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송언석, 민주 정청래 국회 연설 도중 폭언
"노상원 수첩 성공했다면 불귀의 객" 토로하자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 큰소리로 대꾸해

사실상 '이재명·정청래 죽었으면 좋았겠다' 취지
윤석열 쿠데타에 여전히 동조 '내란 잔당' 실상

정 "패륜적 망언에 치 떨려…의원직 사퇴하라"
민주 "윤리위 제소, 의원 제명 등 모든 수단 동원"
송언석, 과거에도 '당직자 폭행 사건' 인격 문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2025.9.10. 연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국회 연설 도중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죽었으면 좋았겠다'는 취지의 폭언을 내뱉은 장본인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친위쿠데타에 여전히 동조하는 반헌법적 '내란 잔당'의 실상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정 원내대표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면서 "지난 내란 정국에서 북한을 자극해 위기 상황을 만들고 위기 상황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노상원 수첩'을 통해 알게 되었다"며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 같은 연설 도중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석에서 "아,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발언이 큰소리로 터져나왔다.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였지만 촬영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목소리의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당장 알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전날 정 대표의 교섭단체연설 중 언급한 노상원 수첩에서의 수거 대상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좌석에서 나온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외침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2025.9.10. 연합
 

이에 정 대표는 1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제 연설 중 역대급 망언이 있었다. 진짜 귀를 의심했다. 제 연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소리 지르고 항의하는 건 알겠는데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개탄하며 연설 일부를 녹화한 동영상을 회의장에서 재생했다.

 

이어 "노상원 수첩은 비상계엄 때 수백 명, 수천 명을 진짜 죽이겠다고 살인 계획을 한 것이다. 그것이 성공했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그때 죽었을 것"이라며 "그것을 경고하고 있는데 그때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인가? 당신은 누구냐? 제2의 노상원이냐?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는다. 자수하고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결국 발언 당사자가 송언석 원내대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영상취재 중심 인터넷 언론 '미디어몽구' 카메라가 국민의힘 의석을 촬영하던 중 해당 장면을 잡아낸 것이다. 송 원내대표가 자리에 앉은 채 "아,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을 툭 내뱉자 앞자리에 있던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이 송 의원을 돌아보고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면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오른쪽 맨끝)가 "아,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유튜브 미디어몽구 중계 화면 갈무리

 

격분한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상원 수첩에 살 떨리고, 송언석 패륜적 망언에 치 떨린다. 이것이 국힘 DNA인가?"라면서 "사람이기를 포기한 송 씨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의원직부터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제 정청래 당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이 대통령과 상대 당 대표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막말을 한 사람이 송 원내대표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따로 브리핑에 나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극악스러운 막말이 본회의장에서 터져 나왔다. 정말 깜짝 놀랐다"며 "제22대 정기국회의 시작과 집권당의 비전을 국민께 표명하는 자리에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끔찍한 망언을 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제정신인가?"라고 질타했다.

 

또 "앞으로는 협치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내란 세력의 충실한 구성원임을 입증한 국민의힘은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라며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에게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국회의원 제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송언석 원내대표의 막말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추경호 의원과 대화하기 위해 불러내고 있다. 2025.9.9. 연합
 

송 원내대표나 국민의힘 측은 사과도 변명도 없이 아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죽었으면 좋았겠다는 극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송 원내대표의 난폭한 성정은 '당직자 폭행 사건'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개표 당시 국민의힘 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당직자를 향해 욕설하고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최악의 갑질을 시전했던 인물이다.

 

처음엔 폭행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폭행 사실을 인정하긴 했으나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탈당 쇼'를 벌였다. 그렇게 무소속 신분이 돼 당장의 소나기는 피하고 난 뒤 불과 두 달 만에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했고 결국 넉 달 만에 슬그머니 복귀에 성공했다. 그의 지역구는 경상북도 김천이다.            < 김호경 기자 > 

 

미국에 쏠릴 비난의 시선 돌리고 싶은가

 

