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0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모습. 연합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30일 밝혔다.

내란 사태 수사를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등이 구성한 공조본은 이날 “30일 0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29일까지 출석하라는 공조본의 3차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 정혜민 기자 >

 

‘윤석열 체포영장’ 실제 집행 가능할까…경찰 “발부되면 집행해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모습. 연합
 

12·3 내란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실제 집행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체포영장에는 제한 사유가 없다”며 영장 집행 의지를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30일 기자 브리핑에서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 우려에 대해 묻는 취재진 질문에 “체포영장에는 제한 사유가 없는 거로 안다”며 “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윤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그전에) 체포영장이 발부된다면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모인 수사협의체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대통령경호처가 세 차례의 압수수색 시도에 모두 불응하면서, 체포영장 역시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이 관저 등에 머무를 경우 수색 영장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고, 대통령경호처는 체포를 위한 수색 역시 형사소송법 110·111조에 근거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이에 대해 “아직 발부되지 않은 영장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충분히 대비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조본은 대통령실 압수수색도 재차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공조본은 이날 대통령실에 구체적인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의 소명과 관련 자료 임의제출을 요청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윤석열이 긁은 ’계엄의 비용’…“5100만명이 장기 할부로 갚아야”

반헌법적 12∙3 비상계엄의 비용은?
불편으로 치부된 시민의 고통과 비용
계엄 뒤 환율 급등과 증시 하락 겹쳐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AFP 연합
 

“세계사를 살펴보면 자유시장과 자유주의 정치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번영과 풍요가 꽃을 피웠습니다. 저는 무너진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취임사에 ‘무너진 헌법 가치’의 회복과 수호는 새겨질 게 틀림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을 뱉은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전복시켰다.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제51회 상공의 날을 맞아 그는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 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이란 제목의 경제사상을 다룬 논문 같은 으레 긴 강연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복원하여 더욱 강화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말마따나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를 해태하고, 결과적으로 권력을 잠시 맡겨준 국민을 배신했다.

‘선택할 자유’를 버린 대통령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시민의 자유를 폐기한 윤 대통령은 놀랍게도 지난 3년간 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다. 그가 취임사에서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2번이나 외쳤던 ‘자유’는 기실 우리가 익히 교과서에서 배운 자유와는 다른 것인지 모른다. 그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는 밀턴 프리드먼이 쓴 책, ‘선택할 자유’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엉뚱하게 독해했을 가능성이 짙다.

21세기 보수주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경제사상가 중 한명인 프리드먼은 책에 이렇게 썼다. “군대나 경찰은 모두가 국내외의 억압∙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유사회를 성취하고 유지하는 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자유의 보루로서 정부에 맡겨놓은 군대나 경찰에게 어떻게 하면 본래의 목적에만 충실하게 하고 엉뚱하게 자유를 짓밟는 일을 막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우리의 개국공신들은 헌법을 기초할 때 이 문제를 놓고 씨름을 했었다. 현재의 우리는 이 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 프리드먼이 ‘큰 정부’를 겨냥해 쓴 책이지만, 불법 비상계엄은 그가 말하는 군대나 경찰의 본래의 목적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는 또 다른 책, ‘자본주의와 자유’에서도 “경제적 자유의 증가가 정치적∙시민적 자유의 증가와 함께 이루어졌고, 더 큰 번영으로 이어졌으며, 경쟁적 자본주의와 자유는 분리할 수 없는 것임이 드러났다”고 썼다.

그의 열혈 독자였던 대통령 윤석열은 보수 경제사상과 정책을 관통하는 작은 정부론과 규제 완화, 감세 등을 서툴게나마 이해하고 추진했지만, 정작 프리드먼이 그 대전제로 여긴 ‘자유의 보루로서 정부’는 거부했다. 그는 한국 현대 정치사를 44년 전으로 퇴행시킨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사상적 스승의 교훈을 따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스승의 사상이 아니라, 1973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자유시장주의 노선을 채택한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의 경제정책을 자문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프리드먼의 행동에서 ’엉뚱한’ 영감을 얻었는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GDP 살인자’가 된 친위 쿠데타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국회에서 빠르게 해제되긴 했지만,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비싼 2시간 반짜리 계엄의 경제적 비용은 모든 국민이 그것도 상당히 오랫동안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보수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6일 ‘윤석열의 필사적인 곡예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살인자(Killer)인 이유’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 비상계엄을 한 마디로 ‘지디피 살인자’로 표현했다. 기사는 말미에 섬뜩한 문장으로 끝난다.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 명이 시간을 두고서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다.”

