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스타일링' 이어 또 특혜 논란... 박은정 의원 "법사위 현장 조사해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6인용 혼거실' 4개를 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치소 수용률이 이미 적정선을 넘어섰는데도(2023년 기준 수용률 152%) 윤 대통령 수용 구역에는 별도의 칸막이와 차량 탑승 출입구까지 설치돼 있어 '황제 수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은정 "별도 칸막이, 차량 출입구까지... 4개 거실 통째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국에 확인한 결과 윤석열 피고인은 6명 정원의 1개 거실을 홀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구치소는 피고인을 위해 3개 거실을 추가로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수용 구역에는 별도의 칸막이가 설치됐으며 차량 탑승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까지 공사가 완료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라며 "수용자 1인을 위해 4개 거실을 통째로 내어준 이른바 황제 수용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어 "서울구치소는 수용률 150%를 넘기며(2023년 기준 수용률 152%, 수용 정원 2247명 중 3436명 수용) 이미 과밀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6인 1거실 배치 원칙도 사실상 지키지 못하고 8명 수용자가 1개 거실에 몰아 수용되는 초과밀 수용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열악한 수용 환경에 비춰 윤석열 피고인은 32명이 사용해야 하는 수용 거실을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전에 머리 손질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나 혼자 쓴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라며 "헌재 출석 당시 황제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에 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형집행법을 위반하고 위헌적 행태를 일삼은 피고인이 이제는 하다 하다 황제 수용 논란에 휩싸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황제 의전 시리즈 논란에 국민들도 이제는 지쳤다. 법사위 차원의 현장 조사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위법적 특혜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의혹에 관해 질의할 예정이다.    < 오마이 복건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역사거리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오갈 때 법무부 호송차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의 캐딜락 차량을 이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열린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 지시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란색 호송차량으로 이동하지 않고 뒤에 캐딜락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경 경호처 경호지원본부장을 향해 "호송차가 아니라 경호차로 이동한다는 건데 알고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어 윤 의원은 "만약 호송차가 아니라 경호차를 이용한다면 자유롭게 통화하고 지시할 수도 있고 증거도 인멸할 수 있다.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고, 윤 의원은 "확인해서 국조특위에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되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준비기일 등에 출석한 바 있다.

한편, 윤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서울구치소 측은 "대통령 이동은 경호와 관련한 보안사항이라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 김도균 기자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오갈 때 법무부 호송차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의 캐딜락 차량을 이용한다는 제보가 있다며 김대경 경호처 경호지원본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용산 대통령실 전경 ⓒ 연합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이 마무리되자 용산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 준비 모드에 들어가 이른바 '떨 줄사람은 생각치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탄핵 심판 제11차 변론에서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하여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하여,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자신이 업무에 복귀할 경우 개헌을 통해 임기단축을 추진하고 권한도 총리에게 일임할 테니 탄핵을 기각시켜 달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개헌 의지 실현돼 새로운 시대 열기를 희망"

윤 대통령이 '업무 복귀'를 언급한 것과 발맞춰 대통령실도 26일 오전 기자실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어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임기 단축 개헌 추진, 국민통합 그리고 총리에게 국내 문제 권한 대폭 위임 등의 뜻을 밝혔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대통령실 직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관련사진보기


12.3 계엄 이전으로 업무를 '정상화'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직원들을 동원해 기자실 앞 브리핑실의 자리를 정리하고 의자를 재배치하는 등 고위관계자들의 업무 브리핑 재개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계엄 이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진행돼오던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도 기존처럼 다시 일요일로 원위치시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이 회의는 월요일에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 앞서 일요일에 개최하지만 계엄 이후부터는 주중에 열려왔다. < 오마이 김경년 기자 >

김용현, 사직 일주일 뒤에야 비화폰 반납…내란 증거인멸 가능성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4일 사의를 표명한 지 약 일주일 뒤에야 대통령경호처의 ‘비화폰’(도청과 음성녹음이 불가능한 전화기)을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처 비화폰은 12·3 내란사태 주요 관련자들이 비상계엄 기획·실행 등에 사용했는데, 이를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즉각 반납하지 않은 것은 증거인멸 등이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경호처 비화폰 관리 실무 담당자인 송아무개 경호관은 25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이 비화폰을 반납한 게 12월13일 또는 12일이 맞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지난해 12월5일 수리했는데, 비화폰 반납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출석한 건 12월8일로, 그때까지도 김 전 장관은 비화폰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비상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12월7일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갖고 있다 반납해, 증거인멸에도 이를 활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었다.

