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나흘간 모은 서명 헌법재판소에 제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대통령 '만장일치 파면'을 바라는 대학생 1만여 명의 서명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됐다. 서명 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비상계엄 직후 대학생과 청년·학생의 힘으로 내란 상황을 진압했다"며 "이번에도 대학생의 힘으로 '나의 삶과 미래를 위해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외침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아래 시국회의)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하는 대학생 1만여 명의 서명을 발표했다. 앞서 시국회의는 윤 대통령 석방 이후인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 세계 220개 대학에서 1만 1197명의 학생 서명을 받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엔 시국회의 대표자들이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이동해 취합한 대학생 서명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언성을 높였으나 경찰의 저지로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헌재, 흔들리지 말고 파면 선고하라"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한 뒤 서명지를 제출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이동하고 있다. ⓒ 이정민
 


시국회의는 이 자리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의 만장일치 파면, 대학생의 힘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국회의는 성명에서 "지난해 12월 3일 전국에 선포된 비상계엄은 끝나지 않았다"며 "윤석열의 내란을 성공시키기 위해 '작은 윤석열들'은 권력의 핵심 요직에서부터 아스팔트 광장,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지금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와 윤 대통령 석방 등을 언급하고 "이에 맞서 우리는 전 세계 220개 대학에서 1만 1197명의 대학생으로부터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서명을 모았다. 윤석열 석방 소식이 전해지고 나흘 만에 모인 열망이었다"고 알렸다.

부산대학교 학생 이승민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늘(14일) 탄핵 선고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선고가 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기 위해 부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씨는 "들어야 하는 수업도, 가야 하는 아르바이트도 있지만 모든 일상을 내려놓은 채 서울에서 사흘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윤석열 파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서명지 접수증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또 "계엄 당일 전전긍긍 집에서 유튜브 라이브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 무력감을 느꼈고, 남태령 아스팔트와 한남동에서 싸우는 동지들을 보며 감사함과 부채감이 공존했다"며 "이제 우리도 모든 걸 걸고 싸움에 나섰다. 헌재는 흔들리지 말고 당장 파면 선고를 내리라"고 강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박서영씨는 대학가의 민심은 '윤석열 파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나흘간 대학에서 서명 운동을 벌이면서 정말 많은 대학생과 마주했다. 야유를 보내거나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수고한다'며 음료수와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학생, 응원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했다.

숙명여자대학교 학생 서예진씨도 "윤석열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가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겠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서씨는 "억지 논리만 펼치는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지 말자"면서 "'내란수괴는 사라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치는 데 함께 해 달라. 역사 속에서 대학생이 언제, 어디서나 앞장서 왔듯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당당히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들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촉구, 대학생 1만인 서명운동 전달 기자회견'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구에 의사봉을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기자회견 말미 대학생들은 직접 윤 대통령에게 파면 선고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준비해 온 의사봉 모양 손팻말을 들고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후 시국회의는 대학생 1만여 명의 서명을 모은 박스를 들고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향했다. 김민지 집행위원장 등이 민원실 앞에 도착하자 인근에 있던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빨갱이 아니냐", "북한으로 꺼져라" 등 수준 이하의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성명을 제출하고 나온 김 집행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대학생들이 모은 요구(만장일치 파면 촉구 서명)를 헌재가 인정해서 윤석열을 파면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헌재 주변에 있는 극우 세력의 목소리는 결코 민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박수림 기자 >

 

"석열이형 편이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윤 대통령을 당장 파면해야 할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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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시위를 벌이는 한 지지자가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새긴 태극기를 들고 있다.권우성

올해 3.1절엔 아파트 베란다에 걸린 태극기를 본 기억이 없다. 아무리 국경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예년만 못하다지만, 그래도 3.1절과 광복절이면 베란다마다 드문드문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어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다. 국경일엔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걸 법 조항처럼 여겨온 세대여서다.

