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원로 주축, 각계 인사 300여 명 참여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

한국의 존엄, 경제주권, 국민생존권 수호 내걸어

"트럼프 정권 폭압 거부…단순 통상 문제 아냐"
"한국 국민 전체를 파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믿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이젠 강대국에 휘둘리는 나라 아냐…쫄지 말자"
"트럼프는 윤석열과 똑같이 제 무덤 파고 있어"

 

김상근 목사(앞줄 가운데), 함세웅 신부(왼쪽),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오른쪽) 등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의소리 중계 영상 갈무리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력해온 시민사회 원로 및 각계 인사들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약탈적 통상 압박을 규탄하며 이재명 정부의 당당한 협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김상근 목사, 함세웅 신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등은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존엄, 경제주권, 국민생존권 수호를 위한 범국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시민사회의 대표적 원로들을 비롯해 종교계, 문학계, 학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보건의료계, 각종 사회단체와 지역, 해외 인사 등 모두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 국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폭압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2025년 가을, 대한민국의 존엄과 생존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통상 협상에서 15% 관세 인하 대가로 3500억 달러 투자와 LNG 추가 투자액 10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4500억 달러(약 620조 원)의 대미 투자를 강요했다"면서 "더 나아가 트럼프는 한국의 3500억 달러를 자신의 임기 중인 3년 내 '현금 인출'이라고 못 박으며 다가오는 10월 29일 아펙(APEC) 회의를 압박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이는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국가적 존엄과 경제주권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폭압이다. 우리는 이 사태에 직면해 결코 침묵할 수 없다"며 "한국의 총 외환보유액은 약 42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게 된다면 저성장의 고착, 일자리 감소, 물가 폭등, 복지 축소로 인해 산업기반 붕괴와 함께 또 한 번의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것이다. 이는 곧 한국 국민 전체를 파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또 "한미 통상협상 직후 미국 트럼프 정권은 조지아주에 파견된 한국 노동자 317명을 수갑과 발목 족쇄를 채운 채 이송하고 불법 구금까지 자행했다. 이 사건은 야만적인 인권유린이자 '동맹'이라는 이름 하에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경제적 수탈과 인권 침해로 이어지는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확인시켰다"면서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 정권의 통상 압박과 조지아주 사태에 대한 한국 사회 각계각층의 분노와 저항이 폭발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대미 투자 철회와 트럼프식 약탈적 통상정책 거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심지어 경제전문가들에게서는 미국의 강압적 통상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차라리 25%의 관세를 맞는 것이 더 국익에 부합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진보개혁 4당 의원들도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의연히 저항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며 "이제 한국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강압에 맞서 주권과 국익, 국민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시민의 힘을 믿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당당히 주권국가로서의 입장을 밝히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시민사회는 이미 광장에서 무능하고 무도한 권력의 폭주를 막아낸 경험이 있다. 2016~2017년 '촛불 혁명'과 2024~2025년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빛의 혁명'처럼 이번에는 경제주권 수호를 위한 범국민적 저항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 모두 일어나 경제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광장에서 외치자"며 주장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파탄 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반대한다!
미국 트럼프 정권은 약탈적 통상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
이재명 정부는 시민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맞서라!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의소리 중계 영상 갈무리

 

