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은 파면돼야 마땅"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변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쪽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민주공화국에 대한 반역 행위를 저질렀다’며 파면을 촉구했고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는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며 항변했다. 헌재는 오는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선고하겠다고 밝혀,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확정된 뒤 재판부 평의를 거쳐 다음달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25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종합변론에서 국회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일련의 내란 행위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사실은 탄핵심판 증거조사와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이 사건 위헌·위법성보다 더 무겁다고 평가할 사유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으리라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도 “상식을 뛰어넘는 언동으로 일방통행만을 일삼았던 인물,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즐기며, 역대 독재자 대통령들을 찬양한 인물, 헌법을 준수하거나 수호하기는커녕 파괴한 인물.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부끄러움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됐다”며 “국민이 부여한 신뢰를 최악의 방법으로 배신함으로써 민주공화국에 대한 반역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취임했지만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침탈하고 헌법을 유린했다”며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은 파면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거쳐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최소한의 병력을 투입했으며,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를 하자 즉각 병력을 철수하고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계엄을 해제했다”며 비상계엄이 적법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가 위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어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면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오는 27일 마 후보자 불임명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앞서 최 대행이 지난해 12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해, 우 의장이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이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이다.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확정된 뒤 윤 대통령 탄핵 재판 선고 일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정청래 최종진술 “전 국민이 목격자…국가 위해 윤석열 파면돼야”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도 목격자”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위해 윤석열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40분가량 이어진 탄핵소추위원 최종의견 진술에서 “12·3 내란의 밤, 전 국민이 티브이(TV) 생중계를 통해 국회를 침탈한 무장 계엄군의 폭력행위를 지켜봤다. 하늘은 계엄군 헬리콥터의 굉음음 똑똑히 듣고, 땅은 계엄군의 무장 군홧발을 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 국민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목격자”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이미 성숙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 요건(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을 규정한 헌법 77조 1항을 위반했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총리 등이 부서하도록 한 헌법 82조 등을 어기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았고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할 유일한 권한이 있는 국회의 권한과 권능을 강압으로 방해하려고 무장으로 통제·봉쇄한 것은 형법 87조·91조에 해당하는 국헌 문란 내란 행위이며 △합법적인 계엄 때도 국회에 관해선 어떤 특별 조치도 할 수 없는 헌법 77조3항을 어기고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위헌·위법적 계엄포고령을 발령했고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고 사법부 주요 인사의 구금·체포를 시도한 것은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그런데도)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는커녕, 경고성 짧은 계엄이었다고 변명한다”며 “일찍 끝난 계엄은 피청구인의 공로가 아니라 국회로 달려와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과, 불법 지시를 소극적으로 이행한 군인, 국회 담을 넘은 의원들의 합작이다.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당일 국회 담장을 넘은 일을 설명하다, 학생운동으로 1988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요원들에게 납치돼 고문·폭행을 당한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피청구인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고 가상현실에 있는 것처럼 강변하지만 많은 일이 일어났고, 계엄의 피해는 엄청나다. 국민들은 아직도 내란성 스트레스에 잠 못들고, 서로 적으로 규정하고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지금도 2024년 12월을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져도 이상치 않을 풍전등화라고 생각하냐. 명태균 ‘황금폰’으로 인한 본인만의 위기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일부 지지자에 기대 부정선거란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는 사후 알리바이에 불과하다”며 “결국 피청구인은 반국가세력이란 허울을 씌워 마음에 안 드는 인사들 씨를 말리고, 이들을 모두 ‘수거’하고 영구집권을 꿈꾼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피로 쓴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우려 하고, 총칼로 헌법과 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를 유린하려 한 건 윤석열”이라며 “프랑스는 민족 반역자에겐 공소시효가 없다며 나치 부역자를 추적해 무관용으로 처벌했고, 역설적으로 톨레랑스(관용)의 나라가 됐다.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헌법 준수의 의무를 상기시키고, 헌법의 적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이 몽상가의 우연적 돌출이라면, 내란 극복은 국민이 이뤄낸 필연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본능적 자구책”이라며 “헌법 수호를 위해 윤석열을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파면해달라”고 요청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윤석열, 최종변론 7시간 지각 출석…저녁 9시께 등장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자리에 앉은 윤대통령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 2. 20.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의 최종변론기일인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재판 시작 시간에서 7시간이나 지난 저녁 9시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변론기일들에서 재판 시작 시각에 맞춰 정시 출석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탄 호송차는 구치소에서 오후 4시 10분께 출발해 36분께 헌재에 도착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 쪽 대리인단의 종합변론과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의 종합변론, 청구인 쪽 당사자인 정청래 탄핵소추위원의 최종진술까지 끝난 후 오후 9시 3분께 비로소 당사자 최종진술을 위해 법정에 나왔다.

