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남는 것은 언제나 무너지고 찟긴 삶
트럼프 결단·압박 거래 도구 여겨지면 안돼
한반도는 이란과 달라 글로벌 재앙 비화할 수
국제법 훼손과 동맹 균열 부를 암담한 미래
다른 나라의 미래 폭격으로 재단할 수 없어
미국 보일 건 군사적 우위 대신 도덕적 절제
전쟁은 언제나 거대한 명분을 앞세운다. 자유, 안보, 질서, 동맹, 억지력. 그러나 폭격이 시작되는 순간, 그 모든 단어는 먼지가 된다. 남는 것은 무너진 건물과 찢긴 삶,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죽음이다. 오늘 우리는 미국의 이란 침공을 둘러싸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과연 인류 보편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이었는가.
미국은 스스로를 ‘국제질서의 수호자’라 부른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류애의 보편적 기준에서 보자면, 군사적 선제행동은 가장 마지막에 선택되어야 할 수단이다. 외교적 노력은 충분했는가? 다자적 합의는 존중되었는가? 국제법적 정당성은 온전히 확보되었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미국의 행동은 결코 가볍지 않다.

1. 선택적 정의와 반복되는 개입의 역사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위협’을 규정하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그 위협의 판단 기준은 일관되지 않다. 어떤 국가의 인권 문제에는 강력히 개입하면서, 동맹국의 문제에는 침묵한다. 어떤 핵 프로그램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폭격을 감행하면서, 다른 지역의 핵 보유는 사실상 묵인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국제질서의 도덕적 기반을 잠식한다. 정의가 힘에 의해 선택적으로 집행될 때,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패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류애의 보편성은 강자와 약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개입은 그 원칙을 반복적으로 훼손해 왔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단기적으로 특정 군사 목표를 달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역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었다. 중동은 이미 수십 년간 외부 개입과 내부 분쟁으로 고통받아 온 지역이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폭격은 평화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불신과 보복의 사슬을 강화한다.
폭격은 시설을 파괴하지만, 동시에 기억을 남긴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분노, 주권이 침해되었다는 집단적 상처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이런 기억은 극단주의를 키우고,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군사적 개입은 문제를 제거하는 대신 문제의 지평을 넓힌다.

2. 트럼프식 결단과 위험한 선례의 구조적 문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정책의 ‘스타일’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방식은 예측 불가능성과 강경함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협상과 압박, 그리고 돌발적 군사행동을 하나의 거래 도구처럼 사용하는 접근이다.
겉으로는 ‘강한 리더십’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본질은 국제정치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는 위험한 도식에 가깝다. 복잡한 역사와 종교, 지역 질서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흑백 논리로 재단하고, 압박과 타격을 통해 단기간에 해법을 끌어내겠다는 발상은 장기적 안정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방식이 문제인 이유는, 군사력이 ‘정책 옵션’이 아니라 ‘정치적 과시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적 위기, 지지율 하락, 선거 국면 등과 맞물려 군사적 긴장이 활용된다면 국제질서는 지도자의 정치 일정에 종속된다. 이는 전쟁과 평화가 국민적 숙의나 국제적 합의가 아니라, 특정 권력자의 판단과 계산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군사행동이 반복되면 국제사회는 점차 둔감해진다. 처음에는 충격과 비판이 따르지만, 이후에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소비된다. 이런 일상화 흐름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무력 사용의 문턱이 낮아지고, 선제공격이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다음 결단은 훨씬 쉬워진다. 법적·도덕적 저항선이 점차 약화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북한을 떠올리게 된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장사정포와 미사일, 핵무기 개발 문제가 얽혀 있으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만약 이란에서의 선제적 군사행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확산된다면, 북한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압박과 타격을 시도하지 말라는 보장이 있겠는가.

“공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가능성은 선례 위에서 자란다. 한번 ‘성공한 모델’은 반복을 유혹한다. 특히 예측 불가능성을 전략으로 삼는 지도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중동과 차원이 다르다. 인구 밀집도, 경제 규모, 군사 배치 상황 모두가 훨씬 복잡하고 치명적이다.
그 경우, 피해는 단지 북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수도권은 즉각적인 타격권 안에 있다. 수천만 시민의 생명과 산업 기반, 사회 시스템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이 붕괴하면 그 파장은 세계 경제 전체로 번진다. 전쟁은 더 이상 국지적 사건이 아니라, 글로벌 재앙이 된다.
