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급 예우를 요구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8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경찰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검 수사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상황이라 검·경 수사 과정에서는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10일 “소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특수공무집행방해)하고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한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게 12일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지난 5일에 출석하라는 요구에 불응하자 두번째 출석 요청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전날 윤 변호사는 내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필요하다면 (경찰이) 질문지를 보내면 답할 수 있다”며 서면 조사도 요구했다.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급 예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의 출석 요구에 “대선 이후 조사를 해야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진다”며 이를 거부했던 김 여사는 대선이 끝나고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입장을 바꿨다. 조만간 출범할 특검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굳이 검찰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김 여사 쪽은 검찰에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의혹과 관련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81회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명씨가 개인적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공유한 것일 뿐”이므로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공천받을 수 있도록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얻은 이익이 없고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도 없으니 뇌물이 될 수 없다”는 뜻을 검찰에 전했다.

 

통상 피의자가 3차례 출석 요청에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선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 전 검찰과 경찰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소환 조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는 듯하다”며 “검찰은 특검 전까지 할 수 있는 수사는 최대한 하려 하겠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체포를 감수하고서라도 불출석하며 탄압받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혜민  이지혜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통일 · 외교 · 국방 장관 사실상 확정 단계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인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의 1기 외교안보팀 인선이 얼개를 갖추고 있다. 대통령 취임 당일인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위성락 안보실장 임명을 직접 발표한 데 이어,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장관도 공식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확정 단계다.

 

10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쪽에 취재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통일부 장관엔 5선의 정동영 민주당 의원, 외교부 장관엔 조현 전 유엔대사, 국방부 장관엔 5선의 국방위원장 출신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확정적이다. 모두 이 대통령과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이들이다. 정권 출범 초기에 흔한 파격 발탁보다는 국정 안정에 주안점을 둔 포석이다. 당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을 포함한 미-중 전략·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에 일단 대응하며 윤석열 정부 때 흐트러진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위기 대응형 인선’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의 양대 축인 안보실장과 외교장관을 맡을 ‘위성락-조현’ 짝은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 실장이 미국·북핵 외교에서 주로 경험을 쌓았다면, 조 전 대사는 다자·통상 외교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보완 효과를 기대한 인선으로 읽힌다.

 

외교부 1·2차관을 지낸 조 전 대사는 외교부 국제경제국장과 다자외교조정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통상이 안보무기화하는 시대 조류에 조 전 대사의 이런 경력이 ‘가산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정동영 의원과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직통 연락선마저 끊겨 ‘관계 제로(0)’인 남북관계에 활로를 뚫을 사명을 받았다. 정 의원과 이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호흡을 맞추며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앞길을 닦은 경험이 있다. 이 대통령은 ‘정동영-이종석’ 짝을 선택하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대북 돌파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후보자의 임무는 대북 관계에 한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후보자를 직접 소개하며 “통상 파고 속 국익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가 국정원의 조직 역량을 최대로 활용해 대북 관계뿐만 아니라 외교, 통상, 안보 전 분야에 걸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초 안보실장 또는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런 선택을 한 데는 통상에 대한 김 전 본부장의 전문성과 특유의 ‘돌파력’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문민 국방장관’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로, 첫 국방장관 후보자로 안규백 의원을 사실상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5선 의원으로서 정치력과 국방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의원은 단기사병(방위) 출신으로 일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는 2008년부터 의정 활동을 시작해 국회 국방위에서 14년가량 활동했으며 20대 국회에서는 국방위원장을 맡아 민간인 출신으로는 드물게 ‘국방통’으로 불린다. 이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제훈 기자 >

 

 “국민의 뜻이 국정 전반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인스타그램에 글 올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식당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3대 특검으로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 국정 전반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순직해병 특검 등 3대 특검을 출범한다.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 국정 전반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재명의 오늘’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대국민 보고를 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통화를 한 사실도 ‘보고’하며 “시 주석과 양국 간 인적·문화 교류, 경제 협력 등 성과를 만들어가기로 뜻 모았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한 만큼, 긴밀히 소통하며 새로운 한중 관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중 대통령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와 관련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주시는 여사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도 밝혔다.

 

또 6·10민주항쟁 38주년을 맞은 데 대해 “숨가쁘게 흘러간 하루 역시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서 싸워주신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길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밤 ‘대통령실 시계’ 제작과 관련한 오해를 직접 바로잡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얼마 전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자연스레 시계 선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꼭 필요할까요?’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며 “이어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표하시며 대통령 선물 중 시계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제안을 경청한 끝에 의미와 실용성 모두 담을 수 있는 선물이 적합하겠다 판단해 가성비 높은 대통령 시계 제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실 수 있는 선물이 되게끔 하겠다. 기대해주셔도 좋다”며 ‘웃음’ 이모티콘을 함께 남기기도 했다.  < 엄지원 기자 >

이 대통령 재입주·국가위기관리센터 재건 시간 걸릴 수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단기간에 대통령실을 옮길 수 있는 곳은 모든 시설을 갖춘 청와대뿐이다. 2022년 8월10일 청와대 본관 앞의 모습. 박승화 선임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에 대통령실을 구비하면서 청와대에 있던 지하 벙커(국가위기관리센터)를 “뜯어 갔다”는 전언이 나왔다. 때문에 다시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해 시스템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란 예측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씨가 용산 이전을 급작스럽게 하면서 용산에도 지하 벙커가 필요했다. 주요 설비를 못 구하니까 청와대 지하 벙커를 뜯어서 갔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지하벙커 구축 1년 걸려”

 

윤 의원은 “그래서 지하 벙커를 (청와대에서 다시) 정상적으로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무엇을 뜯어갔는지 확인해 봐야 된다”며 이로 인해 청와대로 입주하기까지 걸릴 시간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참고로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지하 벙커를 구축하는 데 한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외 파병 부대 장병들과 화상 통화를 한 뒤 격려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 의원은 지하 벙커와 관련해 “엄청나게 시스템이 복잡하고 이 자리에서 다 말씀을 못 드립니다만, 대한민국의 주요 상황들을 다 관할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며 “그래서 100일 이내에 지하 벙커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느냐는 별건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청와대로의 이전에서 관건은 지하 벙커네요’라고 말하자 윤 의원은 “그렇다”라며 “경우에 따라 위기관리센터를 이원화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로 옮긴 대통령실을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다시 옮기며 ‘청와대 체제’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언론은 ‘100일 안에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대통령실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며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을 맡을 ‘청와대이전관리 티에프(TF)’를 꾸리고 ‘관리비서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냈던 이정도 전 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 송경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