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헌법에 부여된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을 침해한 것”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건 국회에 대한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지만, 임명 여부는 최 대행의 손에 달렸다.

 

헌재는 27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마 후보자 불임명을 둘러싼 국회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간의 권한쟁의심판 선고기일을 열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청구인 국회가 2024년 12월26일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부여된 청구인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행 쪽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윤운식 선임기자

 

앞서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보류했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8명으로 구성됐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이 침해당했다며 국회를 대표해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 오연서 기자 >

 

최상목 쪽 “헌재 결정 존중”…마은혁 임명 여부 즉답은 피해

임명 여부 즉답 없이 “결정문 검토해볼 것”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쪽은 27일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건 국회에 대한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에 대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정문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결정문을 살펴본 뒤 마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마 후보자 불임명을 둘러싼 국회와 최 권한대행 간의 권한쟁의심판 선고기일을 열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2024년 12월26일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부여된 청구인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최 대행 쪽이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 쪽은 이에 대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즉답하지 않고 “헌재 결정문을 살펴보겠다”고만 했다.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 중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 ‘여야 합의가 없었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6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 당시 여야의 합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해 주시면 임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비참한 최후' 역대 독재자와 윤석열 비유 보도


로이터 "충격적 계엄령, 헌정 위기 촉발"
DW "윤 내란죄 확정 땐 무기‧사형 가능"
AP "정청래, 반성‧성찰 거부한 윤 비판"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11차 변론은 사실상 선고를 앞둔 마지막 변론인 탓인지 세계 주요 언론들은 그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이들 언론은 불법으로 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력화 등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던 윤 대통령이 자신의 계엄령 선포 결정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합법적이고 필요했다"고 주장하면서 마지막까지 '사과 없이 반항하는' 태도였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 헌정 위기 촉발"

로이터, 역대 독재자에 윤석열 비유 보도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한국의 윤, 탄핵 최후 변론에서 독재 시도 혐의받아’란 기사를 통해 헌재가 12‧3 계엄령 선포가 어떠한 정당한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면 윤석열은 5년 임기 중 3년도 못 채우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될 처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이터는 국회 측 종합변론 첫 발언자인 이광범 변호사가 윤석열을 겨냥해 "자신의 지시 한마디가 헌법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국가를 사유화하고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다. 우리는 이것을 '독재'라고 한다"고 말한 뒤, 윤석열을 과거 비참한 최후를 마친 독재자들인 박정희, 전두환에 비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그의 계엄령 선포는 반국가 세력과 종북세력을 척결하겠다고 국민에게 호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정치 및 국회 활동을 금지한 그의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는 헌정 위기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다치지 않은 만큼 계엄령 해제를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고자 군 지휘관들에게 국회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라고 명령했다는 '혐의’는 논쟁할 가치가 없다는 윤석열의 '궤변’을 지적했다.

 

왼쪽부터 홍장원, 조성현, 류혁, 곽종근.

 

"군 지휘관들, 의원 끌어내란 윤 지시 증언"

AP "정청래, 반성‧성찰 거부 윤석열 비판"

 

AP 통신은 "단명에 그친 윤석열의 12‧3 계엄령 선포가 정치적 혼란을 일으키고, 한국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해친 이후 리버럴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보수주의자 윤석열을 탄핵 소추했다"라면서 그러나 "윤석열은 아무 잘못이 없고" 정치적 위기의 주범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AP는 윤석열이 이날도 군과 경찰 배치는 국회 무력화가 아니라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당시 국회에 파견됐던 일부 군 지휘관들이 윤석열이 계엄령 해제를 막고자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을 증언했다고 전했다.

