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번째 '내란' 규정하면서도 처벌은 솜방망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 위증 등 유죄 인정됐지만
"소방청에 전화 한통 했을 뿐" 형량 절반 깎아
이상민, 선고 받은 뒤 방청석 향해 미소까지
"개인 사기도 7년인데, 내란이 어떻게 7년인가"

12·3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하고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한 혐의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구형한 징역 15년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 '솜방망이' 수준이다.
법원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하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비상계엄 전에 사전모의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고 소방청에도 단전·단수를 반복해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구형량의 절반 미만으로 선고 형량을 깎아줬다. 앞서 다른 재판부에서 이미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한 데 비하면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은 유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는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윤석열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선고는 티브이(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재판부는 먼저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관련 "피고인(이상민)은 윤석열로부터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이행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피고인은 허석곤(당시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24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진입계획을 알려주며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언급한 사실이 있는데, 이는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 단수 조치 지시 문건의 내용과도 일치하며 계엄 당일 소방청에 경찰의 특정 언론사 진입 계획 및 단전·단수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피고인이 여러 차례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어 펼쳐 보이며 확인하는 장면, 대접견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문건을 꺼내어 한덕수(국무총리)에게 보여주며 설명하는 장면이 녹화돼 있다"며 "피고인은 상위 안쪽 안주머니에 있는 문건은 주요 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 단수 조치 지시 문건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피고인 스스로도 본인이 3차례에 걸쳐 안주머니에서 꺼내 펼쳐보고 약 11분간 한덕수와 주고받고 손으로 짚어가며 대화를 나눈 문건이 무엇인지 특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울산에서 열린) 국민통합 김장 행사에 같이 동행한 아내가 연락없이 서울로 왔기 때문에 아내의 귀가를 걱정하며 일정표를 봤던 것 같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고인은 서울행 케이티엑스(KTX) 열차에 탑승하고 난 이후인 18시 20분경 이미 아내와 통화를 했다"며 "피고인이 (대통령실에서) 한덕수와 대화를 나눌 시점에는 일정상 피고인의 아내가 이미 김포에 도착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주장은 그대로 신빙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이 "'피고인이 한겨레 경향, 엠비시(MBC), 제이티비시(JTBC),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24시에 경찰이 투입 또는 진입된다,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라'라고 말했고, '피고인이 언론사를 빠르게 말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몇번 되묻고 이를 혼잣말로 되뇌이면서 메모를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피고인이 허석곤에게 한 전화를 단순 업무 협조 내지 협조 요청으로 볼 수는 없고, 행정안전부 장관인 피고인이 직접 그 소속 외청인 소방청의 장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해 경찰이 투입되는 것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조인 겸 정부의 고위 공직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의 의미와 그 요건에 대하여 잘 알 수 있었고, 더군다나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다수의 시민들이 국회로 모였고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등원했으며, 내란 행위에 대한 지시를 받은 일부 군과 경찰이 경찰의 지휘관들과 그 소속 인원들은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그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기도 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에서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을 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단전·단수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객관적 사실에 반한 진술임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헌법재판소에 증언을 한 시점과 그 사이 피고인이 단전단수 지시에 대한 다수의 보수 보도가 있었던 점 등을 비춰 볼 때 피고인이 불과 3개월 만에 그 기억을 모두 상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언론사 단전·단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이상 경찰협조 요청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취지의 일반적인 지시로 밖에 볼 수 없고, 허석곤(당시 소방청장), 이영팔(당시 소방청 차장)이 황기석(당시 서울소방재난 본부장)과 통화한 내용은 경찰의 협조 요청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취지의 일반적 지시에 불과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석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 "엄중한 처벌 불가피하다"더니
"반복 지시 안했다"면서 겨우 징역 7년
선고 뒤, 이상민 방청석 향해 미소 지어
재판부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기능을 파괴하고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적 범죄로서 그 위험성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에 미친다"며 "피고인을 비롯한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는 헌법 질서,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해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므로 그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정부 고위 공직자로서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 실수를 기본 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함에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지시에 따라 소방청에 직접 언론사 단전·단수에 대한 협조를 지시함으로써 내란 행위에 가담했으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더구나 피고인이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오히려 이후 내란 행위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위증까지 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스스로도 미필적인 인식만 있어도 국헌 문란의 범죄가 성립된다면서 죄가 엄중하다고 밝혔지만, 윤석열이 계엄 선포 전 집무실로 부른 국무위원 위원 중 한 명인 이 전 장관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고 반복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은 추후 내란과 관련된 일에 개입해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사회에 남기게 됐다.
이 전 장관은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직후 방청석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아빠 괜찮아, 사랑해"라고 하자, 미소를 지었다.

