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계엄은 내란 아니"라는 지귀연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사후 비상계엄 포고문 작성' 등 드러났지만…
"절차 위반 어디까지 문제 삼을지 어렵다"

이진관 "친위쿠데타 독재 됐다"고 했는데…
지귀연은 장기독재 계획 공소사실 인정 안해

79세 한덕수도 사실상 정상 참작 안했는데
"65세 비교적 고령"이라며 기계적 양형 판단

김용군·윤승영 등 국헌문란 인식 없다고 무죄
부작위 등 지적한 앞선 재판부 판단보다 후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연합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12·3내란 발생 443일 만에 첫 사법 판단이 이뤄졌지만, 지귀연 재판부의 선고에서 드러난 현실 인식은 향후 내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 아닌지 우려를 낳는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강하게 질타하며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같은 법원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과도 차이가 컸다.

 

"원칙적으로 계엄 자체는 내란 아니다"
사후 비상계엄 포고문 등 드러났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절차 위반인 것이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 공판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 행사가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다"며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계엄 선포의 형식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형법 91조 2호에 따라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일단 실체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며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절차적 요건을 따지는 것도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로 삼을 수 있는지 (따지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지 부장판사는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이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행사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형법 91조 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
 

지 부장판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이 일으킨 12·3내란은 국회나 사법부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침해하는 목적의 비상계엄 선포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한 것이지, 원칙적으로 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12·3내란 당시 대통령실에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만드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뒤늦게 갖추려고 한 행위 자체가 스스로 실체적·형식적 측면에서 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재판부는 그 자체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인식한 셈이다.

 

또한 계엄법에서 정한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해 "일단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한 부분은 지 부장판사의 현실 인식이 평범한 국민들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정당성에 대해 별도 논의하자"며 단서 남겨

 

아울러 지 부장판사는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한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위법적이면 안 된다는 비유로 사용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계엄의 목적이 '경고성 메시지 계엄' '계몽령'이었다는 윤석열 쪽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 부장판사가 남긴 "(내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라는 단서는 향후 내란을 일으킨 목적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이진관 "친위쿠데타 독재 됐다"고 했는데…
지귀연은 장기독재 계획 공소사실 인정 안해

 

윤석열이 장기 독재를 위해 1년 전인 2023년쯤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 독재 계획의 증거로 제출된 '노상원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지 부장판사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친위 쿠데타는 독재가 됐다'는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크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하여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으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79세 한덕수도 사실상 정상 참작 안했는데
"65세 비교적 고령"이라며 기계적 양형 판단

 

또한 이 부장판사가 만 79세인 한 전 총리에 대해 양형에 참작하지 않고 강하게 질타하며 중형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에게 ▲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점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한 것 역시 사법부의 기계적이고 안이한 판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이 내란을 주도해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에게 "싸우자"며 계속해서 체제 전복을 꾀한 점이나, 여러 차례 재판에 불출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강하게 질타했어야 마땅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연합
 

이와 함께 지 부장판사는 양형과 관련해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라며, 윤석열 등에 의해 내란에 동원된 군인·경찰·공무원의 고통에 대해 길게 언급하기도 했다. 소극적으로 행동하며 내란에 동참하지 않았던 군인과 경찰 등을 고려했을 때 납득이 되는 지적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나 트라우마 등에 대해 평가가 없었다는 점은 내란의 직접적인 영향을 일부 관료 사회에만 국한한 것처럼 보인다.

 

이 부장판사가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한동안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던 장면과도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김용군·윤승영 등 국헌문란 인식 없다고 무죄
부작위 등 지적한 앞선 재판부 판단보다 후퇴

 

이 밖에 지 부장판사는 이날 전직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김용군과 전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지 부장판사는 김용군에 대해 "피고인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 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고, 윤승용에 대해선 "방첩사, 체포조 지원 등의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임을 (피고인들과) 공유하거나 인식하겠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국헌 문란의 목적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이는 이 부장판사가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같은 법원 형사합의 32부의 류경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헌 문란 목적을 알고도 가담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는데, 이와 비교해도 지 부장판사의 판단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에게는 징역 30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에게는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징역 3년). 괄호 안은 이날 선고받은 형량. 2026.2.19.

 

"내란 우두머리 '최저형' 무기징역 선고"
"엄중한 심판 내리라는 국민 명령 외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직후 국회에서 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우두머리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징역밖에 없다"며 "내란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최저형' 무기징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내란수괴에게 조희대 사법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를 선고함으로써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매우 미흡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사형이 아니라 무기로 양형을 고려한 이번 지귀연 재판부가 말했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점, 전과가 없고, 공직을 오래 수행하고, 비교적 6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무기를 했다'는 것은 이미 이진관 재판부에서 탄핵 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란 세력에 엄중한 심판을 내리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끝내 외면당했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2심, 대법원까지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불꽃 같은 눈동자로 감시할 것"이라며 "내란의 티끌 하나까지 법의 심판대로 모두 세우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과거와 결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종합특검을 통해서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진실도 밝혀내고 윤석열 내란 수괴가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윤석열, 1심 무기징역…"국헌문란 내란죄 인정"

 

중요임무 종사 김용현 전 국방장관 징역 30년
노상원 18년 · 조지호 12년 ·김봉식 10년 선고

재판부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죄 인정된다"
야당 때문에 계엄했다는 주장은 배척했지만…
"정당성에 대해 별도 논의하자"며 단서 남겨

윤석열 장기독재, 노상원 수첩 등도 인정 안해
"정치적 양분 돼 어마어마한 피해 발생" 질타
특별히 고통받는 군·경, 공무원 등 고통 언급

내란의 밤 막았던 일반 국민들 평가는 없어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윤석열은 이날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26.1.16. 연합
 

헌정사 초유의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443일 만에 이뤄진 첫 사법 판단이다. 내란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사형은 선고되지 않았지만, 한국이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법정 최고형 수준의 선고가 이뤄진 셈이다.

