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리더 흘라잉 최고사령관 만나"

브루나이 외무장관이 사무총장과 동행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미얀마 사태 관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둘째)이 폭력 사태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EPA 연합뉴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의장과 사무총장이 다음 주 현지를 방문한다.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끝나는 다음 주에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익명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장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 대리 자격으로 이레완 유소프 브루나이 외무장관이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과 함께 방문길에 오른다.

이들은 군부의 리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과 만나는 한편 현지 상황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대표들은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조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군부에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라는 비난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아세안 합의 이후에 미얀마 군의 총기 사용은 줄었지만 저항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활동가, 언론인, 의료진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카렌족, 샨족, 카친족 등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군부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에 맞서 출범한 임시정부격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 5일 군부의 폭력과 공격으로부터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방위군'(people's defence force)을 창설했다고 발표했다.

아세안은 미얀마에 파견할 특사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로는 하산 위라주다 전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 위사락 푸트라쿨 전 태국 외교차관이 거론되고 있다.

하산 위라주다 전 장관은 지난 2008년 사이클론 나기스로 큰 피해를 입은 미얀마를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 업무에 관여한 바 있다.

또 외무장관 재직 당시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사락 푸트라쿨 전 차관은 1991∼1994년에 주미얀마 대사를 지낸 인물로 군부 지도자들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가 특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지난달 24일 아세안 의장 성명 형태로 발표된 합의문은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사항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폭력 중단? 상황 안정되면”…아세안 합의 백지화

27일 관영매체 통해 성명 발표...군경, 전날 총격 가해 2명 사망

소수민족군, 군부 군과 전투 확대... 군 전초기지를 급습해 점령

 

지난달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AP=연합뉴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미얀마 군부가 한 ‘즉각적 폭력 중단’ 등 합의가 사흘 만에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미얀마 군부는 합의 뒤에도 총격을 이어갔고, 27일(현지시각)에는 “상황이 안정된 뒤에” 이를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관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상황이 안정된 뒤 (아세안의) 건설적 제안을 주의 깊게 고려할 것”이라며 “이 제안들이 군정이 내건 로드맵을 촉진하고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제 정상회의에서 한 합의에 대해 ‘상황 안정’과 ‘국가 이익’이라는 조건을 단 것으로, 사실상 미얀마 군부가 자신들 편의대로 하겠다는 것을 공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4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들은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항에 합의했다.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 △평화적 해결 위한 대화 △아세안의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특사와 대표단 방문 등이다. 회의에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참석해 무게가 실렸지만, 합의 이행에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아세안 합의 이틀 만인 26일 미얀마 군경은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시민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는 26일 저녁 만달레이 세인판구에서 한 노점상이 군경의 총격에 숨졌고, 남부 다웨이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두 사람이 군경의 총격에 각각 다리와 팔을 맞고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한 미얀마 누리꾼은 “이것이 아세안 합의에 대한 민 아웅 흘라잉의 대답”이라고 비판했다.

 

      카렌민족해방군(KNLA)이 27일 새벽 타이(태국) 국경과 접한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급습한 전후 모습.

미얀마 군부와 소수민족 사이 전투도 확대되고 있다. 카렌민족연합(KNU)의 군사조직인 카렌민족해방군(KNLA) 5여단은 27일 새벽 타이(태국) 국경과 접한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급습해 점령했다. 이날 전투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와 소수민족 반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 중 가장 치열한 것 중 하나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사태' 아세안정상회의…폭력중단 · 특사방문 등 합의

태국· 필리핀· 라오스 정상 불참…'내정간섭 불가' 원칙 속 의견 모아

흘라잉 사령관 참석해 내부 상황 설명…미얀마 시민들 "살인자 초청"

 

               24일 발표된 아세안 의장 성명 부속 '5대 합의안' [아세안 사무국 제공=연합뉴스]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들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항에 합의했다.

아세안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정상회의를 마친 뒤 의장 성명 부속문건 형태로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AP=연합뉴스]

미얀마 민주진영과 국제사회의 핵심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인 정치범 석방 문제는 해당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반영됐다.

아세안 정상들의 이날 합의로 군부 쿠데타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얀마 유혈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오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다.

나머지 9개국 가운데 태국·필리핀·라오스 등 3개국 정상은 불참하고, 외교부 장관들이 대신 참석했다.

3개국 정상이 불참하면서 '아세안 참관 속 재선거 조기 실시'와 같은 극적 타결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다른 정상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발언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의장 명의 성명을 도출하는 성과가 나왔다.

아세안 회의 참석차 인니 공항 도착한 미얀마 최고사령관: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의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아세안 의장국 브루나이 등 7개국 정상은 이날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제공]

본래 아세안은 '내정 간섭 불가' 원칙에 따라 회원국의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룬 적이 없으나, 미얀마의 유혈사태가 계속되자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정상회의가 마련됐다.

브루나이 국왕인 하사날 볼키아 아세안 의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아세안 가족으로서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면밀히 논의했고, 사망자 발생과 폭력 사태 확대 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는 아세안의 건설적 역할을 인정했고, 의장성명에 첨부된 '5대 합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여러 정상이 촉구한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정치범 석방 요구는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미얀마 내부 모든 당사자와 협력을 위한 아세안 특사를 임명하고, 인도적 지원을 위한 창구 개방, 모든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기자들에게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우리 얘기를 잘 들었다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며 "그는 아세안이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 아세안 특사의 방문 또는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아세안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세안(정상들)이 만나지 않았거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면 매우 안 좋았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회의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주어진 발언 시간에 미얀마 내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미얀마 시민과 민주 진영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 자체를 반대하며 "반인륜 범죄자, 살인자를 초청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정상들이 '5대 합의'를 내놓음에 따라 미얀마 사태에서 아세안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아세안 림 사무총장이 머지않은 시일 내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와 민주 진영 간 대화를 중재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은 아세안이 미얀마의 회원국 지위 정지와 대미얀마 투자 중단 등 군부를 상대로 강경책을 내놓길 원했지만, 아세안은 '대화의 중재자'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얀마 통합정부 "폭력중단 아세안 합의 환영…단호 행동 고대"

"민주진영이 촉구해오던 사항들… 아세안 개입 간절히 기다려"

                 [트위터 캡처]

 

미얀마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는 24일 쿠데타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 내 유혈 폭력을 즉각 중단하기로 합의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결과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사 NUG 대변인은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문 발표 뒤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아세안 지도자들이 미얀마 내 군부 폭력이 중단되고 정치범들이 석방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고무적인 소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세안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정상회의 이후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도 참석했다.

 

다만 아세안 정상들이 흘라잉 사령관에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범 즉각 석방 요구는 합의 사항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문구가 반영됐다.

사사 대변인은 "이는 NUG가 촉구해 오던 것으로, 우리는 이번 정상회의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은 대로 아세안 사무총장의 개입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우리 (구금된) 영웅들의 석방을 촉구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사사 대변인은 "아세안이 이번 결정에 대한 추가 조처를 하고, 미얀마 국민과 아세안 지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아세안 차원의 단호한 조치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폭력 종식·특사 방문' 미얀마사태 분수령…정치범 석방은 불발

학살 주역 흘라잉 참석 아세안 정상회의서 5개항 합의…통합정부도 "환영"

예상 밖 성과 평가 속 '약속·실행 별개" 신중론도…아세안 후속 조치가 관건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AP=연합뉴스]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폭력 즉각 중단 및 아세안 특사·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80여일 만에 분수령을 맞게 됐다.

미얀마 민주 진영도 환영 의사를 밝히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는 평가가 일단 나온다.

미얀마 군부가 이번 합의 사항을 얼마나 잘 준수할지, 그리고 아세안이 이번 합의 사항을 얼마나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5개 항은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1항에 나타난 폭력 즉각 중단 및 각 당사자의 최대한 자제력 발휘다.

현재 미얀마 군경에 의한 유혈 진압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양상을 띠면서 미얀마 내부는 물론 아세아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질 대로 커졌기 때문이다.

 

현지 인권단체 정치법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군경 폭력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는 745명이고, 체포 및 구금된 이는 3천371명에 달한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도 아세안 정상들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가장 먼저 언급한 사항은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경의 폭력 사용 즉각 중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이익 차원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당사자간 건설적 대화를 시작한다는 두 번째 합의 사항 역시 폭력 사용 중단과 연계되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밖에도 인도적 지원 제공, 아세안 특사 및 대표단의 대화 중재와 미얀마 방문 합의 역시 그동안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귀를 닫은 채 국민을 향해서 총부리를 들이댔던 군부의 '광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의 결과물을 놓고 무히단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라고 자평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전반적으로 생산적인 회의였고,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군사정권의 대척점에 선 국민통합정부(NUG)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사 NUG 대변인은 이번 합의사항이 자신들이 촉구해 오던 것이었다면서 고무적인 소식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미얀마 군부가 이번 합의사항을 잘 준수할 지, 또 아세안이 얼마나 신속하게 후속 조치에 나설 지에 쏠리게 됐다.

이날 정상회의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고, 아세안 정상들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여러 정상이 지적했고, 애초 의장 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범 석방 부분이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 향후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아세안 회의 참석차 인니 공항 도착한 미얀마 최고사령관(탕에랑 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의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아세안 의장국 브루나이 등 7개국 정상은 이날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제공]

의장 성명에는 그런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흘라잉 사령관이 이 요구에는 반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범 석방은 폭력 중단과 함께 민주진영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던 만큼, 향후 군정과 민주진영간 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번 합의에 대해 직접 "반대하지 않는다"고 확인하는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거론되기도 한다.

 

아세안이 미얀마를 방문해 군정과 민주진영관 대화를 중재하는 방안도 첫발을 뗐다는 의의는 있지만, 양측간 입장이 워낙 판이한 만큼 향후 실행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리셴룽 총리는 이에 대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중단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해내는 것은 별개이고, 정치적 해결책에 도달하기 위해 포괄적 토론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군복 대신 양복 차림 흘라잉… 아세안 정상회의장 삼엄 경비

사무국 청사 주면 무장 군경 둘러싸…도로 봉쇄로 시위대 차단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4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양곤에서 미얀마항공 여객기를 타고 출발해 3시간 45분 만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평소와 달리 양복 차림이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국영 매체를 통해 늘 군복 차림을 보여준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국제사회에 쿠데타 정당성과 임시 지도자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복부터 다양한 준비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얀마에서 반쿠데타 시위 진압 과정 등에서 목숨을 잃은 시민은 745명에 이른다.

하지만, 군부는 "미얀마 사태는 서방세계가 잘못 추측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고 싶다"며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로비스트까지 고용했다.