한미, 한 근로자 체포 재발 방지책 시급히 마련해야’ 9월 8일 방가조선일보 사설 제목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에 따라 공장을 짓는 대한민국 기술자를 군사 작전하듯 폭력적인 방법으로 체포, 구금한 사건에 대한 사설로는 참으로 태평하다. 케이블 타이에 묶인 채, 쇠고랑을 차고 끌려가는 자국민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대한국민들은 참담함과 함께 폭력과 내란이라는 트라우마를 떠올렸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윤석열 일당의 굴욕 외교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방가조선일보 사설은 ‘한미’로 시작하여 미국에 쏠릴 비난의 시선을 돌리려는 술책을 쓰고 있다. 한국이 당사국이기에 책임이 없다고야 할 수 없지만 이번에 벌어진 무도한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안하무인격인 정치쇼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로서 미국에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야 함에도 양비론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방가조선일보다. 제국주의자들에게 아첨을 일삼던 방가조선일보엔 당연한 처신이지만 내란을 이겨낸 주권 국가 대한민국의 언론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방가조선일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동맹 현대화를 옹호해 왔다. 현대화란 허울은 그럴 듯하지만 대한민국의 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특히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미명으로 우리에게 중국과 군사적인 대결을 요구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주권 국가 대한민국이 국익을 앞세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불어 이번 미국의 난동을 촉발시켰던 원인(遠因)이 성조기를 흔들며 마치 대한민국의 국익보다 미국의 이익이 우선인 듯 외쳐대는 아스팔트 우파 세력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방가조선일보도 이들과 멀리 있지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방가조선일보의 한가한 불구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지아 한국 기업에서 벌어진 미국의 난동으로 시끄러운 9월 7일에 김태훈 논설위원이 ‘미군 '특수작전' 실패’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2019년 김정은국무위원장에 대한 도청 작전을 위해 북한 영해로 침투했다가 작전에 실패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다루고 있다. 무고한 동포만 잔인하게 사살하고 도주한 사건이다. 대북 방송중단조차 북에 대한 비인도적 조치라던 방가조선일보는 우리 동포의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사태를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위선적인 잣대로 입을 놀리기보다 침묵을 택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같은 날 세종연구소 이사장이라는 이용준 씨는 ‘북·중·러 결속 이후 한국의 외교 전략’이라는 글을 썼다. 본질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으로 지면을 때워나간다. 시대감각을 잃어버린 이른바 전문가들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는데도 아직도 자신의 성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국익에 반하는 미·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단다. 둘다 주권국가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어지는 말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동맹국 한국의 가치와 유용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국에 입증함으로써 미국이 스스로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외교 전략이 될 것이다.’로 글을 맺고 있다. 행동으로 입증하지 못해 우리 국민들은 지금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다는 말일까? 그가 한때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던 공무원인 북핵 대사였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앞서 9월 4일에는 방가조선일보 논설주간 김창균 씨가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는 따옴표 칼럼을 썼다. 미국과 일본의 극우세력과 한패가 된 국내 극우세력이 ‘숙청’ ‘혁명’ 등의 과격한 망언을 조작하여 트럼프에 전한 것으로 의심된다. 귀 얇은 트럼프는 해로운 것 없다고 생각하여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 개념이다. 하지만 방가조선일보에서 열심히 사그라진 불길을 되살리려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 그러다가 결국 조지아에서 ‘숙청’과 ‘혁명’을 모방한 난동이 벌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친다. 이런 황당한 의식의 흐름은  방가조선일보가 외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집단임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예의상 한마디는 해주어야겠다. 내란 옹호 세력의 지지로 선출된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미군기지 압수 수색한 것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유감 표시와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지 직접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불난 집에 부채질도 유분수다. 이 발언 역시 앞서 언급한 ‘숙청’ ‘혁명’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 역시 ‘청산과 혁명’이라는 가짜뉴스를 트럼프에게 전한 세력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만일 그렇다면 그의 정신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내란 세력에 대한 철저한 청산이 대한민국의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관계에서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도 방가조선일보에게 하나는 묻고 넘어가야겠다. 이번 사태의 주범이 중국이었어도 이처럼 한가하게 사설이나 써대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을까? 혹시 온갖 험악한 말로 중국을 비난하며 혐중 분위기 조성에 광분하지는 않았을까? 물론 이번과 같은 엽기적인 사태에 대해 반미 몰이를 하자고 주장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균형 있는 자세로 문제의 핵심을 짚어가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하라는 원론을 말하려 한다. 문제 해결보다 자신들의 한풀이를 위해 선동질을 일삼는 방가조선일보를 90년 이상 보아 온  우려의 결과다.    

