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계엄은 내란 아니"라는 지귀연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사후 비상계엄 포고문 작성' 등 드러났지만…
"절차 위반 어디까지 문제 삼을지 어렵다"
이진관 "친위쿠데타 독재 됐다"고 했는데…
지귀연은 장기독재 계획 공소사실 인정 안해
79세 한덕수도 사실상 정상 참작 안했는데
"65세 비교적 고령"이라며 기계적 양형 판단
김용군·윤승영 등 국헌문란 인식 없다고 무죄
부작위 등 지적한 앞선 재판부 판단보다 후퇴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12·3내란 발생 443일 만에 첫 사법 판단이 이뤄졌지만, 지귀연 재판부의 선고에서 드러난 현실 인식은 향후 내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 아닌지 우려를 낳는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강하게 질타하며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같은 법원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과도 차이가 컸다.
"원칙적으로 계엄 자체는 내란 아니다"
사후 비상계엄 포고문 등 드러났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절차 위반인 것이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 공판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 행사가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다"며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계엄 선포의 형식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형법 91조 2호에 따라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일단 실체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며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절차적 요건을 따지는 것도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로 삼을 수 있는지 (따지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지 부장판사는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이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행사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형법 91조 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이 일으킨 12·3내란은 국회나 사법부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침해하는 목적의 비상계엄 선포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한 것이지, 원칙적으로 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12·3내란 당시 대통령실에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만드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뒤늦게 갖추려고 한 행위 자체가 스스로 실체적·형식적 측면에서 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재판부는 그 자체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인식한 셈이다.
또한 계엄법에서 정한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님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해 "일단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한 부분은 지 부장판사의 현실 인식이 평범한 국민들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다"?
'경고성 메시지 계엄' 주장 정당화할 여지 줘
"정당성에 대해 별도 논의하자"며 단서 남겨
아울러 지 부장판사는 야당의 줄탄핵·예산삭감 등에 따른 국가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한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위법적이면 안 된다는 비유로 사용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계엄의 목적이 '경고성 메시지 계엄' '계몽령'이었다는 윤석열 쪽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 부장판사가 남긴 "(내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별도논의)으로 하더라도…"라는 단서는 향후 내란을 일으킨 목적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처럼 읽힌다.

이진관 "친위쿠데타 독재 됐다"고 했는데…
지귀연은 장기독재 계획 공소사실 인정 안해
윤석열이 장기 독재를 위해 1년 전인 2023년쯤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 독재 계획의 증거로 제출된 '노상원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지 부장판사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친위 쿠데타는 독재가 됐다'는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크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하여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으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79세 한덕수도 사실상 정상 참작 안했는데
"65세 비교적 고령"이라며 기계적 양형 판단
또한 이 부장판사가 만 79세인 한 전 총리에 대해 양형에 참작하지 않고 강하게 질타하며 중형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에게 ▲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점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한 것 역시 사법부의 기계적이고 안이한 판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이 내란을 주도해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에게 "싸우자"며 계속해서 체제 전복을 꾀한 점이나, 여러 차례 재판에 불출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강하게 질타했어야 마땅했다.

이와 함께 지 부장판사는 양형과 관련해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라며, 윤석열 등에 의해 내란에 동원된 군인·경찰·공무원의 고통에 대해 길게 언급하기도 했다. 소극적으로 행동하며 내란에 동참하지 않았던 군인과 경찰 등을 고려했을 때 납득이 되는 지적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나 트라우마 등에 대해 평가가 없었다는 점은 내란의 직접적인 영향을 일부 관료 사회에만 국한한 것처럼 보인다.
