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이래 처음으로 '변호사대회' 연 민변..."윤석열 파면만이 무너진 헌법질서 바로 세워"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이 급박한 사정에도 결론을 못 내리고 (탄핵 선고를) 지연시키는 이 높으신 헌법재판관님들에게 헌법은,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이 자리를 통해 하소연하고 싶다. 당신들이 헌법을 알아? 당신들이 민주주의를 알아? 헌법과 민주주의의 역사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김칠준 변호사)

인권침해감시단으로 탄핵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해온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탄핵 선고를 지연하는 헌법재판소를 규탄했다. 변호사들은 "내란 행위를 저지른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 결정만이 무너진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변호사 120여 명이 2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 모여 변호사대회를 열었다. 시민들 100여 명도 이날 변호사대회에 함께 참여했다. 민변이 변호사대회를 연 것은 1988년 결성된 이래 처음이다.

이날로 단식 13일차를 맞은 윤복남 민변 회장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지연에 대해 "1987년 헌법 개정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이래서는 안 된다"라면서 "이런 비상한 시기에 민변 변호사들이 나서서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왜 비상 계엄이 인권 침해인지, 왜 헌법재판소는 즉각 파면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시민들 입장에서 법정 바깥 최후 변론을 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김칠준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헌법과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의 결정체"

36년차 변호사로 '최후 변론'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칠준 변호사는 "요즘처럼 부끄럽고 무력하고 화가 치밀 때가 없었다. 왜 그렇겠나? 지금 나라를 온통 망쳐놓고 이 사태를 만들어가는 주범들이 대부분 법조인이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그의 외침에 변호사대회에 모인 변호사들과 시민들은 피켓을 흔들면서 환호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들에게 있어 헌법과 민주주의는 출세를 위해 공부할 때 고득점을 해야 할 시험과목에 불과하고 자리 하나 차고 나면 휴지통에 버려도 되는 하찮은 것일까"라며 "우리 헌법은 민중들의 피맺힌 독립운동과 반독재 민주화 투쟁, 그리고 5.18 민주항쟁과 6월 항쟁의 반석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의 금자탑이다. 오늘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의 결정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그 어떤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계엄이나 내란을 본질적으로 거부한다. 주권자가 헌법을 수호하라고 반헌법, 반민주 세력의 준동을 즉각 진압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 바로 헌법재판소다"라며 "헌법재판관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파수꾼의 역할을 엄중하게 수행해야 할 책무를 가진 공직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우리 헌법을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나도 법조인이지만 그 어떤 '신박한' 법리도, 신출귀몰한 법률가도,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사태가 반헌법적 민주주의 파괴 행위이자 내란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연은 그 자체로 부정의하다"라고 말했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지난해 12월 3일에 겪은 비상 계엄의 밤을 말했다. 임 변호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생인 아버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고, 이게 말이 되는 행위냐면서 외치셨다. 아파트 위로 계속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에 나머지 가족들은 벌벌 떨었고, 나도 밤새 불안과 분노에 울음을 삼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피청구인 윤석열은 2월 3일 변론 기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했지만 전국민이 받은 공포와 충격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그 어떤 사건보다 깊고 잔인했다"라면서 "전국민의 불안과 공포, 분노는 1980년 광주처럼 오래 갈 것이다.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파면만이 시민들에게 유일한 치유와 믿음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최새얀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최새얀 변호사는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을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윤석열은 언제나 시민이 아닌 권력에만 충성하는 자였으며 시민들의 삶과 안전을 무참히 짓밟았다"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헌법은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의 파면 결정이 있지 않은 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계엄을 선포해도 되는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미 조금 늦었다"면서 "단 1분이라도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장서연 변호사는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을 지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의 반헌법적 궤변에 힘을 실어주고 소수자에 대한 증오 선동을 확산시키고 이들의 적개심을 이용하는 적대와 증오의 정치를 증폭시키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시민들이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청구인' 윤석열을 즉각 파면해달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 유지영 기자 >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장서연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체포 전후해 대통령경호처를 강하게 압박한 사실 드러나

 
지난해 6월15일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에 앞서 출국 전 인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전후해 대통령경호처를 강하게 압박한 사실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비판과 반발이 거세다.

 

서울서부지검에 제출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담긴, 김 차장이 김 여사와 나눈 메시지가 지난 20일 보도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들이 나눈 대화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대화 갈무리에는 김 여사가 “브이(V·윤석열 대통령)가 염려한다” “특검법 때문에 영장 집행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김 차장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압수영장이니 체포영장이니 다 막겠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 12월9일 더불어민주당 등이 국회에서 발의한 ‘내란 특검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압수수색이 들어올 것을 염려해 나눈 대화로 보인다. 이 메시지는 김 차장이 경호처 공식 지휘 체계에 없는 김 여사의 지시를 사실상 받으면서 영장 집행을 막으려 했다는 증거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각종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보배드림 등에서 누리꾼들은 “모든 사건은 결국 김건희” “경호처가 근데 윤석열 김건희 사병이야? 몸종이냐 뭐냐” “경호를 하라고 했지 사법권까지 무시하란 소린 아닌데?”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김 여사가 경호처에 한 발언에 대한 비판도 이틀째 이어졌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 경호처 가족부 직원들에게 “총 가지고 있으면 뭐 하냐. 총 안 쏘고 뭐 했느냐” “이재명도 쏘고 나도 자결하겠다”라며 압박했다고 20일 알려졌다.

