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했던 수방사 후유증
군사경찰단장이 병력동원에 이견 낸 대대장 왕따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모욕 주고 직무배제시켜

단장 '명예훼손' 고소했지만 '증거없어 무혐의' 처분
"단장이 같이 근무하는데 제대로 증언할 수 있겠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12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수도방위사령부 입구. 2024.12.12. 연합
 

12·3 비상계엄이 끝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비상계엄에 동원됐던 군부대는 아직도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윗선의 출동 명령을 충실히 따른 지휘관과 그렇지 않은 중견간부가 한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방위사령부도 마찬가지다. "비상계엄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할 것 같다"며 군사경찰단 단장의 지휘에 이견을 냈던 한 대대장은 그 말 한마디로 지금껏 지휘관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부승찬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 전투군사경찰대대 대대장 김대환 중령은 지난해 12월 3일(12·3 비상계엄) 밤 이후 지휘관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당하고 있다.  

 

자료에 근거해 사안의 전말을 재구성해 보면, 김 중령은 12월 3일 퇴근해 영내 숙소에 머물던 중 오후 10시 33분 경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인지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김 중령이 도착해 보니 통합지휘통제실의 지시에 따라 특수임무대대가 국회로 출동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군사경찰단 단장 김창학 대령으로부터 전투대대의 가용병력을 확인해 보고하라는 전화 지시를 받은 김 중령은 이를 보고하는 한편으로 '국회에 가면 국민들과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10시 55분 경 김 단장의 지휘관 소집에 따라 정작과장실에 출두했다. 그곳에는 지휘관급 3명이 모여 있었다. 이 회의에서 김 중령은 김 단장에게 "비상계엄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김 단장은 인상을 찌푸리고 김 중령에게 손가락질하며 "야! 야! 이 ✕✕야, 네 머리로만 생각해! 아무 말 하지마!"라며 말문을 막았다. 이어 김 단장은 "나랑 단둘이 있어도 얘기하지 마, 말하지 마! 입 다물어, 알았어!"라고 반복적으로 폭언을 했다.  

 

잠시 후 김 중령의 후배 3명이 들어왔다. 김 단장은 김 중령에게 "야, 대대장 너! 네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입 밖으로 꺼내지 마라!"라고 또다시 소리쳤다. 이 자리에서 김 중령을 제외한 나머지 지휘관들은 총기와 탄약 휴대를 논의했고, 김 중령의 말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다음 날 새벽 국회에 출동했던 단장과 특임대대가 부대로 복귀했다. 김 단장 등 주요 지휘관들은 통합지휘통제실에 모여 병력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김 단장은 "이 상황 관련해서 생각하고 있는 게 있을 건데 생각만 하고 (말을) 꺼내지 마라"며 "가짜뉴스도 많고, 정치적인 발언하지 말고. 단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는데,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김 단장은 출동장병을 격려한 다음 지휘관회의를 재소집했다. 그는 김 중령을 지목해 "전투대대장 표정이 안 좋다. 할 말 있으면 해 봐라"고 말했다. 이에 김 중령은 "혹시 여기 계신 분들이 오해할 것 같아 말씀드린다"며 "단장이 출동하기 전 '비상계엄으로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이 말을 한 이유는 특임대대가 국회로 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시민들이 국회로 모이는 모습을 봤는데, 왜 출동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우려돼 보디캠 준비와 임무 수행 관련 교육과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조언드리고자 말을 시작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회의장 공관으로 출동한 군인들이 포착된 공관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다. 4일 01시 42분 국회의장 공관 담벼락 외곽을 걸어가는 계엄군의 모습. CCTV영상 촬영. 2024.12.24. 연합
 

이 말을 들은 김 단장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뉴스에 나왔냐? 참나, 넌 뭘 보고 국민들이 불안해한다고 생각하는 거냐"라며 "네가 뭔데 특임대대 신경 쓰냐"라고 김 중령을 다시 질책을 했다. 이런 상황은 하급 지휘관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지속됐다. 김 단장은 비상계엄 이후에 예정됐던 '연말 외부 초청행사'를 취소하는 게 어떠냐는 김 중령의 조언마저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이후로 김 단장은 김 중령을 모든 공식 회의에서 배제하고 그의 역할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했다. 사실상 직무 배제가 된 것이다.

 

이에 김 중령은 김 단장을 명예훼손, 협박 등으로 군검찰에 고소했다. 결과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부대 내부에서는 '김 단장이 부대에 있는 상황에서 직속 부하들이 김 단장에 관한 증언을 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했다는 방증이다. 

