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최상목에게 준 문건에 ‘비상계엄 입법부’
‘국회 운영비 끊고 계엄입법부 예비비 마련하라’
내란죄 요건 ‘국헌문란 목적’에 대한 궁극적인 답
최상목, ‘비상계엄 입법부’ 문건 축소 시도 의혹
검찰이 지난 27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기소하며 공개한 참고자료에서, 검찰은 윤석열과 김용현 등이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 확인’이라고 기재했다.
이는 전두환이 국회 해산 후 ‘국보위’를 설치했던 과거 전례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중대한 민주주의 파괴 시도에 해당한다. 윤석열 일당이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을 일으킨 후 향후 위헌적 통치를 이어갈 계획의 주요한 단서이면서, 동시에 법률적으로도 내란죄의 핵심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에 대한 가장 궁극적인 답이기도 하다.
30일 JTBC 단독 보도와 28일 SBS 단독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이 윤석열 내란 세력의 ‘비상입법기구’ 음모를 확인한 것은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가 내란 직전인 12월 3일 열렸던 국무회의에서 윤석열에게서 받았던 ‘쪽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이 국회를 항구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했던 의도가 확인된 것은 물론이고 윤석열-김용현이 관련성을 부인해왔던 노상원과도 내란의 가장 궁극적 목표에 대해서도 음모를 함께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계엄 당시 최상목 받은 윤석열 문건, ‘비상계엄 입법부’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계엄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며 문건을 받은 것이 없느냐고 묻자, 일단 답을 피하다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마친 직후 윤석열이 ‘참고하라’면서 ‘접은 종이’를 줬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당시 직원에게 맡겨놓고 이 쪽지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고 했었다.
며칠 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최 부총리에게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최기상 의원이 윤석열 문건에 대해 다시 캐물었지만 그는 당시 내용을 보지 않고 차관보에게 맡겨놨다면서 ‘지금은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잇따른 추궁에 당시 문건을 보긴 했지만 계엄을 전제로 한 조치 사항이어서 무시했다며 자세한 내용을 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고, 이어 문건을 갖고 있었다는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 역시 자신은 문건을 봤지만 자신의 소관이 아니어서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계엄 관련 예비비 확보’ 정도의 내용이었다고만 답했다.
이 국회 출석에서 최 부총리는 ‘경찰 출석 일정 조율중’이라는 보도 관련으로 이미 경찰 조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을 회피했다. 그런데 22일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최 부총리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쳤고 동시에 ‘윤석열 지시 문건’도 함께 제출 받은 상태였다.
당시 YTN과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이 문건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어라’라는 내용과 함께 ‘비상계엄 입법부 운영 예산을 편성하라’라는 내용이 있었다.
국회 운영비 끊고 ‘계엄입법부’ 예비비 마련하라
이 문제가 다시 재조명된 것은 30일 저녁 JTBC의 단독 보도에서였다. 검찰이 지난 27일 김용현을 기소하면서 공개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비상입법기구’를 짚은 핵심 근거가 바로 이 ‘최상목 쪽지’였다는 것이다.
JTBC는 이 ‘쪽지’에 ‘비상계엄 입법기구의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취지의 윤석열 지시가 담겨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경찰이 언론에 ‘윤석열 지시 문건’에 대해 먼저 공개했던 내용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으로서, 검찰이 앞서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국회 무력화’와 ‘비상입법기구’ 결론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앞서 경찰발 보도들까지 종합하면,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동시에 ①국회 운영비를 차단하도록 지시했고 ②국회를 대신할 ‘비상계엄 입법부’를 준비했으며 ③여기에 예비비를 동원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국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국회가 매달 기재부에 요청해 받는데, 따라서 운영비를 끊으면 당장 국회 운영이 마비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국회를 대신할 목적임이 확실시되는 ‘비상계엄 입법부’ 계획과 직결된다.
‘계엄입법부’의 활동 개시는 당연하게도 국회의 정상적 활동을 중지시키는 것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이 계엄선포 직후 국회를 대신할 계엄입법부에 예비비를 편성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은, 국회 무력화와 계엄입법부 창설 계획이 막연한 미래 전망 같은 것이 아니라 당장 추진하려는 단기적 계획이었음을 방증하는 결정적 단서다.
내란죄 요건 ‘국헌문란 목적’에 대한 궁극적인 답
형법 제87조에 따라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에 성립된다. 이 ‘국헌문란’과 ‘폭동’이 내란죄의 필수 요건이다.
‘폭동’ 부분은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해서 벌인 일들로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증명이 된다.
