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노이 회담 앞두고 김정은 도청 장치 설치 목적
북한 해안에서 민간 선박에 발각되자 전원 제거
트럼프, “아무 것도 모른다. 처음 듣는 얘기”

 

 
 
지난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대화 도중에 북한에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민간인들을 사살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청하려고 미 해군 특수부대가 북한에 침투했다가 자신들을 발견한 민간인을 몰살시키고 철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5일 “북한에 침투한 최고 정예인 네비이 실 팀 6의 임무가 어떻게 파탄 났나”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9년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겨울 밤에 김 위원장에 대한 도청하는 장비를 설치하려는 해군 특수부대가 북한 해안에 침투했으나 실패한 과정을 폭로했다. 신문은 이 작전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승인받았고, 당시 북미대화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5일 이 사건의 전말을 보도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처음으로 듣는 얘기이다”고 말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투입된 미 해군의 정예 특공대인 실(SEAL) 특수부대의 팀6은 북한 해안에 도착했으나, 민간인이 탄 북한 어선과 조우했다. 이에 특공대는 자신들의 정체가 들킬 우려에 총격을 가해 승선자 전원을 사살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특공대는 도청 장치 설치를 포기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자신들이 사살한 사람들의 사체는 바다에 숨겨서 폐기했다.

 

네이비실 팀6은 9.11 테러를 주모한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에 투입됐던 특공대이다.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전자 장치를 북한 해안에 설치하려고 했다. 이는 2018년부터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2019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등을 이어가던 때이다.

 

네이비 실 팀6은 북한 해안에 접근하다 어선의 탐조등에 의해 발각되자, 교전 수칙에 따라 발포했다는 것이다. 사망자는 무장하지 않은 조개잡이 어민들로 추정된다.

 

이 사건 뒤 미 국방부는 비밀 평가를 통해 당시 상황은 교전수칙 상 총격이 정당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작전은 사전이나 사후에도 의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런 사건은 의회의 정보 감독 책임이 있는 의원들에게 보고돼야 한다. 이 작전의 사전이나 사후 처리는 법적 요건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과적으로 작전 실패를 은폐한 것이다. 북한은 이 사건을 공포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그 뒤부터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고 핵 개발을 가속하면서 핵 무력 증간 노선으로 내달았다. 당시 북미 관계는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선 비무장지대 방문 등으로 대화가 이어지는 듯했으나, 결국 핵 협상은 결렬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왔다.

 

이 사건은 그 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에야 독립적 조사와 의회 보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는 현재 기밀로 유지 중이다.

 

북한에 투입됐던 네이비실 팀6 ‘레드 스쿼드론’은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에 성공하는 등 성과도 올렸으나, 1983년 카리브해 섬나라 그레나다 침투 작전에 실패하고, 2010년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건 때는 오폭 사고, 2017년 예멘 작전에서는 민간인 30명을 사망시키고 대원 1명도 전사하는 등 많은 작전 실패도 저질렀다.                   < 정의길 기자 >

 

섭씨 4도 바닷물 젖은 북 어민…네이비실 야간투시경엔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1기 시절 북한 침투 공작 파탄 전말
‘고해상도 실시간’ 정보 없는 무모한 침투
야투경 의존한 작전, 찬 바닷물 젖은 어민 놓쳐
어선 접근에 발각 간주…전원 살해 뒤 철수
트럼프, “전혀 모른다. 처음 듣는 얘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북한 침투 공작을 벌일 때 사용됐던 미니 잠수정을 가지고 미 해군 대원이 지난 2007년에 훈련하는 장면. 미 해군 제공.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와중에서 북한에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가 민간인을 몰살하고 철수한 사건이 뉴욕타임스에 5일 폭로됨으로써, 큰 파문이 일게 됐다.

 

현재 북미 대화나 접촉은 중단된 상태이나, 이 사건이 신문의 보도대로 확인되면 트럼프 현 행정부나 북한 지도부 모두가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의 배경과 전말을 뉴욕타임스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왜 북한에 특수부대를 파견했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에 출범한 이후 미국과 북한은 위험스런 언사를 주고받으면 긴장이 고도됐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북한에 핵위협을 가했고, 북한 역시 괌 기지 인근에 핵 폭탄을 발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조롱했고, 북한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욕했다.

