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무혐의 처분 사실상 수용했지만

인권침해 수사관행 등 대수술 뜻…“엄정한 합동감찰로 철저 규명”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대검찰청의 재심의 결정을 사실상 수용했다. 다만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대검의 무혐의 결정 과정 전반을 ‘합동감찰’로 강도 높게 들여다보고, 이를 토대로 검찰의 그릇된 직접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합동감찰로 검찰개혁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범계 장관은 22일 입장문을 내어 “검찰 고위직 회의에서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절차적 정의가 문제 된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이행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의 당일 제한된 시간 안에 방대한 사건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보고서와 문답에 의존해 내린 결론이라면,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검이 법무부에 불기소 처분 결정을 보고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박 장관의 입장으로, 결과는 수용하되 내용과 뉘앙스 자체는 검찰 지휘부를 향한 강도 높은 불만을 담은 것이다. 앞서 대검은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지난 19일 부장회의를 열어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지만, 기존 판단대로 관련자들을 불기소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특히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불기소 결론’이 아니라, ‘절차적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당시 부장회의가 수사팀의 징계절차를 다루는 자리가 아니었는데도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아온 엄희준 부장검사가 예고 없이 회의에 참석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가 끝난 직후 특정 언론에 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유출된 경위 등을 문제 삼았다.

박 장관은 “이번 회의는 한 전 총리의 유무죄가 아니라 재소자의 위증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도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외부로 유출했다면 이는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형사사법 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과정에서 검찰이 재소자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대가로 전화통화나 외부 음식을 제공하는 등의 의혹이 불거진 점을 지적하며, 향후 이런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 정황, 이 사건 민원 접수 때부터 대검의 무혐의 취지 결정 그리고 대검 부장회의 내용의 언론 유출 등을 법무부와 대검의 엄정한 합동감찰을 통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이날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당시 수사팀 구성원들을 심층 면담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지적은 깊이 공감하며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합동감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지현 장예지 기자

 

검찰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 무혐의 “제식구 감싸기 대단”

민주당 “검찰개혁이 계속돼야 할 이유를 확인해준 것”

 

지난 1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대검부장·고검장 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검찰청이 고검장을 포함한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 내린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검찰이 자기 식구 감싸기에 얼마나 유능한 집단인지, 그 단단한 실력을 또 보여줬다”며 “검찰개혁이 계속돼야 할 이유를 확인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가 진즉 출범해 이 사건을 다뤘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론은 안 나왔을 것”이라며 “수사와 기소 분리로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이 더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속도조절에 나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용민 의원도 “한심한 결론”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조남관(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주도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기소 결론을 냈다.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닫은 한심한 결론”이라며 “검찰개혁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개혁 긴 터널의 출발점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진실 비틀기와 제 식구 감싸기가 역사에서 사라질 제도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대검 확대간부회의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경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발언 내용을 공유하면서 “10분 만에 회의결과 유출. 지금 검찰 그리고 이와 공생하는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며 “검찰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위증 의혹을 다시 살펴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전국 고검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검 부장회의를 소집해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회의에서는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다수결 투표까지 부쳤으며, 불기소 처분 10명, 기소 의견 2명, 기권 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현웅 기자

 

“한명숙 수사팀 무혐의”…법무부, 합동감찰로 수사관행 개선할 듯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수용하되, 그가 앞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주문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합동감찰’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검은 21일 “부장회의를 거친 한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지난 5일 관련자들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다시 판단할 것을 요구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지난 19일 일선 고검장까지 참여하는 부장회의를 열어, 기존 대검 판단대로 관련자들을 불기소하기로 의결했다. 조남관 직무대행과 대검 부장 7명, 일선 고검장 6명 등 14명이 참여해 13시간30분 동안의 마라톤회의 끝에 표결한 결과다.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고, 기소 의견은 2명, 나머지 2명은 기권이었다. 대다수 참석자는 불기소 이유로 증거 불충분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이 무혐의 처분하기로 결정하면서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사실상 종결됐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2일 자정까지다.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 장관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불기소 결정이 나오면서다. 박 장관이 앞서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 참석을 받아들인 만큼, 대검 결론을 수용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도 어렵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장관이 말을 바꿔 대검과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야권의 공세가 거세질 공산이 크고 법무부와 검찰 갈등에 따른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를 할 때,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재소자를 기소하라고 직접 지시할 수 있었는데도, 한발 물러서 대검 부장회의에 재심의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합동감찰’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한 전 총리) 수사팀이 재소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제보자로 활용하고, 불투명한 소환 조사가 이뤄진 위법·부당한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며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다만, 합동감찰을 통해 당시 수사팀의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징계는 불가능하다. 징계 시효인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17일 관련 브리핑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장관이 주의나 경고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팀 문책보다는 검찰의 수사 관행을 검토해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감찰 취지다. 박 장관은 이날 대검의 보고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배지현 기자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한명숙 모해위증’ "예상대로" 불기소 결론

임은정 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계속 가보겠다”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는 임은정 검사. 연합뉴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가 20일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확대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불기소로 결론 낸 데 대해 짧은 소회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산하 시인의 시 '그는 목발을 짚고 별로 간다'의 한 구절을 인용해 "먼 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계속 가 보겠다"고 썼다.

그는 "기도해주시고 걱정해 주신 많은 분 덕분에 모래바람 거센 광야에 선 듯한 회의장에서 굳세게 버틸 수 있었다"며 "능력이 부족해 어렵게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어 준 몇몇 재소자분들에게 너무 미안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대검연구관회의에서처럼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것에 감사하며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앞서 모해위증·교사 의혹의 기소 여부를 두고 전날 열린 대검부장·고검장 확대회의에서는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고 2명은 기권해 기소 의견을 낸 참석자는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주임검사 지정 전까지 해당 사건을 조사해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재소자를 기소하고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고 보고했던 임 부장검사는 전날 확대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남아…검찰 지휘부 무마지시 확인해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대검부장·고검장 회의(대검 회의)에서 모해위증 의혹을 받는 재소자 등에 대한 결론이 예상대로 ‘불기소' 로 내려졌다.

 

1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재심의 지시로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검 회의에서는 13시간 넘는 마라톤 논의가 이어졌다. 오전에 사건 기록 검토를 거쳐 오후에는 불기소 처분 의견을 낸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과 기소 의견을 낸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임 연구관은 그간의 사건 기록과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한아무개씨의 진술 조사 기록 등을 바탕으로 위증 의혹을 받는 재소자들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대검 부장들과 고검장들의 토론에서 ‘기소 의견'과 ‘증거 불충분' 입장이 대립했지만, 표결 결과 ‘불기소’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대로 고검장 6명이 합세한 표결결과가 최근의 대검 불기소 결정을 뒤집으리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던 데서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 부장 7명, 전국 고검장 6명이 참석해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이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은 기권했고, 기소 의견을 낸 참석자는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행은 이날 회의 결과를 토대로 모해위증 관련 공소시효 만료일인 23일 전까지 무혐의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위증교사 의혹을 받아 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검사와 수사진은 사실상 기소와 처벌이 어렵게 됐다.

법무부는 대검 회의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날 대검 회의 결과를 전달받은 뒤 논의가 공정한 절차로 진행됐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불기소 결정을 한 대검 회의와 별도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검찰 수사팀이 재소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제보자로 활용했다는 정황 등이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위증교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는 검찰 지휘부의 지시 등이 있었는지 등도 감찰을 통해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옥기원 기자

 

서지현 검사 폭로 ‘검찰내 성추행’ 직무유기 사건, 공수처로 이첩

안태근 강제추행 · 인사 불이익 묵살 직무유기 혐의 … 손배 소송도 열려

 

서지현 검사에게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실을 듣고도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검찰 고위간부의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됐다. 한편 이날 서 검사가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안 전 국장 쪽은 “(강제추행 여부는) 당시 술에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권아무개 전 법무부 검찰과장의 직무유기 사건이 지난 12일 공수처로 이첩됐다. 권 전 과장은 2018년 안 전 국장의 성추행 및 인사보복 폭로한 서 검사와 면담을 했음에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서 검사는 그해 권 전 과장에 대해선 직무유기 혐의로, 서 검사의 폭로를 부인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한 문아무개 당시 법무부 대변인 및 검찰 내부망에 2차 가해성 글을 올린 정아무개 검사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이 가운데 권 전 과장의 직무유기 혐의 사건은 ‘고위공직자의 직무유기 등 직무 관련 중요범죄는 공수처가 맡는다’는 공수처법에 따라 최근 공수처로 이첩됐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두 명의 검사 사건은 서초서에서 수사 중이다.

 

이날 오후에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과 인사보복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도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재판장 김대원)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서 검사 쪽 소송대리인은 “안 전 국장의 강제추행 사실은 이미 형사사건에서 충분히 인정된 사실이고, 그 후 보복성 인사개입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국장 쪽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이 있었다”며 “(강제추행은) 당시 술에 만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2015년 하반기 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안 전 국장에 대해 원심과 달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서 검사가 강제추행에 사건 발생 당시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던 게 형사사건 기록에 나와 있다”라고도 했다.

 

서 검사 쪽 소송 대리를 맡은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은 법정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었지, 강제추행은 1·2심에서 사실인정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서 검사가 사건 발생 당시 강제추행을 문제 삼지 않으려 했던 건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강제추행이었고 상관이 가해자였다. 어차피 검찰 내부에서 이 부분이 처벌되기가 어렵고, 징계도 어렵다는 걸 서 검사 본인이 너무 잘 알아서 어쩔 수 없이 ‘문제 삼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지, 강제추행이 전혀 없어서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공동 피고인 국가 쪽 대리인은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강제추행이라 일컬어지는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은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없으니 (배상 책임을) 부인한다는 입장”이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5월14일 선고하기로 했다. 신민정 기자

 

대검, 박 장관 수사지휘 수용…“고검장들도 참여시키겠다”

“한동수 · 임은정 등 관계자들 설명 듣고 충분히 토론“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였다.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다시 사건을 심의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의에 일선 고검장들도 참여시키겠다고 밝혀 사실상 불기소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18일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입장을 내어, 향후 사건 처리 방향을 밝혔다. 조 차장은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지침에 따라 공정성을 담보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대검의 처리가)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여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하여 재심의 하겠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박 장관의 요구대로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연구관 등 조사 및 기록검토를 담당한 관계자들로부터 사안 설명을 들은 뒤 충분한 토론도 거칠 것도 약속했다. 대검은 한 전 총리 사건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증인 김아무개씨의 공소시효(22일) 전까지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조 차장은 다만 “(대검) 부장검사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고,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다”며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일선 고검장들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대검 부장단이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인사들로 대체로 채워진만큼, 향후 회의 과정에서 의견이 맞설 때 표결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은 박 장관이 지시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과정에 대한 합동감찰도 받아들였다. 조 차장은 “수사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위법, 부당한 수사절차와 관행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지시는 비록 징계 시효가 지났으나, 적극 수용하여 성실히 이행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대검은 한 전 총리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관련된 재소자 2명과 수사팀 검사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이 사건 결정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논의할 것도 검토했지만, “대검 감찰부에서 반대해 대검 각 부서 선임 연구관으로 구성된 ‘대검연구관 6인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당시 임은정 연구관에게도 의견 표명 기회를 줬으나 임 연구관이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날 박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와 관련해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아울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배당,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재소자 김씨의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와 더불어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장예지 기자

 

박범계 법무장관 “한명숙 재판 위증 의혹 재심의” 수사 지휘권 발동

 모해위증 지목 재소자 무혐의 관련…법무부-검찰 갈등 재발여부 주목

“대검 부장회의서 기소 가능성 심의, 한동수 · 임은정 의견 청취”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 취임 이후 첫 수사지휘권 행사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통해 다시 심의하라는 다소 온건한 방식을 택했지만, 공소시효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사건 처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 앞으로 보낸 수사지휘서에서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 (이 사건에 연루된 재소자) 김아무개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심의 과정에서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듣고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런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김씨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22일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 사건 수사팀의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에 대한 합동감찰도 지시했다. 한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과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 박 장관의 설명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유로 내세운 것은 ‘공정성’이다. 그는 수사지휘서에서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대검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의적 사건배당과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수사지휘권 발동은) 총장대행 권한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시간이 걸려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대검이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부장검사 7명 모두가 가치 중립적으로 판단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 교사 의혹은 지난해 4월 불거졌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신건영 대표 고 한만호씨와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한씨가 뇌물을 준 게 맞다는 취지로 증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다.

이 사건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검 감찰부로 넘어갔다. 지난해 9월부터 대검 감찰부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 임은정 연구관은 최근 인사발령으로 수사권을 부여받은 뒤, 대검 지휘부에 재소자 두명을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한명숙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이 사건을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배당했고, 임 연구관이 사실상 사건 수사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건 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대검은 배당 3일 만인 지난 5일 재소자 2명과 수사팀 검사들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이날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회의를 열 가능성이 크지만, 사건 처분 결정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

 

뻔뻔한 검찰…‘한명숙 사건’ 위증의혹 수사, 임은정 배제하고...

대검, 연루 재소자·검사 모두 무혐의 처분

공소시효 만료에 맞춰…연루 검사들 비호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

 

대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에 연루된 재소자들과 검찰 공무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5일 한 전 총리 사건 재판과 모해위증(피고인 등을 불리하게 할 목적으로 위증한 혐의) 및 교사, 방조 의혹 등을 받았던 당시 증인 2명과 수사팀 검사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다만 “해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공무원들의 비위 여부는 추가로 검토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을 둘러싼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지난해 7월 수사팀으로부터 모해위증을 요구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아무개씨가 대검 감찰부에 감찰과 수사를 의뢰하면서 불거졌다. 한씨는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서진 않았지만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던 고 한만호 전 한신견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 2명이 증언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중 한 명인 최아무개씨도 같은 취지로 대검 감찰부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9억원의 정치자금을 수수 혐의를 받았던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당시 수사팀이 교사·방조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대법원은 한 전 총리의 유죄를 확정짓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두 재소자가 낸 진정 사건은 대검 감찰3부에 배당됐고,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받은 임은정 부장검사도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대검은 당시 증언을 압박한 의혹을 받았던 수사팀 검사와 해당 재소자들에 대해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이다. 6일은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재소자 중 한명인 최아무개씨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날이기도 하다. 나머지 재소자인 김아무개씨의 공소시효도 오는 22일이었다.

한편 임은정 연구관은 자신이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사건 감찰에서 직무배제됐다고 주장해 대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임 연구관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총장과 조남관 차장검사 지시로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적었다. 그러나 대검은 애초 이 사건을 임 연구관에게 배당한 적이 없고, 주임검사 역시 대검 허정수 감찰3과장을 처음으로 지정했다고 반박했다. 장예지 기자


민주 "한명숙 위증교사 사건은 기획수사…실체 밝혀야"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

 

더불어민주당은 5일 "한명숙 전 총리의 위증교사 사건은 검찰의 선택적이고 기획된 수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에 대한 실체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 교사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임은정 검사가 직무에서 배제당하며,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검찰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검찰이 행한 부당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 등 응당한 조처를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작수사 처벌 '칼끝’에 전전긍긍 검찰…임은정 검사를 직무배제

    임은정  "한명숙 사건 감찰서 배제"… 대검  "배당한 적 없다"

    한 전총리 모해위증 사건 공소시효 임박, 주임검사 따로 지정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2일 한명숙 전 총리의 모해위증 사건 감찰 업무에서 강제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검찰청은 처음부터 임 부장검사에게 해당 사건을 맡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의견은 낼 수 있게 한 만큼 직무 배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수사권을 부여받은 지 7일 만에 직무이전 지시를 받아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배제 됐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소속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처리하게 할 수 있게 규정한 검찰청법 7조의2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대검 감찰부에서 한 전 총리의 모해위증 관련 사건 2건을 집중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들은 오는 6일과 22일 공소시효가 각각 만료된다.

임 부장검사는 이들 사건에 대해 "윤 총장 최측근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매우 임박하고 기록이 방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무이전 지시는) 사법정의나 검찰, 총장님을 위해서나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 한숨이 나오면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답답하다"고 썼다.

