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당시 합법적으로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 막아 사회적 혼란과 갈등 초래"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경호안전교육원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관들이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위기 대응 종합조치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이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대통령경호처 본부장급 간부 5명에 대해 9일 대기발령 조처를 내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아침 브리핑을 열어 “경호처는 12·3 내란 당시 합법적으로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다. 대통령실은 오늘자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경호처 본부장 5명 전원을 대기발령하고 추가 인사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는 새 정부가 들어선 데 따른 인적 쇄신과 조직 안정화를 위한 조처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시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엄지원  신형철 기자 > 

'보수·진보' 아닌 '통합'에 방점 둔 실용 인사

'빛의 혁명' 여망에 제대로 부응할지 의구심도
우상호, 민주당 기조와 엇나가는 발언으로 혼선
이규연, '언론 개혁' 거리 먼 시그널…철학 의문
오광수엔 시민사회 반대 잇따라…임은정 검사도

"특수통 검사장 출신 수석, 검찰개혁 어려워져"
강훈식 "사법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의지 확인"
이언주 "일각 우려 있지만 대통령 현실적인 분"

이재명 대통령은 8일 대통령실 정무, 홍보, 민정수석을 임명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오광수 민정수석. 2025.6.8.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8일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보소통수석에 이규연 전 JTBC 대표,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 오광수 변호사를 각각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신임 정무수석에 대해 "소통과 상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닌 분"이라며 "오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합리성과 뛰어난 정무감각을 겸비한 인사다. 여야를 초월한 소통은 물론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JTBC 보도국장 및 보도 담당 대표 출신인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을 두고는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조망해 온 언론인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탐사보도협회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면서 "새 정부의 개혁 의지와 국민 소통을 이끌 적임자로, 언제나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에 두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찰 특수통으로 잔뼈가 굵은 오광수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검찰 출신으로 뛰어난 추진력과 인품을 두루 갖춰 검찰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며 "특히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인사로,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번 인선 배경에 관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거듭해 강조해왔다. 이번 인사는 국민 통합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가 아닌, 국민과 대한민국만 있다는 국정 철학 아래 국민 통합과 소통을 통해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해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무,홍보,민정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2025.6.8. 연합
 

강 비서실장의 설명처럼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고 이들 수석비서관을 발탁했다. 출신이나 성향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주권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이들 3인이 과연 '다시 만날 세상'을 기다리며 '빛의 혁명'을 이끈 시민들 여망에 제대로 부응하겠느냐는 의문도 일부 제기된다.

 

우상호 정무수석의 경우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고 정계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여러 방송에서 줄곧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이 대통령 및 민주당의 기조와 엇나가는 목소리를 내 국민에게 혼선을 일으키곤 했다. 예컨대 지난해 5월엔 한 방송에서 당시 이재명 대표가 추진하던 당원 민주주의 강화와 관련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을 참여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발언했다가 양문석 의원으로부터 "또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 "시대정신이 20년 전 기준으로 멈춰 섰다"는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우 수석은 지난해 6월엔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연임에 대해 "중도층에서 욕심이 과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지지층의 반발을 일으키는 '관전평'을 자주 냈는데, 지난 3월엔 민주당의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론에 대해 "문제 있다고 다 탄핵하나? 잘못한 사람은 다 탄핵하나? 탄핵하면 안 된다"고 본인이 선을 그으면서 "공수처는 앞으로 쓸모가 없다"고도 했다. 4월엔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거론되자 "탄핵은 헌법과 법률 위반일 때만 해야 한다"며 '정략'으로 치부했다. 5월 들어 민주당이 지귀연 판사의 룸살롱 향응 의혹을 제기했을 때는 "글쎄 뭐 지귀연 판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불만도 있고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활보하게 만들어서 감정이 좀 상해 있는 건 사실인데 법원에,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까지는 자제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의 경우 198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2012∼2015년 논설위원까지 지냈고 이후 JTBC로 옮겨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진행했다. JTBC에서 탐사기획국장과 보도국장, 보도 담당 대표 등을 역임한 뒤 고문 직함을 가졌다. JTBC 퇴사 이후에는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 4월 대선에 임박해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에 참여했으며 선대위에서 공보특보도 맡았다.

