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의원 “사법쿠데타를 정리하고, 내란을 청산해 가는 과정”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9월17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당 김영진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급발진’이라고 한 것에 대해 “한가한 상황인식”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는 30일 청문회에서 대법원 현장검증을 나설 수 있다고도 예고했다.

 

김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법사위가 조희대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급발진’이라고 한 김영진 의원을 향해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한가한 상황 인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라며 “윤석열 내란 재판이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굉장히 커졌다. 국회에서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하면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법쿠데타를 정리하고, 내란을 청산해 가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이견들이, 상황 인식에 대한 간극이 굉장히 크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김 의원은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경우 대법원 현장 검증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만약에 안 나온다면 다시 증인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고, 한편으로는 불출석에 대한 고발 조처도 할 수 있다”며 “국회가 현장 검증을 갈 수 있고, 법원의 사무에 대한 감독권이 있다. 지난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특혜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했던) 서울구치소 현장검증과 똑같이 나가는 방식이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전날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재판 독립’을 강조한 데 대해선 “사법부가 자기 마음대로 판결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대선에 개입하고, 국민 선거권을 박탈하려 했던 것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사법부 독립 영역이 아닌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청문회를 하고, 당시 대선 개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의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 최하얀 기자 >

 

민주 김영진, 법사위 강경파 비판…“대법원장 청문회 급발진”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예고 없이 의결하는 등 강경한 사법개혁 조처·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에 대해 당내에서 “절제돼야 한다”는 공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 법사위가 의결한 조 대법원장 청문회와 관련해 “급발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법원장 청문회와 같은 사안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지도부 의원들과 상의하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2일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오는 30일 조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안을 처리해 ‘지도부 패싱’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의원과 연일 충돌하는 것에 대해서도 “추 의원의 3차 대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1차 대전은 추미애-윤석열, 2차 대전은 추미애-한동훈, 지금 3차 대전은 추미애-나경원”이라며 “간사는 각 당이 추천하는 사람을 임명하는 게 국회 운영의 기본 틀인데 본질적 문제가 아닌 것으로 거듭 파행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은 이 밖에도 진위 논란으로 번진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을 앞장서 제기하고, 3대 특검 사건 재판을 전담하는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추진하는 등 강경한 사법개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경기지사나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가진 법사위 의원들(추미애·김용민·전현희·서영교 등)이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당 안팎에서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호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상임위는 기본적으로 원내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며 “대법원장 청문회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청문회 추진 과정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결국 조 대법원장 좋은 일만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청문회와 같은 큰 이벤트는 시기나 안건, 메시지의 세부 조율이 필요한 매우 정무적인 사안이다. 지도부와 사전 소통이 필수”라며 “우리 당의 현재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상황은 우리와 별개’라는 대통령실에서도 초조함이 감지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는 당의 입장과 국민 전체를 의식하며 가야 하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며 “다만 여당이 당내 소통 부족으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대통령실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조 대법원장 청문회’가 30일로 확정된 상황에서 당내 이견이 더 이상 밖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재조정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전날 법사위원들에게 “열심히 해달라”고 힘을 실은 데 이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사위 격려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법사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 사진과 함께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법개혁을 완성하겠다”고 적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귀연 재판부의 편법·불법 판결(구속취소)”이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신청을 부추겼다며 “사법부부터 대오각성하라”고 말했다.                                   < 고한솔 고경주 김채운 기자 >

 

정청래 “법사위 열심히 해달라”…조희대 청문회 ‘지도부 패싱’ 논란 수습

“대법원장이 뭐라고” 발언 이어 법사위 힘싣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실시안’을 기습 가결한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에게 “열심히 해달라”며 힘을 실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지도부 패싱’ 논란을 수습하면서 당원들의 들끓는 ‘반조희대 여론’에도 박자를 맞추려는 이중 포석이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은 헌법 유린, 삼권분립 훼손, 부정 비리, 국정 농단, 내란 사태 등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며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께서는 열심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대통령도 갈아치는(갈아 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아침 공개회의에선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선 후보를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이 부른 자업자득”이라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조희대 청문회’를 두고 책임을 따져봐야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정 대표가 지도부 패싱으로 상처 입은 리더십을 오히려 법사위에 힘을 실으며 극복하려는 것 같다”며 “당원 여론을 주도하는 강성 지지층이 조희대 청문회를 원하는 상황이라 정치적으로도 손해 볼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조희대 청문회’에 힘을 실은 뒤 당내에선 한걸음 더 나가 ‘국정조사’와 ‘탄핵’도 거론되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국정조사, 탄핵 등 모든 것을 예상해볼 수 있으나 당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사법부의 반응에 따라 압박 종류와 수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국힘이 지난 대법원장에게 한 일을 알고 있다

'법사위 출석' '사퇴' '탄핵' '구속' 요구 총망라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임기 내내 흔들어
온갖 구실 항의 방문, 면전에서 압력·모욕 가해

