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소집으로 전국법원장 회의
법원행정처장 "숙의에 사법부 의견 반영돼야"
여당 이번 주 3법 입법 드라이브에 저항
'뾰족수' 없자 법원장회의로 반전 노린듯
노태악 대법관 후임 지난 1월 후보 압축
조 대법원장, 34일째 제청 안한 것도 문제

불법과 반헌법으로 가득 찬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제대로 된 입장 표명 하나 하지 않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해 25일 열린다.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에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공언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에 반대 의사를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들 법안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입법을 반대한다는 위력 시위를 벌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회의에 들어가며 "사법개혁 숙의 과정에 사법부 의견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선포 이후는 물론이고, 서울서부지법 난동을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고 내란 척결에 관건이 되는 사안들이 불거질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직접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한 것에 전국 법원장들이 얼마나 같은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법원장들 태도를 보면 조 대법원장의 저항에 동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번 회의가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법원 내부 의견을 모으려고 소집됐다고 24일 밝혔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 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부의한 안건에 의견을 내는 기구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으로, 법조계는 ‘판·검사 겁박법’이라며 반대한다. 재판소원제는 법원 재판을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으로, 대법원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는 헌법 제101조에 위배된다는 태도다.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선 증원 규모에 대한 반론과 함께 하급심 부실화를 우려한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수뇌부의 이런 대응은 그동안 사법부 불신을 자초한 자신들의 허물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많은 국민들이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뾰족수'를 찾지 못한 조 대법원장과 수뇌부가 전국법원장회의 소집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끝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많은 법관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9월과 12월에도 각각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대법관 증원이나 법왜곡죄 등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회의 뒤에는 법왜곡죄 신설 법안의 위헌성이 크다는 법원장들 공식 입장을 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원안 그대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렸다. 당시에도 많은 국민들은 '내란 과정에 입도 벙긋하지 않던 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선 득달같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식의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3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사법개혁 3법을 두고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며 정치권에 숙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법개혁 3법은 이런 숙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번 주 국회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앞두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24일 출근길에는 입을 꾹 다문 채, 취재진에게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아래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이번 임시회의는 개혁 입법에 맞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법원장들의 '세 과시' 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사법행정의 최고위직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은 입법부와의 대립이 아니라, 왜 국민이 이토록 강력한 사법개혁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통찰이어야 합니다. 이미 수차례 반복된 반대 입장을 공동 성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놓는 행위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와 그 국회를 구성한 주권자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집단적인 입법 저지 행동을 멈추고 개혁의 파도에 겸허히 동참해야 마땅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여기 조금의 기적')

또 한 가지,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직무를 유기하거나 지체한 사례가 있다. 3월 3일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임명 제청을 최종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지 한 달이 넘도록 미루고 있는 것이다. 노 대법관의 퇴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대법관 공백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원 안팎에서는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통상 대법관 임명 제청은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물밑 의견 조율을 거쳐 이뤄진다.
조 대법원장은 24일까지 노 대법관의 후임 최종 후보자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헌법 제104조 제2항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노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김민기(26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4명을 조희대(13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 1부를 책임지고 있는 윤성식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지명돼 상당한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법률신문이 노태악 대법관 이후 임명된 대법관들의 '최종 후보 압축일'과 '대법원장의 제청일'을 비교한 결과, 노태악 대법관 11일, 이흥구 대법관 18일, 천대엽 대법관 10일, 오경미 대법관 13일, 오석준 대법관 14일, 서경환·권영준 대법관 10일, 엄상필·신숙희 대법관 8일, 노경필·박영재·이숙연 대법관 14일이 소요됐다. 노태악 대법관 후임 후보자의 경우, 24일까지 34일이 흘렀지만 임명 제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느 대법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참 늦었다.
현재로선 귀책 사유가 청와대와 대법원장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사법개혁 3법 입법 갈등과 별개로 시급히 해소돼야 할 문제란 점도 명백하다. < 임병선 기자 >
법원장회의, 작년 재탕 수준… 사법개혁 3법 모두 반대
공론화 부족, 부작용 등 언급하며 "심각한 유감"
'사법 신뢰 위기' 인정했지만 원론적인 수준
보도자료 대부분 사법개혁 3법 우려로 채워
"대법원장도 4명만 증원"…작년 의견 그대로
민주 "신뢰 위기 인정하고도 흥정 시도하나"
"조희대가 책임 져야…거취 분명히 하길"
법 왜곡죄 수정안 상정…법사위원들 반발
"의총 1시간 전에 갑자기 수정한다고 통보"