 

송 경호관은 이날 ‘김 전 장관 비화폰 뒷번호가 9400번 맞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번호는 모른다”고 했지만, 이 비화폰이 경호처에 “봉인돼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또, 전원을 켜면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의원은 “봉인된 비화폰을 확보해야 된다. 내란 주요 종사자의 휴대폰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누구보다도 (검찰이) 먼저 나서서 확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다그쳤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비화폰 압수로 수사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 차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이날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 쇼핑’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공수처 흔들기를 거듭했다. 주진우 의원은 “전속 관할인 중앙지법을 두고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범죄자나 주소지를 볼 때 관할 정도가 제일 높은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체포영장의 경우 군인은 중앙지역군사법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서울동부지법에 청구하는 식으로 적법한 절차를 따랐단 취지다. 오 처장은 “(영장 청구에) 전혀 문제가 없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비난은 감당하기 힘들다”며 “정당하게 발부·집행된 체포영장을 불법이라고 비난하는 건 법치주의 근간을 해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채운  장나래 기자  >

 

김용현, 계엄 전 “김건희 특검법 진행 상황 보고하라”

국회 파견된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 연락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로 파견 나간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지난해 11월 말부터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상황을 수시로 확인했던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들었던 검사 탄핵뿐만 아니라 야당이 추진했던 ‘김건희 특검법’도 계엄 실행의 이유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11월28일 저녁 6시35분께 김 전 장관이 양재응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검사 3명 탄핵발의 안 했나?”라고 문의하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은 양 단장과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 ‘시그널’로 소통했다. 양 단장은 지난해 11월25일 국회협력단장으로 파견 명령을 받았고 29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김 전 장관은 양 단장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국회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엔 양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검사 탄핵안이 상정되면 언제 표결하는지’, ‘김건희 특검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통화를 마치고선 “상기 관련 사항은 수시보고”라는 메시지를 양 단장에게 보냈다. 양 단장은 이에 따라 이 사안과 관련한 여야 대표·원내대표 발언 내용을 요약해 보고했다.

 

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2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자, 양 단장은 관련 언론 보도와 국회법상 근거를 정리해 김 전 장관에게 전송했다. 양 단장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야 탄핵만 18번, 문재인 정부때의 3배’라는 제목의 기사도 보냈는데 김 전 장관은 “팩트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양 단장은 “윤 정부 출범 후 탄핵 시도가 총 22번이었고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 11번의 탄핵 시도가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 내용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 유사하게 담겼다.  <  한겨레  곽진산  정혜민  배지현  강재구 기자 > 

 

“질서유지 목적 군 병력, 왜 국회 유리창 깨고 들어갔나?”

헌재 재판관들, 국회 무력화·정치인 체포 시도 등 집중 신문
“충돌에 진입” 김용현 답변엔 “들어갔으니 충돌” 되묻기도

 

 
 
윤석열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 출석해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27일부터 두달 가까이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증인들을 직접 신문하며 쟁점을 정리했다. 재판관들은 특히 군을 동원한 국회 무력화와 정치인 등 체포 시도,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권력 행사로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에 왜 유리창 깨고 들어갔나?”

 