 

이에 강유정 민주당 국회의원은 20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을 “이재명 쏘고 내가 죽겠다는 미래 시제가 아니라, 왜 지금 당장 이재명 못 쏘냐? 나 죽겠다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김건희는) 권력을 잡으면 자기가 과정과 절차, 법을 활용해서 누군가 하나 죽이는 건 아주 쉬울 거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20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케이비시(KBC) ‘여의도초대석’에서 “영부인이 할 얘기냐”며 “왕조 시대 같으면 사약을 받을 일”이라고 비판했고,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긴급 구속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김 차장의 구속영장엔 피의자로 가장 먼저 윤석열의 이름이 올랐고 ‘주요 공범’이란 표현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런 자가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김 차장과 윤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했다.    < 신윤동욱 기자 >

 

계엄은 남편이 했는데…김건희는 왜 이재명을 쏘고 싶다 했나

 
지난해 9월10일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다. 대통령실 제공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대표도 쏘고 나도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건희 여사는 왜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대한 분노를 야당 대표에게 쏟아냈을까. 부정선거와 의회독재를 막겠다는 남편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에 동조한 탓일까,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줄곧 자신의 비리 의혹을 들추는 자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일까. 무엇이 됐든 민간인인 대통령 부인이 제1 야당 대표를 ‘제거해야 할 정적’으로 여기는 비정상적 상황임은 분명해졌다.

 

1월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직후 김 여사는 경호처 가족경호부 경호관들에게 ‘이재명을 죽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20일 “과장됐다”고 했지만, 경찰은 ‘총 가지고 있으면 뭐하냐.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건데’ 등 김 여사의 분노에 찬 발언들이 경호처 윗선에 보고된 사실을 확인해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구속영장 신청서에 추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경호처에 총기 사용을 지시했다는 간접 증거인 셈이다.

 

정치인이 아닌 김 여사가 남편 체포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 명을 구체적으로 찍어 분노를 쏟아낸 것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현직 대통령인 남편이 눈 앞에서 체포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부정 수준을 넘어선 정치적 발언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체포된 일차적 책임은 이 대표의 것이 아니었다. 탄핵소추와 내란죄 수사를 자초한 비상계엄 선포는 윤 대통령이 했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장기간 모의를 통해 군부를 동원하는 역할은 남편의 충암고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맡았다. 그가 남편의 망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검찰 시절 김 여사와 수백통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탄핵소추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비상계엄 선포 진짜 이유라는 의심을 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떠받든 것은 김 여사 자신이다.

 

그런데 김 여사는 이재명 대표를 극단적 적개심의 표적으로 삼았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 7월11일 김건희 여사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의실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① 이번 정권을 ‘나의 정권’으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다.

 

‘김건희 V1, 윤석열 V2’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은 상식선을 뛰어넘는다. 김 여사는 그간 “내가 정권 잡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남북문제에 좀 나설 생각” “선제적으로 대응” 등 언행으로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샀다.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집권여당 공천에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여사가 ‘목숨을 거는’ 대상은 이 대표 말고 또 있다. 조선일보다.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다”라고 말하는 김 여사 육성 녹음이 최근 공개됐다. 명태균씨가 제기한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관련 통화 녹음을 조선일보가 입수했다는 사실을 알자 ‘목숨 걸고 폐간’을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2인 공동정권 체제에서 남편의 위기는 자신의 위기이고, 남편의 정적은 곧 자신의 정적이 되는 셈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광주방송(KBC) ‘여의도초대석’에 나와 “김건희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와 모든 국정 파탄에 책임을 지고 이 사회와 격리돼야 된다”고 했다.

 

② 형사처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김 여사는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으로 남편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돋보이고 싶었다”는 굴욕적 사과를 해야 했다. 이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내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명품백 수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명태균 게이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가 연루됐거나 연루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로 대통령 부부를 압박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특검법’이 4차례 발의됐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김건희 리스크’로 맞불을 놓는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3차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며 일단 틀어막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내란죄 수사 결과에 따라 이런 버팀목이 사라질 수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남편에 이어 자신도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를 주도하는 이 대표에 대한 증오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20일 오후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김건희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주가조작 문제부터 논문까지 자기를 향해 계속해서 민주당이 공격했던 것에 대한 원한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로 들었던 줄탄핵·예산삭감 같은 “고차원 판단이 아닌 말초적, 인간적 복수심”이라는 것이다.