그러나 대검 측은 "임 부장검사에게 한 전 총리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며 직무 배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대검은 "오늘 처음 감찰 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임 부장검사를 포함해 사건 조사에 참여한 검사들 전원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가 그동안 정식 사건 배당도 받지 않은 채 조사를 한 만큼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것을 직무이전 지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 부장검사가 감찰3과장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직무에서 배제된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 부장검사는 "감찰부장 지시에 따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조사한 지 벌써 여러 달"이라며 "제가 직접 조사한 사건에서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 전환하겠다고 보고하자 '이제부터 감찰3과장이 주임검사'라는 서면 지휘서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 수사권을 박탈하고자 한다면 검찰총장님이 역사에 책임지는 자세로 검찰청법 제7조의2에 따라 직무이전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해 이렇게 서면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견 제시는 가능해 직무 배제가 아니라는 대검의 설명에 대해선 "조사 결과와 수사 전환하겠다는 의견은 검토보고서 등을 통해 법무부, 총장, 차장에게 다 보고했다"며 "조사 결과와 의견을 다 기록에 현출했고 이미 제시했으니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앞서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이 부여되면서 공소시효 전에 대검 감찰부가 일부 위증 혐의자를 기소함으로써 공소시효를 중단시키고 관련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임 부장검사가 한 전 총리 사건 조사를 주도할 수 없게 되면서 기소를 포함한 사건 조사 마무리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22일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이 나면서 수사권을 부여받았다.

이에 대검이 법무부에 수사권 부여의 법적 근거를 질의하자, 법무부는 이날 "수사권 부여에 관한 검찰총장의 별도 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의 감찰3과장 배당은 이날 법무부 회신 직후 이뤄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대검 감찰부에 배당됐으나, 주임검사 지정은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나서 이뤄진 셈이다.

 

법무부 "임은정 수사권 문제없어…총장 지시 불필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법무부가 2일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의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겸임 발령과 수사 권한 부여와 관련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청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인사 발령으로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이 부여됐으며, 수사권 부여에 관한 검찰총장의 별도 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연구관이 고검·지검의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15조 조항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25일 법무부에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을 준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달라'는 질의에 대한 회신이다.

법무부는 "대검은 다른 검찰연구관들과는 달리 임 부장검사에게는 수사권이 부여되는 일선 검찰청 검사 직무대리 근무명령을 내주지 않았다"며 "임 부장검사가 감찰 업무를 수행하면서 비위와 관련된 범죄 혐의를 밝히고 대응하는 데 권한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찰 기능 강화 차원에서 임 부장검사를 겸임 발령함으로써 담당하는 감찰 업무와 관련해 수사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달 22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임 부장검사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당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수사하게 하려고 임 부장검사에게 수사권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까지 1,200곳 이상 … "추가 발견 계속"

중 전문가 "역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사건"

  

일본군에 점령된 중국 상하이(上海) 거리의 전쟁 폐허 속에서 일본군 위안소를 가리키는 '황군위안소'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이 사진은 1937년 말에서 1938년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쑤즈량 상하이사범대 교수 제공=연합뉴스

 

중국 상하이(上海)시 훙커우(虹口)구 둥바오싱(東寶興)로에는 전면에 아치 모양 창문이 나란히 박힌 오랜 2층 서양식 벽돌 건물이 서 있다.

이 건물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가 바로 이 건물에 있던 것이다.

일본군은 1931년 11월부터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 패전 때까지 이곳에서 일본군 장교를 위한 위안소인 '다이살롱'(大一沙龍)을 운영했다.

다이살롱은 세계 최초로 들어선 일본군 위안소였다. 또 가장 오래 운영된 일본군 위안소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 '다이살롱'이 있던 건물.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구 둥바오싱(東寶興)로의 옛 '다이살롱' 건물 앞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논문을 써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지역에서만 다이살롱처럼 실제 존재한 것으로 확인된 일본군 위안소만 해도 1천 곳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위안부문제연구센터는 28일 연합뉴스에 지금까지 중국에서 각종 사료를 통해 실재한 것으로 확인한 일본군 위안소가 최소 1천127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행 성(省)·직할시별로 보면 후베이성이 295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둥성(208곳), 저장성(183곳), 상하이시(172곳), 장쑤성(70곳), 안후이성(70곳), 후난성(50곳), 광둥성(42곳), 윈난성(37곳) 등이다.

당시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에서도 최소 137곳의 위안소가 운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대만까지 합쳤을 때 중국어권 지역에서 발견된 일본군 위안소는 '1천264곳 이상'이다.

센터 측은 1천여 곳에 달하는 일본군 위안소가 각종 사료를 통해 철저히 확인된 곳만 추려낸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동북3성, 베이징시, 톈진시, 허난성, 허베이성, 푸젠성, 하이난성 등 일본군 위안소가 다수 존재했던 다른 지역의 경우 일본군 위안소의 전체적 규모를 산정하는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존재가 확인된 일본군 위안소 규모가 수천 곳으로 급증할 것으로 센터 측은 전망했다.

나아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 각국 등 각지에서 다수의 위안소를 운영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전체 일본군 위안소 운영 규모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센터 측은 설명한다.

이번에 1차 규모가 드러난 중국 내 위안소는 한반도 출신 위안부들이 큰 고통을 받던 장소다.

센터 소장인 쑤즈량(蘇智良) 상하이사범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실 한국 출신 위안부 여성들이 주로 피해를 본 곳이 중국"이라며 "일본이 중국에 주둔하면서 북쪽의 헤이룽장에서 남쪽의 하이난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든 한국 위안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확인된 것만 해도 1천 곳이 넘는 방대한 규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지적한다.

                               중국 위안부 문제 전문가 쑤즈량 교수.

쑤 교수는 "많은 사료가 위안부가 자유를 잃고 일본군의 통제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하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위안소의 규모에 관한 것"이라며 "인류 문명사상 이런 시설이 이렇게 많이 설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군이 상하이 한 도시에서만 해도 최소 172개의 위안소를 뒀는데 이는 매우 부끄러운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10여개 성과 직할시에서 (위안소 분포를) 조사하고 있지만 계속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쑤 교수는 연합뉴스에 과거 위안소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찍힌 사진을 제공했다.

1937년 말에서 1938년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폐허가 된 상하이의 도시 한복판에 '황군위안소'(皇軍慰安所)라는 안내판이 걸린 모습이 나와 있다.

쑤 교수는 "이 사진은 일본군 점령 하의 상하이에서 촬영된 것으로서 주변이 대부분 폐허로 변한 전장 한복판에서도 일본군이 위안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쑤 교수는 "과거 위안소가 있던 건물들이 도시 개발로 대량으로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전력을 다해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 대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젊은이들이 계속 이어 연구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 주지사 26명 "아시아계 향한 폭력·증오 규탄"

아시아계 전직 고위 당국자 60명도 규탄 성명

 

무릎 꿇고 연쇄 총격 희생자 추모하는 미 애틀랜타 시민: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숍 '골드스파'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 앞에서 18일 타라 윈스턴이란 이름의 여성이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애틀랜타 일대에서는 지난 16일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아시아계 여성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애틀랜타 UPI=연합뉴스)

 

미국 주지사 26명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주지사와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 등 26명의 주지사는 2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야말로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대한 인종주의와 폭력, 증오를 규탄하며 (그들을) 보호하고 일으키며 지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아내를 둔 호건 주지사와 베이커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고 나머지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다.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전직 아시아계 당국자들 60여명도 공동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 중단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개리 로크,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노먼 미네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수백년 동안 아시아계는 이 나라의 활력과 성공에 많은 기여를 했으나 우리는 아직도 외국인이나 덜 미국적으로 여겨지고 타자로 대우받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한인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을 계기로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말 맞아 미 전역서 항의 시위 …샌드라 오도 참여

 

20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 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증오는 바이러스다.”

백인 청년이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사망케 한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말인 20일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미 경찰이 ‘증오범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명백하다며, 증오를 멈추라고 항의했다.

<시엔엔>(CNN)과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한 애틀랜타를 비롯해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 곳곳에서 각각 수백 명이 모여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와 태평양계 등 증오범죄에 노출된 이들과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백인, 흑인 등이 두루 모였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내의 주 의회 의사당 옆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인을 포함한 시민과 활동가 등 수백 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드러프 공원에서 주 의사당으로 행진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한성희씨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세상과 사람들이 분명히 알기를 원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20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증오범죄 반대 집회에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CBS 유튜브 갈무리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고 <시비에스>(CBS) 방송이 전했다. 샌드라 오는 2분여 동안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가 두려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도 중국계 등 수백여 명이 모여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곳은 아시아계에 대한 폭행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일본과 캄보디아 출신 등 여러 아시아계 시민들이 모여 증오범죄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규탄했다. 그는 에모리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걱정하면서 거리를 걷는다. 그들은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 언어적·물리적 공격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이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아시아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연설에서 “대통령과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폭력에, 증오 범죄에, 차별에 맞서 언제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단체 180여 곳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문제 대처를 위해 3억달러(3390억원) 규모의 예산을 요청했다. 백악관이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도 촉구했다. 최현준 기자

 

“할머니는 전사” “헌신하는 싱글맘”…한인 여성 4명 애끓는 사연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햄브라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 사건 항의 촛불시위에서 한 여성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앨햄브라/AP 연합뉴스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여성 4명의 사연이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현지 매체와 소셜 기부 누리집 ‘고펀드미’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온 개척자였고, 가족들에게 헌신하는 한국의 엄마였다.

1980년대 미국에 건너간 김순자(69)씨는 슬하에 남매를 두고, 손주 3명을 뒀다. 김씨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 2~3개의 궂은일을 동시에 하며 가족을 돌봤다. 그의 첫 직업은 텍사스 군부대에서 접시를 닦는 일이었고, 이후 편의점과 부동산 사무소 등에서 일했다. 밤에는 가욋일로 사무실 청소를 하며 돈을 벌곤 했다.

그의 손녀는 ‘고펀드미’에 올린 소개 글에서 “할머니는 우리 가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며 “나의 할머니는 전사였다”고 썼다. 김씨의 또 다른 가족은 “그녀는 항상 가족이 최우선이었다”며 “가족들에게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늘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김씨는 요리와 후원 등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1998년 한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꾸려진 ‘글로벌어린이재단’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워싱턴 디시(DC)에서 노숙자를 돕는 활동에 참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 가족은 말했다.

현정 그랜트씨는 4명의 한인 중 유일한 한국 국적자였다. 아들 랜디 박(23)은 최근 현지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엄마가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것을 알았고, 어머니가 걱정돼 다툰 적도 있다”며 “엄마는 (두 아들을 위해) 이곳 미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에게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말을 들었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문제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매우 가까웠다”며 “어머니는 춤과 파티를 사랑하고,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EDM 뮤지션) 티에스토를 사랑했다. 그녀는 10대 같았다”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어머니를 회상했다.

박순정(74)씨는 이번 사건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 생활을 뉴욕에서 보냈고, 친구와 가까이 살기 위해 최근 애틀랜타로 이사 왔다. 스파 관리를 도우면서 직원들을 위해 점심과 저녁을 만들었다. 그의 사위인 스콧 리는 “어머니는 일을 즐겼다. 돈 때문이 아니라 약간의 소일거리를 원했다”며 “어머니는 매우 건강했고, 모든 사람이 100살 넘게 살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영애(63)씨는 1980년대 미군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조지아로 이민 왔다. 코로나19 사태 때 실직한 뒤 한국 음식을 만들거나 영화를 보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의 아들인 로버트 피터슨은 “엄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그는 한 인간이었고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다른 희생자들처럼 엄마도 그런 일(총격)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지난해 백인경찰 과잉 진압으로 플로이드 숨진 뒤 전개된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비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StopAsianHate’(해시태그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시아인종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는 목소리를 내는 해시태그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 16일 연쇄 총격으로 한국인 4명 등 8명이 숨진 지 3일 만인 19일 인스타그램에는 #StopAsianHate가 달린 게시물이 10만건을 훌쩍 넘었다.

 

이번 해시태그 운동은 지난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해시태그 운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강조했던 해시태그 운동이 미전역 흑인 인권운동으로 발전한 전례를 따를지 주목된다.

 

미국에서 사는 아시아계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차별의 경험을 공유하고 “차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면서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증오는 바이러스다(Hate is a virus)”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공유한 응우옌은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일로 정말 마음이 아프고, 부모님의 안전이 걱정된다. 공장, 미장원, 네일아트가게, 식당 노동자로 일하는 우리 역시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미국인이다.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StopAsianHate)”고 썼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끄엉은 “모든 친척을 베트남에 두고 오직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아는 사람 한명 없는 미국으로 왔던 어머니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시 해시태그를 달았다.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배우 샌드라 오가 아시아계 미국인을 돕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번 해시태그 운동에는 영화배우 등 미국 주류사회의 유명인사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샌드라 오는 “많은 사람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를 끝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어온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의 안전과 인권 향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후원방법을 소개했다. 미나리의 주연배우인 스티브 연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원센터’의 누리집 주소를 공유했다. 아시아·태평양계 이민자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인 AAPI와 함께 연대하고 있는 이 센터는 인종차별의 경험이나 혐오범죄로 인한 트라우마를 앓는 이민자들에게 상담서비스와 여러 가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는 2천1백만명(2018년 인구조사 기준)에 이르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국사회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었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천여건에 달했다. 이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혐오범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숫자다. 미국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7천3백건가량의 혐오범죄가 일어났다. 이재호 기자

 

애틀랜타 한인 피해자 아들 “어머니는 두 아들에 헌신한 싱글맘”

범행동기 ‘성 중독’이라는 경찰 발표엔 “헛소리(Bullshit)”

현정 그랜트씨 큰 아들, ‘데일리 비스트’와 인터뷰서 언급

 

1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시아 여성을 보호하라”는 손팻말을 든 채 연대 행진을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어머니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8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총격 사건의 한인 피해자 현정 그랜트씨의 아들 랜디 박(23)은 18일 현지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인 사망자 4명 중 현정 그랜트씨를 포함해 2명의 이름이 확인된 가운데, 유족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랜디 박은 “어머니가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것을 알았고, 어머니가 걱정돼 다툰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는 (두 아들을 위해) 이곳 미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범행 동기를 “성 중독”으로 설명한 전날 경찰 발표에 대해서는 잠시 말을 고른 뒤 “헛소리(That’s bullshit)”라고 선을 그었다. 애틀랜타 경찰도 걷잡을 수 없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하루 만인 이날 롱을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19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사건이 3795건 접수됐다. 박씨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나에게 닥칠 일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이제서야 “매우 다른 렌즈를 통해 그(인종 증오범죄) 문제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로부터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말을 들었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문제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매우 가까웠다”며 “어머니는 춤과 파티를 사랑하고,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EDM 뮤지션) 티에스토를 사랑했다. 그녀는 10대 같았다”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어머니를 회상했다.

