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고문 사망’ 스캠 주범, 강남 학원가 마약사건 총책”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이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22일 정보위 현안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사기 범죄) 단지 한식당 이용 현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6∼7월 검거한 전체 범죄 피의자 한국인은 57명인데 이후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또 “범죄단지는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포함해 총 50여곳이며 가담한 범죄종사자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 있고 경제특구에 (조직들이) 산재해있다”고도 했다. 국정원은 “(현지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약 225억 달러에 해당하는 범죄수익을 챙길 정도로 범죄가 만연해있다”고 했다.

 

한국인 대학생 사망으로 이어진 사기범죄 주범은 2023년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의 총책이라고도 국정원은 보고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이아무개씨는 공범으로 확인된다”며 “주범을 추적 중”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납치·고문 등 범죄 관련해) 캄보디아에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해 언론에서는 ‘피해자’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국정원 설명에 의하면 100%는 아니겠지만 범죄자 혹은 피의자로 보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며 “대포폰 등을 통해 본인의 금전적 목적을 갖고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 많다는 게 국정원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 전광준 기자 >

 

캄보디아서 도주해 태국·라오스로…‘범죄 풍선 효과’ 현실화

‘웬치’ 밀집 지역서 수백명이 컴퓨터 등 싣고 ‘야반도주’하는 장면 목격

 
캄보디아 당국이 지난 16일 김진아 외교부 차관이 방문한 건물 출입구에 통제 공지를 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캄보디아의 범죄 조직들이 인접 국가로 근거지로 옮겨 스캠 범죄를 이어가는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국가에 자리 잡은 범죄조직에 집중하는 ‘국지적’ 접근으로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초국경 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선 바베트·캄포트·포이페트 등 ‘웬치(범죄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수백명이 컴퓨터와 각종 통신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야반도주’하는 장면들이 목격되고 있다.

 

범죄조직들의 ‘엑소더스’가 벌어지는 이들 지역은 타이·라오스·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국가가 맞댄 국경지대는 광활한 밀림 숲과 공권력의 공백으로 스캠·마약·인신매매 조직의 통로 구실을 해왔다. 박진영 전북대 동남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경이 1천킬로미터에 달하고 밀림 한가운데 있어서 국경수비가 한국처럼 촘촘하지 않다”며 “태국·미얀마 등과 접한 일부 국경은 분쟁 중이라 ‘무국적 지대’인 경우도 있어 밀입국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미얀마·라오스 등 인접국가에 터를 잡고 스캠범죄를 벌이거나, 당국의 단속이 잠잠해지면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와 범죄를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자본으로 돌아가는 동남아 일부 경제특구는 중국계 마피아들의 초국적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범죄조직들이 마치 글로벌 기업처럼 ‘본사’를 옮겨가며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짚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뿐만 아니라 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 미얀마의 무장단체 점령 지역들이 중국계 범죄조직들과 지방권력이 결탁해 각종 스캠·마약·인신매매 범죄가 벌어지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인식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선임분석관은 “특정국가의 스캠단지를 축출한다고 범죄조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점조직으로 음성화해 다른 국가에서 범죄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와중에도, 타이나 라오스 등에서는 여전히 스캠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도 ‘국가 단위’ 해결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지난 17일에는 한 구인·구직 게시판에 “태국 방콕 본사 텔레마케터(TM) 직원 채용합니다. 캄보X”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캄보디아가 아닌 타이’라고 강조하는 이 게시글은 “각종 빚·생활고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저희 본사와 함께 새 출발하면 좋겠다”며 “숙소·비행기·비자·가불·생활비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지역 단위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심인식 선임분석관은 “범죄조직이 국가 단위를 뛰어넘어 활동하는 상황에서 사건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풍선효과를 막기 어렵다”며 “한 국가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지역적 차원의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