 

다만 재판부는 야당의 줄탄핵과 예산삭감 등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에 대해 배척하면서도 "그 정당성에 관한 판단을 별론(별도 논의)으로 하더라도…"라고 단서를 달아, 향후 내란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또한 재판부는 윤석열 등 내란범들의 양형과 관련해 내란에 동원된 군인과 경찰, 공무원 등의 고통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내란을 막기 위해 늦은 밤 국회에 달려간 국민 등의 트라우마나 고통에 대해선 별도로 평가하지 않았다.

 

영국 국왕 찰스 1세 사례 언급하며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죄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등이 12·3 불법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해, 17세기 영국 국왕 찰스 1세 재판과 다른 나라 사례 등을 언급하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반박했다. 이전 내란죄 관련 판결에서 법리를 통해 죄를 따진 것과 비교하면, 매우 독특한 장면이었다.

재판부는 "영국에서 의회가 생기고 왕과 의회 사이에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일이 생기게 되다가 결국 잉글랜드 왕 찰스 1세는 의회가 자신의 잘못 200가지를 시정해 달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자 이에 분노해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서 그 자리에서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부터 왕에 대한 범죄라는 생각이 점차 바뀌어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왕이라 하더라도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부터는 18~19세기를 거쳐 내란죄는 국가 존립을 침해하는 죄로 각국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 선고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연합
 

또 다른 나라의 내란 사례와 관련해선 "아프리카나 남미 등 이른바 개발도상국의 경우에서는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서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등이 여러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며 "(다만) 실제 이로 인해 내란, 반란, 역모 등 유사한 형법 규정에 의해 처벌받은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서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등을 찾아보기가 마찬가지로 어려웠다"며 "이유는 조금 달랐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정도의 갈등까지 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내란죄의 연혁, 다른 나라의 헌법 규정, 판례 등을 종합한 뒤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적용되는 이른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는 대통령도 저지를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석열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형법 제91조 제2호의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며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내란죄 성립 요건인 '폭동'에 대해서도 "군대를 보내서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며 "비상계엄 선포, 폭언행위 공고, 국회 봉쇄행위, 국회의원 및 정치인 등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중앙선관위 등 점거 서버 반출 및 직원 등 체포 시도 등은 모두 다 합쳐서 그 자체로 폭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폭동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전역(에 위력이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안을 해야 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윤석열 등이 줄곧 주장해온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 상황을 바로잡고 싶었다는 건 동기나 명분에 불과하며, 실체는 무력으로 국회 진압을 시도한 폭동"이라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꾸짖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또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에 대해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특히 윤석열 쪽이 반발했던 공수처의 수사권한과 관련 "일률적으로 제한적 해석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피해자의 방어권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되지 않는다면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죄라는 문헌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군사기밀과 관련된 증거에 대해 위법 수집 증거라는 윤석열 등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과 특검팀의 주장처럼 윤석열이 장기 독재를 위해 1년 전인 2023년쯤부터 비상계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후 이뤄진 각종 조치를 보면 장기간 마음먹고 선포했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킬 (장기)계획 등에 관해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장기집권 계획 등이 담긴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도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실제 이뤄진 사실과 불일치하며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잡한 데다가 보관하고 있던 장소와 방법 등에 비춰봐도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 담겼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야당의 줄탄핵과 예산삭감 등으로 계엄을 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배척했지만, 이에 대해 "국가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에 관한 판단을 별론(별도 논의)으로 하더라도…"라고 단서를 달아 향후 내란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정치적으로 양분 돼 어마어마한 피해 발생"
특별히 고통받는 군·경, 공무원 등 고통 언급
내란의 밤 막았던 일반 국민들 평가는 없어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선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은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써,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였다는 데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며, 이전 내란죄 관련 재판과 마찬가지로 12·3 불법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해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 양분돼서 극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란으로 인해)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렀고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후속 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에 대해서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서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이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서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로 수행한 군인, 경찰관,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게 됐다. 법적인 책임도 져야 된다"며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에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연합
 

다만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군인, 경찰, 공무원 등이 내란으로 인해 겪는 고통에 대해 강조했지만, 일반 국민들이 겪은 트라우마나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되레 "(피고인 윤석열이)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 정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 ▲현재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등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으로 감경한 이유로 들었다.

 

이날 재판부는 윤석열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에게 징역 30년, 전직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에게 징역 18년, 전직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징역 12년, 전직 서울경찰청장 김봉식에게 징역 10년, 전직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목현태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전직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김용군과 전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징역 3년). 2026.2.19.
 

재판부는 김용군에 대해선 "피고인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 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고, 윤승용에 대해선 "방첩사, 체포조 지원 등의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임을 (피고인들과) 공유하거나 인식하겠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내란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윤석열이 세 번째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을 일으킨 전두환은 윤석열과 같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996년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고, 범행에 함께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는 징역 22년 6개월이 나왔다.                                                          < 김성진 기자 >

 

“지귀연 판결, 윤석열의 이해만 구하려 했다”

무기징역 선고했지만 어이없었던 판시
‘노상원 수첩’ 조악해 따질 것도 없다?
우발적 계엄 선포, 절차 따질 필요 없다?
절차 따지면 긴급조치권 제한된다고?
“군대만 국회 안 보냈으면” 왜 그렇게 강조?
“긴급조치권 사법심사 대상 안돼”에 경악
추미애 "사법 세탁" 박구용 “국민이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앉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국민 모두가 조마조마했던 한 시간 남짓이었다. 저러다 내란 우두머리에게 징역 20년형쯤 선고하고 끝내지 않을까 걱정하던 참에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내란 우두머리 1심 선고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형,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30년형, 노상원 전 정보사 사령관에게 징역 18년형,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2년형,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징역 10년형을 언도했다.

