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다양화 · 보도 독립성 강화 장치 마련
언론노조위원장 “공영방송 역사의 새로운 길을 여는 법안”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EBS, KBS, MBC 사옥의 로고. 디자인=안혜나 기자

 

1987년 방송법 제정 38년 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달라진다. 

공영방송 정치 독립을 위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 5일 오후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방송법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방송3법 가운데 첫 번째 법안인 방송법 개정안을 찬성 178표, 반대 2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주장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지난 4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 맞받았다. 

 

▲ 전국 92개 언론·시민·문화·노동단체로 이뤄진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지난 6월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방송3법 개정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사진=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제공.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
 

앞서 유사한 방송3법 개정안이 2023년 11월9일과 2024년 7월3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2번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민주당 등 야당이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이 시민참여 등을 통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여당 시절 특별다수제 법안에 반대하다가 야당이 되자 찬성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번 국면에선 구체적 대안 없이 반대만 이어갔다. 

 

5일 통과한 방송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단체를 다양화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새 방송법에 따르면 KBS 이사 수가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4명 늘어난다. 국회 교섭단체가 사실상 100% 추천권을 갖던 과거와 달리 의석 비율을 반영해 6명만 추천한다. 남은 9명은 KBS 시청자위원회가 2명, KBS의 보도·제작·기술 직종 대표성을 고려한 집단이 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3곳이 합의한 2명, 2개 변호사 단체가 각각 1명씩 2명을 추천한다. 학회와 변호사 단체 기준은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 

 

사장 선임 방식도 달라진다. KBS 사장 선임 때는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3명 이하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뽑는 특별다수제 방식을 적용한다. YTN, 연합뉴스TV 사장은 노사 합의로 구성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후보 중에서 이사회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방송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문제적 방송을 견제하는 여러 장치도 마련됐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10명의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제청으로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편성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편성 규약을 제·개정해야 한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때 편성 규약 준수 여부와 편성위 운영 및 의결 사항 준수 여부를 심사 항목으로 추가한다. 편성위를 구성하지 않거나 편성규약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 조항도 마련했다. 공영방송 3사와 보도전문채널 보도 책임자는 보도 분야 직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임명할 수 있다. 케이블TV·IPTV·위성방송도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7월 임시국회가 5일 종료되면서 방송3법 가운데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오는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8월 임시국회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등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찬 언론노조위원장은 “공영방송 역사의 새로운 길을 여는 법안이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강력한 토대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정권의 낙하산 사장은 불가능해졌다”며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정치권에 종속되지 않는 보도를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니, 제대로 보도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언론노조 구성원들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017년 이용마 전 MBC 기자가 ‘공영방송 사장을 왜 국민이 못 뽑냐’라고 외친 이후에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정되지 못했고, 두 번이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며 “이번 입법은 공영방송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정신과 취지를 입법화하는 첫 사례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이 가진 한계도 있다. 정치권 추천 몫을 줄였으나 여전히 40% 가량을 정치권이 추천하고, 그간 비공식적 관행에 따른 정치권 추천 몫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있다. 특히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에 민영 지상파방송과 지역MBC가 빠지면서 언론계의 반발도 잇따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5일 논평을 내고 “협치의 관점에서, 이번 입법이 숙의 과정 없이 속도전으로 진행된 점은 아쉽다”며 “법안을 주도한 여당 의원들도 법의 미비점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만큼, 후속 논의는 개방적인 공론장에서 투명한 절차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 박서연  금준경 기자 >

 

언론노조 “방송법 통과, 징계·해고 37년 투쟁의 성과”

민언련 “시민들이 공영방송 사장 후보 직접 뽑아 시청자 주권 강화”
언론연대 “공영방송의 의무와 책임, 재원 조성 방안 등 제도 전반 개선해야”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의 '공영방송 정상화, 방송3법 개정안 통과가 그 시작이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중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방송법 제정 38년 만에 공영방송의 정치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호찬)이 “공정방송이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좌절의 눈물을 닦아내고 징계와 해고를 무릅쓰고 누군가는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지난 언론노조 37년 투쟁의 성과”라고 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주도하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첫 번째 법안인 방송법이 찬성 178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방송법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주장하며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방송법 개정에 따라 KBS 이사 수가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나고 정치권 추천 몫이 줄어든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도입이 강제된다. KBS, MBC, EBS, YTN, 연합뉴스TV 사장을 뽑으려면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KBS의 경우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3명 이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재적 이사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뽑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 KBS, MBC, EBS, YTN, 연합뉴스TV 보도책임자는 보도 분야 직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임명하는 임명동의제도 시행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일 논평을 내고 “방송법을 포함한 방송3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단체를 다양화하여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라고 한 뒤 “더욱 중요한 성과는 시민의 품으로 공영방송을 돌려주는 역사적 전환을 이뤘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직접 뽑아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은 물론이고 시청자 주권을 강화한 것이 이번 방송3법 개정의 핵심”이라고 했다.