 

그러다가, 미국과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당시 한국 정부의 중재로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2018년 들어서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자, 그 필요성은 더욱 증대됐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백악관에 북한에 대한 정보 파악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김정은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새로 개발된 전자장치가 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그 장치를 몰래 반입해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준비됐나?

 

김정은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북한에 설치하는 임무는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 팀6의 ‘레드 스쿼드론’에게 주어졌다. 이 팀은 지난 2011년 5월 파키스칸 아보타바드에 은거하고 있는 9.11테러 주모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는 ‘넵튠의 창 작전’을 수행한 팀이었다.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라고 해도 이 임무는 극히 힘들었다. 네이비실 대원들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험지의 특수 작전에 투입되곤 했으나 추운 겨울 바다에서도 몇시간이나 버티야 하고, 지상에서는 북한군을 피해가야 하고,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장치를 부착하고서 들키지 않고 탈출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발각되지 않아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미 국방부의 지도자들은 북한과의 긴장 때문에 북한에 대한 소규모 군사행동도 파국적인 보복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포함한 8천대의 대포와 로켓으로 한국에 주둔 중인 2만8천명의 미군에 보복하고, 더 나아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네이비실 부대 쪽은 그 작전을 잘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지난 2005년에 네이비실은 소형 잠수함을 이용해 북한 해변으로 가서 들키지 않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조지 부시 행정부 때인 2005년 작전 역시 결코 대외적으로 공포되지 않은 비밀이었다. 네비이실은 그런 작전을 다시 하겠다고 제안했다.

 

2018년 가을에 미국과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고 있을 때 팀6을 감독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전 준비를 시작하라는 승인을 받았다. 트럼프의 의도가 협상 동안에 즉각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좀 더 큰 목적이 있었던 것인지는 불투명했다.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북한에 잠입한 뒤 북한 해역 밖에서 두 대의 미니 잠수정에 네이비실 대원들을 탑승시켜서 은밀하게 북한 해안으로 잠입하는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미니 잠수함은 범고래 크기였다.

 

대원들이 탄 소형 잠수함은 선체가 밖으로 노출된 잠수정이다. 대원들은 완전히 물 속에 잠긴 상태에서 이동해야 하는 구조이다. 대원들은 당시 섭씨 4도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약 2시간 동안 이동해야 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스쿠버 장비와 가열식 잠수복을 착용해야 했다. 저체온증과 체력 고갈을 막기 위한 필수 장비였다.

 

북한 해변 인근에서 침투 대원들은 잠수정에서 하선하고, 8명의 대원들이 수영으로 목표물에 접근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장비를 설치하고는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제약이 있었다. 거의 주변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전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수부대원들은 보통 작전 때 드론의 지원을 받아서 목표물에 대한 고해상 동영상을 제공받는다. 또 드론을 통해서 적의 통신도 엿들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어떠한 드론도 탐지되기에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임무는 궤도에 있는 위성이나 멀리 떨어진 정찰기에 의존해야 했다. 이는 주변 상황에 대한 실시간 탐지가 아니라 몇분이나 늦은 정보를 받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암흑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는 작전이었다.

 

네이비실 팀6은 미국 해역에서 몇달간 연습했고, 2019년 들어서 몇주 동안까지 연습을 지속했다. 2월 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을 만난다고 발표했다. 네이비실 팀6은 해군의 정예 잠수팀인 ‘실 이동팀 1’의 도움을 받았다. 이 팀은 수년 동안 미니 잠수정 첩보활동을 해왔다.

 

대원들은 핵잠수함에 탑승해 북한으로 향했다. 잠수함이 공해에 도착하자, 통신은 두절 상태로 들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허가를 내렸다.

 

작전은 어떻게 진행됐나?