 

판결문을 입수해 차분하고 냉철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급한 대로 평가해 보기로 한다.

 

지 부장판사의 이날 선고 내용 중 가장 치명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점은 ‘노상원 수첩’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이다. ‘노상원 수첩’은 내란 일당이 의견을 교환해 메모하고 개인 컴퓨터에 옮겨 놓은 것인데 “너무 조악해 개인적 감정을 하소연하고 격정을 토로한 것”으로 증거 능력을 사실상 배제해 버린 것이다. 그냥 “메모”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 재판장의 이날 판결 내용을 “사법 세탁”이라고 규정했다.

 

지 부장판사는 또 내란의 목적과 범행 동기를 최대한 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당시 야당이 탄핵 소추를 남발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행태를 보인 데 격분해 우발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식이었다.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판결문 요지를 들으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군대를 국회에 보냄으로써 절차적 요건을 위배했다고 본 것이었다.

 

내란의 피해가 극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도 국가의 위상 추락이나 일 년 넘게 혼란이 이어졌고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는 것은 슬쩍 언급만 하고, 계엄에 가담한 군인들이 수사를 받고 있고, 지금 진행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 등으로 일부 공무원들이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에 아련한 마음을 표했다. 지 부장판사 스스로가 불만을 갖고 있으며,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까지 살 만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긴급조치권의 일환이기 때문에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형식적, 실체적 요건을 따지면 대통령의 긴급 조치권이 제한될 것이라는 상식 밖의 판단도 내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식을 드러냈는지 납득이 안 됐다. 내용을 듣는 모두가 기함할 만했다. “국회에 군인들을 보내지만 않았으면”이란 말을 누누이 강조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이 그런 잘못만 저지르지 않았으면 내란 행위로 처벌받지 않았을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영구 집권 획책 등 개인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더라도 “국회에 군인만 보내지 않았으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울러 야당과의 갈등을 제도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 민주주의 절차와 제도에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대통령이 그 허점을 파고들어 긴급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정말로 판결문이 이렇다면 지 부장판사 역시 윤 전 대통령과 같은 현실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더욱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중차대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감경 사유로 제시한 것들이었다. 내란 행위가 좌절된 것이 윤 전 대통령 일당이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었다. 이런 판단은 이진관 부장판사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23년형을 선고하면서 국민들의 저항, 군인과 경찰 등의 소극적 대처가 이유였다고 판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계엄을 저지한 우리 국민 모두를 국내외 정치학자들이 지난달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도 이런 인식에 근거하고 있는데 내란 일당과 지 부장판사는 가해자들이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했다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가해자 인식’이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유튜브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 “재판 내용을 들으며 가장 혼란스럽고 놀라웠던 것은 재판의 진정한 주체인 국민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고, 윤 전 대통령에게 왜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고 오히려 인권을 제한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려 했는지를 엄정하게 따졌어야 했는데 그 대목은 슬쩍 넘어가고 엉뚱하게도 4세기 전 영국 왕 찰스 1세 얘기로 빠졌던 것도 문제였다.

 

"너무 계획이 허술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점, 올해 65세로 비교적 고령이며 장기간 공직에 복무"한 점을 정상 참작 사유로 든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 부장판사가 판결문 요지를 낭독하며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고, 윤 전 대통령과만 얘기를 나누고 그의 이해를 구하려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은 내란범에 대한 사면 금지 법안의 필요성, 전담재판부가 왜 필요한지, 윤 전 대통령과 다른 중요 임무 종사자들의 내란 계획 공모 여부를 철저하게 규명하기 위한 2차 종합특검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사면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 임병선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중요 종사자 혐의를 받는 이들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내란 인정했지만 '정상 참작' 사유 많다?

지귀연 재판부 ''내란죄 최소화' 이상한 논고
"불가피한 계엄발동이나 처벌은 불가피" 결론?
최고위 공무원의 책무 배반을 감경 사유로 들어
판단할 건 하지 않고, 할 필요 없는 것은 판단
대한민국 현대사, 헌법에 대한 이해 부족 드러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판결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내란임은 인정되지만 ‘경미한 내란’이었다는 것이다. 내란은 분명하지만 정상 참작할 사유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읽어내린 선고 이유는 형식적으로는 공소사실을 거의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이었다. 특검의 구형량인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중형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인 사형과 무기징역(금고) 중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형량이니 ‘최소 형량’의 선고다. 유죄를 인정하되 그 죄의 크기는 ‘최소’로 판단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 선포 후 군을 국회에 보낸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고 형법 제91조 2호가 정한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을 결정적인 내란 판단의 이유로 제시하는 재판부의 논리는 내란죄 인정 요건의 문턱만을 간신히 넘어간 것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 연합
 

재판부의 결론은 단순화하자면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계엄 발동으로 다소 수긍이 가나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것쯤으로 읽힌다.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흔히 목적은 정당했으나 수단이 위법적이라는 논리로 해석되는 이 말은 이날 재판정에 난데없이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재판부의 판단의 배경을 한마디로 요약해 준 것이자,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을 자신도 모르게 고백한 것이었다.

윤석열 측이 주장한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인 '국가 위기 상황 타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대해 법원이 분명히 그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비유로써 윤석열 측의 내란 모의와 실행이 최소한 "성경을 읽는” 것과 같은 불가피한 구국의 결단의 심경이었음을 객관적 사실로서 전제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단해야 할 일을 판단하지 않는 반면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을 판단했다. 지귀연 판사는 로마 시대와 영국 찰스왕까지 인용하며 ‘방대한 역사 지식’으로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려고 했다. 찰스 1세가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거두고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해산시키려 했다가 내전 끝에 반역죄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은 것을 장황히 ‘강의’하려 했다.