 당일 국보 223호인 근정전 내부에도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돼

 
경복궁 근정전의 어좌와 김건희 여사. 연합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12일 휴궁일에 경복궁을 비공개 방문했을 당시 국보 223호인 근정전 내부에 들어가 임금이 앉는 어좌에 앉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김 여사에게 어좌에 앉으라고 권한 인물은 당시 동행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었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기헌,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을 상대로 ‘김 여사가 어좌에 앉지 않았냐’며 누가 이를 권했는지 여러 차례 추궁했다. 정 사장은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최응천 당시 문화재청장, 경복궁 관리소장 등과 함께 김 여사의 경복궁 방문을 수행한 인물이다

 

정 사장은 처음에는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대답을 주저하다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받고서야 김 여사가 어좌에 앉았고 이 전 위원장이 이를 권한 사실도 인정했다.

근정전 중앙에 놓인 어좌는 임금의 의자로, 어좌 뒤에는 해와 달, 5개의 봉우리, 소나무, 폭포, 파도 등이 그려진 ‘일월오봉도’가 있다.

 

앞서 이기헌 의원이 확보한 경복궁 2023년 9월12일 상황일지를 보면 김 여사는 이날 오후 1시35분 협생문을 통해 경복궁에 입장한 뒤 근정전부터 방문했다. 김 여사는 이어 경회루와 흥복전을 잇따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는 2시간여 뒤인 오후 3시26분까지 경복궁에 머물렀다. 이날은 화요일로 휴궁일이었다. 김 여사는 일지에 ‘브이아이피(VIP)’로 표기돼 있었다.                                              < 이유진 기자 >

 

‘고궁 투어’ 김건희, 국보 223호 근정전 안에도 들어갔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누리집 갈무리,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과 함께 경복궁 경회루를 휴궁일에 비공개 방문한 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김 여사는 당일 국보 223호인 근정전 내부에도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경복궁 2023년 9월12일 상황일지를 보면 김 여사는 이날 오후 1시35분 협생문을 통해 경복궁에 입장한 뒤 근정전부터 방문했다. 김 여사는 이어 경회루와 흥복전을 잇따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는 2시간여 뒤인 오후 3시26분까지 경복궁에 머물렀다. 이날은 화요일로 휴궁일이었다. 김 여사는 일지에 ‘브이아이피(VIP)’로 표기돼 있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에 “김 여사가 (경회루는 물론) 근정전과 흥복전 내부도 둘러봤고 최응천 당시 문화재청장과 경복궁 관리소장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근정전은 경복궁에서 가장 큰 건물로 평소 출입이 제한된다. 근정전 건물 앞 넓은 기단 형식의 월대까지는 관람객의 접근이 가능하나,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말까지 석조물 손상 우려 때문에 이마저도 출입이 제한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4월~5월에도 월대 접근을 제한해, 관람객들은 그 앞마당에서 근정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앞서 주진우 시사인 편집위원은 20일 김 여사와 이 전 위원장이 국보 224호인 경회루 2층에 함께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김 여사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회루 2층은 평소 일반인 입장이 통제되지만, 한시적인 특별관람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관람이 가능하다. 김 여사가 방문했던 시기에도 특별관람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었지만 이날은 휴궁일이라 일반 관람객은 없었다.

 

                         유튜브 방송 ‘주기자 라이브’ 제공

 

 이날 김 여사의 방문 목적에 대해 국가유산청 쪽은 “(2023년 10월15일로 예정된) 광화문 월대 복원 행사와 아랍에미리트(UAE) 국왕 방한 일정을 앞두고 사전 점검 차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랍에미리트 국왕 방한은 순연됐고 월대 복원행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기헌 의원은 한겨레에 “외교 행사를 앞두고 사전 답사를 했다는 변명을 하고 있지만 외교부 의전장실이나 대통령 의전비서관실이 아닌 김건희가 직접 실무를 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23년 10월4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종묘 비공개 방문 뒤 열린 차담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여사는 지난해 9월3일 종묘의 망묘루에서 지인들과 편법 비공개 차담회를 마련하고 왕과 왕비 신주를 봉안한 영녕전 산실까지 열어 구경한 사실이 드러나 ‘문화재 사유화’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이 함께한 비공개 행적에 관심이 쏠리는 건, 둘 사이에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7월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가 운영에 관여한 경기 남양주 소재 요양원을 요양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전 위원장이 보낸 금거북이와 윤 전 대통령에게 쓴 당선 축하 편지를 발견한 바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금거북이 등을 받고 이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데 관여했다고 의심 중이다.