 

잠수함이 북한에 접근하자, 두 대의 잠수정을 전개시켰다. 잠수정은 해변에서 약 90m까지 기동했다. 아주 낮은 수심이었다. 작전 입안자들은 실시간 통신이 없는 것을 보완하려고 몇달 동안이나 이 해변 인근을 탐색해왔다. 어선의 출몰이나 어민들이 언제 움직이는지를 점검한 것이다. 이를 종합한 정보 평가 결과, 대원들이 겨울 한밤에 은밀하게 침투하면 누구와도 조우하지 않을 것으로 제안됐다.

 

계획대로 그 날 밤은 고요했고, 바다는 잔잔하고 텅 비었다. 잠수정 한대는 예정된 지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두번 째 잠수정은 예정 지점을 지나쳤고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작전은 잠수정들을 나란히 정박해야 했는데, 두번째 잠수정이 지나쳐 돌아오는 바람에 두 잠수정은 반대 방행으로 정박했다. 시간이 제한돼서, 정박 문제는 나중에 교정하기로 했다.

 

대원들이 수영을 하며 해안으로 접근하던 중에 두번째의 치명적 실수가 발생했다. 어둠 속에 떠있는 북한 어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대원들이 착용한 야간 투시경은 열 감지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북한 어선의 어민들이 입고 있던 잠수복은 차가운 바닷물에 젖어서 열 감지가 어려웠던 것이다.

 

해안에 투입된 대원들에 목표 지점은 수백미터 앞이었다. 대원들이 목표물에 접근하는 동안 잠수정의 조종사는 잘못 정박된 잠수정을 다시 정렬하기 위해 전기 모터를 작동시켰다. 조종석 문을 열어서 시야 확보 및 대원 사이의 소통도 가능하게 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빛이 외부로 새어나갈 수 있었다.

 

전기 모터의 물살과 열려 있던 조종석에서 새어나온 빛이 근처에 있던 북한 어선 승무원들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북한 어선은 플래시라이트를 켜고 미니 잠수정 쪽으로 접근했다. 이에 네이비실 대원들은 작전이 발각되었다고 판단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잠수정의 조종사들은 사후 보고에서 당시의 시야 각도로 봐서, 북한 어선은 안전 거리 밖에 있었고, 잠수정이 발각됐을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변에 있던 네이비실 대원을 다르게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바라보던 그들은 북한 어선이 잠수정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북한 어선이 플래시라이트를 켜고 주변을 살피는 장면을 목격하자, 작전이 발각됐다는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대원들은 그 배가 자신을 찾는 순찰선인지, 단순한 조개잡이 어선인지를 판단할 수 없었다.

 

북한 어선에 있던 한 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변에 있던 침투 대원들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선임 대원이 선도했다. 그는 말없이 총을 들고는 발사했다. 다른 대원들도 본능적으로 따라 했다.

 

작전은 누구라도 조우하면 즉각 폐기할 것을 대원에게 요구했었다. 장치를 설치할 시간도 없었다. 대원들은 수영을 해서 그 배로 갔고, 모든 북한 어선의 어민들이 죽은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총도 없었고, 군복도 입지 않았다. 그들은 조개를 잡으려던 민간인이었다. 바다에 뛰어든 사람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죽었다.

 

대원들은 사체를 바다에서 건진 뒤 북한 당국에 발각되지 않도록 숨겼다. 대원들은 어민들의 폐를 칼로 구멍을 내서 사체가 가라앉도록 했다. 대원들은 잠수정으로 복귀했고, 조난 신호를 보냈다. 대원들이 위험에 처한 것으로 생각한 지휘부는 핵잠수함으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켰다. 대원들은 핵잠수함에 무사히 복귀는 했다.

 

작전 실패 이후

 

작전이 파탄난 뒤 미국의 스파이 위성은 그 지역에서 북한군 동향이 증대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북한은 이 사망 사건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이 사건의 진상과 누구의 책임인지를 파악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곧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5월 들어서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재개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6월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는 북한 쪽 지역으로까지 걸어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악수만 하고 끝났다.

 

몇달 뒤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도 발사했다. 그 때 이후로 북한은 50발의 핵 탄두를 축적했고 40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모았다.