찰스 1세가 당시 재판에서 “누구의 권한으로 나를 재판하느냐”고 반발하자 재판부는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답했다는 이 역사적 사실의 인용으로써 지 판사는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하려 한 듯하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을 설명하려 한 듯하다. 그러나 500년 전 영국의 민주정체가 본격 확립되기도 전의 일, 왕권신수설의 절대왕정체제를 인용해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민주 파괴와 헌법 유린을 설명하려 한 그 논리는 대통령을 일종의 ‘절대 통치자’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군주라도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리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 드러내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통치자일지라도’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그같은 '비상한 통치자 대통령'에 의한 계엄 발동은 대통령 긴급비상 권한이라서 법원 판단이 필요 없다는 설명으로 연결됐다. 그 결과 헌법과 법률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계엄 선포 조건과 절차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재판부는 스스로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재판부는 나아가 해외 사례에 대한 검토도 했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의회 분할 구조, 임기 교차제, 의회 해산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권력 충돌을 예방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치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한 선진적이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비상계엄이 초래될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논리라도 펴고 싶었던 것인가.

 

재판부는 형의 감경 사유로 초범이고 인명의 살상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인다”며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폭력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내란에 과연 초범이 성립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지만, 그 점을 인정하더라도 계엄 발동 그 행위는 처음일 수 있으나 그 계엄의 준비는 누적적이며 여러 행위들의 집합이라는 점은 무시됐다. 계엄을 장기간 준비했다는 공소장의 주장을 증거 부족이라고 해 1년여 전부터 세밀하게 준비한 것은 물론이고, 계엄의 실패라기보다는 계엄의 성공을 좌절시킨 것이며, 유혈살상의 자제라기보다는 유혈사태의 저지였다는 점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은 없었다.

 

재판부는 또 공무원으로 오래 복무한 것이 감형의 사유가 된다고 하는 논리를 폈다. 최고권력의 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서의 책무를 정면으로 배반한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의 이유가 됐어야 할 것을 오히려 경감의 사유로 전도시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판사로서 내란 범죄를 심판하는 그에게 무엇보다 부족했던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헌법과 법률에 대한 이해였다. 계엄 조건과 절차를 헌법에 분명히 명시한 대한민국의 현대사 헌정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다. 이진관 판사가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중형 선고를 하면서 분명히 정리했던 위로부터의 내란의 치명적인 면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았다. 이진관 판사의 논리를 따르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라 그 같은 숙고 자체를 포기했던 것이 문제다. 로마와 영국사에 대한 이해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국 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는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굴절과 파란을 거치면서 이뤄진 산물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1심 선고 형량의 경중과 그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떠나 선고 이유가 분명히 드러낸 것은 내란에 대한 단죄라는 중대 재판에는 매우 미치지 못하는 재판부의 실상이었다.

                                                                                                      < 이명재 기자 >

 

 

서울 세계정치학회(IPSA) 참석 전·현직 정치학 회장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를 올 1월 후보로 추천 

 

지난해 1월11일 저녁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명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세계 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들이 12·3 비상계엄을 저지한 대한민국 국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8일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에 참석했던 일부 전·현직 정치학회 회장이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민국의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를 올해 1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추천인은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수석조직위원장이었던 김의영 교수를 비롯해, 세계정치학회장을 지낸 파블로 오나테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 정치학 교수, 유럽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파렐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정치학 교수, 남미정치학회 현직 회장인 아줄 아구이알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교수 등 총 4명이다.

 

세계정치학회는 1949년 유네스코 후원으로 설립된 세계적 학술단체로 2년에 한번씩 총회를 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어릴 적부터 민주주의는 그리스 아테네가 상징하고 있지만, 앞으로 확실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범은 서울에서 시작된다는 걸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총칼을 든 친위 군사쿠데타 세력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의 힘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12·3 비상계엄 1주년 특별성명에서는 “세계사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낸 대한국민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을 저지한 시민들의 노력을 ‘빛의 혁명’이라고 규정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빛의 혁명’이란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들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글로벌 모델이 됐다는 취지다. 노벨평화상 추천을 김 교수에게 처음 제안한 이성훈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및 아시아비정부기구학(MAINS) 대학원 겸임교수는 “처음에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특정 단체나 대통령을 (수상대상자로) 언급하기도 했으나, 오해를 피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빛의 혁명’ 참가 시민 전체를 추천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김의영 교수는 ‘빛의 혁명’의 개요와 역사적 배경, 국제적 의의를 설명한 30여쪽의 영문 설명자료도 작성해 노벨위원회에 제출했다. 설명자료는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부터 2026년 초까지 한국 사회는 불법적인 비상권한 행사로 촉발된 심각한 헌법적 위기에 직면했으나, 법치와 시민 참여, 절제된 비폭력에 기반해 내전이나 대규모 탄압, 국제적 갈등 확산 없이 헌법 질서를 복구했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관장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1월31일 후보 추천을 마감했다. 이어 3월 초 후보를 선별해 발표한 뒤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10월에 수상자를 결정한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자격은 노벨 재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특정 분야 전문가나 직위를 가진 사람들로 제한되는데, 현직 국가 원수나 국회의원, 정부 각료, 법조계나 학계 전문가, 역대 수상자 및 관련 기관의 이사 등이 주로 추천한다.                      < 고경태 기자 >

 

이 대통령, 불법계엄 반대 ‘대한국민’ 노벨평화상 추천에 “인류사의 모범”

 

 

이재명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은 지난해 12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에 반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데 대해 “인류사의 모범이 될 위대한 대한국민의 나라, 대한민국이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8일 밤 엑스에 <12·3 계엄 막은 대한민국 국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에 참석한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와 세계정치학회장·유럽정치학회장을 지낸 외국 대학 교수들, 남미정치학회장인 외국 대학 교수가 불법계엄을 막아낸 대한민국 ‘시민 전체’를 지난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는 보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 1년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낸 우리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성명에서 “만약 대한국민이 민주주의를 살리고 평화를 회복하며 온 세계에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갈등과 분열로 흔들리는 모든 국가들에게 크나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 국민들께서 평화적인 수단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불법계엄을 물리치고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점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며 “민주주의 제도와 평화적인 해법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국민을 통해 실현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입증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박광연 기자 >