역사에 오래 기록될 사고를 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이런 진단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다. 계엄을 한국 사회가 잠시 겪은 ‘불편’ 정도로 여긴다. 계엄이 뜻대로 되지 않고 실패한 지 나흘 만에 내놓은 첫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다”라고 말한다. 또 그 뒤 닷새째 되는 12일에는 에이포(A4)용지 15쪽에 이르는 장문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그의 손을 거쳐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6항에서도 ‘불편’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또 그날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낸 긴급 담화문에서도 “계엄 선포로 인해… 선량한 국민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윤석열에게 보수가 그토록 즐겨 써왔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훼손,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엄청난 경제적 충격과 피해를 불러온 비상계엄은 ‘불편’이란 단어로 표현된다.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로움’을 뜻하는 불편의 사전적 뜻을 아무리 곱씹어도 계엄이 초래한 상황을 설명하기엔 너무 가볍다. 한국 사회가 장기간 할부로 갚아나가야 할 엄청난 계엄의 비용이 잠시, 잠깐의 불편일 순 없다. 그의 의도와 계획이 그나마 실패해서 다행이지, 성공했다면 한국 사회는 회복하기 어려운 재앙에 가까운 고통과 비용을 요구받았을지 모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민주주의도, 경제도 위태롭게 한 계엄

지난 12일 국회의원 190명이 국회에 제출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대한민국 시민들이 떠안게 된 계엄의 비용을 총론적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피소추자의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선포와 무장병력을 사용한 내란 행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흔들리고, 급격한 환율 인상, 경제와 정국의 불안이 초래되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국군이 총부리를 국민에게 향하는 모습을 본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으며, 환율과 주가는 요동을 쳤고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우세해졌다.” 소추안은 ‘신속한 탄핵소추와 파면’만이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의 회복이며, 국민의 통합, 정국의 안정, 경제 불안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제 불안’이 가장 크게, 직접 나타난 곳은 금융시장이다. 특히 탄핵 소추안에서 언급한대로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 상승은 미국 달러에 견줘 원화의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상대 가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계엄 전날인 지난 2일(한국 시각)부터 27일 현재까지 대략 1.5% 상승했지만,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는 같은 기간 4.8%나 뛰었다. 달리 말해 주요 6개 통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3배나 더 하락한 셈이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원부자재 수입 시 가격 상승 부담과 해외 자금 조달 및 상환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물론 미국의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강달러주의자’ 트럼프의 당선이란 변수도 영향을 줬지만 무엇보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소추와 이후 안갯속을 헤매는 정국의 혼란이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계엄 전날부터 27일까지 환율은 딱 4일 하락했고, 반대로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날이 18일이나 된다. 지난 27일 현재 환율은 1475.50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패닉)에 빠졌을 때 급등(1534원, 2009년 2월 평균 환율)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한달 동안 원-달러 환율과 유로-달러 환율 추이. 원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보다 더 크게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서울외국환중개
 

환율은 ‘외환위기’를 트라우마로 기억하는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불안이자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1997년 12월에 당시 보유 외환이 거의 바닥나 1달러당 약 1695원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때와 달리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4154억 달러(약 613조원, 11월 기준)에 이른다.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그래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는 2021년 4692억 달러에 이르던 보유액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서다. 최근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계속 쏟아붓고 있어, 다음 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할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무너진다면, 이는 지난 한 달 사이 환율 방어에 20조원 넘게 썼다는 의미가 된다. 대통령 윤석열이 말한 ‘불편’의 비용치곤 너무 비싸다. 앞으로도 한동안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계엄 사태 뒤 환율 방어 누적 비용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엄 뒤 증시에서만 79조원 증발 

계엄 이후 증시도 죽을 쑤고 있다. 이미 바닥권에서 오르내리던 증시는 비상계엄 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자 2360.18까지 폭락했다. 다시 회복하긴 했으나 반등하지 못한 채 등락을 반복하며 지난 27일 현재 2400대를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증시는 경제의 선행지표이자 경제 심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누구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면서 ‘밸류 업’(Value-up, 가치 상승)을 외쳤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증시를 크게 ‘밸류다운’(Value-down, 가치 하락) 시켰다. 비상계엄 뒤 증시는 맥을 추지 못하면서 79조원이 증발했다. 시가총액은 2000조원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불편’이라고 하기엔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이 너무 크다. 계엄 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증시는 확실한 반등의 계기를 당분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 추이
 