태극기 배지를 가방에 매달거나 붙이고 다니던 아이들도 근래엔 보기 힘들어졌다. 요즘 아이들에게 태극기는 애국심의 표상이라기보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었다.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나 가방이 유행이었고, 야외 행사 때 태극기 문양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말 그대로, 태극기 전성시대였다.

"괜히 오해할까 싶어서 일부러 떼어 냈어요."

가방에 열쇠고리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한 아이는 태극기 액세서리들을 얼마 전 죄다 처분했다고 한다. 보통 헐값에라도 친구들에게 팔거나 선물하는데, 사거나 받겠다는 경우가 아예 없었다며 그냥 버렸다는 거다. 개중에는 태극기 문양의 필기구와 호루라기 등 쓸만한 것들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요즘 들어 그는 "너 '태극기 부대'냐"라거나 "이왕이면 성조기도 함께 달라"는 조롱을 심심찮게 받는다고 한다. 친구들끼리의 장난 섞인 말이지만, 하도 자주 듣다 보니 여간 찜찜한 게 아니라는 거다. 예전엔 디자인이 예쁘다거나 잘 어울린다며 부러움을 샀지만, 이젠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자유와 애국이라는 말이 오염됐다

한 외국 쇼핑 사이트에서 파는 'ROKA(Republic Of Korea Army) 티셔츠. 티셔츠 뒷면에는 KOREA ARMY라고 적혀 있다.ebay


지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로 아이들에게조차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 덩달아 'ROKA(Republic Of Korea Army)-티'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까지 전국 고등학생의 평상복이자 체육복으로 불렸던 티셔츠다. 현역 군인들이 입던 생활복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소비된 것이다.

'ROKA-티'나 얼룩무늬 옷을 입고 다닐라치면, 대번 '석열이 형' 편으로 낙인찍힌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탄핵 반대 집회에 가보면 군복 차림의 참가자들이 여럿이다. '전우회'라는 이름을 내건 깃발을 들고 빨간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낀 초로의 남성들이 사실상 집회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로, '석열이 형'은 요즘 아이들이 윤 대통령을 호칭하는 방식이다. 그들 중 열에 여덟아홉은 그렇게 부른다. 기성세대에겐 비아냥처럼 들릴 테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석열이 형'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기획한 웹 예능 프로그램(석열이형네 밥집)에서 등장한 용어다.

이후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되면서 아이들에게 익숙한 호칭이 됐다. 그들이 느끼기에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이력에다, 거칠고 투박한 말투와 마초 같은 몸짓에 가장 부합하는 호칭인 셈이다. 적어도 남자아이들에겐 긍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비상계엄 당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로 난입한 장면을 본 뒤, 군이라고 하면 누구든 계엄군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군의 최고 지휘관들의 한심한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아이들조차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수호한다는 국군을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조롱을 넘어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태극기와 국군뿐 아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온 가치들조차 봉변을 당하고 있다. 이제 '자유'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기 께름칙한 단어가 됐다.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기자회견과 경축사 때마다 입버릇처럼 자유를 외쳐왔다. 자유라는 단어를 빼면 아예 문맥이 연결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젠 자유가 민주주의라는 말조차 오염시키는 수식어가 됐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민주주의는 좌파 용어이고, 자유민주주의는 우파 용어라고 단정하는 아이들이 있다. 북한의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니냐며, 그들의 민주주의와 구별 짓기 위해서는 앞에 자유라는 단어를 꼭 붙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반면에 자유를 '극우'와 동일시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자유라면서, 외국인이 듣는다면 윤 대통령이 '자유의 수호신'처럼 느껴질 법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정당의 이름에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개는 극우 정당이라는 나름의 근거를 대기도 한다.

한 아이는 자유가 '극우의 폭력성을 감추는 가면' 같은 거라고 단언했다. 일단 자유라는 말을 끌어다 붙이면 누구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민주주의보다 자유민주주의가 훨씬 더 자유로운 것 같고, 폭력적 시위에도 자유라는 수식어를 쓰면 정의롭고 적법한 행동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언어도단일지언정 그렇다는 거다.