 

“12·3 내란 맞선 시민들의 윤리적 결기가 ‘논어’의 본질”

 

  ‘금서의 귀환, 논어’ 쓴 법학자, 김기창 고려대 교수 인터뷰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논어의 ‘현자피세’라는 구절을 보통 현명한 사람은 어지러운 세상을 피한다고 해석해요. 그러면 계엄이 선포된 직후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현명하지 못한 사람일까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19일)를 앞둔 지난 10일, 연구실에서 만난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어’ 속 현자피세의 의미를 바르게 풀이하는 일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2천년 넘는 시간 읽히고 해석되기를 반복한 동양 고전 논어를 역동성과 용기에 초점을 맞춰 다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겨울 난데없이 맞닥뜨린 불의한 권력과 그에 맞선 시민들의 윤리적 결기 속에 그간 왜곡됐던 논어의 본질이 있다고 본 것이다.

 

법학자 김기창 교수가 최근 책 ‘금서의 귀환, 논어’를 펴냈다. 동양철학자가 아닌 법학자가 논어를, 그것도 체제에 대한 복종이 아닌 저항에 무게를 둬 해석한 것은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그의 이력과 상통한다. 김 교수는 30년 가까이 동서양 학생들에게 ‘동양의 법과 사상’을 가르치며 늘 논어를 곁에 두고 살폈다. 그 자신이 시민단체 ‘오픈웹’을 만들어 공인인증서 폐지 운동을 주도하거나 정치·사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 내온 현실참여형 학자다. 공자 또한 책상머리에 앉아 학업에만 골몰하는 대신 불의한 상황에서는 목숨을 걸고 맞설 것을 강조했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윤리 없는 법은 흉기…12·3 계엄이 예시”

 

김 교수는 논어의 ‘예법’에 대한 오해를 먼저 짚었다. 예법을 단순히 관혼상제와 격식이 아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한 윤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논어 해석이 격식과 장식에 해당하는 좁은 의미의 예법에만 집중해 읽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예법의 골자를 ‘윤리’로 이해하면, 김 교수가 학자로서 다루는 ‘법’에 대한 인식 또한 넓어진다. 김 교수는 “윤리에 정통하신 분들이 논어를 많이 해석해 왔다. 법을 전공하거나 다루지 않는 사람은 법이 무언가 튼튼하고 단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공부하다 보면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법은 흉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며 “12·3 계엄 사태도 법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공권력 행사가 얼마나 반윤리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다시 ‘현자피세’로 돌아와 글자 ‘피’(辟·피하다)는 ‘밝히다’, ‘열다’라는 뜻을 가진 ‘벽’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지 않고 맞서 밝혀나가는 것이 진정 현명한 행동이다. 김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기존의 정통 해석만 따른다면 오히려 비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공자의 가르침이 (격식이 아닌) 윤리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는 점이 강조됐다면, 계엄 상황에서 공직자들도 목숨을 걸고 반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분노가 섰을 때 굳건히 지킨다”

 

김 교수는 공자 사상의 핵심 단어로 꼽히는 ‘인(仁)’ 또한 단순히 ‘어질다’라는 뜻으로 이해될 때 가려지는 부분이 많다고 봤다. 김 교수는 논어 속의 ‘인’은 분노, 용맹함을 품은 ‘윤리적 결기'에 가깝다고 전했다. 공자는 특히 아낀 제자 안회에 대해 ‘불천노’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단순히 ‘분노를 옮기지 않는다’고 풀이하는 건 부족하다. 윤리적인 판단이 섰을 때 그 결과로서의 노여움을 굳건히 지키며 행동한 점을 공자가 높게 평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논어가 좁은 의미의 예법과 평화만 강조하는 텍스트로 읽힌 데는 통치권력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있다. 김 교수는 “통치권력은 논어에 담긴 용기와 분노라는 인화성 물질이 민중에게 번지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논어는 진나라의 분서갱유 당시 불태워진 ‘금서’였다. 김 교수는 “논어는 심오하고 지루한 텍스트가 아니라 박력 있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논어에서 형식과 순응이 아닌 윤리와 분노를 발견한 법학자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전하고 싶은 논어 구절을 꼽아달라고 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관대하지 못하고, 짐짓 예법을 지킨다면서 불경스럽게 행동하고, 상을 당해서도 슬픔이 없는 것들을 내가 어떻게 눈 뜨고 봐줄 수 있겠는가.” ( 居上不寬 爲禮不敬 臨喪不哀 吾何以觀之哉:  거상불관 위례불경 임상불애 오하이관지재) 벼락같은 구절이 전해졌다.

 

김 교수는 구절이 다만, 윤 전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이란 조심하는 마음,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권력을 가진 모든 사람이 다시 되새겼으면 합니다.”                                                             < 조해영 기자 >

최대 251명 규모 수사팀 구성

 

 
 
3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의 미진한 부분과 새로운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에 임명된 법무법인 지평 소속 권창영 변호사가 6일 서울 중구 소속 법률사무소로 출근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이 규명하지 못한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특별검사팀이 설 연휴 이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 설명을 종합하면, 권창영 특검은 연휴 기간에도 수사팀 구성과 사무실 마련 등 출범 준비 작업에 집중했다고 한다.

우선 권 특검은 설 연휴 직후 6∼10명의 특별검사보 후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안에 5명의 특검보를 임명하면, 파견검사와 수사관 선별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특검법상 파견검사 15명, 특별수사관 100명, 파견공무원 130명을 포함해 최대 251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된다.

행정지원 실무를 맡는 수사지원단장엔 함찬신 전 수원지검 안산지청 총무과장이 임명된 상태다.