미얀마 시민과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세안 사무국 청사 접근 원천 봉쇄: 미얀마 사태 논의를 위한 아세안 사무국 청사... 미얀마 군부 수장이 참석한 아세안 정상회의장 삼엄한 경비를 위해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 배치된 장갑차량 등.

이날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 주변에는 무장 군경이 배치되고, 반경 1㎞ 이내 도로를 원천 봉쇄해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날 회의와 관련해 경력 4천여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사무국 청사 주변을 둘러본 결과 군경 수백명이 장갑차는 물론 폭발물 탐지 장치와 탐지견까지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행사인 만큼 청사 출입구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취재진 수십 명이 모여서 중계방송을 하거나 사진을 촬영했다.

연합뉴스 특파원을 포함해 각국의 많은 취재진이 아세안 사무국에 현장 취재를 신청했지만, 코로나 상황 등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인도네시아인 시위대는 "흘라잉 최고사령관 체포" 등을 촉구하며 아세안 사무국 청사 접근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흘라잉은 로힝야족 학살과 최근 쿠데타 이후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인도네시아 경찰과 협조해 그를 체포해 달라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요청했다.

이날 양곤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는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군부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특별정상회의는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0개국 정상 또는 외교부 장관들이 각자 5분 이상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발언한 뒤 토의 결과 의견 합치가 이뤄지면 아세안 공동성명을, 그렇지 못하면 논의 결과에 대한 아세안 의장 성명을 낼 수 있다.

 

미얀마 민주화 지지 시위하는 인도네시아 시위대

 

앰네스티 "고문방지협약국 인니, 아세안 참석 미얀마 흘라잉 조사해야"

동남아 45개 시민단체 "흘라잉 참석은 학살 행위에 면죄부" 비판

'아세안, 피묻은 손과 악수하나!'… 국민통합정부 "우릴 초대하라"

 

대국민 연설하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23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730명 이상을 죽인 미얀마 군사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 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날 인도네시아 당국이 유엔고문방지협약 당사국으로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반인륜적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협약 당사국으로서 인도네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가해 용의자를 기소하거나 신병을 인도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멀린 질 앰네스티 부국장은 "군부에 의해 촉발된 미얀마 위기는 아세안 역사상 가장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면서 "아세안이 평소 지키는 '내정 불간섭' 원칙은 이번에는 애당초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 부국장은 "이번 사태는 미얀마 내부 문제가 아니라 아세안 지역과 그 외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중요한 인권 및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지역 45개 비정부기구(NG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아세안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은 자국 시민을 상대로 군부가 자행한 대학살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앰네스티 "고문방지협약국 인니, 아세안 참석 흘라잉 조사해야"

이들은 성명에서 "아세안 정상들은 미얀마 국민의 합법적 대표들과 협의하지 않고서는 현 미얀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것도 정상회의에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진영의 회의 참석을 촉구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을 포함한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표 등이 참여한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 16일 구성됐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이날 국민통합정부 장·차관 2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교도 통신이 국영TV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국영TV는 "이들이 헌법에 의해 구성된 국가행정평의회(SAC) 전복을 시도함으로써 대역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SAC는 군부가 군사정권을 부르는 명칭이다.



식량부족 340만명, 난민 25만명…혼돈의 미얀마

WFP·유엔특별보고관 등 밝혀

 

22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의 거리에서 한 시민이 바리케이드 뒤에서 손을 들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혼란이 지속되는 미얀마가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22일(현지시각) 미얀마 시민 340만명 이상이 향후 6개월 안에 굶주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미얀마 전체 인구(5480만명)의 약 6%에 해당한다. 세계식량계획은 기존 빈곤과 코로나19 사태, 현재의 정치적 위기 등 ‘삼중고’로 인해 굶주림 사태가 미얀마 전역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도시 지역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앤더슨 세계식량계획 미얀마 지부 책임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으면서 식량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그 주변에서는 끼니를 거르거나 먹는 것이 부실한 상태로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가족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전역에서 쌀값이 1월 이후 평균 5% 올랐고, 식용유 가격도 2월 이후 18% 올랐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말 올해 미얀마 경제가 10%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는 노동조합을 인용해, 쿠데타 이후 20만명이 넘는 의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베네통과 스웨덴 에이치엔엠(H&M) 등 해외 의류업체들이 신규 주문을 중단한 탓이다. 한국 산업단지와 일본이 지원하는 인프라 사업 등도 중단되면서 약 30만~40만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으로 약 25만명의 미얀마인들이 난민 신세에 처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21일 소셜미디어에 “소식통들에 따르면, 군부 공격으로 최소 737명이 숨지고 3200명 이상 체포된 것 외에도 거의 25만명 가까운 미얀마 국민이 난민 신세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소름이 끼친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는 이 인도주의적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앤드루스 특별보고관이 거론한 25만 명은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 대한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난민 외에 미얀마군의 유혈 탄압과 각종 제한 조치로 미얀마 각 지역에서 집을 떠나거나 생계에 타격을 입은 국민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최현준 기자


5·18재단 "미얀마 난민 구호품 선박에 총격…악행 중단해야"

 

                  태국 구호품 선박 총격 흔적 [선주 파다 씨 촬영, 5·18기념재단 제공]

 

5·18 기념재단은 23일 "미얀마 군부가 난민 구호품을 실은 태국 선박에 총격을 가했다"며 국제사회 대응을 촉구했다.

5·18 기념재단은 이날 미얀마 난민을 돕고 있는 태국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재단은 "쿠데타가 발생한 뒤 미얀마인들은 태국 국경 지역으로 이주했고, 태국 시민단체는 기부 물품을 모아 난민들에게 물품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이달 17일 태국 선박이 미얀마 군대의 총격을 받은 후 중지하게 됐다"고 알렸다.

 

이어 "(태국) 정부 기관 회의에서 태국 선박은 태국군에 사전 통보 후 미얀마 군대의 모든 군사 검문소의 검문을 받은 뒤 난민에게 물품을 전달해야 한다고 결정됐다"며 "이로 인해 태국 시민사회단체는 구호품을 전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 결과 난민들은 도움을 받지 못한 채로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난민들에게 긴급 생필품 지원은 국제 인도주의 원칙"이라며 "미얀마 군대가 난민 구호물자를 실은 태국 선박에 총격을 가한 것은 인도주의적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와 유엔은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규탄하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미얀마 군부는 모든 악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정 수뇌 초대에 강력 반발…"최고사령관 아닌 최고살인자"

SNS에는 '피' 묻은 손 미얀마 쿠데타 군 상징하는 만평 확산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예정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미얀마 민주진영 및 소수민족이 연합한 국민통합정부(NUG)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군사 정권 최고책임자가 초대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학살 책임자'가 아닌 자신들을 초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아세안은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미얀마 쿠데타 사태 논의를 위한 특별정상회담에 군정 수뇌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초대했다.

이 경우,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월1일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나서게 된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모 조 우 국민통합정부 외교부 차관은 전날 '미국의 소리' 미얀마어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세안이 쿠데타로 발생한 혼돈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 새로 구성된 자신들과 교섭해야 하며, 미얀마 군사정권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우 차관은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행동을 고려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고 합법성을 가진 국민통합정부와 교섭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 우 차관은 24일 아세안 정상회의에 자신들은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군사정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앰네스티 "고문방지협약국 인니, 아세안 참석 흘라잉 조사해야"

국민통합정부의 사사 대변인도 전날 "흘라잉 '최고살인자'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언급하면서 최고사령관(Commander-in-chief)이란 표현 대신 '최고살인자'(Murderer-in-chief)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사사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 국민통합정부를 인정하고 관계를 맺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NS에는 흘라잉 사령관의 아세안 참석을 비판하는 만평이 확산하고 있다.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은 '피'다.

미얀마 군사정권이 쿠데타 이후 730명이 넘는 시민들을 학살했고,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그 범죄의 정점에 있는 인사임을 강조한 것이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예정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트위터 캡처]

한 만평에는 군복 차림의 남성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의 머리를 한 손에 든 채 아세안에 "선물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다른 만평에는 아세안 정상들이 나란히 서서 팔을 교차해 양옆 정상들과 악수를 하는과정에서 군복 차림의 인사가 양 손에 피를 흘리며 옆 정상과 손을 잡으려 하고, 이 정상은 이를 꺼리는 듯한 모습이 묘사돼 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예정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트위터 캡처]

군복 차림 인사가 아세안과 차를 마시면서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 뒤로 미얀마 군인이 몽둥이로 시민을 마구 때리면서 핏방울이 날리는 만평도 있다.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는 군경 총격에 숨진 19세 소녀 찌애 신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티셔츠에 쓰인 문구로 반군부 시위대에 승리를 향한 힘을 불어넣는 메시지인데, 이 만화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이 논의 대상으로 삼은 미얀마 군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이라와디 캡처]

한 네티즌은 아세안 상징이 그려진 손과 미얀마 군복 차림의 피 묻은 손이 악수하기 직전을 그린 만평에 "아세안 지도자들이 세계 최악 범죄자인 민 아웅 흘라잉과 악수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소수민족 중심 국민통합정부 구성…연방군 창설 가속

카렌족 총리, 카친족 부통령…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직은 유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진정성 있는 절충…군정 종식 최우선"

            국민통합정부 내각 구성 발표문 [CRPH 홈페이지 캡처]

 

미얀마 민주진영이 16일 쿠데타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소수민족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포진시킨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군사정권에 무력으로 맞서는데 필요한 '연방군'(Federal Army) 창설 작업도 속도를 한층 낼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 등에 따르면 1988년 민주화 학생 운동을 이끌었던 민 코 나잉은 이날 민주진영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지난해 총선 당선자들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구성원들 및 반정부 시위대 인사 등이 참여하는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임시 총리직을 맡은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 [AFP=연합뉴스]

민주진영은 국민통합정부를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용하기로 하고,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에게 임시 총리직을 맡겼다.

딴 임시 총리는 카렌족이다.

또 대통령 대행 역할을 하게 되는 두와 라시 라 부통령은 카친족이다.

민주진영 국민통합정부 국제협력부 장관 및 대변인을 맡은 사사 박사. [AP=연합뉴스]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유엔 특사로 임명했던 사사 박사는 국민통합정부의 국제협력부 장관과 함께 정부 대변인직을 맡았다.

사사 대변인은 친족이다.

과도 내각은 11개 부처로 구성되며, 여기에 11명의 장관 및 12명의 차관을 두도록 했다.

