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추천 사유가 중요…이번에 임용 안 되도 추후 인사에 활용”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추천제 마감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의 장·차관 후보자 등을 추천하는 ‘국민추천제’가 16일 오후 6시 마감되는 가운데, 전날까지 총 7만4000여 건의 추천이 접수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밝히며 “접수 마감 이후 객관적 평가를 거쳐 대상자가 선정되면 투명한 검증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는 고위급 인사를 기용할 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일부터 국민들로부터 인사 추천을 받고 있다. 장·차관 후보자를 포함해 공공기관장 등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직 후보자가 대상이며, 인사혁신처의 국민추천제 누리집, 이 대통령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전자우편 등을 통해 추천이 이뤄지고 있다.

 

강 대변인은 “인기투표가 아닌 만큼 추천 횟수는 단순한 참고 사항일 뿐”이라며 ”추천 횟수보다 추천 사유가 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부 국회의원실 등에서 조직적으로 후보자를 추천한 정황이 드러나자, 이 같은 ‘추천 늘리기’는 인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강 대변인은 이어 “추천된 인재는 이번에 임용이 되지 않더라도, 엄격한 검증을 거쳐 인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이재명 정부의 추후 인사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국민추천제를 통해 접수된 후보군에 대한 검증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을 마친 후 내각 인사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 신형철 기자 >

검찰총장-민정수석 ‘수사 직거래’ 의혹
지난해 10~11월 두 차례 김주현과 통화
통화 6일 뒤 ‘김건희 주가조작’ 무혐의
검찰총장에도 비화폰 지급 사실 첫 확인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해 8월12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심우정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검찰의 명태균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10월 비화폰으로 두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두 사람의 통화 6일 뒤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때 보안 기능이 있는 비화폰으로 검찰 수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실’과 심 총장의 ‘직거래 의혹’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총장에게까지 비화폰이 지급됐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심 총장과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10~11일 비화폰으로 두차례 통화했다. 심 총장은 지난해 10월10일 오전 8시50분께 김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12분32초동안 통화했다. 이튿날에는 김 전 수석이 오후 2시2분께 심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11분36초간 통화했다.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진 시기는 창원지검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명씨가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의 수위를 높이던 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지난해 10월18일) 전에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실제로 10월17일 검찰은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이전 검찰총장으로 일했던 한 법조인은 “검찰총장 업무를 하면서 내 개인 휴대전화를 썼을 뿐 비화폰을 지급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 전직 고검장은 “(두 사람의 비화폰 통화가) 외부에서 오해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한 것이라 그 자체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통화 시간이 짧지 않아 단순 안부보다는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청법에서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해, 대통령실과 검찰총장의 직거래를 차단해놓았다.

 

민정수석과 검찰총장의 통화가 비화폰으로 이뤄진 것 역시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는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수석 등에게 비화폰을 광범위하게 지급했고, 검찰총장에게도 처음 비화폰이 지급됐다. 비화폰은 외교·안보 등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통화를 위해 지급되는 휴대전화로 대통령경호처가 관리하는 전화기다. 일반적인 내용의 통화라면 비화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 전직 검사장은 “검찰총장에게 비화폰이 지급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이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비화폰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과의 통화에서 주로 사용되면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구상하면서 비화폰을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심 총장 쪽은 한겨레에 “(개별)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은 없다”며 “민정수석으로부터 (비화폰으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 전화를 걸었고 안부 인사와 함께 검찰 정책 및 행정과 관련한 통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총장, ‘김건희 특검’ 수사대상 될까…비화폰 통화내용에 달렸다

심우정-김주현 비화폰 통화 파문
윤 부부 공천개입 의혹 커질 때 통화
심 “검찰 정책과 행정 관련된 통화”

 
 
