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정치학회(IPSA) 참석 전·현직 정치학 회장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를 올 1월 후보로 추천 

 

지난해 1월11일 저녁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명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세계 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들이 12·3 비상계엄을 저지한 대한민국 국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8일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에 참석했던 일부 전·현직 정치학회 회장이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민국의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를 올해 1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추천인은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수석조직위원장이었던 김의영 교수를 비롯해, 세계정치학회장을 지낸 파블로 오나테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 정치학 교수, 유럽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파렐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정치학 교수, 남미정치학회 현직 회장인 아줄 아구이알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교수 등 총 4명이다.

 

세계정치학회는 1949년 유네스코 후원으로 설립된 세계적 학술단체로 2년에 한번씩 총회를 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어릴 적부터 민주주의는 그리스 아테네가 상징하고 있지만, 앞으로 확실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범은 서울에서 시작된다는 걸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총칼을 든 친위 군사쿠데타 세력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의 힘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12·3 비상계엄 1주년 특별성명에서는 “세계사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낸 대한국민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을 저지한 시민들의 노력을 ‘빛의 혁명’이라고 규정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빛의 혁명’이란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들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글로벌 모델이 됐다는 취지다. 노벨평화상 추천을 김 교수에게 처음 제안한 이성훈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및 아시아비정부기구학(MAINS) 대학원 겸임교수는 “처음에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특정 단체나 대통령을 (수상대상자로) 언급하기도 했으나, 오해를 피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빛의 혁명’ 참가 시민 전체를 추천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김의영 교수는 ‘빛의 혁명’의 개요와 역사적 배경, 국제적 의의를 설명한 30여쪽의 영문 설명자료도 작성해 노벨위원회에 제출했다. 설명자료는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부터 2026년 초까지 한국 사회는 불법적인 비상권한 행사로 촉발된 심각한 헌법적 위기에 직면했으나, 법치와 시민 참여, 절제된 비폭력에 기반해 내전이나 대규모 탄압, 국제적 갈등 확산 없이 헌법 질서를 복구했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관장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1월31일 후보 추천을 마감했다. 이어 3월 초 후보를 선별해 발표한 뒤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10월에 수상자를 결정한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자격은 노벨 재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특정 분야 전문가나 직위를 가진 사람들로 제한되는데, 현직 국가 원수나 국회의원, 정부 각료, 법조계나 학계 전문가, 역대 수상자 및 관련 기관의 이사 등이 주로 추천한다.                      < 고경태 기자 >

 

이 대통령, 불법계엄 반대 ‘대한국민’ 노벨평화상 추천에 “인류사의 모범”

 

 

이재명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은 지난해 12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에 반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데 대해 “인류사의 모범이 될 위대한 대한국민의 나라, 대한민국이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8일 밤 엑스에 <12·3 계엄 막은 대한민국 국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에 참석한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와 세계정치학회장·유럽정치학회장을 지낸 외국 대학 교수들, 남미정치학회장인 외국 대학 교수가 불법계엄을 막아낸 대한민국 ‘시민 전체’를 지난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는 보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 1년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낸 우리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성명에서 “만약 대한국민이 민주주의를 살리고 평화를 회복하며 온 세계에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갈등과 분열로 흔들리는 모든 국가들에게 크나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 국민들께서 평화적인 수단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불법계엄을 물리치고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점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며 “민주주의 제도와 평화적인 해법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국민을 통해 실현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입증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박광연 기자 >

 

“12·3 내란 맞선 시민들의 윤리적 결기가 ‘논어’의 본질”

 

  ‘금서의 귀환, 논어’ 쓴 법학자, 김기창 고려대 교수 인터뷰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논어의 ‘현자피세’라는 구절을 보통 현명한 사람은 어지러운 세상을 피한다고 해석해요. 그러면 계엄이 선포된 직후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현명하지 못한 사람일까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19일)를 앞둔 지난 10일, 연구실에서 만난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어’ 속 현자피세의 의미를 바르게 풀이하는 일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2천년 넘는 시간 읽히고 해석되기를 반복한 동양 고전 논어를 역동성과 용기에 초점을 맞춰 다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겨울 난데없이 맞닥뜨린 불의한 권력과 그에 맞선 시민들의 윤리적 결기 속에 그간 왜곡됐던 논어의 본질이 있다고 본 것이다.

 

법학자 김기창 교수가 최근 책 ‘금서의 귀환, 논어’를 펴냈다. 동양철학자가 아닌 법학자가 논어를, 그것도 체제에 대한 복종이 아닌 저항에 무게를 둬 해석한 것은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그의 이력과 상통한다. 김 교수는 30년 가까이 동서양 학생들에게 ‘동양의 법과 사상’을 가르치며 늘 논어를 곁에 두고 살폈다. 그 자신이 시민단체 ‘오픈웹’을 만들어 공인인증서 폐지 운동을 주도하거나 정치·사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 내온 현실참여형 학자다. 공자 또한 책상머리에 앉아 학업에만 골몰하는 대신 불의한 상황에서는 목숨을 걸고 맞설 것을 강조했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윤리 없는 법은 흉기…12·3 계엄이 예시”

 