그리하여 다시 방가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 이득우 언소주 정책위원 >

한국을 초토화하려는 미국의 극우 정치

● Hot 뉴스 2025. 9. 11. 13: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트럼프의 분노 공장, 한국 노동자를 겨냥하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급습 사건. 장갑차와 헬기, 쇠사슬까지 동원된 스펙터클은 할리우드 액션영화가 아니라, 트럼프의 ‘정치 쇼’였다. 그런데 이 황당한 각본의 시나리오 작가는 다름 아닌 조지아주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마가(MAGA) 집단이다. 이들은 한국인이 250명 이상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극우 정치인 마녀사냥에 쏟아지는 성원과 정치자금

 

토리 브래넘(Tori Branum)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만 3000명의 해병대 대원들을 훈련시킨 사격 교관 출신이며, 참전 경험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그녀가 출마하려는 조지아 선거구에는 2개의 보훈병원과 1개의 육군 기지가 있다. 현역과 예비역, 군인 가족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원 의원에 도전하는 그녀에게는 세간의 주목과 정치 자금이 절실했다. 이번에 현대차 배터리 공장 사건이 터지자 그녀는 즉시 페이스북에 자신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제보자라고 자랑했다.

 

“내가 현대차를 신고했다. 한국 기업이 조지아인의 일자리를 훔쳤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선동일지 몰라도, 문제는 거기에 인신매매, 시신 암매장 같은 괴담을 덧칠했다는 점이다. 그녀의 페이스북은 딸이 관리한다. 엄마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목격한 딸은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음모론을 제시했다. 딸은 9월 7일 페이스북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현대 메가 사이트에서 잠재적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사망했고, 당국에 신고하고 싶지 않아 현장에 매장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저는 이 주장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현장에 법의학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들은 바로는 어제 저녁 현장에 FBI 윈드브레이커를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단속이 아니라 마녀사냥이다. 울타리 넘어 달아난 사람? 시체가 묻혀 있다? 이런 식으로 근거 없는 얘기를 퍼뜨리며 한국을 희생양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분노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현재 토리의 페이스북에는 수천 개의 지지 댓글이 올라와 있다. 페이스북 팔로워도 늘어나고 있고 정치자금 기부도 쏟아진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연합뉴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법과 정의 외면한 ‘인종주의 정치 쇼 케이스’

 

트럼프 지지층의 구호는 늘 같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러나 그 위대함의 조건은 무엇인가? 바로 외국인을 몰아내고, 이민자를 괴물로 만들고, 한국 기업 같은 외국 자본을 악마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글로벌 자본과 불법 이민이 결합하여 미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ICE의 급습은 그래서 법 집행이 아니라 정치 집행이다. 수개월 전부터 이어진 정치인·유튜버·극우 방송의 제보와 압박이 만들어낸 정치적 연극이었다. 법과 정의는 뒷전이고, 오로지 ‘트럼프를 위한 분노 동원’이 목적이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만 250명. 그 중에는 단기 비자로 합법 파견된 직원도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한국 통장으로 월급을 받는다. 미국에 간 목적은 새로운 장비 사용법을 모르는 미국 노동자들을 가르쳐주러 간 것이다. 미국 정부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류션의 현지 투자를 유치하면서 짧은 공기와 조속한 공장 가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가 숙련 인력을 보내 도와주려 한 것이다. 그러나 토리 브래넘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44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먹고 불법으로 한국인을 고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장 인근의 상인이나 시민단체가 “한국 노동자들은 정직한 사람이고 고마운 존재”라고 항의해도 이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살피지 않고 ICE는 헬기와 장갑차를 동원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민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계와 히스패닉 노동자를 모조리 ‘타자화’하며 쇠사슬에 묶어 끌고 간 모습은 미국식 인권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건 단속이 아니라 인종주의적 쇼 케이스였다.

 

트럼프의 진짜 목표 “한국도 일본처럼 문서에 사인하라”

 

미 ICE의 사상 최대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의 표적이 한국이라는 점은 우연일까? 일본은 이미 트럼프가 요구한 5500억 달러짜리 투자 문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소식이 없다. 바로 이 시점에 한국 기업 공장을 표적으로 삼아 ‘철퇴’를 내린 것이다. 트럼프의 계산법은 단순하다. 한국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 MAGA 결집하고, 스펙터클한 단속으로 공포 조성하여 관세 협정과 투자 문서 서명을 압박하는 것이다.

