 국방부·경찰청·국가정보원과 함께 포상의 적절성을 검토한 뒤 당사자 사전통지와 공적심사위원회 개최 등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취소된 포상 가운데 국방부 소관 76건, 경찰청 소관 36건이었다.

이번 정부포상 취소는 지난 1월 보국훈장 등 11건, 3월 무공훈장 10건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4.1.24. 연합 자료사진

 

당시 사건에 관여한 중앙정보부 직원들에게 주어진 포상이 대거 취소됐는데 정작 수사를 지휘한 김기춘 공안수사국장의 이름은 명단에 들어 있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법무부는 김씨가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한 공로로 1970년대 받은 훈장의 취소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정원 추천으로 주어진 포상은 국정원이 취소를 요청하게 돼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수사 지휘자의 훈장 취소 요청을 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그 이유를 "김기춘 공안수사국장이 1976년 보국훈장을 받았지만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공적으로 수훈한 사실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민언론 민들레 등 각종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김씨의 보국훈장 공적으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이 자주 거론됐으나 정작 공적서에 이 사건 수사가 기재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은 "현재 상훈법상 서훈 취소는 공적 내용이 허위인 경우에 한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국정원은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시 그가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긴 했지만 이 사건이 훈장 사유로 공식 기재된 것이 아닌 만큼 해당 훈장을 취소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너무 기계적으로 자구에만 얽매인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정원도 이번 포상 취소 명단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영수 행안부 의정관이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현재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서훈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재심 무죄사건 등을 확인하거나 기존 취소사건 관련 수훈자를 발견하면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서훈 취소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훈이 취소된 사건 중에는 신군부 집권 초기인 1981년 전남 보성의 명망가인 봉강 정해룡 일가 30여 명을 간첩단으로 조작해 멸문에 가까운 비극을 초래한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 담당자들에게 주어졌던 상훈도 포함됐다. 또, 김성식·민병두 전 의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제헌의회(CA)그룹 사건'(1987), 미국과유럽에 유학한 학생들을 북한에 포섭된 간첩 혐의로 수사한 '구미(歐美) 유학생 간첩단 사건'(1985)도 들어 있다. 

 

이날 발표 현장에는 국방부와 경찰청 당국자는 참석했지만, 국정원은 불참해 행안부가 대신 피해자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김영수 의정관은 "국정원은 브리핑 참석이 불가하여 (발표문을) 행안부가 대독한다"며 "국가정보원은 당시 인권 침해로 고통받으신 당사자 및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12·12 군사반란 주역인 34인의 신군부 육사 기수와 당시 계급, 생존 여부, 안장정보 등을 나타낸 표.(정성일 제공) 2026.5.8 

 

취소 목록에는 1979∼1981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상계엄 업무 관련자 76명에게 수여된 무공훈장·무공포장 76건과 1960∼1990년대 간첩조작사건 등 관련자 91명에게 수여된 훈·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122건이 포함됐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여한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과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수여된 정부포상도 취소됐다.

 

국방부는 지난 3월 12·12 군사반란 중요임무 종사자 10명에게 수여된 충무무공훈장을 취소한 데 이어 1980∼1981년 무공훈장과 무공포장을 부당하게 받은 76명을 추가로 확인해 취소 절차를 밟았다. '국가안전보장 유공'으로 서훈받은 42명은 근무 경력과 당시 대간첩 작전 기록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공훈장 수여 요건인 '전투에 준하는 직무 수행'이나 무공포장 수여 요건인 '국토방위에 대한 헌신·노력'에 해당하는 공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12·12 군사반란 성공을 기념하며 전두환과 함께 보안사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조홍, 최석립, 백운택에 대한 충무 무공훈장이 포함됐다. '계엄업무 유공'으로 서훈받은 34명도 상훈법상 거짓 공적에 해당한다고 국방부는 판단했다.

 

비상계엄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국헌문란 및 내란행위로 사법적 평가가 확정됐고, 계엄사령부와 예하 부대에서 수행한 업무도 신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장악과 내란에 조력한 행위여서 서훈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방부는 서훈 일부가 취소됐다고 해서 국가유공자 자격이나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되는 것은 아니며, 관련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1993년 2월 선고공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찰청 소관 36건은 훈장 15건, 포장 3건, 대통령표창 12건, 국무총리표창 6건이다. 이 가운데 1979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80여명을 검거한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관련 포상이 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관련 포상 2건, 서울대 무림사건 3건, 함주명 간첩사건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 관련 포상 각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취소 대상에는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에게 수여된 보국훈장 삼일장·천수장·국선장과 홍조근정훈장 등 4건이 포함됐다.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받은 녹조·홍조근정훈장과 대통령표창 2건 등 4건도 취소됐다. 이근안에게 수여된 국무총리표창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청은 장관 표창 51건도 관계기관에 취소를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처원·이근안·강민창에게 취소되지 않은 서훈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재심 무죄나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된 사건과 관련해 수여된 서훈은 이번에 모두 취소된다"며 "장기근속 표창 등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취소를 포함해 이근안에게 수여된 7건의 정부포상은 모두 박탈됐으나 강민창은 8건, 박처원은 11건이 남아 있다. 여태수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약 10만건의 정부포상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재심 무죄 사건을 중심으로 검토했고 현재 민주화운동 탄압, 인권침해, 진실화해위원회 관련 사건 등을 대상으로 포상 173건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포상을 대거 취소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누적된 왜곡을 잘 정리했다"고 밝혔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국무회의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서훈 취소 대상자들이 더 있을 수 있는지'를 묻는 자신의 말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사를 하고 있고 더 살펴볼 예정"이라고 답하자 "잘못되거나 반론에 부딪히지 않게 꼼꼼하게 파악해 잘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국민을 죽여서 받게 된 훈장을 지금까지 유지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46년이 지난 현재 바로 잡혀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망을 피해 여전히 훈장을 유지하고 있거나 처벌받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5·18 진상규명을 이어가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극정 5·18 부상자회 회장도 "5·18 당시 시민군을 진압한 사실만으로 국가의 서훈을 받은 것은 유가족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며 "국가가 그들에게 표창·서훈을 내렸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남식 5·18 공로자회 회장은 "시민군을 짓밟은 계엄군을 지휘한 신군부 세력에 대한 잔재 정리가 덜 된 탓에 현재까지 왜곡과 폄훼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스타벅스' 판매촉진 행사, 5·18 조롱 응원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양재혁 5·18 유족회 회장은 "서훈 취소 결정은 정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5·18은 시간이 흘러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이날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받은 167명과 198점에 대해 무공 훈·포장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76명은 1980∼1981년 12·12 군사반란, 5·18, 계엄 업무 관련으로 포상받았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