김 교수는 논어의 ‘예법’에 대한 오해를 먼저 짚었다. 예법을 단순히 관혼상제와 격식이 아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한 윤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논어 해석이 격식과 장식에 해당하는 좁은 의미의 예법에만 집중해 읽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예법의 골자를 ‘윤리’로 이해하면, 김 교수가 학자로서 다루는 ‘법’에 대한 인식 또한 넓어진다. 김 교수는 “윤리에 정통하신 분들이 논어를 많이 해석해 왔다. 법을 전공하거나 다루지 않는 사람은 법이 무언가 튼튼하고 단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공부하다 보면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법은 흉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며 “12·3 계엄 사태도 법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공권력 행사가 얼마나 반윤리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다시 ‘현자피세’로 돌아와 글자 ‘피’(辟·피하다)는 ‘밝히다’, ‘열다’라는 뜻을 가진 ‘벽’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지 않고 맞서 밝혀나가는 것이 진정 현명한 행동이다. 김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기존의 정통 해석만 따른다면 오히려 비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공자의 가르침이 (격식이 아닌) 윤리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는 점이 강조됐다면, 계엄 상황에서 공직자들도 목숨을 걸고 반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분노가 섰을 때 굳건히 지킨다”

 

김 교수는 공자 사상의 핵심 단어로 꼽히는 ‘인(仁)’ 또한 단순히 ‘어질다’라는 뜻으로 이해될 때 가려지는 부분이 많다고 봤다. 김 교수는 논어 속의 ‘인’은 분노, 용맹함을 품은 ‘윤리적 결기'에 가깝다고 전했다. 공자는 특히 아낀 제자 안회에 대해 ‘불천노’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단순히 ‘분노를 옮기지 않는다’고 풀이하는 건 부족하다. 윤리적인 판단이 섰을 때 그 결과로서의 노여움을 굳건히 지키며 행동한 점을 공자가 높게 평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논어가 좁은 의미의 예법과 평화만 강조하는 텍스트로 읽힌 데는 통치권력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있다. 김 교수는 “통치권력은 논어에 담긴 용기와 분노라는 인화성 물질이 민중에게 번지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논어는 진나라의 분서갱유 당시 불태워진 ‘금서’였다. 김 교수는 “논어는 심오하고 지루한 텍스트가 아니라 박력 있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논어에서 형식과 순응이 아닌 윤리와 분노를 발견한 법학자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전하고 싶은 논어 구절을 꼽아달라고 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관대하지 못하고, 짐짓 예법을 지킨다면서 불경스럽게 행동하고, 상을 당해서도 슬픔이 없는 것들을 내가 어떻게 눈 뜨고 봐줄 수 있겠는가.” ( 居上不寬 爲禮不敬 臨喪不哀 吾何以觀之哉:  거상불관 위례불경 임상불애 오하이관지재) 벼락같은 구절이 전해졌다.

 

김 교수는 구절이 다만, 윤 전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이란 조심하는 마음,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권력을 가진 모든 사람이 다시 되새겼으면 합니다.”                                                             < 조해영 기자 >

최대 251명 규모 수사팀 구성

 

 
 
3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의 미진한 부분과 새로운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에 임명된 법무법인 지평 소속 권창영 변호사가 6일 서울 중구 소속 법률사무소로 출근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이 규명하지 못한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특별검사팀이 설 연휴 이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 설명을 종합하면, 권창영 특검은 연휴 기간에도 수사팀 구성과 사무실 마련 등 출범 준비 작업에 집중했다고 한다.

우선 권 특검은 설 연휴 직후 6∼10명의 특별검사보 후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안에 5명의 특검보를 임명하면, 파견검사와 수사관 선별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특검법상 파견검사 15명, 특별수사관 100명, 파견공무원 130명을 포함해 최대 251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된다.

행정지원 실무를 맡는 수사지원단장엔 함찬신 전 수원지검 안산지청 총무과장이 임명된 상태다.

 

2차 종합특검팀은 준비 기간이 마무리되는 오는 25일부터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 초기엔 17개에 이르는 수사 대상을 특검보별로 분담하고 우선순위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는 △드론 평양 침투와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 위협 비행 △‘노상원 수첩’을 단초로 하는 내란 기획·준비 △국군방첩사령부 등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계엄 동조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추가 계엄 모의 의혹 등 일곱가지가 내란 관련 사건들이다.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계엄 이후 대통령실 피시(PC) 초기화 의혹도 특검팀이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할 방침이다.

 

권 특검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내란 관련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규모도 가장 방대하다”고 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한 김건희 여사의 사건 수사 무마 의혹,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개입했다는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도 주요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공소기각 판결은 권창영 특검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김 여사 측근이었던 김예성씨의 횡령,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아무개씨의 뇌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한학자 총재 원정 도박 사건 관련 증거 인멸 사건이 특검법의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특검의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 파견 이력이 있는 한 법조인은 “특검팀 안팎에선 이전 3대 특검과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특검 수사 범위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수사 대상을 정할 때 공소 유지를 고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배지현 기자 >

 

19일 윤석열 선고 결과 조희대 탄핵 여부 분수령
사형 · 무기 선고 않거나 판결 무산은 선전포고

그간 내란 · 권력비리 용의자 잇단 무죄 · 공소기각
실체적 진실에 대한 국민 상식 · 양심과 거리

판사 개개인 '휴먼 에러' 아닌 '시스템 에러'
내란 인정, 국정 농단 묵살 투트랙 전략 의심도

 

