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주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 1심 선고에서 법원은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 미흡만을 이유로 내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윤 전 대통령이 물리력 행사를 자제시키려 했고 내란에 실패한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내란이 장기 독재 계획의 산물이라는 점도 부정해, 향후 항소심에서 치열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원칙적으로 계엄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견해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 위반”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으며 국무회의 심의, 계엄 선포, 국회 통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물리력의 행사를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거론한 부분도 앞선 재판부와 전혀 다른 판단이다.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됐으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내란 가담자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피해 발생이 경미하였다거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장기 독재를 위한 내란을 계획했다는 특검팀의 결론도 일축했다. “(야당의 탄핵, 예산 삭감이 이어지자) 2024년 12월1일 무렵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라고 결심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12·3 내란이 오랫동안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북한과의 충돌 유도를 암시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에 대한 ‘수거’ 계획 등이 담긴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한데다 보관하고 있던 장소, 보관 방법 등에 비춰 보더라도 중요한 사항이 담겨 있던 수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내란 범죄의 동기와 계획성을 둘러싼 쟁점에서 1심 재판부가 ‘관대한 결론’을 내놓으면서 항소심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노상원 수첩’의 내용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내란의 최종 목적이 1인 독재 체제 구축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계엄 선포가 요건의 적법성 여부가 아니라 헌법이 정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해야만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등 국가긴급권 행사에 대한 사법심사 영역을 좁게 해석한 것도 문제”라며 “특검은 수사를 보강하고 항소하여 12·3 내란의 실체를 분명히 판결문에 적시하고, 피고인들에게 보다 죄질에 합당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환봉 이나영 기자 >
구속 취소·재판 지연…1년간 논란 자초한 ‘지귀연 재판부’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지난해 3월 관행을 깨고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고, 재판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의 개인 비위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피고인들의 재판 지연 전략에 재판부가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재판은 늘어졌고, 기소부터 선고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첫 재판이 열리기도 전인 지난해 3월7일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고 풀어줬다. 체포적부심을 포함해 구속기간 산입에 오류가 생겨 불법 구금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그동안 법원은 ‘날’을 기준으로 구속기간을 산입했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만 체포적부심에 소요된 시간만큼만 구속기간 연장을 인정해야 한다며 구속을 취소한 것이다.
지 판사의 느슨한 소송 지휘도 줄곧 도마 위에 올랐다. 내란 사건이라는 무게감에 어울리지 않게 재판 도중 농담을 하거나 변호인의 재판 방해 행위를 제지하지 않아 법원 안팎의 비판을 자초했다. 지 판사는 지난해 10월 기일 지정과 관련해 변호인 불만이 제기되자 “변호사님들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진다”고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지난 1월 재판에선 방청석 기자들을 향해 “기자님들 기사 좀 써줘요. 법정 추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벼운 태도는 내란 관련 재판들을 병합해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 늦춰진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재구속된 뒤 재판을 보이콧하면서 4개월 가까이 ‘피고인 불출석’ 상태로 재판이 진행됐다. 그러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이 지 판사의 유흥주점 접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개인 비리는 물론 재판부 불신 문제까지 불거졌다.
지난달 9일 결심공판에선 재판 지연을 노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이 ‘방어권 보장’을 내세워 하루 종일 최후변론에 나서면서 이른바 ‘재판 필리버스터’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결국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을 추가로 지정해 자정을 넘긴 끝에야 재판을 마쳤다. 지 판사는 최근 법원 인사 이동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서울북부지법에서 근무한다.