"사법부 내란 범 봐주기 도를 지나쳤다"
"사기도 7년인데 내란이 어떻게 7년인가"
정치권에선 내란에 대한 처벌 형량이 약하다는 비판과 함께 사법개혁 요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 전 장관 1심 선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자 이상민 겨우 7년 선고? 사법부의 내란범 봐주기 도가 지나치다 사법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또 추가됐다"라고 적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양도소득세 대납을 빙자해 친구를 노예처럼 부린 가스라이팅 곗돈 사기, 법원이 이들에게 내린 형량이 징역 7년이다. 국가의 심장을 멈추고, 언론사의 전기를 끊으라 지시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죄'의 무게가, 고작 개인 간의 사기 범죄와 똑같단 말이냐"면서 "이 판결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린 국민에 대한 명백한 '조롱'이자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법원이 보내는 시그널은 명확해 보인다. 다가오는 19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재판을 앞두고 미리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 아니냐"며 "법관의 양심이 아니라, '법조카르텔의 관행과 이해'를 기준으로 한 기계적 판결.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특정인에게만 관대한 고무줄 잣대를 처벌하기 위해 '법 왜곡죄' 도입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오늘 더욱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내란중요임무 최소 5년인데…이상민 겨우 '5+2년' 왜?
한덕수는 23년, 이상민은 7년 너무 큰 편차
"12·3 비상계엄=내란" 판단은 동일하지만…
이상민 재판부 "적극 가담 안해" 양형 줄여
이진관 판사는 "부작위로 막대한 피해" 질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무위원들에게 잇달아 1심 선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법원에서 같은 혐의를 두고 선고 형량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사법부의 '고무줄 선고'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윤석열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는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이 선고받은 징역 7년은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에서 2년이 더해진 정도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까지 갈 경우 이보다 형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의 형량이 나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 전 장관에 대한 1심 선고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린 선고 형량과도 비교된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한 전 총리에게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 전 장관의 선고 형량은 한 전 총리에 비하면 3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 판단은 동일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인데도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을까.
이날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석열, 김용현 등이 일련의 지휘체계에 따라 집단적으로 다수의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해 국가기관인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 출입 통제하고 그 활동을 제한하려 한 이상 윤석열, 김용현 등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즉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상민)은 윤석열로부터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이행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법조인 겸 정부의 고위 공직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의 의미와 그 요건에 대하여 잘 알 수 있었고, 더군다나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다수의 시민들이 국회로 모였고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등원했으며, 내란 행위에 대한 지시를 받은 일부 군과 경찰이 경찰의 지휘관들과 그 소속 인원들은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그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기도 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기능을 파괴하고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적 범죄로서 그 위험성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에 미친다"며 "피고인을 비롯한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는 헌법 질서,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해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므로 그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피고인이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오히려 이후 내란 행위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위증까지 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이진관 부장판사가 이끄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 33부가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 '내란'으로 규정한 것과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 선고에서 "윤석열이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는 행위는 내란에 해당하고 이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과 그 추종세력의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12·3 내란은 '위로부터 내란'이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한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신념 자체를 뿌리채 흔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부장판사도 한 전 총리가 위증을 하고 뒤늦게 반성한 점에 대해 "피고인은 제2회 공판기일에서 12·3 내란에 관해 여러 가지 법적인 검토가 필요해 공개적으로 제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만 진술했다가,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재생 및 증인 신문 등 증거 조사를 거쳐 자신의 범죄 사실이 탄로나 형사 처벌의 기로에 서자 마지못해 최후 진술에서 죄송하다고 했다"면서 "그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류경진 부장판사, "적극 가담 안해" 양형 줄여
이진관 부장판사, 부작위로 막대한 피해 지적
다만 이날 재판부는 12·3 내란과 위증 등에 대한 판단을 한 전 총리 선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이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상민)이 비상계엄 선포일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내란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인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스스로가 국헌문란 목적의 범죄 성립을 위해 "확정적 인식을 요하지 않는다" "미필적 인식만 있으면 족하다"고 했으면서도, 이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 실제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양형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진관 부장판사는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국무위원으로서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 1심 선고 당시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결과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국무총리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행위는 구체적 상황에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국민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한 일부 정치인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에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이다.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내란사건이 발생하였던 시기와 12·3 내란이 발생한 시기의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무역, 국제 정치 등에 있어서 그 위상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다.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로 생긴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기존 내란 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며 "기존 내란 사건 대법 판결은 피고인의 형을 정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부장판사는 특검이 애초 내란 우두머리 방조로 사실상 기소한 데 대해 방조범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를 추가해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을 변경하고 최종적으로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내렸다. 이와 비교하면 이 전 장관에 대한 1심 선고가 국민의 일반 상식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통상 검찰이 예규에 따라 선고 형량이 구형량 2분의 1 미만인 경우 항소를 해온 만큼, 특검도 이 전 장관의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우성 특검보는 취재진과 만나 "형량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어떤 영향?
