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지킬 농정, 실험 대상 아니야

송 장관, 양곡법 거부권 농업 파괴 자행

농민단체·진보정당 등 철회 투쟁 선언
노동부는 노동자, 농식품부는 농민에게

장수군 장계성당에 내걸렸던 '윤석열을 구속하라' 걸개. 농민들은 '농망장관, 내란장관'을 원하지 않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됐다. 예상치 못한 인사여서 얼른 이해되거나 수긍되지 않는다.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전 정부 장관이 유임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그만큼 낯설고 전후사정이 궁금하다. 그것도 내란을 일으킨 정부에 복무한 국무위원이라니.

 

자세한 사연과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국민들은 더욱 수상하고 답답하다. 농민단체들, 진보정당,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농망장관, 내란장관’이라며 전국농민회총연맹부터 화들짝 놀라 들고 나섰다.

 

“쌀값 폭락을 방관했고, 수입 농산물을 무차별적으로 들여왔으며,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면서 송 장관 유임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을 주도하여 국민의 주식인 쌀 생산기반을 파괴하고, 농지규제를 완화하여 이 땅의 농업을 통째로 파괴하려 했다”고 송 장관을 고발한다. “윤석열과 함께 탄핵되었어야 마땅한 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여당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도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농산물가격안정법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농업민생 4법은 '농망 4법'이라 조롱하고 능멸한 장본인, 송 장관의 유임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오전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네 개 법안데 대해 "집행이 불가능하고, 농업의 미래를 없게 하는 법"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1.25. 연합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농민주권정부라야

 

송 장관에 대한 각계의 거부감과 반발이 이어지자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진영에 상관없이 국무회의를 하면서 굉장히 역량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실용적 관점에서 유임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문제의 당사자인 송 장관을 불러 사태의 수습을 직접 지시했다. “사회적인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에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송 장관의 유임은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결정이라는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이 두어 번 부처 보고하는 걸 면접 삼아 보고 ‘저 사람, 말 잘하고, 일 잘한다“고 대통령이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대목이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더 증폭시킨다. 대통령에게 두어번 보고하는 걸 보고 유임을 결정했다니. 단지 보고를 잘 하면, 토론을 잘 하면 농정을 책임질 적임자로 충분히 감별,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대통령이나 송 장관이, 농민단체들만큼, 시민사회단체만큼, 진보정당만큼,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만큼 농정의 현실과 진실을 잘 인식하고 파악하고 있을까. 적어도 현재는, 아직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송 장관은 그저 '농촌유토피아론’ 같은 이론적인, 공허한 농촌정책을 연구한 관변연구소의 일개 연구원 출신일 뿐이다. 농촌과 농민과 농업의 현실과 현장보다는, 연구실에서 오직 보고서와 논문을 통해, 말과 글만 사용해 일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그런 송 장관이 인사권자의 판단과 기대대로 그동안 걸맞는 능력을 발휘했는지, 그만한 성과는 거두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농정에 대한 소신과 철학은 갖추고 있는지, 실용적인 연구를 통해 농민의 민생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말이나 글로는 검증할 길이 없다.

 

한때, 농부가 되고 싶었던 전직 대통령이 귀향했던 김해 봉하마을의 친환경농산물 매장

 

혹, 살농정책를 지속할 악역, 희생양을 떠맡긴 건 아닌가

 

국민과 함께 내란세력을 극복한 이재명 정부는 마땅히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나섰다. 최선의 국민주권정부는 곧 농민주권정부라야 한다. 국민은 농민의 생활을 지켜주고, 농민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그런 정부가 될 수 있다.

 

그 정도는 되어야, 국민의 주권을 능히 지킬 수 있다. 나아가 농민과 국민이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는 대안국민농정의 패러다임을 펼칠 수 있다. 국가와 정부가 농민의 기본생활을 책임지는 유럽의 농업선진국처럼 ‘농부의 나라’의 정도와 대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농식품부장관 한 자리라도 함부로 취급하면 안 된다. 혹여 경제나, 산업이나, 국방이나, 외교나, AI과학기술보다 다소 덜 중요하게 여겨지더라도 말이다.