 

민언련은 “고 이용마 MBC 기자의 뜻을 받아 2017년 11월 국민 100명 이상을 무작위로 선발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추천하자는 시민추천제를 제안한 바 있다”며 “이제 이용마 기자의 꿈이자 민언련의 오랜 과제였던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공영방송 사장후보 국민추천위원회’가 방송3법으로 제도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방송개혁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다. 이제 특정 정치세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거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여겨 홍보수단으로 전락시켜온 구태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여전히 방송을 정권 교체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낡은 정치 세력이 있다. 방송 장악과 언론 자유 훼손에 대한 엄중한 국민의 평가를 받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그들”이라며 “방송법 개정을 특정 정당과 언론노조의 방송 장악법이라 왜곡해온 이들은 아직도 윤석열의 망상 속에 갇혀 있다. 단언컨대, 이 지독한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남은 방송법 개정에 지금이라도 동참하라. 아무말대잔치로 소중한 국회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라고 경고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번 방송법 개정이 공영방송 등 일부 방송사에만 국한된 개혁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과 편성규약 제정은 모든 언론사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무다.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내부 견제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임명동의제는 더욱 확대돼야 마땅하다. 법적 의무가 없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자본과 사주의 자유만을 앞세우는 언론사는 언론노조의 투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법안 처리 후 과제에 주목한 입장을 냈다. 언론연대는 “이번 입법이 숙의 과정 없이 속도전으로 진행된 점은 아쉽다. 법안을 주도한 여당 의원들도 법의 미비점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만큼, 후속논의는 개방적인 공론장에서 투명한 절차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며 “이사·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 논의에만 머문 것도 한계다. 현재 공영방송은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해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공적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공영방송의 의무와 책임, 재원 조성 방안, 성과 평가 체계 등 제도 전반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 박서연 기자 >

 

MBC 구성원들 “공영방송 야만적 탄압, 발붙일 수 없게 되길”

언론노조 MBC본부

“지역MBC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유감…후속 장치 마련 나설 것”

 
 
▲ 2024년 8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서울 마포구 상암MBC 1층 로비에서 진행한 ‘MBC 장악 저지’ 점심 집회 현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여권이 다수를 점해 온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다변화하고 시민의 사장 선출 과정 참여 보장이 골자인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공영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낙하산 사장도, 공영방송의 숨통을 끊으려는 야만적 탄압도, 이제 다시는 공영방송 역사에 발붙일 수 없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MBC 내부 반응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5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방송법 개정안 통과 직후 “‘방송3법’ 개정은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 동안 손대지 못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최초의 제도적 전환점이자, ‘진짜 언론개혁’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진심으로 환영하고, 오늘의 의미를 깊이 되새긴다”고 밝혔다. 김재철 전 사장 시절 ‘공정방송 사수’를 내건 170일 파업으로 해고된 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이용마 MBC 기자의 6주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가 꿈꿨던 공영방송의 지향점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날”이라는 의미도 짚었다.

 

MBC본부는 “공영방송은 오직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 그 어떤 정권도, 어떤 정당도 결코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당연한 상식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켜지지 못했다”라며 “‘이명박근혜’ 정권의 노골적인 MBC 파괴·장악 시도, 이후 헌법 파괴자·내란수괴 윤석열의 MBC 탄압과 반헌법적 단전·단수 폭거가 이어졌다.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올곧게 비판하는 공영방송 MBC가 이룬 현재의 성취는, 권력의 공영방송 말살 시도와 겁박에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투쟁한 구성원들과 이를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이 함께 이룬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방송법 하나만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운영을 규정하는 방문진법 개정안 등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나아가 “‘윤석열의 부역자’, ‘언론장악 수괴’ 이진숙이 여전히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편 역시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방송3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에 대한 석고대죄가 아닌 ‘아무 말’ 필리버스터로 자신들이 여전히 언론장악의 망상에 빠져 있음을 만천하에 고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즉각적인 ‘방송법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현 개정안은 방문진이 대주주인 MBC 본사에만 적용되기에 지역MBC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관련해 MBC본부는 “명실상부하게 공영방송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지역 MBC를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조합은 ‘방송3법’ 처리 이후 지역방송의 공영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후속 장치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 노지민 기자 >