 

이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내내 비밀로 유지되며, 의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에 대한 이 비밀작전을 비로서 검증을 받았다. 로이드 오스틴 당시 국방장관은 독립적인 조사를 명령했다. 2021년에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의 주요 의원들에게 이를 보고했다. 그 보고 내용은 기밀로 유지되었다.

 

뉴욕타임스가 5일 이 사건의 전말을 보도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처음으로 듣는 얘기이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기사에 관한 기자들에 질문에 즉각 응답하지 않고 있다. 상원 정보위에서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확인도 부인할 수도 없으나 “의회가 적절한 감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지금이 그 때이다”고 말했다.   < 정의길 기자 >

 

트럼프, ‘김정은 도청 작전’에 “아는바 없다…지금 처음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청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는 보도와 관련해 자신은 작전에 대해 알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북한 침투 작전에 대해 질문받고서는 “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확인해볼 수 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며 “난 지금 처음 듣는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북한에 침투한 최고 정예인 네비이 실 팀 6의 임무가 어떻게 파탄 났나”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9년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겨울 밤에 김 위원장에 대한 도청하는 장비를 설치하려는 해군 특수부대가 북한 해안에 침투했으나 실패한 과정을 폭로했다. 신문은 이 작전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승인받았고, 당시 북미대화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 박태우 기자 >

 

웨스팅하우스가 파기 원치 않으면 5년씩 자동연장
기술실시권 없어…이의·분쟁 제기도 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체코 플젠시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 방문에 현지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이 원전 수출 때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1기당 1조원에 육박하는 대가를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노예 협정’ 논란을 일으킨 협정이 사실상 영구적인 효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유효기간 자체는 50년이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원하는 한 ‘자동 연장’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서다. 한수원·한전 쪽 문제로 협정이 해지될 땐, 원전 수출을 위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기술실시권)를 부여받지 못할 뿐 아니라 관련한 이의나 분쟁조차 제기할 수 없다는 조건도 추가로 확인됐다.

 

5일 한겨레가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을 통해 확인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웨스팅하우스 간 기술사용 협정’ 내용을 보면, 당사자들은 이 협정이 “발효일로부터 50년간 효력을 유지하며, 이후 쌍방이 종료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5년씩 자동 연장”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한전이 원전 수출 때 웨스팅하우스에 1기당 8억2500만달러(1조1500억원) 규모의 대가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 협정의 유효기간은 애초 50년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더 뜯어보니, 대가를 받는 입장인 웨스팅하우스가 종료를 원하지 않는 한 협정이 영구적으로 효력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웨스팅하우스는 처음부터 협정의 영구적인 효력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정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유효기간이 없는 데 대해 (한전·한수원) 이사회 반발이 있었고, 추가 협의 과정에서 50년 유효기간을 넣은 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자동 연장 조건을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웨스팅하우스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예 협정’ 성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조항도 확인됐다. 한쪽이 중대한 의무 위반을 했을 때 상대방은 협정을 해지할 수 있는데, 유독 한수원·한전의 위반으로 웨스팅하우스가 협정을 종료시킬 땐 “한수원·한전은 원전 수출을 위해 웨스팅하우스 기술실시권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이의 및 분쟁을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이다. “한국형 원전 수출을 위한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실시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허여받지 못한다”는 내용도 여기 포함됐다.

 