 

오죽하면, 어떤 농정 전문가들 사이에서, 혹여 농지규제 완화 등 지난 정부의 살농정책을 불가피하게 지속시켜 줄 악역이나, 미국 등 대외농업협상의 예정된 실패의 책임을 떠맡길 희생양 노릇이 아닌가 의심까지 하겠는가.

 

농정 책임자는 그저 새 정부 국무위원 한 자리가 아니다. 200만 농민의 생사여탈권은 물론, 5200만 국민 모두의 식량주권, 대한민국의 식량안보를 틀어지고 있는 중차대한 자리다. 그런 농정책임자의 인사를 그렇게 실험적으로, 불안하게, 소홀히 사용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고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소신과 신념이 확고하다. 그렇다면, 국정 인사도 대통령이 혼자 하는 게 아니고 국민과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동부장관은 노동의 진실을 잘 아는 노동자에게 맡겼듯, 농식품부장관도 농정의 진실을 잘 아는 농민에게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  < 민들레 정기석 기자: 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창원 율티권역 앵커조직 센터장, 시인 >

 

등 떠밀린 송미령 "'농망법' 표현 사과…국정철학 맞추겠다"

"양곡법·농안법 부작용 낼 수 있다"면서도 입장 전환

 
 

이재명 대통령이 유임을 결정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며 이를 '농망법'이라 표현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쟁점이 되었던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원택 의원이 '민주당은 양곡법 등 윤석열 정부 당시 쟁점법안에 대한 추진 의사에 흔들림이 없다'고 말하자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송 장관은 "제가 (양곡법에 대해) '농망법'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 위원님들이나 특히 현장에 계신 농업인들 입장에서 상당히 마음 아프게 느끼셨을 것"이라며 "(양곡법을) 그렇게 가는 것이 부작용을 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재고하자는 취지의 그런 절실함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절실함의 표현이 좀 거친 표현으로 나온 것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송 장관의 공개 사과는 이 대통령의 전날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임 결정에 여야를 비롯해 농민단체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통령은 "갈등을 직접 조정하라"고 송 장관에게 지시한 바 있다.

 

이어 송 장관은 "국정철학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이 있다며 "그 국정철학에 맞추어서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양곡법 처리에 대한 입장 전환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농가의 경영안정·소득안정 이런 측면이 기본이 돼야 국민들한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그리고 위원님들이 그런 배경을 가지고 법률안을 제안해 주신 취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고 동의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송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를 맡았던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등에 대해 "헌법에 따른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무너뜨리는 농망법"이라고 비판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송 장관은 이날 '농망법' 표현을 사과하면서도 양곡법과 농안법의 부작용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관한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당시 그는 농산물 전체의 공급과 가격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실적으로 행정 집행이 불가능한 제도"라고 했었다.   < 한예섭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송미령 비난하던 정청래 · 박찬대, 李대통령 유임 결정에 태세 전환

박찬대 "전문성은 있는 사람"…정청래 "李대통령이 좋아할 사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을 두고 "이 대통령답다", "실용적인 고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당시 송 장관의 '양곡법 거부권 건의'를 강하게 비판했던 바 있다.

박 의원은 25일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송 장관 유임 결정과 관련 '여당 내에서도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많다'는 지적을 듣고 "송 장관의 유임은 대통령의 깊은 실용적인 고려와 정책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관료는 얼마나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인사권자가 어떻게 부리느냐에 따라서 성과를 다르게 낼 수도 있다"며 "(송 장관 유임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결과를 조금 지켜보시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일 때 (여당이었던) 국힘당의 당대표는 혹독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일 때 민주당 당대표는 원팀이 돼서 국민들이 원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는 등 이 대통령과 당의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송 장관 개인에 대해서도 "저도 만나서 몇 번 이야기도 나눠봤는데 합리적인 면도 상당히 있고, 열린 마음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볼 때는 농정과 관련된 전문성은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의원도 전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송 장관을 임명한 걸 보고 이재명 대통령답다, 그런 생각을 했다"며 "실용주의다. 일 잘하면 과거에 뭔 일이 있어도 뭐가 필요하냐 이런 느낌"이라고 평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이 똑똑하고 세심하고 디테일에 강하다"며 "그래서 '왜 이런 인사를 했지?' 이렇게 의문이 갈 수 있는데 일단 무슨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한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도 도와주시고 우리 당원과 동지들께서도 믿어주시고 그렇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송 장관 개인을 두고는 "저도 법사위 하면 여러 장관들이 나오지 않나"라며 "그런데 (송 장관) 저런 분을 대통령이 혹시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번 해본 적이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송 장관이 과거 윤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던 양곡법에 대해서는 "촉으로 보면 (송 장관도 동의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은 지난해 송 장관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을 당시엔 그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당 원내대표 재임 시절인 지난해 5월 "농민들의 생계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장관은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고 폭주하는 대통령 비위를 맞추는 데 열중하고 있다"며 "여당과 내각이 합작해서 국민과 전면전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던 정 의원은 같은 해 11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한 번이라도 애정을 갖고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보려 한 적 있나"라며 "장관은 어느 정당이나 어느 정권에 복무하는 것보다는 국민에게 복무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농민계는 이 대통령 송 장관 유임 결정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전날 성명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송미령은 윤석열의 농업파괴 농민 말살 정책을 주도한 '농망장관'이자, 12·3 내란 사태를 방조한 '내란장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농민, 아니 온 국민의 염원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대답이 고작 이뿐이라면 답은 다시 투쟁하는 것 뿐"이라고 대(對)정부 투쟁을 시사하기도 했다.