 

김 단장은 김 중령을 '상관 명예훼손, 항명, 공무상비밀누설' 등 20여 가지로 맞고소했다. 이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민들레>는 수방사 측에 "김 단장이 김 중령의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뒤 공식 회의에서 배제한 것이 맞는지" "김 단장이 김 중령을 맞고소한 것이 맞는지" "부닥치지 않도록 업무분리를 할 수 없었는지"를 공식 질의했다. 수방사 쪽의 답변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사항이라 확인이 제한된다"였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군부대 출동은 종료됐지만 그 후유증은 군 내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이없는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따른 쪽이 다수인 상황에서 이의를 제기한 소수의 군인들이 소외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한편,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당시 상부의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은 군인을 찾아 포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명령 복종이 기본 원칙인 군에서 군인 정신을 지킨 '항명'만큼은 예우하겠다는 의미다.    < 김민주 기자 >

 

중대본 오전 11시 호우 대처상황 보고

경남 산청서만 8명 숨지고 6명이 실종

 

 
 
20일 새벽부터 집중호우기 내려 도로가 물에 잠기고 건물이 부서진 경기 가평군 대보리 일대의 모습. 가평/연합
 

전국적으로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20일 오전까지 14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특히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에서만 8명이 숨졌고 6명이 실종된 상태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집계한 20일 오전 11시 기준 호우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경남 산청에서 8명이 숨졌으며 경기 가평 2명·오산 1명, 충남 서산 2명·당진 1명 등 사망자 14명이 발생했다. 실종자도 경남 산청에서 6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경기 가평 4명, 광주 북구에서 2명이 실종됐다. 경남 산청과 가평 인명피해 현황은 오전 9시 기준으로 현재 구조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20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옛 문대교가 전날 내린 집중 호우로 파손돼 있다. 교량 앞에 설치된 공고문에는 ''교량 노후 파손, 붕괴 위험으로 1t 초과 차량 제한''이라고 표기돼 있다. 산청/연합
 

14개 시·도와 90개 시·군·구에서 1만3209명(9694세대)이 대피했고, 이 가운데 3836명(2752세대)이 귀가하지 못한 채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폭우로 인해 19일 오후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내원마을 일대에 산사태가 발생한 모습. 연합
 

경남 산청을 비롯해 강원도 춘천, 경기도 포천 등의 일반국도 10곳이 통제됐다. 북한산·무등산·지리산 등 국립공원 19곳의 551개 구간도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앞서 정부는 17일 오후 3시30분부터 중대본 비상근무 수준을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리고, 호우 위기경보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 박현정 기자 >

국무위원 심의 방해, 체포 저지 지시 등
공범 한덕수 · 강의구 · 김성훈 계속 수사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18일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지 31일 만이다. 특검팀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관련 윤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보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공범인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후 2시40분께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소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국무회의 심의 방해 혐의 관련 “비상계엄은 법제업무편람상 국무위원 전원의 부서를 요구하고 있다. 국무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 국정을 심의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기관으로 국무위원 심의권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이라며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 일부에게만 소집 통지를 해 통지받지 못한 국무위원의 헌법상 권한인 국무위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해제 후엔 비상계엄이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또한 폐기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상 마련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전 통제 장치를 무력화했다”며 기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국무위원 심의 방해 △비상계엄 관련 허위 공보 △체포 저지 지시 등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와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0일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했다.

 

박 특검보는 구속기한 연장 없이 기소를 결정한 이유를 두고선 “구속영장 발부 이후 참고인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 및 증거 수집이 충분히 이뤄졌고, 구속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특검보는 “구속영장 발부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관련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 수사 과정에서 일련의 행태는 재판에 현출시켜 양형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전 특검 조사에는 두 차례 응했으나, 지난 10일 구속 뒤 특검팀의 조사 요구에는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며 불응했다. 이에 특검팀은 서울구치소를 상대로 세 차례 인치(강제로 끌어냄) 지휘를 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한 조사를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독거실에서 버티는 데다 법원에 구속적부심(구속 필요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을 청구하며 강제구인이 무산됐다.

 

법원이 전날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해 21일까지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할 수 있는데도 이틀 앞서 기소한 이유와 관련해, 박 특검보는 “수해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출정 조사 관련해서 논란이 되는 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현재 수사 중인 외환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력을 동원할 계획이다. 박 특검보는 “외환 수사 관련 출정 조사 요청을 할 텐데 (그때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받아서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때는 이렇게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공범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추가로 진행한 뒤 기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한 전 총리와 강 전 부속실장을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공범으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혐의 관련 공범으로 적시했다.                    < 강재구 기자 >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등도 압색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구명로비 정황을 확인하고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아울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동기이자 군법무관 출신인 고석 변호사도 압수수색했다.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의 새로운 루트를 찾은 것이다.

 

특검팀은 18일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했다. 이 목사와 김 목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있는 기독교계 원로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22년 3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김 목사와 함께 만난 바 있다. 또 같은해 7월에는 김 목사와 이 목사, 김삼환 목사와 오찬을 하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김 목사와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만났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기독교계를 통해 자신의 구명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을 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은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31일 낮 12시53분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에게 전화해 5분10초가량 통화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임 전 사단장이 백 목사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있는 원로 목사 등을 접촉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임 전 사단장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서울대 법대 후배인 고 변호사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고 변호사는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인물로 2023년 8월3일 오후 2시45분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27초 동안 통화했다. 앞서 고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면서도 “포럼 참석 여부를 물어보려고 전화한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고 변호사가 구명로비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전까지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당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였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공익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와 2023년 8월9일 통화하면서 “임성근이 사표를 낸다고 송○○가 전화 왔더라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브이아이피(VIP)에게 얘기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성근을 지켜주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는 “그렇지”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이와 별도로 구명로비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면서 관련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 강재구  곽진산 기자 >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중 윤 대통령을 칭송하는 김장환 목사12.3 내란이 터지기 12일 전인 작년 11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대한민국 조찬기도회(윤석열 대통령 참석)에서 설교를 맡아 서두에 윤 대통령을 칭송하는 발언을 하는 김장환 목사 ⓒ 크리스천투데이 생중계 영상 갈무리관련사진보기