쿠데타 이후부터 군부에 의해 구금 중인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양곤의 반군부 거리 시위를 이끄는 이 띤자 마웅은 여성청소년아동부 차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사 대변인은 발표문을 통해 "오늘 띤잔 축제 마지막 날이자 미얀마 전통 새해 바로 전날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미얀마 역사상 처음으로 통합정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사 대변인은 "국민통합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자비한 범죄자인 군사 정권으로부터 미얀마 국민이 당하는 엄청난 고통을 궁극적으로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우리는 모든 소수민족을 국민통합정부 안으로 데려오도록 노력을 계속해 위대한 미얀마의 위대한 다양성과 힘을 대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월 1일 쿠데타로 문민정부가 무너지고 군사정부가 들어선 지 75일째 만에 민주진영이 소수민족 인사들을 포진시킨 독자 정부를 구성함에 따라 미얀마 쿠데타 사태는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카친독립군(KIA)이 훈련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특히 카렌족과 카친족 인사에게 각각 총리와 대통령 대행직을 맡김으로써 향후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의 협력을 얻어 연방군을 창설하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렌민족연합(KNU)과 카친독립군(KIA)은 쿠데타 이후 군부와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다.

사사 대변인도 "국가통합정부 구성은 총선 당선인들과 소수민족 무장조직 지도자들, 정당 지도자들 그리고 시민불복종운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간의 진정성있는 절충을 통해 성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통합정부 내각 인선 과정에 소수민족 무장조직들의 의사가 반영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통합정부로 대표되는 민주진영과 군사정권간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민주진영은 이달 1일 2008년 군부헌법 폐기를 선언하고, 소수민족 권익보장 등을 담은 과도헌법 '연방민주주의헌장'을 공개한 바 있다.

CRPH는 이 헌장이 광범위한 의견 일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새로운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조만간 해외서 합법정부로 인정"

 외교장관 "서방·중동국가들 지지 선언 준비중"…미국·EU·유엔과 접촉

"군사정부 인정하면 안돼" 다각도로 지지 요청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미얀마 나우 사이트 캡처]

 

미얀마 군사정부에 맞서기 위해 출범한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가 조만간 서방과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법 정부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국민통합정부 내무장관에 임명된 르윈 꼬 랏은 몇개 국가들이 조만간 지지를 선언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전날 언론 간담회에서공개했다.

이중에는 서방국가들을 비롯해 '아랍의 봄'을 겪은 중동 국가들이 포함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국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고 있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를 포함한 민주진영은 전날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소수민족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포진시킨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민통합정부는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되며, 만 윈 카잉 딴 CRPH 부통령 대행이 총리직을 맡았다.

르윈 꼬 랏 장관은 이와 함께 미얀마의 현 상황과 군부의 폭력에 대해서 미국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정부 구성에 앞서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유엔과도 지속적으로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국민통합정부 구성 발표 전날인 15일 미얀마 민주진영과 민주주의 회복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은 트위터를 통해 고위 관계자 2명이 CRPH 측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군부의 통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희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진 마 아웅 외교장관은 국제사회, 특히 미얀마 인접국들이 새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뉴욕타임스에 보냈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그는 "미얀마 시민들은 인권과 자유를 얻기 위해 큰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있다"면서 "국제사회가 공조해 정치·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보호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CRPH 유엔 특사로 활동하다 임시정부의 국제협력부 장관 겸 대변인직을 맡게 된 사사 박사도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군부가 미얀마 시민을 살해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무기와 자금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얀마 군부 리더, 임시정부 출범 맞서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태국 외교부 "흘라잉 24일 자카르타 회의 참석"…주변국 지지 요청할 듯

통합정부 "서방 · 중동국가들 지지 준비, 군사정부 인정말라" 지지 요청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AP=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부에 맞서기 위해 임시정부격인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가 출범한 가운데 군내 최고 실세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처음으로 주변국 정상들과 만난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은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흘라잉 장군이 참석한다고 태국 외교부 발표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얀마 사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를 유혈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를 강하게 비난해왔다.

이에 비해 미얀마 인접국들은 군부와의 소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흘라잉 장군은 정상회의에서 쿠데타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주변국들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1일 작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끄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 정치인들을 대거 구금했다.

또 1년 후 선거를 다시 치른 뒤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최근 선거 시기를 2년 후로 늦춘 바 있다

 

한편 전날 출범한 국민통합정부는 조만간 서방과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법 정부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국민통합정부 내무장관에 임명된 르윈 꼬 랏은 몇개 국가들이 조만간 지지를 선언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전날 언론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이중에는 서방국가들을 비롯해 '아랍의 봄'을 겪은 중동 국가들이 포함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국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고 있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를 포함한 민주진영은 전날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소수민족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포진시킨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민통합정부는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되며, 만 윈 카잉 딴 CRPH 부통령 대행이 총리직을 맡았다.

르윈 꼬 랏 장관은 이와 함께 미얀마의 현 상황과 군부의 폭력에 대해서 미국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정부 구성에 앞서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유엔과도 지속적으로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국민통합정부 구성 발표 전날인 15일 미얀마 민주진영과 민주주의 회복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은 트위터를 통해 고위 관계자 2명이 CRPH 측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군부의 통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희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진 마 아웅 외교장관은 국제사회, 특히 미얀마 인접국들이 새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뉴욕타임스에 보냈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그는 "미얀마 시민들은 인권과 자유를 얻기 위해 큰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있다"면서 "국제사회가 공조해 정치·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보호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CRPH 유엔 특사로 활동하다 임시정부의 국제협력부 장관 겸 대변인직을 맡게 된 사사 박사도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군부가 미얀마 시민을 살해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무기와 자금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얀마 저항 청년리더 '판다' 고문 정황 공개…"안전 우려"

  웨이 모 나잉 얼굴 곳곳 피멍…경관 살해 등 혐의로 붙잡혀

  가족·친구들 "고문 당하고 숨질까 걱정하고 있다"

 

반 군부 시위를 이끄는 웨이 모 나잉과 체포 후 그의 모습.[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이끌던 20대 청년이 체포된 뒤 고문당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그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 지난 15일 오후 체포된 웨이 모 나잉(26)이 심하게 두들겨 맞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두손이 뒤로 묶인 채 얼굴 곳곳에 피멍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그는 체포 후 심하게 구타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친구들은 사진에 나온 복장과 얼굴을 보고 웨이 모 나잉이 맞다고 확인했다.

다소 살이 찐 외모 때문에 '몽유와의 판다'라고도 불리는 웨이 모 나잉은 몽유와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만달레이의 타이자 산, 양곤의 잇 띤자 마웅과 함께 미얀마에서 주목받는 시위대 청년리더이다.

그는 지난 15일 오토바이를 탄 채 시위를 벌이다 갑자기 돌진한 민간 차량과 충돌해길바닥에 쓰러진 뒤 군화를 신고 무장한 일당에 의해 끌려갔다.

그는 현재 미얀마군 북서사령부 건물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 모 나잉이 구타당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떠돌자 가족과 지인들은 그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군부에 맞서던 인사들이 체포된 뒤 숨진 사례들이 있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양곤 파베단 구(區) 의장인 킨 마웅 랏(58)은 지난달 6일 밤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후 NLD 소속 인사 2명도 구금된 상태에서 숨졌다.

이슬람계 소수민족 출신인 웨이 모 나잉은 경관 살해, 절도, 선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친구는 "심하게 고문을 당하고 죽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 모 나잉의 어머니는 아들이 잡혀가는 장면을 소셜미디어에서 봤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죄를 지은 적이 없다"며 "그는 정의의 편에 선 청년이며, 신이 자비를 베풀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유와 총궐기위원회 관계자는 웨이 모 나잉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한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전했다.

그는 "법리적으로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군부가 원하는대로 혐의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미얀마 시위 청년지도자 ‘왜 모 나잉’ 석방하라”

 

박종철기념사업회가 16일 미얀마 시위 청년 지도자 왜 모 나잉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들기는 소음 시위를 제안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지난 15일 군부에 체포됐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미얀마 군부는 왜 모 나잉에 대한 폭력행위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며 “(그에게) 변호인 접견을 보장하고 고문과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사복 경찰들은 현지 시각 15일 왜 모 나잉이 타고 가던 오토바이를 차로 들이받아 중상을 입혔다. 현재 그의 생사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왜 모 나잉은 미얀마의 작은 농촌 도시 몽유와의 시위를 이끌어왔다. 기념사업회는 “몽유와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2월1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가장 뜨거운 저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곳”이라며 “군인들이 몽유와 전역을 장악하고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어 언제 무차별 학살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기념사업회는 ‘시위를 하는 시민들 가운데 서 있을 때, 저는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라는 왜 모 나잉의 말을 인용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몽유와 시민들에 대한 모든 폭력적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왜 모 나잉이 무사히 석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연대할 것을 호소했다. 앞서 기념사업회는 군경의 폭력에 맞서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제17회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해 미얀마 시위에 연대와 지지를 표현한 바 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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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들 질병·불결함과 연관해 인종차별"

  2차 대전 때 일본계 억류… 최근엔 무슬림 '묻지마 폭행'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미국에서 뿌리 깊은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애틀랜타 경찰과 시 당국은 한국계 여성 4명 등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이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 성 중독에 빠졌을 개연성을 진술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내 아시아계 공동체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AP 통신은 17일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종적 괴롭힘과 공격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떠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1882년 중국인의 이민을 막고 미국에 들어와 있던 중국 출신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을 만들었다.

미국이 특정 국가 출신의 이민을 막은 첫 조치였다.

1870년대 들어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낮은 임금을 감수하면서 미국에서 일하던 중국인들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 법으로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 철도건설 노동자로 기여했던 중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확산했다.

이 법률은 1943년이 돼서야 폐지됐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이 법을 지목하며 중국-미국 관계를 이간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 하원은 2012년 중국인 배제법을 사과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또 아시아계 미국인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의료 문제의 희생양이 됐다.

AP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187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천연두 등 공중보건 문제들의 원인으로 부당하게 지목돼왔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질병, 불결함 등을 연관하는 인종차별은 아시아 음식에 대한 관점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중국 출신뿐 아니라 일본계 미국인들도 인종차별에 고통을 받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들을 대규모로 임시 수용소에 억류했다.

일제가 1941년 12월 미국의 하와이 진주만 기지를 공습하자 미국은 일본에 선전포고했고, 이듬해 2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적성 국가 시민을 군사 지역에서 소개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9066'에 서명했다.

이후 태평양 연안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 12만명이 미국 중·서부에 소재한 10곳의 수용소에 강제로 갇혔다.

2001년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 이후에는 미국에서 이슬람 공포증이 커지면서 남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표적이 되기도 했다.

남아시아에 무슬림들이 많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다.

