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최종 팩트시트 양국발표···자동차 관세 15%·잠수함 건조도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과 미국 정부가 벌여온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대통령실과 백악관의 발표로 확정되면서 100일 넘게 끌어온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8월 미국 워싱턴과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과 실무진의 후속 협상에서 양국 정부가 합의한 사항들이 문서 형태로 공식화됐다.
대통령실과 미 백악관은 이날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 관련 조인트 팩트시트를 동시에 공개했다.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크게 관세 및 통상·투자 부문과 안보 분야의 합의사항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의 합의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자동차 관세 15%로···반도체는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지난 7월30일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관세협상의 경우, 한국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하고 지난 8월부터 적용 중인 상호관세율 15%를 그대로 적용받기로 했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협력에, 2000억달러는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퀀텀 컴퓨팅 등 분야에 투자될 예정이다.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200억달러로 투자금 상한선을 설정하고, 한국이 조달 금액과 납입 시기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명시했다.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현재 25%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관세율은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자동차 관세율 인하 시점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날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라 시작될 한국 내 입법 절차에 따라 이달 1일로 소급해 인하된 관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사실상의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 반도체(장비 포함) 관세와 관련해 팩트시트에는 “교역 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라는 표현이 담겼는데, 아직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대만에 적용될 반도체 관세율을 상정해 쓴 표현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반도체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환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 승인···농축·재처리 권한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 “지지”
안보 분야에 있어서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한국의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미국이 승인했으며, 한·미가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합의 내용이 발표됐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증액하고,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위해 2030년까지 250억달러를 지출하는 등 ‘동맹의 현대화’에도 합의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한다는 점도 명문화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도 발표됐으며, 북·미 정상의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팩트시트에는 “양 정상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 정환보 기자 >
백악관도 발표 “차 관세 15%·반도체 최혜국대우·우라늄 농축 지지”·
대미 투자액 연 200억달러 넘지 않도록 합의
핵연료 재처리 지원··· 핵 잠수함 건조 장소는 빠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3일 한국과 공동으로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지난 10월29일 경주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담았다. 다음은 미국 측 팩트시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대미 투자
트럼프 행정부는 팩트시트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가 조선업 투자 1500억달러와 한·미가 체결할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추가로 약정된 2000억달러 투자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MOU 이행 시 한국의 외환시장에 불안정성이 초래되지 않도록 한국이 한 해 조달해야 하는 미 달러 투자 총액이 200억달러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합의한다고 밝혔다. 만약 한국 외환시장에 불안전성이 초래될 우려가 있을 경우 한국은 자금 조달 규모와 시기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러한 요청을 ‘선의’로 성실히 고려할 것이라고 적었다.
관세
트럼프 행정부는 또 한국의 자동차, 자동차 부품, 목재, 목재 파생 상품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를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의약품에 대해서도 한국산 원산지 상품에 대해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아울러 반도체 관세는 ‘반도체 교역 규모가 한국과 동등한 규모인 제3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단 관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교역 규모’는 미국이 판단한다고 명시했다.
한국 시장 개방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차량이 추가 개조 없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물량 상한(5만 대)을 철폐하고,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 등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미국산 육류·치즈의 시장 접근 유지와 농업 바이오테크 제품에 대한 규제 승인 간소화 등 농식품 교역의 비관세 장벽 해소를 노력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디지털 서비스 관련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위치정보·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을 촉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동맹 현대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2030년까지 25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33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을 향한 동맹 협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및 역내 현안 공조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양 정상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해양 및 원자력 파트너십 강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 조선 산업의 현대화를 위해 투자하기로 약속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조선 실무 그룹(shipbuilding working group)’을 통해 추가 협력을 약속했으며, 이러한 이니셔티브에는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함정을 건조할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 국내법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평화적 목적의 한국 민수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지원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승인하고, 연료 조달 등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단 미국의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팩트시트에는 건조 장소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 정유진 기자 >
대통령실 3실장의 팩트시트 후일담 …“더는 양보 안된다, 우리의 선 있었다”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 이 대통령 유튜브에

이재명 대통령의 유튜브 화면 캡쳐.
대통령실 3실장이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후일담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은 지난 14일 밤 이재명 대통령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에서 한·미 협상이 타결됐던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 전후 상황을 소개했다.
‘케미폭발 대통령실 3실장’이란 제목의 영상은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발표된 뒤에 공개됐다. 양국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세부 협의를 이어왔던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관세 협상을 담당했던 김 실장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 측이 보내온 협상안에 대해 “기절초풍이라고 해야 할지, 진짜 말도 안 되는 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 올해가 을사년(乙巳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일본과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도 을사년이었다는 점이 상기될 정도로, 시작부터 불평등 정도가 심했던 고난도 협상이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김 실장은 “완전 최악이었다”며 “미국 측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데 우리와 입장이 안 좁혀지니 엄청 화를 냈고,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도 전달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적어도 감내가 가능한 안을 위해 끝까지 사투했고 강경하게 마지막까지 대치했다”며 “‘더는 양보가 안 된다’는 우리의 선이 있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주요 플레이어들이 마지막 순간에 입장을 재고하고 상대를 배려해 서로가 물러섰다”며 협상이 극적 타결된 배경을 설명했다. 위 실장은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며 “첫째로 대통령이 대처를 잘했고, 참모들도 지혜를 모아 대처 방안을 잘 궁리했다”고 평가했다.
강 실장은 협상 타결 직전 상황에 대해 “긴장감이 극대화돼있었고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끝나고 긴장이 탁 풀렸다”고 돌아봤다. 강 실장은 그간 협상 준비 상황과 관련해 “(한·미 간) 23차례나 장관급 회담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책·안보실장은 주로 진척이 있는 것에 대해 (내부) 설득을 하는 편이었고, 제가 제일 완강한 입장에 서 있었다”며 “더 완강한 건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 곽희양 기자 >
김정관 산업장관 “미국은 한푼도 안 내는데 5대 5···솔직히 말이 되나 싶다”
기자간담회서 ‘3500억달러 투자 MOU’ 소회 밝혀
“불공정아니냐” 질의에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5대 5 바꿀 수 없어···진정성 있는 신뢰 형성 의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미국은 한 푼도 안 내지 않냐. 그런데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는 게 말이 되나 싶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수익 배분 방식 등 MOU가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의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여기(MOU) 내용 중 공정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이렇게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라는 점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합의해놓은 상황에 우리가 일본보다 나중에 협상하다 보니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수익을 5대 5로 나누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MOU’에 서명했다.
MOU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기금을 통해 투자할 2000억달러에 대한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한국과 미국이 각각 5대 5 비율로 나눠 갖는다. 다만 원리금 상환 이후부터는 이 비율이 한국 1대 미국 9로 바뀐다.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일정 기간(20년) 내 전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경우 수익 배분 비율 조정이 가능하도록 단서 조항을 넣었다.
MOU 서명은 이날 오후 1시쯤 화상 전화로 진행됐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화상 전화를 하자고 오후 12시20분쯤 연락이 왔다”며 “(예전에) 화상 회의할 때 항상 목소리 톤이 올라가 잔뜩 긴장했는데 ‘축하한다’며 자기(러트닉 장관)가 서명하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나도 서명하고, 둘이서 (화상으로) 전화기 붙들고 악수하고 포옹도 하며 마무리 지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양국 간 협상할 수 있는 신뢰를 형성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가 간 이해가 부딪힐 때마다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축적한 게 있다면 대화할 만한 파트너구나. 프로 대 프로로 서로 신뢰할 상대라는 라포(친근감·신뢰감 형성을 기초로 서로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를 형성한 게 앞으로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경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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