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법원, 보우소나루와 측근장관 장군들 20년이상 중형

시민들 환호 “보우소나루가 감옥 갔다!”
교도소 3.6평 감방 구금, 자택 복역 요청도 기각

선거부정 주장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
극우 포퓰리스트 보우소나루 공직출마 영구 금지

 

초췌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난 9월 14일 쿠데타 모의 유죄판결을 받은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병원진료를 받은 뒤 병원을 떠나는 모습.  가디언 11월 25일 
 

지난 2022년 대통령선거 패배 뒤 부정선거임을 주장하며 당선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그와 러닝메이트 등 측근들을 살해하려는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지난 9월 브라질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가 자이르 보우소나루(70)가 25일 항소심 기각을 당한 뒤 27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브라질리아의 연방경찰 교도소에 수감됐다.

 

연방경찰 교도소 3.6평 감방에 구금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항소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사건이 종결됨에 따라 형을 선고받아야 한다며, 보우소나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경찰서의 12제곱미터(약 3.6평) 크기의 감방에서 징역살이를 시작하도록 명했다.

 

이로써 3년 전 대선 패배 뒤에도 이를 뒤집고 정적들을 제거한 뒤 권력을 계속 장악하기 위한 광범위한 음모를 꾸민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 7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수년간의 법적 절차가 일단 마무리됐다.

 

보우소나르가 구금돼 있는 브라질 연방경찰 청사.  뉴욕타임스 11월 25일

 

자택 복역 요청도 거절

 

보우소나루는 8월부터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으나, 발목에 찬 전자발찌를 납땜 인두로 절단하려다 실패한 뒤 22일 예비구금된 상태였다. 선고 뒤 보우소나루 변호인단은 그가 딸국질과 구토를 자주 하는 등 2018년 칼부림 사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자택에서 복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발찌 절단 시도 사건을 이유로 그 요청도 기각했다.

 

보우소나루와 함께 쿠데타를 시도한 그의 측근인 전 국방장관 파울루 세르지우 노게이라 드 올리베이라 장군과 전 제도안보부 장관 아우구스토 엘레누 장군은 각각 19년과 2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브라질리아 플라날투 군사령부에 체포, 수감됐다.

 

측근들 7명 대부분 20년 넘는 징역형에 처해져

 

24년 형을 선고받은 전 해군 사령관 알미르 가르니에르 산투스 제독은 해군 관계자들 손에 체포돼 해군기지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26년 형을 선고받은 전 국방장관 왈테르 브라가 네투 장군은 지난해 12월에 체포돼 구금됐다.

 

24년 형을 선고받은 전 법무장관 안데르손 토레스는 브라질리아 파푸지나에 있는 경찰관 및 특수 수감자들을 위한 교도소로 이송됐다.

 

전 정보기관 아빈의 국장 알렉상드르 라마젬은 16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투옥을 피하기 위해 최근 미국으로 도망쳤다. 라마젬은 24일 소셜 미디어 영상을 통해 “나는 미국에서 안전하다”며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자고 촉구했으나 25일 대법원 선고 뒤 시민들이 그의 호소에 귀를 기울일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아들 카를로스 보우소나루는 24일 보우소나루를 찾아가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psychologically devastated)”고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그런 고통을 자신의 정적인 룰라 대통령에게 먼저 가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룰라 대통령이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덮어씌워 2017년에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만들었으나, 그 뒤 유죄판결이 취소됐고 룰라는 580일간의 투옥에서 풀려났다.

 

선거부정 주장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

 

브라질 대법원은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들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몇 개월 동안 자신들이 패배한 선거가 부정선거였다고 선동함으로써 브라질 선거제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 권력을 계속 장악하기 위해 대법원을 해산하고,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며, 군부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모의를 획책했고, 보우소나루 사건을 담당했던 대법원 판사를 살해하려는 계획도 짰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보우소나루는 이런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은 브라질 헌법에 따라 부정선거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라질 군부의 조사 결과 선거부정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 취임 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2023년 1월 정부 청사를 습격했다. 이는 그 2년 전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이 당선된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것을 그대로 뒤따른 것처럼 보였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그가 구금된 뒤에도 브라질 의회 등 보우소나루 지지 동맹세력이 그를 무죄로 석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등 공직출마 영구 금지

 

그들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소송이 그의 정치경력을 끝장내고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법적 처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우소나루는 여전히 브라질 정치적 우파의 주요 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 쿠데타 음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투옥된 그는 브라질 헌법에 따라 영구적으로 공직 출마가 금지된다.

 

2025년 11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19~2023)이 체포되자 사람들이 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 지난 9월 쿠데타 시도 실패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 않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도주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가택연금에서 경찰에 구금되었다. 2025.11.22. AFP 연합

 

시민들 환호 “보우소나루가 감옥 갔다!”

 

보우소나루의 투옥에 진보적인 브라질 국민들은 환호했다고 <가디언>은 25일 전했다. 그들은 보우소나루의 4년 대통령 임기를 환경 파괴와 국제적 고립, 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점철된 재앙적인 시기로 기억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때 보우소나루는 반과학적인 신념을 앞세워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함으로써 수십만 명의 브라질 국민들이 목숨을 잃게 만들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음반가게 주인 무스타파 바바 아이사는 가게 앞문에 “보우소나루가 감옥에 갔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어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했다. “그(보우소나루)는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산 것 외에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비열한 인간이다. …나는 그런 인간이 어떻게 당선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우소나루의 몰락을 축하하는 포스터를 직접 제작해 가게 창문에 붙여 놓기도 했다.

 

2025년 11월 22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자택 근처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한 한 지지자들. 2025.11.22. EPA 연합
 

보우소나루에 대한 지지 급감

 

반면에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공수부대 출신으로 2018년 대선에서 당선돼 남미의 도널드 트럼프를 자처했던 보우소나루의 투옥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동맹자인 보우소나루에 대한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에 50%의 ‘관세폭탄’을 퍼부었다가 브라질 농산물 수입이 막혀 미국 물가가 오르자 최근 이를 취소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인 로니 드 수자(43)는 그가 지난 주발 외국 대사관으로 도주하려다 체포된 연방경찰 기지 바깥에서 “그가 납치당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그가 체제에 맞서 싸우다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투옥된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투옥 뒤에도 그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지지자들은 그의 투옥 뒤 사람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했으나 그가 구금당한 뒤 사흘이 지난 25일까지 연방경찰서 건물 밖에 모인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치학자 카밀라 호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거리와 소셜 미디어 모두에서 보우소나루에 대한 지지율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우소나루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13%에 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달 브라질리아에서 보우소나루 가족이 주최한 집회에는 약 2천 명이 모였는데, 이는 그의 전성기 때 동원했던 대규모 군중에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수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