정호진 전국시국회의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KBS 이사장을 지낸 김상근 목사는 먼저 발언에 나서 "미국이 과거에는 그나마 세계 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패권을 장악하는 식이었는데 오늘에 와서는 약탈적 패권국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약탈의 대상"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약탈을 당할 수 없고, 당해서도 안 되고, 우리에게는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빼앗기는, 굴종하는 그런 모습을 우리 정부가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우리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맞서 당당한 주권국가로 우리나라의 입장을 굳건히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광화문의 시청 앞에 모여야 한다. 모여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고, 힘을 주고, 그리고 미국에 우리의 진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이렇게 많이 오셨는데 여러분이 관계하는 모든 조직이 이 사태에 함께 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약탈적 패권주의 미국에 우리는 반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국여성시국회의 공동대표인 김애영 한신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가 세계 경제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그의 관세 전쟁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자책골이 될 수 있는 엄청난 도박이며 특히 미국인들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면서 "지금 너무 쫄지 말자 하는 게 제 생각이다. (한국은) 아기 기저귀에서부터 자동차, 선박, 반도체, 방위산업 등등에 걸쳐 엄청난 제조국일 뿐 아니라 세계가 놀랄 만한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우리가 십분 발휘해 이 난관을 돌파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지를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끝까지 싸우지 않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 대사를 소개한 뒤 "트럼프로 대표되는 미국의 폭압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하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죽을 줄 알면서도 노예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해 나라를 되찾은 선열들에게, 그리고 민주화의 그 많은 투사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강대국에게 휘둘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니 쫄지 말고 용감하게 맞서 싸울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역설했다.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 대표인 노성철 연세민주동문회 회장은 "이렇게 미국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마각을 드러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인식하는 데 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지금 우리나라 곳간에 있는 달러를 다 내놓으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도 다 가져가겠다고 한다. 이런 날강도가 어디 있는가? 이것이 바로 경제 수탈이고 그들의 제국주의적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지아주에서 그들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채운 수갑과 발목 족쇄, 그것은 한국에 대한 수갑과 발목 족쇄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동맹 필요 없다. 그리고 미국이 주한미군을 대중국 군사 동맹으로 몰아가려고 해서 한반도 전쟁 위험이 몇 배, 몇십 배 더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우리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이 협상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라고 우리가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만든 게 아니겠는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기자회견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함세웅 신부는 "저는 사제니까 요새 기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조지아주에서 우리 일꾼들이 막 쇠사슬에 묶이고 그런 장면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미국의 저런 행업(行業)이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성조기를 들고 미국에 호응하는 그분들에게 큰 교육이 됐으면 참 좋겠다"면서 "사실 윤석열을 우리가 힘으로 몰아낸 게 아니다. 본인이 무덤을 파고 우리는 거기에 밀어 넣은 것이다. 트럼프도 바로 윤석열하고 똑같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트럼프가 정말 고맙다. 네가 미국의 모습을 보여줬구나. 우리가 어떻게 반미 구호를 외치나? 트럼프 때문에 제가 사제지만 '양키 고 홈' 이렇게 구체적으로 외칠 수가 있다"며 "미국의 한계를 우리가 깨달으면서, 우리 안에 아직 깨어나지 못한 많은 분이 함께 깨어나서 미국의 실체를 알고 극복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호경 기자>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시국회의 제공

사법부가 지키려는 건 무엇인가?

● Hot 뉴스 2025. 10. 16. 13:4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홍순구 시민기자의 '시사만평'

법의 역할은 권력의 비호가 아니라 진실의 규명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CCTV 영상까지 공개되며 혐의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법리 판단을 넘어, 사법부가 국민의 법감정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와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의 출근 지시 등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명백히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와 직결될 수 있는 행위다. 그럼에도 법원이 '구속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구속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내란 시도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최소한의 사법적 단호함은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마저도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다면, 국민이 무엇을 근거로 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번 결정은 단순한 한 사건의 기각이 아니라, 또다시 사법개혁의 불씨로 발화될 단초를 만들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가 권력 앞에서 계속해서 법관의 독립성과 양심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결국 사법부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법의 역할은 권력의 비호가 아니라 진실의 규명이다.

 

이번 기각 결정은 단순한 절차적 판단이 아니라, 사법의 존재 이유를 묻는 거울이 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아프다며? 필요할 때만 특검 출석하는 윤석열

● Hot 뉴스 2025. 10. 16. 13:4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보석 심문 등 필요할 때만 모습 드러내는 윤
윤석열 쪽 "구치소 직원 부담 덜어주려 해"