이 부장판사가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한동안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던 장면과도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김용군·윤승영 등 국헌문란 인식 없다고 무죄
부작위 등 지적한 앞선 재판부 판단보다 후퇴
이 밖에 지 부장판사는 이날 전직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김용군과 전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지 부장판사는 김용군에 대해 "피고인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 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고, 윤승용에 대해선 "방첩사, 체포조 지원 등의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임을 (피고인들과) 공유하거나 인식하겠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국헌 문란의 목적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이는 이 부장판사가 적극적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가담했는지 여부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권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행위(부작위)가 결과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같은 법원 형사합의 32부의 류경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윤석열, 김용현 등의 비상계엄 선포 및 그에 따른 후속 행위에 위헌,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헌 문란 목적을 알고도 가담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는데, 이와 비교해도 지 부장판사의 판단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 우두머리 '최저형' 무기징역 선고"
"엄중한 심판 내리라는 국민 명령 외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직후 국회에서 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우두머리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징역밖에 없다"며 "내란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최저형' 무기징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내란수괴에게 조희대 사법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를 선고함으로써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매우 미흡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사형이 아니라 무기로 양형을 고려한 이번 지귀연 재판부가 말했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점, 전과가 없고, 공직을 오래 수행하고, 비교적 6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무기를 했다'는 것은 이미 이진관 재판부에서 탄핵 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란 세력에 엄중한 심판을 내리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끝내 외면당했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2심, 대법원까지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불꽃 같은 눈동자로 감시할 것"이라며 "내란의 티끌 하나까지 법의 심판대로 모두 세우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과거와 결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종합특검을 통해서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진실도 밝혀내고 윤석열 내란 수괴가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윤석열, 1심 무기징역…"국헌문란 내란죄 인정"
중요임무 종사 김용현 전 국방장관 징역 30년
노상원 18년 · 조지호 12년 ·김봉식 10년 선고
재판부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죄 인정된다"
야당 때문에 계엄했다는 주장은 배척했지만…
"정당성에 대해 별도 논의하자"며 단서 남겨
윤석열 장기독재, 노상원 수첩 등도 인정 안해
"정치적 양분 돼 어마어마한 피해 발생" 질타
특별히 고통받는 군·경, 공무원 등 고통 언급
내란의 밤 막았던 일반 국민들 평가는 없어

헌정사 초유의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443일 만에 이뤄진 첫 사법 판단이다. 내란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사형은 선고되지 않았지만, 한국이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법정 최고형 수준의 선고가 이뤄진 셈이다.
다만 재판부는 야당의 줄탄핵과 예산삭감 등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에 대해 배척하면서도 "그 정당성에 관한 판단을 별론(별도 논의)으로 하더라도…"라고 단서를 달아, 향후 내란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또한 재판부는 윤석열 등 내란범들의 양형과 관련해 내란에 동원된 군인과 경찰, 공무원 등의 고통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내란을 막기 위해 늦은 밤 국회에 달려간 국민 등의 트라우마나 고통에 대해선 별도로 평가하지 않았다.
영국 국왕 찰스 1세 사례 언급하며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죄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등이 12·3 불법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해, 17세기 영국 국왕 찰스 1세 재판과 다른 나라 사례 등을 언급하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반박했다. 이전 내란죄 관련 판결에서 법리를 통해 죄를 따진 것과 비교하면, 매우 독특한 장면이었다.
재판부는 "영국에서 의회가 생기고 왕과 의회 사이에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일이 생기게 되다가 결국 잉글랜드 왕 찰스 1세는 의회가 자신의 잘못 200가지를 시정해 달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자 이에 분노해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서 그 자리에서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부터 왕에 대한 범죄라는 생각이 점차 바뀌어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왕이라 하더라도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부터는 18~19세기를 거쳐 내란죄는 국가 존립을 침해하는 죄로 각국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의 내란 사례와 관련해선 "아프리카나 남미 등 이른바 개발도상국의 경우에서는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서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등이 여러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며 "(다만) 실제 이로 인해 내란, 반란, 역모 등 유사한 형법 규정에 의해 처벌받은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서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등을 찾아보기가 마찬가지로 어려웠다"며 "이유는 조금 달랐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정도의 갈등까지 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내란죄의 연혁, 다른 나라의 헌법 규정, 판례 등을 종합한 뒤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적용되는 이른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는 대통령도 저지를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석열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형법 제91조 제2호의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며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내란죄 성립 요건인 '폭동'에 대해서도 "군대를 보내서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며 "비상계엄 선포, 폭언행위 공고, 국회 봉쇄행위, 국회의원 및 정치인 등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중앙선관위 등 점거 서버 반출 및 직원 등 체포 시도 등은 모두 다 합쳐서 그 자체로 폭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폭동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전역(에 위력이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안을 해야 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윤석열 등이 줄곧 주장해온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 상황을 바로잡고 싶었다는 건 동기나 명분에 불과하며, 실체는 무력으로 국회 진압을 시도한 폭동"이라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꾸짖었다.