 

KBS 구성원들, 방송법 개정에 “공영방송 정치독립 첫 페이지” 환영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년 요구 끝에 값진 결실

KBS 회복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

 
 

 

▲2025년 8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방송법 개정 관련 특보 갈무리

 

약 20년 만에 공영방송 정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KBS 내부에서 “공영방송 독립을 권력의 선한 의지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 해야한다고 20년 가까이 요구한 끝에 이룬 값진 결실”이라며 “방송법 개정으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만큼 KBS본부는 이제 공영방송 독립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 갈 것”이라는 환영 목소리가 나왔다.

 

KBS본부는 5일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며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신뢰라는 가장 큰 자산을 바탕으로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더욱 따뜻하게 담아내는 한편, 권력에 날선 비판을 서슴치 않는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KBS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법 개정 요구는 지난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사태 이후 본격화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기존 방송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로 개편해 위원장에 최측근을 앉혔다. 이후 공영방송 이사회가 법적 근거 없이 여권 다수 체제로 운영되면서 정권 교체기 공영방송 사장 해임과 낙하산 임명 중심의 방송 장악 논란이 반복돼왔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 이사회의 암묵적인 여야 7대4 구도를 끊어내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 6명(의석수 비례), 종사자 3명, 시청자위원회 2명, 학계 및 법조계 각 2명으로 다변화했다. 국민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 사장 후보 결정 시 특별다수제·결선투표제 등도 도입됐다. KBS본부는 이를 두고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지만, 더 이상 정치권이나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과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 방송편성규약 및 편성위원회 결정사항 이행 등도 의무화됐다. 관련해 KBS본부는 “낙하산 박민, 파우치 박장범 아래에서 망가진 제작 자율성을 지킬 장치도 마련됐다”고 의미를 짚었다. 그러면서 “방송법 개정에 어깃장을 놓는 세력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을 비롯해 윤석열 내란세력과 함께하는 이들”이라며 “우리는 알고 있다. 개정 방송법을 반대하는 그들이야말로 지난 윤석열 정권에서 공영방송 장악에 동조하고 부역하며 적극적으로 행동대장 노릇을 했음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번 방송법 개정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이번 방송법 개정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시작이라는 것을. 이제야말로 공영방송 정치독립의 새 역사를 쓰는 첫 페이지임을”이라며 “지난 겨울,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을 외쳤던 광장의 국민들은 이제 KBS가 진정한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이 국민의 명령으로 국회를 통과한 지금,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만드는 일은 KBS본부가 반드시 해내야 할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노지민 기자 >

 

연합뉴스TV 노조, 방송법 개정에 “역사적 전환점” 환영

사측에 “사추위 등 후속 절차 투명하게 진행할 것” 요구

 

 
 
▲연합뉴스TV 섬네일 갈무리.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연합뉴스TV 내부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편집권 독립, 그리고 보도 책임자의 전문성 확보를 통해 언론의 자율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되찾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는 환영이 나왔다. 법 개정에 따른 사측의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당부가 이뤄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TV지부는 이날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오랜 기간 왜곡되었던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오직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특정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오직 진실만을 보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뿐 아니라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및 운영,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도입을 의무화했다. 이를 두고 연합뉴스TV지부는 “방송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건강한 방송 제작 환경을 조성할 핵심 장치”라며 “연합뉴스TV 역시 이 법적 토대 위에서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나아가야 할 책무를 안게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개정된 법이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한 후속 절차가 투명하고 신속,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TV지부는 사측에 “사장추천위원회 설치는 법안 발효 후 90일 이내에 완료되어야 함을 명심하고, 앞으로의 경영진 선임 과정에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도입을 비롯해, 보도전문채널로서 경영과 편성에서 외부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즉각적으로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경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다출자자 연합뉴스와의 관계 재정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합뉴스TV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고, 연합뉴스가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까지 임명한다. 연합뉴스TV지부는 “이는 최다출자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경영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에 독립적이고 투명한 이사회로 재구성하여, 공공의 감시와 통제가 가능한 체계 구축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 정민경 기자 >

