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권한법 근거로 관세 부과대통령의 권한 넘어선 것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대법원의 전경이 보인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각) 판단함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와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보수 우위(6대3) 구도의 대법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제동을 건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무역 파트너들에게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조지 W. 부시 대통령 지명)은 다수의견에서 “의회가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더라도, 이는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 제1조 8항이 과세·관세 권한을 의회에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판례를 인용해 ‘관세는 매우 명백히 조세권의 한 갈래’라고도 강조했다. 다수 의견에는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에 대법원장 및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1기 트럼프 대통령 지명), 에이미 코니 배럿(1기 트럼프 대통령 지명) 대법관 등이 가담했다.

 

대법원은 “비상경제권한법 반세기 역사상 어느 대통령도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주장한 권한은 “범위·규모에 있어 전례 없는 확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중대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적용해,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권한은 의회의 ‘명확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진보 대법관 3명은 “중대 질문 원칙 적용은 불필요하며 일반적인 법령 해석만으로 충분히 위법 결론에 이른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로 무효가 된 것은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본 10%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차등 적용한 상호관세’와 ‘펜타닐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이후 인상)를 부과한 관세’ 등 두 범주의 관세다.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근거로 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이번 판결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브렛 캐버노(1기 트럼프 대통령 지명), 클래런스 토머스(조지 H. W. 부시 대통령 지명), 새뮤얼 얼리토(조지 W. 부시 대통령 지명) 대법관 등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관세는 수입을 규제하는 전통적인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를 환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다수 의견서는 이미 징수된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어떻게 환급할 것인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비용이 이미 소비자에게 전가된 상황에서 환급 절차는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체결된 수조 달러 규모의 무역 협정들 역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관세 환급 문제는 향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관세로 약 1300억 달러(약 188조원) 이상이 징수됐다. 로이터 의뢰로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모형(PWBM)이 추산한 결과 환급 대상은 최대 1750억 달러(약 25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7년 제정된 비상경제권한법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경우 외국과의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마약 유입과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지난해 4월 이른바 ‘해방의 날’ 발표를 통해 전 세계 교역 상대국에 최소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일부 국가와 품목에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판결 직후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달러지수는 일시 하락했다가 회복했고,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소폭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부정적 판결 가능성이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돼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의회의 통상 권한을 회복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불공정 무역에 맞설 행정부의 수단을 제약했다”고 반발했다. 백악관은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엔비시(NBC)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측근들에게 “불명예스러운(Disgrace)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로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체계는 법적 기반을 상실하게 됐다. 다만 철강·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률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는 이번 판결의 직접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1974년 무역법 등 다른 법률을 활용해 관세 부과 시도를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되던 관세 카드가 제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주요 교역국과 진행해온 양자 협상도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모든 방법 동원해 더 걷을 것”…‘전 세계 10% 관세’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10% 관세 부과안에 전격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방금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든 국가에 대한 글로벌 10% 관세안에 서명했다”며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실제 서명까지 마쳤다고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올린 글에서 “매우 합당하고 적절한 관세 방식을 반대한 대법원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그들의 결정은 터무니없었지만, 이제 조정 과정이 시작되며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같은 날 미국 연방대법원이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직후 나왔다.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대법원 결정은 틀렸다”고 반발하며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대체 수단으로 거론했다. 이번 글로벌 10% 관세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다. 해당 조항은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150일을 초과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무역법 122조 관세가 한시적이라는 점, 232조 및 301조 절차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전 세계를 일괄 대상으로 하는 10% 관세는 동맹국까지 포함하는 조치여서, 외교·안보 지형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 김원철 기자 >

 

미, ‘150일 한시 10% 관세’ 24일 발효…핵심광물·자동차·의약품 등 제외

 

 
 
2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에서 컨테이너선을 적재한 선박들 위로 하역용 크레인이 서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10% ‘임시 관세’가 미 동부시간 24일 0시 1분(한국시각 24일 오후 2시)부터 발효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번 조치는 150일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국제수지 불균형 시정과 무역관계 재조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권한을 활용해 미국을 차별하는 외국의 행위·정책·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라고도 지시했다.

 

이날 백악관이 배포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74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일정 기간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직후 단행됐다. 백악관은 “대법원의 실망스러운 결정에도 불구하고 관세는 미국의 경제·국가안보 이익을 보호하는 핵심 수단으로 계속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관세 부과 예외 품목도 광범위하게 지정했다. 핵심 광물 및 에너지, 미국 내에서 재배·채굴·생산이 불가능하거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및 비료가 제외됐다. 소고기·토마토·오렌지 등 일부 농산물과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 일부 경·중·대형 트럭, 버스 및 관련 부품 등도 제외됐다. 기존 상호관세 면제 대상 품목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또는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관세 부과 대상,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요건을 충족하는 캐나다·멕시코산 제품 등도 제외됐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미국의 구조적 국제수지 적자를 들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2024년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는 1조2000억 달러로, 바이든 행정부 기간 동안 40% 이상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국제수지 문제를 방치할 경우 재정조달 능력 약화, 투자자 신뢰 훼손, 금융시장 불안, 경제·국가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향후 관세 부과의 국내 법적 권한은 달라질 수 있지만, 관세와 무역합의를 병행해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시장 접근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호무역협정은 계속 존중할 것이며, 교역 상대국도 같은 수준의 이행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김원철 기자 >

 

한겨레 김원철 기자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식날 임기를 시작한 워싱턴 특파원입니다. 열심히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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