그의 말을 엿듣기라도 한 걸까.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을 저지른 폭도들을 대변하는 한 변호사는 폭동을 '자유 운동'으로 명명했다. 사법 기관을 물리적 폭력을 사용해 점거하고 판사를 붙잡아 처단해야 한다고 악다구니 쓴 이들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두둔한 거다.

"우연히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지나가다가 '애국 청년'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어요."

자유와 함께 치도곤당한 대표적인 단어는 '애국'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반대 집회는 사실상 어르신들의 '독무대'였지만, 지금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얼추 네다섯 명 중 한 명이 청년 세대일 정도로 젊어졌다. 혹자는 탄핵 반대 집회가 인기 극우 유튜버와 기독교 신도를 중심으로 꾸려지다 보니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느닷없이 '애국 청년'이라는 칭찬을 들은 그는 '탄핵을 반대하면 애국자고, 찬성하면 매국노인가?'라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단다. 가슴 뭉클하게 하는 애국가마저 순간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고작 '내란 수괴를 위한 구명 운동'을 거창하게 애국으로 포장한 저들의 인식이 우스꽝스럽다면서도, 애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척 부담스럽다고 했다.

자유에 이어 애국이라는 숭고한 단어마저 극우 세력이 독점해 악용하는 양상이다. 숫제 두 단어를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 언론에서도 그들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 쓰면서 편견을 공고화하고 있다. '애국 청년'을 '자유 청년'과 마구 혼용하면서 자유와 애국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거다.

이름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파면돼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단식 농성장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금융-사무노동자 시국선언대회'를 하고 있다.이정민


헌법 질서를 위협한 사법부 침탈을 '국민 저항권 행사'로 제멋대로 규정하고, 폭동을 '항쟁'으로 높여 부르는 이들에게 '언어'를 빼앗겼다. 우리말로도 모자라 영어까지 그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의 이름부터 'Save Korea'다.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뜻인데, 기실 그들이 구하려는 건 윤 대통령이며, 나아가 그들의 기득권이다.

'공정'과 '상식'의 개념이 더럽혀진 건 이미 오래고, '자유'와 '애국'의 가치조차 훼손되어 말 꺼내기조차 민망한 시절이다. '아닌 밤중 홍두깨' 같았던 비상계엄으로 군의 명예는 실추됐고,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이 됐다. 이 모든 게 2년 반 남짓의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요컨대, 난맥상인 단어들의 '정명(正名)'을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서둘러 파면되어야 한다. 계엄령을 옹호하기 위해 '계몽령'이라는 신조어까지 지어내는 기괴한 현실에서, '이름을 바로잡는' 일만큼 시급한 건 없다. 이러다 국어사전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이들의 낯 뜨거운 조롱에 기성세대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 서부원 기자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시당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상욱 의원은 “울산 당협의 실질적 추대가 철회된 것은, 제가 비상계엄해제와 대통령 탄핵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저는 이를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면 정당을 떠나 행동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당위이자 자격이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무리 속에 있으면서 배타 당한다는 게 좀 힘들다."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당 안에서 본인이 지속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데 대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12·3 비상계엄을 명확히 반대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찬성 표결에 나선 이후 그를 향한 당내 주류의 비난과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권성동 원내대표가 탈당을 공개적으로 권유할 만큼 분위기가 험악한 상황이다(관련기사: 탈당 권유했지만 '탈당 권유'가 아니라는 국민의힘 https://omn.kr/2bsw6).

특히, 김 의원이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에 하나라도 탄핵 기각이 된다면 저는 국회에서 죽을 때까지 단식 투쟁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한 게 기폭제가 됐다(관련기사: 국힘, 헌재에 '윤석열 탄핵 각하' 탄원... "압박 아니라 읍소" https://omn.kr/2cjri).