 

방송법 개정 ‘임명동의제 의무화’ YTN 내부 “의미 있는 진전”

언론노조 YTN지부 “남은 과제, 유진그룹 쫓아내고 공적 소유구조 회복”

 
 
▲2025년 8월 5일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유진그룹 퇴출'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5일 방송법 개정으로 노사 합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및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가 의무화된 YTN 내부에서 “내란 세력과 천박한 자본에 장악당한 YTN이 정상화하기 위한 또 한 번의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의 방송법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내란 세력의 방송장악 음모를 분쇄하고 언론자유를 되찾기 위한 끈질긴 투쟁으로 이뤄낸 역사적 쾌거”라고 환영했다. 애초 KBS·EBS·MBC(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선임 제도 개선 중심으로 논의되던 방송법 개정안은,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사장추천위·임명동의제가 추가되면서 YTN도 적용 대상이 됐다.

 

YTN지부는 이번 방송법 개정으로 “정치 권력과 자본 세력이 마음대로 방송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제어장치가 마련된 것”이라며 “이제 윤석열 김건희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스스로 YTN에 편파방송 낙인을 찍는 김백 같은 자들은 절대 YTN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김백과 유진그룹에 빌붙어 YTN 구성원들을 탄압하고 방송을 내란세력의 선전도구로 갖다바친 부역자들 역시 충성의 대가로 보도책임자 자리를 차지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동시에 이들은 “YTN에 남은 과제는 내란 세력과 결탁해 불법으로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한 자본 세력 유진그룹을 쫓아내고, 공적 소유구조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 주인 자격이 없다는 건 이미 지난 1년간 YTN의 방송과 경영을 철저하게 망쳐온 사실만으로도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적 소유구조를 회복하고 독립적 지배구조를 마련함으로써 YTN이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진정한 국민의 보도전문채널로 거듭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시절 YTN은 최대주주였던 공공기관인 한전KDN·한국마사회가 갑작스럽게 지분을 매각하고 유진그룹(유진이엔티)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민영화됐다. 민영화된 YTN에선 사장추천위원회와 국장 임명동의제 등이 무력화됐고, 과거 YTN 대량 해직사태를 주도했던 김백 사장이 취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대국민 사과 방송’을 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과거 보도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진 김백 사장이 지난달 28일 돌연 ‘일신상 이유’를 들어 사퇴한 바 있다.                 < 노지민 기자 >

 

 

통일교 전 간부 “2022년 2~3월 가평 천정궁에서 2차례 받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8일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 간부가 ‘권 의원에게 한학자 총재가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쇼핑백에 대선자금 명목의 현금이 담긴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윤아무개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한 총재가 기거하는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두 차례 방문해 쇼핑백을 받아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쇼핑백을 건네주는 걸 봤다”며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 절을 하고 받아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천정궁을 방문한 시점이 2022년 대선 전후라는 점에서, 권 의원에게 현금을 포함한 금품이 건네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김 여사 청탁용’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월5일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공여한 혐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윤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는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해 사용하라는 취지에서 현금 1억원을 공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혔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현금을 건넨 뒤 권 의원에게 “윤석열 후보를 위해 잘 써달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한 총재의 결정과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통일교는 교단 차원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건넸다는 1억원도 통일교 자금이라는 의심을 품고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또 한 총재를 포함한 통일교 수뇌부의 원정도박 의혹 수사 정보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핵관’(윤석열 측근 의원)도 권 의원으로 특정하고 있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통일교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고 의심한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통일교 관련 단체 주선으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났고 이를 권 의원이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통일교 쪽은 “불법적인 후원을 한 사실이 없다”며 “그 밖의 사항에 대해선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대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권 의원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앞서 권 의원은 지난 1일 “통일교와 금전 거래는 물론, 청탁이나 조직적 연계 등 그 어떤 부적절한 관계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배지현  김가윤 기자 >

 