 

③ 남편의 12·3 비상계엄 선포 주장에 동조했을 가능성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이 대표 체포를 지시했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아직은 김 여사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았거나 모의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나의 정권’이라는 정치적 자의식, 그간 알려진 남편 장악력 등에 비춰볼 때 장기간 이뤄진 비상계엄 모의를 김 여사가 몰랐을 리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기에 170석 거대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압박은, 김 여사에겐 ‘이재명이 이끄는 거대 야당의 의회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대통령 부부를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두 사람 관계를 안다면 비상계엄 모의 과정에 김 여사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인 수사 경험이 많은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내란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9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

 

 

“윤, 비법리적 주장…헌재 만장일치 파면 확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당시 모습을 돌이키며 ‘처음에 드러냈던 자신감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을 보니 현타(현실자각)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21일 말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30년 검찰 동기’다.

 

이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기일이 11번 열렸는데 모두 참석해서 현장을 다 지켜봤다”며 “갈 때마다 눈도 마주치고 피소추인으로서 윤 대통령이 답하는 것도 봤는데, ‘어떻게 검찰 출신으로 이렇게 비법리적인 주장을 할까’,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구성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저와 30년 동기로서 30년간 같이 검찰에서 근무했지 않느냐 “며 “무엇보다도 처음에 자신감을 보이다가 갈수록 이렇게 얼굴에 약간 자신감이 떨어지는 걸 봤다. (파면에 대한) 현타가 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확신한다. 그 이유는 첫째, 국민들의 파면 여론이 거의 60% 정도 된다. 둘째, 헌법재판관들 대부분 판사 생활을 20년 넘게 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기각 의견을 쓸 수 없다. 셋째, 만일 1억분의 1이라고 기각한다면 계엄 면허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파면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자 >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내란 동조 등 적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다고 21일 밝혔다. 민주당 공보국은 이날 “오후2시 야5당이 국회 본청 의안과에 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탄핵안에는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을 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 준수 의무를 어긴 것이란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탄핵안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던 회의장에서 국가비상입법기구라 적힌 쪽지를 건네 받는 등 당시 비상계엄에 동조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민주당 법률위원회로부터 뇌물 및 공갈 혐의로 고발됐다. 법률위는 최 대행이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된 범죄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 고한솔 기자 >

 

민주 “최상목, 최순실 게이트 가담…뇌물·공갈 혐의 고발”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1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민원실 앞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고발장 제출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뇌물죄와 공갈죄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민원실에 이런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하며 공수처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법률위 소속인 박균택·박희승·이성윤 의원 등은 고발장 접수 전 기자회견을 열어 “최 권한대행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적극 가담하였던 자로서 행정부의 책임자로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최 권한대행의 뇌물죄와 공갈죄 혐의를 국민의 이름으로 고발하고자 한다”고 혐의와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최 권한대행이 2015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관여한 미르재단 설립 관련 범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법률위가 구체적으로 명시한 혐의는 △최 권한대행이 미르재단 설립을 목적으로 박근혜 및 당시 청와대 수석 안종범과 공모해 16개 그룹으로부터 총 486억원의 출연금 공여를 받은 사실 △최 권한대행이 미르재단 설립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에게 ‘아직까지도 출연 약정을 하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을 달라’고 화를 내며 출연금 모집을 독촉했다는 점 등이다.

 

법률위는 “이렇듯 최상목의 범죄 혐의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석열 검사 등은 자의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해 최상목을 기소하지 않았다. 최상목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다. < 기민도 기자 >

 

최상목 “헌재 결정 존중해달라”…본인은 20일째 무시하며

‘마은혁 임명 안 한 건 국회 권한 침해’
헌법재판소 결정 20일째 뭉개
야당·누리꾼 “유체이탈” “후안무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국민 메시지’가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작 최 권한대행 자신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는 등 위헌적 행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 권한대행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헌재의 중요 결정을 앞두고 탄핵 찬반 양측 간 갈등이 격화하며, 돌발 사고와 물리적 충돌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 주실 것을 국민들께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뒤 있을 극단적 혼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승복을 당부한 것이다.

 

문제는 헌재 결정을 거부하고 있는 당사자인 최 권한대행이 과연 국민을 상대로 헌재 결정에 따르라고 당부할 자격이 있느냐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국회가 선출한 마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 권한 침해’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최 권한대행은 20일째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헌재법은 권한쟁의심판·헌법소원 사건 등의 헌재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에 기속(강제 적용)된다”고 규정하며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헌법상 원칙과 위헌성을 강조했다.

 

야당에서는 ‘후안무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른 사람에게 호소할 때는 본인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본인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결과를 따를 것을 요청하는 것이 호소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며 “최 권한대행은 후안무치한 언행으로 더 이상 국민감정을 해치지 말고 즉시 마 후보자 임명부터 하라”고 밝혔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재 결정을 수용해 마 후보자나 빨리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관련 기사 링크와 함께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당신은?”이라 되물으며 “걸어 다니는 위헌, 살아 있는 위헌이 할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내로남불 일타강사”라고 비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은 “헌재 결정을 존중 안 하는 사람이 누구인데, 유체이탈 화법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자기 일은 남의 일처럼, 남의 일은 자기 일처럼, 대단히 뻔뻔하다”, “어이가 없음이 하늘을 찌른다”는 등의 반응도 나왔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