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12.3.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52) 씨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의뢰·지시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니라며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김 씨가 통일교 교단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일명 '브이제로'(V0)라고 불린 김 씨는 주가조작과 관련자 모두가 법정 앞에 섰을 때 유일하게 예외였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우자였던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영부인이 된 뒤에는 각종 특혜성 조사까지 받으면서 사법 시스템을 사실상 농락했지만, 법원은 면죄부를 줬다.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어떠한 단죄도 이뤄지지 않은 점은 향후에도 비슷한 범죄를 사회적으로 묵인할 여지를 줬다.
형벌에 차별없다면서 도이치모터스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무상여론조사 수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이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5년,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 4864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형벌에 등급은 없다) 그리고 추물이불양(趣物而不兩·사물을 대할 때 둘로 나누어 차별하지 아니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법에 적용에는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불분명할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일반 원칙도 피고인이 권력자라 하여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누어 적용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錢主·돈줄)'인 손아무개 씨에 대해 유죄(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를 인정한 것보다 훨씬 관대한 판단이었다.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2026.1.28. 연합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 등 크게 3가지로 공소사실을 나눴다.
재판부는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과 관련 "피고인(김건희)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 김 씨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식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가조작 세력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선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면서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직접 알려준 바가 있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없어서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통정매매라고 보기 위해선 그것을 통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한 외관을 형성해야 하고 행위자에게 그러한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를 블랙펄인베스트에 넘겨주려는 목적으로 매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일 뿐,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블랙펄인베스트에서 시세조종에 협력할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상대방을 섭외하는 등의 업무를 한 것에 대한 블록딜 수수료 4200만 원가량을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피고인이 블랙펄와 공모 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공모 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 즉 거래 상대방으로 취급됐기 때문으로, 이는 공모 관계에 있지 아니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블랙펄인베스트가 수익금 정산을 할 때, 주가조작에 이용한 다른 계좌에서 나온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김 씨의 계좌에서만 차익 계산을 한 것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6.1.28. 연합
재판부는 공소시효와 관련해서도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등에 대해선 "각 2021년 1월 13일 및 2021년 3월 30일에 10년의 공소시효가 도과됐다"며, 나머지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범죄 증명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도 "대가성 없어" 무죄
재판부는 김 씨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 7000여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아본 후,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 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피고인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영선이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가기는 한다"면서도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이를 두고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과 미래한국연구소 또는 그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인 피엔알(PNR) 사이에 여론조사 관련해 계약서 등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 부부는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받는 상대방들 중 하나였을 뿐 여론조사 결과가 전속적으로 귀속되는 주체였다고 평가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선거 관련한 상담 및 조언을 했다고 여론조사 비용 상당액의 이익을 피고인 부부가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해서도 "(명태균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지방자치단체 관련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의 상당한 금원을 지급받아 이를 여론조사 비용에 충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씨에게 비용 청구를 위해 작성한 엑셀파일에 대해서도 "엑셀 파일은 명태균이 자신이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고 정치 판세를 분석하면서 선거에 도움을 주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청구하려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서도 윤석열과 명태균의 통화 등에서 공천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을 약속받은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실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에 의하여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4.11.8. 연합
샤넬백 2개 중 1개만 인정하는 기괴함
재판부는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에게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000만 원 상당의 명품을 받고 통일교 청탁을 들어준 데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샤넬백 수수에 대해선 "피고인은 7월 5일 가방을 교부받을 당시 통일교의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샤넬 가방 등을 교부받은 것은 알선의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선 김 씨 측에서 부인하지만 "전성배(건진법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청탁에 대한 알선의 대가 및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박았다.
다만 김 씨가 수수한 샤넬백 2개 중 1개만 청탁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2022년 4월 7일경 802만 원 샤넬 가방 등 수수 관련해 그 수수 사실은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고 이를 보강하는 증거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직전인 2022년 3월 30일경 피고인이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윤영호는 피고인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는 의례적인 표현이고 그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 양형 판단과 관련,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과 연결성이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솔선수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국민에 대해 반면교사가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은 다반사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면서 "청탁이 결부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물건을 두르지 않고도 검소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와 같은 금품의 수수를 피고인이 먼저 요구한 바는 없다"면서 "뒤늦게나마 가방 등을 공여받은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일부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들은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며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한다고 했다. 몰수가 불가능한 천수삼 농축차와 샤넬백 등에 대해선 1281만 5000원을 추징한다고 했다.