계엄 뒤 정치적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한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심리 또한 모두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전달보다 4.5%포인트 낮은 87.0(100 이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을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을 때인 2020년 9월(83.0)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후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도 걱정이지만, 경제 지표 중 제일 크게 영향을 받는 건 기업의 투자다. 안 그래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로 바뀌면서 투자하기가 좀 불확실한 상황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업의 투자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 지표도 추락 중이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12.30 하락한 88.40(100 미만은 현재 경기가 과거 평균보다 좋지 않음)을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18.3)에 이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때(12.6)와 비슷하다. 불확실한 정치, 경제 상황에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소비 시점을 미루기 마련이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위축은 결국 경제의 동력을 떨어뜨려 시간을 두고서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의 음식점 밀집 거리에서 한 가게 관계자가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입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
 

1호 공약과 국정과제 1호의 파기 

계엄으로 경제를 망가뜨렸지만 기실 대통령 윤석열은 ’민생’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의 후보 시절 1호 공약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였다. 국정과제 1호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회복과 도약이다. 그는 지난 2일 마련한 임기 후반 첫 민생토론회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불러 놓고서 “전향적인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예산시장을 확 바꿔 놓은 백종원씨를 예로 들며 민간 상권기획자 1천 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 날 그가 선포한 계엄으로 1호 공약이자 국정과제 1호는 파기됐다. “21세기 상상하기 어려운 비민주적 상황”(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을 초래한 그의 극단적 선택은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어려움에 빠뜨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12일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한 경기전망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4%가 '매출이 감소' 했다고 답했다. 연말인데도 계엄으로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상공인의 송년 특수는 실종됐다.

’이번 계엄은 다르다’

가장 가까운 계엄은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1979년 10∙26 다음날 선포된 계엄은 81년 1월24일 해제됐다. 무려 456일 지속했다. 그로 인해 환율과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당시 환율은 ’단일변동환율제도’에서 ’복수통화바스켓제도’(80년 2월부터 시행)로 바뀌었으나, 두 제도 다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는 방식이다. 80년 1월 정부는 환율을 484원에서 580원으로 20% 올렸으나 이는 계엄의 영향이라기보다 2차 석유파동(오일 쇼크)으로 인한 국제수지 악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조처였다. 증시 또한 당시 영향을 논할 수조차 없을 만큼 규모도 작고 개방돼 있지 않았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로 출범한 주식시장은 1981년 3월에서야 전산화 되었고, 1992년부터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1980년대 초 여전히 폐쇄적인 데다 금융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이 직접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회 사무처가 지난 4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화면 갈무리. 국회사무처 제공
 

또 2시간 만에 실패한 계엄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비상계엄 다음날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비상계엄과 금융시장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해외 사례를 제시하면서 “계엄령 발동에 따른 영향은 길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4년 태국 계엄령 발동 때 SET 지수는 1.6% 하락한 뒤 상승하고, 밧화 환율도 1.2% 평가절하된 뒤 1주일 만에 회복한 사례를 들었다. 또 2016년 튀르키예(옛 터키) 계엄령 발동 당시 BIST 지수가 13% 하락하고 리라화 환율도 6% 절하됐으나 10일 뒤 원래 추세대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나라에서 ‘일상’이 된 쿠데타와 계엄은 이들 나라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가중해왔고 이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계엄은 겉으로 나타난 지표보다 더 깊은 상처와 고통을 수반할 때가 잦다.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1972년 친위 쿠데타를 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했고 1981년에서야 해제했다. 필리핀 계엄 박물관은 누리집에서 “마르코스는 1986년 축출될 때까지 권위주의 독재자로서 모든 권력을 유지했고, 계엄령의 효과와 유산은 마르코스보다 오래 지속하였다”고 기록했다. 72년 계엄령 선포 뒤 마르코스가 물러날 때까지 무려 14년 동안 필리핀의 1인당 지디피(GDP)는 1430달러에서 1570달러로 1% 상승했다. 사실상 정체됐다. 필리핀의 잃어버린 ’14년’이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필리핀이 얼마나 혹독한 계엄의 비용을 치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상황은 과거 2번의 탄핵과도 다르다. 일단 강도가 너무 세다. 후진국에서 볼 수 있는 친위 쿠데타가 시도됐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 ’반동’과 불확실성도 과거보다 훨씬 크다. 이는 한국사회가 지불해야 할 정치∙경제적 비용 또한 과거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낸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 방향’이란 제목의 보도참고자료 맨 끝에 “향후 정치 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도 그 경고는 유효하다.