           심우정 검찰총장. 신소영 기자
 

심우정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비화폰으로 통화한 지난해 10월10~11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던 때였다. 이 때문에 통화 내용에 따라 두 사람이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9월30일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명씨는 지난해 10월7일 채널에이(A)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날 잡으면 한달 만에 대통령이 탄핵될 텐데 감당되겠나, 감당되면 하라”고 맞받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튿날, 명씨가 2021년 7월23일에 본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내일 오전 8시에 윤 총장님한테 전화드리면 됩니다”)를 공개하며 명씨가 ‘윤석열 사람’으로 활동했다는 증거를 내놓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실은 지난해 10월8일,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곧 윤 전 대통령이 명씨를 두번 이상 만난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실의 해명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시기는 국회 국정감사 기간이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0월11일,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혜경씨를 대검찰청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 총장과 김 전 수석의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심 총장 쪽은 김 전 수석과 “검찰 정책 및 행정과 관련한 통화”를 했다고 한겨레에 밝혔지만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수사 상황 등 민감한 사안이 아니라면 굳이 비화폰으로 통화할 이유도 없다. 심 총장이 비화폰을 사용한 것은 당시 두차례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사람의 통화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둘러싼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라면 이는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범위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태균 게이트 사건 등에 대한 조사·수사를 윤 전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이 방해했다는 의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검사장은 “당시 상황을 보면 두 사람이 명태균 수사나 김건희 여사 처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 수사에서 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혜민  배지현  강재구 기자 >

 

민주, 공수처에 심우정 고발…“한겨레 보도한 비화폰 통화 수사해야”

조국혁신당 “심 총장, 특검받아야”

 

 
 
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단장인 추미애 의원(가운데)이 16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 등을 특수직무유기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며, 심 총장과 대통령실의 ‘비화폰 통화’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16일 오전 심 총장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 간의 통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추미애 진상조사단장, 서영교 부단장, 박선원 간사 등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16일 오전 심 총장과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박세현 고검장 등을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추 단장은 “심 총장과 박 본부장, 수하 검사들이 노상원 수첩에 드러난 증거에도 불구하고 내란 수사를 하지 않고 기존 공소장을 베껴 공범들의 조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심 총장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지난해 10월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했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도 강조했다. 서 부단장은 이날 “심우정 총장이 윤석열과 비화폰으로 무슨 통화를 했을까. 그 통화 직후 김건희에 대한 주가조작 무혐의가 발표되게 됐다”며 “심 총장은 윤석열과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확실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 부단장은 “그 당시에 검찰총장이 비화폰을 가진 게 맞지 않는다”며 “그간 경호처 전 차장을 통해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려고 했는데 이 통화도 삭제하려 했을 수 있다. 추가 법적 조치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비화폰 통화’와 관련해 심 총장이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혁신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수석과 심 총장이 지난해 10월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에 윤석열의 두 심복이 비밀리에 무엇을 논의한 것이냐”며 “이 의혹은 명태균 특검(김건희 특검)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심 총장) 본인이 거취를 정하는 게 맞다. 그게 공직자로서 마지막 도리일 것”이라며 “빨리 그만두고 특검 받을 준비나 하라”고 밝혔다.

 

박은정 혁신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 총장은 비화폰을 언제 받았고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계엄 당시 비화폰으로 윤석열과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통화했다면 검찰의 내란가담과 관련해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낱낱이 수사받기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로도 이동해 방첩사령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관계자들을 내란 예비·음모 등 혐의로 고발했다.                        < 곽진산 기자 >

 

혁신당 “명태균 수사 때 민정수석과 비화폰 통화”…심우정 사퇴 요구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조국혁신당이 검찰의 명태균 수사가 본격화하던 때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두 차례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 심우정 총장이 지난해 10월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는 의혹이 나왔다”며 이렇게 촉구했다. 앞서 이날 한겨레는 검찰의 명태균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10월10~11일 심 총장이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지고 6일이 지난 17일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 권한대행은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에서 윤석열의 두 심복이 비밀리에 무엇을 논의한 건가. 그리고 하필 얼마 뒤 검찰은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 의혹은 명태균 특검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권한대행은 이어 심 총장에게 “(검찰총장) 임기가 내년 9월까지라는 알량한 규정을 내세워 자리를 지킬 요량이라면 일찌감치 꿈 깨라”며 “빨리 그만두고 특검 받을 준비나 해라”고 했다.  < 고한솔 기자 >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2024년 11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4.11.11 ⓒ 남소연
 


내란중요임무종사자들이 조만간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난다. 추가 기소로 이들의 구속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별건수사로 구속하는 것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출범을 앞둔 내란특검이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가장 먼저 구속기한 만료를 맞이할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12.3 내란사태 구속 1호'인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에 이번 달이 가기 전인 오는 27일이면 구속기한을 꽉 채운다.