 

진보성향의 범여권 정당들인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에서도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반향이 불거져 전날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에게 인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 한예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에서 내빈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특검 출석의사 이유…법원 '내란 중범죄' 인식 희박?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형 기자

 

법원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청구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기각,  내란수괴의 활보를 한 시도 두고볼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에는 실망을 안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25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지급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내란 수사를 하고 있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재판부에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는데,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인정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김 전 장관은 26일 자정에 1심 구속기간(최장 6개월)이 만료돼 풀려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혐의로 기소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다시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반면 특검팀이 전날 청구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은 기각됐다. 특검팀은 이날 저녁 “법원은 어제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6월28일 오전 9시에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를 했다”며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위법한 수사를 자행하는 권력기관에 대한 경고”라며 특검을 맹비난하면서도 28일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 김지은  오연서 기자 >

 

‘뻣뻣하던’ 윤석열 “출석 요구 응하겠다”…체포영장 압박 통했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법원이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청구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기각하면서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의 속도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이번 주 토요일인 28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고 윤 전 대통령도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팀은 25일 “법원은 어제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6월28일 오전 9시에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를 했다”며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지난해 12월7일 군사령관 등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입건됐지만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소환 불응 의사가 명확하다며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 쪽이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며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부터 청구한 것은 다소 서두른 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체포영장 청구는 다소 성급한 면이 있어 보인다. 쉽게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혐의도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체포영장 청구가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조사에 협조하도록 하는 압박카드로는 유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불응할 경우 (바로) 체포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현직 검사는 “그동안 여러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부해왔던 윤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체포영장 청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기각 사실을 알리며 소환 날짜를 지정해서 언론에 공지하는 것은 특검답지 못하고 너무 졸렬한 행태”라고 반발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소환 요청에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김지은  김가윤 기자 >

  

윤석열 변호인단, 체포영장 기각 뒤 “특검 출석 요구에 당당히 응할 예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내란 특검에서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위법한 수사를 자행하는 권력기관에 대한 경고”라고 비판하면서도 특검의 소환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25일 “특검팀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별건·편법 수사, 나아가 수사 실적 과시를 위한 정치적 행보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리한 기습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었으면 변호인과 출석 가능일자를 조정하여 통지하는 것이 일반사건에서도 정상적인 절차”라면서 “체포영장기각 사실을 알리며 소환날짜를 지정해서 언론에부터 공지하는 것은 특검답지 못하고 너무 졸렬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번주 토요일로 예정된 특검의 소환 요청에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에 지난 1월3일 있었던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전날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피의자(윤 전 대통령)가 특검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라는 이유로 내란 특검의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내란 특검은 언론에 체포영장 기각 사실을 알리며 오는 28일 오전 9시에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조사를 받으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란 특검의 강수에 윤 전 대통령 쪽도 소환통보가 이뤄진 날짜에 조사를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정환봉 기자 >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 차
국힘 “‘조작 짓’ 발언, 사과해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SNS 게시글과 관련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주 의원의 문제 제기에 웃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5일,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의혹 제기에 ‘조작’이라고 한 김 후보자를 향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김 후보자가 이를 거부하며 또 다시 격하게 충돌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전날 청문회에서 우리 인사청문위원을 모독했다. 주진우 의원을 콕 찍어서 ‘국회의원들은 하지 않고 조작하는 나쁜 검사들이 하는 짓을 한다’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검찰 출신인 주 의원은 전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 재산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또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가 현금 6억원을 경조사비,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 봉투를 모아 집에 쌓아두고 썼다니 충격적”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조작하는 나쁜 검사들이 하는 짓”이라고 반격한 바 있다.