어제 국회가 모처럼 법원에 대해 회심의 반격을 가했습니다. 국회 법사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재판소원법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입니다. 아울러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의결했습니다. 법관과 검사가 재판 및 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한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와 함께 2월 임시국회 본회를 통과하면 검사와 판사들의 전횡을 상당 부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사위 표결을 보이콧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등 판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발끈하는 것을 보면 이 법안들이 우리나라 수구기득권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 법조 카르텔에 주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2.11. 연합
 

내란 청산 훼방놓는 법원에 대한 모처럼의 국회 반격

 

최근 내란 청산 정국에서 보이고 있는 ‘조희대 코트’ 판사들의 행태는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 일보 직전의 임계점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예전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 굳이 재판장의 이름까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버릇처럼 판사 이름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인성 이현경 조현우 이현복 김인택 오세용… 내란재판 담당 판사가 아니라 오락게임 진행자 같다는 개그 판사 지귀연이란 이름은 1년 내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이정재 박정호 정재욱 판사가 ‘수원 브라더스’란 별명으로 불린다는 것도 알 정도가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내란 혹은 권력 비리 관련 범죄 용의자들에 대한 영장청구를 악착같이 기각한 판사들이고, 그중 몇 명을 어찌어찌 구속해 재판을 받게 했더니 온갖 해괴한 법리를 동원해 무죄나 공소기각을 때린 판사들입니다. 어떤 이는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소장도 허술하게 썼기 때문이라 하고, 어떤 이는 대법원이 지난해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와 관련된 업무방해·주택법 위반 등 사건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 제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수사에 대해선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공소기각 취지의 판례를 내놓은 탓이라고도 합니다. 즉 "과거에는 재판부가 절차에 위배되더라도 실체적 진실에 맞춰 판결을 했는데,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 이후 수사 범위와 관련해 더 엄격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입니다. 이런 해설들이 웃기는 이유를 최근 이진관 판사가 명명백백 보여줬습니다. 한덕수 재판에서 특검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고, 그 변경된 공소 내용을 기반으로 구형량 15년보다 훨씬 높은 23년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즉 재판장이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만 제대로 섰다면 얼마든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식대로 말하자면 양심이 먼저, 법리는 얼마든지 양심에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장관과 장군,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내란이 있었고, 내란 전에 김건희와 명태균, 김영선 등의 범죄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국민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런 국민의 상식을 인정하는 것이 법관의 양심일 터인데, 지귀연 이정재 박정호 정재욱 남세진 우인성 이현경 조현우 이현복 김인택 오세용 등은 그런 양심을 갖지 못했을 뿐입니다.

 

내란과 국정농단 비호는 명백한 대국민 전쟁 행위

 

이것은 판사 개개인의 휴먼 에러가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법원 전체의 시스템 에러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지금 국회, 나아가 전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제 판단입니다. 이 전쟁이 자기들을 '건드리지 말라' 는 정도로 자기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 성격인지, 민주정권을 위협하고 정치적 판세를 뒤집어 보겠다는 공격전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최근 재판의 흐름을 보면 (주로 이진관 판사, 백대현 판사 덕분이기는 하지만) 법원이 윤석열 일당의 내란 관련 혐의는 일정 정도 인정하되, 김건희 등 윤석열 정권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혐의 사실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묵살하는 투 트랙으로 가는 듯합니다.

 

결정적인 분수령은 19일로 예정된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에 대한 1심 판결입니다. 만일 사형이나 무기를 때리지 않거나, 판결 자체가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상황은 명백해집니다. ‘조희대 코트’는 지금 단순한 기득권 지키기 방어전이 아니라, 정국을 뒤흔드는 공격전을 벌이고자 하는 것이며, 따라서 내란 혐의까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인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 관련 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하는지, 그 의도도 분명해질 겁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5. 연합
 

저는 판사들이 아무리 단기적으로 국민의 울화통을 터뜨리고 겁을 줄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절대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와중에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로부터 한 국가가 무너지는 것은 경제도 국방도 아닌,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법으로 먹고사는 판사들과 검사들이 앞장서 법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무기는 많다, 쓰지 않아 녹슬었을 뿐이지

 

판사들이 중장기적으로 국민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다수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에는 판사들을 제어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왜곡죄나 재판소원법을 만들 수도 있고,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 외에도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의 정년을 낮출 수도 있고, 배심원 제도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법원장이 인사권과 재정권을 한 손에 넣고 ‘왕들의 왕’처럼 전횡을 휘두를 수 있게 하는 법원행정처를 개혁하거나 아예 다른 민주적 조직으로 개편할 수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겁니다.

 

예로부터 전쟁에서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19일의 윤석열 선고공판이야말로 미루고 미뤄왔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팔이 안으로 굽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때문이었는지, 국회가 제대로 혐의를 증명해내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판사, 검사는 물론 장관에 대한 탄핵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1일 휘하 대법관들을 동원해 저지른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만행이야말로 누가 새삼스럽게 증명할 것도 없고 헌재 재판관 누구도 감히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는 명백한 탄핵 사유입니다.