 

 

앞서 전문가들은 일부러 국회 쪽 대리인단의 변론을 듣지 않으려는 의도적 패싱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대통령이 계속적으로 영상에 비춰지면서 국회 대리인단의 얘기를 듣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러운 자리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국회 쪽에서 변론하는 과정에서는 빠지고 싶은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의 얘기만 하고 싶은, 본인의 시간만 갖고 싶은 것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참석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짚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자의적인 헌재 출석은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지난 20일 10차 변론기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증인신문 때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 대표적이다. 13일 8차 변론기일에도 윤 대통령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의 증언 시작 직전 심판정을 떴다. 18일 9차 변론기일에는 출석하기 위해 헌재를 찾았다가 변론 시작 직전 서울구치소로 복귀하기도 했다.  < 김지은 기자 >

 

윤석열, 국회 쪽 최종의견 듣지 않고…양쪽 변론 모두 ‘패싱’

2시간 넘게 지각, 7시간 늦게 재판 출석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이 열리는 25일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탄핵 재판 내내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6시간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재판 시작 시각에 맞춰 정시 출석했던 것과 달리 헌법재판소에 2시간 넘게 지각 도착했을 뿐 아니라, 도착 뒤에도 국회 쪽 대리인단의 최종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는데, 국회 쪽 변론을 듣지 않으려는 의도적 ‘패싱’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은 오후 2시에 시작됐지만 이날 윤 대통령은 오후 4시10분께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오후 4시36분께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후 3시간여가 지난 저녁 8시까지도 윤 대통령은 심판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와 윤 대통령 양쪽이 자신들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요지를 설명하는 증거조사 1시간, 양쪽 대리인단이 최후진술을 하는 최종변론 4시간 동안 심판정 윤 대통령 자리는 윤 대통령 쪽 대리인들이 돌아가며 채웠다. 윤 대통령은 끝내 자신을 탄핵소추한 국회 쪽의 최종의견을 듣지 않았다.

 

국회 대리인단의 이금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의도적 불출석’에 대해 “피청구인은 걱정도 안 되는지 재판소에 와서도 심판정에는 들어오지도 않거나 (이전에도)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다시 돌아가버렸다”며 “이 나라 공무원들의 노고는 안중에도 없고, 국민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 태도에서부터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의 증인신문 때도 자리를 비운 바 있다.

 

이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12·3 비상계엄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출입이 막혀 담을 넘는 모습의 사진과 영상을 헌재에 증거로 제출했다. 계엄군 등의 제지 없이 이들이 국회의 담을 넘었기 때문에 비상계엄이 위법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쪽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방영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의 ‘서울의 밤’ 프로그램 일부를 재생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다. 국회 봉쇄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진과 영상들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 병력이 투입돼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것을 입증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각종 증거들을 아전인수로만 해석해 비상계엄이 적법했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윤석열 최종진술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 받아 탄핵 선동”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마지막까지 태도 변화는 없었다.