 

2차 종합특검팀은 준비 기간이 마무리되는 오는 25일부터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 초기엔 17개에 이르는 수사 대상을 특검보별로 분담하고 우선순위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는 △드론 평양 침투와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 위협 비행 △‘노상원 수첩’을 단초로 하는 내란 기획·준비 △국군방첩사령부 등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계엄 동조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추가 계엄 모의 의혹 등 일곱가지가 내란 관련 사건들이다.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계엄 이후 대통령실 피시(PC) 초기화 의혹도 특검팀이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할 방침이다.

 

권 특검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내란 관련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규모도 가장 방대하다”고 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한 김건희 여사의 사건 수사 무마 의혹,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개입했다는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도 주요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공소기각 판결은 권창영 특검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김 여사 측근이었던 김예성씨의 횡령,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아무개씨의 뇌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한학자 총재 원정 도박 사건 관련 증거 인멸 사건이 특검법의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특검의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 파견 이력이 있는 한 법조인은 “특검팀 안팎에선 이전 3대 특검과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특검 수사 범위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수사 대상을 정할 때 공소 유지를 고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배지현 기자 >

 

19일 윤석열 선고 결과 조희대 탄핵 여부 분수령
사형 · 무기 선고 않거나 판결 무산은 선전포고

그간 내란 · 권력비리 용의자 잇단 무죄 · 공소기각
실체적 진실에 대한 국민 상식 · 양심과 거리

판사 개개인 '휴먼 에러' 아닌 '시스템 에러'
내란 인정, 국정 농단 묵살 투트랙 전략 의심도

 

어제 국회가 모처럼 법원에 대해 회심의 반격을 가했습니다. 국회 법사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재판소원법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입니다. 아울러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의결했습니다. 법관과 검사가 재판 및 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한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와 함께 2월 임시국회 본회를 통과하면 검사와 판사들의 전횡을 상당 부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사위 표결을 보이콧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등 판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발끈하는 것을 보면 이 법안들이 우리나라 수구기득권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 법조 카르텔에 주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2.11. 연합
 

내란 청산 훼방놓는 법원에 대한 모처럼의 국회 반격

 

최근 내란 청산 정국에서 보이고 있는 ‘조희대 코트’ 판사들의 행태는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 일보 직전의 임계점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예전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 굳이 재판장의 이름까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버릇처럼 판사 이름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인성 이현경 조현우 이현복 김인택 오세용… 내란재판 담당 판사가 아니라 오락게임 진행자 같다는 개그 판사 지귀연이란 이름은 1년 내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이정재 박정호 정재욱 판사가 ‘수원 브라더스’란 별명으로 불린다는 것도 알 정도가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내란 혹은 권력 비리 관련 범죄 용의자들에 대한 영장청구를 악착같이 기각한 판사들이고, 그중 몇 명을 어찌어찌 구속해 재판을 받게 했더니 온갖 해괴한 법리를 동원해 무죄나 공소기각을 때린 판사들입니다. 어떤 이는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소장도 허술하게 썼기 때문이라 하고, 어떤 이는 대법원이 지난해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와 관련된 업무방해·주택법 위반 등 사건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 제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수사에 대해선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공소기각 취지의 판례를 내놓은 탓이라고도 합니다. 즉 "과거에는 재판부가 절차에 위배되더라도 실체적 진실에 맞춰 판결을 했는데,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 이후 수사 범위와 관련해 더 엄격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입니다. 이런 해설들이 웃기는 이유를 최근 이진관 판사가 명명백백 보여줬습니다. 한덕수 재판에서 특검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고, 그 변경된 공소 내용을 기반으로 구형량 15년보다 훨씬 높은 23년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즉 재판장이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만 제대로 섰다면 얼마든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식대로 말하자면 양심이 먼저, 법리는 얼마든지 양심에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장관과 장군,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내란이 있었고, 내란 전에 김건희와 명태균, 김영선 등의 범죄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국민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런 국민의 상식을 인정하는 것이 법관의 양심일 터인데, 지귀연 이정재 박정호 정재욱 남세진 우인성 이현경 조현우 이현복 김인택 오세용 등은 그런 양심을 갖지 못했을 뿐입니다.

 

내란과 국정농단 비호는 명백한 대국민 전쟁 행위

 

이것은 판사 개개인의 휴먼 에러가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법원 전체의 시스템 에러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지금 국회, 나아가 전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제 판단입니다. 이 전쟁이 자기들을 '건드리지 말라' 는 정도로 자기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 성격인지, 민주정권을 위협하고 정치적 판세를 뒤집어 보겠다는 공격전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최근 재판의 흐름을 보면 (주로 이진관 판사, 백대현 판사 덕분이기는 하지만) 법원이 윤석열 일당의 내란 관련 혐의는 일정 정도 인정하되, 김건희 등 윤석열 정권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혐의 사실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묵살하는 투 트랙으로 가는 듯합니다.

 

결정적인 분수령은 19일로 예정된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에 대한 1심 판결입니다. 만일 사형이나 무기를 때리지 않거나, 판결 자체가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상황은 명백해집니다. ‘조희대 코트’는 지금 단순한 기득권 지키기 방어전이 아니라, 정국을 뒤흔드는 공격전을 벌이고자 하는 것이며, 따라서 내란 혐의까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인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 관련 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하는지, 그 의도도 분명해질 겁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5. 연합
 

저는 판사들이 아무리 단기적으로 국민의 울화통을 터뜨리고 겁을 줄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절대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와중에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로부터 한 국가가 무너지는 것은 경제도 국방도 아닌,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법으로 먹고사는 판사들과 검사들이 앞장서 법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무기는 많다, 쓰지 않아 녹슬었을 뿐이지

 

판사들이 중장기적으로 국민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다수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에는 판사들을 제어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왜곡죄나 재판소원법을 만들 수도 있고,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 외에도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의 정년을 낮출 수도 있고, 배심원 제도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법원장이 인사권과 재정권을 한 손에 넣고 ‘왕들의 왕’처럼 전횡을 휘두를 수 있게 하는 법원행정처를 개혁하거나 아예 다른 민주적 조직으로 개편할 수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겁니다.