 

AP는 "윤석열은 지금도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반성과 성찰을 거부한 채 계엄과 내란을 정당화하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를 파면함으로써 하루빨리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던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발언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AP는 윤석열은 내란 혐의로 체포에 이어 구속기소됐으며, 유죄로 확정된다면 사형이나 무기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2.26 연합

 

"윤석열, 계엄령 사과 없이 여전히 반항적"

DW "윤 내란죄 확정 땐 무기‧사형 가능"

 

독일 매체인 DW는 '계엄령 결정에 사죄 없는 한국의 윤’이란 기사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나라가 실존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하고" 자신의 결정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DW는 윤석열은 그의 탄핵 인용 여부를 가릴 헌재 8인 재판부 앞에서 "여전히 반항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신화 통신은 '윤, 계엄령 선포 관련 최후 탄핵 변론 마주하다’란 기사를 통해 특별한 논평 없이 팩트 위주로 소개했다. 신화는 "단기간 윤석열이 문민 통치를 중단한 것은 한국을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뜨렸고, 그래서 윤은 12월 의회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라고 전했다. 신화는 또한 64세의 윤석열이 내란죄와 관련된 별도의 형사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며, 유죄가 확정되면 무기 징역이나 심지어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 외신은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 관련 헌재의 결정이 대체로 3월 중순쯤이 될 걸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하고 파면 시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 25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가 국회를 통과해 헌재에 접수된 뒤 73일만에, 횟수로는 11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6명의 증인을 불러 17차례 증언을 들었다.첫 줄 왼쪽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둘째 줄 왼쪽부터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셋째 줄 왼쪽부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조태용 국정원장.넷째 줄 왼쪽부터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한덕수 국무총리, 조지호 경찰청장. 2025.2.25 [연합뉴스 자료·헌법재판소 제공]

반전은 없었다... 그는 '확신범'조차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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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반전은 없었다. 윤석열의 최후 진술을 앞두고 심지어 보수 언론조차 헌재 판결 승복과 대국민 사과 등 태도 변화를 요구했지만, 이제껏 보였던 모습에서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이쯤 되면 단순히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수준을 넘어, 진실을 창조하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리플리 증후군을 의심할 정도다.

만 오천 자가 넘는 장문의 최후 진술은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성토한 것이 아니라, 재창조한 수준으로 내달렸다. 그는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면서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 강변했다. 계엄이 실은 '호소'였다는 것을 군 지휘관들에게는 그대로 알릴 수 없었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면서, 국방부 장관에게만 슬쩍 알렸다고도 했다.

자신의 주장처럼 "이미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인 윤석열이 왜 '대국민 호소'를 위해 장갑차와 무장 군인을 동원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게다가 이것이 그냥 '호소'를 위해 계획된 짧은 퍼포먼스인 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국방부 장관은 계엄 실패 후 "중과부적"(적은 수로 많은 적을 대적하지 못한다)이었다고 말한 셈이 된다. 대국민 호소가 중과부적이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대국민 호소가 '2시간만' 진행되어 한탄한 것인가?

대국민 호소? 계엄선포문을 다시 보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텔레비젼 촬영)이정민


윤석열은 최후 진술에서 그 호소라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도 밝혔다. "주권자인 국민들께 이러한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국민들께서 매서운 감시와 비판으로 이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한 것이 계엄이었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비상계엄의 날로 돌아가 보자.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습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2024.12.3. 윤석열, 비상계엄선포문 중)

여기서 반국가 세력은 '국회'다. 계엄선포문에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해 놨다. 그렇다면 계엄선포문에서 국회를 척결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계엄선포문은 국민에게 '해달라'는 호소문이 아니라 '자신이' 국회를 척결 '하겠다'라는 선언임이 명백하다. 믿어달라고까지 하지 않았는가? 이 말 또한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한다면 최소한 일관성 하나만은 인정할 수 있겠다.

자신이 척결하겠다고 해놓고, 사실은 국민보고 해달라는 것이었다는 태도 변화는 이해하고 넘어가자. 우리 주위에도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책임은 남더러 지라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것은 계엄군의 국회 도착 지연과 많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을 모두 자신이 의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본관에 계엄군이 진입한 이유도 질서를 유지하러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이라니?

게다가 한사코 자신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명령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날 계엄군의 행동은 경비와 질서 유지만 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무시한 독자적 행동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온 국민이 생중계로 목격한 국회 진입 계엄군들이나 체포조를 구성해 돌아다녔다는 이들, 투옥과 고문을 준비한 이들은 대통령의 명령을 거역하고 홀로 반란을 일으킨 진짜 내란범이라는 것인가?