김건희 특검, 권성동 ‘통일교에 수사정보 누설·1억 수수’ 적시

‘김건희 청탁’ 의혹 윤 전 통일교 본부장 영장
“통일교, 권성동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윤아무개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한학자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수사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언급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으로 구속영장에 적시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곧 권 의원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한겨레 취재결과 전날 구속된 윤아무개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구속영장에는 통일교 관련한 수사에 대비하라는 말을 윤 전 본부장에게 전해 준 인물로 권 의원이 적시됐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2023년 6월 통일교 관계자와 대화에서 “(검·경 수사 대비를) 누가 알려줬냐, 윤핵관이 나한테. 어머니(한 총재)께 내가 보고를 드렸지”라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2022년 6월 한 총재 등이 교단 자금으로 미국에서 600억원대 도박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수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에게 한 총재의 원정도박과 관련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적용하면서 수사 정보 등을 전달한 당사자로 권 의원을 지목해 구속영장에 적시했다고 한다. 권 의원이 윤 전 본부장에게 수사 정보를 전달한 시기는 2022년 10월로 구속영장에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특검팀은 통일교 쪽이 권 의원에게 준 불법 정치자금을 1억원대로 특정해 윤 전 본부장의 영장에 적시했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고위인사들과 공모해 각종 현안 해결을 목적으로 이 같은 금품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같은 진술을 윤 전 본부장에게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윤 전 본부장을 구속한 특검팀은 이후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권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교로부터 1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은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통일교와 금전 거래는 물론, 청탁이나 조직적 연계 등 그 어떤 부적절한 관계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 배지현  김가윤 기자 > 

 

대북송금 연루 KH그룹 배상윤 회장 최측근 녹취록
"평창동 김륜희 여사가 김건희 통해서 조희대를…"

김성태, 석방 며칠 뒤 김륜희 찾아간 흔적도 확인
"김건희, 밤에 수시로 평창동 갔다는 경찰 쪽 제보"
김륜희, 무속 관련된 듯…측근은 정재계 인맥 보유

직접 돈 주지 않았어도 모종의 로비 이뤄졌을 가능성
"김성태 주가조작" 의심도 안한 신진우 판사 판결문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보석 석방을 위해 김건희 인맥을 동원해 판사 등을 상대로 로비를 폈다는 배상윤 KH그룹 최측근의 녹취록이 확인됐다. 로비를 위해 김건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에게 20억 원이 건네진 흔적도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이어 판사를 상대로도 거액을 들여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어서 사실 확인 여부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평창동 김륜희 여사가 김건희 통해서 조희대를…"

 

5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확보한 녹취 내용을 종합하면, 조아무개 KH그룹 부회장은 지인에게 "김성태는 장기 보석으로 지난해 1월 23일 나온 건데 그것도 20억 들어간 것"이라며 "신진우 부장판사가 1년 보석 만기 안 해주기로 했던 거 평창동 김륜희 여사님이 해준 거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움직였다. 평창동 김륜희 도사에게 20억을 약속하고 김륜희가 김건희한테 얘기해서 (법원이) 풀어준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륜희는 김성태, 배상윤이 해외로 도망가기 전 발원문, 축원문 써서 기도도 해주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 부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을 위한 검찰 로비 명목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48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데 이어 김 전 회장의 보석 석방을 위해 판사 상대로도 로비를 했다는 주장을 편 것이라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23일 구속기간 만기 보석으로 석방됐다.

 

KH그룹 로비스트 조아무개 부회장과 평창동 김륜희가 주고 받은 문자. 2025.8.5.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성태, 석방 며칠 뒤 김륜희 찾아간 흔적 확인

 

조 부회장의 주장은 어디까지 검증 가능할까. <워치독>은 우선 '김륜희라는 인물을 통해 판사 로비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김륜희 씨에게 20억 원이 건네진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조 부회장의 문자 기록 ▲조 부회장이 지인에게 "김륜희는 서울 하얏트 호텔 지하 1층 식당에서 코바나 콘텐츠 관계자(실장)와 만나 김성태 석방을 위해 논의했다"고 설명한 편지 등을 확인했다. 다만 김륜희 씨가 이후 누구에게 연락해 돈을 뿌렸는지 등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조 부회장은 모두 5만원권 현금으로 지급됐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이외에도 조 부 회장은 지인에게 '김성태 전 회장이 보석 석방 며칠 뒤 김륜희 씨를 만나러갔다'고도 말했다. "2024년 1월 29일께 김성태 전 회장은 평창동 김륜희 집을 방문했고, 수행비서 박○○, 운전기사 ○종오 씨가 동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수 양수경 씨가 택시를 타고 김륜희 씨 집에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워치독>은 조 부회장이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 씨에게 2024년 1월 말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길○○" 이라는 내용의 김륜희 거주지 추정 주소를 보낸 문자 메시지도 확보했다. 수행비서 박 씨는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를 돕다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고 알려진 인물로 김 전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해왔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65) 부인 김건희(53) 씨가 21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6.3 [공동취재] 연합