 

주말마다 서울 서초동에서는 조희대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의 행렬을 볼 수 있다. 이호 사진작가 제공

 

판사들 불러다 호통만 치는 법사위,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문제로 내부 싸움에 열중하는 민주당을 보며 답답했던 가슴이 어제 재판소원법 등의 통과를 보며 좀 뚫린 것 같습니다. 조희대 탄핵을 통해 당장 그 직무를 정지 시키는 것은 명백히 국회의 법원에 대한 견제라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해당합니다. 사법부 독립이 국민 권익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형국은 사법부를 억제해야 국민 권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을 판단하는 자들이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자들의 위에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나라의 국민은 개돼지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 강기석 기자 >

 

사법 정의 무너뜨린 '복불복' 재판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사법부가 쌓은 성벽이 아무리 견고할지언정, 주권자의 분노와 입법부의 헌법적 결단 앞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은 어떤 판사가 배정되느냐에 따라 ‘복불복’과 ‘운빨’에 좌우되는, 마치 도박장으로 전락한 듯한 모습이다. 1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내란 재판 1심 결과는 그 타락의 정점을 보여준다. 내란 특검이 동일하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23년의 중형을, 누구는 7년이라는 ‘깃털’ 같은 형량을 선고하는 사법부. 동일 혐의와 구형량 앞에서 발생한 16년이라는 형량 차이를 국민이 어찌 법치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 사법 난동의 정점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다. 그는 최근 입법 예고된 ‘재판소원제도’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며 개혁의 목소리까지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분노하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판사의 성향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하는 형량과 권력층을 향한 ‘면죄부 배달’에 있다. 국민 권익 보호를 핑계로 사법부의 성벽을 사수하려는 대법원장의 발언은 국민을 향한 기만이자, 입법부에 대한 반항일 뿐이다.

 

조 대법원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판사들은 국민의 눈치가 아닌 대법원장의 의중과 권력의 향배만 살피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상식 밖의 판결을 내놓는 판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사권자의 성향이 사법부 전체를 오염시키고, 결과적으로 ‘특권층 면죄부’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조희대 사법부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고 허망한 일이 되어버렸다. 입법부는 더 이상 사법 권력의 위세에 눌려 계산기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원흉을 제거하기 위해 ‘조희대 탄핵’이라는 정공법으로 나서야 할 때다. 국민의 상식을 배신하고 권력의 방패를 자처하는 대법원장을 그대로 둔 채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해도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사법부가 쌓은 성벽이 아무리 견고할지언정, 주권자의 분노와 입법부의 헌법적 결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번 류경진 판사가 선고한 이상민 7년형은 사법부의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 입법부는 이 선고를 조희대 사법부를 향한 탄핵과 대대적인 사법 개혁을 위한 마중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11일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을 포함시킨 헌법재판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회부되었다. 법왜곡죄 신설과 함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은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은 법원개혁 3대 과제다. 사진은 대법원 모습 ⓒ 연합
 


지난 11일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을 포함시킨 헌법재판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회부되었다. 법왜곡죄 신설과 함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은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은 법원개혁 3대 과제다.

마침 다음날인 1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내란 주요임무종사 재판의 1심에서 7년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지난번 동일한 내란 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23년의 중형이 선고되면서 내심 이번에도 중형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실망감에 분노했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피고인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무상 여론조사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미 읽혔다. 그러더니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내란사태를 일으킨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명태균과 김영선의 이른바 '세비 반띵 공천' 혐의마저도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김건희의 집사로 불리던 김예성의 횡령죄 혐의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들의 불신을 불러온 법원의 행보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2026.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원개혁 3대 과제를 시대정신으로 만든 계기는 다름 아닌 법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다. 국정농단을 일으킨 전직 대통령 부인과 그 측근에 대한 무죄판단의 근거가 되는 비상식적 논리, 내란재판을 지휘하면서 연민이 담긴 듯한 형량을 결정하는 법관들의 태도가 법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헌법은 성문의 헌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문의 헌법도 헌법이고, 시대정신으로 분출되는 헌법적 정의도 헌법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내란과 그 원인이 된 국정농단에 대한 단호하고 엄중한 단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란과 국정농단을 바라보는 법관들의 태도는 몹시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법관들은 성문헌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로 보장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란과 국정농단의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에 포함된 헌법적 정의마저 수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헌법을 침해하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의 근거가 된 제헌헌법 당시의 시대정신은 친일청산이었다. 이러한 헌법적 정의를 성문헌법에 담아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서기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제101조)고 명시하였다.

시대정신을 품은 헌법적 정의는 반드시 성문헌법에 담아야 헌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현행 헌법은 1987년에 제정된 헌법으로 또 다시 친위쿠데타 형태의 내란의 발생, 그것도 대통령 부인의 국정농단을 은폐하기 위한 내란의 발생과 청산을 예상하지 못했으니 이러한 내용의 헌법적 정의를 담을 수도 없었다.

제헌헌법에 명시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반민특위는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해산되었다. 내란과 국정농단을 청산하기 위한 특검의 수사와 특검이 기소한 재판을 노심초사 빠트리지 않고 찾아보면서 시민들의 머리 속에 실패한 반민특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청은 기소청으로 축소되고, 새롭게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은 공익의 대변자라는 사명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대통령 부인의 범죄 혐의에 대한 무죄 가능성이 예측되기도 했다.