다음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12월 31일 구속기소),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1월 3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1월 6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1월 8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1월 10일), 김용군 전 대령(1월 15일) 순으로 구속기한 만료가 도래한다.

내란중요임무종사자들이 풀려나면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뿐더러 진술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도 재판 자체가 혼탁해져 있는데, 주요종사자들이 풀려나면 (증인과 접촉시도 등으로 인한) 진술 오염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김용현 전 장관은 지금도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며 "풀려나면 재판 자체를 길게 끌고 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방 팀장은 김 전 장관이 지지자들을 선동할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는 "지지자들이 재판에 와서 변호인이 말할 때 박수를 치기도 한다. 풀려나면 충분히 그 걱정(지지자들 선동)이 있다"며 "거기는 (집회에) 편지도 보내는 등 적극적이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구속 상태에서도 극우집회에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이미선·정계선(헌법재판관)을 즉각 처단하자", "오직 앞만 보고 우리 후손들이 미래를 위해 더욱 힘차게 싸우자"고 편지를 보낸 바 있다.

 


6말 7초 차례로 구속기한 만료... 관계자 접촉, 재판 지연, 지지자 선동 우려
"검찰이 추가기소 해야" vs. "구속제도 악용 안돼" 의견 갈려

내란중요임무종사자들의 석방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자신의 SNS에 "검찰은 즉시 김용현을 추가기소하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김용현은 오는 6월 27일 구속 만기로, 검찰의 추가기소가 없다면 그 전에 석방될 것"이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모자라 내란의 기획자였던 김용현도 진실이 채 밝혀지기도 전에 감옥 밖으로 나오게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김용현은 감옥 안에서도 '헌법재판관을 처단하자'는 등의 망언을 쏟아내며 국가적 혼란을 부추겼던 인물"이라며 "이런 자가 석방되어 다시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면, 내란수괴 윤석열과 함께 다시 어떤 모사를 꾸며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지 모른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관저 뇌물 의혹, 민간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불출한 의혹, 군 장성 블랙리스트 의혹 등 추가기소할 건은 차고 넘친다"며 "시간이 없다. 검찰은 즉시 김용현을 추가기소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추가기소로 구속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구속제도 악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별건수사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계속 신청하고 또 발부되는 바람에 1심 단계에서만 20개월 넘게 구속됐던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가 대표 사례다. 이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형사재판은 원래 원칙이 불구속"이라며 "이것(검찰이 추가기소를 해서라도 구속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윤석열 효과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워낙 구속을 해버리고, 법원은 자판기처럼 영장을 발부해주다보니, 다들 '구속을 안 하면 이상하다'는 상황까지 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원칙상 하나로 기소하고 가급적 6개월 내에 다 끝내서 항소심으로 넘겨야 한다"며 "사실상 하나의 범죄인데, 일부만 기소해놓고 나머지 혐의를 추가기소해서 기한을 연장한다면 구속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정적으로는 내란범들을 평생 감옥에 있게 만들고 싶지만, 모든 혐의를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해서 최대 6개월 안에 끝내고, 그렇지 않으면 석방 상태로 재판받는 게 법의 취지에 맞다"고 했다.