 

16일 저녁, 박씨는 조지아주 덜루스 집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골드 스파’ 생존자의 딸이 전화를 해줘서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알았다. 경찰이 사건 현장 접근을 막고 있어서 아직 현장에도 가보지 못했다. 20대 초반인 그에게 이 상황은 너무도 “초현실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돌봐야 할 남동생이 있다”며 “극도로 슬프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슬퍼하고 싶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엔 자신과 동생 둘만 남았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미국에 들어올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그는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도움을 청했다. 박씨가 요청을 올린지 약 8시간만에 8300여명이 응답했고, 약 34만9천여달러(약 3억9500만원)가 모금됐다. 전정윤 기자

 

바이든 “애틀랜타 희생자 추모 조기, 모든 공공건물에 걸어라”

22일까지 국내외 관공서·군 게양…19일엔 애틀랜타 방문,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망자 8명을 추모하는 조기가 18일 백악관에 게양돼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총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18일 연방 관공서와 군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을 발표해 “애틀랜타 대도시권 지역에서 저질러진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조기 게양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미 본토의 백악관과 모든 공공건물 및 부지, 군 초소와 기지, 군사 시설을 비롯해 해외의 미 대사관과 공사관, 영사관 및 해군 함정, 기타 시설 등이 대상이다. 조기 게양 기간은 오는 22일 일몰까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는 트위터에 자신과 부인이 애틀랜타 총격으로 충격받은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직 범행 동기를 모르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오늘 밤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커뮤니티를 향한 최근의 공격은 미국답지 않다. 멈춰야 한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백악관의 한 관리가 언론에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그 성과를 알리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애틀랜타 방문을 기존에 잡아뒀다. 그러다 지난 16일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3곳에서 총격이 발생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자 간담회 일정을 추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틀랜타에서 주정부 의원, 아시아계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만나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관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애틀랜타 총격범 ‘섹스 중독’ 무게 경찰에 “증오범죄 가리려는 핑계” 반발

   경찰  “용의자, 인종적 동기 아니라고 주장”
   아시아계·정치권 “성 중독으로 변명 말아야”

 

17일 미국 워싱턴 DC 차이나타운에서 전날 벌어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아시아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시안 혐오를 멈추라”는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아 마시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의 주요 범행 동기로 ‘성 중독’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치권과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로 보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조지아주와 애틀랜타 당국은 17일 브리핑에서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체포)의 범행을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체로키 카운티의 보안관 제이 베이커는 “롱은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는 스스로 성 중독이라고 여기는 문제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는 “롱은 이들 장소(마사지 업소)가 자신이 그곳에 가도록 만들고, 그래서 없애버리고 싶은 유혹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경찰은 증오범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그러나 초동 발표에서 범행이 성 충동에서 비롯됐다는 용의자의 주장을 여과 없이 공개해 비판을 불렀다. 이번 사건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안 여성이고, 범행 대상이 된 마사지 업소들은 주로 아시안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

경찰의 발표 이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가 “명백한 증오범죄”라는 성명을 내는 등 아시아 커뮤니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연경씨는 ‘골드 스파’에서 총격이 벌어진 직후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한겨레>에 “현장에서 직원들로부터 ‘범인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며 총을 쏘고 있으니 빨리 가게 문을 닫으라’는 말을 들었고 증오범죄가 분명한데, 경찰이 사건을 다른 쪽으로 가져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금주씨는 “당국이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회피하려 하면 아시아계 미국인과 대중의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를 직시하고 소수자 중 소수자인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게 하기 위한 법 제정과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아시아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계인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발언에서 “우리는 인종적 동기에 의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으로 변명하거나 다시 이름붙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태미 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의원도 트위터에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집착해 그들을 쐈다”며 “증오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이완계 테드 루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가능성 있는 하나의 동기가 다른 동기들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며 “음식 중독(집착)을 가진 살인자가 한국 음식점 종업원들만 쏜다고 가정해보라. 그건 거의 틀림없이 인종적 동기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계 주디 추 민주당 하원의원은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롱의 “섹스 중독”을 언급한 보안관 베이커 또한 인종주의 논란에 휘말렸다. 베이커가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코로나 맥주 로고 모양으로 “COVID19”(코로나19)라고 쓰고, “차이-나에서 수입된 바이러스”라고 적은 티셔츠들의 사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백인인 롱에 대한 수사에 이같은 편향성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베이커는 특히 브리핑에서 “어제는 롱에게 아주 나쁜 날이었고 이게 그가 한 일”이라고 말해 이번 참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비판도 불렀다.

<시카고 트리뷴> 칼럼니스트 렉스 훕케는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의 나쁜 날과 백인 범죄 가리기’라는 칼럼에서 “백인인 베이커가 롱의 변호인 역할을 했다”고 일갈했다. 이 칼럼은 “성중독이라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게 뒤얽혀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날려버리는 쓸데없는 표현”이라며 “특히 여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여성혐오나 백인 우월주의, 극우 과격주의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해 계속 반복돼온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나는 지금으로서 살해범의 동기에 관해 어떤 것도 연결짓지 않겠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롱은 이날 8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로스앤젤레스/ 이철호 통신원


애틀랜타 경찰 대변인 인종차별 논란…"용의자 변호하냐" 비판

 "총격범에게 나쁜 날" 범행 두둔성 태도에 언론 질타

  페북에  '인종차별 티셔츠' 홍보 정황도 … 계정 급삭제

  초동수사에 "범인 대변인 노릇. 희생자 2차 가해" 뒷말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 제이 베이커[AP/Atlanta Journal-Constitution=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 용의자에 대해 현지 경찰이 성중독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에게는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말해 미국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경찰은 자신의 SNS에 과거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이 담긴 티셔츠 사진을 올리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에 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용의자 롱이 겪은 하루가 "나쁜 날"이었다고 경찰이 덤덤하게 말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했고, 아시아계 이민자사회의 집중적인 분노를 사고 있다.

그가 말한 '나쁜 날'은 장난꾸러기 아이가 말썽을 피웠을 때 내뱉는 질책과 같은 어감이 있어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범인에게 온정적이거나 범행을 두둔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베이커 대변인이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 제이 베이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티셔츠 사진[트위터 캡처]

AP통신과 버즈피드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커 대변인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최근까지 명백한 인종차별 표현이 쓰인 티셔츠를 판촉하는 내용의 사진을 공유했다.

이 셔츠에는 '챠이나'(CHY-NA)로부터 수입된 바이러스'라는 글이 새겨졌고, 맥주 브랜드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코비드19' 문구가 인쇄됐다. 베이커는 지난해 4월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 티셔츠 사진을 올리고 '내 셔츠를 사랑한다'는 글을 함께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그러나 17일 밤 갑자기 삭제됐다. AP통신은 베이커로부터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아시아계 미국인들로부터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다루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 와중에 이런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반대운동 단체인 CAA의 빈센트 판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이 포스트는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과 더해져 지역인들에게 우리가 겪은 고통과 아픔, 감정들이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 역시 증오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다름 아닌 "인종차별주의자"라며 베이커의 사퇴를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증오범죄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그저 "그에겐 나쁜 날"이라고 말했고, 성중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백인 용의자에 대한 특혜", "희생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확산한 경찰 브리핑 영상[트위터 캡처]

캘리포니아주 지역방송 KESQ의 앵커 앤절라 첸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총격범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무의미한 총격으로 잃었다고 상상해보라"고 질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나쁜 날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칼럼은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설명하며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을 앓고 있고, 나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누리꾼은 "누군가에게 '정말 안 좋은 날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갓난아기가 버릇없이 굴 때나 하는 말"이라고 비난했고,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8명이 사망했는데 경찰은 총격범이 어떻게 나쁜 하루를 보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총기 반대 단체인 '맘즈 디맨드 액션' 설립자 섀넌 와츠는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이상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TV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일본계 미국 원로배우 조지 타케이는 "증오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며 "용의자를 정신병을 앓는 살인자라고 생각하게끔 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사용자 '토머스 그림'은 "경찰은 총격이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증오범죄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지-맨'은 "애틀랜타 총격은 분명히 증오범죄다. 말장난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애틀랜타 총격범 행적 보니, 종교·성중독·인종차별 ‘뒤범벅’

 

17일 미 애틀랜타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쇄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의 사진과 보도자료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연쇄살인범 로버트 에런 롱(21)의 행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종교 활동과 성 중독, 인종 차별적 언행이 한 데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미 <워싱턴 포스트> 등은 롱이 조지아주 밀턴의 크랩애플 퍼스트 침례교회를 다녔다고 전했다. 롱은 주일 오전과 저녁, 수요일 저녁, 선교 여행 등에 참여하는 등 독실한 신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청소년부를 담당한 브렛 코트럴 목사는 “롱이 애틀랜타 교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10대였다”며 “충격적이고 망연자실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를 보면, 교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2018년 동영상에서 롱은 “여덟 살 때 기독교인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때 세례를 받았다”며 “주일학교 친구들이 많이들 그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 행위에 대한 충동과 강박을 과도하게 느끼는 성 중독 치료를 받았다. 한 재활원에서 롱과 함께 방을 썼다는 익명의 한 남성은 롱이 자신의 중독 질환에 대해 말을 아꼈고 시설을 떠날 때는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롱과 2019~2020년 재활시설에서 함께 생활한 남성 타일러 베일리스는 롱이 시설에 있을 때 “병이 다시 도졌다. 성행위를 하러 마사지 가게에 갔다”고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시엔엔>(CNN)에 전했다.

롱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동양인에 대한 혐오의 시선도 드러냈다.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고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애틀랜타 지역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롱의 부모가 그의 행적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롱의 부모는 사건 현장 뉴스 속 인물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롱이 운전하는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제보했다. 최현준 기자

 

"증오 멈춰라"…애틀랜타 총격에 미 각계각층 애도·분노

    바이든· 해리스…오바마 "반 아시안 폭력 우려"

    흑인인권단체, 연예 · 스포츠계서도 잇단 성명

 

미 애틀랜타 총격사건 현장에 놓인 조화 [AP=연합뉴스]

 

한인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희생자를 낸 17일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각계각층에서 애도와 함께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기가 무엇이든지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를 향해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서 있고, 이 사건이 모든 사람을 얼마나 놀라게 하고 충격에 빠뜨렸는지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아시아계와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고 밝혔다.

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번 총격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일 직면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더욱 키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잔인한 행위"라고 규탄하고 "온 나라가 함께 '아시아인 증오를 멈추라'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희생자들의 신원은 반드시 멈춰야 하는 반(反)아시안 폭력의 우려스러운 증가를 부각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맞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미국에서 더 오래 유행병처럼 번졌던 총기 폭력을 계속 무시해왔다"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애틀랜타의 끔찍한 총격으로 사망하고 다친 분들의 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폭력의 증가는 더욱 커지는 위험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 목사는 "증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라며 "전 세계 가족의 일원인 아시아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표했다.

미국의 50개 흑인 커뮤니티 연합 단체인 '흑인 삶을 위한 운동'(M4BL)도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아시아 이민자들의 삶, 그들의 기여를 약화하려는 해롭고 부정확한 이야기들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 스포츠 선수들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계 배우 겸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는 "화가 난다. 이건 테러리즘이다. 증오범죄다. 우리를 살해하는 것을 멈춰라"라고 호소했다.

역시 한국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인종이 '당신이 마음에 증오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당신 역시 문제의 일부'라는 단순한 사실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도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가하게 앉아있는 이들이여, 당신들의 침묵 역시 공모다"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 배우 대니얼 대 김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만계 농구 선수 제러미 린은 트위터에 "나의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에게, 당신은 사랑받고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함께 일어서 변화를 위해 싸우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희망을 잃을 수 없다!"고 적었다.

린은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경기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

 

바이든, 애틀랜타 총격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걱정 알아”

범행 동기에는 신중한 태도  “법무부 · FBI 수사 결과 기다리는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화상으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의 사망자를 낸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해 17일(현지시각)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에게,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과 크리스터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발생한 사건에 대해 밤사이에 보고를 받았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잔혹행위에 관해 말해왔다”며 “이것은 매우, 매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해소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 11일 코로나19 관련 연설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는 지금으로서 살해범의 동기에 관해 어떤 것도 연결짓지 않겠다”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방수사국과 법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사가 끝나면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도 이날 뉴햄프셔주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총격 희생자 가족들에 위로를 표하고 모든 미국인들이 함께 기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직 범행 동기에 대해 분명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게 우리가 당신들 편에 서있고 이 사건이 얼마나 모든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충격받고 분노하게 하는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형제, 자매들에 대한 증오 범죄가 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하고, “우리는 그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 누구도 어떤 형태의 증오에 직면할 때 침묵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이날 전날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이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이 아시안에 대한 증오 범죄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전날 롱은 조지아주 일대 3곳의 마사지 업소에 총격을 가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롱은 17일 8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총격 용의자 성중독 가능성…증오범죄 판단 아직 일러”

 애틀랜타 수사당국 “사망자들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도”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민이 전날 총격사건이 벌어졌던 한인 마사지 업소 골드스파 계단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을 바치고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연쇄 총격 사건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이 커져 가는 가운데,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조지아주와 애틀랜타 관리들은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은 인종주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17일(현지시각) 밝혔다. 당국 관리는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 관리들은 그러나 롱이 이번 범행을 저지른 ‘골드 스파’, ‘아로라테라피 스파’,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 과거에 간 적이 있었는지, 이들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관리들은 롱이 조지아주 인근인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5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세 군데에서 총격이 발생해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안 여성 6명과 백인 남성 1명, 백인 여성 1명이 숨졌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애틀랜타 총격 한인 4명 등 8명 희생…아시안 혐오범죄 가능성

한인 밀집 지역 마사지 업소서…사망자 중 6명 아시아계
21살 백인 용의자, SNS에  ‘우한 바이러스’  중국 혐오글
공포, 불안 확산 속에 애틀랜타 관리 “범행동기 단정 일러”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벌어진 마사지 업소 연쇄총격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그중 4명이 한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피해 업소 중 한 곳인 ‘골드 스파’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세 군데의 마사지 업소에서 16일 연쇄 총격이 벌어져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시안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어져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차 총격은 이날 오후 5시께 애틀랜타 북서쪽의 체로키 카운티 액워스에 있는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벌어졌다. 이곳에서 5명이 총에 맞아 2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이 업소의 주인은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와 3차 총격은 이곳에서 약 48㎞ 떨어진 애틀랜타의 한인 마사지 업소 두 곳에서 벌어졌다. 애틀랜타는 미국의 대표적 한인 밀집 지역 중 하나다. 경찰은 5시47분께 ‘골드 스파’에서 강도 사건 접수를 받고 출동해 여성 3명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현장에 있는 동안 길 건너편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애틀랜타 한인 매체인 <애틀랜타 케이(K)>는 “생존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 사망자(4명)와 부상자는 모두 한인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신원이 확인된 한인 사망자는 ‘골드 스파’ 직원인 70대 박아무개씨와 50대 또 다른 박아무개씨이며, 이들 모두 업소에서 숙식을 해왔다고 이 매체의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겨레>에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망자 4명이 한국계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30분께 유력한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했다. 롱은 최근 에스엔에스에 “그들(중국)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며 “우리 시대 최대 악”으로 규정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고, 1명은 백인 여성, 1명은 백인 남성이다. 사건 발생 직후 골드 스파의 한 직원은 인근 한인 업소들에 “백인 남성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렸다고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팬데믹 이후 아시안 혐오 분위기가 커졌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안 혐오사건 신고 건수가 3795건에 이른다고 이날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당국 관리는 17일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리들은 또한 롱이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애틀랜타 연쇄 총격 용의자 SNS에  “중국은 최대 악”

“50만 미국인을 죽였다” 아시아인 혐오 범죄 가능성

 

                      미국 애틀랜타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용의자로 검거된 로버트 애런 롱(21). EPA 연합뉴스

 

16일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여성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에 체포된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이 에스엔에스(SNS)에 중국 혐오글과 음모론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이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롱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중국)은 우리 조사자들이 우한 연구소에 가는 것과 그들이 거기(우한 연구소)에서 한 실험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시도한 조사를 막았다”고 적었다. 롱은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애런 롱의 페이스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언급했고, 중국 쪽에선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혐오범죄’  급증 … 1년간 약 4천건

트럼프 등 선동발언에 촉발…뉴욕 경찰, 아시아계 거주지 경찰력 증강

 

아시아 마사지 업소 세 곳을 대상으로 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검시관들이 피해 업소인 ‘골드 스파’에서 주검을 옮기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현지에서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증한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천여건에 달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폭력 등 혐오범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체에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3795건의 혐오사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68.1%는 언어폭력이고, 20.5%가 따돌림, 11.1%가 물리적 폭력이었다. 접수된 사건의 45%인 1691건이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고, 뉴욕에서도 14%인 517건이 보고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사업장'이 35.4%로 가장 많았고, 길거리(25.3%), 온라인(10.8%), 공원(9.8%), 대중교통(9.2%) 순이었다. 보고서는 “우리 센터에 접수된 혐오사건의 수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일부”라며 “이것만으로도 아시아계 주민이 얼마나 차별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수차례 보도됐다. 지난 9일에는 뉴욕주에서 83살 한국계 여성이 이유 없이 폭행 당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라고 호소했지만, 일주일이 못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참사가 발생했다.