검사들이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어렵다는 공소기각 판결이 계속되면서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인정, 법왜곡죄 도입에 대해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법원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통령이 파면된 뒤 실시될 예정이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자에 대한 항소심 무죄를 광속으로 파기환송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부터 법원의 정파적 행동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1월 14일 새벽 내란우두머리 사건 결심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윤석열씨가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월 19일에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국정농단에 대한 무죄나 공소기각 판결, 내란에 대한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솜방망이 양형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몹시 불안하다. 국정농단은 민주적 정당성이나 법적 권한을 갖지 않은 사인의 권력사유화로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이고, 내란은 헌법의 기능을 소멸시키며 헌법기관의 권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중대한 범죄다.

사법부 스스로 헌법을 준수해야

주권자인 시민들은 헌법의 약속에 따라 사법부를 신뢰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하여 주고 싶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독립성 보장은 사법부 스스로 헌법에 따라 재판하라는 헌법의 요청(헌법 제103조)을 준수할 때 실현될 수 있다. 헌법의 가치와 원칙을 무시한 채 오로지 '법관의 양심'만 강조하는 사법부의 독립성은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찬 권위주의 의식의 다른 말일 뿐이다.

대법관의 증원이나 재판소원 인정 혹은 법왜곡죄 도입으로도 여전히 사법부의 헌법준수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가장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헌법적 수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마저도 파면시킬 수 있는 탄핵 제도가 그것이다. 헌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그가 대법원장이든 법관이든 헌법적 강제수단을 동원하여 반드시 헌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7년 · 23년 선고 간극… 내란전담재판부 필요 보여줘

재판부 따라 특검의 같은 구형에 다른 판단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한덕수에 23년형
해서는 안될 일을 한 이상민에게는 7년형

실행되지 않았다고 단죄 않는 건 말도 안돼
재판부 작량에 의존하면 법원 신뢰는 난망
내란전담재판부 미룬 이유 납득할 수 없어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의 1심 선고 내용을 듣기 위해 일어서 있다.  2026.2.12 연합
 

같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에 대해 한 재판부는 징역 23년을, 다른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함으로써 내란전담재판부를 왜 설치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윤석열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어느 누리꾼이 지적했듯 이날 판결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말은 미미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김용현 등이 일련의 지휘체계에 따라 집단적으로 다수의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해 국가기관인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 출입 통제하고 그 활동을 제한하려 한 이상 윤석열, 김용현 등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즉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윤석열로부터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이행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이 전 장관에게 정작 선고된 징역 7년은 법에 규정된 내란 중요범죄종사자의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에서 2년이 더해진 것에 그쳤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까지 갈 경우 이보다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서 이 전 장관이 선고 직후 가족으로 보이는 이의 응원에 빙긋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특히 이 전 장관에 대한 1심 선고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린 선고 형량과도 비교된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한 전 총리에게 구형(징역 15년)보다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똑같이 특검으로부터 15년을 구형받은 이 전 장관의 선고 형량은 한 전 총리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을 양형 감경 사유로 봤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반면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국무위원으로서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1심 선고 당시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결과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국무총리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행위는 구체적 상황에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서는 안될 행위를 실행하려다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친 이 전 장관은 7년형을 선고받고,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한 전 총리는 23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는 권한이 없는 자(소방청장)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시켰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실행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권한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쉬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이 지시한 정치인 체포가 실행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지시 행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재판장 재량으로 정상 참작이나 작량 감경을 하니 들쭉날쭉한다. 그 죄책이 무거운 자는 오히려 가벼운 책임을 지고, 가벼운 자는 오히려 무거운 징벌을 받게 된 것은 아닐까? 한 재판부에서는 엄중히 처벌할 이유(가중 처벌)가 다른 재판부에서는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된다면 판결과 법원, 사법부의 신뢰는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

 

12일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의 판결 논거는 왜 진즉 내란전담재판부를 발족, 가동해 국헌 문란의 위중한 범죄를 단죄하는 데 있어서 일관된 법원 체계를 갖추지 못했는가 하는 자책과 함께 이제라도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가 가동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두 갈래 반응을 동시에 낳는다. 

 

내란전담재판부가 지난달 6일 관련 법률 통과로 지난달에 이미 구성을 마쳐 23일부터 가동된다. 19일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경 수뇌부, 이미 1심 선고가 내려진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중요임무종사자 사건, 이상민 전 장관의 내란 사건 2심까지 모두 맡게 된다. 

 

서울고등법원은 16개 형사재판부 가운데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판사 출신인 이상민 전 장관 동기 등 피고인과 인연이 있는 재판부 3개를 빼고 13개 형사부를 무작위 추첨해 형사1부와 형사12부를 전담재판부로 결정했다.

 

여기에다 서울중앙지법도 뒤늦게 내란전담재판부를 12일 구성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설치 요구에 대해 한사코 거부했던 중앙지법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제2 종합특검(권창영 특검)이 기소할 내용을 다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6개 후보 재판부에 대해 무작위 추첨을 실시해 전담재판부 2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담재판부로는 장성훈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30기), 오창섭 부장판사(56·32기), 류창성 부장판사(53·33기)와 장성진 부장판사(55·31기), 정수영 부장판사(49·32기), 최영각 부장판사(48·34기)가 각각 보임됐다. 두 재판부는 ‘대등재판부’로 구성돼 법관 3명이 대등한 위치에서 심리·합의를 진행하고 세 사람이 돌아가며 재판장을 맡는 재판부를 말한다.