전국 법원장들이 25일 여당의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입법 추진을 두고 "사법부의 우려 표명에도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법부 멋대로 법을 해석해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주고, 대선에 개입하려고 했던 과오에 대한 구체적인 반성은 없었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이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25일 오후 2시부터 6시 40분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박 처장을 포함해 모두 43명이 참석했다.
회의 직후 공개한 대법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원장들은 우선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음에도,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깊이 인식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대해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문제 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구속취소',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국민 법 감정과 괴리된 내란범 선고 등 사법부 스스로 불러온 '신뢰 훼손'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의 입장이었다.

대신 보도자료 대부분은 '공론화 부족' '부작용 발생' 등을 이유로 들며 사법개혁 3법에 대한 우려로 채웠다.
법원장들은 사법부가 신뢰받지 못한 데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힌 뒤, "그럼에도 사법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법원장들은 먼저,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 왜곡죄에 대해선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왜곡죄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고, 처벌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이는 재판의 신속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이는 지난해 12월 5일 전국법원장 회의 정기회의에서 나온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당시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을 싸잡아서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고,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법원장들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단 4명만 증원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 법원장 회의에서 나온 의견의 반복이다. 5개월 여만에 열린 회의에서도 전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 셈이다.
법원장들은 "상고심제도 개편과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단기간 내 다수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사실심 부실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은 현 상황에서 가능한 범위인 4인 증원을 추진하고, 사실심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지 살펴서 추가 증원을 지속적으로 논의함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송 당사자들은 반복되는 재판으로 고통받고,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 헌법재판소, 국회, 정부 등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은 법원장 회의 결과에 대해 "지금 필요한 것은 숙의가 아니라 즉각적인 사법개혁"이라고 반박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원장회의는 '공론화 부족'을 핑계로 국회 논의에 '심각한 유감'을 표했고,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온갖 '우려'와 '부작용'을 나열하며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신뢰 위기를 인정해놓고도 개혁에는 조건을 달고 흥정을 시도하는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법부가 할 일은 개혁을 늦추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특히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 첫걸음은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은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정당성도 함께 흔들린다. 사법부는 더 이상 독립성을 방패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면서 "독립은 특권이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을 전제로 한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법 왜곡죄 수정안 상정…추미애·김용민 등 반발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법 왜곡죄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사법 파괴 악법'이라며 즉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다. 법안은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뒤인 26일 오후 처리될 전망이다. 법 왜곡죄에 이어 재판소원제 도입법, 대법관 증원안 등도 같은 방식으로 순차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본회의 상정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법 왜곡죄에 대한 '위헌' 비판을 의식해 법 적용 대상을 형사재판으로 한정하고 위법 행위를 구체화 등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 당초 법사위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방침을 바꿔 수정안을 내기로 하면서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법사위원인 김용민 의원 등이 강력 반발했다.
추 의원은 의원총회 뒤 페이스북에서 글을 올리고 "법 왜곡죄를 형사재판에 한정해서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불특정다수에 피해를 야기하는 공익소송, 집단소송, 주주이해관계 소송 등에서도 법 왜곡이 우려되는데 민상사 행정소송 등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지난 12월 3일 법사위에서 통과한 법 왜곡죄는 당시 원내대표단 등과 충분히 상의해서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렇게 마련된 대안을 처리하기 직전인 오늘, 당 정책위는 법사위와 아무런 상의 없이 의총 1시간 전에 수정하기로 했다고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의총에서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법사위와 소통이 없었음을 의총에서 발언하고 수정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며 "여러 의원님들이 의견을 제시해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데, (한병도) 원내대표가 쟁점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정리하겠다고 나와 거수를 시키더니 갑자기 당론으로 결정됐다고 발표를 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의원총회에선 참석 의원의 과반을 넘는 70여 명이 수정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법 왜곡죄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가 됐는데 법원의 재판 전체에 대해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으로 추진되다가, 오늘 수정안은 형사재판에만 국한해 법 왜곡죄를 처벌하는 것으로 축소시켰다"며 "법 왜곡죄는 판사가 헌법,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는 경우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제도다. 형사판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많은 국민들이 오늘도 법원의 민사, 행정 등 판결에서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법 왜곡죄의 원조격인 독일도 형사재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재판에 대해 법 왜곡을 처벌하고 있다"면서 "(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법사위와 다시 상의해 대안을 마련하고 재수정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
‘그들만의 리그’ 전국법원장회의…조직 지킬 때만 단호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내란 위기 땐 침묵하다 개혁 저항엔 기민
사법독립이 외부 감시 막기위한 철갑인가
기득권 옹호 계속되면 개혁요구 더 거세져

