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학 등 극우단체, 경주서 거리 행진 등 집회 신고
명동·이태원서 '차이나 아웃' 외치면서 과격 시위 벌여
트럼프 방한에 맞춰 거리 행진…'부정선거' 외칠 듯
극우 유튜버도 속속 경주로…'공산당 아웃' 등 소리쳐
합리적 주장과 혐오 구별해야…임계점 넘은 혐중 시위
경찰도 APEC 앞두고 구속 수사 등 강경 대응책 마련
혐중 선동하는 국힘 정치적 책임도…음모론 등 확산
민주당 "혐중 시위대 부끄러운 일…국힘이 경고해야"

'윤 어게인'(윤석열 복귀) '부정선거' 구호 등을 외치며 '혐중(중국 혐오) 시위'를 벌여온 극우단체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서 시위를 예고한 가운데, 국익 손실과 국가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의 시위는 극단적인 친미·반중 조장으로 국내 여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자칫 외교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는 만큼 강경한 시위 관리가 요구된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주간인 지난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주 전역에 20건이 넘는 집회가 신고됐다. 집회 신고 단체 중에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혐중 시위를 주도한 자유대학이라는 극우 단체도 포함돼 있다. 자유대학은 APEC 주간 경주 황리단길 인근에서 약 2000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자유대학은 서울 명동, 대림동, 이태원 등에서 중국인에 대해 무분별한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차이나 아웃(China Out)' '시시피(CCP·중국 공산당) 아웃' 등의 구호를 외치는 과격 시위를 벌여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폭력적인 시위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위협을 느낄 뿐 아니라 집회 장소 인근 상인들의 생계까지 지장을 받고 있다.
윤석열 탄핵 국면부터 시작된 혐중 구호는 점차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자유대학 회원 중 일부는 지난 7월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다이빙 주한중국대사의 얼굴이 인쇄된 중국 국기 현수막을 찢어 경찰에서 수사 중이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한 대만 관광객은 '중국인이 아니다'라는 배지를 다는 일까지 있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오는 29일 경주 신라대종에서 황리단길 등으로 이어지는 거리 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방한에 맞춰 '윤 어게인' '부정선거' 등의 구호를 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도 다수 취재하는 다자외교 무대를 자신들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단체 관계자는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에 "한미일 동맹강화를 촉구하고 정부의 중국인 무비자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행사"라며 "중국 혐오 집회는 절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오는 30일 시진핑 중국 주석 국빈 방문이 예정돼 있어 혐중 시위로 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극우 유튜버들도 속속 경주에 모여 '차이나 아웃' 'CCP 아웃'을 외치고 있다.
눈 뜨고 보기 힘든 혐오 시위…결국 공권력 나서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국제회의 개최지에서 여러 의견이 개진되고 시위가 벌어지는 일은 빈번하다. 반미 시위도 자주 벌어진다. APEC 주간엔 혐중 시위 외에도 진보정당·노동조합·시민사회 등 35개 단체가 함께 하는 국제민중행동이 '관세폭탄·경제수탈·APEC 반대, 트럼프 방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도 오는 30일까지 일본기업 니토 덴코 고발 투쟁을 한다.
다만 합리적인 주장, 정당한 저항과 무차별적인 혐오는 구별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특정 인종이나 민족을 혐오하는 것까지 무한대로 용인하기는 어렵다. 극우 단체의 과격 시위에 공권력까지 나서서 직접 대응하기로 한 것은 한국 사회에서 특정 인종·민족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혐오 시위 현황 및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혐중 시위가 사회·경제·외교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외교 문제를 일으키거나 국가이미지를 실추할 수 있다면서 강경 대응책을 수립했다.
경찰은 혐중 시위에 대응해 불법행위 채증을 강화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행위와 관련한 수사 의뢰나 고발장 접수가 있을 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관 폭행, 대사관 침입 등 명백한 불법 행위는 적극적인 인지 수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또 혐중 시위로 인한 상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위험한 물건 사용, 집단적 업무방해 선동 등에 대해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할 방침이다.
공권력 개입에도 혐중 시위를 근본적으로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선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혐오를 규율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별도의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집시법을 근거로 혐오 표현을 금지시키고 있지만, 현행법상 수사로 이어가기도 어렵다. 혐오 표현은 주로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집회·시위에서 피해자를 특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혐중 부추기는 국민의힘…극우 괴담까지 방송서 언급
혐중 시위가 확산된 데에는 제1야당 국민의힘의 정치적 책임도 크다. 국민의힘은 최근 극우 지지층 사이에서 떠도는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입법화를 추진하거나, 중국과 관련된 괴담 수준의 음모론을 방송에서 언급하며 혐중 공세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다.

앞서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중국인 때문에 한국인이 역차별을 당한다며 '의료·선거·부동산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대표는 특히 건강보험료와 관련해 이른바 '중국인 먹튀'를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55억 원 흑자로, 중국인이 낸 건보료가 받은 혜택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의 경우, TV조선 유튜브 방송에서 최근 코스피 상승세를 두고 '국내 주식시장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음모론을 언급해, 국정감사장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체 외국인 자금에서 중국 자금은 9~10월에 1% 정도 들어왔다"며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APEC 주간 혐중 시위 등을 고려해 '무(無)정쟁'을 실천하자고 국민의힘에 촉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무정쟁 제안에 국민의힘 쪽 호응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하면서 "혐중 시위대가 경주로 향하고 있다는데 전 세계적인 큰 이벤트를 앞두고 이런 모습은 아주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의힘이 이런 부분에 대해 강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본인들로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무정쟁 주간 제안에 대한 국민의힘 반응을 "일단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번 APEC 성공 개최를 위해 여야가 함께 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혐중 시위에 대해선 "매우 우려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경주 APEC은 외교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높이고 코리아 브랜드를 각인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념과 진영을 넘어서 대한민국 국민, 여야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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