 

일본은 반도체, 의약품, 중요 광물, 조선, 에너지, 인공지능 등 미국 전략 분야에 최대 5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최종 협정에 서명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기가 막히다. 투자처는 미국 상무장관 주도 투자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트럼프)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지정 후 45일 내에 투자금 지급이 이뤄져야 하며 기한 미준수시 일본에 자동적으로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

 

투자 수익 배분에서 투자금 회수 전까지는 양국이 절반씩, 회수 후에는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가져가는 구조로 미국에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이를 조건으로 일본산 자동차, 트럭 등 일부 산업의 미국 수출에 대해 관세가 기존 25~27.5%에서 15%로 인하된다. 이는 일본 투자 이행이 전제 조건이 되며, 투자 불이행 시 즉각 관세가 단계적으로 복원된다.

 

미국 극우 정치의 들러리냐, 국익이냐의 갈림길

 

일본과 같은 굴복을 한국에 요구하는 트럼프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대통령실이 미국의 노골적인 협박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만약 이 협박에 쉽게 무릎을 꿇는다면? 단순한 외교적 굴욕이 아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린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법 집행’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희생양 만들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시대 이후 미국 내 배타주의와 인종주의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누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언제든 한국을 내칠 수 있다는 노골적인 협박이다. 굴욕적인 협박 문서에 도장 찍고 미국 극우 정치의 들러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자존과 국익을 지켜내는 길을 갈 것인지를 말이다. 미국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버티기라도 해야 한다. 순순히 도장을 찍는 순간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이제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르포│조지아주 포크스턴 제임스 디레이 교정시설
“밥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지만 열악…수갑은 안 차”
민간 운영 교정시설, 한국 기자 접근에 거칠게 대응

 

 
 
미국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알리는 안내판. 엘러벨/김원철 특파원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미국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 주변엔 인기척도 없었다. 휴대전화 신호도 간간이 끊어지는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외곽인 이곳에 한국인 300여명이 사흘째 구금돼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은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이들을 체포해 몸과 발을 쇠사슬로 묶은 뒤 200㎞ 떨어진 이곳으로 연행했다.

 

면회가 허용되는 첫 주말을 맞아 이날 내내 협력사 직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후 변호사와 함께 시설을 방문한 엘지엔솔 협력사 현지법인 인사는 취재진을 만나 “구금된 직원 한 명과 오늘 아침 통화했다. 밥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지만, 열악하다고 하더라. 수갑은 차지 않고 있다고 한다”라며 “비(B)1·비(B)2(단기 방문비자), 이스타(ESTA·전자여행허가제·비자면제프로그램의 일종)로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방문 비자나 이스타로 입국해 회의, 면담 수준을 넘어 취업활동을 하면 불법이다.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위치한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D.Ray James Correction Facility)’.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이곳에 구금돼있다. 포크스턴/김원철 특파원

 

한국 정부의 영사 면담도 이날부터 시작됐다. 오후 5시30분께 면담을 마치고 나온 조기중 워싱턴총영사는 한겨레 등과 만나 “우리 국민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얘기했고 실무진에서 가능한 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담당 영사가 이날 수감자 전원을 면담하지는 못했으며 7일 오전 9시부터 면담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총영사는 “오늘 확인된 분도 있고 안된 분도 있는데 모든 분이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며 “우선 담당 영사가 안에 시설을 확인했고, 오늘 면담한 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상되는 석방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인근 서배너에 조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을 설치했다.

 

한국 노동자들이 구금된 교정시설은 단속국이 민간 운영사와 계약해 이민자 구금용으로 활용해오던 곳이다. 부지 전체가 민간 회사의 관리·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제한됐다. 보안요원들은 한국 기자들을 주차장 부지 밖으로 밀어내는 등 거칠게 대응했다.