또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에 대해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특히 윤석열 쪽이 반발했던 공수처의 수사권한과 관련 "일률적으로 제한적 해석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피해자의 방어권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되지 않는다면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죄라는 문헌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군사기밀과 관련된 증거에 대해 위법 수집 증거라는 윤석열 등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과 특검팀의 주장처럼 윤석열이 장기 독재를 위해 1년 전인 2023년쯤부터 비상계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후 이뤄진 각종 조치를 보면 장기간 마음먹고 선포했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킬 (장기)계획 등에 관해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장기집권 계획 등이 담긴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도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실제 이뤄진 사실과 불일치하며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잡한 데다가 보관하고 있던 장소와 방법 등에 비춰봐도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 담겼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야당의 줄탄핵과 예산삭감 등으로 계엄을 했다는 윤석열 쪽의 주장을 배척했지만, 이에 대해 "국가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에 관한 판단을 별론(별도 논의)으로 하더라도…"라고 단서를 달아 향후 내란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재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정치적으로 양분 돼 어마어마한 피해 발생"
특별히 고통받는 군·경, 공무원 등 고통 언급
내란의 밤 막았던 일반 국민들 평가는 없어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선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은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써,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였다는 데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며, 이전 내란죄 관련 재판과 마찬가지로 12·3 불법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해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 양분돼서 극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란으로 인해)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렀고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후속 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에 대해서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서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이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서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로 수행한 군인, 경찰관,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게 됐다. 법적인 책임도 져야 된다"며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에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군인, 경찰, 공무원 등이 내란으로 인해 겪는 고통에 대해 강조했지만, 일반 국민들이 겪은 트라우마나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되레 "(피고인 윤석열이)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 정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 ▲현재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등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으로 감경한 이유로 들었다.
이날 재판부는 윤석열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에게 징역 30년, 전직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에게 징역 18년, 전직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징역 12년, 전직 서울경찰청장 김봉식에게 징역 10년, 전직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목현태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전직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김용군과 전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용군에 대해선 "피고인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 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고, 윤승용에 대해선 "방첩사, 체포조 지원 등의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임을 (피고인들과) 공유하거나 인식하겠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내란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윤석열이 세 번째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을 일으킨 전두환은 윤석열과 같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996년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고, 범행에 함께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는 징역 22년 6개월이 나왔다. < 김성진 기자 >
“지귀연 판결, 윤석열의 이해만 구하려 했다”
무기징역 선고했지만 어이없었던 판시
‘노상원 수첩’ 조악해 따질 것도 없다?
우발적 계엄 선포, 절차 따질 필요 없다?
절차 따지면 긴급조치권 제한된다고?
“군대만 국회 안 보냈으면” 왜 그렇게 강조?
“긴급조치권 사법심사 대상 안돼”에 경악
추미애 "사법 세탁" 박구용 “국민이 없었다”

국민 모두가 조마조마했던 한 시간 남짓이었다. 저러다 내란 우두머리에게 징역 20년형쯤 선고하고 끝내지 않을까 걱정하던 참에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내란 우두머리 1심 선고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형,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30년형, 노상원 전 정보사 사령관에게 징역 18년형,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2년형,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징역 10년형을 언도했다.
판결문을 입수해 차분하고 냉철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급한 대로 평가해 보기로 한다.
지 부장판사의 이날 선고 내용 중 가장 치명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점은 ‘노상원 수첩’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이다. ‘노상원 수첩’은 내란 일당이 의견을 교환해 메모하고 개인 컴퓨터에 옮겨 놓은 것인데 “너무 조악해 개인적 감정을 하소연하고 격정을 토로한 것”으로 증거 능력을 사실상 배제해 버린 것이다. 그냥 “메모”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 재판장의 이날 판결 내용을 “사법 세탁”이라고 규정했다.