“질서유지만을 목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했는데…굳이 군 병력이 왜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했습니까?”(정형식 재판관)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의 첫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줄곧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병력 투입을 했다고 주장하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국회 안에 군이 왜 들어갔는지, 그것도 유리창까지 깨서 들어간 이유가 뭔지 물었다. 김 전 장관이 “충돌이 일어나서 진입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들어갔으니까 충돌이 일어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 직접 물었다.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 했던 위헌적 권력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정 재판관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했다는 대상을 ‘사람’, ‘인원’, ‘의원’으로 혼용하자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하라”고 채근했다. 결국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는 것이었다고 정리했다. 재판관들은 직권으로 채택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신문을 통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핵심 증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문건에 담긴 ‘국가비상입법기구’ 설치도 국회 무력화 시도와 연결됐다. 문 권한대행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며 이를 부인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입장부터 확인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제5공화국의 국가입법회의 같은 건가”라고 물었고, 김형두 재판관은 “(비상입법기구 설치는)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 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법한 체포 시도와 국무회의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서 시작됐다는 ‘체포 명단 하달’에도 재판관들은 집중했다. 정 재판관은 지난 4일 5차 변론에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상대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한테서 전화를 받아 명단을 받아썼다는 메모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체포인 명단) 메모는 왜 작성했느냐” “왜 정확하게 ‘검거 지원 요청’이라고 적지 않고 ‘검거 요청’이라고 적었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승전결에 맞춰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홍 전 차장에게서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조태용 국정원장의 주장에도 “홍장원이 그렇게 한가하게 이야기했을 것 같지 않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재판관들은 비상계엄 선포에 절차적인 문제가 없었는지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는 건 헌법 조항이고 세부적인 절차는 계엄법에 규정돼 있다. 김 재판관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끝까지 윤 대통령을 두둔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덕수 총리는 간담회 정도라고 평가, 오영주 장관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증인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한 것이냐”며 거듭 입장을 확인했다. 김 재판관은 “(국무회의의 적법성은) 사법 절차를 통해서 판단돼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한 한 총리에게도 “사법 절차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증인의 개인 생각을 말해달라는 것”이라고 채근해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것은 하나의 팩트”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탄핵 재판을 진행한 문 대행을 제외하고는 주심인 정 재판관, 그리고 김 재판관이 직접 신문하며 쟁점을 정리해갔다. 정 재판관과 함께 수명재판관(준비 절차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증거·쟁점을 미리 선별·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 재판관은 한차례 질문했고 정정미·김복형·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직접 신문에 나서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평의에서는 재판관 모두 골고루 의견 개진을 하는데, 재판 과정에서의 질문 여부는 개개인 재판관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 

 

 

헌재 최종 변론에서도 "대국민 호소용 계엄"


'거대 야당 공작' '실패하기 위한 계엄' 궤변만
간첩·중국 들먹이고 선관위 부정선거론 반복
'공산 전체주의' 타령…이태원 참사도 '북 지령'

'직무 복귀' 망상 속에 '임기 단축 개헌' 시사
박근혜처럼 탄핵 위기 앞 얄팍한 생존 몸부림

서부지법 폭도들엔 각별한 위로…선동 깔려
선고 3월 14일쯤…마은혁 재판관 합류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 수괴의 망상과 광기는 역시 그대로였다.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공식 발언이 될 최후진술에서도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고, 내란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며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종전 주장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이 반복했다. 야당을 여전히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또 다시 중국을 들먹이고 부정선거론을 되풀이했다. 광인에게 도로 운전대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절감한 장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에 나섰다. 사전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보수언론들조차 '진솔한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마저도 묵살했다. 그는 진술 앞부분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두루뭉술하게 '죄송'이라는 말을 꺼내긴 했으나 곧바로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기존 입장을 앞세웠다.

 

이어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며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실패하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궤변이다. 그래서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는 주장도 악착같이 반복한 뒤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4. 연합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시 '국가비상사태'였음을 강변하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대통령 퇴진‧탄핵 촛불집회까지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지난 민주당 정권이 간첩이 활개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 ▲작년에는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우리 군사기지, 국정원, 국제공항과 국내 미군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됐다는 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술 유출 피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데 3분의 2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점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다는 점 등을 '국가 위기 상황'의 근거로 들었다.