‘국헌문란’은 상식 선에서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형법 제91조에 조문으로 정의되어 있다. ①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②헌법기관을 강압적으로 전복시키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가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윤석열은 12.3 내란에서 국회와 선관위를 점령하고 포고문에서부터 국회의 기능을 금지했으며 계엄군을 투입해 본회의를 열려는 국회의 기능을 불가능하게 만들려 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헌법기관인 국회를 항구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당연하게도 부인의 여지가 전혀 없는 ‘국헌문란’ 행위다.
또 ‘계엄입법부’의 선행 단계로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국회 무력화’의 직접적 수단으로 주목되는 것이 바로 계엄 선포와 동시에 진행된 중앙선관위 장악과 서버 침탈 시도다.
계엄 세력들은 민간인인 전직 정보사령관 노상원을 중심으로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정보사령부 병력과 방첩사령부 병력, 특전사 병력까지 동원해서 선관위를 점령한 데 이어, 중앙선관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과 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하려 했으며, 선관위 서버를 복제 혹은 반출한 후 ‘수사2단’을 통해 수사하려 했다.
이런 시도를 실행함으로써 윤석열 등은 일부 극우세력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현실화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고,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4월 선거는 부정선거였다’라고 발표한 후 그것을 명분으로 국회를 해산하거나 하는 등의 국회 무력화 조치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최상목, ‘비상계엄 입법부’ 문건 축소 시도 의혹
그런데 이미 지난 22일부터 그 내용이 알려졌던 ‘윤석열 지시 문건’의 ‘비상계엄 입법부’ 부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이어받은 최상목 부총리가 두 차례 국회 답변 과정에서 해당 문건 관련의 사실관계를 매우 소극적으로 답했는데, 그 때문에 이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과 17일 두 차례 국회에서 ‘윤석열 지시 문건’ 관련으로 집중 질의를 받았는데, 그의 답변 내용들을 지금 다시 살펴보면 그가 매우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숨기려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먼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문건의 존재부터 부인하려 했었다. 고민정 의원이 먼저 ‘외교조치 문건을 받았다’고 답변했던 조태열 외교부장관처럼 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로부터 별도의 문건을 받은 것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처음에는 없다고 거짓 답변을 했다.
고 의원이 재차 추궁에 들어가자, 뒤늦게 ‘그 자리(국무회의)에서는 없었다’면서 이후 따로 문건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문건을 열어보지도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고 의원의 질타에도 ‘직접 받은 게 아니어서’라고 답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 유동성 확보를 잘 하라’라는 부분만 답했다.
또 17일 국회 기재위에서 최 부총리와 윤인대 차관보는 계속되는 추궁에도 ‘문건은 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못봤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겨우 A4 한 장 분량으로 간소한 내용일 수밖에 없는데도, 자세한 내용을 못봤다는 주장은 그대로 믿기 힘들다.
‘비상입법부 예비비’ 마련 지시가 단순 ‘참고자료’?
최 부총리는 정말 못 봤냐는 의원들의 추궁이 여러 차례 이어진 후에야 보기는 했다면서 ‘윤 차관보가 자신이 문건을 리마인드해서 꺼내서 함께 봤다’고 했는데, 그런 상황까지 생각한다면 ‘비상계엄 입법부’처럼 결정적으로 심각한 부분을 못봤다는 것은 더욱 상식적이지 않다.
특히 윤 차관보가 답변에서 언급한 ‘예비비’는 바로 문제의 ‘비상계엄 입법부’와 직결된 내용이어서 연이어 함께 기재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윤 차관보는 ‘비상계엄 입법부’ 부분은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최 부총리는 당시 답변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문건을 '대통령 지시사항'이 아니라 '참고사항'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준 문건에 국회 예산을 끊고 비상계엄 입법부에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지시가 아닌 ‘참고사항’이란 말인가. 이런 것이 지시가 아니라면,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회를 대신할 계엄입법부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든 말든 알아서 결정하라는 취지였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전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두 사람이 당시 국회에서 위증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 나아가서 최 부총리에 이어 계엄 당시 함께 있었다는 윤 차관보의 답변 내용을 감안하면, 부총리와 차관보 두 사람이 위증을 사전에 공모했을 가능성까지 의심된다.
이렇게 최 부총리가 결정적 문건에 대한 내용을 여러 차례 축소하려 시도한 정황은 내란 관련으로 중대한 위증 의혹으로 이어진다. 당시 이미 여러 수사기관들의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도 윤석열의 내란 혐의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당초 최 부총리가 자신은 내란에 반대했고 그래서 계엄 당일 사퇴 결심까지 했다는 주장의 신빙성 역시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서 ‘책임을 마무리하는 대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7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된 후 지금까지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맡고 있으면서 신임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건과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모두 쥐고 시간만 끌고 있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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