 

"김건희, 밤에 수시로 평창동 갔다는 경찰 쪽 제보"

 

'판사 로비를 위해 김건희 쪽을 접촉했다'는 김륜희라는 인물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살며, 무속과도 관련됐다는 것 외에 지금까지 세간에 잘 알려진 적이 없다. 다만 김륜희 씨 측근 인사가 정재계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보유하고 가수 양수경 씨와의 교류한 흔적 등은 인터넷 기록 등으로 확인된다. 양수경 씨는 KH그룹 계열사 엔터테인먼트 소속이기도 하다. 김건희를 오랫동안 추적한 최재영 목사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김건희가 밤에 서울 평창동에 자주 갔다는 소문을 경찰 쪽 통해 들은 적 있다. 다만, 김륜희라는 인물을 만나러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워치독>은 김륜희 씨에게 전화해 ▲김성태 구명 로비 시도 여부와 이유 ▲김성태와 조○○ KH그룹 부회장 과의 관계 등을 물었지만 김 씨는 "내가 김성태 구명로비를 왜 하냐. 김성태와 조○○ 부회장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김 씨가 조 부회장 등과 나눈 문자 메시지 등을 보면, 김 씨는 조 부회장과 여러차례 문자를 교환하고 따로 만난 사실도 있기 때문에 해명의 신빙성은 떨어진다. 김성태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 씨는 <워치독>의 답변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800만 달러 대북송금 및 5개 비상장회사 자금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2. 연합

 

"김성태 주가조작" 의심도 안한 신진우 판사 판결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장을 맡은 신진우 부장판사(판결 당시 수원지법 형사11부)가 실제 로비의 영향을 받아 판결에 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법조계에선 신진우 판사에게 돈이 직접 전달됐다기보다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통해서 모종의 로비가 벌어진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편이다. 대북송금 사건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워치독>에 "신진우가 꿈쩍을 하지 않아 조희대가 나섰다는 풍문이 법조계에 돈 적 있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년 근무를 채워서 인사교체 대상이었던 신진우 수원지법 형사합의 11부 재판장을 지난해 2월 그대로 유임시켜 대북송금 재판을 마무리 하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윤석열이 흠결이 있는 인물을 써야 자기 말 잘 듣는다고 조희대를 대법원장 임명한 것도 이유가 있겠네요"라는 지인의 문자에 윤석열 내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지귀연 판사가 "긍께(그러니까)"라고 답하는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로비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신 판사의 판결문에는 여러모로 무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쌍방울그룹이 북한 고위 관계자를 접촉해 대북사업을 명목으로 주가를 조작하려 한다"는 국정원 문건 내용에 대해 신 판사는 "신빙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배척하고, "김성태는 국내 기업의 CEO 인데 주가조작만을 위해 대북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을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썼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주가조작 범죄 경력은 인터넷 포털 뉴스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통화 당시에 대해 법정에서 '이재명 지사가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하다는 취지로 말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만취한 상태라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취지로 얘기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었다. 그러나 신 판사는 "만취한 상태"를 언급했던 김 전 회장의 표현은 판결문에서 누락했다.

 

2024년 7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수원지법 1심 판결 때 주요 혐의였던 자본시장법 혐의가 빠지고 특가법상 횡령 배임 등이 일반 횡령 배임으로 조정돼 신진우 판사가 특혜 판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2025.8.5. 리포액트 자료

 

검찰이 2023년 2월 3일 김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2024년 7월 김 전 회장의 1심 판결 때 자본시장법위반에 대한 판단이 빠진 점도 석연치 않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해당 혐의 변론 분리 결정을 하였다"는 설명만 짧게 하고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 김 전 회장은 특경가법상 횡령 배임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일반 횡령 배임 사건으로 낮춰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워치독>에 "김성태 같은 기업의 수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징역 1~2년 집행유예 같은 판결이 아니라, 기업 비자금을 지키는 것이다. 신진우 판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분리 판결해주고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사건을 일반 횡령 배임 사건으로 판단해준 것은 특혜 판결로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 허재현 김성진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