1979년 12월13일 새벽 노태우 당시 9사단장 휘하 병력이 서울 광화문 앞에서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한겨레 
 

계엄 뒤 한국 경제는 조타수를 잃은 배와 같다. 내부의 리더십 실종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트럼프의 복귀로 예고된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격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나마 긴 시야를 갖춘 어느 경제학자는 부정 속 긍정을 되새긴다. 한국 경제학계 거두였던 학현 변형윤 선생을 기리는 학현학술상을 지난봄 수상한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이렇게 짚었다. “한국이 분단과 냉전 체제의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경제발전을 한 집단 기억이 너무 강해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쿠데타 속에 분단 냉전 체제의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반국가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 단계 나아가려면 한 번쯤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민주화의 성공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쿠데타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진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유산을 빨리 청산하고 극복하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 한겨레 류이근 기자 >

"합법적 탄핵 비판, 내란죄 우두머리 탄핵 반대 주장으로 12·3 내란을 지지·선전"

 

 

 
윤석열즉각퇴진 울산운동본부는 30일 오전 울산경찰청에 홍유준 울산시의원을 내란선동·선전 혐의로 고발했다. 주성미 기자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다는 펼침막을 도심 곳곳에 내건 울산시의원이 내란선동·선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윤석열즉각퇴진 울산운동본부는 30일 오전 국민의힘 소속 홍유준 울산시의원을 내란선동·선전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울산경찰청에 접수했다.

앞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홍 시의원은 비상계엄을 통해 헌정질서를 유린한 윤석열에 대한 합법적인 탄핵을 비난하고 내란죄 우두머리의 탄핵을 반대하는 주장으로 12·3 내란을 지지·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시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동구 일산동과 전하동 일대 10곳에 ‘대통령 탄핵 절대 반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라고 쓴 펼침막을 걸었다.

홍유준 울산시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울산 동구지역에 내건 펼침막. 윤석열즉각퇴진 울산운동본부 제공
 

윤석열즉각퇴진 울산운동본부는 “내란죄 우두머리를 지켜내자는 것은 이미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실행행위로 나아간 12·3 내란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내란죄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의힘 당원이나 지지자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내란 선전·선동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홍유준 시의원은 한겨레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할 의도는 없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통치행위고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볼 수도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수막을 건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줄탄핵하며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경고의 의미”라고 답했다.    < 주성미 기자 >

촛불행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55명 ‘내란 공범’ 고발

계엄해제 불참, 탄핵안 반대 일관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촛불행동 관계자 등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국민의힘 내란공범 국민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표결에 불참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55명이 ‘내란죄 공범’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촛불행동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의 직무가 정지됐지만 내란 수괴를 비호하는 공범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차고앉아 활개를 치고 있다”며 “내란 공범들로 인해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금까지도 사실상 법률상 내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소속 의원 55명을 내란실행 방조, 직무유기 혐의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이들 국민의힘 의원 55명은 지난 4일 국회의 비상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에 불참했고, 이후 내란 상설특검법, 윤 대통령 등 신속체포동의안,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서 일관되게 반대표를 던진 이들이다. 촛불행동은 고발장에서 “권성동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윤석열 등의 ‘내란죄 성립’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하여금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도록 해 탄핵 절차를 무기한 지연시키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촛불행동은 한 대행 역시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는 직무유기 혐의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한 대행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은 행사하면서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야 합의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사고 있다.

피고발인에는 국민의힘 의원 55명과 한 대행 외에도 △비상계엄 당일 사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9명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심우정 검찰총장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고발인은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를 포함한 시민 764명이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비상행동' 1549개 단체 "참담…생존 귀환 간절"


참여연대 "최상목 대행, 컨트롤타워 역할 제대로"
촛불행동, 송년 콘서트 연기…"비통함 금치 못해"

민주, 대책위 구성…상황본부와 유족 지원단 설치
이재명 곧장 무안행…"일분일초 시급 위기 상황"

국힘, TF 구성…권성동‧권영세 등 30일 현장 방문
랜딩기어 전부 미작동 왜? 사고 원인 해석 분분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 2024.12.29. 연합
 

총 181명이 탑승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일제히 애도와 추모 메시지를 내고 정부 당국의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5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여객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생존자들의 귀환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 과정도 안전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참사로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정부 당국의 대응 및 수습 전 과정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소통 체계 마련, 공간 확보, 의료·심리 지원 등 보호와 지원이 체계적으로, 최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최상목 권한대행과 정부는 참사를 대응하고 수습하는 데에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 희생자 수습 등 피해자 지원 전반의 과정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필요한 보호와 지원에 정부 당국과 항공사 측은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이번 추락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촛불행동은 이번 참사에 따라 오는 31일 열기로 했던 송년 콘서트를 잠정 연기했다. 다만 매일 저녁 7시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개최하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는 계속 이어가기로 하고, 깃발을 들고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검은 리본을 깃발에 달아줄 것을 요청했다. 촛불행동은 추모 성명에서 "아직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탑승객과 승무원 다수가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부상자분들의 쾌유를 빌며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연합
 

정치권도 즉각 회의를 소집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진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지만 이재명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사고 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참사 수습에 당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위원장은 전남 여수에 지역구를 둔 주철현 최고위원이 맡았으며 상황본부와 사고 수습 지원단, 유족 지원단 등 3개의 기구를 설치했다. 상황본부장은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사고 수습 지원단장은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유족 지원단장은 서삼석 의원이 각각 맡았다.