3. 국제법의 훼손과 동맹 구조의 균열
국제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힘의 자의적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법과 다자주의 체제를 구축해 왔다. 무력 사용은 자위권 행사나 명백한 국제적 합의가 있을 때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강대국이 독자적 판단으로 군사행동을 반복한다면, 국제규범은 점차 형해화된다. 규범이 힘을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힘이 규범을 대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국제질서 전반에 구조적 불안을 초래한다. 약소국은 생존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될 가능성에 대비해 억지력을 강화한다. 이는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핵무기 보유의 유혹을 키운다. 미국이 억제하려는 바로 그 위협을, 미국의 선제적 군사행동이 정당화해 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또한 동맹 구조 역시 심각한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은 동맹을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동맹은 일방적 통보의 대상이 아니다. 군사적 충돌이 동맹국의 영토와 시민을 직접적 위험에 노출시킨다면, 그 결정은 숙의와 동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동맹은 협력체가 아니라 종속 구조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군사적 결단을 내린다면, 그 파장은 치명적이다. 전쟁의 1차 피해자는 한국 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결정권이 외부에 있다면, 이는 주권과 동맹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이다. 동맹은 보호의 약속이지, 위험의 전가가 아니다.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역시 군사적 대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는 다극적 힘의 균형 위에 서 있다. 미국의 일방적 행동은 역내 세력 균형을 무너뜨리고, 대리전 혹은 확전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국제 체제 전반의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국제법의 약화, 동맹의 균열, 군비 경쟁의 가속화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한다. 강대국의 자의적 군사행동이 과연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가. 인류애의 보편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 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4. 인류애의 기준과 미국의 역사적 책임
미국은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다. 그 힘은 단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책임을 동반한다. 더 큰 힘은 더 큰 절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란 침공은 절제보다 과시의 인상을 남긴다. 인류애의 보편적 관점은 분명하다.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미래를 폭격으로 재단할 권리는 없다. 체제 변화나 정책 수정은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내부의 변화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폭격은 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민사회를 강화하지는 못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군사적 결단이 미국 내부의 민주적 통제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전쟁은 행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적 토론과 의회의 승인, 투명한 정보 공개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속전속결식 군사행동은 민주주의적 숙의를 우회할 위험을 내포한다.
비판은 단순한 반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 다자적 협상의 복원, 군사적 옵션의 엄격한 제한, 지역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힘은 빠른 해법처럼 보이지만, 평화는 느린 축적의 결과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단지 중동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국제질서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이며, 한반도의 미래와도 연결된 문제다. 힘의 정치가 일상화될수록 세계는 더 위험해진다. 인류애의 보편적 기준은 단순하지만 엄격하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그 생명은 동등하게 존엄하다. 강대국의 전략적 계산이 약소국 시민의 삶보다 우선할 수 없다.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의 리더를 자임하려 한다면, 먼저 보여야 할 것은 군사적 우위가 아니라 도덕적 절제다. 폭격의 능력이 아니라 자제의 능력이다. 전쟁은 버튼 하나로 시작되지만 그 상처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인류애는 묻는다. 당신의 힘은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가. 그리고 그 힘은 인간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떳떳이 답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침공도 정의로 포장될 수 없다. < 박철 기자 >
“점령보다 참수, 폭격”···트럼프의 ‘21세기 신제국주의’
이란의 저항이 판 가를 강대국 분할통치 미래
“점령보다 참수, 영토장악보다 폭격”이 ‘묘수’?