'속옷 저항'하며 난리치고 구치소 직원 걱정?
윤, 내란 실패한 뒤 형사사법 절차 계속 무시

이번에도 외환죄 추가 기소 임박하자 출석
공수처 체포 때도 그러더니 또 진술 거부 중

특검팀과 기싸움하려는 듯…같은 양상 반복
특검 "진술거부하면 양형 불리…10월 기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있는 모습. 2025.10.15. 연합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65)이 15일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조사에 응했다. 지난 7월 재구속 이후 처음이다. 12·3 내란 실패 직후부터 체포에 불응했던 윤석열은 재구속 뒤에도 구치소에서 속옷 차림으로 난동을 부리며 저항하거나, 건강상 이유를 들어 특검 조사에 불응해왔다. 자신의 보석을 요구하는 재판에만 단 한 차례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에 그간 사법절차를 무시해 온 윤석열이 소환에 응한 것을 두고 특검 수사에 대응할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외환 의혹' 조사와 관련해 윤석열이 조사실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윤석열이 특검에 출석한 것은 지난 7월 10일 재구속된 뒤 97일 만이다.

 

박 특검보에 따르면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윤석열 쪽에 외환 혐의 관련 출석을 요구한 데 이어 30일 2차 출석을 요구했으나, 윤석열은 구치소 방문 조사에만 응하겠다며 불출석했다. 이에 특검팀은 이날 오전 8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로 했으나, 담당 교도관이 오전 7시 30분쯤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계획을 알리자 윤석열이 임의 출석 의사를 표명하면서 출정하게 됐다.

 

윤석열 쪽은 언론에 입장을 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민(중기)특검 측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 이후, 구치소 직원들의 고충이 컸었다고 변호인들에 자주 언급해 온 것에 비추어보아, 구치소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지난 8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속옷 저항' 논란 등을 불러일으킨 당사자가 구치소 직원 고충을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윤석열이 출석에 응한 것은 지난 두 차례 체포 과정에서 벌어진 비판과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지만, 실질적으론 외환 혐의에 대한 수사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재구속 뒤에도 보석 심문과 관련된 재판 등 자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출석을 해왔다. 특검팀이 외환 혐의로 추가 기소를 앞둔 상황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6. 연합
 

특검팀은 내란과 외환의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10~11월 드론작전사령부가 평양 등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작전이 윤석열의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작전 계획 단계인 지난해 6월쯤 군 지휘 계통과 무관했던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이후 9월 국방부 장관 취임)이 군 핵심 관계자 다수에게 비화폰으로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 보고서' 작성에 직접 관여하고, 용산에 직접 보고했다는 드론사 내부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석열은 특검의 출석 요청에 응한 뒤,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에서 "윤석열 측 변호사가 도착해서 오전 10시 14분 조사를 시작했고, 윤 전 대통령은 인적사항부터 일체 진술을 거부하고 진술 영상 녹화도 거부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오전 11시 14분부터는 휴식을 요구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휴식 후 점심식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특검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이 특검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일종의 '기선 제압' '기싸움' 일환으로 보인다. 형사사법 절차를 무시해 온 윤석열은 지난 1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됐을 당시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뒤, 서울구치소에서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바 있다. 그 뒤 3월 지귀연 재판장의 구속취소와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로 석방됐다.

 

이번 외환 혐의와 관련해서도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오는 17일까지인 만큼, 윤석열은 진술 거부권 등을 행사하며 주도권을 쥐고 본인에게 유리한 방면으로 조사를 끌고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보는 윤석열의 진술 거부에 대해 "조사를 안 하는 것과 조사를 하는데 신문을 거부하는 것은 다르다, 질문을 통해 본인방어권 충분히 보장할 기회를 드렸는데 거부하는 건 포기하는 것과 동일하다"며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조사에 실익이 있고, 양형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에 대한 기소는 내란 혐의 기소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며, "외환 혐의와 관련해 10월 중 기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성진 기자 >

 

범죄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에도 이해 불가 결정
법무부 장관이 불법 계엄 막기는커녕 공모·가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수도권 구치소에 3600명 수용 가능' 문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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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10.14. 연합
 

