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감추고 정쟁만 요란하게 떠드는 ‘국민의 방송’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 기자)

 

오래전의 일이다. 휴일에 북한산을 오르다 너른 바위와 소나무 사이로 널찍한 평지가 있는 곳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배가 있어 보이는 몇몇 사내들이 막걸리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있었고 그중의 한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굳이 국립공원이 아니라도 산에서 금연은 상식이다. 잠시 후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이가 다가가 산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호통을 쳤다. 담배 피우던 남자는 주위의 눈총을 의식해서 그랬는지 당황하여 담배를 끄고 뭐라고 변명하는 듯하더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담배를 피운 건 잘못이지만 당신이 뭔데 야단을 치느냐, 왜 반말이냐’ 하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고, 몇 차례 고성이 오고 간 뒤에는 산에서의 흡연이 아니라 나이 좀 많다고 반말을 했다는 게 싸움의 본질이 되어 버렸다.

 

‘내란 정당’의 억지를 날카로운 창으로 둔갑시킨 9시 뉴스

 

윤석열이 저지른 한밤중의 계엄 난동으로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졸지에 ‘내란 정당’의 낙인이 찍히고 선거에 패배하여 야당이 되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국힘당은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실정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KBS 9시 뉴스는 보도했다. 고물가, 수도권 집값 폭등, 한미 관세협상 교착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서 벌어진 한국 노동자 집단 구금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범죄조직의 한국인 감금까지 모두 이재명 정부의 실정이라는 거다.

 

KBS 뉴스 화면 캡쳐 모음

 

사람 몸의 병도 그렇지만 나라의 병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고작 넉 달이 지났을 뿐이다. 나라에 병이 있다면 윤석열이 대통령이고 국힘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발원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집권당으로서 윤석열의 내란을 방조한 책임이 있으니 야당이지만 날카로운 창이 아니라 방패가 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데, KBS 뉴스는 국힘당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며 국감에서 양보 없는 대치가 예상된단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기가 그런 게 아닌 척 발뺌하며 남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수작을 힐난하는 말이다. 그런 수작이 통하여 위기를 모면하면 학습효과가 되어 도둑이 매를 들고 설치는 적반하장으로 발전한다. 그럴 때의 ‘공정한 보도’는 양쪽의 주장을 반반씩 전하는 기계적 균형이 아니라 공평무사한 자세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거다.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에도 그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고 쓰여 있다.

 

‘공방’ ‘고성에 욕설’ ‘설전’ ‘충돌’에 사라진 시시비비

 

KBS 9시 뉴스는 국정감사 첫날 여야가 거세게 충돌했고, 공방이 이어졌고, 고성에 욕설이 오갔다고 전했다. 대법원 국감에서는 인사말만 하고 떠나려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이른바 ‘희대의 파기환송’에 대해 질의를 하려는 여당과 못하게 하려는 야당이 고성으로 맞섰고, 국방부 국감에서는 ‘내란’이라는 용어를 쓰는 문제로 여야가 고성에 욕설까지 오가는 공방을 벌였고, 외교부 국감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을 놓고 여당은 정부의 외교 협상력을 높여주려 했고 야당은 ‘완전 폭망 상태’라고 평가했다며 양쪽의 주장을 반반씩 전했다.

 

KBS 뉴스9 국정감사 첫날 보도 화면 캡쳐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국감장 곳곳에서 여야가 충돌했고, 고성과 설전이 이어졌고, 주장하면 반박하고 제기하면 반발하는 말싸움 공방이 벌어졌고, 여야 대치가 이어졌고, 공방이 뜨거웠고, 여야가 맞붙었다는 ‘공방전 국감’ 소식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동어 반복으로 전했다. 무릇 국정감사란 납세자인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주권자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 바르게 행사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따져보는 것인데, 준조세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 KBS 뉴스는 국정감사장 문턱에서 진실에 접근하려는 쪽과 진실을 가리려는 쪽이 거칠게 싸우는 장면만 공평하게 반반씩 전하고 있었다.

