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차례 시설변경 통해 2병실 13병상 늘려
의사 6명과 간호사 35명 확보해야하지만
의사는 3분의1, 간호사는 10분의1도 안돼
환자 1인당 병실면적 현기준에 1.8㎡ 좁아

지난 26일 화재사고로 사망 39명, 부상 151명 등 190명의 인명피해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 사고 이후 병원은 폐쇄된 상태이다.

밀양 세종병원이 개원한 뒤 10년 동안 병실과 병상을 계속 늘렸지만, 의료진은 줄곧 줄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법 기준 보다 의사는 3분의1 수준, 간호사는 10분의1에도 못 미쳤다. 과밀병실과 의료인력 부족은 사망 39명, 부상 151명 등 190명의 대형 인명피해를 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밀양 세종병원 재난안전대책본부(대책본부)는 30일 브리핑에서 “세종병원은 2008년 3월5일 병원 허가를 받아 같은 해 3월19일 지상 5층을 운영할 당시 16병실 98병상에 의사는 3명이었다”며 “하지만 이후 31차례나 병상 등 시설변경을 거쳐 현재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5층을 포함해 18병실 111병상에 의사는 2명”이라고 밝혔다.

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세종병원은 2015년 4월20일 꼭대기 층인 5층을 요양병원으로 바꿨다. 이들 통해 1~4층 세종병원은 17병실 95병상, 5층 요양병원은 1병실 16병상으로, 총 18병실 111병상으로 늘었다. 2008년에 견줘 2병실 13병상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간호사도 3명뿐이다. 부족한 일손은 간호조무사 13명으로 메우고 있다.

세종병원 의료진은 현행 의료법이 정한 최소기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법은 하루 평균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숫자를 계산해 의료진 최소 배치 인원을 정한다. 의사는 하루 평균 입원환자(외래환자는 3명을 입원환자 1명으로 간주) 20명당 1명, 간호사는 입원환자(외래환자는 12명을 입원환자 1명으로 간주) 2.5명당 1명이다.

이 계산법에 따라 세종병원은 최소 의사 6명과 간호사 35명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는 기준의 3분의 1에 그친다. 간호사는 기준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간호조무사를 합하더라도 간호인력은 기준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26일 화재 때 숨진 당직 의사가 다른 병원에 소속된 아르바이트 의사였다는 점도 세종병원 의료진 부족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병실과 병상을 늘리다보니 세종병원 병실은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세종병원 병실의 환자 1인당 평균 사용면적은 4.5㎡다. 지난해 2월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 기준(1인당 4.3㎡ 이상)을 겨우 만족하지만, 개정 의료법 기준인 6.3㎡엔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이 기준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밀양시보건소는 해마다 세종병원을 자체 점검했지만, 2014년 당직의료인수 부족을 문제 삼아 한차례 고발했을 뿐 지금까지 시설변경과 의료인력 부족에 대해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다. 2014년 고발 때도 세종병원은 벌금 100만원을 내고 끝냈다. 밀양시보건소는 “의료인 변경신고는 2016년부터 보건소가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계산법이 복잡해 적정 의료인수를 보건소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밀양/글·사진 최상원 기자>


“MB, ‘국정원 특활비 상납’ 집권 초부터 알았다”고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검찰 조사서 진술
김백준 기획관에 2억 전달 뒤 또 돈 요구하자 2008년 5월 당시 김 기조실장 ‘MB와 독대’
“특활비 상납 문제될 수 있다” 취지로 얘기해
그런데도 2010년에도 2억 추가 상납 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송년 모임을 위해 지난해 12월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명박 청와대’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불법 상납’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께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 요청으로 청와대 집무실에서 ‘독대’를 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자꾸 갖다 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때는 이미 국정원 기조실 예산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직접 2억원이 전달된 뒤였다. 하지만 돈이 건너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와대가 또 돈을 요구해오자 김 전 실장은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 직접 면담을 신청했고, 독대 자리에서 이런 우려를 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뒤인 2010년 김 전 기획관은 다시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을 추가로 상납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실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진술을 확보했다. 이날 열린 김 전 기획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내용은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됐으나, 김 전 기획관은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말한 날짜에 실제 청와대에 들어간 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을 보고받고도 묵인한 정황이 짙어짐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 칼끝은 이 전 대통령을 ‘뇌물 공범’으로 바로 겨냥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쪽은 비서실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어 “국정원 기조실장이 대통령을 독대해 이같은 내용을 보고할 위치가 아니다.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이는 짜맞추기식 표적수사이며 퇴행적인 정치공작”이라며 “(검찰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민간인 사찰’ 폭로자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돈을 전달받은 건 맞다”면서도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서영지 기자 >