강민국 의원은 13일 당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이재명의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의견과 같이하는 이 발언에 대한 뜻을 말해달라"라고 날을 세웠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사무총장을 향해서도 "한 개인 의원의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사안"이라며 당 지도부가 명확한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내란 사태 이후에도 친윤계가 당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소수에 불과한 소신파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이다.

"탄핵 인용되면 화풀이 대상 찾을 것, 아마 제가 될 것"

김상욱 의원은 14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혼자인 게 아무래도 고립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무리 속에 있으면서 배타 당한다는 게 좀 힘들다"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무리 속에서는 철저하게 혼자임을 느끼고 있는데"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만 하더라도 '잘못되었다, 탄핵은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라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런 목소리를 내던 분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도 생각을 표출하기가 힘들다. 또 내부 분위기는 더 강성으로 간다"라며 "그러다 보니 더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정치라는 한자어가 바르게 다스려 간다는 뜻이지 않느냐?"라며 "지금 우리가 반드시 회복해야 되는 것, 지켜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이다. 또 헌정질서이다. 또 법치주의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탄핵 선고가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키고 훼손한 것을 되돌리는 첫 단계"라고 본인의 소신도 재확인했다. "바른 방향, 우리 누구나 다 알고 있다"라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파면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특히 '단식'을 언급했던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결연하게 이렇게 할 것이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저는 만약에 탄핵 기각이 이루어진다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서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무너졌는데 헌법을 지키기로 선서한 국회의원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탄핵이 기각되는 순간이 민주주의가 멈추는 순간"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저도 그런 결연한 마음이지만 광장에 나가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정치인이 자꾸 광장에서 국민들을 선동하고, 본인들이 해야 될 일을 국민들께 짐을 자꾸 지우면 이 사회의 갈등이 깊어진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치인들이 선동하고 이용하려고 하고 자신의 힘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이럴수록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타협하고 본연의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얘기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뒷얘기는 사라지고 앞 얘기만 (주목을 받았다)"라고 당시 단식 발언의 맥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본인을 향한 탈당 압박에 대해 "계속 있었던 것"이라며 "탄핵이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저는 매우 큰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인용이 되면 동료들이나 아니면 저희 당의 강성 지지층들은 뭔가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겠다. 아마 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제가 옳음을 추구한 데 따른 값을 치러야 된다면 값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거는 제가 정치를 하는 이상 당연한 귀결"이라며 "감당해야 될 몫"이라는 말이었다.

권성동 "그 친구한테 관심이 없다"라며 즉답 피해

권성동 원내대표 대면한 김상욱 의원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권 원내대표는, 당 일각의 김 의원 징계 요구에 대해 "그 부분 대해서는 원내 사안이 아니고 당무 사안이라 제가 입장 밝힐 처지에 있지 않다"라고 거리를 뒀다. "우리 당 당헌·당규상 중앙윤리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독립된 지위에서 업무를 하게끔 돼 있어서, 윤리위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징계 개시나 이런 게 결정되리라고 보고 있다"라며 칼자루를 윤리위에 넘긴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12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당시에도 김 의원의 발언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노 코멘트' 하겠다"라며 "이제 김상욱 의원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저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저 관심이 없다, 그 친구한테"라고도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징계 요구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통해서도 "국민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면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 위안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라며 "저의 언행이 당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

 

금요일 밤에도 “윤석열 파면”…마지막일지 모를 100만 집회 예고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한파 속에서 눈비 맞으며 100일 동안 싸워왔는데 이제 황사 맞으면서 싸워야 한다니, 솔직히 힘듭니다. 하지만 지치진 않습니다. 고작 여기서 지치고 싶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로 점쳐지던 14일, 여전히 선고일이 안갯속인 가운데 이번 주 내내 광장에 나와 윤 대통령 파면을 외치던 시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며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다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에는 15만명(주최 쪽 추산, 연인원 기준)이 모였다. 무대에 오른 30대 직장인 ㄱ씨는 “힘들지만 고작 여기서 지치고 싶지 않다”며 “선배님들이 피땀 눈물로 만든 평화로운 광장에서 끝까지 싸우고 끝내 승리를 쟁취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고나린 기자

