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25%로 인상 발언 하루만에
또 협상과 대화 여지 열어두려는 의도


중앙 1면 "세 번 경고 정부·국회 묵살"
외신들은 "다른 나라 겁박하는 효과"

조약 아닌 팩트시트와 MOU 이뤄져
"대법원 판결이 궁극적인 변수" 중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자료사진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들에 대한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협상과 대화 여지를 열어두려는 한 발 물러선 발언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이라고 답한 뒤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 with South Korea)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식으로 협상을 벌일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적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지원사격을 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은 한국 측에서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05조원)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을 전제로 관세를 15%로 되돌렸다. 두 나라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는 15%로 낮춰졌지만, 투자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는데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여권은 다음달 법안 심사에 착수하면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무역 합의 비준이 우선"이라며 법안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캐나다에 머물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으로 떠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일의 배경으로 미국 정치권의 압박을 유추하는 이들도 있다. 연방 하원 법사위 공화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포스트를 공유하며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미국 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정부가 최근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불안을 이유로 연 200억달러 규모 투자 집행 시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일보는 28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국의 입법에 대한 공개적 우려 표명,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공식 서한 발송에 이어 J D 밴스 미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등 세 차례 미국이 경고했는데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를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국회가 나름의 속도 조절을 통해 입법 통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마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 당국자들에게 왜 트집 잡힐 짓을 했느냐고 책망하는 식이다.

 

 

영국 BBC는 트럼프가 한 발 물러선 포스트를 내놓기 전 분석 기사를 통해 그의 관세 인상 위협이 실제로 이행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계획에 반대하는 유럽의 무역 파트너들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가 최근 원상 복구한 예를 들었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주식 연구 책임자 데런 네이선은 "서울에서 워싱턴으로 대표단이 이동 중인 가운데 시장은 이번 최신 변화를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들어 외교 정책을 실행하는 지렛대로 관세를 자주 사용해 왔다. 지난 24일 그는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26일 중국 관리들은 캐나다와의 '전략적 동반자' 협정이 다른 국가들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며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 관리들이 미국 측에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 전에는 트럼프가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 그린란드를 점령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반대하는 8개 나라에 수입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트럼프는 나중에 그린란드 관련 관세 위협에서 "미래 합의"를 향한 진전을 이유로 물러섰지만, 이 일은 덴마크 및 다른 NATO 동맹국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다.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포스트 때문에 수출 길이 막힌 듯이 이 사진을 분석 기사에 맞물렸다. 평택 연합
 

다른 외신 기사들도 간략히 살펴보겠다. 먼저 요약하자면, 공식 조약이 아닌 형태로 이뤄진 양국 합의의 불확실성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최근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관세 위협에 이어 나온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부과 권한은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발언이 지난 연말 타결된 양국의 합의를 뒤엎는 것으로 비슷한 합의를 한 나라들을 동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그의 발언이 곧바로 한국 정부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양국 무역 협정이 공식 조약이 아닌 팩트시트와 상호양해각서(MOU)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전에도 다른 나라들이 합의사항을 신속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 당국자는 유럽연합(EU)을 향해 "좀 느리다"고 비난했다. FT는 또 트럼프의 메시지가 최근 유럽 국가들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격동의 한 주를 보낸 직후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날의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들어 발표한 일련의 관세 위협 중 가장 최근 사례이지만, 그는 어느 관세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며 그린란드 갈등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에 위협했던 관세는 완전히 철회했다고 전했다. ‘TACO'(Trump Always Chicken Out, 트럼프는 강경 카드를 던졌다가 결국 물러난다는 월가식 표현)가 또 확인됐다는 지적이 따랐다.

 

외신들은 이와 함께 대법원 판결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짚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상호관세 등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며,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에 따라 이를 심리하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행정명령 등 대통령의 공식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해왔던 관세 관련 발언 중 다수는 법적인 도전에 직면했으며,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

 

청와대 "대미특별법 지연에 미 불만…입법노력 상세히 설명할 것"

 
"김정관-러트닉 채널 가장 중요…입법 전 투자프로젝트 사전준비 등도 고민"

"차분하게 해결책 모색…트럼프 발언, 쿠팡·온플법과는 무관"


발언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광주=연합)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7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청와대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재인상' 발언과 관련,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아 (투자 관련) 합의사항 이행이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불만은 100% 국회에서의 입법 지연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한국에서 법 심의가 끝나야 대미 투자펀드의 절차가 시작된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 미국은 그 절차가 기대보다 느리다고 생각한 것 같고, 여기서 답답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프로젝트를 빨리 가동하고 싶은 미국 측의 기대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깔려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회에는 2월에 특별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충분히 하겠다"며 "미국에도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런 노력을 한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차분히 대응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채널이다. 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예정보다 빨리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의 경우 (실무 대화 중) 관세를 올린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그러나 이는 경기를 일으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관세가 조정되려면 관보 게재 등 구체적인 작업이 있어야 한다. 우리로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실장과 산업장관 (서울=연합) =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1.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아울러 김 실장은 특별법이 통과되기 이전이라도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검토를 거치는 등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이 통과되고 나서 프로젝트를 검토하면 또 몇 달이 걸리지 않느냐"며 "법 통과 직후부터 신속하게 법 절차가 진행되도록 '대외 경제장관 회의' 등의 결의를 통해 예비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 실장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쿠팡 사태나 온라인플랫폼법안 등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를 아닌 국회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라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으로 보내온 서한 역시 (관세 문제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임형섭 황윤기 기자 >

 

‘약자 보호 입법’까지 문제 삼는 미국…노골적 간섭에 정부·국회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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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 타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을 계기로 미국 쪽이 한국의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을 재차 문제 삼으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7일(현지시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한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의 산물인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가 있다. 설명자료에는 “한국과 미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있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요구는 미국이 수년간 제기해온 것이다.

 

망 사용료 문제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외국 업체들도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처럼 에스케이텔레콤(SKT) 등 통신사들에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입법 움직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기존 법률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입법을 추진한 온라인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거래공정화법 두 갈래로 나뉜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 문제는 구글이 요구하는 초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등을 뜻한다.

 

정부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대미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쪽은 미국 기업의 부담이 늘 수 있는 입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등 플랫폼 업체 쪽에 ‘허위조작정보’ 유통 단속 의무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미국의 불만 사항이 늘었다.

 

미국이 타국의 입법 활동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무엇보다 정책적 필요에 의한 입법을 외국의 압력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절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온라인플랫폼법은 미국이 우려를 나타낸 독과점 관련 조항은 빠지고 ‘갑을관계’ 방지 조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입점업체를 주로 보호하는 내용이다 보니 배달앱·쇼핑몰이 주로 적용 대상이 되고, 결과적으로 쿠팡 등 미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한-미 관세 합의 전에는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의를 미뤘고, 관세 합의 뒤에는 ‘쿠팡 로비’라는 복병을 만난 상태다.

 

그리어 대표의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관세, 자신은 비관세 분야 협상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을 지렛대로 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정부는 조만간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협의할 예정이다.                                        < 이본영  김윤주  서영지  기민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