트럼프의 이란 공격 이끈 ‘세 가지 전략적 변화’
핵, 이란의 방어태세 약화, 미국의 적극적 공조
‘묘수’ 실행의 첫 번째 사례가 ‘베네수엘라 침공’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의 오웰 세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고위직을 역임하고 다트머스대 데이비드슨 국제안보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스티븐 사이먼은 28일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이 피해 온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감행했다며, 그가 터부(금기)를 깨고 그것을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으로 탈바꿈시켰다(turned a broken taboo into a method for a new era)고 했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미국에게 금기가 된 것은 이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오일 쇼크(유가 급등)의 위험, 그리고 확전(escalation)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수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사이먼은 썼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 이끈 ‘세가지 전략적 변화’
그런데 그런 금기를 깨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적 변화가 있었다면서, 사이먼은 그 첫 번째로 이란 핵문제를 들었다. 지난해 6월 B-2 스텔스 폭격기까지 동원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이란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로 정밀타격한 뒤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던 트럼프는 “이란은 절대로 핵을 가질 수 없다”며 이번 공격을 정당화했다. 지난해 그때 이미 “완전히 파괴됐다”고 한 게 사실이라면, 절대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주장과 모순되는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에겐 그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것은, 지난해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미국은 본토 직접 공격 회피라는 금기를 이미 깨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사이먼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했는지 여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확인할 수 없다며, 이란의 농축핵 위치와 규모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5월 이란이 핵폭탄 1개를 만드는데 충분한 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데 “아마 1주일도 안 걸릴 것”이라고 했고, 이번 이란 공격 직전까지 진행된 핵 협상에 참여한 미국팀 대표도 그런 경고를 했다. IAEA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그 3개월 전인 6월 13일 기준으로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 440.9kg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핵탄두 10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데, 60% 농축 우라늄을 무기급인 90%로 순도를 높이는데 몇 주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란 핵시설 공격을 집요하게 주장한 것은 이란의 핵 보유를 자국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는 핵 보유국 이스라엘이었다.
어쨌든 트럼프는 이번 공격 직후에 이란이 조만간 핵을 가지게 놔 두진 않겠다는 것을 공격 명분의 하나로 삼았다.


두 번째 전략적 변화-이란의 방어태세 약화
사이먼이 얘기한 두 번째의 전략적 변화는 이란의 ‘방어 태세’(deterrent posture)와 관련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계산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의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을 비롯한 지난 1년간의 지역분쟁으로 이란이 지원하던 이른바 ‘저항의 축’ 네트워크가 약화되고 방공망이 축소되면서 계산이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궤멸작전을 펼치면서 레바논과 시리아, 예멘 등 인근 국가들의 이란 지원 조직들, 특히 그 핵심 인물들을 사전에 잠입시킨 첩보원들 도움을 받아 정밀타격 공습으로 차례차례 제거해 와해시켰다. 그런 조직들이 무너진 것도 이란의 ‘방어 테세’ 약화의 한 요인이 됐다.
지난해 6월의 ‘12일 전쟁’ 때 이란 본국의 방공망과 핵 시설들도 궤멸적 타격을 받았다. 이란의 ‘방어 태세’가 허술해졌고, 반격능력도 약화됐다는 ‘전략적 변화’가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는 카드를 꺼내 쓰도록 트럼프를 부추긴 요인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공격에서도 미리 침투시킨 첩보원들 정보와 공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트럼프도 밝혔다.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핵심인물들과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최고간부들이 정밀폭격에 희생된 것도 주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수행한 치밀한 이란 현지 첩보활동을 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메네이 집과 집무실을 정확하게 타격한 것이 이스라엘의 폭탄인지 미국의 폭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추적 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스러엘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은 미국이 공격 뒤에도 이란의 보복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때 이란은 사실상 보복을 포기했다. 보복할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 그것이 더욱 확연해졌다고 사이먼은 썼다.
이번 공격 뒤 이란은 공언해 오던 보복공격을 실행에 옮겼으나 판세를 흔들 만큼의 타격을 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 번째 전략적 변화-미국의 적극적 공조
세 번째의 전략적 변화는 미국-이스라엘 동맹 역학관계의 변화다. 예전에는 이스라엘이 공격하면 말려들 것을 우려한 미국이 말리다가(또는 말리는 척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가담하면서 방향타를 잡는 식이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이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다. “백악관은 대결을 원했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처음부터 이스라엘과 공조했다”고 사이먼은 지적했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크게 의식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이달 중순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9%, 지지하지 않는다는 60%였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레임덕 처지가 될 트럼프는 이런 추세를 뒤집어 놓을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 대중은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았다. 2월 말에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인의 49%가 이란에 대한 군사력 사용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27%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공격을 감행했다. 여론의 역풍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해서 여론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점령보다 참수, 영토장악보다 폭격”이 '묘수'?
사이먼은 그것을 “점령(occupation)보다는 참수(decapitation), 영토 장악(taking ground)보다는 폭격(bombing ground)”이라고 요약했다.