 

윤 대통령이 석방된 뒤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자리를 지켰고, 시민들은 “단식 농성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어” 부름에 응답했다. 이날로 사흘째 ‘부산 대학생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박도현(21)씨는 “윤석열이 구속 취소까지 된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광화문의 열기를 부산에도 이어지게 하고 싶어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며 “시민분들의 응원 덕에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박씨를 비롯한 7명의 부산 지역 대학생들을 향해 “파이팅!”, “우리가 미안하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거리에 자리한 수십 개의 농성장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박수를 치거나 “고생하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옆엔 붉은 글씨로 ‘민주화여! 영원한 우리 민족의 소망이여!’라는 문구가 쓰여진 시민항쟁버스가 자리를 잡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직장인 김나영(27)씨는 “월요일부터 퇴근하자마자 바로 광화문으로 오고 있다. 단식 농성하는 분들도 있는데 안 오면 더 죄송할 것 같았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부디 우리나라가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악은 항상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해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반드시 탄핵 인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자리한 농성장. 고나린 기자

 

비상행동은 탄핵심판 선고 전 마지막 주말이 될지 모를 15일을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로 정해 대규모 집회를 열 방침이다. 평일 내내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친 시민들은 “내일도 당연히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류상호(72)씨는 “내일은 물론이고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계속 (집회에) 나올 예정이다. 힘이 전혀 안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보탰을 때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이 정도 힘든 건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권휘진(44)씨도 “이렇게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많다는 걸 보여줘야 극우세력들이 이상한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사람들이 안심할 것 같았다. 더 길어져도 힘낸다는 마음으로 내일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비상행동 공동대표이자 ‘윤석열즉각퇴진 예술행동’의 운영위원장인 송경동 시인은 이날 무대에 올라 “이 추악한 내란 정국이 결국 윤석열 파면과 재구속, 영원한 격리로 이어졌다는 해피엔딩의 노래를, 그림을, 소설을, 연극을 만들어 줄 벗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벅차고 신나지 않느냐”며 “내일은 100만 시민 대행진의 날이다. 민주항쟁의 날로 우리 모두가 나아가자”고 했다. 바닥에 앉아 박수와 환호로 발언을 경청하던 시민들은 잠시 응원봉과 조명 등을 끄고 어두워진 광장에서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회자의 말에 맞춰 다시 응원봉을 켜고 자신이 가진 ‘빛나는 것’들을 흔들며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을 끝장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고 소리쳤다. 이에 맞춰 데이식스의 노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오던 광장 위를, 보름달이 밝게 비췄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 현장을 비추는 보름달. 고나린 기자

 

윤석열 탄핵 선고 앞두고 주말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 긴급행동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노래에 맞춰 손팻말 등을 흔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 170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를 열고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인근까지 행진한다. 신고된 집회 인원은 5만명이다.

 

비상행동을 비롯한 각계 시민 사회 단체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윤석열 탄핵’ 집회에 총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비상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 석방과 내란 잔당의 거짓 선동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놓여 있다. 윤석열 파면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과 단체들에 호소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모여달라”고 밝혔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지난 8일부터 광화문 천막 농성장을 꾸려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각계의 시국선언도 줄잇고 있다. 14일 영화인 시국선언에 참석한 최하나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윤석열이 아닌 우리들이 될 것”이라며 “내일 광장을 지긋지긋한 내란 정국의 클라이맥스(절정)로 만들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광화문 집회에 앞서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민의힘 해산 전국집중 촛불문화제’를 연다. 민주노총도 15일 오후 3시 서울 남대문로에서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쟁취! 3·14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뒤 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집회 신고인원은 5만명이다. 대국본은 “걸을 수 있는 사람 다 나오라”며 “국민저항권을 완성하자”고 밝혔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도 15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고나린 기자 >