조희대 사법부 출범 이후 네 차례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중 세 차례가 사법개혁 안건이었다. 국가 전체가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내란 위기로 몸살을 앓을 때도 고요함을 유지하던 사법부가, 자신들의 권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앞에서는 이토록 기민하고 단호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참으로 수상하다. 사법부가 정의하는 ‘위기’가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판단과 궤를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발의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에 대해 사법부는 일제히 ‘사법 독립 침해’를 외치고 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독립이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벽인지, 아니면 외부의 정당한 감시를 차단하기 위한 철갑인지 말이다. 사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집결하는 시점은 늘 국가의 안위보다 조직의 권위가 도전받을 때였다.
대통령의 국무회의가 중계되며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듯, 사법부 역시 독립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자 한다면 그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존엄은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 위에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밀실에 모여 ‘사법 독립’이라는 주문을 되뇌기보다 그 논의 과정을 국민 앞에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납득을 얻는 지름길이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은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결에서 나온다. 독립성 침해를 운운하기에 앞서, 사법부는 독립을 말하기에 앞서, 국민이 자신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과 기득권 옹호 관행이 계속되는 한 사법개혁의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사법의 독립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한이지, 비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은신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진정한 존엄을 되찾고자 한다면, 법원장실의 문을 닫고 모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이 흐르는 광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내란 청산 미적대면서 점점 깊어지는 세상의 죄
세상이 내게 준 죄의 무게를 느껴야