 

이들이 언제 풀려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현지에서도 전망이 엇갈렸다. 이날 포크스턴 시설에서 단속국 인사를 만나고 나왔다는 최영돈 이민 전문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단속국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로는 10일까지 모든 한국 분을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협상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박동규 이민전문 변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자진출국이 가장 현실적인 옵션인데, 구금을 오래 유지하면서 괴롭힐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 차원의 신속한 관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4일 이뤄진 단속이 ‘전쟁터에서 작전하듯 이뤄졌다’고 전했다. 국토안보수사국, 이민세관단속국, 연방수사국, 마약단속국, 주류·담배·총기·폭발물 단속국, 국세청, 조지아주 경찰 등 연방부터 주·지방 정부 요원 약 500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단속국 요원들은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동원해 공장 입구를 봉쇄했다. 건설 현장에 있던 한 노동자는 시엔엔(CNN)에 “연방 요원들이 마치 전쟁터인 것처럼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단속에 일부 노동자들은 환풍구 등에 숨었고, 일부는 하수 웅덩이로 도망치기도 했다. 시엔엔은 이번 조처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직장에서 시행하는 이민 단속 조치 중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단속”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입구를 막고 있다. 엘러벨/김원철 특파원

 

단속 뒤 미국 당국은 현대차 배터리 공장 급습 당시 벌인 대규모 체포 영상을 공개했다. 체포된 노동자들의 몸통과 발에 쇠사슬을 채운 뒤 버스에 태우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외교부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과 통화에서 “우리 국민의 체포 장면이 공개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 포크스턴·엘러벨(미국 조지아주)/김원철 특파원, 서영지 천경석 기자 > 

 

“곰팡이·벌레·고장난 변기”…열악한 구금시설 갇힌 한국인 노동자들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단속에 한국인 300여명 구금
미 국토안보부, 포크스턴 구금시설의 열악한 실태 지적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위치한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D.Ray James Correction Facility)’. 현대차-LG엔솔 공장 건설 현장에서 남쪽으로 120km 가량 떨어져 있다. 포크스턴/김원철 기자

 

현대차-엘지(LG) 미국 공장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구금된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 시설이 과거 곰팡이와 누수 등 열악한 환경 등을 지적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불법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한국인 대부분이 포크스턴 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식 명칭은 구치소가 아닌 ‘처리센터’(Processing Center)로 미 이민세관단속국이 체포한 외국인의 체류 신분과 혐의 등을 조사하고 추방을 비롯한 처리 방침을 결정할 때까지 두는 장소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당시 코로나19에도 시설 내부에서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 사진은 2021년 11월16일 촬영된 내부 모습이다. 미 국토안보부

 

포크스턴은 과거에도 국토안보부 감사실의 불시 검사에서 열악한 환경을 지적받은 바 있다. 감사실이 2022년 6월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2021년 11월 16∼18일 진행한 불시 검사에서 “수용자의 건강, 안전과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감사실은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실, 환기 시스템에 곰팡이와 잔해, 만연한 벌레, 뜨거운 물이 부족한 샤워, 작동하지 않는 변기, 주방 냉동고의 고장난 온도계, 따뜻한 식사의 부재”를 지적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천장과 환풍기에 누수와 곰팡이가 보인다. 사진은 2021년 11월16일 촬영된 내부 모습이다. 미 국토안보부

 

이어 “시설의 의료 직원은 구금자를 위한 특수 진료나 충분한 정신건강 치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포크스턴은 수용자의 고충이나 요청에 적시에 또는 완전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수용자에게 부적절하게 수갑을 채우고, 구금자의 소유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화장실의 누수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 사진은 2021년 11월16일 촬영된 내부 모습이다. 미 국토안보부

 

미 이민세관단속국의 수용 시설은 대체로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실이 지난해 9월 공개한 보고서에서는 2020∼2023년 포크스턴을 포함한 17개 시설을 조사한 결과 미 국토안보부(DHS)의 자체 환경 보건∙안전 기준 등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실은 “이민세관단속국과 시설 직원들은 수용 기준들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직원과 수용자 모두가 안전하고 보안이 제대로 지켜진 환경을 유지하는 능력이 저해됐다”고도 평가했다. 포크스턴 시설은 사설업체인 지오(GEO)그룹이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수용 가능 인원은 약 1100명이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벽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곰팡이가 생긴 자국. 사진은 2021년 11월16일 촬영된 내부 모습이다. 미 국토안보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전날 성명에서 이민세관단속국의 현대차-엘지엔솔 공장 건설 현장 단속으로 대부분 구금된 포크스턴 시설에 대해 “비인간적인 여건과 위반 행위”를 지적했다. 이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세관단속국의 단속이 진행됐다”며 “아무런 예고도 없이 475명의 노동자들이 정오에 직장에서 쫓겨났다. 475가구 이상이 피해를 입고 공동체 전체가 붕괴된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 윤연정 기자 >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구금자들이 쓰는 매트리스가 파손된 모습. 사진은 2021년 11월16일 촬영된 내부 모습이다. 미 국토안보부

