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관계자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예의 주시”

청와대는 27일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중국 베이징 방문과 관련해 “누구인지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며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간에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밝혔다. 전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타던 특별열차로 베이징을 방문한 북쪽 최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인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4월말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동안 냉랭했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호전된다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등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쪽 움직임에 대해선 며칠 전에 파악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베이징에 어느 분이 와 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이날 방한 예정이었던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한 연기와 북쪽 최고위 인사의 방중이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김보협 기자>


‘발부’에 무게… 박근혜는 소환 6일만
뇌물액 100억원대 등 사안 중대하고
혐의 20개 대부분 부인해 영장 ‘불가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모두 받고 21시간만인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이 100억대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19일 오후 이 전 대통령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새벽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마치고 논현동 사저로 귀가한 지 4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및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20가지에 달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뇌물액수가 100억대에 이르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다스 실소유주 관련 의혹뿐 아니라 대부분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이 전 대통령 쪽에 ‘전달’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고,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 역시 구속 기소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21시간가량 조사를 받으며,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100억대 뇌물수수 혐의 등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 혐의에 대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전면 부인했다. 또 국정원 특활비 상납 등이 실제 있었다면, ‘실무진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했을 것’이라며 주변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서도 이를 보고받은 내용이 적힌 문건을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이를 작성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을 겨냥해 “허위진술을 했다”며 잡아뗐다고 한다.

이 탓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70조)상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도망염려가 있을 때뿐 아니라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게 돼 있다. 한 판사는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에 필요한 사유를 거의 다 갖췄다고 보면 된다”며 “객관적 증거에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시도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1일이나 22일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서영지 기자>


문 대통령, 비핵화·평화 자신감
“앞으로 두달 한반도 운명 걸려
이념 초월 국력 모아주길 당부”

시진핑, 방중 정의용 만나
“남북관계 개선·북미대화 지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우리가 성공해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번영의 길을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다. 앞으로 두 달 사이에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말과 5월에 잇따라 열릴 남북, 북-미 회담의 성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 정착은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정상회담에 대해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느냐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차원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너무나 중요한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구상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우리가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그 길이 옳은 길이기 때문”이라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군사적 해법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전세계가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전개될 남북, 북-미 대화에 대한 범국민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이어서 결과도 낙관하기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럽다”며 “부디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주시길 국민들께 간곡히 부탁,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인민대회당에서 35분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최근 북한 방문과 북-미 접근 관련 동향을 설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화해·협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점을 적극 지지하고 북-미 대화도 지지한다”며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 간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남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조기에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정중히 초청한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정 실장은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과 각각 오찬과 만찬을 했다.

< 성연철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


94년 노무현과 만남… 참여정부 창업공신
대선자금 받아 구속, 5년 내내 공직 못맡아
충남지사·대선경선 거치며 차기 주자 급부상
성찰 강조했지만… 비서 성폭력 드러나며 몰락

안희정이 몰락했다.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발돋움했던 그의 30년 정치 인생은 수행비서를 향한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렸다.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안희정은 1989년 1월 통일민주당 김덕룡 국회의원실 비서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1991년 3당 합당에 합류하지 않은 그는 1994년에 ‘정치인 노무현’을 만났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안희정은 노무현을 돕기 시작했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맡았던 그는 이광재 기획팀장과 함께 ‘좌희정·우광재’로 불리며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그해에, 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그는 만기를 채우고 출소했지만 참여정부 시절 공직을 맡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퇴임 직전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여러 번 곤경에 빠졌는데 안희정씨가 나 대신 희생을 감수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며 눈물을 쏟으며 그에게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희정은 참여정부 5년의 터널을 지나 2008년 7월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선출된다. 4년 뒤 재선에 성공한 그는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꼽히기 시작했고 2017년 1월 드디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잘 생긴 외모에 젊은 정치인이었던 그에게서 사람들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를 떠올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통합과 연정을 주장했던 그는 중도표심을 흡수하면서 한때 문재인 후보를 바짝 뒤쫓기도 했고 최종 2위로 경선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여권에서는 ‘충남지사 3선 불출마 선언’을 한 그에게 ‘더 큰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해 ‘중앙정치’를 경험하고, 오는 8월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의 간판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다음 대선 때까지 그를 더 강력하고 확실한 후보로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의 조언이었다. 그러나 안희정은 “성찰과 공부가 더 필요하다”며 그런 요구들을 거부했다고 한다. 동료 의원들은 그동안 성찰을 강조했던 안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접하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행비서의 폭로가 있었던 2018년 3월5일, 그의 처신도 논란을 불렀다. 안 지사는 그날 오전 도청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최근 확산하고 있는 미투 운동은 인권 실현의 마지막 과제로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며 ‘미투 운동’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도 했다. 그로부터 10시간 뒤 자신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강압·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행비서를 향한 성폭력이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 행해진 폭력이 아니었다”는 논리로 비치는 그날 오전의 연설이었다.

그는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018년 3월6일 0시50분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주장은 비서실의 잘못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씨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했고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그의 사과는 김지은씨의 폭로로부터 5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