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생자' 예수와 짝을 이루는 여성 메시아 주장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영장심사에선 안 통해
윤석열 정권과 '정교일치 국정농단' 벌인 교주

특검팀 소환 3차례나 불응해 '증거인멸' 자충수
통일교 "법원 판단 겸허히 수용…국민께 사과"
'2인자'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 면해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9.22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통일교 각종 현안을 청탁하며 '정교일치 국정농단'을 벌인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올해 83세인 한 총재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된 건 2012년 9월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래 처음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1시 30분부터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약 5시간 동안 진행한 뒤 오후 6시 30분쯤 마치고 장고를 이어가다 이날 새벽 3시 20분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총재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3차례나 연속 불응하다가 공범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되고 나서야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행태가 '증거인멸 우려'의 자충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 4가지 혐의로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사업 지원을 요청하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에게 6000만 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있다. 김건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받는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해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가 종료된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 일대가 적막하다. 2025.9.18. 연합
 

한 총재는 자신이 6000년 만에 태어난 하나님의 유일한 직계혈통 딸이자 '독생자' 예수와 짝을 이루는 전 세계 하나뿐인 여성 메시아로서 '독생녀'라고 자칭해왔다. '인류의 참부모인 홀리마더'라고도 한다. 그래서 지난 17일 특검팀에 첫 출석했을 때도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나는 독생녀" "참어머님"이라며 조사 시간 대부분을 수사팀에게 통일교 교리를 설파하는 데 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이고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며 "소련의 크렘린궁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하늘의 섭리를 강연하고, 북한의 김일성과도 만났다. 캄보디아의 훈 센 전 총리도 만나 교리를 설파했고, 세네갈 대통령이 내 가르침을 받아들여 '아들'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강조했지만 판사에겐 통하지 않았다.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을 면했다. 정재욱 부장판사는 ▲한 총재와의 공범인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 등에 다툴 여지가 있으며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특검팀이 청구한 정 전 비서실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정 전 실장은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교단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 총재의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 혐의의 공범으로 언급돼 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