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안이한 양형 판단, 비판 잇따라
유죄지만 사형·무기징역 중 '법정 최저형' 선택
시민개헌넷 "시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은 판결"
참여연대 "대법원 판례 부정, '노상원 수첩'까지"
민변 "참으로 납득 안 돼…2차 특검이 더 밝혀야"
군인권센터 "윤 사형 피하려 김용현 감형, 황당"
촛불행동 "말도 안 되는 정상 참작론, 국민 우롱"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로 12·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었음을 법적으로 확인한 점은 긍정 평가하면서도 상식 밖의 안이한 감경 사유를 내놓은 점에 대해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윤석열 내란 혐의 선고공판에서 ▲장기간 마음을 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다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다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했다 ▲65세로 비교적 고령이다 등의 이유를 거론하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수괴)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기 때문에 지귀연 부장판사는 사실상 '법정 최저형'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주노총, 전국시국회의,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헌정회 등 48개 단체가 모인 시민주도 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약칭 시민개헌넷)는 논평에서 "윤석열에 대한 이번 선고는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윤석열과 내란 공범들의 헌법 파괴 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한 것이며, 더 이상 민주공화국에서 이러한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가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임을 인정했다. 내란 행위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한 내란 행위에 대한 단죄로서 당연한 판단"이라며 "다만 내란 가담자들에게 내려진 관대한 양형과 석연찮은 일부 무죄 판결 등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이번 판결은 권력자의 권한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현행 헌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이번 법원 판결로 윤석열과 그 일당들의 내란 행위에 대한 분명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내란이 완전히 종식됐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12·3 내란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된 계엄권과 국군통수권 등을 남용해 발생한 사태로, 근본적 배경에는 '제왕적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한 87년 체제의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또 다시 이번과 같은 내란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권력구조를 개편하고 시민들이 직접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개헌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12월 3일 이후 444일만에 비로소 우리는 내란을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를 달성했다. 이제는 개헌을 통해 내란의 완전한 종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회는 조속히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에 대한 논의에 앞장서라. 그것이 바로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완전히 끝내고 다시는 내란을 일으킬 수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따로 성명을 내고 "1심 선고는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역사적 단죄이자 동시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시도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계획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등 내란 과정에 대한 판단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지귀연 재판부는 내란죄를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본다면서도 초범, 고령 등 납득하기 어려운 양형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에서는 이러한 잘못들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가 국가긴급권 행사의 적합성 여부를 사법적으로 재단할 수 없고, 이번 12·3 내란처럼 군을 동원해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등 헌법이 정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해야만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한 것은 국가긴급권 행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사법심사 대상에 속한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부정한 것"이라며 "아울러 노상원이 작성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12·3 내란의 궁극적 목표가 윤석열 1인 독재 구축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은 것 또한 큰 비판 지점이다. 조은석 특검은 노상원 수첩 등에 대한 수사를 보강하고 항소해 12·3 내란의 실체를 분명히 판결문에 적시하고 피고인들에게 보다 죄질에 합당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재판부는 계엄의 계획이 전체적으로 허술했고 실패했으며, 윤석열과 김용현이 무력 사용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판단으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를 삼았다"면서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타 재판부들이 계엄이 실패로 돌아갔고 유혈사태가 없었던 것이 시민의 비폭력적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었음을 강조하며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로 인해 피고인들의 형량은 특검 구형량에 비해 상당 부분 낮게 선고됐다"고 질타했다.
결론적으로 "오늘 선고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엄정한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재판부는 앞선 구속취소 결정에 이어, 엄중한 재판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 소송 지휘와 반복된 재판 지연으로 재판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선고가 내려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점에서 역사적 재판을 맡은 사법부로서 깊은 성찰과 책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심 선고에 이르기까지 내란 세력과 분명히 단절하지 못한 국민의힘 역시 이번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타깝고 참담하다" "아직 1심 판결이니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에 대한 사죄는커녕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이 낸 세금인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인가. 내란 옹호 정당의 미래는 소멸뿐"이라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손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들을 욕보이지 말라. 모든 국민이 윤석열이 내란죄 현행범이라는 사실을 지켜봤던 목격자이자 증언자이고 피해자"라고 규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통해 "수사, 체포, 기소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국민 모두가 지켜본 명백한 내란 범죄에 대해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구속이 취소돼 내란 우두머리가 거리를 활보하는 참담한 일도,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에 무려 16차례 불출석한 일도 있었다"면서 "내란 우두머리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법원이 밝힌 '내란 계획이 치밀하지 않았다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려 했다는 점' 등의 양형 사유는 참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민변은 "비로소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1심이 선고됐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노상원의 수첩, 내란에 대한 검찰 등 국가기관의 관여, 외환에 대한 죄책 등 규명되지 않은 사실들은 새롭게 임명된 2차 특검 등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또한 내란 전담재판부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 내란·외환 범죄에 대해 사법적 단죄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정부와 국회는 12·3 내란의 진상을 보다 철저히 규명하고 내란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진정한 내란 종식을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군인권센터도 성명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왜 내란죄가 우리 형법에서 단지 행위만으로도 법정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한 범죄에 해당하는지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정작 윤석열에게는 내란 우두머리에게 적용되는 형량 중 낮은 것을 선택해 선고했다. 감형 사유는 황당하게도 고령인 점, 공직생활을 오래 했으며 초범인 점을 들었다"며 "특히 이 형량이 황당한 이유는 내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설계를 담당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범죄행위 자체를 부인한 적 없다는 점에 있다. 