1982년에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 때문에 해고된 미국인 노동자 2명이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당시 27세)을 일본인으로 오해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들이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자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이민자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백인들의 끊임없는 인종주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큰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백인 우월주의를 두둔하는 태도와 맞물려 최근 미국 내 인종주의가 더욱 심해진 분위기다.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태국계 남성이 아침에 산책하다가 한 청년의 공격을 받고 숨지는 등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아시아계 인권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Stop AAPI Hate)는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 단체에 신고된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503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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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겨냥한 공격, 왜 증오범죄로 기소 잘 안되나 

흑인 · 유대인처럼 차별 상징물 없고 상점약탈 동반해 동기입증에 애로

 

한인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처럼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공격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소수 인종과 달리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증오범죄로 기소되는 사례는 드물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뉴욕 등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공격한 범인들이 증오범죄로 기소되지 않거나 아예 체포조차 되지 않은 사례들을 열거하며 애틀랜타 총격과 이런 사건들이 인종차별적 동기 입증에 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시 맨해튼의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예멘 출신의 23세 남성 살만 무플레히가 귀가하던 36세 중국계 남성을 등 뒤에서 찔러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오범죄는 적용받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를 증오범죄로 기소하려 했으나, 맨해튼 지방검찰청이 여기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아시아계 미국인 단체들이 검찰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열기도 했다.

역시 지난달 뉴욕시 퀸스에서 중국계 여성을 강하게 밀쳐 바닥에 넘어뜨린 남성도 증오범죄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유명 배우가 소셜미디어에 범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유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으나 큰 소용은 없었던 셈이다.

 

지난주 퀸스에서 아이와 함께 길을 걷던 아시아계 여성에게 "중국 바이러스"라고 소리치고 아이에게 침을 뱉은 남성은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뉴욕시에서 유일하게 반(反)아시아계 증오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은 상점가에 반중 낙서를 한 대만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주에서 증오범죄로 기소하려면 피해자가 인종 때문에 범행 타깃이 됐다는 점을 검사가 입증해야 하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범행에서는 인종주의적 동기를 입증하기가 특히 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흑인과 유대인의 경우 올가미나 스와스티카 등 인종적 증오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있지만 반아시아계 범죄에서는 이처럼 쉽게 인식 가능한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다수의 반아시아계 범죄는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 약탈을 동반하기 때문에 범행 동기를 규정하기 까다롭다고 NYT는 전했다.

또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언어 장벽과 보복 우려, 이민 자격 등의 문제로 피해 사실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뉴욕경찰(NYPD)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스튜어트 루가 밝혔다.

루는 NYT에 "관련 절차가 매우 주눅들게 한다"며 "경찰서에 가서 형사에게 이야기를 하고 또 검사에게 가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오범죄 인정이 쉽지 않은데도 뉴욕에서 코로나19 대유행 후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나디노캠퍼스가 NYPD 통계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2019년 3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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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언론 '아시아계 혐오' 집중조명…"인종 아닌 증오가 바이러스"

경찰 '성중독 범죄' 거론에 "변호인이냐" 비난

"증오범죄 부추겨" 트럼프 책임론도

"인종차별의 퍼펙트스톰" 애틀랜타 총격사건 충격파 속 증오범죄 문제 잇따라 다뤄

 

미 언론들은 17일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등에서 만연해온 '아시아계 혐오' 병폐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 20대 백인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이 성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듯한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번 사건은 명백한 증오범죄라는 진단도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년간 아시아계 상대 인종차별주의 공격과 위협이 급증한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건이 많은 서방 국가 내 아시아계 지역사회를 충격으로 뒤흔들어놨다며 미국을 포함한 서구 사회 내 아시아계 상대 증오범죄 문제를 짚었다.

 

이와 관련, 캐나다 토론토 대학 사회학과의 이주영 교수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항상 존재해왔고 미묘하고 일상적인 편견의 형태로 치부돼왔을 잠복한 차별의 형태가 두드러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묘한 차별이 폭력과 보다 공공연한 괴롭힘의 형태로 전환되는 '퍼펙트 스톰'을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WP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서구 사회 전체적으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위험 수준에 치달았다며 유엔인권이사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관련 보고서 내용을 거론하기도 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의 일진 사나운 날(bad day)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칼럼은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설명하며 "어제는 그(용의자)에게 정말로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고 언급한 점이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성중독 가능성을 거론한 점 등을 들어 베이커가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확산한 반(反) 아시아계 정서 및 혐오 범죄 급증세 등에 비춰 용의자의 '광란'을 성중독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증오 범죄로 심각하게 다룰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성중독'이라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게 뒤얽혀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 자체를 날려버리는 쓸데없는 표현이라면서 이는 여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여성혐오나 백인 우월주의, 극우 과격주의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해 동원돼온 핑곗거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칼럼은 백인 우월주의가 KKK와 같은 극우 단체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라 미묘하게 전염되고 불시에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사건을 외국인에 대한 악마화와 돌발적인 범죄 위험에 대처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 내에서 어린 시절부터 '아웃사이더'로서 차별을 겪어온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과거 경험담 및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충격과 참담함 등을 담은 기고문도 잇달아 게재됐다.

플로리다 지역 언론인 '데이토나 브리치 뉴스저널'의 재계 편집자인 클레이턴 박은 USA투데이에 기고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물건 취급하고 조롱하고 죽이라고 여기 와있는 게 아니다'라는 글에서 "우리를 '다른 사람들'로 보는 것을 멈춰라. 우리는 미국인이다. 우리는 비난받거나 물건취급받 아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국인과 일본인 부모를 둔 그는 팬데믹 초기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 없는 존재'라는 조롱을 들었던 일도 소개했다.

아시아계 여성인 서배너 홉킨슨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지역신문인 데저레트스 기고 글에서 얼마 전 자신의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이냐'는 백인 남성의 위협적 질문에 겁에 질렸던 경험 등을 전하며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제도 출신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번 비극은 예견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특정 민족성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증오야말로 바이러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는 등 인종차별주의적 언행을 일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를 부추기고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카고트리뷴은 지난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한 것과 관련, "전임 대통령과 다른 극우 인사들이 외국인 혐오와 백인우월주의로 무장한 지지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악마화한 것에 비춰 이는 미스터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WP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선동적인 표현으로 반아시아 정서를 부추겨왔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는 다른 기조를 보여왔다고 대비시켰다.

하원 감독 및 정부 개혁 위원회 선임 고문을 지낸 한국계 미국인인 커트 바델라는 LA타임스 기고 글에서 정당 지도자에 의해 인종차별적 증오가 공개적으로 촉발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코로나19 책임론을 찾기 위해 아시아계 지역사회의 등 뒤를 겨눴고 그 결과가 폭력의 '홍수'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 이상의 침묵에 따른 고통은 없다. 큰소리 내어 말할 것"이라며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 운동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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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총격사건 후 목소리 높이는 아시아계 여성 언론인들

 "성적 대상화 부추기는 언어, 보도에 쓰지 말라" 보도지침 발표

  트위터 · 기사 통해 '아시아계 여성 인종차별' 적극적 공론화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인종 차별·증오범죄가 집중조명을 받는 가운데 미국의 아시아계 언론인들이 공정한 보도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람들이 소식을 접하는 주요 채널인 기사가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더 부추기지 않는 방향으로 보도돼야 한다며 보도 지침을 내놓고, 그동안 사회적 의제의 사각에 놓여 있던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 차별을 공론장의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언론인 협회'(AAJA)는 총격 사건 다음 날인 17일 이 사건 보도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에서 탐사보도를 담당하는 니콜 덩카는 17일 트위터에 " 여러분의 이번 총격 사건 보도가 아시아·태평양계(AAPI) 공동체에 책임감 있고 공정하며 정확하도록 확실히 해달라"고 당부하며 이 지침을 공유했다.

지침은 우선 "뉴스 보도 때 아시아 여성을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 하도록 부추길 수 있는 언어에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인식이 폭력이나 차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어 구체적으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업태를 묘사할 때 성매매나 성적 대상화 같은 용어를 피하라고 권고했다. 대신 '마사지 숍'이나 '업체' 또는 고유한 점포명을 쓰라고 추천했다.

이들은 또 "맥락을 제공하라"며 이번 총격 사건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며 아시아·태평양계 공동체에 공포가 고조된 가운데 벌어졌다는 맥락 속에서 보도하라고 권유했다.

아울러 "반(反)아시아계 인종 차별주의와 보이지 않음(invisibility)을 이해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인종 차별주의는 고도로 미묘하고 복잡했으며 역사적으로 잘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아시아계 인종 차별주의에는 아시아 여성을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 해온 오랜 역사도 포함된다고 짚었다.

지침은 이밖에 아시아·태평양계 전문가와의 인터뷰와 발언 인용을 통해 뉴스의 취재원을 다양화하고, 아시아·태평양계 동료 언론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지지해주라고 권고했다.

 이 지침이 발표된 뒤 AAJA의 홈페이지에는 접속량이 폭주하며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AAJA 멤버이자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미셸 예 히 리는 "AAJA의 홈페이지가 다운된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라며 "올바르게 뉴스를 보도하겠다고 결의한 언론인들에게 감사하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NBC 뉴스의 기자 키미 얌은 18일 방송에 나와 "미국에는 '아시아 여성들은 성적으로 일탈적이고 순종적이며 유순하다'는 지배적인 고정관념이 있다"며 역사학자들은 법규와 정책, 제국주의 역사 등으로 이런 고정관념이 형성됐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얌은 특히 이런 왜곡된 인식의 뿌리가 1875년 동아시아 여성이 성매매를 위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입국을 금지한 '페이지 법'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는 학자들의 지적을 전했다.

 

CBS 뉴스의 앵커 프랜시스 왕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여성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한 동영상을 올려 동료 언론인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기자인 세실리아 강은 17일 트위터에 "'모델이 되는 소수인종' (model minority) 신화를 폭발시켜야 한다"며 "'타이거 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이것 중 어느 것도 내 양육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썼다.

태평양에 있는 '마리아나 제도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터넷 매체 복스의 기자 레이철 라미레스는 16일 백인 우월주의가 미국의 흑인과 아시아계를 분열시켜왔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라미레스는 트위터에서 "(아시아계를 지칭하는) '모델이 되는 소수인종'부터 (흑인을 가리키는) '검은 범죄 행위'라는 고정관념에 이르기까지 백인 우월주의는 오랫동안 흑인과 아시아계 공동체를 분열시키려 해왔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사건들이 예전보다 높은 수준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아시아계 언론인들의 증가를 지목하기도 했다.

 NBC 뉴스의 키미 얌 기자 [출처=NBC 뉴스 화면.

유럽 등에서 증가세…이전부터 '암적 존재', 코로나19 사태가 기름 부어

 

21일 미국 뉴욕주(州) 뉴욕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 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한 한국계 시위자가 '혐오는 바이러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 아시아계 6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넘어 서구사회 전반에 퍼진 반 아시아계 정서 및 증오범죄 문제가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유럽과 호주 등에서 일상 속 증오범죄를 겪은 아시아계 목소리를 21일 전했다.