 

마지막일지 모를 ‘윤석열 탄핵’ 주말 광장…“혼신의 힘 다해 준비”

집회를 축제로 만든 비상행동
“K팝에 구호 넣어보다 잠들어”

 

 
 
지난해 12월7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던 시민들이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12·3 내란 사태 이후 석 달 넘게 광장을 울렸던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칠 주말 집회는 어쩌면 ‘단 한 번’ 남았을지도 모른다. 12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활동가들도 초긴장 상태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주말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비상행동은 그간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시민이 참여하는 집회를 준비해왔다. 분노의 마음을 응원봉으로 표출하는 모습은 “집회의 진화”라고 불렸다. 에스파의 위플래시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팔뚝질하는 모습은 집회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기상천외한 손팻말과 깃발이 거리를 메웠다. 막바지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비상행동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는 박민주 행진팀장. 비상행동 제공

 

한국진보연대 활동가이자 집회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는 박민주 행진팀장은 센스 있는 선곡으로 집회를 축제로 만든 주역 중 하나다. 세대를 아우른 유행곡에 단순한 율동을 더해 탄핵 구호에 신명을 더했다. 그는 “70대 노인도 따라 부를 정도로 쉬운 가사여야 하고, 구호가 들어갈 틈이 있어야 하고, 행진 속도에 맞는 적정한 빠르기여야 한다. 김수철의 ‘젊은 그대’는 조금 느려서 속도를 조절했다”며 엄정한 집회 선곡 기준을 설명했다. 요즘도 박 팀장은 퇴근 뒤 ‘집회용 케이팝’ 연구에 매진한다. “노래 틀어놓고 박자 타면서 ‘윤석열 탄핵!’ 구호 넣어보다가 잠이 듭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에서 활동가들이 질서 관리를 하는 모습. 비상행동 제공

 

시민이 노래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까지, 활동가와 자원봉사자의 숱한 손길이 필요하다. 비상행동 상황실 활동가 99명과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집회를 준비하려 종일 분투한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아침 10시부터 회의를 열고 시시각각 바뀌는 정치 상황에 맞게 집회 주요 기조를 정한다. 낮에는 각 단체가 여는 사전집회를 지원한다. 오후 3시께부터 본 집회를 위한 무대, 음향, 조명을 체크한다.

 

그 가운데 핵심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다. 시민발언문을 하나하나 미리 받아 혐오표현이나 비속어가 없는지 검토하고 수정한다. 이를 위해 행사기획팀 안에는 시민발언팀을 따로 뒀다. 집회가 끝나도 회의는 이어진다. 정진임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행진 마치고 마무리하면 밤 10시가 넘는다. 그 뒤에도 끝이 아니다. 밤 11시부터 소셜미디어(SNS)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논의하다 보면 새벽 1시가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가장 뜻깊은 순간으로 박민주 팀장은 지난해 12월7일을 꼽았다. “탄핵안이 부결되고 실망감과 분노·좌절이 느껴졌어요. 어려운 순간이었어요. 포기할 수도 있었던 순간 시민들이 ‘위플래시’를 부르고 탄핵체조를 하면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한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박 팀장은 “탄핵심판까지 온 것도 그때 포기하지 않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에서 상황실 활동가들이 상의하는 모습. 비상행동 제공

 

포기하지 않고 이어 온 ‘윤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끝이 보인다. 다음주 중엔 탄핵 선고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집회는 이어져도 ‘윤석열 탄핵’ 구호는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수 있는 셈이다. 밍갱 비상행동 활동가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황실도 바짝 촉각이 곤두서 있다”며 “정말, 반드시, 빠르게 파면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성원 모두 혼신의 힘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은 이번 주말(15일) ‘100만 시민 총집결’을 호소한다. 집회 연출을 맡은 김지호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집회에 나올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 한다”며 “지난 석달 결정적인 순간마다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지혜  정봉비 기자 >