한국형 원자로 에이피알(APR)1400 설계가 반영된 신고리 3·4호기 전경. 에이피알1400에서 출력을 줄인 에이피알1000 모델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 협정의 주된 내용은, 한수원·한전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이 포함된 원전을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실시권(재실시권 포함)을 부여받고 그 대가로 웨스팅하우스에 1기당 8억2500만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의 기술료 및 설계·부품조달·시공(EPC) 역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웨스팅하우스는 일부 국가들(체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에, 요르단 및 중앙·동남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대해서만 기술실시권을 허용해, 한수원·한전은 북미 및 유럽 등 알짜배기 지역에선 수주전에 참여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기타 국가들에 대한 기술실시권 부여 여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웨스팅하우스가 최종 결정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처럼 한수원·한전이 협정의 유효기간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설정하는 데 동의한 것은, 그간 ‘독자 기술’을 강조하며 추진해왔던 대형 원전의 독자적인 수출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 뒤 한수원 사장이 ‘유럽 시장에서 대형원전 수출을 접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도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5월 체코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시장은) 전쟁터다. 법률적으로 몹시 복잡해 입찰을 뚫기가 어렵다. 대형 원전 대신 소형모듈원전(SMR)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정은 출력 170㎿e 이하 ‘한국형’ 소형모듈원전은 웨스팅하우스에 대가를 내야하는 ‘상업조건’에서 예외로 했지만,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포함하지 않았음을 웨스팅하우스에게 확인받아야 하는 건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확인하기 전까지 구속력 있는 제안을 하거나 공급하지 못한 ”다고도 못박았다 .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권의 ‘체코 원전 수출’이란 치적을 쌓기 위해 세계 원자력사에 전례 없는 기술권 종속 계약이 맺어졌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세계 어떤 종류 기술권 협정에도 효력 기간이 영구적인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며 “기술권자에게 이견을 제기 못 하고,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다는 조항까지 포함된 건 협정이 아니라 ‘징벌’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왕진 의원은 “경제·정치 현안을 뒤로하고 체코까지 날아가 ‘원전 세일즈’를 벌였던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주 일등 공신이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던 안덕근 전 산업부장관, 황주호 한수원 사장 모두 굴욕적인 협정에 관여한 책임자”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 옥기원 기자 > 

 

이재명 정부서도 법무부 주요 보직 검사가 장악
정성호, '공소청' 아닌 '검찰청' 명칭 유지 주장도

참여연대·민변 "법무부 탈검찰화가 시급한 과제"
"중수청을 법무부에 설치하면 검찰개혁이 아냐"
"정권 바뀌면 중수청-검찰청 다시 합치려는 포석"

민주, '정성호 혼선' 수습하고 행안부 산하로 가닥
정책 의원총회서 '법무부 안' 발언 일절 안 나와
김병기 "7일 고위당정협의 중요한 진전 있을 것"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9.1. 연합
 

검찰청 폐지와 함께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쪽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의견을 모아가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어깃장을 놓으면서 여권 내 혼선이 빚어졌다. 정 장관은 사실상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자는 입장인데, 이는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법무부 주요 보직을 여전히 검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가장 바라 마지않는 방안이다. 정 장관은 심지어 '검찰청'이라는 이름을 '공소청'으로 바꾸지 말고 그냥 유지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에 민주진보 진영의 대표적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중수청을 법무부 소속으로 두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천명하는 한편 국회와 이재명 정부가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 한상희 공동대표와 이지현 사무처장, 민변 윤복남 회장과 박용대 사법센터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무부 소속으로 중수청을 설치하는 것은 검찰개혁이라 부를 수 없다.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와 중수청 설치에 검찰은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다"며 "그러다가 법무부 장관의 입을 빌려 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검찰에 의해 장악돼 법무부에 중수청을 두자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일부 검찰 출신 국회의원조차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검찰개혁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위험천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임에도 법무부 주요 요직을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할 법무부는 거꾸로 검찰을 비호하고 검찰개혁을 방해해 왔다"면서 "무엇보다 검사 출신이 독식해 온 대통령실 민정수석–법무장관–검찰총장 간 유착관계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는 무마시키고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수사는 강화하는 등 매우 심각한 폐단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법무부 소속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변 제공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검찰개혁의 핵심 관건 중 하나인 '법무부 탈검찰화'에 전혀 진전이 없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법무부 탈검찰화 추진은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임에도 이재명 정부 임기 시작 석 달이 되도록 알려진 바가 없다"며 "오히려 민정수석비서관에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검찰 출신을 임명했다. 지금 검찰개혁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 이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보존해야 한다거나,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것이 검찰의 수사 인력을 이관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법무부 소속이면 특수수사의 역량이 보존되고, 그렇지 않으면 역량이 보존되지 않는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검찰의 특수수사는 정치적 수사의 다른 이름이었고 정치검찰의 특성을 중수청으로 계승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라는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추후 정권이 바뀌면 언제라도 중수청과 검찰청을 다시 합치기 위한 포석이라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검찰 측 속내를 간파했다.