 

달을 보라는데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에 때가 묻었다고 트집을 잡는 건, 시선을 돌리게 하여 문제의 원인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거다. 소란을 피우고 흙탕물을 일으키는 건, 문제의 본질을 숨기려는 거다. 잘못한 게 많아 숨길 게 많은 쪽이 괜한 트집을 잡고 소란을 피운다. 그래야 진실이 가려지므로. 대개의 정치 공방이 그러하다. 기자들이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여야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반반씩 보도한다. 억지와 궤변일지라도 그대로 옮긴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의혹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보도하는 것이 기본적인 언론 윤리인데 공영방송 KBS에서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KBS 보기에 국힘당과 조희대는 사법부 독립의 수호천사?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건 대법원 국감이었다. 대법원이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이재명 선거법 사건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건, 이재명의 대선 출마를 봉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의심은 해소는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니 대법원 국감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대법원 국감에선 형사사건은 종이 기록으로 심리를 해야 한다는 대법원 규정이 있음에도 이재명 선거법 사건의 경우 그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KBS 9시 뉴스는 흙탕물 공방전을 반반씩 충실하게 전했을 뿐 ‘종이 기록을 보지 않았다’는 새로운 쟁점은 보도하지 않았다. 외관은 반반의 기계적 균형을 취하고 있었지만, 흙탕물 보도는 진실을 가리고 있었고 KBS 뉴스의 무게추는 국힘당과 조희대 대법원장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2025.10.13. 연합
 

한동훈 전 국힘당 대표는 ‘화장실 가서 휴지 말고 비데 사용하면 무효이고 무죄인가’ 하며 민주당이 억지를 부린다는 글을 페북에 올렸다. 그런데 틀렸다. 지금의 논점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가 아니다. 흑묘도 백묘도 없다는 거다.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고, 비데는 있으나 수도계량기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 엉덩이를 까보자는 말까지 나오는 건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겁이 나서 그러는지 ‘사법부 독립’을 호신용 방패 삼아 장두노미의 행태를 고집하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자기 손으로 재판의 신뢰와 법원의 권위를 허물고 있는데도 ‘국민의 방송’ KBS는 그런 대법원장을 비판하지 않는다. KBS 보도는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다. 억지든 궤변이든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반반씩 무비판으로 전달하는 기계적 균형에 충실한 보도를 반복하더니 ‘국회의 품격이 이렇게 떨어졌나’, ‘거듭된 파행에 정책·민생 국감 실종이란 비판은 올해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전가의 보도인 양비론 칼을 꺼내 들어 여야를 싸잡아 비난한다. KBS 뉴스를 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졸지에 봉변을 당한 피해자이고 야당인 국힘당은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수호천사이고 여당인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는 악마다. 공방전 중계 보도에선 본말전도, 주객전도가 일상이다.

 

KBS 독립시킨 건 민주당, 장악한 건 윤석열 아니었나

 

KBS는 정치 뉴스만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으로 보도하는 게 아니다. 부동산 뉴스도 그랬다. 집값 상승이 심상찮은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토지거래구역으로 지정하고 갭투자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는데, KBS는 며칠에 걸쳐 ‘시장 혼란’, ‘실수요자 막막함 토로’, ‘내 집 마련 꿈만 빼앗을 것’, ‘시장에선 전세 품귀 우려’,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 등 집 없는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보도를 쏟아냈고, ‘부동산 테러’, ‘좌파 정권 20년 부동산 정책 실패의 재탕’이라는 야당의 막말을 여야 공방전 보도로 중계하였다. KBS는 진정 집 없는 서민들을 걱정해서 그런 보도를 하는 건지, 이재명 정부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KBS 보도 화면 캡쳐

 

시시비비를 외면한 KBS의 보도 행태는 국힘당 장동혁 대표의 윤석열 면회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장동혁 국힘당 대표가 구치소를 찾아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면회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국힘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었고, 조중동마저 ‘민심은 안중에 없냐’ ‘대단히 부적절하다, 대체 어쩌자는 거냐’며 혀를 끌끌 차는 사설을 실었지만, ‘국민의 방송’ KBS는 별일 아니라는 듯 넉 줄짜리 단신 기사에 민주당 반응까지 끼워 넣은 정치 공방으로 짧게 보도했다. KBS는 왜 장동혁 대표의 윤석열 면회를 ‘축소 보도’한 걸까?

 

KBS는 준조세인 수신료로 운영된다. 윤석열 정권은 수신료 분리 징수로 KBS의 목줄을 죄고 ‘국민의 방송’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길들이려 하였다. 윤석열이 투하한 낙하산 사장은 입맛에 맞지 않는 기자와 PD들을 수신료 징수원으로 내쫓았다. 윤석열 정권이 막무가내로 추진하던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제동을 걸고 통합 징수로 법제화하여 공영방송 KBS의 재정 기반을 안정되게 한 건 여당이던 국힘당이 아니라 야당이던 민주당이었다. 윤석열은 KBS를 장악하려 했고, 민주당은 KBS를 독립시키려 했다.