지 부장판사는 또 내란의 목적과 범행 동기를 최대한 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당시 야당이 탄핵 소추를 남발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행태를 보인 데 격분해 우발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식이었다.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판결문 요지를 들으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군대를 국회에 보냄으로써 절차적 요건을 위배했다고 본 것이었다.
내란의 피해가 극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도 국가의 위상 추락이나 일 년 넘게 혼란이 이어졌고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는 것은 슬쩍 언급만 하고, 계엄에 가담한 군인들이 수사를 받고 있고, 지금 진행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 등으로 일부 공무원들이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에 아련한 마음을 표했다. 지 부장판사 스스로가 불만을 갖고 있으며,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까지 살 만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긴급조치권의 일환이기 때문에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형식적, 실체적 요건을 따지면 대통령의 긴급 조치권이 제한될 것이라는 상식 밖의 판단도 내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식을 드러냈는지 납득이 안 됐다. 내용을 듣는 모두가 기함할 만했다. “국회에 군인들을 보내지만 않았으면”이란 말을 누누이 강조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이 그런 잘못만 저지르지 않았으면 내란 행위로 처벌받지 않았을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영구 집권 획책 등 개인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더라도 “국회에 군인만 보내지 않았으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울러 야당과의 갈등을 제도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 민주주의 절차와 제도에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대통령이 그 허점을 파고들어 긴급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정말로 판결문이 이렇다면 지 부장판사 역시 윤 전 대통령과 같은 현실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더욱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중차대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감경 사유로 제시한 것들이었다. 내란 행위가 좌절된 것이 윤 전 대통령 일당이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었다. 이런 판단은 이진관 부장판사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23년형을 선고하면서 국민들의 저항, 군인과 경찰 등의 소극적 대처가 이유였다고 판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계엄을 저지한 우리 국민 모두를 국내외 정치학자들이 지난달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도 이런 인식에 근거하고 있는데 내란 일당과 지 부장판사는 가해자들이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했다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가해자 인식’이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유튜브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 “재판 내용을 들으며 가장 혼란스럽고 놀라웠던 것은 재판의 진정한 주체인 국민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고, 윤 전 대통령에게 왜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고 오히려 인권을 제한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려 했는지를 엄정하게 따졌어야 했는데 그 대목은 슬쩍 넘어가고 엉뚱하게도 4세기 전 영국 왕 찰스 1세 얘기로 빠졌던 것도 문제였다.
"너무 계획이 허술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점, 올해 65세로 비교적 고령이며 장기간 공직에 복무"한 점을 정상 참작 사유로 든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 부장판사가 판결문 요지를 낭독하며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고, 윤 전 대통령과만 얘기를 나누고 그의 이해를 구하려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은 내란범에 대한 사면 금지 법안의 필요성, 전담재판부가 왜 필요한지, 윤 전 대통령과 다른 중요 임무 종사자들의 내란 계획 공모 여부를 철저하게 규명하기 위한 2차 종합특검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사면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 임병선 기자 >

내란 인정했지만 '정상 참작' 사유 많다?
지귀연 재판부 ''내란죄 최소화' 이상한 논고
"불가피한 계엄발동이나 처벌은 불가피" 결론?
최고위 공무원의 책무 배반을 감경 사유로 들어
판단할 건 하지 않고, 할 필요 없는 것은 판단
대한민국 현대사, 헌법에 대한 이해 부족 드러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판결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내란임은 인정되지만 ‘경미한 내란’이었다는 것이다. 내란은 분명하지만 정상 참작할 사유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읽어내린 선고 이유는 형식적으로는 공소사실을 거의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이었다. 특검의 구형량인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중형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인 사형과 무기징역(금고) 중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형량이니 ‘최소 형량’의 선고다. 유죄를 인정하되 그 죄의 크기는 ‘최소’로 판단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 선포 후 군을 국회에 보낸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고 형법 제91조 2호가 정한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을 결정적인 내란 판단의 이유로 제시하는 재판부의 논리는 내란죄 인정 요건의 문턱만을 간신히 넘어간 것이었다.

