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송파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 김 전 총리의 영정사진과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지난 23일 숨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한동 전 국무총리, 자유한국당 정우택·정진석·안상수 의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에서 장례위원장인 이한동 전 총리는 조사에서 “두 차례 총리 역임과 9선의 국회의원, 4번 정당 총재 등은 우리나라 국정과 정치 발전에 얼마나 지대한 기여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며 “한편 산업화 추진과 정치발전이라는 대업 뒤안에서 고뇌도 필경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숨을 건 혁명과 매국노의 누명을 한일협상, 두차례의 외유와 신군부 탄압과 망명의 정치 일정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모든 고초를 꿋꿋이 이겨내고 주위를 다독이며 웃던 모습에 사랑과 존경 버리지 않을 수 없다”고 추모했다.

영결식 뒤 김 전 총리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는 김 전 총리가 살던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노제를 지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치사를 가로질렀던 큰 획이 끝나가는거 같다”며 “한국 정치에 위트와 유머가 있고, 여유가 있는 정치인이 있어서 국민들이 보다 안정감을 갖고 정치를 신뢰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해는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이 되고, 고인의 모교인 공주고와 부여초와 고향 부여 시내를 거쳐 부여군 외산면 가족묘원에 안장된다.

<이정훈 기자>


민주연구원 박혁 연구위원 브리핑
“당 능력보다 보수세력 지리멸렬에 반사이익
‘국정 파트너’ 보수야당 업그레이드시켜야”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에서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을 비롯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인들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의 승리에 자만하지 말아야 하며 보수 혁신에도 일조해야 한다는 조언이 여당 내부에서 나왔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박혁 연구위원(정치학 박사)은 17일 발표한 ‘6·13 지방선거 결과의 5대 포인트’라는 주간 이슈 브리핑에서 “국민들은 전국의 지방권력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맡겨 대한민국 중심정당으로 우뚝설 기회를 줬다”며 “다양한 지역·이념을 지닌 국민들의 지지로 압승을 거둔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다양성과 차이를 조화시키는 담대하고 포용력 있는 정당, 통합과 공존의 원리로 운영되는 패치워크 정당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민주당의 능력과 성과가 낳은 결과라기보다는 보수세력의 지리멸렬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었”고 “정부 출범 1년차의 밀회선거였다”며 “자만이나 패권적 태도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이 있듯이 위대한 승리가 추락의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특히 교만을 경계해야 하며 국민들의 실질적 삶을 나아지게 하는 민생중심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자유한국당의 참패가 보수 세력의 몰락이 아니라 “민심에 반응하지 못하는 ‘닥반(닥치고 반대)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에 따른 것이라고 짚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회 구조 아래서는 보수야당의 협조 없이는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수야당을 국정의 파트너이자 견제세력으로서 인정하고 협치와 상생, 타협의 실천으로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책임이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밖에 △시민권으로 자리잡은 높은 투표율 △지역주의 해체 △색깔론 소멸 △문재인 국정 밀어주기를 여당 압승, 여당 참패로 나타난 6·13 지방선거의 특징으로 꼽았다.

<김태규 기자>


북-미 두 정상, 12일 포괄적 합의문에 서명

김 위원장 “세상은 중대한 변화 보게 될 것
이런 자리 위해 노력해주신 트럼프에게 사의”
트럼프 “합의문 포괄적…모두 굉장히 놀랄 것”
“우린 여러번 만나게 될 것, 김 위원장 능력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 위원장은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대할 뜻도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1시39분(현지시각, 한국시각 오후 2시39분)께 카펠라 호텔 서명식장에 나란히 입장해 합의문에 서명하고 이를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 문서는 굉장히 포괄적인 문서이고, 우리는 좋은 관계를 구축했습니다”라며 합의의 자세한 내용은 2시간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성명을 하게 된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과 같은 이런 자리를 위해서 노력해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문서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이어 두 사람은 합의문에 각자 서명하고 교환한 뒤 악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만 기다리면 (합의문을) 다 보게 될 것”이라며 “이 합의문은 굉장히 포괄적이고 양국 모두 굉장히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준비가 들어간 작업이다. 양쪽 모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북한에게도 감사하다. 아주 환상적이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둘 다 뭔가 이뤄내고 싶어 하고 둘의 특별한 관계가 오늘 시작됐다. 우리는 여러 중요한 문제 해결의 시작을 했다”며 “김 위원장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만남이 누가 기대했던 것보다, 예측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영광이고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하느냐’고 묻자 “물론이다”(Absolutely)라고 답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서명을 위해 자리에 앉을 때 김 위원장에게 의자를 빼주고 문서를 건넨 사람은 남북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1부부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은 이번 회담 성사의 주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보좌했다.

