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산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 보고서
민주주의 단계도  자유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로 낮춰

 

 
 
‘V-Dem 민주주의 보고서’ 2025 갈무리

 

스웨덴의 한 정치 연구소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지난해보다 후퇴했으며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산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민주주의 보고서 2025’ 보고서를 내고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민주주의 지수는 41위에 그쳤다. 1위 덴마크, 4위 스웨덴, 5위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기관은 해마다 3월에 보고서를 발간해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측정해 자료화하고 있다. 전 세계 179개 국가를 △자유민주주의 △선거 민주주의 △선거 독재체제 △폐쇄된 독재체제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이 기관은 한국을 지난해 ‘자유민주주의’ 나라라고 판단했으나, 올해는 그에 못 미친 ‘선거민주주의’ 나라로 분류했다. 선거민주주의 나라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선거, 만족스러운 수준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들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이에 더해 행정부에 대한 사법적·입법적 통제, 시민적 자유 보호, 법 앞의 평등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 이 기관은 “특히 한국,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의 국가에서 독재화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한국은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독재화하고 있는 나라로 지목됐는데, 올해는 민주주의 단계까지 낮췄다. 특히 이 기관은 2024년 12월7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여의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사진을 보고서 초반부에 배경 사진으로 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나라의 대표로 한국을 꼽았다.

 

 

이 기관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자유·선거민주주의 국가(88개)가 독재국가(91개)보다 적어졌다.

 

이런 진단은 다른 기관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은 민주주의 성숙도에서 전 세계 167개국 중 32위로 10단계 떨어졌고, 최상위 단계에서 탈락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다.  < 한겨레 김미향 기자 >

조국혁신당 광화문 천막농성장 등에
돈봉투 놓고 사라져…“통장 털었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 페이스북 갈무리.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보태라며 돈봉투를 건넨 60대 남성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7일 조국혁신당 쪽 설명을 들어보면, 자신을 60대 중반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지난 12일 밤 조국혁신당이 꾸린 서울 광화문 천막농성장에 돈봉투를 놓고 사라졌다. 봉투 겉면에는 윤 대통령 파면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는 취지의 글이 자필로 적혀있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헌재와 광화문광장 인근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막판 여론전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조국혁신당 천막농성장. 조국혁신당 제공

 

이 남성은 글에서 “저도 여러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싶지만, 한 달에 두 번밖에 쉬지 않고 오후 8시쯤 일이 끝나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대신해 통장을 털어서 작은 금액이나 보태고자 하오니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차피 자유는 없어지고 민주주의는 사라지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바로 그만두고 거리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목숨은 두렵지 않다. 65년 정도는 살았으니까요”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신분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같은 내용이 적힌 돈봉투를 더불어민주당 광화문 천막농성장 등 여러 곳에 익명으로 놓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해당 사연을 소개하며 “이 편지를 보고 어찌 싸움을 멈추겠느냐”며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해당 금액을 “후원금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감동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감사함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60대 어르신의 마음 감사하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에게 좋은 나라가 돼야 할 텐데”라고 했다. “이런 분들이 어르신이라는 겁니다” “어르신의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등의 반응도 나왔다. < 심우삼 기자 >

사령관들 비화폰 재로그인 안 돼
포렌식 어려워져 서버 확보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의 경호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들의 대통령경호처 비화폰의 통화 기록이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이 17일 드러났다.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의 통화 기록은 윤석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비상계엄의 작동 경로를 밝힐 ‘블랙박스’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사령관과 국무위원들이 당시 경호처 비화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사령관들의 비화폰 포렌식이 어려워진 만큼 비화폰 서버 확보의 필요성도 더욱 커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경호처에서 제공받은 비화폰을 확보했지만 ‘로그아웃 상태’였음을 확인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에서) 휴대전화 보안앱(보안UC)이 로그아웃되어 있고, 다시 로그인이 되지 않는데 피의자가 조치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군 안보폰(비화폰)은 원격으로 소거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호처 핸드폰이 소거가 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경호처 핸드폰도 그런 조치(강제 로그아웃)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인다”고 답했다. ‘원격 로그아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이었다.