 

김 의원의 사과 요구에 김 후보자는 “굳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드러났고, 그 이전에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한 해 6억원을 몰아서 장롱에 쌓아뒀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거듭 재산 의혹을 캐묻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제2의 논두렁 시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 계속 지적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확인 안 된 사실을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되받아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도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결론적으로 저는 내야 할 것은 다 내고 털릴 것은 털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최근 5년간 세비 대비 6억원가량 많은 지출과 관련해 축의금, 조의금, 출판기념회 수익, 처가의 생활비 지원을 자금 출처로 밝혔다. 김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수입에 대해 “권당 5만원 정도 축하금을 받았는데 국민·일반인 눈으로는 큰 돈이지만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경우) 평균적으로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출판기념회 수입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자료를 낼 수도 있지만, 정치 신인과 정치 전체에 대한 제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내역 공개로 출판기념회 자체가 논란이 되면 정치자금 마련이 막막한 원외 정치인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한편 인사청문회 시작부터 여야 의원들은 서로 질의 태도를 지적하며 충돌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향해 “제가 ‘간사가 무슨 벼슬이냐’ 여쭤보니 ‘왜 동물에 비유하냐’ 이렇게 말씀하신다. 벼슬이라는 뜻이 닭벼슬(닭볏)에 있는 것만 벼슬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신상을 다 파헤쳐 가면서 근거 없이 폄훼하고 명예를 훼손하면 안된다”고 했다.  < 김해정 기자 >

 

김민석 “대한민국 안팎 총체적 위기…여야 협조 꼭 필요”

인사청문회 머리발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대한민국은 지금 안팎으로 총체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인수위 없이 맨바닥에서 시작한 정부가 빠르게 대한민국을 안정적 궤도로 올려놓으려면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머리발언에서 “새 총리와 장관이 임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고군분투만으로 정부가 운영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복합 경제위기 공급망 재편 중동 정세 불안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우리 경제와 외교 안보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민생경제의 어려운 극복과 정책 신뢰 회복, 사회 갈등 완화 등 구조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슈퍼 복합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구) 상황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 더 힘든 총체적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과거 아이엠에프 시절 정부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경험을 나열한 뒤 “이런 경험이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안정적 정착과 현재 위기상황 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탤 기회를 주실 것을 고개 숙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아울러 “국무총리는 국가의 정치와 행정을 이끄는 대통령님을 보좌하여 내각을 이끄는 대국민 참모장”이라며 “새로운 정부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습의 총리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하는 총리, 의전에 갇히지 않는 실용적 총리, 책상에서 만일하지 않는 현장형 총리, 일방적 지시가 아닌 경청하는 소통형 총리가 되고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국민을 위한 국정의 방향 또한 제대로 정립해 나갈 것”이라며 “실기하지 않겠다.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겠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 사회적 대화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고한솔 기자 >

 

러·중은 물론 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 합류

전문가 "전 세계 권위주의자들에 같은 행동 부추길 수 있어"

미 유엔대사대리 "유엔헌장 집단적 자위권 부합한 조처" 반박


이란 공습후 대국민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일방적 무력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미국과 각을 세워 온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일부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에 동참하면서다.

 

24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란 목표를 지지하지만 이번 공습에는 합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자체에는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합법적 틀'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 역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이 "국제법 영역 바깥에서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유엔 헌장 제2조는 '자국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한다.