두 정상은 서명식장을 빠져나가, 김 위원장이 평양을 향해 카펠라 호텔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 악수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여러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은 매우 값지고 스마트한 협상가다. 우리는 대단한 하루를 보냈고 서로와 두 나라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매우 능력 있는 사람이고, 그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황준범 김지은 기자>


① 언론·일반인 접근 차단 ‘보안성’
② 잘 갖춰진 회담 지원 인프라
③ 접근성 좋아 출퇴근 회담 가능
④ 평화의집은 ‘제3자’가 내용 파악 우려

2018년 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북측 판문각 입구에 의장대들이 도열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동서 800m, 남북 400m의 좁은 땅이다. 그런데도 회담 공간이 많다. 군사분계선 위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T1),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군사정전위 소회의실(T3)이 있다. 모두 7개동이다. 3개동은 유엔군사령부가, 4개동은 조선인민군(북한군)이 관리한다. 정전 직후인 1953년 10월 세워졌다.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 남쪽엔 회담장인 ‘평화의 집’(1989년 준공, 지상 3층), 연락사무소인 ‘자유의 집’(1998년 준공, 지상 4층)이 있다. 북쪽엔 회담장인 ‘통일각’(1985년 준공, 지하1층·지상1층)과 연락사무소인 ‘판문각’(1969년 준공·1994년 증축, 지상3층)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27일엔 평화의 집에서, 26일엔 통일각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그 통일각에서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책임자로 한 북-미의 정상회담 의제 조율 실무회담이 27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판문점이 적대와 갈등을 녹이는 대화의 용광로로 펄펄 끓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북-미 양국은 왜 통일각을 회담 장소로 선택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자면 통일각 이전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엔사 군정위의 승인이 없이는 누구도 이곳에 드나들 수 없다. 민간은 60일 전 국가정보원에, 정부·공공기관은 14일 전 통일부에, 국방부·군은 14일 전 군정위 한국군연락단에 신청해야 한다. 외국인 여행객은 지정 여행사를 통해 군정위 비서처에 신청해야 한다. ‘보안성’이 매우 높은 공간이다. 요컨대 언론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할 수 있다.

둘째, 회담을 지원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북쪽은 정전 직후부터 유엔사와, 1971년 8월20일 첫 적십자 접촉을 시작으로 지금껏 다양한 남북회담을 이곳에서 치렀다. 미국 쪽도 유엔사 창구로 북쪽과 숱한 회담을 했다. 그만큼 관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더욱이 군사분계선 남쪽 2.4km 지점엔 ‘캠프 보니파스’가 있어, 미국 협상팀이 워싱턴과 연락을 취하기도 용이하다.

셋째, 접근성이 좋다. 판문점은 미국대사관이 있는 서울에서 52km 거리다. 미국 대표단이 출퇴근 회담을 하는 이유다. 평양에선 147km 떨어져 있지만, 북쪽 행정명이 ‘개성특급시 판문군 판문점리’일 정도로 개성에서 가깝다.

여기까지는 회담 장소로서 판문점의 이점이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야 한다. 왜 평화의 집이 아니라 통일각일까? 형식적으론 북-미 협상이라는 사실이 고려됐겠지만, 내용적으론 ‘보안’ 문제가 크다. 평화의 집은 국정원이 관리한다. 회담 장면을 촬영하고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북-미 양쪽 모두 ‘제3자’가 협의 내용을 직접 알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 한 듯하다”(외교 소식통)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북쪽은 남쪽과 달리 ‘언론 보도’를 통제할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