영국 런던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9월 인종 또는 종교를 이유로 동아시아계에 가해진 증오범죄는 222건으로 재작년 동기(113건)보다 95% 증가했고 2018년(105건)에 견줘선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작년 6월 영국 내 소수인종 1천27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중국계 3분의 1 이상이 인종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또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중국계 호주인 1천4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7%가 최근 1년 사이 중국계여서 차별적 또는 비우호적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모욕적인 이름으로 불린 적 있다는 응답자는 31%였고 물리적 공격이나 위협을 받았단 응답자는 18%였다.

반아시아계 증오범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기 시작한 작년에만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재작년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국민 2.9%가 증오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재작년 파리에서만 이틀에 한 번꼴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발생했다는 시민단체 추산이 나왔다.

다만 코로나19가 반아시아계 증오범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맞다.

CNN은 "일부 서구 정치인은 지난해 코로나19와 중국의 연관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반중국 발언을 늘렸다"라면서 "이런 상황에 동아시아계와 남동아시아계가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한다"라고 전했다.

아시아계가 털어놓는 경험들은 증오범죄가 일상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서 유학 중인 싱가포르인 케이 렁은 길에서 꽃을 사달라는 상인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거리에서 더 많은 눈초리가 느껴지긴 하지만 인종차별이나 모욕이 새롭지는 않다"라면서 "2016년 런던에 유학 온 이후 늘 마주했다"라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 토마스 시우는 작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증오범죄를 겪었다.

그는 작년 3월 남성 2명이 코로나19 관련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자 이전에 여러 번 비슷한 일을 겪었던 터라 소리치며 맞받았다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당했다.

시우는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인종차별이 항상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중국계 펑왕은 지난 2월 동네에서 달리기하던 중 자신에게 '중국 바이러스' 등 인종적인 모욕을 가한 남성 4명에게 항의했다고 폭행당했다고 CNN에 밝혔다.

그는 "가해자들이 나를 동물처럼 대했는데 그들이 한 짓은 문명이 아니며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져서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전역서 최소 73명 목숨 잃어"…만달레이 26명·양곤 13명

시위 현장 부근이나 집에 있다가 무차별 총격에 희생

 

미얀마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 [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7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지난 2월 15일부터 석달간 미얀마 전역에서 적어도 73명의 어린이들이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고 국민통합정부(NUG) 인권부 발표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중 다수는 시위 현장 부근에서 숨졌고 일부는 집안이나 근처에서 놀다가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6살의 소녀 킨 미오 칫은 아빠에게 안겨있다가 집안에 들이닥친 군경이 쏜 실탄에 맞았고, 11살 소녀 에 미앗 투는 집 앞에서 뛰어놀다가 머리에 총을 맞았다.

지역별로는 2대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사망자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13명이 숨졌다.

 

소수민족 반군과 미얀마군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서부 친주나 중부 사가잉 지역, 동부 카야주 등에서 사망한 어린이들은 이번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국민통합정부 인권부는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숨진 소수민족 어린이들까지 포함해 새로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에도 카친주 모마욱에서 13살 된 아웅 데가 정부군의 포격에 목숨을 잃었다.

 

친주 떼딤에서도 최근 폭탄 공격으로 10살 어린이가 숨지고 6살, 10살 된 어린이 두명이 다쳤다.

한편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저항 시위를 유혈진압하면서 지금까지 828명이 숨졌다.

 

토탈, 미얀마 합작회사에 현금지급 중단…"군부 자금줄 끊겨"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형 에너지기업 토탈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돈줄로 꼽히는 합작 법인에 현금 지급을 중단했다.

토탈은 미얀마 군부가 관리하는 국영 석유·가스 회사 MOGE 등과 합작으로 설립한 가스 수송회사 MGCT의 지난 12일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안정한 미얀마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주주들에게 현금 분배가 중단된 시점은 지난달 1일부터로 볼 수 있다고 토탈은 설명했다.

 

MGCT 지분은 토탈이 31%, 미국 정유 기업 셰브런이 28%, 태국 국영 석유기업 PTTEP가 25%, MOGE가 15%씩 나눠 갖고 있다.

MOGE가 천연가스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 수익은 미얀마 군부로 흘러 들어가기에 국제 시민·인권단체는 토탈과 셰브런 등에 대금 지급 중단을 촉구해왔다.

 

토탈은 "미얀마에서의 폭력과 인권유린을 규탄한다"며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이 미얀마 군부를 제재한다면 이를 따르겠다고 했다.

다만 토탈은 미얀마와 태국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가스 생산은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MGCT 송유관은 토탈이 운영하는 야다나 가스전(田)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태국까지 전달한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항의하는 시민들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의 비극…'유혈진압' 형은 승진, '반 군부' 동생은 고문사

동생 1988년부터 민주화운동…형은 쿠데타 후 차관 겸 경찰청장

 

군경에 끌려갔다 숨진 꼬 모 소 흘라잉(왼쪽)과 내무차관 겸 경찰청장인 형 [이라와디 캡처]

 

쿠데타 군사정권의 핵심 인사를 형으로 둔 한 민주화운동 인사가 군경에 체포됐다가 사망했다.

2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온 꼬 소 모 흘라잉(53)이 이틀 전 사망했다.

꼬 소 모 흘라잉은 지난 22일 바고 지역의 자웅 투 마을에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군부 정보원의 밀고로 체포됐다.

그는 체포 당시 군경이 휘두른 총 개머리판에 머리를 심하게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 밤에 그의 아내는 남편이 숨졌다는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았다.

 

꼬 소 모 흘라잉의 친구들은 그가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굳은 정치적 신념 때문에 고문을 당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부터 민주화 관련 활동을 해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1988년 당시 군사정권에 저항한 첫 학생 무장단체인 전(全)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에서도 활동했다.

이후 그는 아웅산 수치 석방을 요구하는 학생 운동 등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13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석방 이후 그는 바고 지역에서 지역 개발과 주민 복지를 위한 활동을 벌였고, 아이들에게 무료로 가르치기도 했다.

 

이는 군부 핵심 인사로 악명이 높은 형과는 전혀 다른 삶이라고 매체는 보도했다.

형인 딴 흘라잉 중장은 2월1일 쿠데타 이후 내무부 차관 겸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쿠데타 이후 군경이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 자행한 잔인한 유혈진압의 원흉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군경 폭력에 사망한 이는 827명에 달한다.

꼬 소 모 흘라잉과 함께 옥살이했던 한 정치범 출신 인사는 매체에 "그의 가족은 군부 출신이었지만, 그는 전 생애를 통해 시위 참여부터 학생 무장단체 가입 등에 이르기까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했다"며 추모했다.

그는 아내와 다섯 자녀를 두고 있다.

 

"수치, 미얀마서 무슨일 일어나는지 알지 못해…모든 정보 차단“

쿠데타 넉달만에  변호인들 첫 접견…"어디서 지내는지조차 정확히 몰라"

군부 민주진영 정당 NLD 강제해산 방침  "국민 있는 한 존재할 것" 비판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이 쿠데타 이후 벌어진 유혈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현재 가택연금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를 정도로 철저한 '정보 통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쿠데타 113일째인 24일 처음으로 가택연금에서 벗어나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부가 수치에게 뒤집어씌운 각종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위해서다.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가택 연금했다.

수치 고문은 이후 불법 수입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수치 고문은 이날 공판에 앞서 변호인단과 약 30분간 접견했다.

공판은 그동안 화상으로만 진행돼 수치 고문이 가택연금 이후 변호인단과 직접 만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변호인단이 접견 후 언론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변호인단을 이끄는 킨 마웅 조는 접견 후 언론과 만나 수치 고문이 건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치 고문은 현재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가택연금 돼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또 수치 고문이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dpa 통신은 변호인단이 "수치 고문은 지금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수치 고문은 또 접견 과정에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은 국민을 위해 창당됐기 때문에 국민이 있는 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이는 지난 21일 군사정권 연방선관위가 작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총선에서 압승한 NLD에 대한 강제 해산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NLD는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당시 수치 고문이 야당 인사들과 창당했으며, 이후 각종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군부에는 '눈엣가시'다.

 

한편 AFP 통신은 공판이 진행된 특별법정 인근에는 경찰 트럭들이 길목을 막아서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변호인들은 수치 고문과 접견장에 군부 측에서 배석하지는 않았지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 일원인 민 민 소는 수치 고문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는 항상 머리에 꽃을 꽂았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7일로 예정됐다.

앞서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2일 공개된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수치 고문이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수일 내로 재판에 출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휘발유 뿌려 불태우고, 흉기로 찌르고'…미얀마 테러 공포 확산

     NLD 의원 피살…'저항 운동' 시인 휘발유 테러 당해 숨져

     같은 수치 고문 이끄는 당 소속 의원도 군부에 체포돼

 

         피살된 NLD 소속 하원의원인 사이 깐 눈 [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폭력중단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괴한에 의한 테러가 연일 발생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현지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하원의원인 사이 깐 눈이 지난 15일 오후 샨주의 코 야웅 마을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시뽀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된 그는 피습 당시 여행중이었다.

아직까지 용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NLD 소속 정치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NLD 마궤 지역위원장과 17살된 조카딸이 군부와 연계된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군부에 의해 체포된 3명의 NLD 소속 정치인들도 구금중 사망한 바 있다.

 

지난 14일 오후에는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 시인 세인 윈(60)이 괴한으로부터 휘발유 테러를 당해 숨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괴한은 윈의 머리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인뒤 달아났다.

윈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결국 숨졌다.

 

그는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몽유와에서 반군부 거리 시위에 참여했으며, 젊은 시위 지도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한명이 군부에 의해 추가로 구금됐다.

 

NLD 소속인 틴 민 투 의원이 이틀전 집에서 체포됐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에야와디주의 판타나우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구금된 사람은 3천998명에 달한다.

 

미얀마군 포탄·자동소총에 시민군 19세기 엽총으로 맞서

 "정부군, 민닷서 인간방패 내세우고 민간인 조준 사격“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길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지키자"며 전국 곳곳에서 시민방위군과 자경단이 조직되고 있다.

정부군이 포탄·자동소총에 헬기·드론까지 띄워 시민군 토벌 작전을 벌이는 반면 시민들은 19세기 기술로 만든 조악한 사제총기로 맞서는 상황이다.

 

17일 이라와디 등 미얀마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정부군은 지난 15일 서부 친주 산악지역 민닷(Mindat) 지역을 포위하고 헬기를 투입한 공중작전과 지상 작전을 펼쳐 민간인 최소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 민닷 지역 시민군 8명이 숨지고, 20명 정도가 다쳤다.