북미·유럽대륙에 ‘폭탄 사이클론’ 강타
올겨울 북극해빙면적 감소 역대 두번째
한파 부르는 북극진동지수도 강한 음의 값
극소용돌이 약해져 북극 한기 남하한데다
바다에서 공급된 따뜻한 수증기 만나 폭설

‘폭탄 사이클론’이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가운데 나이아가라폭포가 얼어붙었다. 연합뉴스

미국 북동부를 덮친 ‘폭탄 사이클론’으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4일(현지시각)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 수가 17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에서 3명이 한파로 동사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눈 쌓인 길을 달리던 자동차가 전복돼 2명이 숨졌다. 4일에만 4000편이 넘는 비행기가 결항됐으며 뉴욕·필라델피아·보스턴 등지의 많은 학교들이 폐쇄됐다. 시속 95㎞의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보스턴에는 최고 45㎝의 눈이 쌓였고 남부인 플로리다주에도 30년 만에 눈이 쌓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5~6일 미 북동부 지역의 기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북미의 ‘폭탄 사이클론’은 왜 발생했을까?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누리집 등에서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겨울철 한파 선행 요소인 북극해빙 면적과 북극진동지수를 살펴보면 이번 한파는 예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폭탄 사이클론’은 기압이 24시간 안에 24밀리바 이상 떨어지는 폭탄급 폭풍을 일컫는다. 이번 사이클론은 북미 대륙의 따뜻한 해양 기류가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와 만나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북극 상공에 갇혀 있던 한파가 미국 북동부까지 내려온 것은 극 소용돌이(폴라 보텍스)의 강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는 현상이 북극해빙 면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기상학자들에 의해 밝혀져 있는 사실이다. 극 소용돌이 강도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북극진동 현상은 지수로 나타내는데, 올해 북극해빙 면적과 북극진동지수는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역을 기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극해빙 면적은 1175만㎢로 위성 촬영을 시작한 1979년 이래 역대 둘째로 적었다. 1981~2010년 30년 평균보다 109만㎢ 작고, 역대 최저인 2016년 12월보다 불과 28만㎢가 큰 면적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또 북극진동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강한 음의 값을 보이고 있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이면 보름에서 한달 뒤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닥칠 확률이 높아진다.

북극해빙 면적이 감소한 지역에서 방출된 열과 수증기가 성층권까지 전달되면 북극 상공 2㎞ 성층권에 영하 40~50도의 한기를 가둬두고 있는 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한기가 하층으로 내려온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일 때는 대류권에서 뱀처럼 사행을 하는 제트기류가 중위도 지역까지 처지면서 북극 상공에서 내려온 한기가 그대로 중위도 지상에까지 전달돼 한파가 닥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제트기류가 동아시아 쪽으로 처져 우리나라에 초겨울 한파를 가져왔고, 1월 들어서는 그 지역이 북미와 유럽 대륙으로 변한 것이다.