영장전담법관에는 이종록 부장판사(50·32기), 부동식 부장판사(56·33기)가 배정됐다.                                                                                                         < 임병선 기자 >

 
 

사법부의 이상한 시그널...윤석열 내란재판 선고가 불안하다

지난 11일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을 포함시킨 헌법재판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회부되었다. 법왜곡죄 신설과 함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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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이상한 시그널...윤석열 내란재판 선고가 불안하다

지난 11일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을 포함시킨 헌법재판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회부되었다. 법왜곡죄 신설과 함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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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번째 '내란' 규정하면서도 처벌은 솜방망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 위증 등 유죄 인정됐지만
"소방청에 전화 한통 했을 뿐" 형량 절반 깎아
이상민, 선고 받은 뒤 방청석 향해 미소까지
"개인 사기도 7년인데, 내란이 어떻게 7년인가"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석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다. 2026.2.12. 연합
 

12·3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하고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한 혐의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구형한 징역 15년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 '솜방망이' 수준이다.

 

법원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하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비상계엄 전에 사전모의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고 소방청에도 단전·단수를 반복해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구형량의 절반 미만으로 선고 형량을 깎아줬다. 앞서 다른 재판부에서 이미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한 데 비하면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은 유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는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윤석열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선고는 티브이(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재판부는 먼저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관련 "피고인(이상민)은 윤석열로부터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이행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피고인은 허석곤(당시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24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진입계획을 알려주며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언급한 사실이 있는데, 이는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 단수 조치 지시 문건의 내용과도 일치하며 계엄 당일 소방청에 경찰의 특정 언론사 진입 계획 및 단전·단수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피고인이 여러 차례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어 펼쳐 보이며 확인하는 장면, 대접견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문건을 꺼내어 한덕수(국무총리)에게 보여주며 설명하는 장면이 녹화돼 있다"며 "피고인은 상위 안쪽 안주머니에 있는 문건은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 단수 조치 지시 문건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피고인 스스로도 본인이 3차례에 걸쳐 안주머니에서 꺼내 펼쳐보고 약 11분간 한덕수와 주고받고 손으로 짚어가며 대화를 나눈 문건이 무엇인지 특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엄 선포 국무회의 종료 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웃으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후속지시 문건 내용을 검토하는 듯한 폐쇄회로(CC)TV 화면.ⓒ 법원 CCTV 화면 갈무리
 

아울러 "피고인은 (울산에서 열린) 국민통합 김장 행사에 같이 동행한 아내가 연락없이 서울로 왔기 때문에 아내의 귀가를 걱정하며 일정표를 봤던 것 같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고인은 서울행 케이티엑스(KTX) 열차에 탑승하고 난 이후인 18시 20분경 이미 아내와 통화를 했다"며 "피고인이 (대통령실에서) 한덕수와 대화를 나눌 시점에는 일정상 피고인의 아내가 이미 김포에 도착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주장은 그대로 신빙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이 "'피고인이 한겨레 경향, 엠비시(MBC), 제이티비시(JTBC),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24시에 경찰이 투입 또는 진입된다,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라'라고 말했고, '피고인이 언론사를 빠르게 말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몇번 되묻고 이를 혼잣말로 되뇌이면서 메모를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피고인이 허석곤에게 한 전화를 단순 업무 협조 내지 협조 요청으로 볼 수는 없고, 행정안전부 장관인 피고인이 직접 그 소속 외청인 소방청의 장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해 경찰이 투입되는 것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조인 겸 정부의 고위 공직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의 의미와 그 요건에 대하여 잘 알 수 있었고, 더군다나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다수의 시민들이 국회로 모였고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등원했으며, 내란 행위에 대한 지시를 받은 일부 군과 경찰이 경찰의 지휘관들과 그 소속 인원들은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그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기도 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에서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을 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단전·단수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객관적 사실에 반한 진술임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헌법재판소에 증언을 한 시점과 그 사이 피고인이 단전단수 지시에 대한 다수의 보수 보도가 있었던 점 등을 비춰 볼 때 피고인이 불과 3개월 만에 그 기억을 모두 상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026.2.16. 연합
 

다만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언론사 단전·단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이상 경찰협조 요청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취지의 일반적인 지시로 밖에 볼 수 없고, 허석곤(당시 소방청장), 이영팔(당시 소방청 차장)이 황기석(당시 서울소방재난 본부장)과 통화한 내용은 경찰의 협조 요청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취지의 일반적 지시에 불과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석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 "엄중한 처벌 불가피하다"더니
"반복 지시 안했다"면서 겨우 징역 7년
선고 뒤, 이상민 방청석 향해 미소 지어

 

재판부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기능을 파괴하고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적 범죄로서 그 위험성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에 미친다"며 "피고인을 비롯한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는 헌법 질서,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해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므로 그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정부 고위 공직자로서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 실수를 기본 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함에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지시에 따라 소방청에 직접 언론사 단전·단수에 대한 협조를 지시함으로써 내란 행위에 가담했으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더구나 피고인이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오히려 이후 내란 행위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위증까지 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스스로도 미필적인 인식만 있어도 국헌 문란의 범죄가 성립된다면서 죄가 엄중하다고 밝혔지만, 윤석열이 계엄 선포 전 집무실로 부른 국무위원 위원 중 한 명인 이 전 장관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고 반복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은 추후 내란과 관련된 일에 개입해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사회에 남기게 됐다.