 

경호처 비화폰은 원격으로 로그아웃할 경우 통화 기록이 삭제된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직원에게 비상계엄에 동원된 여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단말기 통화 기록을 원격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경호처 실무자는 지난해 12월12일 보고서(‘처 보안폰 보안성 강화 방안 검토 결과’)에서 “관리자 서버에서 원격 로그아웃 시 단말기 내 통화 기록(이) 삭제”된다고 하면서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 차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격으로 로그아웃이 된 게 사실이라면 다른 누군가가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한 셈이다.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이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사건과 관련해 경호처 압수수색 착수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관들이 민원실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 전 사령관이 경호처에서 받은 비화폰에서도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님은 군 보안폰으로 전화를 주셨고, 무궁화폰이라고 대통령경호처에서 준 폰으로는 국방부 장관이 전화를 했었다”며 “압수수색 나왔을 때 제출하면서 (무궁화폰을) 켜려고 했는데 뭘 차단해놨는지 켜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은 스스로 경호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했다고 검찰에 밝혔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주요 사령관의 경호처 비화폰이 모두 ‘깡통폰’이 된 셈이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비화폰 통화 기록도 단말기에서 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내란죄 입증을 위해서는 이들의 통화 기록이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경호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며 군사령관들의 진술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군사령관들의 통화 시간을 확보하고 그 이후 군의 움직임 등을 통해 혐의가 입증돼야 하는 상황이다. 경호처 비화폰 통화 기록을 통해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호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경호처장 직무대행인 김 차장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찰 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 등으로 김 차장의 구속영장을 세차례나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기각하면서 김 차장은 비화폰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경찰의 불복으로 열린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에서 지난 6일 김 차장 구속영장 청구를 권고하는 결정이 나왔고 경찰은 이날 서울서부지검에 김 차장에 대한 네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차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경호처 비화폰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 한겨레 정환봉  배지현  김가윤 기자 >

 “증거 명확한 사건인 만큼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 필요 없어”

  탄핵정국 장기화되며 국민의 피로도와 불안감이 가중일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재판 선고가 기약없이 늦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며 헌재 사무처장 국회 출석 요구 등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역대 최장기간의 탄핵심판으로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며 국민의 피로도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취지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었던 63일,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심판이었던 91일을 넘어서 최장 심판 기록으로 남고 있다”며 “지난주까지는 헌법재판소가 워낙 중차대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이제는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가 명확한 사건인 만큼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원내수석은 이어 “국회는 헌재가 신속한 파면 선고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들을 모색하도록 하겠다. 신속한 선고 기일 지정 신청, 사무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등 다양한 방식들을 강구해 보겠다”며 헌재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그간 여당과 달리 헌재를 향해 우호적 여론전을 펼쳐온 야당이 선고 지연에 ‘강공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온국민이 지켜본 내란인 만큼 사안이 간명한데 이렇게 늦어질 이유가 있느냐”며 “선고가 너무 늦어지고 있어 자영업자 등 국민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공세 수위를 높인 배경을 밝혔다.

 

다만 헌재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이견이 없지 않다. 민감한 탄핵 선고를 앞두고 헌재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는 이야기가 지도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탄핵선고가 조금 늦춰질 뿐이지 결론은 분명할 텐데 다소 조급해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다선 의원도 “우리가 불안한 티를 그리 낼 필요가 있나. 헌재를 공격해온 여당과 달리 우리는 헌정을 수호한다는 입장을 지켜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내란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신속 파면 선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며 헌재를 직접 겨냥했다.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같은 날 오전 '신속 파면 선고' 단식을 8일째 이어가다 병원에 이송된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박성재 변론 시작 언급하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

이 대표는 "헌재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변론까지 시작하며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늦추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실지 의문이다"라면서 "대통령 탄핵 최우선 심리를 말하던 헌재가 다른 사건 심리까지 시작하며 선고를 지연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하루라도 빨리 국정 혼란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께서 풍찬 노숙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더 이상 곡기 끊는 분들, 목숨 잃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한 파면 선고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소속 3선 의원들은 '윤석열 가족 측근 비리 백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100가지 비리 의혹을 열거하며 헌재의 '빠른 판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을 비롯한 3선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가족 측근 비리 등 파면 이유를 담은 백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


실무작업을 맡은 김영호 의원은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헌재 재판관님들께 간절히 호소한다"면서 "계엄령 선포, 내란죄 말고도 윤석열의 파면 사유는 100가지 넘게 있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하며 "파면이 되더라도 그동안의 실정은 계속 밝혀야 한다"면서" 헌재 재판관께도 여러 실정과 국민 불안, 경제 상황에 (윤 대통령이) 충분한 책임이 있으니 결정하는 데 참고하시라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선고 지연' 이유를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주민 의원은 "내용보다는 절차적 이유로 지연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조속히 헌정 질서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은 "헌재 재판관 입장에서도 절차적 완결성과 국민 통합을 이루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늦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그래도 굳이 예측한다면 이번 주는 넘기지 않을 거라 본다"고 추측했다.  < 오마이 조혜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