 

예로부터 전쟁에서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19일의 윤석열 선고공판이야말로 미루고 미뤄왔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팔이 안으로 굽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때문이었는지, 국회가 제대로 혐의를 증명해내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판사, 검사는 물론 장관에 대한 탄핵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1일 휘하 대법관들을 동원해 저지른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만행이야말로 누가 새삼스럽게 증명할 것도 없고 헌재 재판관 누구도 감히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는 명백한 탄핵 사유입니다.

 

주말마다 서울 서초동에서는 조희대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의 행렬을 볼 수 있다. 이호 사진작가 제공

 

판사들 불러다 호통만 치는 법사위,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문제로 내부 싸움에 열중하는 민주당을 보며 답답했던 가슴이 어제 재판소원법 등의 통과를 보며 좀 뚫린 것 같습니다. 조희대 탄핵을 통해 당장 그 직무를 정지 시키는 것은 명백히 국회의 법원에 대한 견제라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해당합니다. 사법부 독립이 국민 권익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형국은 사법부를 억제해야 국민 권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을 판단하는 자들이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자들의 위에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나라의 국민은 개돼지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 강기석 기자 >

 

사법 정의 무너뜨린 '복불복' 재판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사법부가 쌓은 성벽이 아무리 견고할지언정, 주권자의 분노와 입법부의 헌법적 결단 앞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은 어떤 판사가 배정되느냐에 따라 ‘복불복’과 ‘운빨’에 좌우되는, 마치 도박장으로 전락한 듯한 모습이다. 1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내란 재판 1심 결과는 그 타락의 정점을 보여준다. 내란 특검이 동일하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23년의 중형을, 누구는 7년이라는 ‘깃털’ 같은 형량을 선고하는 사법부. 동일 혐의와 구형량 앞에서 발생한 16년이라는 형량 차이를 국민이 어찌 법치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 사법 난동의 정점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다. 그는 최근 입법 예고된 ‘재판소원제도’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며 개혁의 목소리까지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분노하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판사의 성향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하는 형량과 권력층을 향한 ‘면죄부 배달’에 있다. 국민 권익 보호를 핑계로 사법부의 성벽을 사수하려는 대법원장의 발언은 국민을 향한 기만이자, 입법부에 대한 반항일 뿐이다.

 

조 대법원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판사들은 국민의 눈치가 아닌 대법원장의 의중과 권력의 향배만 살피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상식 밖의 판결을 내놓는 판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사권자의 성향이 사법부 전체를 오염시키고, 결과적으로 ‘특권층 면죄부’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조희대 사법부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고 허망한 일이 되어버렸다. 입법부는 더 이상 사법 권력의 위세에 눌려 계산기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원흉을 제거하기 위해 ‘조희대 탄핵’이라는 정공법으로 나서야 할 때다. 국민의 상식을 배신하고 권력의 방패를 자처하는 대법원장을 그대로 둔 채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해도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사법부가 쌓은 성벽이 아무리 견고할지언정, 주권자의 분노와 입법부의 헌법적 결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번 류경진 판사가 선고한 이상민 7년형은 사법부의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 입법부는 이 선고를 조희대 사법부를 향한 탄핵과 대대적인 사법 개혁을 위한 마중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11일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을 포함시킨 헌법재판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회부되었다. 법왜곡죄 신설과 함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은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은 법원개혁 3대 과제다. 사진은 대법원 모습 ⓒ 연합
 


지난 11일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을 포함시킨 헌법재판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회부되었다. 법왜곡죄 신설과 함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은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은 법원개혁 3대 과제다.

마침 다음날인 1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내란 주요임무종사 재판의 1심에서 7년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지난번 동일한 내란 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23년의 중형이 선고되면서 내심 이번에도 중형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실망감에 분노했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피고인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무상 여론조사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미 읽혔다. 그러더니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내란사태를 일으킨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명태균과 김영선의 이른바 '세비 반띵 공천' 혐의마저도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김건희의 집사로 불리던 김예성의 횡령죄 혐의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들의 불신을 불러온 법원의 행보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2026.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원개혁 3대 과제를 시대정신으로 만든 계기는 다름 아닌 법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다. 국정농단을 일으킨 전직 대통령 부인과 그 측근에 대한 무죄판단의 근거가 되는 비상식적 논리, 내란재판을 지휘하면서 연민이 담긴 듯한 형량을 결정하는 법관들의 태도가 법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헌법은 성문의 헌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문의 헌법도 헌법이고, 시대정신으로 분출되는 헌법적 정의도 헌법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내란과 그 원인이 된 국정농단에 대한 단호하고 엄중한 단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란과 국정농단을 바라보는 법관들의 태도는 몹시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법관들은 성문헌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로 보장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란과 국정농단의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에 포함된 헌법적 정의마저 수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헌법을 침해하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의 근거가 된 제헌헌법 당시의 시대정신은 친일청산이었다. 이러한 헌법적 정의를 성문헌법에 담아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서기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제101조)고 명시하였다.

시대정신을 품은 헌법적 정의는 반드시 성문헌법에 담아야 헌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현행 헌법은 1987년에 제정된 헌법으로 또 다시 친위쿠데타 형태의 내란의 발생, 그것도 대통령 부인의 국정농단을 은폐하기 위한 내란의 발생과 청산을 예상하지 못했으니 이러한 내용의 헌법적 정의를 담을 수도 없었다.