 

‘쬐끄만 백’ 덕분에 사장 자리 꿰찬 박장범 사장

 

지금 KBS 사장은 ‘파우치 박’이란 별명을 가진 박장범 사장이다. KBS 9시 뉴스 앵커였던 그는 대통령 윤석열과 대담을 진행하면서 김건희가 받은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하지 못하고 ‘외국회사의 쬐끄만 백’이라 했고, ‘선물로 주었다’고 하지 못하고 ‘앞에 두고 왔다’고 둘러댔었다. 외람되어 그랬을 것이다. 권력 앞에서 비루하던 그 앵커는 결국 KBS 사장이 되었다. KBS 9시 뉴스는 그가 내년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공영방송총회의 의장에 선임되었으며 공영방송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공유하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파우치 박’이란 별명을 가진 그가 말하는 성공모델은 무엇인지 몹시 궁금하다.

 

박장범 뉴스9 앵커와 윤석열 대담 화면 캡쳐

 

한국기자협회의 언론윤리헌장은 언론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정확한 보도’와 ‘공정한 보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진실 추구는 언론의 존재 이유다. 사실을 부정하고 믿고 싶은 바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진실 추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윤리적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맥락으로 전달한다.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한다. 모든 정보를 성실하게 검증하고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한다. 윤리적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의 경중을 고려해 보도 내용의 양적·질적 균형을 맞춘다. 특정한 가치와 정파적 이익에 부합하는 사실과 견해만을 선택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프레스센터 앞에 설치된 '굽히지 않는 펜'

 

수신료 내는 맛 느낄 수 있는 ‘국민의 방송’ 되어야

 

인터넷에 접속하면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정보들이 쏟아진다. 조회수 높이는 알고리즘을 타고 가짜뉴스가 확산되면서 갈수록 확증편향은 강화되고 여론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기계적 균형과 양비론 보도가 단지 KBS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굳이 KBS 뉴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 KBS만이라도 언론 윤리에 충실한 보도를 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KBS 보도가 팩트 체크의 기준점이 되고 다른 매체들이 자기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비록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수신료의 가치를 KBS 뉴스가 보여주기를 바란다. 수신료 내는 맛을 느끼게 해주기를 바란다. KBS의 다음 사장은 권력이 아닌 시민의 손으로 뽑을 수 있도록 ‘파우치 박’ 사장은 속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내란 우두머리에게 장악되었던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박찬대 "검찰청 사라져도 조작은 여전히 남아"


검찰 개혁 완성하려면 진실 밝혀야 한단 취지
알펜시아·대장동·쌍방울·도이치모터스 등 포함
'6대 정치조작사건 진상규명특위’ 구성 제안해

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 설치하자는 구상
"국무조정실이 나서 검찰 시대 완전히 끝내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6대 정치조작사건 진상규명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박찬대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찬대 의원이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 '검찰 6대 정치조작사건 진상규명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이 지목한 6대 조작 사건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강원도 알펜시아 비리 ▲대장동 비리 ▲쌍방울 대북 송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불기소 등이다.

 

박 의원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개혁은 제도를 고치는 데서 출발했지만, 그 목적은 진실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사회 통합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며 "그래서 저는 오늘 '검찰 6대 정치조작사건 진상규명특위’ 구성을 적극 제안한다"고 밝혔다.

 

수사-기소 분리 등을 통한 제도적 검찰 개혁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과거 검찰이 자행한 중대 조작 사건의 진실도 드러내 정의를 바로 세워야 검찰 개혁이 실질적으로 완성되고 진정한 사회 통합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검찰청은 사라졌지만 검찰 조작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70년 동안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며 권력의 심장부로 군림해 온 검찰은 권력을 위해 증거를 왜곡하고 정적을 향해 허위 공소를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청은 해체됐지만 책임자에 대한 단죄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명예 또한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국민은 정의를 잃었고 민주주의의 신뢰가 무너졌다. 검찰이 만든 왜곡의 상처는 몇몇 피해자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상처, 우리 역사의 치유되지 않은 종양"이라고 말했다.

