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정치학회(IPSA) 참석 전·현직 정치학 회장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를 올 1월 후보로 추천

세계 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들이 12·3 비상계엄을 저지한 대한민국 국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8일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에 참석했던 일부 전·현직 정치학회 회장이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민국의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를 올해 1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추천인은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수석조직위원장이었던 김의영 교수를 비롯해, 세계정치학회장을 지낸 파블로 오나테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 정치학 교수, 유럽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파렐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정치학 교수, 남미정치학회 현직 회장인 아줄 아구이알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교수 등 총 4명이다.
세계정치학회는 1949년 유네스코 후원으로 설립된 세계적 학술단체로 2년에 한번씩 총회를 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어릴 적부터 민주주의는 그리스 아테네가 상징하고 있지만, 앞으로 확실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범은 서울에서 시작된다는 걸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총칼을 든 친위 군사쿠데타 세력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의 힘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12·3 비상계엄 1주년 특별성명에서는 “세계사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낸 대한국민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을 저지한 시민들의 노력을 ‘빛의 혁명’이라고 규정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빛의 혁명’이란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들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글로벌 모델이 됐다는 취지다. 노벨평화상 추천을 김 교수에게 처음 제안한 이성훈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및 아시아비정부기구학(MAINS) 대학원 겸임교수는 “처음에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특정 단체나 대통령을 (수상대상자로) 언급하기도 했으나, 오해를 피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빛의 혁명’ 참가 시민 전체를 추천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김의영 교수는 ‘빛의 혁명’의 개요와 역사적 배경, 국제적 의의를 설명한 30여쪽의 영문 설명자료도 작성해 노벨위원회에 제출했다. 설명자료는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부터 2026년 초까지 한국 사회는 불법적인 비상권한 행사로 촉발된 심각한 헌법적 위기에 직면했으나, 법치와 시민 참여, 절제된 비폭력에 기반해 내전이나 대규모 탄압, 국제적 갈등 확산 없이 헌법 질서를 복구했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관장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1월31일 후보 추천을 마감했다. 이어 3월 초 후보를 선별해 발표한 뒤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10월에 수상자를 결정한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자격은 노벨 재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특정 분야 전문가나 직위를 가진 사람들로 제한되는데, 현직 국가 원수나 국회의원, 정부 각료, 법조계나 학계 전문가, 역대 수상자 및 관련 기관의 이사 등이 주로 추천한다. < 고경태 기자 >
“12·3 내란 맞선 시민들의 윤리적 결기가 ‘논어’의 본질”
‘금서의 귀환, 논어’ 쓴 법학자, 김기창 고려대 교수 인터뷰

“논어의 ‘현자피세’라는 구절을 보통 현명한 사람은 어지러운 세상을 피한다고 해석해요. 그러면 계엄이 선포된 직후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현명하지 못한 사람일까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19일)를 앞둔 지난 10일, 연구실에서 만난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어’ 속 현자피세의 의미를 바르게 풀이하는 일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2천년 넘는 시간 읽히고 해석되기를 반복한 동양 고전 논어를 역동성과 용기에 초점을 맞춰 다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겨울 난데없이 맞닥뜨린 불의한 권력과 그에 맞선 시민들의 윤리적 결기 속에 그간 왜곡됐던 논어의 본질이 있다고 본 것이다.
법학자 김기창 교수가 최근 책 ‘금서의 귀환, 논어’를 펴냈다. 동양철학자가 아닌 법학자가 논어를, 그것도 체제에 대한 복종이 아닌 저항에 무게를 둬 해석한 것은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그의 이력과 상통한다. 김 교수는 30년 가까이 동서양 학생들에게 ‘동양의 법과 사상’을 가르치며 늘 논어를 곁에 두고 살폈다. 그 자신이 시민단체 ‘오픈웹’을 만들어 공인인증서 폐지 운동을 주도하거나 정치·사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 내온 현실참여형 학자다. 공자 또한 책상머리에 앉아 학업에만 골몰하는 대신 불의한 상황에서는 목숨을 걸고 맞설 것을 강조했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윤리 없는 법은 흉기…12·3 계엄이 예시”
김 교수는 논어의 ‘예법’에 대한 오해를 먼저 짚었다. 예법을 단순히 관혼상제와 격식이 아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한 윤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논어 해석이 격식과 장식에 해당하는 좁은 의미의 예법에만 집중해 읽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예법의 골자를 ‘윤리’로 이해하면, 김 교수가 학자로서 다루는 ‘법’에 대한 인식 또한 넓어진다. 김 교수는 “윤리에 정통하신 분들이 논어를 많이 해석해 왔다. 법을 전공하거나 다루지 않는 사람은 법이 무언가 튼튼하고 단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공부하다 보면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법은 흉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며 “12·3 계엄 사태도 법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공권력 행사가 얼마나 반윤리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다시 ‘현자피세’로 돌아와 글자 ‘피’(辟·피하다)는 ‘밝히다’, ‘열다’라는 뜻을 가진 ‘벽’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지 않고 맞서 밝혀나가는 것이 진정 현명한 행동이다. 김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기존의 정통 해석만 따른다면 오히려 비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공자의 가르침이 (격식이 아닌) 윤리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는 점이 강조됐다면, 계엄 상황에서 공직자들도 목숨을 걸고 반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분노가 섰을 때 굳건히 지킨다”
김 교수는 공자 사상의 핵심 단어로 꼽히는 ‘인(仁)’ 또한 단순히 ‘어질다’라는 뜻으로 이해될 때 가려지는 부분이 많다고 봤다. 김 교수는 논어 속의 ‘인’은 분노, 용맹함을 품은 ‘윤리적 결기'에 가깝다고 전했다. 공자는 특히 아낀 제자 안회에 대해 ‘불천노’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단순히 ‘분노를 옮기지 않는다’고 풀이하는 건 부족하다. 윤리적인 판단이 섰을 때 그 결과로서의 노여움을 굳건히 지키며 행동한 점을 공자가 높게 평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논어가 좁은 의미의 예법과 평화만 강조하는 텍스트로 읽힌 데는 통치권력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있다. 김 교수는 “통치권력은 논어에 담긴 용기와 분노라는 인화성 물질이 민중에게 번지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논어는 진나라의 분서갱유 당시 불태워진 ‘금서’였다. 김 교수는 “논어는 심오하고 지루한 텍스트가 아니라 박력 있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논어에서 형식과 순응이 아닌 윤리와 분노를 발견한 법학자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전하고 싶은 논어 구절을 꼽아달라고 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관대하지 못하고, 짐짓 예법을 지킨다면서 불경스럽게 행동하고, 상을 당해서도 슬픔이 없는 것들을 내가 어떻게 눈 뜨고 봐줄 수 있겠는가.” ( 居上不寬 爲禮不敬 臨喪不哀 吾何以觀之哉: 거상불관 위례불경 임상불애 오하이관지재) 벼락같은 구절이 전해졌다.
김 교수는 구절이 다만, 윤 전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이란 조심하는 마음,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권력을 가진 모든 사람이 다시 되새겼으면 합니다.” < 조해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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