이날 김 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현정사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는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러나 구형에 크데 미치지 못하면서 정치권에선 곧바로 "해괴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도 함께 나왔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브이 제로'라 불리며 국정을 좌우한 김건희 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며 "내란으로 민주주의를 흔들고 사익으로 국정을 망친 죗값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하나의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가 아니고, 또 다른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라는 해괴한 판례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며 "정의로운 심판을 위한 특검의 즉각 항소가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판결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봐주기의 결과"라며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의원도 "김건희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성역이라도 되는냐"며 "법원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개혁을 서둘러 완수해야겠다"고 했다.
특검은 선고 직후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부가 "범죄증명이 없다"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며 특검에 '완패' 판정을 한 데 대해 수사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건희 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집단 항명하는 등 내부가 소란스러웠던 만큼,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입증이 안 됐다, 그간 뭘한 건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5.11.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한편 김 씨의 선고에 이어 이날 오후 3시에는 김 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에게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4년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오후 4시부터는 윤 전 본부장에게서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선고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은 권 의원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 김성진 기자 >
김태훈 대전고검장 "김건희 1심 주가조작 무죄는 부당 판결"
"공범 판결서 통정매매 가담 인정…시효 지났다는 판단도 판례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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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검경 합수본 김태훈 본부장 (서울=연합) =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 김태훈 본부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8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초기에 수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을 수사해 구속 기소 한 1차 수사팀 일원으로서 이번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고검장은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고도 주가조작 공동정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은 기존 판결 취지, 공동정범·포괄일죄 관련 법리에 비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오수 등 공범들의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김건희가 블랙펄에 제공한 20억원이 블랙펄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함에 있어 주요 자금으로 이용됐음이 기존 판결에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김 고검장은 또 "포괄일죄에 일부만 가담한 공범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의 범행 종료 시기가 아닌 가담한 포괄일죄 범행의 종료 시부터 공소시효가 기산된다"며 "그럼에도 2010년 10월∼2011년 1월 행위를 분리해 시효가 도과됐다고 판단한 것은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일죄란 범죄의 수가 한 개인가 여러 개인가를 따지는 문제에 해당하는 형법 내용으로,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이루는 경우를 말한다.
공동정범은 범죄를 단독으로 실행하는지 공동으로 실행하는지의 문제에 해당하는 형법 내용으로, 형법상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하는 것이다.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아울러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돼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례는 보고 있다.
김 고검장은 2021∼2022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를 지내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수사팀'을 지휘했다.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달 초 출범한 정교유착 합동수사본부의 본부장도 맡고 있다.
김건희 1심 선고공판 (서울=연합)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2026.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물품을 전달받은 혐의만 일부 유죄로 봤다. < 박재현 이밝음 기자 >
“권성동, 통일교 영향력 확대 도와”…법원 ‘정교유착’ 인정
경찰이 정치권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1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입구가 적막하다. 연합
법원이 통일교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권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나란히 유죄를 선고하면서, 통일교와 정치권의 ‘정교유착’을 인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통일교 쪽이 요청한 사항들이 실현되었는지와 무관하게 이 사건 범행 자체만으로 국가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침해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기 위해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와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 해결을 대가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이 금품을 구입하기 위해 통일교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으로부터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미국 원정 도박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입수하고 통일교의 회계 프로그램 자료 등을 삭제·조작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선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의 ‘부당 거래’를 통일교의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정교유착’ 성격의 범죄로 규정했다. 실제 권 의원이 정치자금을 대가로 윤 전 본부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면담시켜주는 등 통일교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자금력을 앞세워 대통령의 최측근 배우자인 김건희와 권 의원에게 고액의 금품을 제공하려고 통일교 자금을 횡령했다”며 “이는 금권의 영향력을 배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의 입법 목적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밝혔다.
권 의원의 수수 금액이 1억원으로 적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은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청렴의 의무가 규정된 유일한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해 국민의 기대와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권 의원은 15년간 검사로, 16년간 국회의원으로 재직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법률 전문가로 법적 의미를 잘 알았을 것”이라며 “죄명이 명확해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반성의 기미가 없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에게 선고된 형량은 이날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여사의 형량(징역 1년8개월)보다도 높다.
다만 재판부는 권 의원이 윤 전 본부장에게 한 총재에 대한 경찰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혐의와 관련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특검법의 수사 범위에서 벗어나는 ‘위법한 수사 개시’라며 공소를 기각했다.
권 의원 쪽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해 이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