뉴욕 경찰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직후 성명을 내어, 아시아계 주민 거주지에 뉴욕경찰국 중대대응팀의 경찰력이 파견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도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특히,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차별적 언사를 하는 정치인 중에서 가장 큰 전파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이에 동조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인종주의적 선동 발언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의 아시아·태평양계 당원 모임의 회장인 주디 추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을 발원지로 공격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선동적 발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백인우월주의가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 증가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기자

 

83살 한인 할머니, 뉴욕서 아시안 혐오범죄자에 맞아 기절

   피해 할머니 "공병 줍다 공격당해…치료비에 병원 못 가"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겨냥한 혐오범죄 149%나 증가
   바이든 "미국답지 못한 일… 악랄한 증오범죄 멈춰라"

 

13일 미국 시애틀 차이나타운 지역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 할머니를 겨냥한 '묻지마 폭행'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언론은 이 사건을 중대한 혐오범죄로 지목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 화이트플레인스 경찰은 83세 한국계 미국인 여성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한 혐의로 글렌모어 넴버드(40)를 지난 11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넴버드는 지난 9일 쇼핑가를 방문한 피해자를 뚜렷한 이유가 관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행했다. 공격을 받은 피해자는 머리를 땅에 찧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넴버드가 도망친 뒤였다.

경찰은 넴버드가 노숙인이며, 적어도 네 차례 경찰에 붙잡혔던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넴버드는 2급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7년까지선고받을 수 있다.

피해자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노드스트롬 백화점 근처에서 공병과 캔을 수거하고 있었으며, 피가 났음에도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인 미리암 로카는 인종차별 혐오범죄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로카는 "혐오 범죄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면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혐오 범죄를 보게 되면 신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삼은 폭력이 미국 전역에서 빈발하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학 소속 연구소인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에서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는 작년에 전년 대비 149%나 증가했다.

뉴욕시에서 보고된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 혐오 범죄는 작년 28건으로 2019년(3건)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인종 혐오 범죄가 약 7% 감소했다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계를 향한 공격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상황이 이처럼 흉흉해지자 다양성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는 미국 정부도 아시아계 차별을 규탄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양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미국답지 않은 일이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지난 11일 촉구했다.

 


호건 주지사 "한국계 내 딸들도 차별 느껴"…증오범죄 맹비난

한국계 부인 둬  '한국 사위' 별칭 … "터무니없고 용납 안돼"

 

래리 호건 주지사의 가족 사진: 뒷줄 왼쪽 두번째가 호건 주지사. 세번째는 유미 여사 [출처 : 호건 주지사 트위터]

 

'한국 사위'라는 별칭이 붙은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미국 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증가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가족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호건 주지사의 부인은 한국계인 유미 호건 여사로, 그는 2004년 '싱글맘' 유미 여사와 결혼했다. 유미 여사의 딸 셋은 모두 가정을 꾸렸다.

호건 주지사는 "내 아내, 세 딸, 손자 모두 아시아계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일종의 차별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인의 교회 친구, 딸들의 친구 일부도 "정말 끔찍한 대우를 받았다"라고도 전했다.

또한 아시아계들이 식료품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 한국에서 오거나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중국 바이러스'라고 고함 지르는 소리를 듣는 일들도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증오범죄는 지난해 7% 감소했지만 아시아계에서는 150% 증가했다"며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아시아인 겨냥 증오범죄 규탄하는 LA시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일본타운 '리틀도쿄'에 있는 일본계 미국인 박물관 주변에 13일 시위대가 모여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 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 증오범죄에 대해 "우리가 통제해야 할 어떤 것"이라며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자신의 가족 사진을 게재한 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전미주지사협회장을 지낸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열적 언사에 종종 쓴소리하며 각을 세웠고, 2024년 대선의 공화당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미국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의 증오범죄는 7% 줄었지만 미국 16개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는 149% 늘어났다. 연합뉴스

 

미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 빈발 …의원들 "청문회 열겠다"

아태코커스 의원들 회견…펠로시 의장·한국계 의원 2명도 참여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 증가 심히 걱정"

 

미 연방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화상 회견 [CAPAC 페이스북 캡처]

 

미국에서 최근 증가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범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방 의원들이 청문회 개최 등 대응책 추진에 나섰다.

미 연방의회의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은 19일) 반(反)아시안 혐오범죄 급증에 관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주디 추(민주) CAPAC 의장은 "우리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을 거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혐오범죄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격은 우연이 아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혐오범죄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범죄가 3천 건 넘게 보고됐다면서 외모 비하와 언어폭력으로 시작된 공격이 물리적 폭력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회견에 참여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내 테러와 관련해서는 "백인 우월주의가 가장 큰 우려"라고 지적하고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라며 아시아계 혐오범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코커스 의장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도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 증오, 음모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에는 한국계 의원들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앤디 김(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의회가 증오 행위를 금지하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혐오범죄를 부추겼다는 지적과 관련, "분명히 이런 상황을 악화시켰고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면서도 "이것은 더 깊은 시스템적인 문제"라며 구조적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민주·워싱턴) 하원의원도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공동체가 존중과 품위로 대우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더카운티 지방검사실이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아시아계 미국인을 노린 증오 범죄를 신고하는 핫라인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출처=앨러미더카운티 지방검사실 페이스북 페이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혐오범죄 증가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우리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고 폭력을 조장하는 무지한 레토릭을 거부하며 이웃 지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등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혐오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중국 무술 쿵후에 빗댄 '쿵 플루' 등으로 부르면서 증오범죄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태국계 남성이 산책길에 공격을 당해 넘어져 머리를 부딪혀 숨진 데 이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선 91세 아시아계 남성이 밀쳐져 다쳤다. 뉴욕시에서도 16일 하루에만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폭행이 3건이나 벌어졌다. 연합뉴스

일 우익단체 심포지엄 비디오 메시지…"격려해 준 일본 친구들 감사"

낙성대연 이우연 "한·일 역사 모르는 백인들까지 나서 이 소란 피워"

 

일본군 위안부를 계약에 의한 매춘 종사자로 규정하는 내용의 논문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는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4일 일본 국제역사논전연구소 등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일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문제 논문을 썼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를 계약에 의한 매춘 종사자로 규정하는 내용의 논문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는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4일 자신에게 쏠리는 비판을 '암살미수' 행위라고 역공을 가하면서 학문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는 또 반일(反日)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문제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램지어 교수는 강제 연행과 성노예 성격의 위안부 실체를 부정하는 논문을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발표했고, 이 논문 내용이 올 1월 일본 우익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을 통해 보도된 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등의 학자와 관련 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된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일어나 세계적으로 3천500명 이상의 학자가 동참했다.

 

램지어는 이런 가운데 이날 일본 우익 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와 나데시코액션이 도쿄에서 '램지어 논문을 둘러싼 국제 역사 논쟁'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 보낸 약 10분 분량의 일본어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논문을 둘러싸고 고조한 비판론과 관련, "단순히 한 사람의 교수에 대한 괴롭힘의 문제가 아니라 한층 심각한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 일을 성실하고 자세하게 포괄적으로 가능한 한 '바이어스'(편견 ) 없이 전달하는 것, 학문의 자유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오늘의 과제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 문제이지, 자신의 논문에는 잘못된 것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논란이 된 논문을 작성한 동기에 대해선 "영어·영문 문헌을 읽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정말로 부정확하다고 생각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어떤 자료를 봐도 한국이나 미국 학계의 반일 편견이 녹아 있는 것처럼 읽히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 논문에 대해 어느 정도 반발이 일 것을 각오했지만 "이 정도로 격렬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 우익 성향 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와 나데시코액션이 24일 오후 도쿄에서 '램지어 논문을 둘러싼 국제 역사 논쟁'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그는 "비판자들은 (위안부) 강제 연행설이나 성노예설에 반대하는 주장이 절대로 영어로 된 문헌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회 내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환영(幻影)을 지키기 위해서 반발하고 그로 인해 이번에 나의 8쪽 논문이 철회되도록 하는 것이 그들에겐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를 '스탈린주의적 수단'이라고 규정한 램지어는 자신을 비판하고 나선 젊은 조교수들을 보고 "절망했다"면서 "학문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하고 학자(자신)에게 '암살미수' 같은 행위를 한 뒤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학자가 논문이나 발표를 통해 서로 비판하는 것이 학문을 추진하는 기초라는 원칙이 무시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학생운동 당시의 비통했던 '관용성 없는 분위기'로 바뀌어 젊은 학자들이 거기에 휩쓸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며 "미국 친구, 일본 친구 그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절대로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일본 우익 성향 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 등 주최로 24일 오후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비디오 메시지 방식으로 참가하고 있다.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한편 산케이신문이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 램지어 교수 논문 내용을 지지하는 주장을 폈다.

'반일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이 연구위원은 "위안부는 기본적으로 끌려간, 강제 연행된 사람인데 무슨 계약이 있었다는 거냐고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직접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조선인 강제 연행은 없었고, 그걸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다"며 국내외 역사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는 "반일 종족주의자들과 한국의 역사나 일본의 역사에 대해 하등 알지 못하는 백인들까지 나서서 이 소란을 피우게 된 것"이라고 램지어 교수를 두둔했다.

 

일본 ‘위안부’ 최고권위자 “램지어 논문, 멋대로 꾸며내” 철회 공동성명

일본 학계·시민사회  위안부=매춘부램지어 비판 화상 세미나 열어
요시미 교수 램지어, 증거 제시 하나도 없어학술논문 인정 어려워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왼쪽) 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대해 “학술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온라인 세미나 갈무리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대해 “문제가 너무 많아 학술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와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가 14일 공동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 참여해 램지어 교수 논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 논문은 일본군이나 일본 정부가 ‘위안부’라는 성노예 제도를 만들고 유지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자는 군의 종속자로 위안소 요금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여성들도 계약의 주체가 될 수 없었던 만큼, 계약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인신매매’였다는 증거와 연구는 너무 많다고 했다. 이런 선행 연구가 있는데도 램지어 교수는 업자와 ‘위안부’가 서로의 이해를 주장하며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가 논문에서 자신의 주장(위안부=매춘부)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그가 멋대로 꾸며낸 이야기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위안부’가 성노예제의 피해자였다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위안부’ 제도를 만드는데 군과 정부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처음 찾아낸 인물이다. 이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를 발표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일본의 근대 공창 제도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연구해 온 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도 램지어 논문에 대해 “학술논문으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식민지와 일본군 점령지역에서 ‘위안부’로 모집된 여성은 대부분 일본군 또는 일본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에 의해 폭력, 사기, 인신매매 등의 수단으로 모집됐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는 차타니 사야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후지나가 다케시 오사카산업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 토론토대 교수 등도 참석해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온라인 기자회견 통해 발표... 대표적 역사 학술단체 등 4곳 참여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와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등 4개 단체는 10일 온라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 기자회견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논문에 대해 일본의 학계와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논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와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4개 단체는 10일 온라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논문은 선행연구를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장만 전개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사기나 폭력, 인신매매의 형태로 강제되었다는 내용은 이미 방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램지어 교수는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논거를 뒷받침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업자와 조선인 ‘위안부’의 계약서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이 논문은 근본적으로 여성의 인권이나 여성들을 속박했던 가부장제 권력의 관점이 결여돼 있다”고 강조했다.

램지어 교수 논문이 일본 사회에 끼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이 논문이 한 연구자의 저술이라는 것을 넘어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며 “혐한이나 배외주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를 요구하며 계속 문제를 제기해 나가기로 했다.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 대학 교수(조선근현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논문 철회가 목표지만 학계에서 이 논문이 인용되지 못하도록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4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엔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싣기로 한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는 9일(현지시각) 공지문에서 이 논문은 “최종적이고 공식적”으로 출판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쇄 강행을 재차 시사했다. 김소연 기자

 

하버드대 신문 "램지어 논문, 유해한 거짓말…대가 치러야" 맹폭

'하버드 크림슨' 사설 조목조목 비판 "위안부 부인하는 쪽에 확성기 준 셈"

"허위정보 전달 학문자유 아냐", 학교 측에 "침묵말고 대가 치르게 해야"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이 8일 마크 램지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을 '매우 유해한 거짓말'로 규정하며 "출판할 이유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신문 편집진은 이날 '위안부 여성과 관련한 램지어의 거짓말은 깊은 곳이 썩었음을 나타낸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현재 램지어 교수가 "매우 유해한 역사학적 거짓말을 출판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실재적 근거가 없다"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일본군이 최대 20만명의 위안부를 성노예로 부렸고 생존자들의 증언이 수십 년간 이어진 사실을 제시했다.

편집진은 "위안부 여성 이야기를 지우거나 긍정적으로 다시 쓰려는 시도는 모두 거짓됐다"라면서 "램지어 논문은 의도가 무엇이든 위안부 여성의 실존과 트라우마, 그들이 당한 학대에 영향받은 이들을 부인하는 쪽에 확성기를 쥐여줬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편집진은 램지어 교수 논문이 '학문의 자유' 대상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편집진은 "램지어 논문은 다른 의견이 아닌 허위정보를 전달한다"라면서 "그러므로 학문의 자유 보호영역에 놓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인 사실에 반하는 학술이론은 출판할 가치가 없다"라면서 "어떤 아이디어가 위험하고 사실과 맞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게 램지어 논문은 출판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편집진은 "우리 중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논문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다"라면서 "램지어의 거짓말을 출판하는 것은 소용이 되기보다는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편집진은 대학 측이 나서 램지어 교수를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진은 "하버드라는 이름은 어떤 주장이든 타당성을 부여한다"라면서 "(하버드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성을 성폭력 생존자가 실제로 입은 피해를 부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램지어와 하버드대 모두가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버드대라는 이름이 주는 특권에 기댄 교수들이 우리의 지적문화에 끼친 피해에 대해선 하버드대도 공모자"라고 강조했다.

편집진은 "국제적인 압박에도 대학 측은 램지어의 위험한 거짓말을 인정하거나 반박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하버드대는 지금보다 잘해야 하며 램지어가 반드시 잘못된 행동의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편집진은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연판장에 1만명 이상 개인과 단체가 서명한 상황에서도 대학 측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서 "하버드대가 나서서 램지어의 논문이 허위이고 유해하다고 비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편집진은 이날 사설이 편집진 대다수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정기회의에서 논의를 토대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또 공정보도를 위해 정기회의에서 사설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투표한 편집위원은 앞으로 관련 보도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 역사학자, 반일종족주의 저자 램지어 옹호에 '공개 저격' 

이우연, 일 산케이 해외선전지에  "램지어 주장은 객관적 사실" 기고

스탠리 교수 "대응 가치도 없는 글"…위안부 증언 잘못 인용 등 지적

 

                              에이미 스탠리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 [노스웨스턴대 홈페이지 캡처]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가 일본의 우익 매체에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옹호하는 글을 실었다가 미국의 역사학자로부터 '공개 저격'을 당했다.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의 해외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올린 기고문을 가리켜 "대응해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가치도 없는 글"이라고 적었다.

스탠리 교수는 지난달 다른 글로벌 역사학자 4명과 함께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에 담긴 구체적 오류를 낱낱이 파헤친 일본사 전문가다.

저팬 포워드에 따르면 반일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 연구위원은 지난 6∼7일 기고문에서 "램지어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이라면서 "증거를 제시하면 되는데 반일종족주의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일종족주의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써서 논란이 된 책이다.

그는 전시 위안부가 전쟁 전 매춘부보다 더 나은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면서 "미국과 독일도 위안소와 같은 시설을 운영했는데 왜 일본군에만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위안부가 주로 10대 소녀들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통상 20대였고 평균 나이는 20대 중반"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한국 기자들은 램지어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사안에 관한 최초 보도들이 거의 차이가 없는데 이는 모든 매체가 연합뉴스 기사를 복사해서 베끼는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의 저팬포워드 기고문 비판한 에이미 스탠리 교수 트윗

 

문제의 기고문을 읽은 스탠리 교수는 이날 10개 이상의 트윗을 올려 이 연구위원의 글을 논박했다.

