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발언 논란 확산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 전 의원이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가운데, 인권법 전문가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가 “도대체 왜 이런 인물이 이 나라의 국무위원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혜훈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탄핵에 반대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우연이나 실수일 수 없는 문제”라며 “내란과 같은 국가의 최고 중대사에 대해 정치인이 분명히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불과 1년도 안 되어) 번복한다거나, 후회한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라고 짚었다.


홍 교수는 이어 이 후보자가 과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했던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홍 교수는 “나는 이혜훈을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금지법에 반대했던 정치인으로 또렷이 기억한다”며 “그는 대충 소극적으로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회에서 직접 ‘발표’를 하고 반동성애 집회 연단에 올라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던, 매우 적극적인 행동가였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2016년 6월 이 후보자가 ‘동성애 퀴어 축제 반대 국민 대회’에서 “동성애가 이런 위험이 있다고 얘기하면 처벌받는 법, 이게 오히려 역차별 아니냐”라고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올렸다.
홍 교수는 “(이 후보자가)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한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가 확신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생각했었다”며 “그는 자신의 동성애 혐오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과학적 입장도 배척하고, 예술도 비난하고, 유엔과도 싸우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의 또 다른 과거 발언을 소개했는데 “질병 예방에 앞장서야 할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는 동성애와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에이즈 길라잡이를 배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두고) 이런 대중매체들이 동성애가 지극히 정상적이고 아름답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만든다” 등이다. 지난 2017년 2월 이 후보자가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이다.
홍 교수는 이 후보자가 지난해 4월 한 정책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한 발언도 소개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을 두고 “동성애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반동성애자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동성애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자유를 박탈하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도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후보자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이 후보자는 2019년 바른미래당 의원 시절 10대 성소수자를 비하하고 차별금지법에 성적지향이 포함되면 종교인들이 설교 내용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거짓 내용을 발언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 인물”이라며 “이렇게 민주주의와 인권에 반하는 인물이 국가재정을 담당한다면 국가 예산은 어디에 쓰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혐오 정치인을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는 것은 현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 의지가 없음을 선언한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장현은 기자 >
이혜훈 “이재명 불구속 尹구속 불공평” “이재명 내란세력” 발언 괜찮나
한겨레·중앙에 “계엄 잘못, 발언 후회” 번복? 민주당 “입장 바꾼 게 중요”
내란 청산 정권 장관 하긴 부적절하지 않나 “내일 도어스테핑 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이재명 내란세력’, ‘탄핵 반대’, ‘윤석열 석방’ 발언들이 도마에 올랐다. 위헌·불법 계엄 후 내란을 청산하겠다는 정권의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언동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후보자는 미디어오늘에 ‘도어스테핑에서 밝히겠다’고만 답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는데, 일단 민주당 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혜훈 후보자는 28일 이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직후 국민의힘에서 제명 결정이 나기 직전까지 국민의힘 서울중구성동을 당협위원장이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월15일 ‘탄핵반대 당협위원장들의 헌법재판소 앞 집회’ 때 참석해 당시 윤 전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두고 “공평하지 못한 수사다. 이재명에게는 야당 대표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하고, 도주할 수 없는 우리 대통령을 그냥 체포했다. 구속시켰다. 정당하냐”라며 “대통령은 우리 국민 아닌가. 불법 탄핵 중단돼야죠. 불법탄핵 중단하라. 대통령을 석방하라”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지난 3월22일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서울 여의도 집회에서도 “대한민국 역사 내내 있었던 탄핵을 모두 합한 거보다 이재명 한 사람이 밀어붙이는 탄핵이 더 많다.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 아니냐”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7일 탄핵표결 때 표결 불성립 결정한 것을 두고 “표결 정족수는 다 맞췄는데 찬성 숫자가 모자라는 것은 부결이며, 부결되고 나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같은 회기 내 재발의 못하게 되어 있다. 불참한 105명의 표도 부결 반대 표시로 간주된다. 이를 어기고 재발의해 통과시킨 탄핵 소추 자체가 불법이다. 기각까지 따질 것도 없다. 바로 각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1월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계엄과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두고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가 믿는 바가 다르고, 극단적으로 괴리를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 하나 예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라며 “아직까지 사법적 판결이 나지 않았고 진실이 뭔지 결정나지 않았는데 ‘초법적 쿠테타’, ‘폭력’, ‘폭동’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너무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좀 생각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드린다”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후보자 발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국힘의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에 앉히는 인사,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며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의원도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 문란에 찬동한 이들까지 통합의 대상인가”라며 “적어도 ‘진심’이 있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정의롭고 공정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좀 더 노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라고 썼다.

이에 이 후보는 2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계엄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도 잘못된 계엄의 결과이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당협위원장으로서 당(국민의힘)의 입장을 따라간 적이 한 번 있기는 하지만, 12·3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일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28일 기사 <尹 탄핵 반대했던 이혜훈 “분위기 휩쓸려…후회한다”>에서 이 후보자가 “계엄이 발발한 순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내 첫 일성이었다”며 “원외당협위원장으로 당시 (탄핵 반대)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9일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에서 ‘이 후보자가 윤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고 탄핵 반대를 공개적으로 발언했다가 입장을 바꿨으니 괜찮다는 입장이냐’라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현재 입장은 명확하게 입장 표명을 바꾼 걸로 지금 (언급)하셨고 그거를 포함해서 이 후보와 관련된 것들이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다뤄지면, 그걸 보고 인사청문위원들과 국민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혜훈 후보는 과거 공개집회 때 ‘윤석열 석방하라’, ‘불법 구속’, ‘불법 탄핵’, ‘계엄은 결단’ 등의 발언과 ‘폭동이라 단정해서는 안된다’라고 한 MBC 100분 토론 발언이 진심인지, 아직도 같은 생각인지, 내란청산 정권의 장관으로 부적절한 언동이 아니냐 등을 묻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내일 09:00 도어스테핑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 조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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