'사법농단' 임성근 몰래 녹음 공개하자 공세 절정
100일 넘게 대법원 앞 릴레이 시위, 검찰 고발
"정권 충견" 막말 예사…"탄핵 대상, 국회 나와야"

집단 난동까지…출근 차량 덮치고 격렬 몸싸움
"야! 김명수 내려!" "구속하라!" 아수라장 연출
'김명수 비리 백서'도…주호영·나경원 적반하장

조희대 사퇴론은 내란 종식 위한 명분 정당해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대다수 상식적인 시민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친위쿠데타와 극우 폭도들의 서부지법 습격이라는 엄청난 법치 붕괴 사태 앞에서도 기이한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아가 내란 수괴를 사실상 '탈옥'시킨 지귀연 부장판사의 온갖 상궤를 벗어난 재판 진행을 방치 또는 조장하고, 급기야 그 자신이 전면에 나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단 며칠 만에 유죄로 뒤집어 파기환송하는 가공할 대선 개입을 감행했다.

 

하나하나가 다 헌정사 초유의 작태였지만 막판에 시도한 '사법쿠데타'를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가 필사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면 국민은 '한덕수 대통령'이나 '김문수 대통령'을 맞았을 것이다. 윤석열·김건희는 다시 상왕으로 군림하며 '제2의 계엄' 및 '노상원 수첩'의 실현을 노렸을 터. 이처럼 사법 독립을 스스로 내팽개친 채 대한민국을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뻔했던 조 대법원장이 여전히 신뢰를 주지 못하는 탓에 국민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따라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엄중한 '심판의 대상'인 조 대법원장에게 지금이라도 내란 재판에 적극성을 보이며 결자해지할 것을 주문하고 이를 끝내 거부하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은 정당함은 물론 오히려 온건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란 잔당'의 관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제1야당은 이를 '삼권분립 유린'이라고 연일 아우성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국민의힘 행태는 어땠을까. 사실관계를 자세히 짚어볼수록 이 당의 내로남불과 적반하장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2018년 9월 28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이 검찰의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18.9.28. 연합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2017년 9월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을 두고 국민의힘(자유한국당 시절 포함)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임기 초부터 흔들었다. 2018년 9월 심재철 의원의 보좌진 3명이 정부 예산 정보 수십만 건을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비정상적으로 내려받아 불법 유출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자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를 위시한 의원 수십 명은 뜬금없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을 기어이 불러낸 뒤 "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줬냐" "야당 탄압"이라고 거세게 따졌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은 아예 '문재인 정권의 사법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 수호 특별위원회'(사법장악저지특위)라는 조직을 꾸리고 당 차원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바로 나경원 의원이다. 나 의원은 요즘 "민주당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며 '일당독재' '공산당'에까지 빗대고 있으나, 그때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할 수밖에 없어 참담하다"고 했고, 한술 더 떠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을 정권 발밑에 바치고자 한다면 탄핵 대상은 바로 대법원장"이라고 '사퇴'와 '탄핵'을 모두 들먹였다. 특위 위원장은 나 의원과 마찬가지로 판사 출신인 주호영 의원이었는데, 주 의원은 심지어 '어대'(어쩌다 대법원장이 됐다)라는 모멸적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속히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근거도 황당했다. 사법장악저지특위는 사법부 코드인사, 사법부 정치화, 사법부 위상 추락,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재판 등을 '사법 난국 4대 대표 사례'로 꼽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구보수 세력의 생떼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단체 출신을 주요 보직에 배치했다 ▲전국법관회의 등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단체를 법정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사법처리자 사면복권 발언에 침묵했다 ▲종교적 이유의 병역 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등이다.

 

2019년 10월 11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규탄회의를 하고 있다. 2019.10.11. 연합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2019년 10월 다시 대법원 청사 앞으로 몰려가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근조' 현장 회의를 열고 김 대법원장을 규탄했다. 김명수 체제의 법원이 문재인 정권에 장악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검찰의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한 영장을 줄줄이 기각한다는 이유였다. 이때도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로 발언에 나서 "오늘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자유·평등·정의가 짓밟혔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런 일이 부지기수였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가 2020년 4월 몰래 녹음했던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2021년 2월 공개하자 국민의힘 공세는 절정에 달했다. 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사설 관련 재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쌍용차 사태 집회 체포치상 사건' 관련 재판 등 다른 판사들 판결에 여러 차례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국회에 의해 사상 처음 탄핵소추된 법관이다.