확신범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연합


비상계엄의 가장 큰 전제, 즉 계엄 선포 자체가 헌법상의 요건에 맞지 않는 불법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윤석열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그의 계엄 선포가 '확신범'의 행위였다고 믿었다. 불법이거나 무리인 줄은 알지만,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믿는 강한 확신에서 나온 행동. 그래서 실패한 계엄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것이 실패한 혁명가, 확신범의 운명 아닌가?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등장한 그의 언술들은 확신범의 행태와는 멀어지고 있다. 자신의 불법적인 명령에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적극적으로 거부한 의로운 행동을 '자신의 의도'였던 것처럼 떠벌리고, 명백한 증거로 남아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자신을 믿고 따른 부하들에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명령을 따른 이들을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선장이 침몰하는 배에서 혼자 살겠다고 뛰어내리는 꼴 아닌가?

생각은 달라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일관되게 강변하고 떳떳하게 책임을 지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과욕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곧 탄로 날 거짓말도 서슴없이,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쏟아내는 졸렬한 모습에서, 그가 아직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러워질 뿐이다.

빠른 결정, 엄정한 처벌만이 답이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예정된 지난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어쩌면 윤석열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먼저 내보내려는 이들은 '트럼프 경로'에 희망을 걸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만 살면, 그의 사면권을 통해 자신들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그러나 그 희망의 대가는 너무도 크다. 적과 동지의 이분법에 적대적 혐오감을 극대화해 최대한의 갈등을 끌어 올리는 전략의 결과는 상식적 민주주의의 모든 측면을 마음껏 부수고 있다. 그의 생존은 민주주의의 죽음을 대가로 한다.

자신이 살 수 없다면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자폭의 심리상태'는 이쯤에서 멈춰 세워야 한다. 그러나 합리적 이성으로, 논리적 설득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행동에 명분을 제공해 줄 논리이지, 사실관계 따위가 아니다. 거짓 주장의 사실관계가 드러났어도 아무런 태도 변화도 읽히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변호인단은 연방제 나라의 헌법 해석까지 끌고 와서 분투 중이다. 여전히 대통령의 입에선 수많은 음모론이 사실처럼 울려 퍼진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어정쩡한 태도다. 그것이 극단적 행동의 범위를 넓힌다. 현실 가능한 해결책은 탄핵 심판의 빠른 종결과 쿠데타 세력의 엄정한 처벌 뿐이다. 그 위에 더 나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시 쌓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사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어느 쪽의 편에 서든,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과제, 성찰의 지점을 낳았다. 하나씩 짚어보고 고민해 더 나은 답을 찾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공론장을 파괴하고 공유된 상식을 허무는 행동부터 정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빠른 결정을 기대한다.          < 오마이 손우정 기자 >

마은혁 임명돼도 스스로 회피하면
재판관 8명이 최종 결론 내릴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 기일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의 모습.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선고하기로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에 변수가 생겼다. 만약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되고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참여한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재판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존 일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25일 국회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쪽에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선고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보류한 바 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해 헌재에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헌재가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불임명은 국회의 권한 침해’라고 결론을 내리고, 최 권한대행이 이를 수용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변론갱신 쟁점’이 발생한다. 변론갱신이란 새로 임명된 재판관이 과거 변론을 다시 확인하고 심리에 참여하는 절차로, 이를 위해서는 위한 추가 기일을 지정해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회피’를 한다면, 변론갱신 절차 없이 8명의 재판관이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재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3월 중순께 선고가 유력하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마 후보자 본인이 회피한다면 깔끔하게 해결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윤 대통령 쪽에서 갱신 절차를 길게 끌어갈 여지가 있어 3월 선고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후변론이 끝나고 ‘마은혁 변수’가 정리되면 헌재는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평의는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의견을 나누고 표결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평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쟁점별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뒤 재판관들은 표결 절차인 ‘평결’을 진행하고,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게 된다.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해야 윤 대통령 파면이 가능하다.

 

선고기일은 통상적으로 마지막 평의에서 정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최후변론 이후 11차례 평의를 거쳐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8차례 평의를 통해 11일 만에 선고가 나왔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