 

한편, 김건희 특검은 21일 브리핑에서 김 여사 관련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한 결과, 이 전 위원장이 김 여사에게 금거북이와 함께 보낸 ‘대통령 당선 축하 카드’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7월 압수수색 당시 발부받은 영장으로는 이를 확보하지 못하고 사진 촬영만 했으나, 이후 영장을 새로 받아 가보니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검은 “김건희씨 오빠의 장모 및 김건희씨 모친 사무실에서 발견된 물품과 이후 재압수수색 전 빼돌려진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 관련 수사와 함께 증거 은닉, 증거 인멸, 수사 방해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참고인 신분인 이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과 20일 특검의 소환 통보에 건강상 이유를 들며 불출석했다.              < 송경화 기자 >

내란 특검, 뒤늦게 법원의 한덕수 혐의 추가 요구에 “적극 검토”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재판부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향으로 공소장을 변경해달라는 요청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21일 브리핑에서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재판에서 재판장이 공소장에 대한 선택적 병합에 대한 검토 요청이 있었다”며 “금번 재판장 요청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전날 열린 한 전 총리 공판에서 특검팀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 형법 87조2항(내란 중요임무종사)으로 선택적 병합하는 형태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다”고 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29일 한 전 총리를 재판에 넘기면서 내란 가담자 중 처음으로 내란 중요임무종사가 아닌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박 특검보는 “특검도 기소 당시에 인정된 사실에 대한 법률 적용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사실상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내란 중요임무종사보다 법정형이 더 높은 점을 고려해서 (해당 혐의로) 기소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무기금고에 해당하고, 방조범은 필요적 감경을 하는데 무기징역형의 감경은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으로만 가능하다.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저형이 징역 10년인 것이다. 반면, 내란 중요임무종사형의 경우 최저형이 징역 5년 이상으로 내란 우두머리 방조보다 낮다.

 

한편, 특검팀은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앞두고 위법성 인식 관련 입증을 보강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 및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15일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관련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이날 오후에는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난 18일에는 구상엽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 모두 비상계엄 당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국·실장 회의에 참석한 인물들이다. 박 특검보는 “현 단계에서 (위법성 인식을) 수집할 수 있는 부분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강재구 기자 >

 

특검, 피의자 추경호에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조사 통보

국회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국회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특검팀은 추 의원에게 소환 조사 방침을 통보하고 구체적인 조사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계엄 선포 뒤인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3분부터 12월4일 0시3분까지 1시간 동안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 소집 장소로 국회와 당사를 세 차례나 변경해 알리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혼선을 주는 방식으로 표결을 방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9월 추 의원의 서울과 대구 집, 대구 지역구 사무실,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 김지은 기자 >

 

업무상 과실치사상·군형법상 명령위반죄 적용

특검팀 "부하들에게 진술 회유 시도하고 있어"
'모른다'고 발뺌하던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 

이제와서…임 "비밀번호 발견해 특검에 제공"
국회서 계속 위증…수색사진 보고도 '모르쇠'

이종호와 채상병 사건 1년 전부터 알고있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맨왼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군사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5.10.17. 연합
 

채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해병 특검팀)이 사고 당시 채상병 소속 부대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특검은 2023년 7월 19일 호우피해복구작전에서 순직한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피의자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오늘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특검은 출범 이전 검찰과 경찰 단계서 진행된 기존 수사 내용에 더해 이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이어왔다"며 "그 결과 임 전 사단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 특검 수사 이전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관계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추가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임 전 사단장 등에 대해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군형법상 명령 위반에 해당하는 범행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특검보는 이어 "또 해병대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부하들에 대한 진술 회유 등을 시도하고 있고 심각한 수사방해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검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행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가 큰 임 전 사단장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민영 특검보가 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팀 브리핑룸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18. 연합
 

해병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군형법상 명령위반죄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사건 발생 장소인 경북 예천을 포함해 포항, 화성 등에서 여러 차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해병대 1사단 근무 장병들과 지휘관 80명을 조사해 사실관계를 재구성했다. 