우선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이 연구위원의 글에 각각 인용된 문옥주 할머니 사례를 들어 "문 할머니가 속아서 일본군 위안소로 두 번이나 끌려갔고, 그 중 첫 번째는 16살이었다는 팩트에도 그의 증언은 부정론자들이 선호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이 저팬 포워드 기고문에서 문 할머니가 '위안소 관리자보다 자신을 팔아넘긴 부모를 더 증오했다'고 적었으나, 스탠리 교수는 "문 할머니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다. 왜냐면 결코 팔려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스탠리 교수는 "문 할머니는 첫 번째 위안소로 갈 때 경찰에 유괴됐고, 두 번째는 성노역과 무관한 일을 하는 줄 알고 자원해서 갔던 것"이라면서 "그 기고문은 자신을 팔아넘겼던 양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던 김군자 할머니의 말을 문 할머니의 말인 것처럼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 할머니가 두 번째 버마(현 미얀마) 위안소에서 팁을 받아 보석을 샀던 일화를 수정주의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것에 대해선 "마치 다이아몬드가 문 할머니가 수백번 강간당한 것을 무효화시켜주는 것처럼 여기에만 포커스를 맞춘다"고 비판했다.

스탠리 교수는 "수정주의 학자들이 생존자 증언을 혼동하거나 오독하는 이유는 피해자들에 관해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여성의 고통을 충분히 고려할 공감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맥락과 연결할 역사적 기술이 없고 그러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램지어 망언' 지구촌 공론화…주요 글로벌 매체들 보도

 가디언 · 인디펜던트 · AP · NYT 등 '근거 없는 주장' 강조

 한일관계 역사배경 주목… 일본 오락가락한 입장도 지적

 

[가디언 웹사이트 갈무리]

 

지구촌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매체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역사왜곡 정황과 그에 대한 비판론을 속속 보도하기 시작했다.

주요 글로벌 매체들이 이번 사안에 그간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아온 만큼 램지어 교수가 일으킨 파문이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관측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여성 관련 주장으로 격노를 일으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주장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의 경과를 보도했다.

가디언은 램지어 교수가 '태평양 전쟁 성 계약' 논문에 담은 주장은 "전시 잔혹행위를 가리려는 일본 극보수파가 지지하는 견해"라면서 "저명한 학자들이 논문에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연구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1990년대 초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온 뒤 위안부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했다고 설명하며 양국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으나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생존자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무효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인디펜던트지 웹사이트 갈무리]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이날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에 동원된) 한국인 위안부 여성들이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주장으로 분노를 촉발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를 다뤘다.

인디펜던트도 가디언과 마찬가지로 램지어 교수 논문에 근거와 증언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하면서 하버드대 학자들과 다른 기관들이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묘사한 매춘계약과 관련한 역사적 증거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한일 간 국제적 논란으로 이어졌고 남북한은 이 사안에선 뭉치고 있다고도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국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동안 일본 지도자들은 이 사안에 관해 오랫동안 방어적 태도를 유지해왔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최대 대중지인 데일리메일은 '하버드대 교수가 새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매춘부가 됐다고 주장한 뒤 분노를 유발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를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라고 지칭하며 사태를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일본에 친화적인 뉴스를 자주 올리는 트위터 이용자가 램지어 교수에게 응원을 보내고 감사 인사를 받았다며 이메일을 공개한 것도 보도했다.

 

 영국의 최대 대중지인 데일리메일의 '램지어 파문' 소개[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통신이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관련 주장이 엄청난 논란을 불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태를 소상히 전달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 가운데 이번 사태를 미국발 기사로 자세히 다루기는 AP통신이 사실상 처음이다.

통신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한국과 일본 간 정치적 논란을 심화했다"라면서 한국은 일본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지도자들은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은 1996년 보고서에서 위안부가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강압'으로 끌려간 성노예라고 결론내렸다"라고 설명하면서 "일본은 1993년 담화에서 위안부들이 의지에 반해 끌려갔다고 인정했으나 이후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를 부인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폭스뉴스는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 미국 연방하원의원 기고문을 실었다.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쓴 기고문에서 스틸 의원은 "일본군의 위안부 여성 집단노예화는 일본 역사에서 추악한 오점"이라며 "의회의 동료들과 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램지어 논문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6일 '한 하버드 교수가 전시 성노예들을 매춘부로 불렀다가 반발을 샀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이 한국은 물론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응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램지어 교수가 동료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는 내용의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 기고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하버드 앞 램지어 규탄집회 "파면하라" "논문 철회"

한인 등 100여명 참가…하버드·출판사 대응에도 비난 목소리

 

하버드대 앞에서 열린 램지어 교수 규탄 대회 [케임브리지=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의 억울한 역사를 안다면 거짓 논문을 당장 철회하고 램지어를 파면시켜라!"

6일(현지시간)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 존스턴 게이트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둔갑시킨 이 대학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를 겨냥한 분노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매사추세츠한인회 주최로 이날 오후 열린 '램지어 논문 철회 및 규탄 대회'에 참석한 매사추세츠주와 인근 버몬트주, 로드아일랜드주 한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 철회는 물론 대학 측의 조치를 촉구했다.

규탄 대회에는 1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대다수가 한인이었으나, 한국계가 아닌 미국인 참가자들도 여러 명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 격인 하버드대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린 것은 문제의 논문이 지난달 초 일반에 처음 알려진 지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하버드대 앞에서 열린 램지어 교수 규탄대회

집회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은 아리랑 노래를 부르고 "램지어를 파면하라", "램지어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영애 매사추세츠한인회 회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이것은 명백히, 분명한 전쟁 범죄, 성적 인신매매, 성노예, 그리고 아동학대"라며 "오늘 우리의 목소리가 램지어와 하버드대와 출판사와 일본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려 왜곡된 논문을 지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영 부회장은 램지어 교수가 증거 자료와 피해자 증언 청취 없이 논문을 썼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법을 가르치는 법학자로서 거짓과 진실조차도 구분하지 못하고 학자로서 연구 진실성을 가진 제대로 된 논문도 못 쓰는데 어떻게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대학과 문제의 논문을 펴내기로 한 출판사 엘스비어를 겨냥한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신세준 버몬트한인회 회장은 로런스 배카우 총장을 향해 "학문의 자유라는 적절치 못한 입장을 내세우며 인권을 짓밟는 왜곡된 논문을 지지하는가"라고 되물으며 논문 철회와 램지어 교수 파면을 촉구했다.

이어 조원경 로드아일랜드한인회 회장은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쓰여진 논문을 인정, 출판하겠다는 엘스비어는 램지어와 다를 바 없다"면서 "램지어의 거짓 논문이 당장 철회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램지어와 출판사를 법률 심판대에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한국계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키어 실렌 씨는 기자들과 만나 "당장 논문을 내리고 사과해야 한다. 위안부가 매춘부라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자 쓰레기"라면서 "고통을 겪은 한국 등 피해 여성을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하버드대 앞에서 열린 램지어 교수 규탄대회에 참가한 한인들.

 

일본 우익 '램지어 지키기' 나서…이메일 · 엽서 보내기 등 여론전

하버드대 총장-로스쿨 학장 등에…램지어 비판 교수엔 '보복’행태

 

일본의 우익세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왜곡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지키기에 나섰다.

인용문 왜곡 등 논문 작성 윤리를 위반한 램지어 교수에 대한 파면 주장이 확산하자 반대 여론 조성을 시도하는 것이다.

7일 현재 일본의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넷우익은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감사 엽서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배카우 총장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담긴 주장은 학문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적극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내자는 넷우익의 글 [트위터 캡처]

이들은 또 존 매닝 로스쿨 학장의 이메일 주소를 공유하면서 감사 메시지를 보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하버드대의 이념에 따라 학문의 자유를 지켜주신 데 대해 감사합니다'라는 모범문구도 제시됐다.

일본 우익이 행동에 나선 것은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비판이 파면론으로까지 번지는 데 따른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 학술계에서 일본 우익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펼치는 학자가 드문 만큼 집단행동을 통해서라도 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 우익은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학자들에 대한 보복에도 나섰다.

일본 우익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선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대학 측에 보내고 있다.

스탠리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게재를 예고한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에 공개적으로 논문 철회를 요구한 인물이다.

일본 우익은 과거 스탠리 교수가 일본을 멸시하고 일본인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을 징계 이유로 들었다. 

                          노스웨스턴대에 항의 메일을 보내자는 넷우익의 글 [트위터 캡처]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집단으로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과정에서 일부 일본 우익 인사들은 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등 폭력적인 내용까지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램지어 교수도 일본 우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 우익인사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 작성 과정에서 실수를 자인했다고 토로했다는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뉴요커 기고문과 관련, 램지어 교수가 "절대 아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램지어 교수는 언론보도를 확인해달라는 우익인사의 메일에 대해 "책을 인용하는 데 실수가 있었을 뿐이고, 위안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램지어 교수에게 메일을 받았다는 넷우익의 글 [트위터 캡처]

한편 램지어 교수에게 응원 이메일을 보낸 뒤 "열심히 하겠다"는 답장을 받았다는 인증샷을 올리는 우익인사들도 늘고 있다.

 

필라델피아 의회 '램지어 규탄 결의안‘ 첫 채택…"피해자에 모욕"

한국계 데이비드 오 의원 발의 시의회 통과…"극도로 부정확한 논문"

 

데이비드 오 필라델피아 시의원 [데이비드 오 홈페이지 캡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처음으로 채택됐다.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반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문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결의안이어서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시의회에 따르면 한국계인 데이비드 오(공화) 시의원이 지난달 25일 발의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반박 결의안이 전날 의회에서 가결됐다.

결의안은 "역사적 합의와 일본군 성노예를 강요당한 여성 수천명에 대한 역사적 증거와 모순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을 반박한다"며 "극도로 부정확하고 수천명의 피해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위안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한 "끔찍한 인신매매 제도"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이 '고노 담화'를 통해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가 아베 신조 정권 들어 역사 뒤집기에 나섰다는 점도 소개했다.

             필라델피아 시의회에서 채택된 '램지어 규탄' 결의안 [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결의안은 "램지어의 논문은 이들 여성에 가해진 심각한 불의와 고난을 계약 관계의 매춘으로 격하한 무례한 역사 다시쓰기"라면서 미 동북부한인회연합회 등 여러 한인회와 하버드대 한인 학생회가 사과와 논문 철회를 요구한 사실을 전했다.

특히 미 연방하원을 비롯해 캐나다, 네덜란드, 유럽연합 등 각국 의회에서 이미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일본의 역사 부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사실에 주목했다.

결의안은 "전시 잔혹 행위의 피해자들로서는 자신의 경험담이 정확히 이야기돼야 마땅하며, 위험한 역사 다시쓰기를 규탄해야 한다"며 "생존자들과 전세계 여성을 대신해 역사적 잔혹 행위를 최소화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계속 반대해야 하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라델피아 시의회의 이번 결의안은 지난달 1일 일본 언론의 보도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일반에 처음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신속하게 통과된 것이다.

연방 또는 주 의회 차원은 아니지만 인구 규모로 미국 내 6위 대도시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콕 집어 공개 규탄을 결의한 만큼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결의안을 주도한 오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필라델피아 최초의 아시아계 의원으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이주향 동북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은 "오 의원은 평소 한인 커뮤니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열심히 활동해온 정치인"이라면서 "램지어 논문 사태가 터지자 이번 일에 분개해서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 한인들, 6일 하버드서 램지어 규탄대회… "왜곡논문 지우라"

램지어 사태 한달만에 하버드 앞 집회는 처음…논문 철회 압박

 

미국의 한인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과 관련해 하버드대에서 항의 집회를 연다.

매사추세츠한인회는 6일 하버드대 앞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를 촉구하는 규탄 대회를 연다고 5일 밝혔다.

지난달 초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일반에 처음 알려진 뒤 사건의 발생지로 볼 수 있는 하버드대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사추세츠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한인회들이 주최하는 이번 집회에는 현지 미국인과 한국계 하버드대 재학생 일부도 동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 소재지인 매사추세츠 한인회를 이끄는 서영애 회장은 "램지어와 하버드대, 출판사, 그리고 일본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려 왜곡된 논문을 지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램지어 교수 본인은 물론 그의 역사 왜곡 논문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하버드대와 출판사 엘스비어를 상대로도 논문 철회를 촉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램지어, 일 정부와 관계 인정…"논문엔 절대 영향 없었다"

하버드 교내신문에 논문 옹호글 준비 사실 소개했지만 이후 침묵

 

'일본 위안부 왜곡' 램지어 논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왜곡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은 5일 논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발생한 직후 램지어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일본 정부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당시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부인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지금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이후 하버드 크림슨에 추가로 이메일을 보내 일본 정부와의 관계는 자신의 논문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의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인 램지어 교수가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부인하지 못한 이유는 지난 2018년 일본 정부 훈장 '욱일장'을 수상한 기록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해외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따르면 당시 램지어 교수는 일본학에 대한 공헌과 일본 문화 홍보를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릴 때 함께 일본에 거주했던 자신의 모친이 아들의 욱일장 수상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일본 정부가 자신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욱일장 수상 이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재일교포 차별을 정당화하는 등 일본 우익의 관점을 담은 역사 논문을 발표했다.

한편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 대한 학계의 비판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에는 하버드 크림슨에 2차례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논문을 옹호하는 짧은 글을 준비 중이고, 조만간 완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이 글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고, 글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이는 램지어 교수의 짧은 글로는 방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위안부 왜곡 논문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계에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증거가 없고 결론 도출 과정에서 기초적 오류가 있다는 반론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위안부 왜곡 논문 게재를 예고했던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도 램지어 교수에게 학계의 지적에 대한 반론을 이번 달 31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연합뉴스

 

이옥선 할머니 · 호사카 유지 “램지어, 역사 왜곡 그만두라”

“학문의 자유라는 탈을 쓴 인권침해 행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2019년 7월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열린 제139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4) 할머니 등 36여명이 “역사 날조·왜곡 행위를 그만두라”는 성명문을 냈다.

2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라는 탈을 쓴 인권침해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고 밝혔다. 해당 성명문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 램지어 교수 논문이 실린 학회지 편집장과 박병석 국회의장 등에게 보내졌다. 이 할머니를 비롯해 김원웅 광복회 회장, 송영길·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6명이 성명에 연명했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성명은 “수많은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거나 취업 사기로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다. 거기에는 일본 여성뿐만이 아니라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동남아인, 유럽의 네덜란드인과 독일인도 포함된다”며 “그런데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했고 업자와 여성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성계약을 맺었다는 허위에 입각한 논문을 썼다. 그는 논문을 통해 일본 내의 매춘업 상황을 확대해석하면서 일본군 ‘위안부’가 모두 매춘부였다고 우기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특히, 이러한 오류가 단순한 학문적 실수가 아닌 특정 정치세력에 편승한 의도된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게재됐으면 안 될 논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성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 ‘성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여성들이 끌려가거나 다른 명목에 속아서 연행되어 도망갈 수 없는 환경에서 성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라며 “그런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 영역을 넘어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요소가 짙어 논문으로서는 게재 불가판정이 내려졌어야 했다. 그의 논문이 실리는 학회지에서 심사를 다시 한 번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게임이론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는다는 게임이론은 성범죄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 뿐만이 아니라 그를 옹호하는 일본 극우세력, 한국 내 신친일파 세력도 역사의 진실에 등을 돌리는 역사 날조・왜곡행위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그리고 한국 국회는 ‘위안부 문제 왜곡 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미국 역사학회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 성명문 전문 >

To : 미국하원의장님, 하바드대학교 총장님

     학회지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편집장님

     한국국회의장님

성명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라는 탈을 쓴 인권침해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저지른 여성에 대한 성범죄다. 이미 이 문제는 유엔 등의 국제기구에 의해 전시성폭력, 즉 성범죄임이 인정된 바 있다.

위안소 개설과 위안부 모집에 일본정부와 일본군이 개입한 사실이 있고 업자들도 일본정부가 비밀리에 선정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일본의 공문서에서 확인된다.