 

또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개혁은 반쪽짜리 개혁이다. 검찰에 의한 정치 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 없이는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 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검찰 정치 조작의 진실을 국가의 이름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6대 사건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수감을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2015.8.24. 연합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검찰은 재소자에게 거짓을 강요하며 정의를 짓밟았다.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사건. 명백한 영상이 있었지만 권력자라는 이유로 무혐의로 덮였다.
-강원도 알펜시아 비리 조작 사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기소로 변질됐다.
-대장동 조작 사건. 허위 공소장과 왜곡된 녹취록으로 국민을 속였다.
-쌍방울 대북 송금 조작 사건. 증거 없는 진술 하나로 사람을 엮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불기소 사건. 대통령 부인 김건희는 비켜 가고, 국민의 분노만 남았다.

 

박 의원은 "이 여섯 사건은 정치검찰의 민낯이자 검찰권 남용이 낳은 비극의 기록이다. 검찰 개혁은 결국 행정부 개혁이며 권력기관 개혁의 완성 단계"라면서 "그러나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했기에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제는 행정부 내 조정권과 중립성을 갖춘 국무조정실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된 '검찰개혁추진단’을 검찰 개혁의 주체로 지칭한 것이다.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립을 앞두고 출범한 검찰개혁추진단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국조실·기획재정부·법무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법제처 등 관계기관 공무원 47명으로 구성됐다.

 

추진단은 향후 1년간 ▲공소청·중수청 설치법 제정안 마련 ▲형사소송법 개정안 마련 ▲180여 개 관계 법률 및 900여 개 하위법령 제·개정안 마련 ▲공소청·중수청 하부조직 설계·정원 산정·인력 충원·청사 확보·예산 편성·시스템 구축 지원 등 실무 준비 전반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기소 업무를 맡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는 문제 등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별장 성폭행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2일 밤 늦게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긴급한 출국금지 조치로 제지당한 뒤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뉴스 화면 캡처

 

박 의원은 "검찰의 손에서 벗어난 진상 규명은 정쟁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복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진실 규명을 위해 그 중심에 국무조정실이 서야 한다"며 "저는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내에 '검찰 정치조작사건 진상규명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 특위의 핵심 역할로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조작 사건의 전모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들의 명예를 반드시 되돌려줘야 한다.
셋째,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박 의원은 "이것이 바로 검찰 개혁의 실질적 완성이며 이재명 정부가 국민께 약속한 정의의 회복이다. 검찰 개혁의 끝은 권력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되찾는 일이다. 기준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억울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며,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라면서 "잘못된 권력을 바로잡고 무너진 정의의 기준을 다시 세울 때 비로소 국민은 하나가 될 수 있다. 통합은 양보가 아니라 정의의 회복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왜곡한 진실을 국가의 책임으로 바로 세우는 것.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완성해야 할 진짜 검찰 개혁이자 국민 통합의 길"이라며 "그 첫걸음을 국무조정실이 내주길 바란다. 검찰의 시대를 완전히 끝내자. 이제는 진실의 시대,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

촛불행동 주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 법원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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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포토] ⓒ 권우성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62차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 구속영장 모조리 기각

참여연대 "정의와 상식 배반, 도무지 납득 안 돼"
군인권센터 "교묘한 말장난…범죄자들과 야합해"
해병예비역연대 "임성근 하나 내주고 몸통 지켜"

정청래 "판사 심히 유감…특검 영장 재청구해야"
전현희 "사법부가 범죄세력 청산 가로막고 있어"

3대특검특위 "법리가 아닌 정치가 작동한 결과"
"윤석열 향하는 수사선상 인물들 철통같이 지켜"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10.23. 연합
 