 

이 전 장관은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직후 방청석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아빠 괜찮아, 사랑해"라고 하자, 미소를 지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1심 선고가 열린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6.2.12. 연합
 

"사법부 내란 범 봐주기 도를 지나쳤다"
"사기도 7년인데 내란이 어떻게 7년인가"

 

정치권에선 내란에 대한 처벌 형량이 약하다는 비판과 함께 사법개혁 요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 전 장관 1심 선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자 이상민 겨우 7년 선고? 사법부의 내란범 봐주기 도가 지나치다 사법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또 추가됐다"라고 적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양도소득세 대납을 빙자해 친구를 노예처럼 부린 가스라이팅 곗돈 사기, 법원이 이들에게 내린 형량이 징역 7년이다. 국가의 심장을 멈추고, 언론사의 전기를 끊으라 지시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죄'의 무게가, 고작 개인 간의 사기 범죄와 똑같단 말이냐"면서 "이 판결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린 국민에 대한 명백한 '조롱'이자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법원이 보내는 시그널은 명확해 보인다. 다가오는 19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재판을 앞두고 미리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 아니냐"며 "법관의 양심이 아니라, '법조카르텔의 관행과 이해'를 기준으로 한 기계적 판결.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특정인에게만 관대한 고무줄 잣대를 처벌하기 위해 '법 왜곡죄' 도입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오늘 더욱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내란중요임무 최소 5년인데…이상민 겨우 '5+2년' 왜?

 

한덕수는 23년, 이상민은 7년 너무 큰 편차
"12·3 비상계엄=내란" 판단은 동일하지만…
이상민 재판부 "적극 가담 안해" 양형 줄여
이진관 판사는 "부작위로 막대한 피해" 질타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열린 선거공판에 이 전 장관이 출석해 있다. 2026.2.12. 연합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무위원들에게 잇달아 1심 선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법원에서 같은 혐의를 두고 선고 형량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사법부의 '고무줄 선고'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윤석열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는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이 선고받은 징역 7년은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에서 2년이 더해진 정도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까지 갈 경우 이보다 형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의 형량이 나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 전 장관에 대한 1심 선고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린 선고 형량과도 비교된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한 전 총리에게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 전 장관의 선고 형량은 한 전 총리에 비하면 3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 판단은 동일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인데도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을까.

 

이날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석열, 김용현 등이 일련의 지휘체계에 따라 집단적으로 다수의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해 국가기관인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 출입 통제하고 그 활동을 제한하려 한 이상 윤석열, 김용현 등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즉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상민)은 윤석열로부터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이행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 국무회의 종료 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웃으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후속지시 문건 내용을 검토하는 듯한 폐쇄회로(CC)TV 화면.ⓒ 법원 CCTV 화면 갈무리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법조인 겸 정부의 고위 공직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의 의미와 그 요건에 대하여 잘 알 수 있었고, 더군다나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다수의 시민들이 국회로 모였고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등원했으며, 내란 행위에 대한 지시를 받은 일부 군과 경찰이 경찰의 지휘관들과 그 소속 인원들은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그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기도 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기능을 파괴하고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적 범죄로서 그 위험성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에 미친다"며 "피고인을 비롯한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는 헌법 질서,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해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므로 그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피고인이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오히려 이후 내란 행위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위증까지 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이진관 부장판사가 이끄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 33부가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 '내란'으로 규정한 것과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 선고에서 "윤석열이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는 행위는 내란에 해당하고 이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과 그 추종세력의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12·3 내란은 '위로부터 내란'이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한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신념 자체를 뿌리채 흔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연합
 

이 부장판사도 한 전 총리가 위증을 하고 뒤늦게 반성한 점에 대해 "피고인은 제2회 공판기일에서 12·3 내란에 관해 여러 가지 법적인 검토가 필요해 공개적으로 제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만 진술했다가,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재생 및 증인 신문 등 증거 조사를 거쳐 자신의 범죄 사실이 탄로나 형사 처벌의 기로에 서자 마지못해 최후 진술에서 죄송하다고 했다"면서 "그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류경진 부장판사, "적극 가담 안해" 양형 줄여
이진관 부장판사, 부작위로 막대한 피해 지적

 

다만 이날 재판부는 12·3 내란과 위증 등에 대한 판단을 한 전 총리 선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이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상민)이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내란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인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스스로가 국헌문란 목적의 범죄 성립을 위해 "확정적 인식을 요하지 않는다" "미필적 인식만 있으면 족하다"고 했으면서도, 이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 실제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양형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진관 부장판사는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국무위원으로서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 1심 선고 당시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결과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국무총리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행위는 구체적 상황에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
 

나아가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국민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한 일부 정치인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에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이다.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내란사건이 발생하였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의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무역, 국제 정치 등에 있어서 그 위상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다.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로 생긴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기존 내란 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며 "기존 내란 사건 대법 판결은 피고인의 형을 정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부장판사는 특검이 애초 내란 우두머리 방조로 사실상 기소한 데 대해 방조범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를 추가해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을 변경하고 최종적으로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내렸다. 이와 비교하면 이 전 장관에 대한 1심 선고가 국민의 일반 상식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통상 검찰이 예규에 따라 선고 형량이 구형량 2분의 1 미만인 경우 항소를 해온 만큼, 특검도 이 전 장관의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우성 특검보는 취재진과 만나 "형량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어떤 영향?