 

이 수석의 발탁은 소위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언론 껴안기의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되지만, '언론 개혁'이 새 정부의 중점 과제가 되기를 열망하는 지지층에서는 '홍석현의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 대부분을 보낸 인물을 중용한 데 대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이 수석은 언론인으로서 윤석열 정권 내내 이렇다 할 비판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적이 없고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시기 민주당에 합류하기 전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었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2014년 10월 21일 대구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의 대구고등·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대구고검장(왼쪽)과 오광수 대구지검장이 선서하고 있다. 2014.10.21. 연합
 

가장 논란이 큰 인사는 오광수 민정수석이다. 전북 남원 출신에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대구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201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박영수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이던 시절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분식회계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론스타 펀드 탈세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변호사로 개업한 후에는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변호인단에서 활약했다. 최근까지 법무법인 대륙아주 형사팀을 총괄하는 대표변호사로 일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바로 전날인 7일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인 지금,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은 부적절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26년간 검찰에 몸담았고 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 민정수석이 되면 완전하고 근본적인 검찰개혁은 어려워진다"면서 "개혁에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보이는 검찰과 민정수석의 유착에 대한 의혹은 개혁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며 검찰개혁의 동력은 훼손될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도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 부적절하다>는 논평을 내고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할 정권 초기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비검사 출신의 임명을 통해 정권과 검찰 간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 정부에서 이재명 정부로 바뀌었지만 법무부와 대검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와 대검"이라며 "검찰 출신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내정설로 검찰 안 설렘과 검찰 밖 흉흉함이 교차하고 있다. 저 역시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검찰 인사 실패 사례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 밖에 민주당 추미애, 조국혁신당 황운하·박은정 의원 등이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새 정부에 부담이 될까 봐 공론화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이 이 같은 우려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여론은 이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지지하는 기류가 우세한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들 수석 3인, 특히 오광수 민정수석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사 발표 뒤 '오 수석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검찰 특수통 출신 인사 기용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는 기자들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다. 사법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이라며 "오 수석의 사법개혁 의지 역시 확인했다. 일부 우려하시는 분들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오광수 수석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검찰총장과 달리 대통령실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라 대통령이 임명과 해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리니 윤석열 검사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민정수석이 검찰 내부 생리를 잘 모르면 검찰총장 등 그 조직적 움직임에 둔감해지고 검찰개혁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얼마나 검찰에 의해 고초를 겪은 분인가?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분이니 잘하실 걸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오광수 민정, 우상호 정무…‘이재명 1기’ 대통령실 인선 마무리

홍보소통수석은 JTBC 출신 이규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차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연합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임명됐다. 검찰 ‘특수통’ 출신 오광수 변호사는 여권 일부의 반발에도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이규연 전 제이티비시(JTBC) 대표이사는 홍보소통수석을 맡게 됐다. 이로써 에이아이(AI)미래기획수석을 제외한 이재명 정부 1기 대통령실의 실장·수석급 참모진 인사가 마무리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우상호 정무, 오광수 민정,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등 대통령실 2차 수석급 인사를 발표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우상호 정무수석 인선에 대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4선 국회의원으로, 소통과 상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닌 분”이라며 “오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합리성, 나아가 뛰어난 정무 감각을 겸비한 인사”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제이티비시 탐사기획국장과 보도담당 대표 등을 지낸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에 대해선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조망해온 언론인 출신”이라며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아 국민소통을 이끌 적임자로, 언제나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두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검찰 재직 중 특수 수사를 주로 맡아온 오광수 변호사의 민정수석 임명에 대해선 여당 일부와 시민사회에서 ‘검찰개혁의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강 비서실장은 “오 수석은 검찰 출신으로 뛰어난 추진력과 인품을 두루 갖추어 검찰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고,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사인 만큼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4일 강 비서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하고, 6일엔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하준경 경제성장수석과 문진영 사회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 수석급 정책 라인을 인선한 데 이어 이날 3명의 수석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대통령실의 고위 참모직 인선이 마무리됐다.