 

임 부장판사가 2020년 4월 김 대법원장을 직접 찾아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자 김 대법원장은 '국회가 지금 탄핵한다는 상황에서 그냥 사표를 수리해 (대법원장이) 비난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요지의 말로 수리를 거부했다. 10개월 전 대화 내용이 폭로된 뒤 김 대법원장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부주의한 답변을 했다"며 "그러나 정치권의 교감이나 정치적 고려로 사법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사태의 본질은 임 부장판사의 사법농단 행각이었지만,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고 융단폭격을 가하며 탄핵론을 제기하는 등 전형적인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2021년 2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4. 연합
 
2021년 2월 8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2.8. 연합
 

그래서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한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대법원으로 몰려가 김 대법원장에게 면담을 강요한 뒤 '결단'을 종용했고, 대법원 앞에서 대놓고 사퇴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으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 조치까지 취했다. '정권의 충견'이라는 식의 막말은 예사였다. 권성동·박대출·전주혜 의원 등은 공공연히 탄핵을 거론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을 '인격 파탄자'라고 지칭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탄핵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 4가지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부 독립 침해에도 항의하거나 바로잡지 않은 점 ▲2020년 4·15 총선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쪽에서 제기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아 대법관 전원이 고발당한 점 ▲사법 적폐 청산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묵인·용인해 수사를 벌였지만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점 ▲법관 탄핵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사법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 등 탄핵 사유라기엔 억지투성이였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역시 탄핵 대상이라며 김 대법원장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했다. 2021년 2월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김 대법원장의 비위, 불법성은 지금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면서 "이런 분은 탄핵 대상이다. 국회에 나와 의혹들에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출석 요구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또 다시 대법원으로 향했다.

 

김도읍·장제원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 6명이 면전에서 사퇴하라고 윽박질렀지만 김 대법원장은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 법사위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맡고 있던 서울중앙지법 윤종섭 부장판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맡고 있던 김미리 부장판사 등 개별 판사에 대한 인사까지 문제 삼아 김 대법원장을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이 최근 다른 사안도 아닌 내란 동조 의혹으로 '조희대 법사위 청문회'를 추진하는 민주당을 향해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욕망 때문에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니냐"(장동혁 대표 발언)고 맹비난하는 언행이 더욱 어처구니없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2021년 4월 23일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및 보좌진 약 50명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시위를 진행하다 김 대법원장이 탑승한 출근 차량이 들어오자 달려들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영상 갈무리
2021년 4월 23일 국민의힘 의원 및 보좌진 약 50명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시위를 진행하다 김 대법원장이 탑승한 출근 차량이 들어오자 경찰 저지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끝까지 차량을 쫓아 청사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영상 갈무리

 

그중에서도 압권은 2021년 4월 23일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 등 약 50명이 벌인 대법원 난동 장면이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이들은 확성기까지 동원해 사퇴 촉구 시위를 진행하다 김 대법원장이 탑승한 출근 차량이 대법원 정문 앞에 도착하자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이를 막아서는 경찰을 상대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일부는 땅바닥에 넘어졌고 일부는 차량을 끝까지 쫓아가며 대법원 안으로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야! 김명수 (차에서) 내려!" "김명수를 구속하라!"고 부르짖기도 했다. 경찰이 정문을 봉쇄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글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시위 뒤에도 이들은 집요하게 면담을 요구했고 결국 권성동·김기현·정점식·김영식·배준영·유상범 의원 등이 청사로 들어가 김 대법원장을 30분간 만나며 다시금 빨리 사퇴하라고 다그쳤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유감스럽긴 하지만 직을 걸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의 횡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6월엔 '김명수 비리 백서'라는 책자를 '법치의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했는데, '비리'라고 규정한 사례 중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도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법원 앞 1인 릴레이 시위는 무려 100일 넘게 이어져 그해 7월에야 막을 내렸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기현 의원은 '권력에 충성하는 대법원장, 거짓의 명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김명수와 같은 사람은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탄생해서는 안 된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사법부 수장을 향한 국민의힘의 악착같은 괴롭힘은 그 뒤에도 계속됐다.

 

2021년 2월 15일 국민의힘 탄핵거래 진상조사단 김기현 단장과 의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대검찰청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전주혜·김기현·유상범 의원. 2021.2.15. 연합
 
2021년 6월 15일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왼쪽부터), 유상범 의원, 김기현 원내대표, 강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박수철 바른사회 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비리 백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법치의 몰락'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1.6.15. 연합
 

주호영 의원은 현재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25일 국회부의장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질식시키려고, 쫓아내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조리돌림과 협박은 문화대혁명 초기의 난동을 연상시킨다.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인민재판"이라고 격분했다. "광기가 가득한 비정상의 극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랫동안 판사로 일해온 법조인으로서, 20년간 국회를 지켜온 의회인으로서, 이 사법 파괴의 현장에서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본회의 사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바로 직전 대법원장을 '질식시키려고, 쫓아내려고' 정치권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조리돌림과 협박' '난동'을 불사하거나 지휘했던 인물이 이렇게 비장할 정도로 울분을 쏟아내니 그 뻔뻔함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맘에 안드는 사법부 수장을 끌어내리려는 민주당" 운운하며 "바로 이것이 자유민주적 질서 파괴"라고 절규하는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전임 대법원장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국민은 모를 거라고 바보 취급하는 것일까. 사법부의 독립성을 터무니없이 침해한 집단이 과연 어느 쪽인지, 내란 종식을 절박하게 염원하는 다수 국민은 명분과 실체 양면에서 충분히 비교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