 

다만 한 전 총리에 이어 이 전 장관 1심에서도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판단이 확고히 자리잡으면서, 오는 19일 열리는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검은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12·3 내란에 대해 "국회, 선관위 난입과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파괴 사건"이라며,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형 3가지뿐이고, 비상계엄에 대해 같은 법원에서 잇달아 '내란' '친위 쿠데타'로 규정한 만큼 윤석열도 무거운 형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부장판사의 재판 때 모습

 

이같은 1심 법원의 판단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장관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이진관 부장판사의 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다.         < 김성진 기자 >

 

'이상민 7년 선고' 류경진 판사…'골프채 뇌물 무죄' 이력

 

현직 부장판사 짝퉁 골프채 뇌물에 무죄 선고
상품권 등 받은 경찰간부도 징역형 집행유예
'세월호 막말' 차명진 전 의원 집행유예 선고
미국서 송환한 유병언 차남 6개월 만에 보석
'간병 살인' 60대 모친 선처로 우수법관 선정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2부 류경진 부장판사. 2026.2.12. KBS 유튜브 재판 중계 영상 갈무리
 

12·3 내란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류경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의 과거 재판이 재조명 받고 있다.

 

류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4부 부장판사 시절인 2023년 10월 사업가에게 골프채를 받은 혐의(알선뇌물수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 ㄱ 씨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 ㄱ 씨에게 골프채를 건넨(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통업자 ㄴ 씨 등 2명에게도 무죄를 내렸다.

 

현직 부장판사인 ㄱ 씨는 2019년 2월 22일 인천시 계양구 식자재 마트 주차장에서 고향 친구 소개로 알게 된 ㄴ 씨로부터 52만 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와 25만원짜리 과일 상자 등 총 77만 9000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18년 ㄴ 씨 부탁로부터 '재판에서 법정구속이 될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법원 내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도 받았다.

 

ㄱ 부장판사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유명 상표 제품의 모조품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ㄱ 부장판사가 골프채를 받은 뒤 ㄴ 씨가 여러 민사·형사 건으로 재판을 받은 사실은 분명하다"면서도 "ㄴ 씨가 ㄱ 부장판사에게 (골프채를 건넨 뒤) 막연한 기대를 했을지 모르지만 ㄱ 부장판사는 여러 수사기관이나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지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ㄱ 부장판사가 ㄴ 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연락하거나 선고 사실을 사전에 알아본 증거도 없다"며 "ㄴ 씨가 ㄱ 부장판사에게 알선 청탁의 의미로 골프채를 줬다거나 ㄱ 부장판사가 그런 뜻으로 골프채를 받았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ㄴ씨 부탁을 받고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시스템에 사적 목적의 검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법령상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인이 검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 양에도 차이가 없다"고 했다.

골프채 진품 여부를 떠나 현직 부장판사가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음에도 무죄 선고를 해 법조계에선 '제 식구 감싸기'라는 뒷말이 나왔다.

 

공교롭게 이번 1심 선고도 판사 출신인 이 전 장관에게 구형량(징역 15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고가 내려지면 류 부장판사가 '제 식구 감싸기'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준 셈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 1심 선고 공판이 방송으로 생중계 되고 있다. 2026.2.12. 연합
 

류 부장판사가 이 전 장관에게 선고한 징역 7년은 같은 법원에서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받은 징역 23년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류 부장판사는 이 전 장관이 법조인 출신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상민)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상품권 받은 경찰간부 징역형 집행유예
'세월호 막말' 차명진 전 의원 집행유예
세월호 유병언 차남도 6개월 만에 보석

 

이 외에 류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4부 부장판사 시절인 2023년 1월 골프장 대표로부터 100만원짜리 상품권과 골프장 예약 편의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 간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총경급 경찰 간부 ㄷ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50만원을, 수뢰 후 부정처사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ㄹ 경위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해 7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막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차명진 전 국회의원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치인의 무게감을 생각할 때 세월호 유가족에게 큰 피해를 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하면서도, "피고인은 오래전에 다른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외 다른 전과는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 2024년 1월엔 250억 원대를 빼돌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차남 유혁기 씨의 보석을 허가하기도 했다. 유 씨는 세월호 참사 9년 만인 2023년 미국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됐지만, 구속된 지 6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주주로 유병언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해왔다. 유 씨는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아버지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짜고 사진값과 상표권 사용료 등 명목으로 모두 254억 9300만 원을 받아 개인 계좌나 해외 법인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유 씨의 구속기한 만료일이 다가오자 보석을 허가하는 대신 유 씨의 거주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보석 조건으로 부과했다.

 

제21대 총선 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지난 2020년 4월 1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일대에서 유세차량을 타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4.10. 연합 자료사진

 

'간병 살인' 60대 어머니 선처
우수법관에 선정되기도…

 

한편 류 부장판사는 2023년 1월 뇌병변 1급 장애를 앓던 딸을 38년간 돌보다가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60대 친모에게 실형이 아닌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해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류 부장판사는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한 권리는 없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중증장애를 앓아오던 중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아 고통을 받고 있던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또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면서, 약자에 대한 국가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도 1심 선고 전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 항소를 포기했다.

류 부장판사는 1998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사법연수원 31기로 수료한 뒤, 같은 해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12월 법관으로 임용됐으며, 2010년 2월 전주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의정부 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판사 겸임) 등을 거쳤다.

 

이후 2019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2021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2024년부터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맡고 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