 

미 예일대 로스쿨의 우나 해서웨이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일방적 무력행사 금지는 전후 법질서의 기본원칙"이라면서 "유엔 헌장 비준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결로 승인되거나 무력 공격 대상이 됐을 때만 다른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이란 포르도 핵시설 [AP 연합 자료사진]

 

그는 "안보리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은 걸림돌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도 장애물이 돼 왔다"면서 "트럼프가 외교와 협상을 버리고 무력을 택한 건 전 세계의 권위주의자들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이후 3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나, 대만을 겨냥해 무력시위를 벌여 온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강행할 경우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유엔헌장과 안보리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러시아 등의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이번 공격은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 헌장에 부합해 이란이 이스라엘 및 중동 지역, 나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가하는 위협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헌장 51조의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셰이 대사 대행은 앞선 지난 22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고,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의 고유한 권리 아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과 관련해선 공격을 받은 뒤에야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해석과,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실제 공격 이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서왔는데 이중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이란의 핵 위협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이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 (유엔본부 로이터=연합)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24

 

한편, 미국의 공습을 받은지 만 이틀만에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국 정치권에선 대체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등의 긍정적 반응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월권 논란도 일고 있다.

 

연방의회를 '패싱'한 채 타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내 급진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내놓았고, 공화당 몇몇 의원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헌법적으로 처리했더라면 같은 결과를 내면서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란 핵시설 폭격의 절차적 정당성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 연합 황철환 기자 >

 

미 정보당국 “이란 핵시설 파괴 안 돼…몇 개월 지연에 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스키폴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모자를 고쳐 쓰고 있다. 로이터/암스테르담 연합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가 공개됐다. 정보당국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개발을 수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데 그쳤으며 이란이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다른 장소로 옮겨 피해가 미미했다’라고도 평가했다.

CNN은 24일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이런 내용의 국방정보국(DIA) 초기 분석 결과를 단독 보도했다. 이 평가는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미 중부사령부가 수행한 피해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

 

관계자 중 한 명은 시엔엔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길어야 몇 달 정도 늦춘 수준”이라고 밝혔다. 두 명의 관계자는 이란의 원심분리기가 여전히 대부분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해당 분석에 따르면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 입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부의 지하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았다”며 “다섯 장 분량의 초기 보고서는 ‘이란이 핵물질 대부분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교적 빠르게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공습 이전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경우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해왔다. 공습 이후 지연 예상 기간은 최대 6개월 미만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 3곳에서 피해는 주로 지상 구조물에 집중됐으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금속화 설비나 전력 인프라 등이 손상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고농축 우라늄이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진 정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공습 이전에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 핵물질의 실질적 피해는 미미했다”며 “일부는 비공식 핵시설로 이전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이란이 소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핵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밝힌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 “이란의 핵시설과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도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파괴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랑해온 ‘벙커버스터’ 폭탄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벙커버스터 폭탄 대신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스파한을 타격했는데, 이는 이스파한 하층부가 포르도보다도 더 깊어 벙커버스터로도 관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 소식통은 시엔엔에 전했다. 시엔엔은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이 이란의 지하 깊숙이 요새화된 핵시설, 특히 포르도와 이란 최대 핵 연구 단지인 이스파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들은 뉴욕타임스에 “지하 시설에 보다 중대한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타격이 필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차 공격을 승인한 뒤 추가 공습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국방정보국 초기 분석의 존재는 인정했다. 하지만 평가 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러라인 레빗은 시엔엔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유출은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투기 조종사들을 모욕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3만 파운드짜리 폭탄 14발이 정확히 명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전면적인 파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타격은 완벽했다. 해당 시설은 산속에 묻혔다”고 주장했으며, “이란이 해당 시설을 복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곳은 이미 무너져 내렸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도 현지 정보 수집을 계속 중이며, 이란 내부의 추가 정보를 통해 정확한 피해 수준을 파악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상·하원 전체 기밀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상원은 오는 26일로 일정을 변경했고, 하원 브리핑은 향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 하원의원 팻 라이언(뉴욕주)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는 하원 기밀 브리핑을 아무 설명 없이 취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말한 ‘완전 파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농축 우라늄 400㎏ 행방 묘연…이란 “핵 활동 계속할 것”

핵개발 결론 없는 휴전
이란 강경파 득세 땐 NPT 탈퇴 가능성도

 
 
위성사진 제공 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22일 촬영한 이란 콤 북동쪽 포르도 연료농축시설(FFEP). 미국의 공습으로 생긴 분화구가 관측된다. AFP 연합
 