 

법무부 장관만이 중수청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주장 또한 궤변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통제'다. 민주적 통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수사 지휘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적 통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 인력을 분리해 설치하는 중수청을 검찰이 장악한 법무부에 그대로 두자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오히려 반 개혁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을 포함해 사실상 재판권을 제외한 모든 형사사법 체계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수사 통치에 적극 동참하며 수사권-기소권 오남용을 일삼았다"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명품백 등 뇌물수수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및 건진법사 등과 결탁한 당무·공천 개입 의혹 등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이 차고 넘쳤지만 검찰은 김건희에 대해 무혐의 처분 수순을 위한 '황제 수사'를 진행했을 뿐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지귀연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에도 검찰은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아 내란 우두머리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게 내버려뒀다"고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이후 진행 중인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의 수사·기소 현황은 검찰의 소극적 태도와 매우 선명하게 대비된다. 특검과 검찰의 차이만큼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확인된다"며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권을 오남용하고 수사 통치에 부역한 검찰에 대한 역사적 응징이다. 경찰 수사 역량 강화, 형사사법 체계 프로세스 정비 등은 시급하게 논의돼야 하지만 이를 이유로 검찰에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한을 나누고 쪼갠다는 검찰개혁의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법무부 소속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참여연대와 민변은 결론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무소불위 검찰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이제 수사 조직과 기소 조직을 분리해 검찰을 정상화하는 방안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며 요구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법무부 소속 중수청 설치 반대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의 법무부 소속 설치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
-법무부는 탈검찰화를 즉각 추진하라!
-국회와 이재명 정부는 수사-기소의 조직적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

 

개별 발언에 나선 참여연대 한상희 공동대표는 "본청과 외청의 관계는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데 법무부의 주요 간부직은 거의 대부분 검사로 구성돼 있고 검찰이 법무 행정을 좌우하며 법무부 업무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의 소속을 이야기하기 전에 탈검찰화를 어떻게 할지 국민에게 확약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변 윤복남 회장도 "법무부는 국민이 아닌 검찰의 이익을 대변하는 '검찰의 법무부'로 기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성호 장관 등이 중수청을 법무부 소속으로 두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법무부의 잘못된 관행을 용인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며 "법무부는 본질적으로 검찰 조직을 지휘, 감독하고 인사에도 관여할 수 있어 결국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순간 수사와 기소의 분리 개혁은 공허해진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위)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기다리고 있다. 2025.9.1. 연합
 

민주당도 정 장관으로 인해 빚어졌던 혼란을 수습하고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검찰청 폐지 법안의 이달 내 통과를 목표로 중수청 소재를 어디로 해야 할지를 두고 총 10명의 의원이 각각 장시간 발언에 나섰는데 '행안부 안'이 대다수였고 일부 '총리실 안'도 있었지만 '법무부 안'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 논의를 토대로 4일 법무부 등이 참여하는 검찰개혁 공청회, 5일 입법청문회를 연달아 연 뒤 7일 고위당정협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당정 간 의견 수렴이 완료되면 민주당은 추석 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하고 "최종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어서 이를 참조해 결정은 정부에서 하는 것으로 의총에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며 "개혁의 요체인 검찰청 폐지, 수사와 기소의 분리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아 9월 안에 통과시키겠다. 개혁은 신속하게 추진하되 부작용은 극소화하겠다. 어제 정책 의원총회에서 원칙과 기준, 로드맵을 재확인했고 세부 논의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은 법사위 공청회가 열리고 내일은 입법청문회가 진행된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7일 고위당정협의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국민께서 '이거면 됐다'고 느끼실 개혁안을 만들겠다"며 "오욕으로 얼룩진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정의로운 수사와 공정한 기소가 자리 잡을 것이다. 고진감래, 인고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 성과는 국민 모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호경 기자 >

 
 

