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대선 사흘 앞두고 수사결과 공개 때 발표문 팩스로 보내
수사정보 유출 혐의 김병찬 서장, 공소시효 이틀 남아 불구속 기소 방침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경찰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중간수사 결과 자료도 발표 전에 미리 국정원에 전달됐던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또 당시 국정원은 서울지방경찰청 등을 통해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11일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당시 서울청 수사2계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경찰이 2012년 12월1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 관련 자료를 팩스로 미리 받았다고 한다. 해당 자료는 “경찰의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경찰이 발표한 A4 4장 분량의 중간수사 결과 자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수서경찰서는 국정원이 자료를 받은 시각보다 늦은 밤 10시30분에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자료를 받았고, 30분 뒤인 밤 11시께 이를 언론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또 김 서장은 전날 김씨의 노트북에서 정치개입 글이 발견되자 “상황이 심각하다”며 ”우리가 내부에서 검색 단어를 3~4개로 추려서 검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근 경찰의 대선개입 수사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국정원에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을 출입하던 안아무개 국정원 직원 등을 통해 이런 진술을 포함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시 국정원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온 지 11분 만에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직원 개인의 인권이 철저히 짓밟혔음은 물론 국정원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감금 등 범죄행위에 대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검찰은 경찰의 조사 대상인 국정원에 미리 수사 정보와 그 결과가 전달된 것은 큰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소시효(5년)가 임박한 점을 고려해, 김 서장을 11일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은 정확히 5년 전인 2012년 12월11일이고, 경찰은 이틀 뒤인 12월13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로부터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임의제출 받았다. 그런 만큼 검찰은 수사정보 유출이 13일부터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공소시효는 범행이 시작되기 전날인 (5년 뒤) 12일에 만료된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김 서장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외에 모해위증으로 기소된 권은희 의원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서영지 기자>


국회의원들이 2016년 12월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 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 통과 1주년 되는 8일 발간
‘탄핵, 100일간의 기록’
우상호-더미래연구소 공동기획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년이 되는 오는 8일, 최순실 게이트에서 시작돼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던 정치권 상황을 담은 백서가 발간된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과 당내 개혁성향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펴내는 백서에는 <탄핵, 100일간의 기록>이라는 제목이 달릴 예정이다.

300쪽 분량의 백서는 민주당의 도종환·손혜원·조응천 의원 등이 비공개 티에프(TF)에 참여해 최순실 의혹을 파헤치는 8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이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사상 초유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하고 그덕에 야당이 국감에서 국정농단 사례를 추가로 폭로했던 상황 등을 담았다. 박 대통령 퇴진과 탄핵 등 여러 정치적 선택지를 놓고 갑론을박 했던 각당 대표들의 발언과 원내대변인 브리핑 등이 모두 담겼다. 우상호 의원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87년 6월항쟁 관련 논문을 보니 정확한 기록이 없어 사실과 다르게 정리된 내용들이 있어서 아쉬웠다”며 “정치권은 기록을 잘 안 남기는 곳이지만 대통령 탄핵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초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백서는 오는 8일 국회에서, 이준한 인하대 교수와 박완주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제로 시작되는 ‘박근혜 탄핵 토론회’에서 배포된다.

<김태규 기자>


북한 하전사 탈북 2주 만에 현장 공개
북, 배수로 깊이 판 흔적… 나무는 더 심지 않아
남쪽 취재진 접근하자 북한군 3명 나타나 얘기
송영무 장관 “북 정전협정 위반… 적절히 잘 대처”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27일 오전 남쪽 판문점 인근에서 북한군이 쏜 탄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난 13일 북한군 오아무개(24) 하전사가 목숨을 걸고 탈북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사건 2주 만인 27일 처음으로 탈북 현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공개는 취재진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판문점 방문을 동행 취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송 장관은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경비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판문점을 찾았다. 군 관계자들은 판문점을 찾은 기자단에 “아군과 적 초소가 붙어 있어 안전에 위협이 된다.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강력히 통제될 수 있다”, “사건 이후 2주 정도 지나서 굉장히 긴장된 분위기다. 경비병의 지시를 잘 따라달라”고 말하는 등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다.