 

미 당국, 히스패닉 이주민 4명 영장으로 공장 들어와 한국인 300여명 체포

압수수색 영장엔 “외국인 불법 채용” 적시…인사 자료 쓸어가

 

4일(현지시각) 복면을 착용한 미 국토안보부 소속 경찰이 권총과 방탄복, 수갑을 찬 채로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제공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벌인 단일 현장 사상 최대 규모 단속은 외국인 불법 채용과 은닉·보호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7일 미국 조지아주 남부 연방지방법원 크리스토퍼 레이 치안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관련 자료를 압수하려는 ‘대상 범죄’로 “외국인 불법 채용”, “외국인 은닉·은신처 제공·보호”와 이를 “공모”한 혐의를 적시했다.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거나, 취업 비자를 받았지만 체류기간이 넘었거나, 취업비자가 아닌 다른 비자로 들어온 이들을 고용해 숙소 등을 제공하고, 이를 미 정부에 숨겼다는 혐의를 압수수색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남부 연방지방법원 크리스토퍼 레이 치안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일부. 출처 courtlistener

 

영장에서 지정한 신체 수색과 체포 대상 인물은 이름과 사진상 인상착의로 추정하면 히스패닉 계열 미등록 이주민으로 보이는 4명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날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10개 기관에 소속된 500명의 요원이 투입돼 475명을 체포했다. 이민 당국은 정보 확보가 가능했거나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명확한 이 4명을 가지고 일단 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에 진입한 뒤, 약 300명에 달하는 한국인 직원들을 체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수사국(HSI) 소속 경찰관이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미등록 이민자 단속을 벌이고 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제공
 

압수수색 대상 구역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내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건설 현장으로, 본 건물과 부속건물·부지를 포함한 35에이커(약 14만㎡)로 정했다. 대상 구역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도 영장에 첨부했다. 단속을 주도한 국토안보수사국(HSI) 관계자가 6일 시엔엔(CNN)방송에 “이번 단속 작전은 수월간 진행한 형사수사의 일환”이라고 밝혔듯, 오래 준비해온 작전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압수할 대상물은 이 대상 구역 안에서 지난 3월 이후 만들어진 인사 관련 자료에 집중됐다. 전현직원의 신분증과 인사 파일, 출퇴근 기록 카드, 급여 지급 자료, 지원서, 이민 관련 서류 등 고용 기록 전반을 압수 대상물로 명시했다. 또한 이들의 고용과 관련해 미국 정부 기관들과 주고받은 서신, 위조 신분증 제조와 구매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과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소유와 경영 관련 문서, 계약업체와 하청업체 관련 문서도 압수 대상에 포함했다.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접속 기록 등을 꼼꼼히 압수 대상물에 포함했다.

이 영장은 지난달 31일 발부돼, 지난 4일 영장 집행 직후 공개됐다.          <김지훈 기자> 

                                                                                                   

현대차 신고 극우 정치인에 “얼마나 멍청해야…” 미 누리꾼 비판 봇물

“현대가 조지아서 철수하고 8500개 일자리 사라지면…”

 

 
 