18일 해병대 순직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아래 '순직해병특검팀')이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의 자택과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을 압수수색하자, 극동방송 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회(아래 노조 준비위)가 "창사 이래 최초의 압수수색은 하나님의 경고"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김장환 이사장의 '퇴진'을 전면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준비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무고한 해병이 지휘 책임자의 잘못된 명령으로 순직했음에도, 그 책임자를 구명하기 위한 로비에 우리 이사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에 충격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단순한 수사절차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신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장환 목사는 극동방송을 50년 넘게 실질적으로 장악하며 정치권과 긴밀히 교류해 왔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덮기 위한 로비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 준비위는 특히 "고인이 된 채 해병과 유가족의 절규 앞에서 위로는커녕 기만을 행한 자가 바로 우리 내부의 최고 책임자일 수 있다는 현실은 조직 전체의 명예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며 "이사장직에서 즉시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특검팀은 해병대 순직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기독교계 인맥을 통해 대통령실에 구명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김장환 목사,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를 비롯한 관련자들과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임 전 사단장은 사건 직후 해병대 군종목사와 통화한 뒤, 원로 목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장환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2023년 11월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에서도 "얼마 전 우리 대통령께서 뉴스위크 인터뷰하신 걸 사무실에서 다 읽어봤는데 괜찮게 나왔다"며 공개적으로 칭송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9월 15일에는 고 조용기 목사 빈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해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등과 함께 안수기도를 하기도 했다.

한편 특검은 김장환 목사와 대통령실 관계자, 고석 변호사, 극동방송 내부 인사 간의 통화·문자 내역 등을 분석 중이며 개신교계를 통한 조직적 로비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점 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김 목사 본인 및 극동방송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성명 발표로 인해 김 목사의 거취 문제는 종교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 준비위는 앞서 17일 발표한 첫 성명에서도 "1973년 이후 53년간 극동방송을 실질적으로 장악해 온 김장환 목사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 노조 설립 준비위의 성명서이다.            < 정병진 기자 >

창사이래 최초 압수수색, 하나님의 경고다
2년 전, 무리한 수중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채모 해병 사건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채 해병 어머니의 말이 아니더라도, '영(令)에 죽고 영에 산다'는 군의 특수한 조직 문화에서는 지휘 책임이 명백한 자에게 마땅히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해병대수사단은 철저한 조사 끝에 임성근 1사단장을 책임자로 지목했다. 그는 보호장구도 없이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급류에 해병들을 복장 하나만 입힌 채 투입시킨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 씨는 임 사단장을 감싸고, 도리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박정훈 수사단장을 징계했다. 이 부조리한 결말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손'이 작용했음을 의심하게 한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이 목사라는 사실, 더욱이 그가 다름 아닌 우리 회사를 50년 넘게 장악해 온 이사장 김장환 목사라는 소식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오늘(18일) 오전, 중앙사 전체가 술렁였던 압수수색의 배경이 이것이었다니 우리는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자식을 억울하게 잃고 피눈물 흘리는 어머니에게 위로는커녕 기만을 행사한 인물이, 바로 우리 회사의 이사장일 수 있다는 현실은 자괴감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김장환 목사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인물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 검찰총장 등 권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정치인에게 기도해주는 목사'로 자신을 포장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높은 정치적 위상에 존경을 느끼기보다는, 입으로는 복음을 외치면서 동시에 권력과의 유착을 자랑하는 그 이중성에 실망해 왔다. 그가 즐겨 하던 자기 자랑은 "세상 권력자들이 나와 통하니 너희는 대적하지 말라"는 은연중의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힘을 다른 것도 아니고 무고한 인명을 희생하게 만든 자를 위한 로비에 썼다니 이는 어떻게 납득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김장환 목사의 '안방'이 털렸다. 특검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우리 회사 창사 이래 최초의 일이다. 미국을 배후에 두고 권력자를 친구 삼았던 김 목사의 위세는 이제 옛 영화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목사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마도 그는 다시 동색의 목사들과 교회를 동원해 '기독교 탄압'이라는 정치 프레임을 짜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김 목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아직 진상이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기에 섣부른 단정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고인이 된 채 해병과 유가족의 절규에 공감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에 대한 응답은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검의 의심대로 임성근 사단장을 구하기 위한 로비에 관여했다면, 김장환 목사는 자신이 가진 모든 공직과 성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지막 명예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 극동방송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가 김장환 목사에게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요청은 단지 한 사람을 향한 고언이 아니라, 극동방송과 한국 개신교 공동체 전체를 위한 진정성 있는 권면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은 하늘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김 목사가 현명하게 처신할지 지켜보겠다.

2025. 7. 19
극동방송 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