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재판 선고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지자 정치권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애초 온국민이 12·3 내란을 목격한 만큼 헌법재판소가 8대0의 만장일치 인용 결정을 내릴 거라고 자신했던 야당 안에서도 ‘기류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재판 선고 기일이 지정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지금 상황에서 언제 선고를 한다 얘기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예측인 것 같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지정할 때도 매번 예측이 분분하다가 기일이 지정됐다”고 말했다. 애초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전례와 관행을 들어 늦어도 14일까지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나설 거라고 봤지만, 이날 오후까지 헌재는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어떤 입장도 내지 않자 민주당은 빠른 파면을 촉구하며 적어도 16일까지는 당 차원의 도보 행진과 저녁 집회 등 ‘비상행동’을 매일 이어가기로 했다.

 

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에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인방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먼저 탄핵소추된 이들에 대한 결론을 먼저 내려줌으로써 ‘선입선출’ 방식으로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월25일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변론 종결하면서 헌재가 집중 심리를 하겠다며 다른 사건을 잡지 않았다. 오는 18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의) 변론 기일이 잡힌 것을 보면, 18일 전에 윤 대통령 심판의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다섯가지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는 것보단, 하나씩 총의를 모아 나가는 과정 아니겠느냐”며 ‘8대0 인용’에는 이변이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또다른 핵심 당직자도 “헌재 재판 속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요소요소마다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쪽에 핵심적인 질문을 하며 논리를 깬다. 늦어도 다음주 후반에는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당의 담담한 표정 관리에도 물밑에서는 불안이 감지된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재판관들은 진보 성향 3명(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중도 성향 3명(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보수 성향 2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탄핵은 확실하다. 다만 만약 5대3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 (만장일치 결론을 위해)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혁신당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나올 때까지 삼보일배 등 여론전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민주당이 최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탄핵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원외 인사는 “재판 초기도 아니고, 이미 변론이 종결된 상황에서 ‘8대0 인용’을 확신하고 있다면 왜 원내지도부가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지 모르겠다. 헌재 쪽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전해듣고, 진보 성향인 마 재판관을 임명해 안정적인 탄핵 인용을 기대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

 

윤석열 석방 나비효과...‘탄핵 기각될라’ 결집한 보수, 불안한 중도·진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보수층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로 더 결집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진보층은 불안감을 드러내는 현상이 여론조사에서 포착되고 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채 윤 대통령을 풀어준 것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4%,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8%, ‘반대한다’는 응답은 37%였다. 여전히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찬성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줄었고, 반대는 2%포인트 늘었다. 소폭이나마 여론조사 수치가 움직인 건, 보수층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이 지난주보다 5%포인트 줄어든 24%로, 탄핵 반대가 3%포인트 늘어난 72%로 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51%)도,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답(41%)보다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이 역시 정권 교체는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유지는 4%포인트 올랐다. 중도·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보수층의 정권 교체(16%)·유지(78%) 응답은 각각 7%포인트씩 빠지고 늘었다.

 

전날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에선 ‘정권 교체’가 47%, ‘정권 재창출’이 42%로 조사돼, 두 응답 차이가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정권 교체는 전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재창출은 3%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61%)가 6% 오르고 정권 재창출(27%)이 4% 포인트 떨어졌는데도 이렇게 된 건 보수층의 응답 때문으로 보인다. 보수층 응답자 가운데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이는 15%로 전주보다 10%포인트 줄었고, 재창출을 원한다는 이는 6%포인트 늘어난 76%였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 탓으로 풀이된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석방돼 대통령 관저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유권자들이 ‘어쩌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가지 않을까 불안감을 느끼는 거고,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특히 보수층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이 헌재 탄핵심판에서 ‘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수층의 기대감과 중도·진보층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특히 보수층의 결집을 불렀다는 것이다. 전날 전국지표조사에서 나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이라는 응답은 53%,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39%였는데, 지난주와 비교해 파면은 9%포인트 내려앉았고 복귀는 11%포인트 뛰어올랐다. 이 가운데 진보층(85%)과 중도층(61%)에선 파면될 것이란 전망이 전주보다 각각 1%포인트, 13%포인트 줄었고,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13%와 28%로 전주보다 각각 3%포인트, 10%포인트 늘었다. 지난주 조사에서 파면(42%)과 복귀(49%)가 7%포인트 차이였던 보수층은 이번 조사에서 복귀 전망이 14%포인트 치솟은 63%로, 파면 전망(30%)의 두배 이상 많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 석방에 또 한번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 것”이라며 “석방의 나비효과”라고 말했다.    < 손현수 기자 >