재판부의 결론은 단순화하자면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계엄 발동으로 다소 수긍이 가나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것쯤으로 읽힌다.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흔히 목적은 정당했으나 수단이 위법적이라는 논리로 해석되는 이 말은 이날 재판정에 난데없이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재판부의 판단의 배경을 한마디로 요약해 준 것이자,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을 자신도 모르게 고백한 것이었다.
윤석열 측이 주장한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인 '국가 위기 상황 타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대해 법원이 분명히 그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비유로써 윤석열 측의 내란 모의와 실행이 최소한 "성경을 읽는” 것과 같은 불가피한 구국의 결단의 심경이었음을 객관적 사실로서 전제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단해야 할 일을 판단하지 않는 반면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것을 판단했다. 지귀연 판사는 로마 시대와 영국 찰스왕까지 인용하며 ‘방대한 역사 지식’으로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려고 했다. 찰스 1세가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거두고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해산시키려 했다가 내전 끝에 반역죄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은 것을 장황히 ‘강의’하려 했다.
찰스 1세가 당시 재판에서 “누구의 권한으로 나를 재판하느냐”고 반발하자 재판부는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답했다는 이 역사적 사실의 인용으로써 지 판사는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하려 한 듯하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을 설명하려 한 듯하다. 그러나 500년 전 영국의 민주정체가 본격 확립되기도 전의 일, 왕권신수설의 절대왕정체제를 인용해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민주 파괴와 헌법 유린을 설명하려 한 그 논리는 대통령을 일종의 ‘절대 통치자’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군주라도 헌정 질서를 침해하면 반역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리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 드러내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통치자일지라도’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그같은 '비상한 통치자 대통령'에 의한 계엄 발동은 대통령 긴급비상 권한이라서 법원 판단이 필요 없다는 설명으로 연결됐다. 그 결과 헌법과 법률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계엄 선포 조건과 절차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재판부는 스스로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재판부는 나아가 해외 사례에 대한 검토도 했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의회 분할 구조, 임기 교차제, 의회 해산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권력 충돌을 예방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치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한 선진적이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비상계엄이 초래될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논리라도 펴고 싶었던 것인가.
재판부는 형의 감경 사유로 초범이고 인명의 살상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인다”며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폭력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내란에 과연 초범이 성립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지만, 그 점을 인정하더라도 계엄 발동 그 행위는 처음일 수 있으나 그 계엄의 준비는 누적적이며 여러 행위들의 집합이라는 점은 무시됐다. 계엄을 장기간 준비했다는 공소장의 주장을 증거 부족이라고 해 1년여 전부터 세밀하게 준비한 것은 물론이고, 계엄의 실패라기보다는 계엄의 성공을 좌절시킨 것이며, 유혈살상의 자제라기보다는 유혈사태의 저지였다는 점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은 없었다.
재판부는 또 공무원으로 오래 복무한 것이 감형의 사유가 된다고 하는 논리를 폈다. 최고권력의 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서의 책무를 정면으로 배반한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의 이유가 됐어야 할 것을 오히려 경감의 사유로 전도시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판사로서 내란 범죄를 심판하는 그에게 무엇보다 부족했던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헌법과 법률에 대한 이해였다. 계엄 조건과 절차를 헌법에 분명히 명시한 대한민국의 현대사 헌정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다. 이진관 판사가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중형 선고를 하면서 분명히 정리했던 위로부터의 내란의 치명적인 면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았다. 이진관 판사의 논리를 따르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라 그 같은 숙고 자체를 포기했던 것이 문제다. 로마와 영국사에 대한 이해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국 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는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굴절과 파란을 거치면서 이뤄진 산물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1심 선고 형량의 경중과 그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떠나 선고 이유가 분명히 드러낸 것은 내란에 대한 단죄라는 중대 재판에는 매우 미치지 못하는 재판부의 실상이었다.
< 이명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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