‘적지’를 점령하지 않고 ‘적’의 정치적 우두머리와 ‘적장’들을 죽이든 붙잡아 오든 제거한다. 그것도 지상전이 아니라 공습이나 미사일, 드론 등의 정밀폭격을 통해. 말하자면 미군을 적진에 직접 투입해 전투를 벌일 경우 발생할 자국군 인명손실 위험을 피하면서 적의 지도부를 제압한다. 미군이 적진에 지상군을 투입해 전투를 벌이고 점령한 뒤 통치하는 방식이 얼마나 큰 비용과 희생을 지불해야 하는지 미국인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 그 한참 전의 베트남전 개입 등을 통해 뼈저리게 체험했다. 트럼프가 미국 역대 정권의 대외 전쟁개입을 비난하면서 자신은 전쟁을 막는 대통령이라고 선전한 것은 그런 식의 대외 전쟁개입에 대한 미국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식의 개입은 대체로 실패로 끝났다.
‘묘수’ 실행의 첫 번째 사례 ‘베네수엘라 침공’
그런 난제를 해결해 줄 ‘묘수’를 트럼프는 지난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전격 체포작전에서 확인했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강력한 해공군력으로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봉쇄하고 첩보활동을 통해 마두로 체제 내부 및 마두로의 위치 정보를 파악한 뒤 방공망과 반격시스템을 선제공격해 ‘방어 태세’(deterrent posture)를 약화시킨 다음 소규모 특수부대를 투입해 최소 비용으로 목적을 달성했다.
그렇게 해서 베네수엘라 지배세력 핵심인사들을 제거해 체제를 흔들어 놓은 다음 직접통치가 아니라 그 체제 내부나 반체제 쪽 유력자를 돈(경제력)과 무력(군사력)으로 포섭하거나 손잡고 대체권력을 만들어 조종하는 간접통치 방식을 구사한다.
국제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주권국가에 대한 트럼프의 이런 불법적인 대외 개입에 다수의 미국인들과 매체들이 환호했다. 비판도 거셌지만 미국사회가 그런 식의 개입 주체에 정치적 타격을 가할 정도의 비판의식과 조직된 힘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이 확인됐다. 그것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식 국익 우선 미국 제일주의 내셔널리즘의 ‘트럼피즘 마법’을 이기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
그리하여 베네수엘라식 정권교체와 반미체제 전복 및 친미체제로의 개조가 ‘묘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트럼프에게 심어 주지 않았을까. ‘묘수’란 스티븐 사이먼이 얘기한 바로 그 금기를 깬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turned a broken taboo into a method for a new era)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한 주요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이란 시민들의 대규모 반체제 시위와 최소 3천 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하메네이 체제의 잔인무도한 학살 진압, 그리고 그때 ‘다시 도우러 가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 등을 들었지만, 그것은 트럼프의 이란 직접공격 명분을 쌓는데 유리한 재료가 됐겠지만 공격의 주요 이유라고 보긴 어렵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침공 때도 마두로 억압체제와 경제적 실패에 저항하는 베네수엘라 내부의 반마두로 운동과 정서를 침공 명분으로 활용했다.
1월 28일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격은 사이먼이 말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긴 대표적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 침공이 첫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란이라는 나라의 무게와 지정학적 중요성, 개입의 후폭풍(국제정치경제적 파장) 등을 생각하면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란 침공을 위한 리허설(최종 연습)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전에도 파나마, 그레나다, 니카라과, 칠레 등 트럼프가 말한 ‘서반구’에서 무수한 개입과 침공을 자행했다.
따라서 사이먼이 말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 즉 ‘묘수’란 트럼프가 되살려낸 미국의 ‘21세기식 대외 개입 방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그가 얘기한 ‘돈로주의’(Don-Roe Doctrine)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의 조지 오웰 세계
따라서 사람들은 이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걱정하게 될 것이다. 즉 이번 트럼프의 이란 공격이 그의 뜻대로 ‘성공적’으로 완결된다면, 미국은 장차 세계 곳곳에서 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법’을 써먹으려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21세기는 미국이라는 초대국이 자국 말을 듣지 않거나 자국 이익을 해치는 만만한 나라들을 골라 언제든 베네수엘라, 이란 개입방식을 적용해 순종하는 친미주의국가로 개조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만일 미국 혼자 하기 힘들면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국’들과 짜고,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안했다는 ‘천하 삼분지계’식의 대국 분할지배를 시현해 보이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트럼프는 미국 역대 정권들의 대외 개입을 비판하면서 자신은 전쟁을 끝내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다수의 분쟁 종식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자랑하면서 노벨 평화상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가장 전쟁을 많이 하는 대통령 쪽으로 가고 있다.