 

소식 없던 ‘그날’…윤 탄핵심판 선고 다음주 후반에나

통상 2~3일 전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공지돼도 빨라야 17일에나 선고 될 듯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야5당 공동 사전 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4일까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음주로 넘어갔다. 탄핵소추부터 선고까지 90일을 훌쩍 넘기는 것이어서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 심리기간을 기록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선고 기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중 공지가 돼야 빨라도 17일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월요일인 17일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뒤 93일이 지난 날로 이날 선고가 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요일(91일)을 넘기게 된다. 오는 18일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번째 변론기일이어서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공지되지 않으면 선고 일정은 다음주 후반으로 넘어가게 된다.

 

헌재 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모두 마친 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재판관 평의를 열고 있다. 평의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논점을 정리한 뒤에는 각자 최종 의견을 내는 평결을 진행한다. 헌재가 만장일치 결론을 내놓기 위해 막판 논의에 들어가느라 심리가 오래 걸린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재판관들은 아직 평결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을 모으기 전 사실관계와 논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재판에 출석한 몇몇 증인들의 수사기관 진술과 헌재에서의 증언이 다른 상황인데, 이런 부분을 꼼꼼히 짚고 넘어가느라 평의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및 기소 과정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지난 7일 이후 헌재도 심판 절차에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평의 중에도 재판관들끼리는 파면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드러내는 데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재판과 다른 고위공직자들 탄핵 사건 심리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는 점도 선고가 늦어지는 원인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초반부터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쟁의심판과 다른 공직자 탄핵 사건을 함께 심리하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전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 사건을 선고한 헌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사건이 남아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로부터 14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파면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은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됐고 다음주 월요일(17일)이면 20일째가 된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박정희보다 못한 윤석열 계엄…“경고성? 위헌 자백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선고가 임박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의 위헌·위법성이 꼽힌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를 정당화하면서 ‘경고성’ 목적을 강조했지만 이는 계엄의 위헌성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뒤 평의를 이어오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77조 1항(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의 요건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애당초 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과거 계엄과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자고 했다”며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재판 최후진술에서도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론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야당과 반국가세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며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하지만 ‘경고성 비상계엄’이라는 개념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이 자체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자백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의 목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 주석서에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국가의 존립 자체 또는 입헌 체제에 직접적 위해를 가져오는 정도의 교란 상태를 말하며 모든 반정부적 활동을 비상사태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에 미치지 않은 긴급사태는 계엄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선포 목적 자체가 모든 행정이 멈춰지고 법원도 작동이 안 될 때 할 수 없이 유일하게 군이 투입되는, 소극적 회복적 목적”이라며 “경고성·계몽 등은 말도 안 되는 표현일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모두 적극적 행위를 상정해 법을 위반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실체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희는 ‘친위 쿠데타’였던 10월 유신보다 10개월 앞선 1971년 12월 “현재 대한민국 안보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을 제정했다. 기존 헌법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이나 계엄선포권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긴급권을 보장하는 법령이었다. 10개월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라는 외형을 갖춘 것이었다. 국가보위법은 1994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는 “윤 대통령은 비상사태라는 외관을 갖추려고 하지도 않았고, 하다 못해 과거 친위 쿠데타였던 유신 쿠데타를 참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호소라느니 이런 표현들은 모두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