 

약 2만명의 주민이 사는 민닷 지역은 쿠데타 발생 후 주민들이 시민군을 조직해 군경과 무력 충돌을 빚어왔다.

미얀마 군부는 민닷 지역에서 군경 사망자가 늘자 이달 13일 해당 지역에 계엄령을 내린 뒤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시민군 소탕 작전을 벌였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군부가 포탄과 헬리콥터를 사용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민간인들을 구하기 위해 전술적으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친주의 인권단체(CHRO)는 "군인들은 민닷 지역을 공격하면서 민간인을 조준 사격하고, 인간방패로 내세우는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정부군은 민닷 지역 시내로 진입하면서 주민들을 무차별 검거한 뒤 최소 18명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고, 시민군들이 이들 때문에 반격할 수 없어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16일 오전 정부군 150명을 수송하는 차량 9대를 공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사제 공기총으로 군경과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AP=연합뉴스]

 

이처럼 시민군이 목숨을 걸고 정부군에 저항하고 있지만, 무기부터 차이가 크다.

시민군이 들고 싸우는 무기는 19세기 방식으로 집에서 만든 엽총, 사제폭탄뿐이지만 정부군은 기관총과 자동소총, 수류탄, 유탄발사기까지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군경은 시민들의 무장 저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싹을 잘라야 한다'는 전략으로 초기 진압에 집중했지만, 총을 드는 시민은 점점 늘고 있다.

칼레이 지역 시민군은 "우리는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 대원 10명이 있다고 치면 6명만 사냥총, 공기총이 있고 나머지는 그마저 없다"며 "하지만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니 지역 시민군은 "정부군과 맞붙은 날 우리 대원 중 일부는 공기총을, 나머지는 새총을 들고 있었다"며 "우리가 가진 공기총은 한 번 쏘고, 다시 장전해 쏘는데 3분이 더 걸린다. 재장전하는 동안 새총을 열심히 쏘긴 했지만, 약 4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민닷 지역 시민군 소탕 작전을 접한 양곤 주재 미국 대사관은 "군부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 민간인에 대한 전쟁 무기 사용은 정권이 권력 유지에 얼마나 깊이 빠져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성명을 냈다.

 

미얀마 반군부 시인, 휘발유 부은 괴한에 산채로 불태워져

목격자 "머리 위로 휘발유 붓고 불 질러"…시인들 잇따라 참변

 

             괴한이 머리에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붙여 숨지게 한 시인세인 윈.[SNS 캡처]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정권 반대 활동을 해온 미얀마의 한 시인이 몸에 휘발유가 부어진 채 산채로 불태워졌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16일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사가잉 지역 몽유와에서 지난 14일 오후 시인인 세인 윈(60)이 끔찍한 죽임을 당했다.

윈의 친구이자 목격자인 따잉 아웅은 매체에 "14일 오전 내 집에서 윈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오더니 휘발유를 그의 머리 위에 붓고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나는 소리를 지르고 윈의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윈은 즉시 몽유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그날 밤 오후 11시께 숨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윈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세운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오랜 지지자였으며, 1998년 민주화운동 당시부터 정치권에서 활동해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에는 몽유와에서 반군부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젊은 시위 지도자들과도 관계가 밀접했다고 미얀마 나우는 설명했다.

윈은 자선단체에서 일했고, 시를 쓰는 것도 좋아해 여러 잡지에 그의 시가 실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범죄를 저지른 이는 아웅 코로 신원이 밝혀졌지만, 전날까지 경찰에 잡히지 않은 상태다.

몽유와의 한 동료 시인은 미얀마 나우에 "이번 사건의 동기가 사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일일 보고서에서 "이런 잔혹 행위들은 군부에 반대하는 이들에 더 적대적으로 되고 있는 군사정권 테리리스트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군부가 배후인 범행으로 단정했다.

쿠데타 이후 대도시가 아님에도 반군부 거리시위가 꾸준히 이어진 몽유와에서는 쿠데타 이후 최소 9명의 시민이 군부의 폭력에 의해 사망했다.

이 중 시인인 크 자 윈과 찌 린 아이가 지난 3월 거리시위 도중 총격에 희생됐으며, 몽유와에서 활동하며 작품을 통해 반 쿠데타 운동을 벌이던 시인 켓 띠도 최근 군경에 끌려가 신문을 받다가 장기가 사라진 채 주검으로 되돌아왔다.

켓 띠는 "그들은 우리의 머리를 쏘지만, 혁명은 우리 심장에 살아있음을 모른다"는 등의 시로 반군부 저항 의지를 북돋웠다.

 

미얀마 반군부 시인 구금 중 사망…아내 "장기 없는 시신으로"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 시민 780명 사망…시인 최소 3명 포함

 

반군부 미얀마 시인 구금 중 사망…아내 "장기 없는 시신으로" [트위터 @mininilay]

 

미얀마 반군부 활동을 벌이던 시인이 군경에 끌려가 고문받은 뒤 장기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다고 가족이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미얀마 현지 매체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사가잉 지역에 사는 시인 켓 띠(Khet Thi)가 아내와 함께 무장 군경에 끌려갔다.

 

켓 띠는 "그들은 머리를 쏘지만, 가슴 속의 혁명은 알지 못한다"는 문장을 쓰는 등 작품을 통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저항'을 표시해왔다.

켓 띠의 아내는 "지난 토요일 군경에 끌려가 남편과 떨어져 각각 신문 받았다"며 "그들은 다음 날 아침 내게 전화해 몽유와의 병원으로 와 남편을 만나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도착했더니 남편은 영안실에 있었고 장기가 제거돼 있었다"며 "병원 측은 남편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지만 조작한 것이 분명하기에 사망진단서를 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의 아내는 "군인들이 남편의 시신을 매장하려 했지만, 시신을 제발 돌려달라고 간청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시민 누적 780명 사망" [AAPP 트위터]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켓 띠는 신문소에서 고문을 당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켓 띠의 친척들은 시신에 고문당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외신들이 사실 확인을 요구했으나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군경에 끌려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온 시민은 켓 띠가 처음이 아니다.

 

특히, 시신을 돌려받고 보니, 장기가 사라졌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네티즌들이 군경의 '장기 탈취 밀매' 의혹을 제기하며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시신의 가슴 부위나 배 부위에 길게 봉합한 자국이 있다.

 

           "반환된 시신에 봉합 자국…군경의 장기 밀매 의혹" [트위터 @ThinOhn1]

 

미얀마에서는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반군부 시위대를 유혈진압 하면서 시민 780명이 숨지고, 4천899명이 체포됐다.

각계각층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문화계 인사들도 열정적으로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했다.

 

켓 띠를 포함해 미얀마 시인 최소 3명이 군경에 살해당했다.

3월 초 몽유와에서 반군부 시위에 참여하다 총에 맞아 숨진 시인 크 자 윈(39)과 켓 띠는 친구 사이였다.

켓 띠는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시를 쓰는 일에 집중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만들어 팔았다.

그는 쿠데타 발생 후 쓴 시에서 "나는 불의를 지지하고 싶지 않다. 만약 내게 살 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1분을 내 양심을 깨끗이 하는 데 쓰고 싶다"고 적었다.

 

미얀마 군부, 시위대 잡으려 생후 20일 신생아까지 인질로

남은 아들엔 "아빠한테 전화해라"…인권단체 "인질 60명 달해"

 

군경의 시위대 색출 과정에서 붙잡힌 양곤 시민들. [AFP=연합뉴스]

 

쿠데타 반대 시위 및 시민불복종 운동 지도부 검거에 진력 중인 미얀마 군부가 생후 20일밖에 안 된 신생아까지 인질로 데려가는 반인도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8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남부 몬주 무돈 지역에서는 군경이 대규모 수색 작업을 펼쳤다.

반군부 거리시위를 주도해 온 딴 윈을 포함, 시위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군경은 딴 윈을 찾지 못하자 집에서 그의 부인과 생후 20일 된 신생아를 데려갔다.

 

한 주민은 매체에 "딴 윈은 은신 중이라 당시 집에 없었고 부인과 아들 그리고 신생아만 있었다"면서 "군경은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부인과 그 아기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군경은 그러면서 남아있는 아들에게는 아빠에게 전화해 자신들이 엄마와 동생을 데려갔다고 말하라고 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공무원이나 반군부 거리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서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6일 오전에도 이라와디 지역 파떼인에서 수배 중이던 시위대를 찾지 못하자 군경이 어머니와 동생을 데려갔다.

 

이라와디는 앞서 지난달 말 사제폭탄 제조 혐의로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을 체포하지 못하자, 군경이 그의 60대 어머니와 28살 형을 인질로 잡아간 뒤 2주간 행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AAPP는 "군사정권은 매일 시민들을 인질로 잡아가고 있다"며 "7일 현재 59명이 인질로 잡혀간 상태"라고 말했다.

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군경 폭력에 희생된 이는 774명이며, 체포·구금된 이는 4천849명에 달한다. 

 

"무장 시민들, 미얀마군 16명 사살"…시민방위군 위력 과시?

"재래식 소총 무장 200여명 총격전…지뢰로 미얀마군 차량도 파괴"

 

사제 공기총 등으로 군경과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AP=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무장한 시민들이 군과의 교전에서 최소 16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6~7일 이틀간 사가잉 지역의 카니구(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미얀마군 최소 16명이 숨지고 일부가 부상했다고 지역민들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7일의 경우, 미얀마군이 시민군 수색 작업을 벌이다 시민군과 충돌하면서 5차례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지역민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 최소 8명과 시민군 7명이 숨졌다.

 

6일에는 여러 마을에서 온 200명 이상의 시민저항군이 사제 격발식 소총으로 무장한 채 친 뒨 강에서 선박에 폭발물 등을 싣고 온 미얀마군과 수 시간 동안 총격전을 벌였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또 같은 날 오전에는 지뢰를 이용해 미얀마군이 타고 있던 차량을 공격, 차량이 불에 타기도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 8명과 시민 2명이 각각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니 지역 한 시민군은 매체에 "선출된 문민정부가 돌아올 때까지 그들과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달레이에서 사제 공기총을 들고 시위에 나선 시민. [EPA=연합뉴스]

 

시민들의 무장 투쟁은 지난 5일 미얀마 민주 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가 군부 유혈 탄압에 맞서기 위해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했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관심을 끈다.