바야흐로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조지 오웰의 ‘1984년’과 같은 거짓과 진실이 뒤집힌 시대가 21세기식 버전으로 또 다시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
이란의 저항이 판세 가를 강대국 분할통치
물론 그들의 뜻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이란이 트럼프의 계산을 뒤흔들어 놓거나 망쳐 놓을 정도의 저항력을 발휘할 경우 트럼프식 21세기 신제국주의는 그 출발선에서부터 좌절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베네수엘라와는 ‘체급’이 다른 중동의 강자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런 역량이 있을지에 달렸다.
뉴욕타임스는 3월 1일 하메네이 사망 사실이 확인된 뒤 테헤란 등의 일부 시민들이 환호하고 폭죽을 쏘아올리며 자축했고 거리의 자동차들까지 경적을 울리며 가세했지만, 하메네이가 사라진 “정권을 접수하라”고 선동했던 트럼프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체제 붕괴 때처럼 대다수의 이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구체제를 일거에 종식시키고 접수하는 사태로 발전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일부 관측통들은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정권과 함께 핵합의를 이끌어냈던 하산 로하니와 같은 온건 실용주의 개혁파 인사들과 손잡고, 마두로의 구체제 출신 인물인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손잡고 베네수엘라를 간접통치하듯 이란을 간접통치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당시 로하니의 개혁정책은 트럼프 정권이 전임 오바마 정권의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따라서 트럼프가 로하니와 손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트럼프 정권은 온건파든 급진파든 이란 대중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력 인물과 손잡고 베네수엘라식 간접통치를 하면서 중동의 반미 핵심국가 이란을 친미국가로 돌려놓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중동정세뿐만 아니라 국제 지정학적 구조 전체가 대변동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란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세계의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 한승동 기자 >
트럼프와 네타냐후, 이란 침략한 2인조 전쟁범죄단
결국 올 것이 오고야만 야만적인 '예방적' 공격
핵무기 없어서 침공당한 이란과 약육강식 논리
도심 심장부에 쏟아진 폭탄과 이란 민중 피눈물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서 전쟁 선택한 트럼프
박탈당한 민중의 자결권과 외세 식민통치 위험
이라크의 재앙을 망각한 트럼프 도박 실패할 것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두 극우적 전쟁범죄자의 결탁이 중동 화약고에 더 큰 불을 붙였다. 이른바 ‘예방적 공격’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번 이란 침공은 트럼프 2기 시작부터 이미 예정된 시나리오였으며, 단지 ‘언제’ 실행되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다. 이스라엘에게 이란 정권의 제거와 핵 개발 저지는 국가의 존망을 건 필생의 과제였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역사상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라고 치켜세운 트럼프에게도 이 과제는 곧 자신의 과제이자, 중동 정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었다. 이 침공의 최전방에서 선동과 실무를 도맡고 있는 것은 단연 네타냐후다. 더구나 트럼프는 최근 베네수엘라에서의 정권 교체 시도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극도로 오만해졌다.