25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1만9000여자 가까이 되는 최종진술의 대부분을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점과 야당을 비판하는 데 썼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을 48번이나 언급하며 거대 야당 의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행동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직접 지령을 받고, 군사시설 정보 등을 북한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 탄핵의 불씨를 지피라’면서 구체적인 행동 지령까지 내려왔다”며 “2022년 3월26일 ‘윤석열 선제 탄핵 집회’가 열렸고, 2024년 12월 초까지 무려 178회의 대통령 퇴진 탄핵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언론노조 등이 참여했고, 거대 야당 의원도 발언대에 올랐다.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북한, 중국 러시아 편에 서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은 핵심 국방 예산을 삭감하여 우리 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거대 야당은 전체 예산의 경우 0.65% 깎았다고 주장하지만, 그 0.65%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치 사람의 두 눈을 빼놓고, 몸 전체에서 겨우 눈알 두 개 뺐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울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리다 구속된 청년들을 향해선 “미안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기각 이후’에 대한 ‘구상’도 펼쳤다. 그는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헌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윤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꺼내 든 것이다.   < 서영지 기자 >

 

윤석열 몰락 임박…‘현실 자각’ ‘극우층 지지’ 사이 내몰린 국힘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1차 변론 방청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을 앞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법재판소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당 안팎에선 ‘탄핵소추 인용’을 대비해 모드 전환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이 여전히 ‘탄핵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탓에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도 곧바로 거리두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에 이어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재판소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권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는 단심이기 때문에,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탄핵 인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중도층 표심을 고려해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지도부의 ‘절제 모드’와 달리 영남이 지역구이거나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중진들은 메시지와 행보를 여전히 강성 지지층의 정치적 선호에 맞추는 모습이었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기현·나경원·추경호 의원 등 10여명이 그런 경우였다. 김기현 의원은 “헌재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재판 진행 때문에 불행을 겪지 않도록 헌재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탄핵을 기각해줄 것으로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150시간의 계엄과 939일 동안 야당의 국정마비에 대해 우리는 헌법재판을 통해 많이 알게 됐다. 어떤 것이 더 위헌적이고 어떤 것이 더 국민에게 해로운 것인지 많은 국민이 보게 됐다”며 “계엄의 헌법 위반 여부, 또 그것이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에 이르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당장 거리두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우리가 윤 대통령과 당장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서 믿겠냐”고 말했다. 친한동훈계 의원조차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면 지지층이 흥분할 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이 선제적으로 나서 선 긋기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여론 추이를 보면서 윤 대통령과의 거리를 조절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갑자기 항로를 변경하면, 오히려 배가 침몰할 수 있다.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입장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분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공격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선거법 위반사건 1심에서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만큼 다음달로 예정된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대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중도층도 많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말 바꾸기 등을 겨냥한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전광준 기자  >

한국이 “망국적 위기”와 “국가비상사태”에 처해있었다고 주장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최후 진술에서 무려 25번에 걸쳐 ‘간첩’을 언급하며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을 비롯한 외부 주권 침탈 세력과 우리 사회 내부 반국가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진술 내내 한국이 “망국적 위기”와 “국가비상사태”에 처해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증거조사로 시작한 탄핵 심판은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종합 변론만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한 윤 대통령은 증거조사를 마치고 국회 측 종합 변론이 진행 중이었던 오후 4시 30분경 헌재에 도착했다. 소추위원단장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은 발언 직전인 오후 9시 3분에야 재판정에 들어섰다.

 

A4 용지 총 77쪽 분량의 문서를 꺼내 들고 재판관 앞에 선 윤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후 84일이 지났다.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는 말로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의 탄핵소추 1차 표결을 앞두고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게 불안과 불편을 끼쳤다. 많이 놀라셨을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는 이번 계엄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러나 이날 탄핵 심판 최후진술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체포 전 내놓은 영상 메시지와 체포 직후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글’, 이후 탄핵 심판 변론 기일에서 줄곧 주장한 내용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사과 대신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강성 지지층에게 ‘결집하라’는 식의 옥중 메시지를 내서 분열을 부추기는 방식은 마지막 변론에서도 그대로였다.