 

강 비서실장은 이번 인선을 두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민 통합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급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아닌 국민과 대한민국만 있다’는 국정철학 아래, 국민 통합과 소통을 통해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강 비서실장은 전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더욱 적극적으로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5년으로"

-05 23:58 수정 2025-06-07 18:32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후 열린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시민들이 한 표씩 행사해 내란을 끝냈다. 1997년 대선 이후 28년 만의 최고 투표율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역대 최다 득표수를 안겼다. 이 표심에는 내란을 일으키고, 이후 6개월 동안 경제 파탄으로 온 나라를 수렁에 빠뜨려놓고도 법을 비틀어가며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내란 정부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재명 정부는 이 표심에 어떻게 호응해야 할까. 내란 책임자 처벌과 법을 비트는 데 동원된 권력기관 개혁은 기본이다. 다만 이 조처가 “선악 구도의 적대감”(이진순)을 바탕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는 도구로 쓰이는 건 경계해야 한다. 정권 초기 적폐 청산에 몰두했다가 되레 검찰 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던 문재인 정부의 과오는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열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내란을 반성하지 않은 김 후보는 41.15%를 득표했다. 그런데 이 표심을 단순히 ‘내란 지지’로만 해석할 순 없다. 여기에는 내란과 상관없이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을 반대하는 정치에만 몰두한 표심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상대를 반대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 정치를 ‘반대의 정치’(김민하)라고 한다. 실제 이번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자 가운데 40.6%는 “싫은 후보 낙선을 위해” 김 후보를 찍었다고 답했다.

 

양극으로 나뉘어 서로 반대만 하게 만드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승자가 독식하고 반대편을 억압하는 권력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또한 반대가 아니라 지지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고, 정책을 추진하거나 집권하기 위해 연합 정치도 할 수 있다. 개헌이나 정치 개혁 논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것만큼이나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참여연대가 전문가 101명에게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를 물어본 결과, 사회통합과 경제적 불평등 완화가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 완화는 19명이 핵심 문제로 꼽았는데, 증세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재분배 강화(9명)까지 합치면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 분야 19개 과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22.76%)을 나타냈다. “불평등과 그에 대한 불만은 경쟁 격화, 각자도생, 혐오 세력화, 포퓰리즘 정치를 부른다”(김희원)거나 “증세와 소득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개선해야 하고, 이중 노동시장 구조도 개혁이 꼭 필요하다”(이강국)는 지적이 나왔다.(이번호 특집)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과 같은 감세 정책을 앞세웠다. 이것이 이번 대선에서 한강벨트 표심을 되찾아오는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통령이 한강벨트에 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대통령이 될 순 없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 공정에만 머무르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5년으로 진화해야 한다. 5년 중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다.  < 이재훈 기자 >

 

정치 지형과 민심이 변했다…숫자로 보는 21대 대선

 

                   6월 3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체육관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제21대 대선은 사상 최대 득표, 역대급 투표율, 지역 구도의 미묘한 변화, 20대 남성의 두드러진 표심 분화 등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난 선거였다. 선거 결과 드러난 몇 가지 핵심 수치는 한국 정치 지형과 민심의 새로운 흐름을 드러냈다.

 

■49.42%, ‘압도적 승리’?

 

이재명 대통령은 최종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총 1728만7513표로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이다. 2위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1439만5639표)와의 격차는 8.27%포인트로 289만1874표 차이가 난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과반 득표에 성공한 대통령은 제18대 박근혜 전 대통령(51.55%)이 유일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은 50%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역대 당선자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36.64%, 김영삼 대통령은 41.96%, 김대중 대통령 40.27%, 문재인 대통령은 41.08%로 당선됐다.