 

취임 이래 줄곧 적대적 야당관을 고수하며 대화와 협치를 거부했던 윤 대통령은 "저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 국가안보, 핵심 국익 수호만 함께 한다면 어떤 정치세력과도 기꺼이 대화하고 타협할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좌파, 우파가 어디 있나?"라면서 "하지만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공산당 1당 독재, 유물론에 입각한 전체주의가 다양한 속임수로 우리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해 역시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검찰독재정권이 자행해왔던 온갖 반민주·반역사적 폭거와 무능·무책임한 국정 운영, 거부권 남발 등엔 아랑곳없이 "거대 야당은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면서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니다"라고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다. 급기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다"며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이야말로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키우는 '선동 탄핵'이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당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문책 요구까지 거듭 '북한 지령'에 의한 행위로 몰아붙였다. 참사에 대한 축소‧은폐 공작으로 유가족들을 수없이 피눈물 나게 했던 인면수심의 태도에 일말의 변화도 없음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이 기각된 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동안 유가족들이 오열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23.7.25. 연합

 

부정선거론 또한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중앙선관위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의해 심각한 해킹을 당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다른 국가기관들과 달리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며 선관위 측이 수차례 강력 반박한 허위사실을 재탕했다. 나아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말해 민경욱 전 의원 등의 선거무효 소송을 기각해온 대법원 판결도 철저히 무시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들을 상대로 그간 탄핵심판에서 다뤄진 쟁점 가운데 두 가지를 부각시켰다. 우선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실제 지시를 받았던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 일선 지휘관 등의 숱한 증언과 물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파렴치한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고 종전 표현을 되풀이했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비상계엄 국무회의'를 꼽으며 "계엄 당일 국무회의는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할 것이 아니었다면 12월 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대체 왜 온 것인가?"라고 절차적 문제가 없음을 항변했다. 윤 대통령의 '순장조'인 '충암파'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는 간담회 수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음에도 막무가내로 진실을 부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여론을 호도해 살 길을 도모하려는 듯 직무 복귀시 '임기 단축 개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 복귀는 망상일 뿐 '파면'이 기정사실이고 이 같은 기만적 개헌 꼼수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대다수 국민이 호응해줄 리도 만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탄핵 위기 앞에서 얄팍한 정치공학적 노림수로 개헌 카드를 꺼내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물론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폭도들에게 각별한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다"면서 다시금 '윤석열 사수'를 선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약 1시간 10분에 걸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시 구성. 윗줄 왼쪽부터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조한창, 김형두, 아랫줄 왼쪽부터 문형배, 이미선, 정형식, 정정미 헌법재판관.

 

이로써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73일간의 장정 끝에 이날 8시간에 걸친 최종 변론까지 마쳤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진술까지 들은 뒤 오후 10시 14분쯤 "이것으로 변론을 종결하겠다"며 "변론 절차가 원만히 종결되도록 협력해주신 청구인 소추위원(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 본인(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제 선고만 남았는데, 문 대행은 선고기일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재판부 평의를 거쳐 추후 고지해드리겠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변론 종결 약 2주 뒤인 금요일에 결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헌재가 오는 3월 14일쯤 선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이르면 3월 7일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2월 27일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보류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마 후보자가 합류해 '9인 체제'가 완성될 경우 변론 갱신 절차 등으로 선고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헌재는 26일부터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주심 재판관의 검토 내용 발표를 거쳐 표결로 결정하는 평결을 한다.

 

평결이 이뤄지면 주심 재판관이 다수의견을 토대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결정 주문이나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른 경우 소수의견을 제출해 반영한다. 결정문 초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보완돼 최종 확정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타당해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헌재가 8인 체제든, 9인 체제든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을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 탄핵심판 최후변론서 5대 쟁점 공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2차 변론기일인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정계선(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이 앉아 있다. 연합
 

“이 재판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는 재판이며,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재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으며 그 가치를 수호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자입니다. 부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여 주십시오.”(국회쪽 김이수 변호사)

“전시사변은 아닐지라도 헌법, 헌정질서가 중대한 위기에 와있다는 것을 익히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하이브리드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탄핵 남발로 인한 사법부 기능 마비 등으로 정상적 작동 불능에 비춰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입니다.”(윤석열 대통령 쪽 차기환 변호사)

 