1993년 8월 당시 미야자와 내각의 고노요헤이 관방장관이 ‘고노담화’를 발표하여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일본군과 관헌이 관여,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여 사죄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거나 취업사기로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다. 거기에는 일본 여성뿐만이 아니라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동남아인, 유럽의 네덜란드인과 독일인도 포함된다.

그런데 램지어 교수는 일본정부와 일본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했고 업자와 여성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성계약을 맺었다는 허위에 입각한 논문을 썼다. 그는 논문을 통해 일본 내의 매춘업 상황을 확대해석하면서 일본군 ‘위안부’가 모두 매춘부였다고 우기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특히, 이러한 오류가 단순한 학문적 실수가 아닌 특정 정치세력에 편승한 의도된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 ‘성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여성들이 끌려가거나 다른 명목에 속아서 연행되어 도망갈 수 없는 환경에서 성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의 영역을 넘어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요소가 짙어 논문으로서는 게재 불가판정이 내려졌어야 했다. 그의 논문이 실리는 학회지에서 심사를 다시 한 번 실시하는 것

이 타당하다고 본다.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는데 사용한 게임이론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는다는 게임이론은 성범죄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램지어 교수 뿐만이 아니라 그를 옹호하는 일본 극우세력, 한국 내 신친일파 세력도 역사의 진실에 등을 돌리는 역사 날조・왜곡행위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한국국회는 ‘위안부문제 왜곡 금지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야 한다. 미국역사학회는 램지어교수의 논문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2021년 3월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님

*광복회 회장 김원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일본군 ‘위안부’문제 대응 TF 류광옥, 양성우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김가혜, 김정희, 노성현, 박동민, 박래형, 신동욱, 심상한, 오엘림, 이동준, 이지원, 정봉수, 정영훈, 정재훈, 주성훈, 최봉태, 하영주

*법무법인 광야 양태정

*화해평화연대 전수미

*나눔의 집·일본군‘위안부’역사관 김대월, 고예지, 류은경, 야지마 츠카사, 이우경, 원종선, 전순남, 조성현, 허정아,

*국회의원 송영길(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 양향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교수 전강수(대구 카톨릭대학교), 호사카유지(세종대학교)

*미국고등학생 이 레이첼 (매리어트 릿지 고등학교 1학년)

 

“나치학살 부정 연상”…노벨상 수상자 2명도 ‘램지어 비판’

 

202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밀그럼(왼쪽) 교수와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교수. AP 연합뉴스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2명이 게임이론을 거론하며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교수와 앨빈 로스 하버드대 교수는 28일 성명을 내어 “게임이론으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부정이 연상됐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적 해석이 정당한지 여부는 증거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며 “단순한 게임이론 모델로 증거가 바뀔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밀그럼 교수는 경매와 인센티브이론, 산업경제학, 경제사, 게임이론 등 경제학의 여러 분야에서 권위자로 인정받은 학자다. 경매시장의 특성과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경매이론으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로스 교수도 게임이론과 함께 시장 설계 분야의 연구로 지난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법학을 전공한 램지어 교수는 논란이 된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 논문에서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사용해 일본군 ‘위안부’ 계약을 합리화했다. 전쟁터에서 매춘이란 직업의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여성들은 대규모의 선급금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성사된 합리적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게임이론 학자들조차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문의 논리적 허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로저 놀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명예교수도 지난 27일 개인 성명을 내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출간할 예정인 국제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강하게 비판했다. 놀 교수는 “이 학술지에 논문 두 편을 게재한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고 경악한다”며 “이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내 과거의 결정을 지금 후회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램지어 논문 삭제시킨 이스라엘 교수 “소녀상 찾아가”

    영국 케임브리지 학술지 공동편집장 앨론 하렐
    램지어 ‘간토 대지진 때 조선인 방화’ 왜곡 논문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 수정 조치 결정한 인물

 

             베를린 소녀상에서 사진을 찍은 앨론 하렐 교수. 이진희 교수 제공=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의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왜곡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을 막은 이스라엘 학자가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민영화'를 주제로 발간하는 학술지의 공동 편집장인 앨론 하렐 히브루대 로스쿨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소녀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재미 역사학자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에게 보냈다.

하렐 교수는 이메일에서 다른 설명 없이 "오늘 베를린의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첨부했다.

그는 최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이진희 교수의 거듭된 지적을 받고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라고 인정하고 수정 조치를 결정한 인물이다.

하렐 교수의 결정에 따라 조선인 학살을 왜곡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사전 공개 사이트 SSRN에서 삭제됐다.

또한 편집진은 램지어 교수에게 매우 구체적이고 비판적인 코멘트를 전달했고, 램지어 교수는 이에 따라 논문을 상당히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렐 교수가 이 교수에게 소녀상을 방문한 사진을 보낸 것은 자신의 실수를 다시 한번 인정하고,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논문이 학술지에 원문 그대로 실리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에 "하렐 교수님의 사진을 받아보고 울컥했다"며 "가짜 학문이 판을 치는 세상에 아직도 존경할만한 분들은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쓴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에선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 자경단에 희생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연합뉴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램지어 논문 실릴 저널에 논문 게재 후회"

"IRLE 논문 심사, 편집 절차 믿을 수 없어"…출판 앞둔 학술지에 비판론 제기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실릴 학술지를 비판한 로저 놀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스탠퍼드대 홈페이지 캡처]

 

로저 놀 미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명예교수(Professor Emeritus of Economics)은 일본군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을 출간하기로 한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를 비판했다.

놀 명예교수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낸 개인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 논문을 출간하기로 한 IRLE의 논문 심사와 편집 절차를 믿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학술지에 논문 2편을 게재한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고 경악한다"라며 "이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내 과거의 결정을 지금 후회한다"라고 밝혔다.

IRLE를 발행하는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는 램지어 교수 논문의 인쇄본을 조만간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5명의 일본사 연구자는 지난달 18일과 26일 IRLE의 에릭 헬런드 편집장에게 2차례 공개 편지를 보내 논문 게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램지어 논문 철회” 노벨상 수상자 등 2400여 학자 서명

 온라인 공개 닷새만에 세계 곳곳서 참여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미국 하버드대 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에 세계 각국에서 2400여명이 넘는 학자들이 참여했다. 논문에 대한 비난이 학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주류 언론 매체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의 철회를 촉구한 온라인 연판장에 공개 닷새 만인 28일 낮 현재 2464명의 학자들이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뿐 아니라 호주·서울·홍콩·영국 등에서 경제·역사·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나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등 석학들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피넬로피 코우지아노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별도 성명을 내어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이 아동 성매매를 옹호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의 근거에 해당하는 조선인 ‘위안부’ 계약서를 아예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논문의 결정적 오류가 드러나고 학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국제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발간하는 네덜란드의 출판사 엘스비어는 ‘우려 표명’의 글과 반박 주장을 덧붙이는 선에서 이 논문을 3월호에 그대로 싣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골드버그 교수 비판성명

"논문 10살 소녀 사례 인용은 아동강간·인신매매 정당화"

 

세계은행(W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미국 석학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아동 성매매를 옹호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피넬로피 코우지아노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2018년 11월∼2020년 3월 W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을 둘러싼 논의는 역사적 기록의 정확성과 학문의 질에 집중돼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살짜리 '오사키'에 관한 구절은 아동 성매매를 노골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비판했다.

램지어는 해당 논문에서 '오사키'란 이름의 일본인 소녀의 증언을 인용해 전시 성매매 계약이 자발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에서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위안부 모집책이 300엔의 선급금을 제안했다"라면서 "오사키는 그 일이 수반하는 것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모집책은 그를 속이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램지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 동료인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에게 자신이 사례를 사실과 다르게 인용한 점을 실토했다고 석 교수는 이날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피넬로피 코우지아노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부 교수[골드버그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골드버그 교수는 이 사례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윤리적으로 혐오스럽고 문명사회에선 엄격하게 불법인 아동 강간, 인신매매 등 행위를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램지어 교수는 지난해 12월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규정한 위 논문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 간 계약행위로 해석하며 이를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하버드대 학생들이 집단 비판성명을 내고 학계에서도 논문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램지어 교수는 석 교수에게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쓴 계약서가 없으며, '오사키' 사례를 잘못 인용한 건 자신의 실수라고 시인했다고 석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NYT도 '램지어 파문' 보도…미 유력언론도 속속 관심

 램지어 사태 전말 뉴요커 기고문 후 NYT "미국 학자들도 격렬 반응"

'위안부는 매춘부'  논문 알려진 지 4주 만에 미 주류언론 보도 등장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 사태에 미국의 주류 언론 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한 하버드 교수가 전시 성노예들을 매춘부로 불렀다가 반발을 샀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한국은 물론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사태가 1990년대 초를 떠올린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의 가부장적 문화 탓에 오랫동안 경시됐던 일본의 전시 성노예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전 세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던 3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듯하다는 것이다.

국제 역사학자들은 일제히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광범위한 역사적 증거를 무시하고 일본 극우 교과서와 비슷하다면서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논문 내용을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의 연판장에 1천900명 이상(오후 4시 현재 2천100여 명)이 서명하고, 하버드대 학생들의 비판 성명에도 수백 명의 재학생이 서명한 사실도 기사에 소개됐다.

NYT는 복수의 학자들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한국인 위안부 여성이 서명한 어떠한 계약서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참가한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 주최 온라인 세미나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두 세대로 나누어지고, 7천 마일이나 떨어진 학생들과 생존자가 줌에서 만나 광범위하게 반박당한 하버드 교수의 주장을 가르침의 순간으로 바꾸자는 공동의 목표를 논의했다"고 묘사하면서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달했다.

램지어 교수는 NYT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NYT는 대신 램지어 교수가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의 해외판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위안부들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허위"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램지어 교수 지지 서한에 서명한 일본의 우파 역사학자 중 한 명인 가츠오카 간지는 NYT에 자신은 램지어 논문 초록만 읽어봤다면서도 여성들이 돈을 받고 일한 것이라며 "매춘부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는 미국 최고의 학교"라고 덧붙였다.

NYT의 보도는 미 저명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램지어 사태'의 전말과 관련 동향을 상세히 전달한 직후에 이뤄졌다.

지난달 말 일본 언론을 통해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이 처음 일반에 알려진 후 이날 뉴요커와 NYT 보도 전까지 4주 동안 하버드대 교내 신문 '크림슨'과 소수의 인터넷 매체 외에는 이 사안을 다루는 미국 매체가 없었다. 연합뉴스

 

“램지어,  위안부 논문 근거 조선인 계약서 못 봤다고 시인”

 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교수 램지어 인터뷰해 이메일 밝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주장을 펴 비판을 받고 있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하버드대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가 주장의 근거에 해당하는 조선인 위안부 대상 매춘 계약서를 사실 보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 로스쿨 석지영 교수는 26일 미국 잡지 <뉴요커> 온라인판에 공개된 “위안부의 진실한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했다. 램자지의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은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아 최근 큰 물의를 빚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에게 이 논문에 대해 질문을 하니 “나는 조선인 계약서는 갖고 있지 않다 ”고 말했다고 적었다. 램지어는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계약서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당신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7일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램지어가 쓴 논문의 인용을 추적해 보니 “그가 조선인 위안부나 가족 또는 모집업자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램지어는 자신이 쓴 논문이 1991년에 2차대전 이전 일본의 성매매 계약에 대해 쓴 글에 바탕했다고 말했다고 석 교수는 적었다.

램지어는 인용을 완전히 잘못한 사례를 인정하며 “내가 실수했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그는 논문에서 10살 일본인 소녀 ‘오사키’의 예를 인용하며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업자가 다가와 만약 해외에 가는 것에 동의하면 300엔을 벌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업자는 그를 속이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는 10살이지만 그 일에 내포된 의미를 알았다”고 썼다. 오사키가 보르네오로 가서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식으로 쓴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인용한 책을 찾아보니 오사키를 포함한 소녀들이 업자에게 “이런 일이라고 말을 하지 않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고 저항했다는 대목이 발견됐다. 석 교수는 램지어가 이에 대해 “나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 부분에서 실수를 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램지어는 석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이 한국과 일본 등에 있다며, 한국에서는 2019년 출간된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도 램지어 역사왜곡 비판

램지어 논문에 대해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도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다음달 14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세미나에는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가 나와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위안부’ 제도를 만드는 데 군과 정부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처음 찾아낸 인물이다. 조기원 김소연 기자

 

미국 교수 등 16명 “램지어 논문 철회” 또 성명

조봉완 · 스테츠 교수 주도,  김숨  ‘위안부’ 소설 번역 풀턴
이정실· 김현정 활동가도…“램지어 논문 사실 오도 부정확”

 

브루스 풀턴 교수와 아내 주찬 풀턴. 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이 국제 학술지 쪽에 또 전달됐다.

22일(현지시각) 코언 괌대학 교수를 포함한 16명이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싣기로 한 <국제법경제리뷰> 편집진에게 성명을 보냈다고 위안부 피해자 인권단체인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이 밝혔다. 성명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한 김숨 작가의 장편소설 <한 명>(One Left)을 영어로 번역한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와 부인 주찬 풀턴도 서명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여러 저술을 펴낸 조봉완(미국 이름 보니 오) 조지타운대 명예교수와 마거릿 스테츠 델라웨어대 교수가 주도한 이 성명에는 학자들 외에 김현정 케어 대표와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이정실 이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인 조 명예교수는 1996년 조지타운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학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의 모든 전제는 이 문제를 연구해온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는 것”이라며 ”우리 공동 서명자들은 이 논문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사실을 오도하고 부정확하며 압도적인 역사적 증거와 목격자 증언과도 어긋난다. ‘위안소’는 일본군이 유지·감독하거나 직접 운영하기까지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11살, 12살에 불과한 어린 피해자가 많았다는 점을 들어 “그 나이의 누구라도 이런 것에 동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미성년 소녀들과의 성행위는 계약에 따른 합의가 아니라 강간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램지어 교수가 자발적으로 논문을 취소하고 몇 안 남은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기를 요구한다”면서 “그가 취소하지 않는다면 저널이 그렇게 하거나, 역사적 정확성과 공정성을 위해 모든 반론을 함께 출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강성만 기자

 

연대 · 한양대 교수 "램지어 공격은 비생산적" 미 언론 기고 파문

  외교지 '디플로맷' 에 "외국인 혐오 같다..비난 아닌 토론해야" 주장
  2019년에도 위안부 관련 발언 물의... 당시 한양대생 규탄 서명운동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 연세대·한양대 교수가 사실상 '옹호'하는 듯한 기고문을 미 언론에 게재해 파문이 예상된다.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부교수,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 부교수는 18일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에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라는 제목의 글을 영문으로 공동 기고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하버드대 교수의 글에 대한 최근 논쟁은 토론과 논의를 위한 여력이 얼마나 제한됐는지를 보여준다"면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남한에 기반을 둔 학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램지어 교수의 글에 대해 "비난이 아닌 토론을 촉구한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일본과의 사적인 연관성을 이유로 램지어의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외국인 혐오증처럼(xenophobic) 들린다"라며 "그의 글에 한국 시각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동질적이며 피해자 중심적인 '한국' 시각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교수는 이어 "남한에서는 '위안부' 연구와 토론을 제한하는 것이 사회 및 정치의 집단사고로 커졌다"면서 "이는 그렇지 않으면 열정적으로 공개 토론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썼다.

이들은 또 2013년 '제국의 위안부' 발간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세종대 박유하 교수 등을 거론하면서 "'위안부' 납치설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던 일부 학자들은 지나치게 자주 활동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학교 측 조사를 받고, 당국에 기소된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2008년 발간된 소정희의 저서 '위안부:한국과 일본간 성폭력과 식민 이후의 기록'을 인용해 "활동가 단체들은 자신들의 얘기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는 선택적으로 삭제하고, 들어맞는 정보는 부추긴다"는 주장도 폈다. 연합뉴스

 

"램지어 주장은 거짓"… 하버드 학생들, 위안부 바로알기 앞장 

 한국계 학생모임, 전문가 토론 열고 위안부 다큐멘터리 온라인 감상회

 

하버드대 코리아포럼이 주최한 위안부 문제 온라인 패널 토론회 [줌 화상회의 캡처]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는 한국계 학생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부' 주장을 바로잡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 대학 한국계 학생 모임인 하버드 코리아포럼은 19일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UC샌디에이고)의 토드 헨리 역사학과 부교수와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 김현정 대표를 패널로 초청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헨리 교수와 김 대표는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램지어 교수 주장을 비판하고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실태를 상세히 소개했다.