김용현 측은 꾸준하게 공소기각, 재판 무효를 다퉜을 뿐 국회에 군을 투입하고 국헌을 문란케 한 폭동을 일으킨 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다' '국민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몽령이다'라고 사실상 모두 인정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그러니 특검이 구형한 무기징역에서 달리 인정되지 않는 범죄행위가 있거나, 뚜렷한 감형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귀연 재판부 역시 행위와 목적 모두 존재했다고 모두 인정했다. 그럼에도 김용현에게 유기징역으로 감형해 선고한 것"이라며 "지귀연 재판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단 하나의 목적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 윤석열은 법리상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법정최고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김용현부터 순차적으로 감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촛불행동은 입장문을 내고 "조희대 사법부가 끝까지 국민을 우롱했다. 내란죄는 인정해 놓고 말도 안 되는 정상 참작론으로 양형 이유를 들었다"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은 '위로부터의 내란'을 기도하며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든 특급 범죄자이다. 그런데도 조희대 사법부는 '공직에 있었다, 고령이다, 전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해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 이번 선고는 법률이 규정한 책임을 물은 최소한의 결과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비록 절반의 승리이지만, 여기까지 온 것은 강력한 내란 청산 의지를 가진 주권자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세를 몰아 '사법내란수괴' 조희대를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며 "조희대 사법부는 내란 당시 계엄 재판부를 구성하려고 했고, 대선 개입 사법쿠데타를 비롯해 내란 재판 과정에서 온갖 법기술로 내란 단죄를 막았다.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범죄행위를 해온 것이다. 조희대를 이대로 두고서는 내란 단죄도, 사법부 개혁도 불가능하다. 국회는 더 망설일 것 없이 조희대 탄핵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행동은 토요일인 2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 김호경 기자 >
“대통령의 계엄 결정 존중돼야”…지귀연의 내란 판단, 어떻게 다른가

내란 핵심 주동자와 가담자들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줄곧 이어지면서 쟁점에 따라 재판부별로 엇갈리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내란 본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이하 지귀연 재판부)는 특히 윤 전 대통령의 항변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용한 모양새였다.
“물리력 행사 자제” vs “감경 사유 될 수 없어”
지귀연 재판부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동원할 수 있는 군경의 숫자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군경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등 체포조는 국회 경내로 진입하지 못한 채 체포 활동을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특이하게도 어떤 위험을 일으킨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은 형을 규정한다”며 위험성이 큰 내란죄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도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삼은 것이다.
“당시 국회는 회기 중이었으므로 국회에 수천명의 인원이 있어 250~280명의 병력으로 질서유지가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투입 규모가 많아지면 불안감 조성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소수의 투입 규모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군을 수만명 동원해서 과거와 같은 계엄을 한다면 모르지만, 최소한의 질서유지 병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냐. 상식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이에 반해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이하 이진관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선고에서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됐다”면서도 “이는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고 “12·3 내란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12·3 내란가담자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피해 발생이 경미했다거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유혈 사태 등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런 엄격한 해석은 ‘한덕수 징역 23년’이라는 중형 선고로 이어졌다.
“계엄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는 지귀연 재판부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상계엄 선포가 곧바로 국헌 문란 내란죄가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지귀연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거리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이에 대해 탄핵 등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족하지, 형사 책임의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절차적 요건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가 어렵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대통령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헌법상 권한으로서 그 실체적·절차적 행사 요건의 구비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대통령에게 전속하는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과 맥이 통한다.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판단이 사법심사의 영역이 아니라며 대통령의 비상대권 권한을 크게 확장하면, 여대야소 상황에선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를 추인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귀연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국무회의 심의 등 어느 정도의 절차 위반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다고 봤지만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진관 재판부는 국무회의 심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던 윤 전 대통령을 만류했고,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국무위원 소집을 독려한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계엄 선포를 위해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한 행위 자체가 내란임무종사라는 판단이었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참석했다는 서명을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로 유죄였다.
내란 가담 입증 정도는 어디까지?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외 7명의 군·경 관계자 중 김용군 전 대령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령은 2024년 10~11월 ‘부정선거 수사단’ 구성에 활용될 군사경찰 추천 명단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넘기고 그해 12월3일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해 비상계엄 계획을 공유했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노상원의 계획에 공모·가담한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김 전 대령이 비상계엄 이후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노 전 사령관과 왜 접촉했는지 진술이 일관되지 않지만 재판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술을 한다는 사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 없”으며 “부정선거 관련 수사를 할 만한 역량이 있다거나 능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무죄의 이유로 댔다.
윤 전 조정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은 뒤 이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보고해 승인받아 체포 행위에 공모·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비상계엄하 매뉴얼에 따라 합동수사단을 지원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지원 요청에 협조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하에 이뤄지는 행위임을 공유·인식하면서 이를 지원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내란 가담 증명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이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 이하 류경진 재판부)와의 판단과도 차이가 있다.
류경진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내란 행위 지시를 받은 군경 지휘관들과 소속 인원들이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사실상 지시를 거부한 점을 볼 때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도 계엄 선포와 후속 행위에 위헌·위법 요소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극적인 임무 수행으로 내란에 저항한 군경의 사례를 들며 내란 가담 혐의의 죄책을 인정한 셈이다. < 이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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