< 오연서 기자 >
지귀연, 전두환 아닌 찰스 1세 거론에…“벌거벗은 세계사냐” 비판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재판서 언급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가운데, 선고 내용 중 17세기 단두대에서 처형된 영국 국왕 찰스 1세를 언급해 화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12·3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윤 전 대통령 쪽 주장에 대해 법리를 살펴보며 찰스 1세를 거론했다. 지 재판장은 “영국에서 의회가 생기고 왕과 의회가 세금 징수로 갈등을 빚는 일이 생기게 되다가 결국 잉글랜드 왕 찰스 1세는 의회가 자신의 잘못 200가지를 시정해 달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자 이에 분노해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서 그 자리에서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있었다는 점을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 검찰이나 피고인 측이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이러한 내전을 통해서 결국 찰스 1세는 반역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죽게 되는 일이 있었다. 이때 판결을 살펴보면 왕이 국가에 대해서 반역을 하였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이라고 하더라도 의회를 공격할 경우 주권을 침해하는 반역죄가 적용된다는 점을 찰스 1세를 예로 들며 설명한 것이다. 찰스 1세는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전제적인 통치 방식 때문에 의회와 마찰을 빚었고, 의회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내전 상황이 초래돼 1649년 단두대에서 처형된 인물이다. 지 재판장은 이밖에 로마 시대와 개발도상국, 선진국 등 다양한 예시를 들며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는 대통령도 저지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 재판장은 양형 이유에서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다”는 점 등을 유리한 사유로 보고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누리꾼들은 ‘찰스 1세 소환’에 의문을 표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 누리꾼들은 “대한민국 내란죄라는 빌드업을 위해서 17세기 영국 찰스 1세 얘기까지 하는 거냐” “이렇게 선고할 거면 찰스 1세 얘기는 왜 해서 갑분(갑자기 분위기) ‘벌거벗은 세계사’(tvN 역사 예능) 시간을 만든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멀리 안 가더라도 전두환이라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 얘긴 정말 하나도 안 꺼내더라” 등의 반응도 있었다. 선고 이후 엑스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는 ‘찰스 1세’가 오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19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한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느냐,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우리 헌법상 명백하지 않나”라며 “(이를 얘기하는데) 영국의 찰스 1세 반역·처형된 이야기를 왜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에 저런 걸 왜 쓰나 도대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판단하면 되는 건데”라며 “본인이 역사에 대해서 안다는 표시를 내기 위해 저런 건가”라고 말했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 방송에서 “판사가 기본적으로 너무 현학적이다”라며 “(찰스 1세 등 언급하는 부분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제일 길었다”고 말했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내란죄 인정 판결에 미간 찌푸려…지지자 응원엔 웃음

1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1996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전두환씨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장소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전씨와 같은 법정, 같은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순간 전씨와 마찬가지로 웃음기가 사라진 채 담담하게 주문을 들었다. 허리가 구부정한 채 일어서 있던 윤 전 대통령은 미동 없이 법대를 바라만 봤다.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사형을 구형하자 헛웃음을 짓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선고공판에서 지 판사가 판결 이유를 읽어나가는 동안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법정 공기를 흔들 때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내 불편한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 보였다. 사실인정에 관한 주요 쟁점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공소사실이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지 판사의 말을 듣는 장면에선 얼굴을 살짝 붉히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군대를 국회에 보낸 목적이 국회 활동을 저지하기 위함이었다는 대목에선 입꼬리가 점점 내려갔고 급기야 미간을 찌푸렸다.
지 판사가 선고를 마치기 무섭게 방청석에 있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힘내세요” “계엄은 옳았다” “윤 어게인”을 외쳤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방청석 지지자들을 향해 희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 직후 “참담한 심정”, “이러려고 재판했나, 한낱 쇼에 불과했다”, “사법부가 선동된 여론과 정적을 숙청하려는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특검이 정한 결론이라면 재판 없이 선고해도 되지 않나”라며 “오늘 법치가 붕괴되는 현실을 보면서 항소해야 할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한편 지 판사는 이날 ‘대통령에게 내란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을 배척하면서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은 대통령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군 통수권을 가지는 행정부 수반은 군을 동원해 의회 기능을 못 하게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국헌 문란 목적 내란죄의 각국 규정을 언급할 때, 이례적으로 영국의 왕 찰스 1세가 의회와 세금 징수로 갈등을 빚다가 의회를 강제로 해산해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들면서 대통령이 가진 강제력 동원의 위험성을 꼬집으려는 듯 윤 전 대통령이 있는 피고인석을 지그시 응시하기도 했다. < 이나영 기자 >
‘윤어게인’ 집회신고 2천명인데…20명도 안 모인 서울구치소 앞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19일 저녁 6시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외치는 이들 약 10여명이 모였다. 이들 중 절반은 카메라 등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무기수가 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다시 서울구치소로 돌아온다. 이날 신자유연대는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서울구치소 제1주차장에 인원 2천명짜리 집회도 신고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장소인 서울구치소 제1주차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집회 현장에는 플라스틱 의자 100여개와 무대 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은 5명이 채 되지 않았다. 구치소로 올라가는 길에도 윤 전 대통령 사진이 들어간 걸개들이 늘어서 있을 뿐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집회 현장을 관리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이 참가자보다 더 많았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을 위해 이날 낮 12시30분께 서울구치소를 출발할 때도 구치소 앞은 비교적 한산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꽹과리를 치며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기는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사람이 주로 서울중앙지법에 쏠릴 것으로 예상해 서울구치소 앞에는 일상적인 경찰 인력만 배치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앞으로도 서울구치소에서 2평대 독방 생활을 계속하게 된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신분으로 기존과 동일한 수감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날 구치소 복귀 뒤 윤 전 대통령의 첫 저녁 메뉴는 들깨 미역국, 떡갈비, 채소조림, 배추김치, 잡곡밥이다. < 이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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