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확정이 아닌 기소 증거 찾지 못한 것일 뿐
계엄해제 직전에야 위법 판단? 전후 상황 규명돼야
대법원발 '2차 쿠데타' 종합 조사 필요성 커져

 

조희대 대법원장의 내란 가담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증거가 없다며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조 대법원장이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들에게 ‘계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계엄사령부에 연락관을 파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검의 결론은 조희대 대법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기보다, 오히려 더 큰 의구심을 낳았다. 특검 수사의 한계가 확인된 것과 함께 의문은 해명된 게 아니라 더 큰 의문으로 커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계엄 당시 열린 대법원 간부회의에 참석한 법원행정처 소속 간부와 법원행정처에 연락관 파견을 요청한 계엄상황실 소속군인, 계엄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비상계획 담당행정관 등을 조사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무혐의의 입증이 아니라 기소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일 뿐이다. 먼저 증거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큰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특검의 수사가 충실히 이뤄졌다고 보긴 힘들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처장은 특검에 직접 출석도 하지 않았고, 단지 서면 입장서만을 제출했을 뿐이다. '조희대 친위대'라는 비판을 받는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수용해 내려진 결론인 것이다. 내부 간부회의에서 '계엄은 위법하다'고 말했다는 주장은 폐쇄적인 조직 내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소한의 문서 기록으로써 확인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15 [공동취재] 연합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른바 '계엄 위법 발언'의 시점이다. 불법 계엄 발동 당시 조 대법원장은 12월 4일 0시 40분경, 천 처장은 0시 50분경 법원행정처 차장실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때 조 대법원장이 ‘계엄이 위헌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인데, 이 시간은 국회에서 1시 의결을 하기까지 불과 20분 전의 시간이었다. 국회에서는 이미 재적 과반수를 훌쩍 넘는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었고, 과반수 찬성이면 의결되는 계엄 해제가 확실시돼가던 상황이었다.

 

이 점에서 '위법 발언'의 진위에 앞서 해명돼야 할 것은 계엄 선포부터 법원행정처 도착까지 2시간여 동안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침묵에 대한 의문이다. 불법 계엄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헌법 수호 의지를 표명하는 어떠한 발언이나 움직임도 없었다. 이 2시간여는 군 병력이 국회에 난입하던 가장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조 대법원장의 존재는 전혀 없었다. 계엄 선포 직후 긴박한 2시간여 동안 사법부의 수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고서 사태가 해제 국면으로 접어들고 나서야 '위헌' 운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법치 수호 의지를 보여준 것인지, 대세에 편승한 ‘계산'의 결과에 불과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 의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계엄 위법 발언'의 전후 경위가 정확히 가려질 수 있다.  

 

특검은 법원행정처 소집에 대해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은 인터넷 등을 통해 계엄 선포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간부들과 ‘일단 출근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뒤 법원행정처 차장실을 찾아갔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의 지시 또는 소집으로 법원행정처에 모인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특검의 설명은 핵심을 빗나간 것이다. 조 대법원장이 소집 지시를 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불법 계엄 판단과 대응을 위해서도 소집이 필요한 것이었을 수 있다. 문제는 위헌 판단을 분명히 했느냐, 계엄상황실에 법원행정처의 연락관 파견을 거절한 것을 넘어 조치를 취했느냐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19.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8. 연합
 

12월 4일 0시 33분, 0시 46분경 일부 언론은 법원행정처가 ‘계엄 상황 형사재판 관할 검토’,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 마련’ 등에 나섰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법원행정처가 계엄 후속 조처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이들 보도 경위에 대해 법원행정처 직원의 답변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이며, 이들 기사 출고 시점보다 조 대법원장과 천 처장의 출근 시점이 늦었기 때문에, 이들이 주재하는 간부회의 자리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이 정도 설명으로는 충분한 해명이 되기 힘들다. 특검은 대법원장의 출근이 그보다 늦었기에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하나, 이는 오히려 대법원장 부재 중에 실무진이 이미 계엄에 협조할 준비를 마쳤거나, 대법원장의 묵인하에 사전 작업이 진행되었을 의혹을 뒷받침한다.

 

특검의 ‘무혐의’ 결론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그가 이끄는 대법원의 의혹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특검의 무혐의 처분은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종합적 조사가 이뤄질 필요성을 제기한다.

 

상식적인 의문은 4일 새벽의 ‘위법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후의 발언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 새벽 대법원 회의에서는 '위법'이라고 단언했다는 인물이 아침 출근길 인터뷰에서는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분명한 위헌 결론을 내렸다면 왜 사법부 수장으로서 즉각적인 대외 선언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를 진행했다. 2025.11.29. 이호 작가
 

당일의 발언 행적에 대한 여러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는 일단 제쳐놓기로 하자. 그렇다 해도 왜 1년 넘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12.3 계엄 직후 법원 내부망의 게시판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위헌적 계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여러 판사의 의견이 게시됐지만 그는 침묵했다. 이후 법원이 극우 세력에게 공격받는 사법부 독립 침해 사태 때조차 침묵을 지키던 그였다. 조희대의 '적극 행동'은 2심에서 무죄 판결난 '이재명 선거법위반사건'을 서둘러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뿐이다. 야권 유력 대권 후보 제거에 앞장섬으로써 '정치적'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풀어야 할 가장 큰 의문은 대법원의 내란 승인 동조 정도가 아니라 대법원 자신이 권력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권력의 공백 혼돈기를 틈타 사실상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에 대한 규명이다. 

 

조희대 대법원의 12.3 직후 행적에 대해서 특검이 내린 결론은 '윤석열발 1차 내란'에 동조했는지에 대한 의혹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법권을 휘두른 '2차 대법원 쿠데타'의 진상이 남아 있다. 1차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해 부실한 수사 끝에 내린 무혐의 결과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법원발 '2차 쿠데타'의 진상의 규명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조희대 대법원'의 의혹에 대해 특검이든 다른 어떤 형식이든 간에 종합적인 조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이명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