채 해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주요 피의자 7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영장만 발부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나머지 6명의 영장은 전부 기각하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6명 가운데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11대대장(중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정재 부장판사가 기각했고, 특히 '수사 외압'과 관련해 윤석열을 정점으로 한 명령 계통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정재욱 부장판사가 모조리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윤석열로 향하는 핵심 연결 고리가 차단된 셈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24일 논평을 통해 "수사 외압 혐의 중심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정재욱 부장판사)의 결정은 정의와 상식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명현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 위축되지 말고 혐의 입증에 더욱 매진해 '윤석열 격노'로 촉발된 수사 외압 범죄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5인은 수사 외압, (경찰) 이첩 기록 무단 회수, 박정훈 대령 항명죄 수사·보직 해임·구속영장 청구, 임성근을 혐의자에서 제외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이첩, 출국 금지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등에 긴밀하게 관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윤석열의 '격노는 사실무근'이라며 온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 청문회에서조차 거짓말 릴레이를 펼치다, 녹취가 드러나자 '대통령 격노가 뭐가 문제냐'며 적반하장으로 태도를 바꾸더니 특검 수사에 들어서고 나서야 '격노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해 온 핵심 피의자들을 두고 법원이 '사실관계가 인정'된다면서도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도무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무리한 명령으로 한 군인이 생명을 잃은 사건에서 정작 책임자들은 수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해당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장이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는 사건으로 바뀌었다. 군 검찰단은 수사기록을 탈취하고, 윤석열은 채 상병 특검법에 3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필사적으로 진상을 은폐해온 사건"이라며 "특검팀은 보강수사로 수사 외압 피의자들에 대한 혐의를 다져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사망 사건은 군에 복무 중이던 한 청년이 부당한 명령에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사건으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으면 될 사건이었음에도 구명 로비에 나선 임성근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위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모든 수사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사건을 축소, 은폐한 국가범죄 사건"이라며 "채 상병 사망 사건 시작과 끝에는 윤석열이 있다. 특검팀은 채 상병의 사망뿐 아니라 수사 외압의 실체를 밝히라는 특검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이종섭, 김계환, 유재은, 김동혁, 박진희는 2023년 7월 31일 윤석열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대한민국에서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격노한 이래 줄곧 진실만을 말해온 박정훈 대령을 토끼몰이하듯 음해하던 인물들이다. 지난 2년간 군검찰, 군사법원, 국회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모두 기록으로 버젓이 남아있다"면서 "그런데 이들이 윤석열이 몰락한 뒤 황급히 일부 진술을 바꾸었다고 해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자 옹호다"라고 정재욱 판사를 직격했다.

 

이어 피의자들은 전직 장관, 사령관, 국방부 고위 공무원이거나 현역 장군으로 지난 2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장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오염시키기 위해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대부분이 사건 핵심 관계자들과 육사, 해사 선후배 관계까지 맺고 있다"며 "사법부 스스로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권의 비호 아래 조직적으로 가족과 함께 호주로 도망가려던 '도주 대사' 이종섭을 사회적 관계망까지 꼼꼼히 살펴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준 점 역시 압권"이라고 질타했다.

 

또 "무엇보다 범죄 혐의의 사실관계가 소명되었다고 밝히면서도 재판을 통해 법리를 다투어 보아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은 정재욱 판사가 법이 정한 구속영장 심사 요건을 넘어서는 사실상의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구속 여부에 관계없이 재판을 통해 장차 법리를 다투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고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있고 범죄 혐의가 소명돼 구속할 만한 상황이면 구속하는 것이 타당한데 교묘한 말장난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의 수사 외압 범죄 혐의를 숨기기 위한 공범들의 증거 인멸과 도주 시도'로 요약할 수 있다. 오늘 정재욱 판사는 피의자들의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 아니라 거짓말할 권리, 도주할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라며 "위증죄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 하고, 해외 도주 시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게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하니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사법부가 범죄자들과 야합해 범죄를 장려하고 있는 꼴"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오늘의 영장 기각은 수사 외압의 정점에 있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호할 목적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특검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처사다. 피의자들의 혐의 역시 윤석열을 비호하기 위해 법을 갖고 장난치며 박정훈 대령을 짓밟고 진실을 질식시키는 행태였다는 점에서 정재욱 부장판사나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던 피의자들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면서 "이대로 좌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 특검은 다시 영장을 보완 청구해 반드시 구속영장을 발부 받음으로써 조희대 대법원장 치하에서 무너진 사법 정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전했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자 해병대 복장을 한 시민들이 이 전 장관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025.10.23. 연합
 