온라인 행사를 진행한 하버드대 재학생 리나 조는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을 맺은 매춘부로 묘사한 것은 이미 여러 번 거짓으로 입증된 주장"이라면서 "역사 수정주의자들과 부정론자들의 주장은 광범위한 연구 및 증언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학생 조슈아 박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육, 대중의 인식, 진실을 널리 알리는 일이 이번 싸움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포럼은 패널 토론회를 마친 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어폴로지'(The Apology)를 온라인으로 함께 감상했다.

중국계 캐나다인 감독 티파니 슝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이 영화에는 한국과 필리핀, 중국 등 3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이 담겼다.

코리아포럼은 위안부 피해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이 알려진 뒤 하버드대 한인 총학생회 등 학내 여러 한인단체들이 잇따라 반박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하는 등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도 지난 16일 온라인 세미나에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등을 초청해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나섰다. 연합뉴스

 

하버드 교수들 이어 코네티컷대 더든 교수도 저널에 반박문 제출

 

2016년 방한 때 피해자 박옥선 할머니 손을 잡은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싣기로 한 학술 저널에 미국 역사학자들이 속속 반박문을 보내고 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최근 국제법경제리뷰(IRLE)의 요청에 따라 램지어 교수의 논문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저널 편집진에 보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더든 교수 외에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의 학문적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전날 공개하고 저널 측에 보낸 바 있다.

더든 교수는 "IRLE가 여러 학자에게 에세이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다른 학자들의 글도 곧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더든 교수는 '역사의 남용 : 램지어의 성(性)계약 주장에 대한 간략한 회신'이라는 제목으로 IRLE에 제출한 에세이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액면 그대로 읽은 사람들에게는 일본의 현 정치 이데올로기를 옹호한 주장들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세계관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트럼피즘'(트럼프주의)과 같은 전 세계의 비슷한 움직임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문제를 계약 관계로 설명한 것을 가리켜 "이러한 용어(계약 관계)를 유엔과 국제앰네스티가 '반인류 범죄'로 규정한 역사에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더든 교수는 "게다가 그 용어는 일본 제국 시대에서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면서 "그때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시민'이 없었고, 일본 본토와 식민지의 모든 사람이 '황국신민'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증거와 참조문헌 인용에서 명백한 결함이 있다"면서 가짜뉴스를 팩트로 둔갑시키는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시각을 담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기록상 최초의 위안부인 일본인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일본 내 기록과 일본 학자의 연구를 무시했다는 점도 반박 근거로 제시됐다.

2006년 영어로 발간된 일본의 저명 국제법학자 도츠카 에츠로의 논문에 따르면 1932년 일본인 여성 15명이 중국 상하이의 위안소로 끌려간 사건과 관련해 일본 나가사키 법원은 1936년 이들 여성을 속인 일본인 남성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례는 "'여성들이 속았다는 어떠한 가설도 믿기 어렵다'는 램지어의 주장을 공허하게 만든다"고 더든 교수는 밝혔다.

더든 교수는 "학문의 자유는 헌법적 민주주의의 핵심 교리이지만, 학문적 거짓은 그렇지 않다"면서 "아직 들키지 않은 (역사)부정론자들의 인종주의적 주장이 결코 다시는 학술 조사를 통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미 국무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인신매매 … 지독한 인권침해"

"일본군의 성적목적 여성 인신매매…한일, 치유·화해 촉진 협력해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브리핑 모습.

 

미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1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 주장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력할 것을 오랫동안 권장해 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국무부의 언급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과 같은 것이지만, 최근 램지어 교수의 논문 파동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확산하며 이 사안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다시 한 번 일본 책임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는 "미국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 여성 권리 신장, 전 세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법치에 대한 우리의 공동 약속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하면서 한국 및 일본과의 강력하고 생산적인 3자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두 긴밀한 동맹인 일본과 한국 간의 관계 발전을 계속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온라인에서 공개한 논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태평양 전쟁 당시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가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충족하는 계약을 한 것으로 규정해 한국은 물론 미국 역사학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연합뉴스

 

하버드 역사 교수들 “램지어, 지독한 학문적 진실성 위반” 비판

    한 · 일 역사학 교수, 논문 검토 뒤 성명
   “조선인 대상 계약서 한 건도 안 찾아봐
    학술지는 논문 게재 보류하고 조사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같은 대학 역사 전공 교수들이 학문적 진실성부터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17일 성명을 내고 <국제법경제리뷰>라는 학술지 3월호에 실릴 예정인 램지어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 계약’이 제대로 된 근거 문헌 인용도 없이 작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에커트 교수는 한국사, 고든 교수는 일본 근대사가 주전공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제경제법리뷰> 편집자의 요청으로 램지어 교수 논문을 검토했다며 “우리는 우선 위안부 시스템에 내포되고 실행됐던 식민주의 젠더의 큰 정치적 경제적 맥락을 램자이어가 생략한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서 “하지만 우리는 (램자이어의) 논문에서 (논문에서 사용된) 증거와 논리를 살펴보면서, 논문의 학문적 진실성 문제에 먼저 직면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램지어 논문의 인용을 추적해 보니 “그가 조선인 위안부나 가족 또는 모집업자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심지어 일본 정부나 군이 지침으로 내려준 표본 계약서도 찾아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램자이어가 인용한 1938년 일본 내무성 문서가 있는데, 이 문서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위안소가 고용한 일본 여성용 표본 계약서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인 대상 계약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어떻게 램자이어가 읽지도 않은 (조선인 대상) 계약에 대해 그렇게 강한 표현을 써서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램지어가 그의 주장의 핵심에 해당하는 “조선인 여성 계약과 관련한 제3자의 증언 또는 문서화된 기록 제시도 사실상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일하게 일본어로 번역된 위안소 근무자의 일기 관련 책이 인용됐는데, 이마저도 선택적으로 인용됐다고 짚었다. 역사적 사실과 모순되는 기술도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램지어가 “버마(현재의 미얀마)의 조선인 위안부는 6개월에서 1년 짧은 계약을 맺고 일했다”고 주장했는데, 인용을 보면 1937년에 작성됐다는 일본어로 쓰인 표본 계약서였다고 했다. 1937년은 일본군이 미얀마에서 전투를 벌이기 몇 년 전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조선인 여성 대상 계약 관련 증거나 관련 문헌 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가장 지독한 학문적 진실적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두 교수는 <국제법경제리뷰>에 램자이어 논문 게재를 보류하고 조사를 벌인 뒤 결과에 따라 철회시키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안창호선생 손자 "하버드대에 대가 묻겠다"…사료 기증도 거부

    램지어 역사왜곡·하버드대의 미온적 대응에 결단

   "사익 위해 역사 바꾸고 학술자유 빙자 비판 외면"

                    도산 안창호 선생 외손자 필립 안 커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의 손자가 최근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미국 하버드대에 강력히 항의했다.

안창호 선생의 손자 필립 안 커디 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전화 인터뷰에서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역사자료를 기증하기 위한 협의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과 그 후속대응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커디 씨는 램지어 교수의 "부적절한 학술적 글쓰기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카우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 가문의 유물과 일본이 제국주의 강점기에 우리 가문과 한국에 저지른 짓을 고려하고 램지어의 발언에 직접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는 차원에서 사료를 하버드대에 기증하는 것과 관련한 모든 논의를 끝낼 것이다"고 밝혔다.

커디 씨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사료를 이전하는 방안을 두고 그간 하버드대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는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 것, 역사를 옹호하지 않는 것, 개인적 이익을 위해 역사를 수정하는 것의 대가가 무엇인지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디 씨는 램지어 교수와는 별개로 하버드대와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우 앤드 이코노믹스'를 향해서도 개탄을 쏟아냈다.

그는 "학술적 자유라는 허울 뒤에 숨어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학술자유 뒤에 자유롭게 숨어 위안부 여성과 관련해 그처럼 뚜렷하게 잘못된 의견을 토해내도록 내버려 두는 걸 보면 하버드대는 우리 사료를 보관할 장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램지어의 행동, 그 행동에 따른 대가 때문에 하버드대와 하버드대 공동체에 있는 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창호 선생은 지금은 북한 지역인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 1세대로서 독립운동에 큰 힘을 보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운 인물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한 안 선생은 정치가, 교육자, 자유 운동가로 살다가 독립이 찾아오기 전인 1938년 별세했다.

안 선생의 맏딸이자 커디 씨의 어머니인 수전 안 커디 씨는 1942년 미국 해군에 들어가 미군에 입대한 사상 첫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으로 기록되고 있다. 연합뉴스

 

“램지어 주장, 여성 폭력·성착취 정당화하는 데 이용”

    전 세계 페미니스트 1100여명 비판성명
   “학문의 자유 침해하고자 하는 것 아니다”

 

17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7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계약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판하는 세계 페미니스트들의 연대 성명이 나왔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7일 오전 1479번째 정기 수요시위에서 ‘존 마크 램자이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에 관한 전 세계 페미니스트 성명’을 공개했다. 정의연은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용기 내 증언한 피해자들의 증언, 연구자들의 수십 년에 걸친 진상규명 및 연구 성과, 유엔(UN),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의 보고서와 권고를 고려하지 않고 일본 정부의 왜곡된 주장을 소개했다”고 비판했다.

정의연은 이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 운동, 흑인인권운동, 미투운동, 반식민주의 운동과 연대하는 국내외 여성주의 연구자들이 역사왜곡을 통한 성차별, 식민주의 구조 재생산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작성하여 회람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미국·필리핀·영국·호주·뉴질랜드·독일·캐나다 등 해외와 국내 1100여명이 넘는 연구자와 단체가 참여했다.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온 페이페이 추(미국 뉴욕주 바사르대)·엘리자베스 손(노스웨스턴대)·린다 하스누마(템플대)·마거릿 스테츠(델라웨어대) 등의 교수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고착화된 억압과 상호연결된 구조를 규명하는 대신 가부장적·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려는 것”이라며 “램자이어 교수의 이러한 주장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 및 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성명문은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 및 현대의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고, 일본 정부의 의도적 역사 부정 및 왜곡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기관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 한다”며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유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호 기자

아래는 성명문 전문.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교수 존 마크 램자이어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 관련 페미니스트 성명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일본법 교수 존 마크 램자이어의 최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논문은 2차 세계 대전 (아시아태평양 전쟁) 전후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수많은 여성들이 겪었던 잔혹행위에 대해 성차별적,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견해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 및 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합니다.

2차 세계 대전의 전쟁터 속에 수많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들은 납치당하거나, 속아서, 혹은 강제로 일본군의 ‘위안소’로 끌려갔습니다. 성차별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일본군 성노예제 제도 속에서 일본의 식민지 및 점령지 여성들은 반인권적 폭력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살아남은 일부 피해생존자들은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러나 이 끔찍한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현재의 무력분쟁 하 성폭력, 대학 내 성폭력 문화, 포스트식민주의 트라우마, #미투운동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학자, 학생, 졸업생으로서 부정의, 억압, 폭력을 가해온 성차별적, 식민주의적 시각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자 이 성명을 작성했습니다.

학술지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린 램자이어 교수의 최근 논문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자발적인 매춘으로 소개하며 성노예제를 부정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식민지와 전쟁, 불평등한 권력 구조와 구조적인 폭력을 무시한 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계약 매춘부’로 묘사했습니다. 그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요금을 협상할 수 있었으며, 자유롭게 그만 둘 수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중 자행한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인 분석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연구, 유엔 특별보고관 및 국제기구가 작성한 보고서, 2000년 여성국제전범법정은 일본군 ‘위안부’의 본질이 조직적 성노예제임을 인정했으며, 이를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비판해왔습니다. 성노예제 피해자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위협과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며, 지속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당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피해 여성들에게는 2차 가해이며, 성노예제가 남긴 깊은 상흔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히는 폭력적 행위입니다. 폭력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와 공모하며 정당화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우리는 램자이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왜곡한 것을 규탄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증언이 있던 1991년 8월 14일 이후, 한국, 중국,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네덜란드, 일본에서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용감히 밝히고 #미투운동의 선구자가 되셨습니다. 비록 개별적 경험의 세세한 결은 다르지만, 생존자들은 일본군 성노예제가 조직적으로 자행된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램자이어 교수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면서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옹호해 온 생존자들의 경험에 대한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이해를 지워버렸습니다.

우리는 성폭력 생존자들이 침묵 당하는 걸 너무나 자주 목격했습니다. 사적 공간은 물론 다양한 공적 공간에서,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수많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조차 성폭력 생존자들은 침묵 당하곤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생존자들은 용기 있게 침묵을 깨고 증언하며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초국적 연대를 구축하여 페미니스트 운동을 이끌어왔습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고무된 연구자들은 일본 정부가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 걸쳐 위안소를 체계적으로 설립하고, 조직적으로 운영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왔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규명한 문서와 기록물들 중에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가 1992년 발견한 일본군 기록물도 포함됩니다. 일본군이 민간 업자를 감독하고, 직접 여성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 밝혀지자,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정부 개입을 일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일본제국, 미군, 네덜란드 정부 등이 작성한 많은 자료 역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심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또한 “공창제”의 존재를 이용하여 일본군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며, 여성의 몸에 대한 착취를 정상화합니다. 남성 성욕을 정당화하는 성차별적인 담론에 기대어 일본 정부가 묵인하고 장려한 “공창제”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체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착취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1900년대 초 일본 국내법과 일본이 비준한 국제조약이 매춘을 목적으로 한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창제도는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렘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여성 억압의 보편성을 통해 또 다른 억압의 지속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연구자들이 성차별적인 담론에 기대지 않고도 일본군 성노예제 체계와 현상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이 성명의 목적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고착화된 억압과 상호 연결된 구조를 규명하는 대신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로서,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는 담론 앞에서 평등과 정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사회와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과거부터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만 합니다.

#BlackLivesMatter, #MeToo, #RhodesMustFall 과 같은 최근의 사회운동을 통해 우리는 진실, 정의, 평등을 추구하는 고등교육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역사와 현대의 부정의를 고민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하는 연구, 지식, 교육의 중요성을 믿습니다. 억압과 부정의의 역사를 마주할 때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문 공동체는 성폭력에 대한 불처벌을 지속하는 성차별적인 담론을 묵인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하버드 대학과 다른 고등교육 기관의 페미니스트 연구자, 학생, 동문들로서, 우리는 이 성명을 통해 학계 내 성폭력, 성차별, 가부장제, 식민주의, 인종차별을 지속하는 주장에 대항하여 학문 공동체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대학 및 고등교육기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의 피해를 줄이고 다양성과 평등 진작을 위한 학내 공동체 지침을 구축하고 강화하라.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적 혐오 발언과 행위를 관련 대학 규정 및 Title IX의 위반사항으로써 적극적으로 조사하라.

-학내 다양성 등을 지원하고, 역사적 차별은 물론 현재의 구조적 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대화를 촉진하라.

-학내 성폭력 생존자 지원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신고체계 및 재원을 마련하고, 성폭력 불처벌을 종식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제도적 조치를 시행하라.

-전범 기업에 투자하거나, 투자받는 것을 지양하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

 

이용수 할머니, 하버드생들에 “‘위안부는 매춘부’ 교수 무시하세요”

      하버드대 아·태 로스쿨 학생회 화상세미나 출연
     “일본은 침략 때처럼 지금도 무법천지 행세”
      문 대통령에 “국제사법재판소서 따지길” 거듭 호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7일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계 로스쿨 학생회가 마련한 화상 세미나에 원격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웨비나 화면 갈무리.