 

 

통일부는 “민간단체 대북접촉 성사되면 협력기금 지원 방침" 밝혀

 
                  2004년 6월 중부전선에서 고정식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국방부는 4일 “군은 오늘부터 대북 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며 “이는 군의 대비 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지금 남북 간의 제일 핵심은 신뢰”라며 “(대북 확성기 철거는)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치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6월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이후에 후속 조치 차원에서 국방부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수일 내로 철거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심리전에 사용되는 대북 확성기는 고정식과 차량에 실어 운용하는 기동식이 있는데, 이번 철거 대상은 고정식이다.

 

군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6월11일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다음날인 12일부터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부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을 뿌린 이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하면서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오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취재진과 만나 대북 고정식 확성기 철거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로 확성기 방송이 중지된 그 연장선상에서 철거 조처는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철거는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처럼 북한과 사전 협의 없이 남쪽이 먼저 결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이후 국방부 내부 논의와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선공후득’(먼저 주고 나중에 얻는다), ‘선이후난’(쉬운 것부터 먼저 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 방식으로 무너진 남북 간 신뢰를 다시 쌓겠다는 것인데 관건은 북한의 호응이다.

 

4일 장병들이 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아직까지 북한군의 다른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은 대남 확성기를 정비하는 모습들이 일부 있었고 철거하는 모습은 없었다”며 “(대남 확성기에서) 잠깐 동안 지지직 소리가 났으나 대남 방송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비 차원에서 점검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맞서 지난해 6월9일부터 방송을 재개했다. 특히 지난해 7월19일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200여개를 띄운 뒤에는 동·서부 전선에서 매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

 

한편 철거된 확성기는 2018년 방송 중단 때와 마찬가지로 인근 부대에 보관된다. < 권혁철 기자 >

 

4일 장병들이 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4일 장병들이 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4일 장병들이 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정동영 통일장관 “민간단체 대북접촉 성사되면 협력기금 지원하겠다”

4일 북민협 회장단 만나... 조계종 총무원장도 예방

 
 
정동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을 만나 “단체들의 (대북) 접촉이 재개되면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4일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을 만나 “단체들의 (대북) 접촉이 재개되면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민협 회장단을 만나 “지난해 정부와 민간, 국제기구를 통한 방식 등을 통틀어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은 경악할 만한 일이고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조차 허용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통일부가 그간 민간의 대북접촉 신청을 (남북교류협력법의 신고제 취지에 어긋나게) 허가제처럼 운영한 건 명백히 국민주권 제약이고 잘못이라 판단해 통일부의 ‘북한주민 접촉신고 처리 지침’을 폐기했다”며 “앞으로는 신고만 하고 자유롭게 만나시라”라고 권했다.

 

북민협 부회장인 최창남 ’기아대책’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접촉 불허 방침 탓에) 지금까지는 북한에 제3국 국적을 가진 활동가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인도주의적인 것은 열어준다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화답했다. 이주성 북민협 사무총장은 “앞으론 일방적으로 지원하거나 도움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전염병과 기후위기 대응 등 남과 북이 한반도에 사는 모두의 안전을 위한 협력 관계로 전환하자는 신호를 북쪽에 보내는 게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정 장관은 이에 “통일부에 (사회적 대화를 위한) ‘국민주권 대북정책 추진단’(가칭)을 상설기구로 만들어서 그간 간헐적으로 이뤄져온 정부와 민간의 소통을 상시 소통과 대화로 바꿔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북민협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여온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1999년 구성된 남북 사회문화교류단체들의 협의체로, 기아대책·어린이어깨동무·월드비전 등 6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진우 조계종 총무원장(오른쪽 셋째)을 찾아가 “공존을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남북을 다시 평화공존으로 이끄는 위대한 사상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통일부 제공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진우 조계종 총무원장을 찾아가 “공존을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남북을 다시 평화공존으로 이끄는 위대한 사상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진우 총무원장은 “금강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걸 기회로 삼아 내년쯤 남북 사찰의 공동 법회 등을 추진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5월27일 북한의 금강산 지역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권고’ 결정을 발표했다.      <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