박근혜 방중 3개월 뒤 한일 ‘위안부 12.28합의’
미국 ‘피봇 투 아시아’ 위험에 빠뜨린 박근혜 방중
경악한 미 국무부 한일 12.28합의 압박
2016년의 사드 한국 배치, 2012년에 이미 결정

12.28합의 뒤 북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미국, 북 위협 증대를 이유로 사드 배치
10년간의 동아시아 외교 반전을 완성시킨 트럼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북한 지도자 김정은(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왼쪽)이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에 이어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셉션장에 도착했다.2025.9.3. UPI 연합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 사열대 위에 선 시진핑 중국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섰고, 오른쪽에 김정은 조선노동장 총비서이자 국무위원장이 섰다.

 

10년 전인 2015년 9월 3일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기념식 때도 푸틴 대통령은 천안문 광장 사열대 시진핑 중국주석 옆 자리에 섰으나 그 옆의 또 한 사람은 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던 2015년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 10년이 지난 2025년 9월3일 중국은 베이징에서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과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5.9.3 EPA 연합

 

2015년 9월 3일 항일전쟁 승전 기념식이 열린 베이징 천안문 사열대에 시진핑 중국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선 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 그 오른쪽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당시 카자흐스탄 대통령. 한 사람 건너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   연합

 

박근혜 방중 3개월 뒤 한일 ‘위안부 12.28합의’

 

10년 전 그해 12월 28일 아베 신조의 일본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선언하는 합의(12.28합의)를 맺었다. 그 전까지 아베 정권과 박근혜 정권 사이는 냉랭했다. 2013년 2월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그 전 해 말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독도 전격 방문에 반발한 아베 정권이 부추긴 혐한 소동 등의 영향도 있어서인지 대일관계 자체에 별 관심이 없거나 정책이 없는 듯했다.

 

박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중국의 대일전쟁 승전 기념식에 전격적으로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데에는 그런 아베 정권의 오만에 대한 반발 또는 외교적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 ‘피봇 투 아시아’ 위험에 빠뜨린 박근혜 방중

 

한국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기념일에 시진핑, 푸틴과 함께 천안문 광장 사열대 위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함께 지켜본 초유의 ‘사건’에 아베의 일본도 놀랐겠지만 아마도 미국은 대경실색하지 않았을까.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권 때인 2011년 10월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앞으로 미국은 외교, 군사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힌 이후 유럽과 중동에 집중돼 있던 미국 전략적 초점과 자산을 동아시아로 이동시키는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아시아로의 중심이동) 정책을 본격화했다. 1978년 개혁개방과 미국 주도로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뒤 급속도로 힘을 키운 중국의 대두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잠재적 패권 경쟁자 중국 견제를 위해 수립한 것이 ‘피봇 투 아시아’였고, 그 핵심 동맹국이자 교두보가 일본이었다.

 

그 피봇 투 아시아 교두보 일본의 전략적, 지정학적 가치의 전제조건 중의 하나가 ‘한일협력’이었다. 한일간의 반목은 미일동맹의 약한 고리였고, 미일동맹은 한일의 공조 내지 준동맹 또는 동맹관계를 전제로 한 사실상의 한미일 삼각동맹을 의미했다. 한국은 일본에 종속돼 한몸처럼 움직여야 했다.그것이 미국의 의도였다. 일본 패전 직후 한반도를 분단해 절반을 장악하고 전범국 일본을 통째로 점령한 뒤 최대의 동맹국으로 변신시킨 미국이 1953년 9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미일 안보동맹 체결 직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중재(강압)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그것은 불변의 전략이었다.