내란 특검이 청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박 전 장관의 범죄 중대성과 그간 계속된 책임 회피 및 증거인멸 행위에 비춰볼 때 상식 밖의 결정이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상당성(타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15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공모·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하는 법무부 장관 직책을 맡고 있었던 만큼 다른 국무위원에 비해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영장 청구서에 박 전 장관이 국헌 문란의 목적범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법상 내란 범죄는 국토 참절 또는 국헌 문란 목적의식을 공유했어야 처벌할 수 있다. 박 전 장관은 다수 국무위원과 달리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기 2시간 전인 오후 8시쯤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따로 호출됐고,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계엄에 관한 설명을 먼저 들어 국헌 문란 목적도 인지할 수 있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특정 문건을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들여다보고 A4 용지에 메모하는 모습 등을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2025.1.22. 연합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단순히 비상계엄을 방조한 것을 넘어, 계엄이 선포되자 법무부에 각종 후속 조치를 지시함으로써 윤석열의 내란 행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고 점에 주목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회의에는 법무부 실·국장 등 10명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법무부 검찰국에 '계엄으로 설치되는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실제로 입국·출국 금지와 출입국 관련 대테러 업무를 맡는 출입국 규제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한 사실이 확인됐다. 계엄 이후 정치인 등을 수용하기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시가 불법 계엄을 정당화하고 계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국헌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실·국장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25일 법무부, 서울구치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교정본부가 계엄 당시 구치소별 추가 수용 가능 인원을 점검해 문건을 작성했다가 삭제한 사실을 찾아냈다. 박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시쯤 신용해 교정본부장으로부터 '구치소 현황 문건'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보고 받은 뒤 삭제한 기록이 나온 것이다. 특검이 복구한 문건에는 수도권 구치소에 계엄 관련자 36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230쪽 분량의 의견서와 120장 분량의 PPT 자료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다각도로 제기했다.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구치소 수용 현황 관련 보고를 받은 데이터가 삭제된 점, 사건 이후 휴대전화가 교체된 점 등을 들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그간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특검에 소환됐을 때도 서울고검 청사 1층이 아닌 지하를 통해 조사실에 들어가는가 하면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고 조사를 마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 태도로 일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추천위원회 회의에 입장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추천위원들은 회의를 거쳐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를 3배수 이상을 추천할 예정이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중 3명을 선정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2024.6.13. 연합
 

그럼에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박정호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 2월 수원지법에서 근무하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자리로 이동한 판사 3명(이정재·정재욱·박정호) 중 한 사람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 총 4명(남세진 포함) 가운데 3명이 같은 법원에서 일하다 한꺼번에 영장전담 판사로 옮겨온 건 극히 이례적이어서 내란 관련 재판을 앞두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의도적으로 배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수원지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었을 때부터 최근까지 이 대통령 및 주변 인물들에 대해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판결을 다수 내렸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박정호 부장판사는 수원지법 형사13부 재판장이던 지난해 11월 14일 당시 더불어민주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김 여사는 2021년 8월 2일 서울 한 식당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불과 10만 4000원어치의 식사를 제공했다는 혐의(기부행위)로 검찰에 의해 지난해 2월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선거운동이 5년간 제한된다.

 

박 부장판사는 역시 수원지법에서 근무하던 올해 2월 1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이상식(용인시갑) 의원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의원이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이 제기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문에 미술품 가액과 관련한 일부 허위사실을 넣어 유포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난 7월 24일 항소심에서 형량이 대폭 축소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6일 오후 경기 수원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오고 있다. 2024.2.26. 연합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가 20일 조사를 받기 위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8.20. 연합
 

이상식 의원 1심 선고 바로 다음날인 2월 20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으로 이동한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3일 소위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IMS모빌리티 조영탁 대표와 모재용 경영지원실 이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민경민 대표에 대해 김건희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했다. 집사 게이트란 김건희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 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까지 가진 렌터카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HS효성,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184억 원을 부당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이다. 김건희 특검은 집사 게이트의 '키맨'인 이들 3인방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부 기각되자 "매우 이례적이고 향후 진행될 수사와 관련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엔 김건희 측에 1억 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고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지만, 다음날인 19일엔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또 다시 충격을 줬다. 손 대표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극우 성향의 여론 조작팀을 운영하며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 등을 달게 하고, 리박스쿨 출신이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채용되게 했다는 중대한 혐의를 받았다. 여론 조작 관련 채팅방 폐쇄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도 뚜렷했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 사유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 김호경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리박스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7.10.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