미국의 개입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 이유로 내세운 이란 핵에 대한 결론은 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모두 파괴했다고 하고, 이란은 피해가 경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번 전쟁이 이란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핵 개발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장비를 파괴했기 때문에 이란은 그들이 보유한 장비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핵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이 이란 국영통신사(IRIB)에 “핵 활동의 복원을 위한 일련의 준비를 미리 해뒀고 원자력 산업의 생산·활동 과정의 어떠한 중단도 막기 위한 계획이 세워졌다”며 “공격받은 핵시설에 대한 피해 규모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포르도 시설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60% 농축 우라늄 400㎏’의 향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90% 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 포르도 시설 인근에 16대의 트럭이 접근한 정황이 포착됐다.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핵 기술력이 유지된다면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되거나, 실제 핵 활동을 복원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또 ‘핵 위협’을 빌미로 공습 계기를 찾을 수 있다. 분쟁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 체제하에서 이란의 자위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확인한 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득세할 수도 있다. 탈퇴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의무가 자동으로 종료돼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북한은 핵 개발 의혹에 국제원자력기구가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2003년 1월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의 공습 이후 22일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해 이 역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란 핵합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타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로 제한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60%까지 높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해 있다. 빈/신화 연합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진행 중이던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도 우라늄 농축 권한이 쟁점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민간 원자력 에너지 사용과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는 것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란이 원하는 민간 원자력 에너지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고농축 과정까지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6차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습하면서 12일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3일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이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여건을 보지 못했다”며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 최우리 기자 >

 

포르도보다 더 깊은 땅속 145m, 이란 새 핵시설 가능성

나탄즈 핵시설 남쪽 산 아래 지어져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2일(현지시각) 이란 나탄즈 핵시설을 촬영한 사진. 사진 가운데 미군이 떨어뜨린 벙커 버스터 폭탄 ‘GBU-57 MOP’가 만든 흔적이 보인다. 사진 EPA 연합
 

이란이 최근 완성했다고 밝힌 새 핵시설이 미국 공습에 타격을 입은 기존 핵시설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핵시설은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12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새로운 핵시설은 완전히 건설되었고, 안전하고 공격할 수 없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심분리기 설치가 끝나는 대로 농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제의 새 핵시설이 수년 전부터 외부에 알려진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이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지 않아, 이곳이 완성됐는지,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우라늄 농축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아직 타국 정부나 서방 정보기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서 공식적으로 에슬라미 사무총장의 주장을 확인하거나, 새 핵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로썬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한 시설의 위치와 규모에 대한 추정만 있을 뿐이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지난해 4월 나탄즈 핵시설과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의 위치를 설명한 자료. 출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구글 어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 건설이 시작된 건 5년 전이다. 미국 비영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22년 보고서에선, 이란은 2020년부터 현재 나탄즈 핵시설로부터 남쪽으로 2㎞ 떨어진 콜랑가즈라산 지하에 터널을 뚫고 핵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2020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이버공격과 폭탄 설치로 나탄즈 핵시설 내 원심분리기 조립 시설을 폭파한 직후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깊은 지하에 위치해 공략이 어려웠던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 만들어진 콜랑가즈라산은 해발 1608m다. 포르도 핵시설이 위치한 쿠에다그구이산(960)보다 2배가량 높다. 덕분에 포르도 핵시설과 비슷한 각도로 파고 들어가면 지하 110~145m에 핵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계산이다. 포르도 핵시설의 지하 80~90m보다 30~55m 더 깊은 것이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지난해 4월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의 위치를 설명한 자료. 출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구글 어스

 

보고서는 “포르도 핵시설은 너무 깊어 공중 폭격으로 파괴하기 어렵지만,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포르도 지하핵시설이 너무 깊어 미사일 타격이나 특수부대 파견으로 확실하게 파괴하긴 쉽지 않아, 미국의 개입을 요구해왔다. 결국 미국은 지난 21일 비-2(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6대로 벙커 버스터 폭탄 중 가장 강력한 ‘GBU-57 MOP’ 12발을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초기 분석 결과 포르도 핵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지난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때는 표적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습 다음 날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나탄즈 핵시설에 떨어진 벙커 버스터 폭탄 2발의 착탄 추정 지점 모두 나탄즈 핵시설 경내였다.        < 김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