'구속기한 만료보다는 보석으로' 검찰과 법원 움직임... 재구속, 내란특검 몫으로

12일 내란특검으로 임명된 조은석 전 감사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현재 추가기소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신, 검찰은 다른 방법으로 우려를 불식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현 전 장관 등의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구속 만기가 임박했다"며 "석방되면 회유, 압박이나 출석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의 제재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각 구속기한 만료에 앞서 실효적 조건을 고려해서 보석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즉, 구속기한 만료로 인해 아무런 조건 없이 풀어주지 말고, 만료 직전 각종 제한 규정을 둔 상태로 보증석방을 해서 증거인멸이나 공범 간 접촉 가능성 등을 줄이자는 것이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다른 예에 따라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될 것 같다"며 "일시, 조건 등은 검찰과 변호인 의견 모두 종합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른 예'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경우 이미 치료를 주요 사유로 해서 보석됐는데, 성실하게 재판에 출석하고 사건관계인과 만나서나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등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조건이 붙었다.

현실적으로 윤석열씨를 포함해 관련자들의 재구속은 공식 출범이 임박한 내란특검의 몫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수사 시작과 함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석방되는 상황은 특검에게도 좋은 환경은 아니다. 구치소에 있는 상태로 조사하는 것과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사는 것은 천지 차이다. 특별검사는 이미 진행 중인 재판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던 검사들을 직접 지휘할 수도 있다(특검법 제7조).  < 오마이 박소희 이은영기자 >

[이스라엘-이란 전  종합]    이란 최소 78명, 이스라엘 최소 3명 사망

 

 
 
14일(현지시각)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폭격을 당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쪽 현장에서 이스라엘 긴급구조대가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선제 공격하자 이란이 보복 공격으로 맞대응을 하며 두 국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은 이란에서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78명이, 이스라엘에서는 이란 공격으로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다고 밝혔다.

 

14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이란은 13일 이스라엘 공격을 받은 뒤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 등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과 수도 테헤란을 공습해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이 숨지자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다. 에이피 통신은 이란의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그들(이스라엘)이 일을 시작하고 전쟁을 일으켰다”며 보복 공격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 공세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 공군 기지 등을 타격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메라바드 국제공항 전투기 격납고가 표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 유엔(UN) 이란 대사는 지금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군 관료를 포함해 78명이 숨졌고 3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한 추가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피해를 입자 미국이 나서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은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주요 구축함의 전방 이동을 지시한 상태다. 공군 전투기도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시엔엔(CNN) 등 주요 방송 통화에서 “우리는 물론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 공격이 훌륭했다”고도 했다.

 

이란은 미국을 향한 비판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협상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과 미국은 15일 오만에서 핵 개발 중단 등을 핵심으로 하는 6차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은 합의 기회를 놓쳤지만, 또 한번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파악되거나 접수된 이스라엘 체류 우리 국민 인명 피해는 없다”며 “현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전광준 기자 >

 

트럼프-푸틴, 이스라엘-이란 문제 통화…“전쟁 끝나야”

이스라엘 공습 엇갈린 반응…푸틴 “규탄” 트럼프 “효과적”
푸틴, 우크라 협상 상황 설명…트럼프 "우크라 전쟁 끝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50분가량 전화 통화를 하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및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이 이날 아침 전화를 걸어 “생일 축하를 전했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잘 알고 있는 나라인 이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이란 관련)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고, 러시아-우크라이나에 관해선 훨씬 적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음 주에 다룰 것이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그리고 나 역시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나는 그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세한 통화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러시아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 사항을 공유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대화는 정확히 50분가량 진행됐다. 그것은 유익하고 솔직했으며, 가장 중요한 건 유용했다는 점이다”라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나눈 통화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유했다고 전했다. 또 이란 핵 문제 협상을 위해 러시아가 구상했던 계획을 재차 설명했다고도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중재할 의사가 있다며, 이란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활용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의 원칙적인 입장과 분쟁 해결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다”며 여전히 중재를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규탄하고, 갈등 고조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표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상황을 매우 위급하다고 평가했다”면서도 이란 내 핵 시설 목표물에 대한 이스라엘의 타격이 “효과적임을 인정했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했다. 그는 “복잡한 상황임에도 러시아와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고도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보도했다.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선, 푸틴 대통령은 진행 중인 포로 교환 상황을 설명하고, 이달 22일 이후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및 전사자 유해 교환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양국은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 심각한 상태의 부상자와 포로 교환 등을 합의한 뒤에도 대규모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확전 위험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란)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감소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14일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예정이었던 미국의 방공 미사일 2만여기가 이스라엘을 위해 재배치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이는 큰 타격 ”이라며 “하루에 300∼400개 드론을 마주할 때 대부분 격추되거나 경로를 벗어나지만, 일부는 뚫고 들어온다. 우리는 그(방공) 미사일에 기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의 긴장이 커져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48시간 동안 국제유가는 배럴당 7% 넘게 급등한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까운 미래에 나는 미국 쪽에 연락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숨진 이란 군 인사·핵 과학자 ‘최고위직’…이스라엘 “성공적 개막 공격”