NUG는 시민방위군 구성과 관련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북서부 사가잉 및 중부 마궤 지역, 그리고 북부 친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저항군과, 반군 캠프에서 군사 훈련을 받는 미얀마 청년들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와 관련,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 대변인인 카웅 텟 소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무장 투쟁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텟 대변인은 "어떠한 범죄행위도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대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그들을 소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렌민족연합(KNU) 캠프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이들. [로이터=연합뉴스]

 

내전 양상 짙어지는 미얀마... 카렌 반군 "한달간 군인 200명 사살"

카렌 반군 미얀마군 400여차례 충돌… "카렌해방군 통합정부 지지 증명" 

"대령 등 미얀마군 194명 숨지고 220명 부상…카렌군은 19명 사상 그쳐"

 

카렌 반군이 살윈강변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불태우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소수 카렌족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군과 한 달여 동안 400여 차례 충돌해 약 2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양 측은 카렌민족연합(KNU)의 군사조직인 카렌민족해방군(KNLA) 5여단이 3월 말 미얀마군이 차지하고 있던 띠무타 지역 한 전초기지를 점령한 뒤로부터 카렌주는 물론 바고 지역에서도 충돌을 거듭해왔다.

5여단은 4월 말에는 태국 매홍손주와 국경을 형성하는 살윈강변의 전초기지를 점령하기도 했다.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KNLA 5여단 공보 대변인 소 클레 도 중령은 카렌주 매체 카렌공보센터에 3월27일부터 이달 초까지 양 측간 407차례 충돌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 대령과 중령을 포함해 194명이 숨지고 220명이 부상했으며, KNLA 측에서는 9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고 도 대변인은 말했다.

한 달여 기간 미얀마군은 KNLA 5여단이 활동하는 지역에 27차례 공습을 했고, 47차례 포격을 가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카렌민족연합(KNU) 반군들이 열병식을 하는 모습. [KNU 제공/AFP=연합뉴스]

 

또 미얀마군은 KNLA 지역이 아닌 민간인 마을과 농지에 575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습으로 민간인 14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했으며 가옥 20여 채와 학교 두 곳이 부서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 대변인은 지난달 이라와디에 KNLA의 미얀마군에 대한 공격은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인사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카렌주 파푼 지역과 바고 지역의 슈웨 찐, 냐웅레빈구(區) 등에서 쿠데타 및 공습으로 인해 4만명 가량이 집을 떠나 피신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또 노약자와 환자 등 약 1천명은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포 폭탄 · 헬기 격추 · 경찰서 급습 … 내전 양상

군부 맞설 ‘시민방어군’ 창설…‘무력투쟁’ 언급 없어

국민통합정부 “연방군 창설로 이어질 것” 설명

 

 

미얀마 군부에 맞서 출범한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군 조직을 만들었다고 5일 밝혔다.

 

국민통합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군부의 폭력과 공격으로부터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방어군’을 창설했다고 발표했다. 국민통합정부는 ‘시민방어군’이 연방군 창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으며 군과 본격적으로 무력투쟁을 벌일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사이에서는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연방군 창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현재 미얀마 곳곳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사제 무기를 들고 정부군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김소연 기자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국영 석유회사·은행 제재해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군사 정부 자금줄' 압박 촉구

 

군부 해임에 불복한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국영 석유가스기업과 은행을 제재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4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나와 군부가 소유한 미야와디은행을 비롯해 국영 미얀마석유가스회사(MOGE) 및 외환거래은행(MFTB)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MOGE는 미국 쉐브론, 프랑스 토탈 등 거대 석유화학업체들과 미얀마 근해에서 가스전 합작 사업을 진행하면서 군부에 자금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고, MFTB는 미얀마 군부를 위한 외환 거래를 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쿠데타를 주도한 군 장성들과 가족 및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상대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초 모 툰 대사는 "미얀마는 현재 민주주의의 장애물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현 위기는 지역 평화와 안보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시위 유혈진압 등 군사 정부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앞서 미 상원 의원들은 지난달말 MOGE에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바이든 행정부에 보냈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의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 등 6명의 상원 의원들은 서한에서 미얀마 정부의 외화 자산 동결과 MOGE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NLD의원·시민불복종 참여 경찰 3명 사망…"상자 열자 폭발물 터져"

카친 반군, 공습 헬기 격추해 3명 숨져…경찰서도 급습해 서장 숨져

 

미얀마군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연기가 나는 모습. [트위터 캡처]

 

미얀마에서 정체 불명의 폭발로 반(反)군부 진영 인사 5명이 한꺼번에 숨지고, 반군 공격으로 군경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등 내전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4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바고 지역 내 피(Pyay) 마을의 한 가정집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지역구 의원과,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해 온 경찰 3명 그리고 집주인 등 모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쿠데타 이후 이 집에 숨어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포 폭탄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한 지역 소식통은 매체에 "내가 알기로는 그들이 상자를 열자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마을 주민은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군경들이 탄 트럭 10대 가량이 마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앞서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최근 원인 미상의 폭발이 수 십 건 이어졌다.

군부는 이에 대해 사회 안정을 원하지 않는 폭도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해 왔다.

한편 북부 카친주에서는 반군 무장조직인 카친독립군(KIA)이 전날 오후 8시께 바모 지역의 경찰서를 급습, 만시구(區) 경찰서장이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KIA군의 경찰서 급습 과정에서 총격전도 벌어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KIA 공보 담당인 노 부 대령은 이라와디에 경찰서 습격 사실을 확인했다.

노 부 대령은 매체에 "경찰도 시민들에 대한 폭력에 책임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경찰도 군과 똑같다. 그래서 경찰서를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KIA는 전날에는 카친주 모마욱 지역에서 공습에 참여한 미얀마군 헬리콥터를 격추, 타고 있던 3명이 숨졌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소수민족 무장 조직이 공습을 벌인 미얀마군 항공기를 격추한 것은 쿠데타 이후 처음이다.

 

카친 반군, 공습 나선 미얀마군 헬리콥터 첫 격추

반군 점령 고지 기지 탈환하려 잇따라 공습 진행

 

미얀마 카친 반군이 3일 미얀마군 헬리콥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친독립군(KIA)은 이날 오전 10시께 북부 카친주 모마욱에서 공습에 나선 헬리콥터 1대를 격추했다고 KIA 공보장교인 노 부 대령이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밝혔다.

 

노 부 대령은 "격추는 오전 10시20분께 이뤄졌으며, 이 공격으로 함께 비행하던 전투기 2대는 달아났다"고 말했다.

미얀마군이 제트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공습에 나서자, 이에 반격하는 과정에서 헬리콥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한 명도 이라와디에 "꼬리회전 날개에 (총탄을) 맞고 헬리콥터가 추락했다"면서 "꼬리회전 날개에서 연기가 나는 걸 봤다"고 말했다.

 

2월1일 쿠데타 이후 공습에 나선 미얀마군 군용기가 격추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2시께에는 KIA 반군이 군용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바모 비행장에 포 공격을 하기도 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카친주에서는 KIA가 모마욱 지역 내 중국 국경과 인접한 고지의 알로붐 기지를 지난 3월25일 점령한 뒤 이를 재탈환하려는 미얀마군의 공습이 6차례나 이어지는등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군은 기지 점령에 실패했고 지난 29일 하루에만 카친독립군의 반격으로 20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보도했다.

 

양 측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인근 10개 마을 주민 5천명 이상이 집을 떠나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지에 있는 알로붐 기지는 KIA 사령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군사시설로, 주도인 미치나와 바모 사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는데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시위대 최소 8명 사망…아세안과 ‘폭력 중단’ 합의 뒤 최악

제2차 봄의 혁명 날…1~2일 만달레이·사가잉 등서 군경 총격에 희생

 

2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의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시민들이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 전역에서 1~2일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군부가 이를 강경 진압해 적어도 8명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미얀마 군부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 합의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2일 미얀마 현지 매체 <킷 팃 미디어>와 <미지마>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만달레이와 샨주 등에서 1~2일 수천~수만명이 참여하는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군부는 총격을 가하는 등 강경 대응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일에는 샨주 쿠카잉 지역의 자동차 부품 판매상이 사복 군경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2일에는 사가잉주의 웻렛 지역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고, 만달레이에서도 군경 총격으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샨주 티보와 나웅초에서는 각각 1명이 사망했고, 카친주 파칸 지역에서는 머리에 총상을 입은 남성이 사망했다.

 

미얀마에서는 2일을 ‘제2차 봄의 혁명의 날’로 정하고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미얀마뿐만 아니라 한국 창원 등 세계 15개국 31개 도시에서 ‘세계 미얀마 봄 혁명의 날 공동행동’으로 같은 집회가 열렸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군경의 경비가 삼엄해 시위대가 갑자기 모였다가 흩어지는 방식으로 시위를 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24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즉각적 폭력중단’ 등 5개 조항에 합의한 바 있는데, 합의 이틀 만인 지난달 26일 3명의 시민을 사살해 사실상 합의를 백지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30일 아세안과의 ‘폭력 중단’ 합의에도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미얀마는 폭력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군부의 유혈진압, 체포와 고문에도 불구하고 민주세력의 저항운동이 계속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운영이 정지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아세안 '폭력 중단' 합의 당일에도 미얀마 시민들 총 맞아 숨져

청년과 50살 시민 등 2명 사망·다른 청년 1명 부상

"총 맞아 의식 불명인 상태서도 마구 구타"

 인권단체, 아세안 정상회담 실효성에 의문

 

       24일 미얀마 만달레이 찬미야타지 마을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쓰러진 한 청년.[미얀마 나우 캡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폭력 중단'에 합의한 24일에도 군경의 총격으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25일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전날 중부 만달레이 지역의 찬미야타지 마을에서 한 청년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군경이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상대로 검문에 나서자 한 청년이 군경의 주의를 분산하기 위해 도로에서 타이어에 불을 질렀다.

이에 군경은 사격을 가해 현장에서 청년을 살해한 뒤 곧바로 시신을 차량에 옮겨 싣고 사라졌다.

한 목격자는 "청년이 총에 맞아 쓰러진 뒤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경찰은 그를 마구 때렸다"면서 "시신을 옮긴 뒤에는 청년이 도로 위에 흘린 피를 씻어냈다"고 전했다.

 

       구조대원들이 24일 마하 아웅미아이에서 총상을 입은 청년을 구급차에 싣고 있다.

 

인근 마하 아웅미아이 마을에서도 군경은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군경은 반군부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사격을 가해 20살 청년이 등과 가슴에 총상을 입었고 5명이 체포됐다.

구조대원은 "청년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인근 주민이었다"고 말했다.

또 체포된 시민들은 현장에서 소총 개머리판으로 마구 두들겨 맞았다고 전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

AFP통신은 군경이 이곳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50세 시민을 붙잡은 뒤 사살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날에 적어도 시민 1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AAPP는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무고한 시민과 평화 시위 참가자들이 살해되고 다쳤다"고 전하면서 "군부가 계속 테러를 자행한다면 아세안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이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은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이번 합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지금까지 748명이 숨지고 3천389명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대표들은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미얀마를 대표해서는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의 리더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참석했다.