 

윤 대통령은 1시간 7분간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과거의 부정적 기억도 있을 것이다.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이런 트라우마를 악용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이번 계엄은 윤석열 개인을 위한 게 아니었다.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나서달라는 호소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미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다. 가장 편한 길은 사회 여러 세력과 적당히 타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임기 5년을 안온하게 보내는 것”이라며 “일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치열하게 싸울 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자리에서 국정을 살피다 보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서서히 끓는 솥 안의 개구리처럼 눈앞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보였다”며 계엄 선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거대 야당에 홀로 맞서야 하는 ‘피해자’ 위치에 놓여 있었다는 주장도 그대로였다. 윤 대통령은 “간첩들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선전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들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복했다. 주장의 근거로 든 것은 2022년부터 178회에 걸쳐 열린 대통령 퇴진 집회였다. 윤 대통령은 “이 집회에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언론노조 등이 참여했고 거대 야당 의원들도 발언대에 올랐다.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이라며 “간첩은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했다”고 했다.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현 상황에 대한 진솔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총 1만4811자에 이르는 진술 중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거나 사죄한다는 등의 표현은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 특히 ‘청년’에 대한 호소를 이어갔다.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동 사태에서는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며 오히려 이들의 폭력·범법 행위를 두둔했다. 그러면서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오는 이들을 겨냥한듯 “저의 진심을 이해해주시는 국민,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론’에 대한 주장도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북한에게 해킹당하고도 점검에 응하지 않았고,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짜 투표용지” 등을 예로 들면서 계엄 당일 군을 선관위에 투입한 데 대해 “어떤 부분이 내란이고 범죄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일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심각성을 축소했다. 윤 대통령은 “정말 계엄을 하려 했다면 고작 280명의, 실무장도 하지 않은 병력만 투입했겠느냐”며 “계엄 해제 요구 결의 이전에 국회에 들어간 병력은 106명에 불과하고, 본관까지 들어간 병력은 겨우 15명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데 대해서는 “자신들의 근무 위치가 본관인데 입구를 시민들이 막고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정치인·법조인 등 체포 지시 의혹에 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준비된 치밀한 작전 계획이나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혼선과 허술함도 있었다”며 계속해서 계엄이 ‘대국민 호소’였다고 말했다. 그간 탄핵 심판에 출석한 증인들이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고 했다.   < 경향 김정화 김나연 기자 >

 

“마음 아프고 미안하다” 서부지법 난동 폭도들에게만 사과한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에 대해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군·경 지휘부 여럿의 증언에도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끝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일으킨 폭도들을 향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도 했다.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총리에게 내치를 넘기고 개헌을 통한 ‘87년 체제’ 개선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들었다. 변론 절차가 끝난 것은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84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헌재에 접수한 지 73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고 구속된 현 상황과 관련해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주신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이 아팠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여전히 저를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이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주장했다. 극우세력의 ‘계몽령’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부상당한 군인들은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야당의 내란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출입도 막지 않았고 국회 의결도 전혀 방해하지 않은 2시간 반짜리 비상계엄과,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줄탄핵, 입법 예산 폭거로 정부를 마비시켜 온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의 권능을 마비시키고 침해한 것이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에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놓고는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라는 주장도 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고 했다. 현 상황이 “전시·사변에 못지않은 국가위기상황”이란 억지 주장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세운 행위는 인정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 체포하겠다고 대통령 관저에 3000~4000명이 넘는 경찰력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장악을 시도한 행위는 “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군 현장 지휘관들의 소극적 저항으로 계엄이 실패한 것을 두고는 “계엄 선포후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질서유지 병력이 도착했다”고 변명했다.