 

“우리 하버드대 학생 여러분, 절대로 이것 때문에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사람 무시하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무시하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6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계 로스쿨 학생회가 연 화상 세미나에 원격으로 출연해 이렇게 말하고, “한편으로는 이 교수가 ‘너희가 그렇게 노력해도 (위안부 문제에) 아무 진전이 없으니까 더 정신을 차려서 똑바로 하라’고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조선에 쳐들어와서 여자 아이들을 끌고가고 무엇이든 자기 것이라며 무법천지 행세를 벌였고, 지금도 그대로다”라며 “일본 스가 총리와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서 완벽하게 따지기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재판에서 반드시 이겨서 여러분들을 문 대통령 앞에 모시고 가서 인사시키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 내용이 알려진 뒤 하버드대 학생들이 마련한 것이다. 이 세미나에서 미 인권단체인 위안부정의연대(CWJC)의 릴리언 싱 공동의장은 “램자이어 교수는 뻔뻔하게도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글을 쓰면서 피해자과 대화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 같은 이들이 “일본의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미 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도 참여해 “그 교수직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하버드대가 미쓰비시로부터 더 돈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는 석좌교수다.

행사를 준비한 하버드 로스쿨 학생 자넷 박(27)은 <한겨레>에 “역사의 증인이 이렇게 살아계신데 램자이어 교수는 논문에 하나도 참고하지 않아서 할머니의 증언이 확실히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을 접하고 학생들의 첫번째 반응은 경악이었다”며 “내용도 터무니없지만 하버드 로스쿨 교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질 낮은 논문이었다는 점 등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하버드대 총장  "'위안부 = 매춘부' 주장은 학문 자유… 문제없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항의에 이메일 답변…재차 진상규명 요청

 

램지어 교수를 패러디한 디지털 포스터[반크 제공]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마크 램지어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의 내용을 담은 논문은 '학문의 자유'에 포함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뜻의 입장을 나타냈다고 17일 밝혔다.

반크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철회시키고 대학 차원에서의 규탄을 요구하는 항의 이메일에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이 이 같이 답변했다.

그는 "대학 내에서 이처럼 램지어 교수가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한 것도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줄 때도 마찬가지"라며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그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바카우 총장은 하버드대 교수 중에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연구나 독일 나치를 두둔하는 논문을 쓰면 과연 똑같은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면서 "다시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항의 서한과 함께 세계 최대규모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올린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 요청 청원에 호응한 96개국 1만600여 명의 명단도 동봉했다.

하버드대 총장에게 항의 이메일을 보내고 국제 청원을 올린 '반크 청년 리더' 옥다혜 씨는 "학자에게는 학문의 자유가 있지만, 학문의 자유는 학자의 윤리와 의무를 다했을 때 주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을 앞둔 옥 씨는 "학자에게는 더욱 고양된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학자의 의견은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이 인정되므로 그만큼 학자의 양심을 걸고,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논거가 뒷받침된 주장만이 학문의 자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램지어 교수는 다음 달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우 앤드 이코노믹스'에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논문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 외에도 "위안부는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아닌 모집 업자의 책임", "위안부는 돈을 많이 벌었다" 등의 주장을 했다.

 96개국 1만600여 명이 호응한 글로벌 청원 사이트

 

‘위안부=매춘부’ 하버드대 교수, 간토대지진 왜곡 논문도 발표

    “조선인 범죄율 높은 집단” 학살 왜곡·정당화
         오보 많았던 지진 직후 신문 기사 근거로 주장
     일본 우파들이 인터넷에서 펴는 논리와 비슷
         일본에서도 학술적 근거로는 쓰이지 않아
     일본 공권력의 방관과 조장은 언급도 없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논문을 써 물의를 빚은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왜곡한 논문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램지어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 보안업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사적인 치안 수단을 찾는다는 논리를 전개하며,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예로 들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조선인의 범죄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당방위였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다. 실제로는 1923년 9월1일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자경단과 경찰이 조선인 수천명을 학살한 것이 정설이다.

램지어는 ‘조선인 폭도가 집에 불을 지르며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올라오고 있다’ 같은 당시 일본 신문 기사를 인용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이런 기사들을 학술적으로 진지하게 조선인 폭동의 증거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지진 직후 극도의 혼란기에 일본 신문들이 대거 오보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지진 3년 뒤인 1926년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 폭동’에 관한 것을 포함해 각종 오보 예를 제시했을 정도다.

램지어는 조선인들이 일부 강도와 절도, 성폭행 등을 저질렀다는 1923년 일본 사법성 발표도 인용하며 “숫자는 적지만 당시 경찰 인력이 부족한 것을 고려해보라”고 적었다. 그러나 램지어가 인용한 사법성 발표는 신원 불상 조선인 가해자와 신원 불상 일본인 피해자가 다수 등장하는 식이어서, 발표 당시부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본 경찰이 자경단의 범죄를 묵인하거나 가담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기술은 논문에 나오지도 않는다. 램자지는 1920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일본 거주 조선인 중 다수가 남성이고 젊었다며 “젊은 남성은 어디에서든 범죄율이 높은 집단이었다”고 적어, 당시 일본 거주 조선인을 범죄 예비군 취급하기도 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우파 성향 일본인들도 오랫동안 부정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사회 우경화 강화 경향에 따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부정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램지어가 쓴 이 논문은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으며, 오는 8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미국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학교 사학과 이진희 교수는 케임브리지대에 항의문을 보내 “이런 엉터리 역사 왜곡 논문을 경제 연구나 법제 연구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하버드 교수의 명의를 내세워 미국뿐 아니라 세계 유명 학술 출판사가 게재하는 일이 없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램지어 위안부 망언, 역겹다”… 이용수 할머니도 반박한다

17일 하버드 온라인 세미나서 피해 증언…서울 프레스센터 회견도

 

이용수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오는 17일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여는 온라인 세미나에서 위안부 피해에 대해 증언한다.

이 할머니의 한 측근은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여는 온라인 세미나에서 할머니가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현지 학생들의 요청에 증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증언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중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할머니는 16일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넘길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회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열린다"며 "이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피해자 중심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5월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 폭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하원 의원 "사실 오도 역겨워" 정치권서도 파장
 논문 게재 제동… <국제법경제리뷰> 자체 조사

 

‘평화의 소녀상’ 눈에 빗물이 맺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해당 논문이 공개되자 하버드대 한인 학생회가 즉각 성명을 내며 반박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권과 학계까지 비판에 가세함에 따라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 사회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11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고,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이라며 "우리는 인신매매와 노예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 이들의 인격을 손상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게재하기로 한 국제 학술 저널이 우려를 표명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국제법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는 홈페이지에 "해당 논문에 실린 역사적 증거에 관해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우려 표명'을 공지한다"며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며 국제법경제저널은 때가 되면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법경제저널>은 3월호에 논문을 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구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자 제동이 걸렸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으며, 미 전역의 법대 학생 800명도 이 성명에 연명했다.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 논문에서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 '매춘부'인 것처럼 묘사하고, 일본 정부의 강요가 없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고명섭 기자


‘위안부’ 피해 최고령 정복수 할머니 별세…생존자 15명

 

                                            정복수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최고령자였던 정복수 할머니가 12일 오전 별세했다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이 전했다. 

나눔의집은 "할머니와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기독교식 가족장으로 비공개 진행하며, 할머니의 행적 등 자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할머니는 2013년부터 나눔의집에서 생활했다. 정 할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언니의 호적에 등록돼 지금까지 106세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 나이는 98세다. 호적상 나이로든 실제 나이로든 생존 위안부 피해자 중 최고령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16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연합뉴스, 고명섭 기자


일 역사학자들, 하버드 교수 '위안부 논문' 구하기 … "철회말라"

해당 저널에 공개서한…하버드 로스쿨서는 비난 목소리 이어져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논란에 일본 학자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자키 미치오 일본 역사인식연구협의회 부회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램지어 교수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에 따르면 에자키를 포함한 일본 내 역사학자 6명이 문제의 논문을 싣기로 한 국제법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편집진 등에 논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개서한에는 일본인 학자 5명과 제이슨 모건 일본 레이타쿠대 부교수 등 모두 6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미국식 '철회문화'(cancel culture)의 새 타깃이 됐다"며 문제의 논문을 가리켜 "놀랄만큼 광범위한 원자료에 근거한 탁월한 학술적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칭찬받아 마땅한 위대한 성취물이지 검열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역사학자들의 '램지어 구하기' 공개서한 [에자키 미치오 트위터]

이들은 "재능있고 양심적인 학자의 논문을 취소하는 대신 동료들이 램지어 교수의 학문적 결과물을 접할 수 있게 해줄 것을 권장한다"며 3월호에 예정대로 논문을 실을 것을 압박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뒷받침해준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에 대한 비난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생인 조지프 최와 졸업생인 민디 남은 교내 신문 크림슨에 기고한 '일본의 위안부 침묵에서 램지어가 맡은 역할'이라는 글을 통해 "램지어의 논문 발표는 독립적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다시 쓰고 성노예 피해자를 침묵시키려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정부에서 이런 노력이 심화됐다면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한국 법원의 결정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램지어는 세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대학의 법학교수로서 역사를 세탁하려는 이러한 노력에 어마어마한 신뢰성을 실어줄 수 있다"고 염려하면서 "피해자들을 인정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없애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광복회, "위안부는 매춘부" 하버드 교수 입국금지 요구

 

                            김원웅 광복회장

광복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법무부에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광복회는 공문에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의거해 램지어 교수를 입국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입국을 거절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광복회는 부연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램지어 교수가 반인류적 전쟁범죄를 비호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벗어난다"며 "그가 한국에 있었으면 이미 추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교수들, "램지어 논문, 비참할 정도로 결함”

하버드대 교내신문 <크림슨>, 교수들 반박 등 보도

 

 하버드대 교내신문 <크림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두고 하버드대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버드대 교내신문인 <크림슨>은 7일 기사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 때문에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며 안팎의 비판 여론을 실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티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며 앤드루 고든 역사학과 교수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반박할 저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시카고대에서 램지어 교수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도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작품”이라며 “램지어 교수는 앞뒤 사정이나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논문은 개념적으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 법대 학생 800명도 이 성명에 참여했다.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KISA)는 대학 본부에 램지어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램지어 교수는 이런 반발에 대해 “로스쿨 학생들의 책무”라면서 “논문에 대해 학생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소녀상 ‘눈’물방울…진실은 덮이지 않는다

일본 우익주장 대변한 하버드 미쓰비시 교수의 일제 위안부 매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미국 학자의 논문이 파장을 낳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의 성의 계약’에서 존 마크 램자이어 교수가 한 주장이다. 8쪽 분량인 논문의 요지는, 위안부는 모집업자와 1~2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고액의 선지급금을 받았으며, 수익을 충분히 올리면 계약 만료 전에 떠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기부해서 만든 하버드대 로스쿨의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이다. 2019년에도 “미쓰비시중공업으로 간 이들은 운이 좋았다”는 주장을 펼쳤던 인물이다. 이번 논문에서도 일본군 위안소로 보낼 일본의 여성을 모집하면서 1937년에 제시한 업자의 계약서 내용을 인용해 식민지 조선에서도 같은 계약서를 썼을 것이라고 일반화했다. 엄밀한 학문적 검증을 거친 논문이 아니라, 위안부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본 우익세력의 ‘주문 제작품’이라는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의 극우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실으면서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일본 외무성도 최근 누리집에서 반론을 강화하고 있다.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군이나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가리키는 기술은 찾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덮이지 않는다. 세 치 혀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 4일 낮,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자리 잡은 평화의 소녀상에 쌓인 눈덩이가 녹으면서 물방울로 떨어지고 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씌워준 모자와 털목도리 덕분에 어느 곳보다 빨리 녹아내리고 있다. 장철규 기자


하버드대 학생들, “위안부는 매춘부” 로스쿨 교수 논문 반박

존 마크 램자이어 교수에 “학문적 자유 이유로 무책임한 주장”

 

하버드대 존 마크 램자이어 미쓰비시 교수

하버드대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발표한 이 대학 존 마크 램자이어 로스쿨 교수의 주장이 “사실 관계도 부정확하고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 재학중인 한인학생회(KAHLS), 하버드아시아태평양계미국로스쿨학생회(APALASA), 하버드중국계학생회(CLA), 하버드법률기업인프로젝트(HLEP) 이사회는 4일(현지시각) 공동성명에서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미쓰비시일본법률석좌교수가 발표한 ‘태평양전쟁에서 성 계약’ 논문 및 ‘위안부에 관한 진실 회복’이라는 논평은 기존의 학문적 성과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자이어가 ‘위안부는 순전한 허구’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신국수주의자들이 반복해 재활용하는 수정주의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램자이어 교수가 “어떠한 납득할 만한 증거도 없이 여성에게 매춘부를 강요한 어떠한 정부도 없다고 주장한다”며 “수십년간의 가치있는 한국 학문, 1차 자료, 제 3자의 보고들이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그의 주장에는 이런 것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들은 “일본 정부조차도 고노 담화 중 일부로 당시 일본 군부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위안소 설립과 운영에 관여됐다고 인정했다”며 “램자이어 교수는 이런 여성들의 증언들을 확장하려는 학자들의 역사적으로 유용하고 중요한 관점들을 다루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학문적 자유는 진실을 찾는 진실한 탐구의 일환으로써 학문적 정합성에 대한 의무와 분리될 수 없다”며 램자이어 교수가 학문적 자유를 이유로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램자이어는 3월 발행 예정인 학술지 <인터내셔널 로 앤 이코노믹스>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매춘의 연장선에서 해석하는 견해를 담은 논문을 실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태평양전쟁에서의 성 계약’이라는 제목의 논문 초록을 보면 “여성들은 전쟁터로 가기 때문에 단기 계약을 요구했고, 업자는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계약을 요구했다”고 적혀 있다. 그는 “업자와 여성은 (여성이) 충분한 수익을 올릴 경우 일찍 떠날 수 있게 하고, 1년 또는 2년 단위 거액 선불금을 결합한 계약을 맺었다”고 적었다.

우파적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최근 이 논문을 “세계에 확산되는 ‘위안부=성노예’ 부정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램자이어는 10대 후반까지 일본 남부 미야자키현에서 성장했으며 경제학과 일본 법률을 연구했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의 하나인 ‘욱일중수장’을 받았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전범 기업 미쓰비시는 1972년 하버드대 로스쿨에 동아시아 법학 연구 분야 교수를 지원해달라며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정의길 기자

 

하버드대 친일 교수 “위안부 피해자 성노예 아니다” 논문 파문

일본서 유년기 지내고, 일본 정부 훈장도 받은  ‘일본 장학생’

램지어 교수, 위안부 피해 자유로운 계약처럼 왜곡 학술지에

 

미국 대학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prostitute)라고 주장한 논문을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라서 파문이 예상된다.

1일 논문 정보 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를 보면, 3월 발행 예정인 학술지 <인터내셔널 로 앤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매춘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견해를 담은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교수의 논문이 실린다. ‘태평양전쟁에서의 성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 요약본을 보면 “여성들은 전쟁터로 가기 때문에 단기 계약을 요구했고, 업자는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계약을 요구했다”고 적혀있다. 그는 “업자와 여성은 (여성이) 충분한 수익을 올릴 경우 일찍 떠날수 있게 하고 1년 또는 2년 단위 거액 선불금을 결합한 계약을 맺었다”고 적었다.

우파적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최근 이 논문을 “세계에 확산되는 ‘위안부=성노예’ 부정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 논문이 “어떤 대상이든지 간에 인간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경제학 수법을 이용해 분석했다. 위안부도 예외가 아니다. 논문은 다른 연구자 업적과 당시 일본과 조선의 사료에 기반해 조선인 위안부도 일본인 위안부도 공인된 매춘부였으며 일본에 납치당해 매춘을 강요당한 ‘성노예’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위안부를 둘러싼 문제점은 조선 모집업자였다는 것을 지적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의 이런 주장은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이며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일본 군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와도 배치된다. 고노 담화에는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런 경우에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의 참혹한 것이었다”고 적혀있다.

램지어 교수는 유년 시절을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보냈으며 전공은 일본 법률이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장 종류의 하나인 ‘욱일중수장’을 받았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