네타냐후 “성공적 개막 공격” 자축
공습 전 정보기관 모사드 작전 주도

 
 
왼쪽부터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 알리 삼카니 전 국가안보책임자. EPA 로이터 위키피디아미디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숨진 군사 관계자와 핵 과학자들은 이란의 최고위직 인사들이다. 이스라엘은 첫 공격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것이 확인된 군 관계자 중 최고위직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이다. 2016년 6월 이란군 수장으로 임명된 그는 1980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한 베테랑 지상군 정보국장 출신이다. 그에 앞서 27년 동안 이 직책을 지낸 하산 피루자바디 후임으로, 그의 형 하산 바게리도 이란과 이라크 전쟁 중 사망한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었다.

 

숨진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2019년부터 혁명수비대 수장으로, 이란의 탄도 미사일 무기를 관리해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창설돼 중동의 이란 동맹국들을 지원하는 일을 맡아 이스라엘과 미국을 상대로 적대적 군사 행위를 주도해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19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자 그를 임명했다. 그는 미국이 2020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밖에서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데 보복을 공언해왔던 강경파다.

 

이란의 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측근이었던 알리 삼카니도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 방송 이린(IRINN)이 보도했다. 삼카니는 200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와 국방부 등에서 요직을 맡았다. 2013년부터 10년 동안 국가 안보 책임자를 지냈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에서 이란을 대표하기도 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핵 과학자 6명도 사망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란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페레이둔 아바시 이란 원자력기구 전 총장과 이슬람 아자드 대학 총장을 지낸 물리학자 모하마드 메흐디 테헤란치를 포함해 압돌하미드 미누셰르 이란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교의 원자력 공학부 학장, 아마드레자 졸파가리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교 원자력 공학부 교수, 아미르호세인 페히 테헤란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교 원자력 공학부 교수 겸 이란 원자력 기구 부소장, 핵 과학자인 모탈레블리자데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피해 사실을 반복해 전하며 이스라엘군이 “성공적인 개막 공격을 했다”며 칭찬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가 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첫 공격에 방공 목표물, 지대지 미사일 공격, 그리고 이란 고위 관리들을 무력화하는 대규모 공격이 포함됐고 매우 정확한 시기에 공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가 “(지난해 9월 무선호출기 폭발 공격으로 시작된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10일 동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고위 간부들에게 행한 일을 10분 만에 이란에 행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습을 위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주도적 참여와 지휘가 있었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란의 전략 미사일 체계 등을 손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은 성명을 내어 “세계가 이란이 핵 농축, 미사일 개발에 대한 권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 최우리 기자 >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수백발 ‘보복 발사’…“60여명 부상·1명 사망”

하메네이 “이스라엘, 심각한 실수”
외신 “미군, 이란발 미사일 요격 지원 중”
미국, 핵 협상 지속 요청…이란 거절

 
 
13일(현지시각)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
 

이란이 13일(현지시각) 수백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실질적 수도인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연기가 치솟고 폭발음이 들렸으며, 이스라엘 전역에서 60여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이란 핵 시설과 수도 테헤란을 공습해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이 숨지게 했고, 이에 이란이 보복에 나서고 있다.

 

13일 밤(현지시각) 이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공개한 직후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 이르나(IRNA)가 전했다.