해병대예비역연대도 입장문을 내 "사법부는 윤석열 정권이 2년간 국가 공권력을 불법적으로 동원해 진실을 은폐하고 범인을 도피시키려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국방부, 법무부, 외교부, 경찰청이 하나가 돼 저지른 범죄에 왜 관대한 것인가"라며 "이 법비들은 임성근 하나 내어주고 수사 외압의 몸통을 지켰다. 윤석열 정권하의 국가 공권력이 수사 외압 범죄에 동원된 천인공노할 사건을 처리할 특별재판부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선 영장전담 판사를 비롯한 조희대 사법부가 특검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갈수록 확산되는 기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채 해병 특검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임성근은 구속, 나머지는 모두 풀어줬다. 사건 관련자들을 여러 명 동시에 풀어주면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큰 상황인데 영장 판사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특검은 영장을 재청구해서 진실이 감춰지지 않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법원은 임성근을 비호한 윤석열의 격노에 발맞춰서 조직적으로 수사 외압을 행사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6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의를 외면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성역 없는 특검 수사로 내란, 국정 농단, 수사 외압 세력의 범죄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는 법치주의 최후 수호자의 책임을 망각하고 범죄 세력 청산을 가로막고 있다. 특검은 즉각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라. 만일 사법부가 또다시 주권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특검 수사를 방해한다면 국민께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위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전용기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위는 국회 소통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갖고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위험한 인물은 바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군검찰단장 등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풀어주고 임성근 전 사단장만 구속했다. 법리가 아니라 정치가 작동한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사법부는 국민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임성근만 내주고 윤석열로 향하는 수사선상 인물들은 철통같이 지켰다. 이것이 과연 정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직후 수사기록을 강제로 회수하고 박정훈 대령을 체포하려 한 시점에서 이미 외압은 확정됐다. 그런데도 법원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마치 수사 외압 사건은 건들지 말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있다. 이는 곧 대통령과 장관에게 수사 외압 면허증을 내준 것과 같다"면서 "고(故) 채 해병의 희생은 국가의 정의를 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채해병 특검 TF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 김호경 기자 >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등 5명 모두 구속영장 기각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현수 기자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된다면서도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라며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된 점, 수사진행경과, 수사 및 심문절차에서의 출석상황과 진술태도, 가족 및 사회적 유대관계 등의 사정에다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불구속 수사의 원칙까지 더하여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의 구속영장도 같은 이유로 전부 기각됐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지난 20일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당시 국방부 수장으로 수사 외압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외압을 가하고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을 항명 혐의로 입건해 수사·기소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게 △수사 기록 무단 회수(공용서류무효)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은 허구라는 취지의 국방부 ‘괴문서’ 작성 및 배포(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브이아이피 격노 보도를 반박한 국방부 입장문 작성 및 배포(공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박 대령 항명 혐의 수사 대통령실 보고(공무상비밀누설) 등 총 6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박 전 보좌관 등 4명 역시 이 전 장관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이들에게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같은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부장판사의 심리로 23일 오전 10시10분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장관은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증거인멸 등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정재욱 판사는 이 전 장관 쪽의 손을 들어줬다.

                                                                                   < 정환봉  김수연 기자 > 

 

윤석열, 공수처장·차장 임명 미룬 새…대행 ‘친윤 검사들’ 전횡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고발
7개월 지나서야 관련자 소환 조사
친윤 검사들 노골적으로 수사 지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 모습. 김경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내부의 이른바 ‘친윤 검사’들이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고발된 건 2023년 9월이었다. 채 상병이 호우 피해 현장에서 순직한 뒤 초동 조사를 벌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되레 항명 혐의자로 몰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수사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였다.

 

그러나 공수처의 수사는 더디기만 했다. 고발 4개월 만인 지난해 1월에야 국방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같은 해 4월 말께부터 이뤄졌다. 같은 해 4월10일 치러진 22대 총선 이후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이 과정에서 검찰 출신 공수처 부장검사들의 수사 무마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가 총선과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2023년 9월) 및 국회 본회의 통과(2024년 5월) 등 주요 정치적 국면에 ‘관련자 소환을 하지 마라’ ‘특검법 거부권의 명분이 필요하다’며 수사를 방해했다는 공수처 내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공수처 차장 대행이었던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는 수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와, 이종섭 전 장관에게 외압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대통령실 내선번호(02-800-7070) 기록을 확보하려 하자 “영장을 청구하면 사표를 내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하는 공수처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막아선 모양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는 2011년 윤 전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진행할 때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이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수사로 징계를 받게 되자 검찰 내부 게시판에 ‘징계는 부당하다’는 글을 올려 옹호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공수처 부장검사들의 수사 무마 의혹은 특검팀의 송 전 부장검사 위증 혐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21년 변호사 시절 송 전 부장검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받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사건을 수임해놓고 이 전 대표가 채 상병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다. 특검이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지난 8월29일 공수처 압수수색을 하면서 관련 문건과 수사팀 진술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공수처 지휘부를 대행하면서 채 상병 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던 건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 처·차장을 상당 기간 임명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부터 공석이었던 공수처장·차장 임명을 미루다 지난해 5월에야 오동운 처장을 임명했고 두달 뒤 이재승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13일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일찌감치 의결한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안을 이들의 임기 만료 53시간 전(2024년 10월27일)에야 재가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공수처를 안팎에서 흔들어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무마하려 한 건 아닌지,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 곽진산  김수연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