판문점 탈북 현장은 겉보기엔 평온한 모습이었다. 북한 병사가 탈북한 주변 지역의 회담장이나 나무 등은 지난주 유엔사의 동영상에 공개된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북한군이 탈북을 막기 위해 배수로를 깊이 파는 작업을 한 흔적은 있지만, 주변 나무도 원래 있던 두 그루 이외에 추가로 심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추격조가 남으로 달아나던 탈북 군인을 향해 총을 쏘던 긴박한 상황은 곳곳에 피탄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북한군의 총탄은 남쪽 구역 ‘자유의 집’ 부속건물인 대형 환기용 건물 아래쪽에만 다섯발의 흔적을 남겼다. 또 건물 받침대 곳곳에도 피탄 흔적이 있었고, 바로 앞 향나무 가지에도 총탄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이 발견됐다. 다행히 탈북 군인이 쓰러져 있던 곳은 건물 벽면 아래 움푹 파인 지형으로 당시 북한 경비병이 총을 쏘던 지점에서는 사각지대로 보였다. 그러나 권영환 경비대대장(육군 중령)은 “언덕에 있는 북한 초소에서는 관측과 사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날 권 중령 등 간부 3명이 북한 초소의 ‘사선’에 노출된 상태에서 포복으로 탈북 군인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유엔사의 동영상에 등장한 탈북 현장은 자유의 집 왼쪽 돌계단 길을 통해 접근했다. 이 길은 외부인에겐 통상 공개되지 않는 길이라고 한다. 한 외신기자는 “판문점을 여섯차례 이상 방문했는데, 이 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접근하자 북한군 초소에서 경비병 3명이 나타나 잠시 얘기하다 돌아갔고, 곧이어 언덕 위에 다시 한명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남쪽 취재진을 촬영했다.

권영환 중령은 탈북 현장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장 중대장이 적 지원부대의 증원에 대응해서 주요 장소에 병력을 다 배치한 상태였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쓰러진 탈북 군인 탐색 과정에 대해선 “처음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찾았는데 낙엽에 덮여 있고 먼 거리여서 식별이 어려웠다. 그래서 열상장비(TOD)를 돌려 찾아냈다”고 말했다. 송영무 장관은 권 중령의 설명을 들은 뒤 “현장 대응은 왜 16분간 늦었냐고 하지만 병력이 일찍 배치됐고 열상장비로 사각지대에서 (탈북 병사를) 찾았다. 와서 보니 적절하게 잘 대처했다는 게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이 귀순하는 사람한테 남쪽을 향해서 총을 쏘는 것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행위”라고 거듭 지적했다.

< 판문점/국방부공동취재단, 박병수 선임기자 >


15일 오전 바레인 출국 3일만에 돌아와
동행한 이동관 “정치보복” 날카로운 반응

“날씨가 추운데…”

강연차 바레인으로 출국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귀국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 이렇게만 대답하고선 입을 굳게 닫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때 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한 바 있다.

취재진은 이날 “청와대 재임 당시 핵심 참모진에 대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수 대통합에 대한 언급을 측근들에게 한 것이 사실인가” 등을 물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웃음 띤 얼굴로 “날씨가 추운데…” 만 말한 뒤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차에 곧바로 탑승해 공항을 떠났다.

이 전 대통령과 동행했던 이동관 전 수석도 공개 발언을 삼갔다. 차량이 서둘러 떠난 바람에 미처 함께 탑승하지 못한 이 전 수석이, 따라붙는 취재진을 피해 후속 차량을 호출한 지점까지 3~4분간을 뛰면서 공항 ‘추격전’도 벌어졌다. 이 전 수석도 검찰수사 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재차 “적폐청산에 대해 추가로 입장을 낼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12일 출국 때 기자들을 만나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었다.

한편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의 귀국 예정 사실이 예고되면서 인천공항 동쪽 귀빈실 주차장 앞에서는 ‘MB 구속, 적폐 청산’ ‘사법부여, 국민을 믿고 정의의 칼을 들어 이명박을 수사하라’ 등의 구호가 쓰여진 손팻말을 든 20여명의 시위대가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정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