그는 항공모함 전단과 스텔스 전폭기들을 동원해 이란을 겹겹이 포위하면, 공포에 질린 테헤란의 지도부가 알아서 백기투항하며 무릎을 꿇을 것이라 기대했다. 트럼프가 요구한 것은 ‘외교’가 아니라 이란의 주권 전체를 포기하라는 ‘항복 강요’였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제국주의적 위협 앞에 굴복한다고 해서 공격이 멈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란은 ‘당장 맞아 죽을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말라 죽을 것인가’라는 가혹한 양자택일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반제국주의 사상가 질베르 아슈카르(Gilbert Achcar)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란 정권은 고통스러운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해 있었다. 워싱턴의 요구대로 항복하여 지역 내 억제력을 상실하고 하메네이 축출로 이어질 수 있는 내부 위기를 맞이하거나, 계속 버티다가 체제 전체를 위협할 군사적 타격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전쟁은 필연적인 수순이었고, 지난 수개월간의 지루한 협상은 단지 전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지 작업과 명분 쌓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의 포성을 울리기 전에, 트럼프 역시 고민했을 수 있다. 이란은 베네수엘라처럼 지도자 한 명만 제거한다고 끝날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의 군사적 능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은 베네수엘라와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자칫하면 미국을 또다시 끝을 알 수 없는 ‘이라크식 수렁’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불길한 화염은 결국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태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끝내 전쟁을 선택한 것은 이란의 핵 개발 때문이 아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침공당한 것이 아니다. 그 정반대로,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공격당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단 한 번도 핵무기를 가지고 실전 배치한 국가를 직접 공격한 적이 없다. 북한의 사례가 보여주듯, 핵은 사실상 제국의 침공을 막는 ‘생존권의 방패’로 작동해 왔다. 트럼프의 이번 침공은 전 세계 권력자들에게 다시 한번 '핵무기가 있으면 존중받고, 없으면 침공을 당한다'는 약육강식의 뼈아픈 교훈을 각인시켰다.
전 세계적인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더 큰 불씨를 남겼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이란 민중의 민주화 시위를 돕기 위해 폭격을 시작했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착각이다. 트럼프는 개전 직후 이란 시민들에게 "집을 떠나지 마라. 밖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그 시민들의 머리 위로 정밀 유도 폭탄을 쏟아붓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트럼프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은 지난해 있었던 미국-이란의 ‘12일 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에는 도시에서 떨어진 외곽의 핵 시설이나 군사 기지가 주요 타깃이었으나, 이번에는 정권 지도부를 직접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테헤란의 도심 심장부를 타격하고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은 곧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다. 벌써 학교가 파괴되고 어린 여학생들이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가자지구에서 목격했던 끔찍한 학살의 반복이다. 이 파괴와 비극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사람은 하메네이의 빈 자리를 꿰차고 다시 왕정의 영광을 누리고 싶어 하는 팔레비 왕자뿐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200명이 넘었으며, 그중 절반이 아동이고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고 선택적이기만 하다.
서방 언론과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민간인의 피눈물에는 눈을 감은 채, ‘37년 철권통치의 종말’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하메네이의 사망에만 열광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력을 은근히 찬양하며, 서방 각국 정부는 트럼프에게 아부하듯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 바쁘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던 국제사회의 도덕적 파산은 가자 학살의 비극을 반복할 태세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이 무리한 전쟁을 감행했는가? 그 답은 이란이 아닌 트럼프에게서 찾아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다층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전쟁을 선택했다. 트럼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보편적 관세 전쟁은 미국 내 물가 폭등과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발만 불러오다 대법원의 위법 판결까지 받았다.
다시 터져 나온 ‘엡스타인 파일’의 폭로는 트럼프 자신과 측근들, 공화당 인맥을 뒤흔들고 있다. 게다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과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의 확실한 참패 예고, 그리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터져 나오는 분열의 목소리를 잠재울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 전쟁은 트럼프에게 가장 달콤한 유혹이었다.

특히 조만간 예정된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란을 침공한 것은 명백한 메시지다. 베네수엘라를 본보기로 보여주었듯,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은 누구든 물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공갈 협박’을 중국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려는 계산이다.
하메네이의 죽음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국민의 정당한 시위를 살인적으로 진압했으며, 외세의 폭격이 시작되자 민중에게 저항과 연대를 호소하기보다는 가장 먼저 인터넷을 차단해 소통을 막았다. 스스로의 정당성을 부정한 독재자의 마지막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미 오랜 시간 이란 체제 내부의 균열을 파고들어 협조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해 왔던 게 분명하다.
이미 하메네이의 경쟁 세력인 ‘무자헤딘 에 할크(MEK)’가 ‘임시 정부’를 구성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에게 이란의 미래가 팔레비식 왕정 독재의 복구인지 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더 강력한 군부 독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미국에 석유와 이익을 보장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를 ‘꼭두각시’라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이 과정에 가장 뼈아픈 것은 이란 민중이 스스로의 힘으로 독재자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자기 결정권’을 박탈당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로 망명한 이란 민주화 활동가 시야바시 샤하비(Siyavash Shahabi)는 이렇게 말한다. "하메네이는 오랜 탄압, 학살에 대해 민중의 재판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우리는 항상 정의를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그의 정책으로 파멸한 이들의 이름 앞에 세워진 법정 피고인석에서 그를 보고 싶었다."