 

이날 11차에 걸친 변론이 마무리되면서 헌법재판관 평의와 평결(표결)을 거쳐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선고하는 절차만 남았다. 전례에 비춰보면 3월 중순 선고가 유력하다.    < 경향 정대연  김나연 기자 >

 

8회 직접 출석, 68분 일장 연설···‘윤석열 탄핵심판’ 73일 총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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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총 13회의 준비절차와 변론을 거쳐 25일 마무리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의 결정권을 쥐게 된 지 73일 만이다.

 

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윤 대통령은 ‘버티기 전략’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6일 헌재가 사건 접수를 통보한 후 10일 넘도록 헌재 서류를 받지도, 보내지도 않으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 1차 변론준비절차를 5시간여 앞두고 대리인 3명의 소송위임장을 내는 것으로 처음 반응했다.

 

심판 초기부터 윤 대통령 측은 변론을 지연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1차 변론준비절차에서 배진한 변호사는 재판관들에게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는 근거가 있냐”고 물었다. 헌재가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했을 때엔 “의견을 묻지 않고 고지해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헌재법이 규정한 최장 심리 기간인 180일을 꽉 채워 변론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일 변경과 재판관 기피를 신청하는 등 심판 절차를 일일이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부터 직접 심판정에 나왔다.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심판에 출석한 헌정사 첫 사례다. 그간 윤 대통령 의견 진술 중 최후진술을 제외하고 가장 길었던 것은 8차 변론 때로, 윤 대통령은 약 18분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인신문 내용을 반박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 때는 윤 대통령이 질문하기도 했다. 헌재는 심판 막바지에 “국정 최고책임자여서 증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을 제한했다.

 

헌재에 출석한 증인은 총 16명이다. 윤 대통령 측은 37명 넘는 증인을 무더기 신청했고 헌재는 그 중 10명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홍 전 차장은 두 차례 출석해 ‘체포조 메모’에 대해 진술했다.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내란 가담자로 기소된 증인들도 다수 출석해 윤 대통령과 대면했다.

 

헌재 재판관 문제도 탄핵심판 절차상 쟁점 중 하나였다. 헌재는 1차 변론준비절차 때까지 재판관 6인 체제로 운영됐다. 6인 체제에서 심리를 넘어 결정까지 내릴 수 있을지 논란이 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31일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올해부터 두 재판관이 심리에 합류했다. 앞으로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가로 임명하지 않으면 이번 탄핵심판 결정은 8인 체제에서 나올 전망이다.

 

최종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1시간8분 동안 최후진술을 했다. 윤 대통령은 약 1만4800자 분량의 최후진술서에서 ‘간첩’ 25번, ‘호소’ 9번, ‘청년’ 7번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의 목적은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 경향 김나연 기자 >

 

야당 의원 등 피해자들, 헌법재판소에 탄원서 제출

 

 
지난해 12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2·3 내란 당시 ‘노상원 수첩’에 ‘수거’ 대상으로 적시된 야당 의원 등 피해자들이 헌법재판소에 “계엄을 못 막았으면 체포돼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고민정·김용민·서영교·윤건영·이성윤(더불어민주당)·황운하(조국혁신당) 의원과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등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수거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피해자들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에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500여명의 수거 대상 목록이 적힌 노상원 수첩을 거론하며 “만약 계획이 실현되어 유혈사태로 참극이 빚어졌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밝혔다.

 

송곳, 안대, 포승줄,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 비상계엄 선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 검찰 특별수사본부 제공

 

이들은 헌재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탄원인들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시행됐을 경우 우선적으로 체포, 수거돼 생명, 신체에 위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던 피해자들”이라며 “피청구인과 내란 일당의 끔찍한 계획이 실행됐을 수도 있다는 점과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수거 방법의 잔혹성 등을 접하면서 억누르던 공포심이 하루하루 되살아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만약 피청구인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이번에 실패한 수거 계획(내란 목적 살인)을 다시 실행할 것”이라며 “이번 탄핵 재판은 탄원인들의 목숨이 달린 중차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하루 빨리 피청구인을 파면해 대한민국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해야 한다. 탄원인들이 마음 편히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반드시 피청구인을 파면 결정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