 

이날 하메네이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성명을 발표해 “이스라엘 정권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으면 그 결과로 정권은 무력해질 것”이라며 “그들의 삶은 의심할 여지없이 암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슬람 공화국(이란)은 신의 은총으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을 물리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100발 미만이며 대부분 이스라엘 영토에 미치지 못하고 요격되거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루살렘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이스라엘 방송에서 방영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중부 민간인 지역 등이 피해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채널12 방송은 6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여성 1명이 부상 뒤 끝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란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레드 라인을 넘었다.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란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이후 파편이 떨어져 폭발하고 있는 모습. 텔아비브/AP 연합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로 파손된 건물 앞에서 불에 탄 차량 사이를 걷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과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자 몇시간 뒤 세예드 압둘라힘 무시비 소장을 이란군 참모총장으로, 모하마드 파크푸르 소장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으로 새로 임명하며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 등은 이란 영공에서 최소 두 대의 이스라엘 전투기와 다수의 초소형 항공기들을 이란 영공에서 격추했고 여성 조종사를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요격을 지원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과 미국 매체 액시오스 등이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즉시 떠나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액시오스에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가능성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도 15일 예정돼있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에 이란이 참석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국과의 핵 협상에 불참한다고 선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스라엘도 이란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거주하는 테헤란 인근에서 방공망이 가동되며 방공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 최우리 기자 >

 

IAEA “공습 당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 내부, 방사능 오염 발생”

내부 보호 조치로 외부 방사능 수치 이상 없어
“이란 포르도우 등 추가 피해 보고 받아”

 
 
13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 15개국이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 뉴욕/AFP 연합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중부 이스파한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 내부에서 방사성 물질 및 화학 오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 방사선 수준은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13일(현지시각)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나탄즈 핵 시설에 있는 지상 시험용 농축 시설이 파괴되었다”며 “내부적으로 방사성 물질과 화학적 오염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나탄즈의 전력 시설이 파괴되었고, 정전으로 원심분리기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방사성 물질과 화학적 오염이 발생해도 방사선 보호 조치로 관리가 가능하며, 외부 방사선 수치는 정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란 원자력 당국도 “시설의 여러 부분이 손상됐다”고 밝혔지만 방사선 수치의 증가나 화학적 오염 정도는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3일 새벽 나탄즈 핵 시설 등을 1차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몇 시간 뒤 2차 추가 공습 때 나탄즈 핵 시설 등을 추가 공습했다고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250㎞ 떨어 중부 이스파한 지역에 있는 나탄즈 핵 시설은 이란 핵 관련 시설 중 핵심으로 꼽힌다. 무기급 전환이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 온 시설로,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이 오랫 동안 주목해 온 곳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나탄즈에는 지하 우라늄농축시설(FEB)와 지상 핵연료농축시설(PEEP) 등 두 개의 농축 시설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하에는 상업적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5만대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에도 원심분리기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나탄즈 핵 시설은 최고 60%까지 우라늄 농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기 생산을 위해서는 순도 90%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지만, 이란은 60%까지 성공했고 향후 이를 90%까지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는 단기간에 무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2002년 이란 반정부단체의 폭로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왔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 나탄즈 핵 시설의 올해 1월 위성사진. 로이터 연합
13일(현지시각) 이란 방송이 촬영한 나탄즈 핵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영상 갈무리. AFP 연합
 

이스라엘은 지난해 4월 이란과의 공습을 주고받을 당시에도 나탄즈 핵 시설 인근에 배치돼있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등 주요 제거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으로 지하 시설의 손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강화 콘크리트 사용 등 외부 공격으로부터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때문에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또다른 주요 농축 시설인 ‘포르도우’와 이스파한 지역의 다른 핵 시설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다는 이란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언론은 포르도우 핵 시설에서 최소 두 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금으로써는 이들 시설 주변에서 군사 활동이 있었다는 정보 말고 그 이상의 정보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더 많은 핵 물질을 생산하고 있는 포르도우는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산 속에 매립돼있어 이스라엘의 공습만으로 파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설치돼있지만 나탄즈 핵 시설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알려져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의 상황을 평가하고, 안전과 보장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이란 현지로 (전문가들이) 출국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 최우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