여태까지 감춰놨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한 임성근
특검팀 "신병 확보 가능성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 구속영장에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다가 전날 제공한 점도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적시했다. 임 전 사단장은 전날인 20일 네이버 카페에 "오늘 새벽 채상병 순직 사건 발생 당시 사용한 기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발견해 특검에 제공했다"고 썼다. 그는 여태까지 "압수수색 당시 경황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뒤엎은 것이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1월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지만 비밀번호 잠금을 풀지 못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7월 해병 특검팀에 해당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도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고, 해병 특검팀은 이를 해제하지 못한 채 돌려준 바 있다.

 

해병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신병 확보 가능성이 거론되자 급히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한 점 역시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은 국회에서도 증거인멸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6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에서 해병 대원의 수중 수색 사진을 보고 받았음에도 그 사실을 "사고 이후에 알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수중 수색 지시를 한 적도 없고 "지시가 아닌 지도를 한 것"이라고 채상병 사망 책임을 부인했다. 같은 해 7월 19일 국회 청문회에서는 오전에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가 오후에 다시 하기도 했다.

 

또한 해병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채상병 사건 발생 1년 전에도 아는 사이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배우 박성웅 씨는 지난달 말 해병특검팀 참고인 신분 조사에서 2022년 8~9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오후 9시 이 전 대표와 술자리에 동석했고, 2시간여 뒤 임 전 사단장이 합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해병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반면 두 사람은 의혹을 부인하며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편,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해 당시 대대장 가운데 선임이었던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 김민주 기자 >

 

채 상병 특검,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등 5명 구속영장 청구

“범죄 중대·증거인멸 우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9월1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열린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며 해병대 예비역 연대의 항의를 받고 있다. 최현수 기자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20일 브리핑에서 20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그간 수사를 통해 채 상병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국방부 등의 부당한 수사 개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주요 공직에 있었던 여러 피의자들이 공모하여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늘 구속영장을 청구한 주요 피의자 5명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인멸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속 상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특검보는 이들이 특검 출범 이전 물적 증거를 없애고 당사자들끼리 입장 등을 맞춘 정황이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며 구속 수사로 증거인멸 가능성을 차단한 채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국방부 수장으로, 사건 이첩 보류와 기록 회수 등 일련의 과정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다.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중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하면서 ‘도피 의혹'을 받았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모해위증, 공무상비밀누설, 공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등 총 6가지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수사 외압 의혹 일련의 과정을 주도한 주범으로, 다른 피의자들은 개별 범행에 일부 가담한 공범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5명 모두에게 적용됐지만 특검팀이 영장에 적시한 범죄 사실은 조금씩 다르다.

 

이 전 장관의 공용서류무효 혐의는 해병대수사단이 지난 2023년 8월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것과 관련해 적용됐다.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김 전 검찰단장과 유 전 관리관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로 수사외압이 촉발됐다는 의혹을 부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국방부 괴문서' 작성 및 배포와 관련한 혐의로, 이에 관여한 박 전 보좌관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는 김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번에는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에 나와 박 대령에게 유죄가 선고되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증언을 했다며 모해위증 혐의만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번에는 수사외압 관련 직권남용 혐의와 국회증감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모해위증 혐의는 박 전 보좌관에게도 적용됐다.

 

아울러 특검팀은 오는 23일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쪽은 아직 특검팀에 출석 여부 등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김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