양쪽 모두 ‘헌법’을 강조했지만, 그 내용과 방향은 달랐다.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국회와 윤 대통령 쪽은 탄핵 소추 사유 5대 쟁점(비상계엄 선포 위헌성, 계엄 포고령 1호, 군·경 동원 국회 활동 방해, 군 동원한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국회 쪽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쪽 송두환 변호사는 “헌법 77조에서 말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고,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도 아닌 것이 분명한 상태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동기와 목적으로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 과정에서 적법한 국무회의 심의 및 부서 등 절차를 갖추지도 않고, 국회에 통고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황영민 변호사는 “피청구인과 사전에 공모한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 어떤 국무위원도, 이 재판정에서 증언한 국무총리조차도 동의하지 못한 ‘국가비상사태’는 피청구인의 몽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야당의 입법 폭거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동찬 변호사는 “(야당의) 예산, 입법, 탄핵 모두 하나하나 국익에 반했다. 이게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냐”며 “대한민국에서 국헌 문란하게 한 자는 누구이고, 누가 내란범이냐”고 되물었다. 절차와 관련해 차기환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국무회의는 열렸고, 논의가 있었다”며 “문서주의와 부서제도 위반도 없었다. 국무회의 자체를 내란 모의로 규정하는 상황으로 부서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계엄 포고령과 국회 봉쇄 시도와 관련해서도 부딪혔다.

국회쪽 장순욱 변호사는 “포고령에는 피청구인을 비판해 온 모든 세력들이 망라돼 있고, 이들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비상계엄을 통해 자신에 대한 모든 정치적 반대파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국회의장, 여당 및 야당 대표, 전직 대법원장, 언론인 등을 체포·감금하려 계획했던 사실이 밝혀졌고, 피청구인이 직접 나서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저지를 명령·지휘했다는 증언과 진술이 잇따랐다”며 “한마디로 대한민국 헌법 파괴행위이자 민주공화국 전복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쪽 송진호 변호사는 “국회 봉쇄를 사전에 준비하지도, 지시하지도 않았다. 국회 의결도 방해되지 않았다”라며 “정치인, 법관 체포 지시를 하지 않았고 실제로 시도한 사실도 없이 위치 확인만 요청하거나 지시했다”고 말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계엄령은 대국민 호소형 계엄을 선포할 생각이었으므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작성한 것을 대략적으로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실행 계획 논의 의지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선관위 병력 투입'과 관련해서 국회 쪽 이원재 변호사는 “비상계엄 주도 세력이 선관위 주요 직원들을 체포·감금하고 심지어 고문까지 할 계획까지 세운 것이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 쪽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 확산시킨 행위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와 대의제도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쪽은 최후변론에서도 '부정선거' 입증 시도를 이어갔다.

 

도태우 변호사는 “정치권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고, 국가적으로 견제할 유일한 수단은 대통령이었다”며 “대통령은 그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고 비상계엄과 선관위 점검지시 통해 전국민에게 국가위기상황 간절히 호소한 것”이라고 했다. 김계리 변호사는 자신을 “14개월 딸을 둔 아기 엄마”라고 소개하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문을 찬찬히 읽었다. 제가 임신·출산·육아하며 몰랐던, 민주당의 패악을 알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 나눠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됐다. 저는 계몽되었다”고 말했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변론 마지막날 광주시민 “역사정의 숨 쉬는 새 대한민국 촉구”

 

 

 
‘윤석열 파면과 역사정의·자주평화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광주시민사회단체 일동’이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고 있다.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을 맞아 광주시민들이 역사 정의를 실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고 촉구했다.

 

‘윤석열 파면과 역사정의·자주평화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광주시민사회단체 일동’은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을 파면하고 역사정의·자주평화를 실현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광주·전남 친일잔재 청산에 나선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역위원회 등 역사단체와 광주·전남 15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등 모두 7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윤석열은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취지를 무시하고 ‘제3자 변제’라는 해괴망측한 방식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줬으며,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으로 독립운동가들을 모독했다”며 “윤 정권은 주요 역사기관장에 친일 성향 뉴라이트 인사들을 배치했고 이들은 내란세력과 동조해 탄핵 반대 망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윤석열은 무인기 평양침투와 한국 특수부대의 자작극 테러를 북한에 떠넘겨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조작하려 했다”며 “미국과 일본을 등에 업고 한반도를 전쟁의 불바다로 만드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다음달 11일 예정된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훈련’ 등 전쟁 연습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를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외세와 손잡고 한반도에서 벌이는 모든 전쟁 연습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는 다음달 1일 3·1절에 맞춰 시민대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 김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