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한 변명으로 내란 재판에 16번째 불출석 검사 때는 '법치' 외치며 피의자 건강권 외면
정의의 칼이 자신을 향하자 도망치려는 꼼수 눈 감고 문 닫아도 역사의 심판 피할 수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이후 열여섯 번째 재판에도 불출석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글자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재판 출석 시 혈당 급변으로 실명의 위험이 있다'이다. 변호인은 "의사의 소견에 따라 불가피한 불출석"이라고 변명했지만, 국민 다수는 이를 믿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방식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법치'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을 수사했다. 그는 피의자의 건강 사유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의 인권보다는 '법의 엄정함'을 앞세웠고, 피의자의 병원 진단서를 '시간 끌기용 꼼수'로 몰아붙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 자신이 법정에 서야 할 차례가 되자 '실명 위험'이라는 방패를 들고 나섰다. 이것은 단지 건강 문제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에 대한 태도의 문제, 즉 책임의 부재에 관한 문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불출석이 아니라 '법 거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출석을 거부했다"면서 "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헌정 사상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전직 대통령이, 그것도 16차례나 연속으로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전례는 없다.
이는 단순히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며, 사법 정의의 권위를 훼손한 행위다. 그는 과거 자신이 신봉하던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지금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그에게 법은 타인에게는 냉정했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법치'가 아니라 '권치(權治)', 즉 권력에 의한 지배의 민낯을 보여준다. 진정한 법치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의 통치이며, 법 앞의 평등이다. 그런데 지금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그 법의 근본 정신을 스스로 부정한다.
국민 앞의 책임, 그 무게를 잊었는가
대통령은 한 나라의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존재다. 그런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 자체로 국가의 수치다. 더 큰 문제는 그가 그 책임을 마주할 용기도 없다는 점이다. 국민은 병든 지도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병이 있다면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병도 자신의 행위를 대신 변명해 줄 수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몸이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 나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며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공인의 도리이고,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품격이다.
지금의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을 피해자처럼 말한다.
"억울하다" "몸이 아프다" "재판 일정이 너무 잦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가 검찰총장이었을 때, 수많은 피의자들이 '억울하다' '병이 있다'고 호소했을 때, 그들의 사정을 들어준 적이 있었는가. 그의 정의는 언제나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했다. 그 정의의 칼이 이제 자신을 향하자, 그는 그 칼날을 피해 달아나려 한다.
진정한 실명은 육체가 아니라 양심의 실명이다
그가 말하는 '실명 위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양심의 실명, 도덕의 실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육체의 시력을 잃어가고 있을지 모르나,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그는 진실을 보는 눈을 잃었다. 권력의 빛에 눈이 멀어 국민의 고통을 보지 못했고, 사법 권력을 휘두르며 법의 본질을 잊었다. 이제 그 눈이 육체적으로 닫혀가고 있다면, 그것은 신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 위에 군림한 자에게 내려지는 상징적 심판이다.
육체의 눈은 감을 수 있지만, 역사의 눈은 결코 감기지 않는다. 법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있어도, 역사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 그는 이미 국민의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 그때 윤 전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변명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촛불집회 참여 중인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민사네) 회원들 모습. 2025.09.12. 사진제공 김근수 소장
법은 복수의 도구가 아니라 정의의 언어다
그가 법정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법이 복수의 자리가 아니라 진실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법은 피고인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다. 따라서 법정에 서는 것은 곧,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하고 사회와 화해하려는 첫걸음이다. 그가 끝내 법정에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형사 절차의 회피가 아니라, 민주공화국과의 단절이다. 우리는 이미 '법 위의 권력자'가 나라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경험했다. 박정희의 독재, 전두환의 쿠데타,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수많은 권력자들의 범죄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그들에게 마지막에 물었다. "당신은 법 앞에 섰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는 국민의 정의가 답할 차례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법치에 대한 도전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검찰총장 윤석열'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단 한 사람의 피고인일 뿐이다. 검찰권으로 무장한 방패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직 그의 행적뿐이다.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은 국민을 위한 의무이며, 자신을 위한 마지막 구원이다. 법 앞에 서서 죄를 인정하거나, 억울함을 해명하라. 그것이 역사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끝까지 숨는다면, 그의 이름은 영원히 '도망자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냉정하다. 눈을 감는다고, 문을 닫는다고, 그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병든 몸보다 병든 양심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회복이며, 법과 정의가 그를 다시 받아들일 유일한 길이다. < 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