김근수 갈릴래아 편지
도대체 조희대 탄핵은 언제 할 건가
내란의 밤, 민주 시민들은 총칼과 장갑차로 무장한 반란군들을 맨몸으로 막아서며 민주주의를 지켰다. 그리고 뒷수습을 정치권에 맡기며 생업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금 내란청산은 잘 되고 있는가?
추석 전에 마친다던 내란 청산의 약속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추석을 몇 번 더 기다려야 하는가. 민주당은 조희대를 언제 탄핵할 것인가. 조희대를 탄핵할 생각이 있기는 한가.
조희대 사법부 해체는 내란 단죄와 사법 개혁의 일부이다. 조희대 사법부를 해체해야 내란 단죄와 사법 개혁이 비로소 가능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 개혁 범여권 정당은 조희대 탄핵과 내란 단죄를 빨리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민주당에게 주고 싶은 말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특권과 호의를 잃을까 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유혹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2023.2.4).
판사 개인이 악한 건가, 판사 집단 전체가 악한 건가
“검사는 뇌물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어느 집회에서 울려퍼지던 노래 가사 중 하나다. ‘판사는 재판을 개판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 노래 가사도 어디 있지 않을까? 지귀연의 윤석열 1심 판결문을 듣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윤석열 내란은 성경 읽으려고 촛불을 훔친 것이 아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은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장기집권을 꿈꾸지 않았던가. 다시는 이 땅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례를 만들기 위해 지귀연은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귀연은 신성한 법정을 실성한 법정으로 만들고 말았다.
여기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 모든 판사는 조희대나 지귀연처럼 나쁜 사람인가. 판사 하나하나는 예외없이 선하고 정의롭지만, 판사들의 집단은 악하고 불의하다는 말인가. 도덕적인 개인과 비도덕적인 사회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도덕적인 개인들만 모여서 집단을 이룬다 하더라도, 그 집단은 도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도덕적이지 않거나 사악한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다면, 그 얼마나 불의한 집단이 출현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판사들이 어쩌다 저렇게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불의한 집단이 되어버렸을까. 슬프고 또 슬프다.

우리 사회 전체의 죄 감각이 크게 사라진 이유
판사들만 사악해진 것은 아니다. 판사 검사들만 죄에 대한 감각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도 죄에 대한 감각이 크게 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죄에 대한 비통한 자각이 많이 줄어들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와 종교 안팎에 여러 원인이 있다.
1. 들키지 않은 죄는 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져 있다. 경제 범죄는 죄가 아니라는 생각도 유행하고 있다. 경제 범죄는 죄가 아니라 정당한 경제 활동의 일부라는 것이다.
2. 구조악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정치와 경제 분야의 죄를 알아내거나 뉘우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인과 경제인의 범죄는 범죄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실정이다.
3. 죄에 대한 처벌을 돈과 권력으로써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법률 장치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런 장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을 유행하게 했다.
4. 싸구려 믿음과 값싼 용서를 선전하고 팔아먹는 그리스도교의 풍토도 자기 죄에 대한 자각을 훼방하고 있다. ‘하느님이 내 죄를 용서하신다 해도, 나는 내 죄를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바람직한 태도는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5. 부자와 권력자에게 자비로운 종교 지배층의 처신은 그들이 자기 죄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회개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방해하고 있다.
6. 종교 지배층의 죄와 부패는 죄가 아닌 것처럼, 일상적인 관행처럼 통용되고 은폐되고 합리화되고 있다.
7.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방해하는 언론, 사법부, 국회의 태도가 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자기 죄 뉘우치고 세상의 죄 똑바로 보아야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누구나 자기 죄를 뉘우쳐야 한다. 동시에 세상의 죄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 내 죄도 똑바로 보아야 하고, 세상의 죄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내 죄를 보느라 세상의 죄를 못본 체 하면 안된다. 세상의 죄를 보느라 내 죄를 못본 체 하면 안된다.
내 죄를 보면서, 세상의 죄를 증가시킨 나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세상의 죄를 보면서, 내게 영향을 준 세상의 죄 무게를 느껴야 한다. 남들은 내 죄 때문에 고통받고 있고, 나는 남들의 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왜 자기 죄를 반성하고 뉘우쳐야 한다고 설교하는 사람은 훌륭한 인간이라고 칭찬받고, 세상의 악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은 빨갱이라고 비난받는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남에게 기꺼이 해주고 싶은데, 나 자신에게 그 말은 필요 없는가.
“사람은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창세기 3,19). 라틴어 humus는 ‘흙’, 라틴어 humanus는 ‘인간의’ ‘인간적인’이란 뜻이다. 인간과 흙은 단어뿐 아니라 존재로 연결되어 있다.
흙에 불과한 인간들이 뭐 그리 죄도 많고 욕심도 많은가. 착하게 살자. 오늘은 너, 내일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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