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뇌물 등 주요 혐의 소명됐다 판단… “증거인멸 우려 있어”
전직 대통령으로 3번째 불명예… 검찰, 내달 17일전 기소할듯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삼성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청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31일 법원에서 발부됐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지 21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검찰은 최장 20일 동안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수 있지만,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식 선거일이 시작되는 다음달 17일 전에는 수사를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0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다음날 새벽 3시3분에 발부했다.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라며 구속사유를 설명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대기하기 위해 바로 옆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법원이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번 수사의 핵심이었던 뇌물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검찰과 변호인 쪽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도 뇌물수수 혐의 부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13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영장심사 단계에서는 그중 가장 무거운 혐의에 심리가 집중된다.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승계지원 대가로 433억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제시한 안종범(구속기소) 전 수석의 수첩, 삼성 관계자들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 지원을 논의하며 주고받은 각종 문자메시지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 공범과 뇌물공여자가 구속된 점을 들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쪽은 삼성으로부터 어떤 청탁을 받은 적도 없으며, 삼성이 낸 돈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 모녀 등에게 갔을 뿐 자신은 어떤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그룹이 대통령으로부터 승계 지원과 관련해 어떤 약속도 받지 않고, 사인에 불과한 최순실씨 모녀를 적극적으로 도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 쪽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정점을 찍으면서 앞으로 수사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대선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 선거일이 시작되는 다음 달 17일 전에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뿐 아니라 롯데·에스케이 등 수사 선상에 오른 다른 대기업 수사도 속도를 내 박 전 대통령 기소 시점에는 이들 기업에도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시간을 끌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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