 

2016년의 사드 한국 배치, 2012년에 이미 결정

 

2012년 6월에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피봇 투 아시아에 입각해 2020년까지 미국 해군전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8월에는 국방부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요격)체제)의 한국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은 그때 이미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계획했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권과 아베 신조 정권의 알력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 전체의 약한 고리였고 근심거리였다. 2015년 9월 박근혜의 방중과 천안문 광장 대일전쟁 승전 기념식 참석은 그런 미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중 접근 내지 ‘친중’은 우익들이 주장하듯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웬디 미 국무부 부장관 한일 12.28합의 압박

 

그해 2월에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핵심 담당자였던 당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 임기 내내 동북아 지역은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다. 미국의 안전과 번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불가분의 관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도 했다. “물론 민족주의 감정에 기댈 수는 있다. 그리고 과거 적국을 헐뜯어 값싼 박수를 받아내기는 쉽다.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보보다는 마비를 불러올 뿐이다.”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반목하던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이 발언에서 웬디 차관보는 일본에 진정성 있는 과거사 청산을 요구한 한국과 중국을 과거 적국을 “(이유 없이) 헐뜯어 값싼 박수”를 받아내 자국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도발하는 나라로 매도하면서 (‘착한’) 일본을 두둔했다.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리셉션 장에서 함께 서 있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본경제신문 9월 3일

 

12.28합의 뒤 북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 웬디 셔먼이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해 성사시킨 것이 ‘일본군 위안부 합의’(12.28합의)다. 미국은 어떻게서든 한일관계를 바꿔야 했고, 관계복원의 부담(과거사 덮기)을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게 지웠다. 그렇게 해서 한일관계가 재설정되고 한미일 삼각(준)동맹이 강화되자, 북한은 다음해인 2016년 1월 6일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4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은 이를 수소폭탄 살험이라고 발표했다. 2월 7일에는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미국, 북 위협 증대를 이유로 사드 배치

 

북이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는 물체를 쏘아 올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험성을 부각시킨 미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본격 추진해 경북 성주군 성산 포대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으로 수십조 원을 투자한 롯데는 중국에서 철수해야 했고, ‘한류’로 북적이던 한중관계는 얼어붙었으며, 한국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했다. 미국은 그런 한국사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2012년에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밝혔듯이 피봇 투 아시아 정책의 일환, 즉 중국 견제를 주목적으로 한 결정이었다. 그런 판에 박근혜의 천안문 광장 항일전쟁 승전 기념식 참석은 미국과 일본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박근혜가 중국을 다녀온 지 약 3개월 뒤에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12.28합의)는 결국 한중관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남북관계를 사상최악 상태로 몰고갔다. 한국은 거기에 저항할 힘이 없었다.

 

박근혜 균형자 외교, 북방정책의 종말

 

그리하여 한중 접근과 함께 균형자 외교 역할을 주창했던 노무현 외교정책와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을 활용하는 듯 보였던 박근혜 정권 외교는 하루 아침에 다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체제로 복귀했다. 미국 또는 미일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

 

윤석열이 취임하기 전부터 굴욕적이고 파격적인 대일 접근을 기획했던 것에는 박근혜 좌절의 학습효과 탓도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2025년 9월 3일 시진핑, 푸틴과 함께 베이징 천안문 광장 사열대에 오른 김정은의 중국방문은 2015년 9월 3일 박근혜의 천안문 광장 승전 기념식 참석 직후 시작된 동북아시아 국제외교 구조의 반전이 10년 만에 완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일 수 있다.

 

10년간의 동아시아 외교의 반전을 완성시킨 트럼프

 

그 완성을 막판에 확실하게 견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였다.

북중러 세 나라는 모두 미국의 제재 또는 트럼프 ‘관세폭탄’의 주요 대상국들로 ‘반미’를 기치로 결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각자 트럼프와 협상(딜)을 해야 할 상대국들이기도 해서 서로 결속하는 것이 대미 협상에도 당연히 유리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체제의 정립은 한반도 휴전선(38선)을 경계로 갈라진 동아시아 및 세계의 진영 간 대립·대결체제, 냉전 붕괴 이후 4반세기만에 부활한 ‘신냉전’ 체제의 완성이기도 하다. 한반도 분단선을 경계로 한민족을 영구적 또는 반영구적으로 다시 갈라놓은 신냉전 구도는 냉전체제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 세력들에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딜을 통해 한반도 분단체제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내지 전망은, 적어도 예전 소련 붕괴와 같은 대변환, 예컨대 중국의 붕괴나 미국 일본의 붕괴와 같은 대격변이 일어나거나 남북이 주체적이고 상생적인 통합을 선언하고 실천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