다만 한 전 총리에 이어 이 전 장관 1심에서도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판단이 확고히 자리잡으면서, 오는 19일 열리는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검은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12·3 내란에 대해 "국회, 선관위 난입과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파괴 사건"이라며,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형 3가지뿐이고, 비상계엄에 대해 같은 법원에서 잇달아 '내란' '친위 쿠데타'로 규정한 만큼 윤석열도 무거운 형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같은 1심 법원의 판단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장관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이진관 부장판사의 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다. <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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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류경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의 과거 재판이 재조명 받고 있다.
류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4부 부장판사 시절인 2023년 10월 사업가에게 골프채를 받은 혐의(알선뇌물수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 ㄱ 씨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 ㄱ 씨에게 골프채를 건넨(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통업자 ㄴ 씨 등 2명에게도 무죄를 내렸다.
현직 부장판사인 ㄱ 씨는 2019년 2월 22일 인천시 계양구 식자재 마트 주차장에서 고향 친구 소개로 알게 된 ㄴ 씨로부터 52만 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와 25만원짜리 과일 상자 등 총 77만 9000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18년 ㄴ 씨 부탁로부터 '재판에서 법정구속이 될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법원 내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도 받았다.
ㄱ 부장판사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유명 상표 제품의 모조품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ㄱ 부장판사가 골프채를 받은 뒤 ㄴ 씨가 여러 민사·형사 건으로 재판을 받은 사실은 분명하다"면서도 "ㄴ 씨가 ㄱ 부장판사에게 (골프채를 건넨 뒤) 막연한 기대를 했을지 모르지만 ㄱ 부장판사는 여러 수사기관이나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지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ㄱ 부장판사가 ㄴ 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연락하거나 선고 사실을 사전에 알아본 증거도 없다"며 "ㄴ 씨가 ㄱ 부장판사에게 알선 청탁의 의미로 골프채를 줬다거나 ㄱ 부장판사가 그런 뜻으로 골프채를 받았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ㄴ씨 부탁을 받고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시스템에 사적 목적의 검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법령상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인이 검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 양에도 차이가 없다"고 했다.
골프채 진품 여부를 떠나 현직 부장판사가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음에도 무죄 선고를 해 법조계에선 '제 식구 감싸기'라는 뒷말이 나왔다.
공교롭게 이번 1심 선고도 판사 출신인 이 전 장관에게 구형량(징역 15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고가 내려지면 류 부장판사가 '제 식구 감싸기'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준 셈이 됐다.

류 부장판사가 이 전 장관에게 선고한 징역 7년은 같은 법원에서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받은 징역 23년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류 부장판사는 이 전 장관이 법조인 출신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상민)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상품권 받은 경찰간부 징역형 집행유예
'세월호 막말' 차명진 전 의원 집행유예
세월호 유병언 차남도 6개월 만에 보석
이 외에 류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4부 부장판사 시절인 2023년 1월 골프장 대표로부터 100만원짜리 상품권과 골프장 예약 편의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 간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총경급 경찰 간부 ㄷ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50만원을, 수뢰 후 부정처사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ㄹ 경위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해 7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막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차명진 전 국회의원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치인의 무게감을 생각할 때 세월호 유가족에게 큰 피해를 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하면서도, "피고인은 오래전에 다른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외 다른 전과는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 2024년 1월엔 250억 원대를 빼돌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차남 유혁기 씨의 보석을 허가하기도 했다. 유 씨는 세월호 참사 9년 만인 2023년 미국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됐지만, 구속된 지 6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주주로 유병언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해왔다. 유 씨는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아버지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짜고 사진값과 상표권 사용료 등 명목으로 모두 254억 9300만 원을 받아 개인 계좌나 해외 법인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유 씨의 구속기한 만료일이 다가오자 보석을 허가하는 대신 유 씨의 거주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보석 조건으로 부과했다.

'간병 살인' 60대 어머니 선처
우수법관에 선정되기도…
한편 류 부장판사는 2023년 1월 뇌병변 1급 장애를 앓던 딸을 38년간 돌보다가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60대 친모에게 실형이 아닌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해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류 부장판사는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한 권리는 없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중증장애를 앓아오던 중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아 고통을 받고 있던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또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면서, 약자에 대한 국가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도 1심 선고 전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 항소를 포기했다.
류 부장판사는 1998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사법연수원 31기로 수료한 뒤, 같은 해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12월 법관으로 임용됐으며, 2010년 2월 전주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의정부 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판사 겸임) 등을 거쳤다.
이후 2019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2021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2024년부터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맡고 있다. <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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