제헌헌법에 명시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반민특위는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해산되었다. 내란과 국정농단을 청산하기 위한 특검의 수사와 특검이 기소한 재판을 노심초사 빠트리지 않고 찾아보면서 시민들의 머리 속에 실패한 반민특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청은 기소청으로 축소되고, 새롭게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은 공익의 대변자라는 사명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대통령 부인의 범죄 혐의에 대한 무죄 가능성이 예측되기도 했다.

검사들이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어렵다는 공소기각 판결이 계속되면서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인정, 법왜곡죄 도입에 대해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법원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통령이 파면된 뒤 실시될 예정이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자에 대한 항소심 무죄를 광속으로 파기환송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부터 법원의 정파적 행동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1월 14일 새벽 내란우두머리 사건 결심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윤석열씨가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월 19일에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국정농단에 대한 무죄나 공소기각 판결, 내란에 대한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솜방망이 양형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몹시 불안하다. 국정농단은 민주적 정당성이나 법적 권한을 갖지 않은 사인의 권력사유화로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이고, 내란은 헌법의 기능을 소멸시키며 헌법기관의 권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중대한 범죄다.

사법부 스스로 헌법을 준수해야

주권자인 시민들은 헌법의 약속에 따라 사법부를 신뢰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하여 주고 싶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독립성 보장은 사법부 스스로 헌법에 따라 재판하라는 헌법의 요청(헌법 제103조)을 준수할 때 실현될 수 있다. 헌법의 가치와 원칙을 무시한 채 오로지 '법관의 양심'만 강조하는 사법부의 독립성은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찬 권위주의 의식의 다른 말일 뿐이다.

대법관의 증원이나 재판소원 인정 혹은 법왜곡죄 도입으로도 여전히 사법부의 헌법준수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가장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헌법적 수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마저도 파면시킬 수 있는 탄핵 제도가 그것이다. 헌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그가 대법원장이든 법관이든 헌법적 강제수단을 동원하여 반드시 헌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7년 · 23년 선고 간극… 내란전담재판부 필요 보여줘

재판부 따라 특검의 같은 구형에 다른 판단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한덕수에 23년형
해서는 안될 일을 한 이상민에게는 7년형

실행되지 않았다고 단죄 않는 건 말도 안돼
재판부 작량에 의존하면 법원 신뢰는 난망
내란전담재판부 미룬 이유 납득할 수 없어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의 1심 선고 내용을 듣기 위해 일어서 있다.  2026.2.12 연합
 

같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에 대해 한 재판부는 징역 23년을, 다른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함으로써 내란전담재판부를 왜 설치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윤석열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어느 누리꾼이 지적했듯 이날 판결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말은 미미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김용현 등이 일련의 지휘체계에 따라 집단적으로 다수의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해 국가기관인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 출입 통제하고 그 활동을 제한하려 한 이상 윤석열, 김용현 등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즉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윤석열로부터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이행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이 전 장관에게 정작 선고된 징역 7년은 법에 규정된 내란 중요범죄종사자의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에서 2년이 더해진 것에 그쳤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까지 갈 경우 이보다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서 이 전 장관이 선고 직후 가족으로 보이는 이의 응원에 빙긋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특히 이 전 장관에 대한 1심 선고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린 선고 형량과도 비교된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한 전 총리에게 구형(징역 15년)보다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똑같이 특검으로부터 15년을 구형받은 이 전 장관의 선고 형량은 한 전 총리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을 양형 감경 사유로 봤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반면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국무위원으로서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1심 선고 당시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결과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국무총리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행위는 구체적 상황에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서는 안될 행위를 실행하려다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친 이 전 장관은 7년형을 선고받고,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한 전 총리는 23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는 권한이 없는 자(소방청장)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시켰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실행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권한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쉬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이 지시한 정치인 체포가 실행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지시 행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재판장 재량으로 정상 참작이나 작량 감경을 하니 들쭉날쭉한다. 그 죄책이 무거운 자는 오히려 가벼운 책임을 지고, 가벼운 자는 오히려 무거운 징벌을 받게 된 것은 아닐까? 한 재판부에서는 엄중히 처벌할 이유(가중 처벌)가 다른 재판부에서는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된다면 판결과 법원, 사법부의 신뢰는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

 

12일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의 판결 논거는 왜 진즉 내란전담재판부를 발족, 가동해 국헌 문란의 위중한 범죄를 단죄하는 데 있어서 일관된 법원 체계를 갖추지 못했는가 하는 자책과 함께 이제라도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가 가동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두 갈래 반응을 동시에 낳는다. 

 

내란전담재판부가 지난달 6일 관련 법률 통과로 지난달에 이미 구성을 마쳐 23일부터 가동된다. 19일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경 수뇌부, 이미 1심 선고가 내려진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중요임무종사자 사건, 이상민 전 장관의 내란 사건 2심까지 모두 맡게 된다. 

 

서울고등법원은 16개 형사재판부 가운데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판사 출신인 이상민 전 장관 동기 등 피고인과 인연이 있는 재판부 3개를 빼고 13개 형사부를 무작위 추첨해 형사1부와 형사12부를 전담재판부로 결정했다.

 

여기에다 서울중앙지법도 뒤늦게 내란전담재판부를 12일 구성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설치 요구에 대해 한사코 거부했던 중앙지법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제2 종합특검(권창영 특검)이 기소할 내용을 다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6개 후보 재판부에 대해 무작위 추첨을 실시해 전담재판부 2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담재판부로는 장성훈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30기), 오창섭 부장판사(56·32기), 류창성 부장판사(53·33기)와 장성진 부장판사(55·31기), 정수영 부장판사(49·32기), 최영각 부장판사(48·34기)가 각각 보임됐다. 두 재판부는 ‘대등재판부’로 구성돼 법관 3명이 대등한 위치에서 심리·합의를 진행하고 세 사람이 돌아가며 재판장을 맡는 재판부를 말한다.

영장전담법관에는 이종록 부장판사(50·32기), 부동식 부장판사(56·33기)가 배정됐다.                                                                                                         < 임병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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