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관세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 1750억 달러 추산 환급 여부 불투명

20일(현지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수출 기업들 및 대미 협상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상호관세 무효, 그동안 낸 관세 환급 가능할까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가 무효로 선언됐기 때문에 미국 세관 당국은 상호관세를 더 이상 부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품의 경우 다른 나라들처럼 지난해 4월5일부터 ‘기본관세’ 명목으로 대부분에 10% 상호관세가 매겨졌다. 이후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잠정 타결에 따라 상호관세는 15%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협상 최종 타결에 따라 한국산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는 15%를 유지하기로 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모든 품목 관세율이 0%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부담이 가해진 것이지만 이번 판결로 더 이상 상호관세는 부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 대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 및 중국과 멕시코 상품에 대한 ‘펜타닐 관세’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펜타닐 관세’는 중국과 멕시코가 마약성 물질인 펜타닐의 미국 유입과 관련해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부과하는 관세다.
따라서 상호관세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관세의 양대 축인 품목관세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품목관세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따른 관세다. 이 관세는 미국 상무부의 안보 영향에 대한 조사를 전제로 한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15%,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의 품목관세를 매기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4월부터 25% 품목관세가 부과되다가 협상 최종 타결에 따라 15%가 적용되고 있다.
일단 판결 자체로만 보면 수출 업체들은 상당한 부담을 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부과된 상호관세 환급은 어떻게 될지 등을 두고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반적 관점에서는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면 환급해주는 게 맞지만, 연방대법원은 환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따른 미국의 전체 환급 규모가 1750억달러(약 245조원)라는 추산도 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관세 납부 주체가 미국 수입업자라는 것이다. 한국 수출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만큼을 수입업자들에게 주거나, 수출업자의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수출 가격을 깎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환급이 가능할 경우 수출 업체들이 이를 그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 관세 전문가들은 수출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실제로 전가받고 있는지에 관해 자료 등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앞으로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또 다른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판결에 반발하면서 “국제경제비상권한법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역법 제122조에 따라 전 세계의 대미 수출품에 곧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관세 부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제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등을 이유로 한 관세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대미 협상에 미칠 영향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서 주요 타깃이 되면서 3500억달러(약 507조원)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품목관세율을 각각 15%씩 적용받고 있다.
협상의 밑바탕이 됐던 상호관세가 이번 판결로 무효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지나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지난달 말, 한국 국회가 대미 투자 특별법안 처리를 지연한다는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에 대한 관세율과 상호관세율을 현재의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을 미국에 급파해 무마를 시도하고, 국회는 특별법안을 다음달 초까지 통과시키겠다며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무기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미 협상에 관해 한국의 입지가 개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를 도입하려 하고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관세율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기존 협상 결과를 바꾸기는 어렵고, 협상 전략을 눈에 띄게 수정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한 협상 결과를 놓고 “당시에는 자동차 품목관세 해결에 주안점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향이나 제3국들의 대응을 살피면서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본영 기자 >
청와대, 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국익 부합하는 방향 검토”

청와대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실망했다”며 “좋은 소식은 이 끔찍한 판결을 한 대법원 전체와 의회도 인정하고,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977년 제정)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대체 수단을 통해 전 세계에 10%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 서영지 기자 >
단속 나선 미 재무 “우리와 맺은 합의 지켜야”…‘접근 봉쇄’ 협박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각) “각국이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를 존중(honor)할 것으로 본다”며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했지만, 기존 무역 합의의 구속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232조와 301조 관세로 이동할 수 있다”며 “모두가 그들의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를 빼앗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수입을 전면 차단할 수 있는) ‘금수조치(엠바고)’를 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국가나 전체 제품군의 수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만큼, (관세보다) 더 가혹한 지렛대가 만들어진 셈”이라며 “모든 국가가 기존 합의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관세를 통한 수익 창출은 막혔더라도, 합의를 파기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아예 미국 시장 접근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6대3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비상사태 시 수입을 규제할 권한은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까지 포함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각국에 대해 동일한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다만 방식은 덜 직접적이고, 조금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환급 가능성과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관세가 환급되더라도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를 “궁극적인 기업 복지”라고 일축했다.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 김원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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