 

2위 김문수 후보와의 8.27%포인트 격차 또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큰 편이다. 지난 20대 대선의 0.73%포인트,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2.33%포인트,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3.53%포인트 격차보다 훨씬 크다. 다만 이번 대선이 12·3 불법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했음을 고려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2위인 김문수 후보와 상당히 격차가 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과반 이상의 득표로 반대 진영의 ‘심리적 승복’까지 유리하게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이에 못 미쳤던 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약 8%포인트 격차로 김문수 후보를 이긴 것은 분명 ‘압도적 승리’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표명을 분명히 하지 않은 김문수 후보가 40% 넘는 지지를 받은 점이 이후 정치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79.4% 높은 투표율

 

21대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9.4%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통상 판세가 뚜렷이 기운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시종일관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상황이었음에도 예상을 벗어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인해 보수층의 투표 열기가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보수층의 막판 결집이 이루어지며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계엄과 탄핵에 대한 심판 차원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이 높아질 요인이 분명히 존재했다. 반면 보수층의 결집 요인을 찾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처럼 보수층의 결집이 상대적으로 낮게 예측됐기에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의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질 수 있다고도 전망됐다”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좁혀진 격차나 높은 투표율은 보수층의 막판 결집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김문수 후보 배우자 설난영씨를 겨냥한 비하성 발언 논란이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승찬 대표는 “이번 대선은 12·3 계엄으로 불거진 ‘내란 심판’의 성격이 강했던 선거였기 때문에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은 김문수 후보의 서사는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은 김문수 후보에게 새로운 서사를 제공했다”라며 “막판 며칠 동안 김문수 후보가 유세를 굉장히 잘했다.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을 여성 차별, 직업 차별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인생사를 풀어낸 것이 보수층 결집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PK 최초 40% 돌파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에서는 40%를 소폭 넘는 득표율(약 42.7%)을 기록하며 민주당계 후보로는 처음으로 ‘마의 40% 벽’을 넘었다. 울산에서는 42.54%를 얻어 민주당 후보 역대 최고 득표율을 경신했으며, 경남에서도 39.40%를 득표해 40%에 근접하며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지지를 받았다. PK 출신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대 대선에서 얻은 37.8%를 상회하는 기록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PK에서 민주당 후보가 40%를 넘거나 근접한 득표율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TK(대구·경북)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30%를 넘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실제 개표 결과 대구에서 23.22%, 경북에서 25.52%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다만 역대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 중에선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미묘한 민심의 변화는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희웅 대표는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준석이라는 보수 지지층의 또 다른 선택지가 존재했다는 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라며 “TK에서 김문수 후보는 과거 보수정당 후보들이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60%대에 머물렀다. TK의 정서를 대변하던 국민의힘에 월등한 지지 경향은 여전히 강고하지만, 그 와중에도 일정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대 남성의 이준석 지지

 

이번 대선에서 두드러진 점 중 하나는 20대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이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37.2%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문수 후보는 36.9% 이재명 후보는 24.0%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이는 다른 모든 세대 및 같은 세대인 20대 여성의 지지 양상과도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윤희웅 대표는 “동일 세대 내에서 남녀별 정치성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상이 최근 3~4년간 상당히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며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활용하고 자극해왔다. 이 같은 균열이 또 다른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정교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20대 극우화’로 단순화해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한울 원장은 “극우에 대한 경계와 대응은 필요하지만, 이를 정의하는 공통된 기준이나 합의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극우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배경에는 계엄과 탄핵이 있다. 이준석 후보와 개혁신당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입장을 취했다는 점에서 그 지지자들을 극우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분명히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그것이 극우적 성향 때문인지 무책임한 정치적 언행 때문인지를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경향 박송이 기자 >

 

이재명 PK 선전에 지역언론 “보수텃밭 아냐” “국힘 비상”