제국주의의 폭탄은 하메네이를 죽였을지 모르나, 그 과정에 이란 민중이 수십 년간 갈구해 온 ‘정의로운 심판’의 기회마저 함께 날려버렸다. 이는 민중의 승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식민주의적 통치 기획의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승리감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2003년 이라크를 기억한다. 당시에도 사담 후세인 정권은 단기간에 붕괴했고, 부시 대통령은 42일 만에 화려하게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정학적 대재앙’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라크는 내전과 테러의 생지옥으로 변했고, 미국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많은 미군의 목숨을 쏟아붓고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지금 트럼프와 네타냐후도 스스로 이 전쟁의 목표나 ‘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 전체를 점령할 것인가? 친미 괴뢰 정권을 세우는 게 가능할까? 미국의 여론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란 시민들이 과연 순응할 것인가? 어느 것 하나 불명확한 상황에, 그들은 유엔의 승인도, 의회의 동의도 없이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도박을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에너지 가격 폭등과 세계 경제 위기, 그리고 전면적인 중동 전쟁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진정 필요한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제거’의 대상은 무고한 민중의 피를 제물 삼아 권력을 유지하려는 트럼프와 네타냐후다. 우리 모두가 살 길은 저 2인조 전쟁범죄자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뿐이다.
< 전지윤 기자 >
트럼프 ‘기만 전술’ 논란…이란 공습 명령 뒤에도 ‘협상’ 뉘앙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작전 최종 실행 명령을 내린 시점이 실제 공격 시작 10시간 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령하달 직후에도 대외적으로는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기만전술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점도 확인됐다.
2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에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린 시각은 미 동부시각 기준 지난달 27일 오후 3시 38분(이란 현지시각 28일 새벽)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공격은 명령하달 약 10시간 뒤인 28일 새벽 1시 15분(이란 현지시각 오전 9시 45분)에 개시됐다.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을 승인한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라고 명확히 지시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지난달 27일 오후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린 뒤에도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과의 물밑 접촉을 암시하거나 외교적 해법이 남아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미군 당국은 이 기간에 항모전단을 재배치하고, 미 본토에서 비(B)-2 폭격기를 출격시키면서도,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이란이 미국의 의도를 ‘속도전’이 아닌 ‘협상용 압박’으로 오판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란 지도부는 대규모 공습 직전까지도 협상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인식했던 거로 보인다. 공습 전날인 27일 협상 중재국인 오만의 외무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비축 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면 사찰에 합의하는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평화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고 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도 3~5년간 우라늄 농축을 1.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하는 등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하고 있었다.
공습이 개시된 28일 아침(이란 현지시각)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최고위 군사·정보 지도부 다수는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이 자리에 핵협상을 직접 지휘하던 이란 국방위원회 서기 알리 샴하니도 있었다. 미국과의 핵협상이 회의 의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도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번 공습은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자행됐다”고 비난한 배경이다.

공습은 사이버 사령부와 우주 사령부가 먼저 나섰다. 이들이 이란의 통신 및 감시 자산을 교란한 뒤, 100여대의 항공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퍼부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47년간 이란 정권은 미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쟁을 벌여왔다”며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 아래 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작전의 목표가 단순한 보복을 넘어, 이란의 핵무장 야욕을 뒷받침하는 재래식 군사 능력과 해군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메네이 사망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이 훌륭하게 작전을 수행했다”고 확인했다.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개전 57시간 만에 국지적으로 제공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작전 과정에서 일부 손실도 발생했다. 미군 당국은 “밤사이 작전 중 미 공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3대가 추락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케인 의장은 “해당 전투기들의 추락은 적의 대공 공격에 의한 피격이 아닌 비전투 손실로 파악된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전투기 추락이 우군의 오인 사격이라고 밝혔다. 승무원 6명은 모두 안전하게 탈출해서 회복 중이라고 중부사령부는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의 종료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헤그세스 장관은 작전 기간을 묻는 말에 “4주든 2주든 6주든, 앞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다”며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가 언급한 기간을 고정된 시한으로 보지 말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 김원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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