이재명 대표는 회의 뒤 곧바로 무안에 있는 민주당 전남도당에 마련된 상황본부로 이동해 직접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 지원 방안을 챙기기로 했다. 다만 사고 수습을 고려해 무안공항 현장을 당장 방문하지는 않고 추후 상황을 봐서 판단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월요일인 30일에는 전남도당 상황본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계획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분일초가 시급한 위기 상황이다. 당국은 행정력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며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 주길 당부드린다. 국회와 민주당도 사고 수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와 관련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4.12.29. 연합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수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행정안전위,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를 열고 TF에서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 유가족 지원 등 종합적인 수습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TF 위원장은 국토교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권영진 의원이 맡았다. 권성동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TF 위원들과 함께 광화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사태 수습과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권 대행과 TF 위원들은 30일 오전 무안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 방문할 예정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도 30일 비대위원장으로 정식 취임한 뒤 현장 방문에 합류하기로 했다. TF 위원장인 권영진 의원은 지도부보다 하루 먼저인 이날 무안 현장을 방문해 사고 수습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정부는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상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고 현장을 들른 뒤 무안군청에서 2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의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엔진에 새가 들어가 고장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우선 제기되고 있지만,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3개가 전부 내려오지 않았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정확한 원인 분석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대통령실 정진석 실장 주재 회의

“염치도 없이 주절거리다니”  “음흉한 철면피”등 비난 쏟아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제주항공 무안 참사에 대해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무안공항에서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너무나도 애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부에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소방대원들과 모든 구조 인력의 안전도 최우선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오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회의를 개최해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회의가 끝난 뒤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유관 부처 간 협조 및 업무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애도 뜻을 담은 페이스북을 올린 29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자신에 대한 세번째 소환 통보에 불응한 날이다. 그는 지난 12일 담화에서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검찰과 공수처 수사, 헌법재판소 탄핵 절차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본인의 내란수괴 혐의와 관련한 사법절차는 외면하면서, 많은 국민이 희생된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는 ‘애도 편승’에 나선 셈이다.

이를 두고 대다수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관련 한겨레 기사에는 “제발 조용하시고 큰집 갈 준비나 잘 하시길 빈다. ”(소양강), “왜 지금 소리를 내는거죠? 모든 소환장 거부해버리고 무슨 낯짝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이러는) 자체가 유가족들에게 국민에게 모욕이다”(Young Choi) “염치도 없이 주절거리다니”(한줄평) 같은 댓글이 줄이었다. “음흉한 철면피”(민경) “입 다물라. 네 죄를 아직도 모르느냐? 인간이 아니구나. ”(서주형) “사진 올리지 마세요! 토나와요!”(토파즈) “감방이나 가서 평생 살아”(김성훈)라며 분노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 한겨레 장나래 기자 >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 연합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대통령실이 업무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통령실은 29일 오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수석회의를 소집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실이 업무와 관련 회의를 공개적으로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는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 다수의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회의 직후 공지글을 통해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고 원인과 정확한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고 가용 가능한 인력과 구조 및 의료 지원 등 대응 체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유관 부처 간 협조 및 업무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용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지시사항을 유관 부처에 공유한 데 이어, 오전 회의 결과를 권한대행에게 별도 보고했다"며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중대본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필요시 수시로 수석회의를 개최하고 권한대행 및 관련 부처에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접적 용어 사용했지만... 직무정지 상황에서 '월권' 지적도

직무정지 상태인 점을 의식해서인지 직접적인 지시나 명령이 아닌 '유관 부처에 공유', '권한대행에 보고', '권한대행에 건의' 등의 간접적인 용어를 사용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결의로 직무정지 당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비서실이 회의를 소집한 것 자체가 대통령실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참사를 계기로 슬그머니 업무를 재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란에도 "이런 비극적이고 슬픈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다니 정말 울화가 치민다", "대통령이 없는데 대통령실은 경거망동 말고 가만히 있어라!", "지금 대통령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돕는 것" 등의 비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 오마이 김경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