부울경 최고득표에 지역언론 표심 분석… ‘PK대약진’ 평가

 
▲ 지난 4일 UBC '뉴스프라임'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로는 처음으로 40%대 득표에 성공했다. 지역 언론에선 이를 ‘이변’으로 평가하며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치르며 민심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대 대선에서 40%대 득표에 성공하자 지역언론은 이를 적극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 40.14%, 울산 42.54%, 경남 39.4%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역 언론에선 탄핵심판 여론이 강했던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4일 부산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최고기록”이라며 “역대 민주당 계열 후보 중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계엄과 탄핵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에서 심판심리가 작용해 과거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넘지 못한 마의 40%를 넘은 것”이라고 했다. 부산MBC는 “보수세가 여전히 강하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민심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 지난 4일 KNN '뉴스아이' 갈무리.
▲  지난 4일 울산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같은 날 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 KNN 역시 ‘뉴스아이’를 통해 “PK출신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넘지 못한 마의 기록이 깨진 셈”이라며 “계엄, 탄핵에 대한 심판 여론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텃밭에서 접전을 허용한 국민의힘은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부산지역 일간지들도 ‘마의 40% 돌파’에 주목했다. 부산일보는 지난 5일 <진보 대통령으로 부산 최다득표... ‘마의 40%’ 벽 넘었다> 기사에서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보수우위지형으로 회귀한 부산의 정치구도를 다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 날 국제신문은 <李, 부산 ‘마의 40%’ 돌파... 경남선 김해 거제 金에 우위> 기사에서 ‘이재명 득표율 PK대약진’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 지난 5일 부산일보 기사 갈무리.
▲ 지난 5일 경상일보 기사 갈무리.

 

경남신문도 지난 5일 <국민 절반 내란종식에 한표> 기사에서 ‘경남 39.4% 역대 진보 최다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울산은 부울경 지역 중에서도 두 후보간 격차가 가장 적었고 지역구 5곳 중 2곳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섰다. 이와 관련 UBC는 지난 4일 ‘프라임뉴스’에서 “보수우세 지역인 울산에선 이례적인 수치”라고 했다. 같은 날 울산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울산이 더 이상 보수텃밭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고 했다.

 

울산지역 신문인 경상일보는 지난 5일 <울산도 내란심판 표심 거셌다> 기사를 통해 “전통적인 보수우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울산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심판하려는 유권자의 표심이 높게 나타났다”며 “울산에서는 계엄선포와 탄핵을 초래한 정당에 책임을 묻는정서가 강하게 발현된 것”이라고 했다.  <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특수통 검사’ 오광수 민정수석 우려에…대통령실 “사법개혁 의지 확인”

2차 수석 인선 발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무수석에 우상호 , 강 비서실장, 민정수석 오광수, 홍보수석 이규연.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호’를 이끌 대통령실 2차 수석비서관 인선이 발표됐다. 정무수석엔 우상호 전 의원, 홍보수석엔 이규연 전 제이티비시(JTBC) 대표, 민정수석엔 오광수 변호사가 임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대통령실 정무, 홍보, 민정수석을 임명했다. 사진은 오광수 민정수석. 연합
 

‘이재명호’를 이끌 대통령실 2차 수석비서관 인선이 발표됐다. 정무수석엔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보소통수석엔 이규연 전 제이티비시(JTBC) 대표, 민정수석엔 오광수 변호사가 임명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실 수석급 주요 인사를 임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신임 정무수석은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다. 강 비서실장은 “오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합리성, 뛰어난 정무감각을 겸비한 인사”라고 우 수석을 소개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무수석에 우상호 , 강 비서실장, 민정수석 오광수, 홍보수석 이규연.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또 언론인 출신인 이규연 신임 홍보소통수석은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를 거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에서 교수로 일했다.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 선대위 공보특보를 맡기도 했다.

 

오광수 신임 민정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대구지검장과 법무부 범죄예방국장 등을 맡은 뒤 변호사로 일했다. 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동기(18기)다. 강 비서실장은 “오 수석은 검찰 출신으로 뛰어난 추진력과 인품을 두루 갖추어 검찰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사”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검찰 특수통 출신인 오 수석 임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다. 사법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이라며 “오광수 수석의 사법개혁 의지를 확인했다. 일부 우려하는 분들 걱정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