북극해빙 감소가 기상·기후에 영향을 주는 원리. 북극해빙 감소 지역에서 열과 수증기(지표면 열속)를 방출하면 대기 흐름에 따라 성층원에 전달되고, 이로 인해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중위도 지역까지 처지면서 북극 한기를 전파해 한파와 폭성이 발생한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기후변화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북서태평양 지역에서 라니냐 관련 수증기 수송이 많아져 북미 지역에 따뜻한 공기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성층권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 깊숙이 급격하게 내려와 폭설과 한파가 닥쳤다. 해마다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올해는 적도 지역 따뜻한 공기의 북상까지 겹쳐 폭탄 사이클론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근영 김효진 기자 >


스포츠센터 참사로 숙연함 흐르는 성탄절
교인 2명 잃은 교회 간소한 성탄예배
“불우아동 돕던 두 분 뜻 이어가자”
장레식장에선 희생자 5명 영결식 엄수

25일 오전 충북 제천시 감리시온성교회에서 신자들이 성탄예배를 하고 있다.

“오늘 슬픔과 비통에 잠긴 제천시민에게 오시옵소서. 아멘.”

숙연한 적막이 흐르는 성탄절이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의 주민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충북 제천시에서는 25일 성탄절에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교인을 떠나보낸 교회에서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성탄예배가 이루어졌고, 제천서울병원 등 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5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교인 두 명을 참사로 잃은 충북 제천 시온성교회는 평소와 달리 간소하게 성탄예배를 가졌다. 시온성교회는 이번 참사로 이항자(57) 명예장로와 김태현(57) 권사를 갑작스레 떠나보냈다. 전날에도 성탄 전야제 예배를 취소하고 오후 위로예배만 지냈던 교회는 오늘도 오후 행사를 취소하고 오전 성탄예배만 치뤘다.

예배 내내 성탄절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두 교인의 빈 자리를 실감하게 하는 숙연한 적막이 흘렀다. 성탄예배를 진행한 시온성교회의 박정민 목사는 “오늘은 울지 않겠다는 어제의 약속을 오늘도 못 지키겠다”며 흐느꼈다. 박 목사는 “오늘 예배가 슬픔에 잠기기보다는 두 분의 뜻을 이어가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데군데 눈물을 훔치는 교인들도 보였다.

시온성교회의 교인이었던 이항자씨와 김태현씨는 사고 당일에도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반찬을 만든 후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에 갔다가 참사를 당했다. 두 교인은 매주 목요일마다 교회를 찾아 제천의 불우아동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목사는 “예수님처럼 두 분도 소외된 곳에 먼저 달려가서 위로했었다”며 “성탄절의 의미를 실천하신 분들이 먼저 가셨다”고 한탄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교인 김아무개(49)씨도 “제일 활동도 많이 하고 베푸셨던 분들이 이렇게 갑자기 가시니까 경황이 없다. 원래 성탄절에는 이웃을 위한 행사도 하고 축하잔치도 하는데, 오늘은 예배가 끝나고 각자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전에는 희생자 5명의 영결식도 엄수됐다. 오전 8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안익현(58)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안씨의 아들이 영정을 들고 나오고, 관이 차에 실리자 장례식장에는 “저걸 어째”,“아이고”하는 탄식이 이어졌다. 유족뿐 아니라 친구와 친지들도 눈시울을 붉히거나 안타까운 한숨을 쏟아내며 갑작스럽게 떠난 안씨를 비탄 속에 떠나보냈다.

코레일에서 기관사로 일했던 안씨는 사고가 난 당일에는 등산을 마치고 사우나에 몸을 씻으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에 참석한 안씨의 지인 김아무개(56)씨는 “삼남매를 알뜰히 키운 성실한 아버지였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보낼 줄 누가 알았겠냐”며 눈물을 훔쳤다.

안씨의 유족은 안씨가 화재 후 인명구조가 한참 진행 중인 밤 8시 1분께 여동생이 건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씨의 아들은 지난 23일, 사고 당일 8시 1분에 안씨가 전화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통화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영결식에 참석한 이아무개(48)씨는 “8시에 전화를 받았다면 오랫동안 살아있다는 뜻일 텐데, 경찰에서 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해명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에는 참사희생자 안익현씨 외에도 최숙자씨, 채인숙씨 등 5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26일에는 박한주, 정희경씨 등 희생자 4명의 영결식이 열릴 예정이다.

<제천/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