 

미얀마 저항운동 청년리더 '판다' 징역 28년형 위기

살인·불법 집회·감금·납치·선동 5개 혐의

모친 "사건 당일 집에 은신…증거 없어"

 

반군부 시위를 이끄는 웨이 모 나잉과 체포 후 그의 모습.

 

최근 미얀마 군경에 체포된 젊은 시위 지도자 '몽유와의 판다' 웨이 모 나잉(26)이 살인 등의 혐의로 최대 징역 28년형이 선고될 상황에 처했다.

25일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 법원에서 지난 23일 열린 웨이 모 나잉에 대해 살인, 불법 집회, 감금, 납치, 선동 등 5개 혐의가 적용됐다.

혐의가 모두 확정되면 최대 28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그의 변호인은 "당국이 의뢰인 접견을 막고 있으며 구금 장소도 모른다"면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만 알 뿐"이라고 전했다.

웨이 모 나잉은 지난 3월말 발생한 경관 2명 살해 사건에 연루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범죄에 연관된 증거는 없으며, 사건 당일 집에 숨어있었다고 웨이 모 나잉의 어머니는 전했다.

다음 심리는 내달 5일 열린다.

 

살이 찐 외모 때문에 '몽유와의 판다'라고도 불리는 웨이 모 나잉은 몽유와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몽유와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이끌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 15일 오토바이를 탄 채 시위를 벌이다 갑자기 돌진한 민간 차량과 충돌해 길바닥에 쓰러진 뒤 군경에 의해 끌려갔다.

이후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얼굴에 피멍이 들어 있는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군부가 공개하면서 가족과 지인들은 그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마워요, 한국”…미얀마 시민 SNS 캠페인 퍼져

 

한 미얀마 시민이 페이스북에 ‘#고마워요 한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공유한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고마워요, 한국(#ThanksKorea)”

 

미얀마 시민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와 함께 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글과 사진을 게시하는 ‘고마워요 한국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한결 같이 지지해 온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려는 취지다.

 

한 미얀마 청년은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한글로 올린 ‘고마워요 한국 캠페인’이라는 글에서 “현재 미얀마를 응원해주고 같이 싸워주고 있는 한국에 대한 미얀마 청년들의 서툰 감사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마음속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통해 한국이 얼마나 좋은 이웃인지 뼛속까지 느꼈다”며 “이 악몽이 끝나고 미얀마의 봄이 찾아올 때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함께 게시한 두 장의 사진 속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에이포(A4) 용지에 인쇄한 손팻말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종이에는 한글로 ‘미얀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민주화 운동에(을) 지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미얀마를 웅(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트위터에서도 위와 같거나 유사한 ‘고마워요 한국’ 게시글이 공유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을 영어로 적은 글도 다수 눈에 띈다. ‘밀크티 동맹 미얀마’라는 영어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는 시민은 영어로 “미얀마에 있는 다수의 케이-팝/케이-드라마 팬덤과 시민들은 미얀마에 대한 한국의 아낌없는 지지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 미얀마 시민이 트위터에 ‘고마워요 한국’ 메시지와 함께 올린 사진. 트위터 갈무리

미얀마 시민들은 한국에 대한 감사 표명과 함께,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를 공식 합법 정부로 인정해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쿠데타 이전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꾸린 임시정부 성격의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지난 16일 국민통합정부 출범을 공표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시민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 집계를 보면, 쿠데타 이후 22일 현재까지 739명이 숨졌으며 3379명이 체포·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았다. 전정윤 기자

 

공포심 심으려…? 미얀마 청년들 고문당한 사진들 또 공개됐다

17일 양곤서 체포 … 공포심 조장하려 군부가 유출한 듯

군부 폭력 속 한국 가수 스컬의 미얀마 위로곡 잔잔한 호응

 

미얀마 소셜네트워크에 확산되고 있는 청년들의 사진으로, 17일 양곤에서 군경에 체포된 뒤 구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사가잉주 몽유와에서 지난 15일 ‘민주화 구심’ 웨이 모 나잉(26·몽유와의 판다)이 군경에 체포돼 구타 당한 사진이 공개된 데 이어,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청년 10여명이 고문 당한 사진이 퍼지고 있다.

19일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피디(PD)가 현지 해직 기자 네트워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양곤 얀킨의 행정시설이 폭탄 공격을 받은 뒤 군경이 당일 밤과 이튿날 아침 부근을 수색해 최소 10명의 청년을 체포했다. 얀킨에서는 지난 17일 오후 2시께 행정시설에서 사제 폭탄 세 개가 터져 군경 세 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이날 오후 4시15분께 양곤 우 위사라 도로의 입구에서도 또다른 폭탄이 터졌으나, 부상자는 없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한 소식통은 “군경은 한 명을 붙잡으면, 다음 집을 수색해 또 체포했다”며 “여러 곳에서 체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군경은 주요 교차로에서 차량도 수색해 체포했다.

이날 군경에 체포돼 구타당한 것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됐다. 얼굴에 상처를 입거나 피를 흘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사진은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얼굴이 망가졌다. 현지에서는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군경이 일부러 사진을 유출했다고 추정한다.

현지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를 보면, 2월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18일 현재까지 3229명이 체포·기소되거나 선고받았다. 미얀마 설 연휴 기간인 13~17일 최소 26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이날까지 총 737명이 숨졌다.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적인 잔학 행위 속에서, 한국 레게 가수 스컬이 부른 노래가 미얀마 시민들에게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스컬과 래퍼 겸 프로듀서 김디지가 미얀마 시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려고 만든 곡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모두 잘 될 거야)는 지난 15일 국내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는 지난달 초 시위 도중 숨진 19살 소녀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로, 미얀마 시위대의 희망을 상징한다.

 

19일 현재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6만여 회인데, 1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당신들의 위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등 미얀마 시민들이 단 댓글이 대부분이다. 현지의 한 한국 교민은 <한겨레>에 “인터넷 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데, 댓글이 많이 달려 놀랐다”며 “노래를 들은 주변 미얀마 친구가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소수민족 중요 변수로…반 군세력 · 군부 양쪽서 구애

‘소수민족과의 연대투쟁, 80% 성사’…임시정부 외무장관 밝혀
카렌 · 카친 등 최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방군’ 구성 논의
소수민족 시민도 반군부 시위와 연대 행진…일부는 군부 협력

 

20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진압에 맞서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친 채 서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미얀마 위기에서 소수민족들이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미얀마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버마족 중심의 중앙정부 통치에 맞서 무장투쟁 등을 벌여온 소수민족에게 반군부 세력뿐만 아니라 군부 역시 구애를 보내고 있다.

군부 쿠데타로 무너진 민간정부를 대신하는 ‘임시정부’를 표방하는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의 외무장관인 진 마 아웅 의원은 20일 <미얀마 나우>에 소수민족과의 반군부 연대투쟁에 대해 “우리는 거기에 약 80% 다가갔다”며 “우리는 하나의 단결된 목소리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는 지난 13일 군부독재를 타도하는 임시혁명정부를 표방하고는 소수민족 무장투쟁 조직들과 연대하는 반군부 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조직에서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된 만 윈 카잉 탄 전 상원의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이 혁명은 수십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고통받아온 모든 민족 형제들이 정말로 희구하는 연방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합치는 기회”라고 적었다. 소수민족에게 반군부 공동투쟁을 하자는 제안이다.

진 마 아웅 의원은 미얀마 내의 최대 소수민족이자 무장투쟁 조직을 갖춘 카렌족의 카렌민족연맹(KNU), 샨족의 샨주회복위원회(RCSS), 카친족의 카친독립군(KIA) 등 2015년 미얀마 중앙정부와 ‘범국가휴전협정’(ACA)을 맺은 소수민족단체들이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연합을 향해 일하는 것은 우리가 이 나라의 전반적인 열망과 양립하는 새로운 연방군 창설을 향해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군부에 맞서는 무장투쟁을 수행할 군사조직을 만드는 것임을 시사했다.

일부 소수민족 무장투쟁 조직들도 지난달 1일 군사 쿠데타 이후 군부와의 휴전협상을 중단하고는 반군부 투쟁을 표방하고 있다. 범국가휴전협정에 조인했던 10개 소수민족 대표들로 구성된 ‘평화 과정 조종팀’(PPST)은 쿠데타 이후 군부의 임시행정부인 ‘국가행정위’(SAC)와의 협상을 이달 초 전면 중단했다.

미얀마 내의 최대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친독립군은 지난달 중순 이후 군부와의 충돌이 잦아졌다. 지난 11일 이후부터는 카친주의 4개 마을에서 전투가 벌어져 수백명의 민간인이 피난한 상태이다.

반군부 시위에도 소수민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대 도시 양곤 도심에서는 지난 18일 소수민족들이 반군부 집회를 열었다. 그 이후 버마족 중심의 시위대와의 연대를 표방하는 행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카렌족 출신의 티나(25)는 “미얀마 국민들이 이처럼 강력한 연대를 보인 적은 없다”고 <닛케이 아시아>에 말했다.

다수 주민인 버마족 사이에서도 그동안 소수민족에 대한 홀대와 탄압을 방관하거나 지지한 것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거리에 나선 시위대 사이에서는 “미얀마 군부에 의해 행해진 로힝야 위기를 정말로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시위대들이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는 보도했다.

하지만 소수민족들이 반군부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부 소수민족 단체와 인사들은 군부의 화해 제안에 호응하고 있기도 하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소수민족과의 분쟁에서 일방적인 휴전을 발표하고, 일부 소수민족 단체와 인사들에 접근하고 있다고 <아세안 투데이>가 전했다.

카렌민족연맹의 전 고위 지도자였던 파도 만 녜인 마웅은 군부의 국가행정위에서 고위직을 수락했고, 카인인민당(KPP)의 의장 소 툰 아웅 민도 소수민족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속한 소수민족 대표단체들은 이들의 결정을 개인적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서부 연안 라카인주의 아라칸민족당(ANP), 몬족의 몬연대당(MUP)은 군부와의 협력을 표방했다.

소수민족과의 연대 무장투쟁을 추진하는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가 미얀마 내에서 대표성을 갖는지도 불투명하다. 이 단체가 임시정부를 표방하나, 아웅산 수치 쪽에서나 국제사회에서는 아직 호응이 없는 상태다. 버마족 사이에서는 소수민족에 대한 자치나 독립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소수민족과의 연대 무장투쟁이 군부의 탄압과 집권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배경이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