토리 브레이넘 페이스북 갈무리(왼쪽). 4일(현지시각) 복면을 착용한 미 국토안보부 소속 경찰이 권총과 방탄복, 수갑을 찬 채로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는 모습(오른쪽). 미 이민세관단속국 제공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자동차·엘지에너지솔루션의 합작 전기차 배터리공장 공사 현장을 이민세관국(ICE)에 신고했다고 밝힌 극우 정치인에 미국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극우 성향 정치인인 토리 브레이넘은 6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민세관국 제보 사실을 밝힌 직후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브레이넘은 “제 음성사서함을 증오로 가득 채우고, 저를 반인종차별 강좌에 등록시키고, 심지어 제 생명까지 협박한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브레이넘의 딸도 브레이넘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성년자인 우리 자녀들에게까지 증오 섞인 침해 행위가 가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가족의 개인 SNS를 찾아내 괴롭히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민세관국 등은 4일 현대차·엘지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공사 현장을 급습해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을 검거했는데, 브레이넘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해당 공사 현장을 이민세관국에 신고한 당사자가 자신이라고 밝혔다. 브레이넘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미 해병대 출신의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브레이넘의 페이스북에는 그의 신고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적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체포된 475명 중 300명은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거나 기존 공장에서 미국인 근로자들이 장비를 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 파견된 한국인 임시 노동자들”이라며 “한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기 전에는 한국인 인력이 현장에 함께 있어야 한다. 만약 한국인들이 이민세관국에 의해 수갑을 차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 역시 자국민의 미국 임시 파견을 포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다른 누리꾼도 “(이민세관국) 버스에 탄 노동자들 대부분, 아니면 전부가 현대차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제 남은 현장을 짓는 일을 누가 할지 한번 두고 보자”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도 이번 사태로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현대가 조지아에서 철수하고 8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그의 지역구 주민들이 그 결정에 매우 만족해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누리꾼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민세관국과 부딪히는 비용이 인건비 절감 효과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걸 깨닫거나, 아니면 가능한 한 자동화를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일자리는 예상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얼마나 멍청해야 백인우월주의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증오심 때문에 한국과의 15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망칠 수 있느냐”, “한국은 조지아에서 진행 중인 사업과 공장을 미국 밖으로 옮기려 할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브레이넘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누리꾼은 브레이넘의 페이스북에 단 댓글에서 “사람들을 이민세관국에 신고해 놓고 거짓말하지 말라. 그들(외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를 받는지 신경 쓴 적도 없고, 강제 노동에 대해서도 관심 없다. 당신은 뻔뻔한 기회주의자일 뿐이다”고 꼬집었고, 또다른 누리꾼은 “당신은 다락방의 여건이 너무 가혹하다며 안네 프랑크(나치 점령지에서 숨어 살아야 했던 유대인의 삶을 기록한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를 게슈타포에 신고했을 거라 장담한다”고 비꼬았다.

 

브레이넘이 자신의 선거를 위해 외국인 혐오 정서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레이넘은 조지아주 제12지역구 연방 하원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한 누리꾼은 엑스에 “선거 캠페인에 더 많은 관심과 돈을 끌어들이려는 어리석은 시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다른 누리꾼도 “토리 브레이넘이 잘난 체하려고 이런 짓을 해서 조지아 주민들은 수백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그녀가 이걸 자기 공로라고 떠벌리면서 표까지 원한다고?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고 했다.                        < 심우삼 기자 >

 

일본도 ‘한국인 구금’ 우려…“트럼프, 투자 유치하고도 비자 충분히 안 줘”

 
 
7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공장 건설 현장 입구를 막고 있는 직원들. 서배나/김원철 특파원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명이 구금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해외 투자 유치를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비자 발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쪽에선 비슷한 상황이 다른 아시아 기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 국토안보부가 지난 4일(현지시각) 현대자동차그룹와 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475명을 체포했다”며 “국토안보부의 단일 이민단속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대규모 대미 투자를 준비하는 일본은 이번 사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투자 유치를 하면서 관련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자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숙련 노동자를 찾지 못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현대차와 엘지에너지솔루션이 짓는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조 바이든 전임 미국 정부에서 결정된 것이지만, 한·미 투자협력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혀왔다. 애초 2023년 신공장 계획이 발표됐고 2년 뒤 가동을 예정했지만, 전기차(EV) 수요 부진과 함께 공장 건설 인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내년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처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조선, 철강, 식품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미국 진출을 서두르는 상황”이라며 “미국 내 제조업도 인력 부족을 겪는 상황에 해외 기업의 공장 건설 계획이 잇따르면서 노동력 확보가 더 힘들어졌다”고 짚었다.

 

일본을 포함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아시아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이민 단속이 더많은 아시아계 노동자들로 확산되거나, 외국계 기업의 공장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일본을 포함해 미국에 거점을 둔 외국계 기업들의 경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신문은 “미국에는 미국 이외 출생 노동인구가 3천만명 이상, 전체의 20% 가까운 비율로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으로부터)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서두르는 트럼프 정부가 불법 취업 단속을 강화할수록 스스로 내세웠던 미국 제조업 부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