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내 지시로 출동한 부대원들 처벌 위기감에 자수”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쪽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했던 곽종근 전 육군특전사령관이 14일 옥중 입장문에서 “민주당에 이용당하거나 회유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증언이 부하를 보호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5일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전화가 와서 ‘비화폰은 녹음되지 않는다. 당당하게 말하라’라는 전화를 받고 자수서 작성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입장문에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녹음되지 않았으니 사실을 숨기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고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곽 전 사령은 지난해 12월9일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12월5일 저녁뉴스 등 보도사항 시청간(시청하다보니) 이러다가는 제 지시로 출동했던 부대원들이 모두 사법적 조치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실제로 진술해야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병주·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애초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증언하려 했지만, 지난해 12월5일 회의가 취소됐고 “다음날 특전사령관 직무정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최소한 특전사령관 직책을 유지한 상태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사실대로 일부라도 설명해 드려야 작전에 투입된 부하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인터뷰에 응했다”라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저의 생각 정리’라는 대목에서 “가장 본질은 12·3 당시 비상계엄의 상황과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말씀드린 대통령님의 2차 통화시 지시하신 사항은 그대로다. 저는 이를 수정하거나 철회하거나 할 일체의 그런 생각이 없다”라고 적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12월4일 새벽 0시30분께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아직 의결정족수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 끄집어내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자신은 ‘인원’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반박했지만, 곧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은 물론 과거에도 인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곽 전 사령관은 “본질을 흐리기 위한 여러가지 생각, 말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그것이) 제가 자수서를 쓴 이유와 목적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하며 글을 맺었다.       < 한겨레 곽진산 기자 >

 

다음은 입장문 전문.

주요 이슈 관련(25.2.12)

1. 김병주, 박선원 의원 인터뷰 관련(12.6 오전 특전사 사령부 위병소 앞 행정실)

*12.5 국회 국방위는 취소됐고 12.6 김병주의원 특전사 항의방문(국회 국방위) 한다고 연락이 와서 12.6 오전에 사령관 집무실에서 법무실장, 방첩부대장, 707특임단장 등과 항의 방문 관련 대화 내용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논의시 여야 의원들이 같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여야 국방위원들께서 함께 계신 장소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시에 12.5 국방위는 취소되고 저는 12.6 오후에 특전사령관 직무정지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최소한 특전사령관 직책을 유지한 상태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사실대로 일부라도 설명드려야 작전에 투입된 부하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인터뷰자리에는 여야 국방위원들이 같이계신 자리도 아니고 개인유튜브 생방송자리여서 우선 국회 국방위가 소집되면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겠다고 하였고 당시 대통령께서 2차 통화시 하신 말씀은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12.7 국회 국방위가 소집돼 서울까지 올라갔다가 국방부로부터 다시 참석하여 알리고 연락이 와서 복귀했다.

*한편 관련 사실을 진실되게 말하기 위해 자수서를 작성하게 됐고 12월10일 국회 국방위 출석 하루 전인 12월9일 검찰 조사에서 자수서를 제출했습니다. 자수서에는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전화하신 1, 2차 통화 통화 내용에 대해 기록하여 제출했습니다. 자수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는

① 12.5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전화가 와서 ‘비화폰은 녹음이 되지 않는다. 당당하게 해라’라는 전화를 받고 자수서 작성의 필요성을 느꼈고

② 12.5 저녁뉴스 보도사항 시청간 이러다가는 제 지시로 출동했던 부대원들이 모두 사법적 조치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위기감이 들어서 제가 사실대로 진술해야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습니다.

③ 자수서를 제출해야 제가 기준과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후 12.10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진술했고 이후에도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2. #민주당에 완전 이용당했다

#3 박범계 부승찬 의원, 곽종근 회유, 답변 연습시켰다

*우선 제가 민주당에 이용당하거나 회유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을 사실에 기초하여 제 의사대로 판단하고 증언했습니다.

*제가 앞서 자수서 작성경위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사실을 진술해서 부하들과 부대를 보호하겠다는 목적과

제가 진술을 하는데 있어서 이번처럼 이용, 회유 등등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기준과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헌재에서도 말씀드렸고 그것이 지금도 제 마음입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이 그렇게 얘기한 것은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범계 부승찬 의원이 저를 회유하고 답변연습 시켰다는 것과 관련해 김현태 대령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으나 우선 저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12.10 국회 국방위시 오전 질의간 박범계 의원께서 대통령 2차 통화와 관련해 질의를 했고 저는 통화 사실만 인정하고 통화내용은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통화내용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기에 고민이 너무 컸습니다.

- 이후 점심식사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제가 이미 12.9 자수서에 포함하여 검찰에 제출했고

*부하들 중에는 일부 알고 있을 것인데

국방위에서 증언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점심 먹고 박범계 의원을 만나서 통화내용을 설명했고 오후에 국방위가 열리면 증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2차통화시 하신 말씀을 제가 먼저 말씀을 드리고 12월 1일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6개 확보장소에 대한 확보 및 경계임무를 받았다고 얘기했습니다.

-대통령의 2차 통화 내용 설명시 자수서에 기록된 내용을 기초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국회문을 열고 들어가서 의사당에 의원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 이렇게 기술된 내용을 말로 설명을 했고

당시 박범계 의원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표현을 그대로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해서 자수서 작성시 언어를 순화해서 표현했던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그것은 ‘열고 => 부수고’ ‘이탈시킬 것 => 끄집어내라’로 당시 대통령님의 말씀의 기억에 기초해 수정했습니다.

- 도끼라는 용어 표현은 당시에도 제 기억에는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헌재에서도 도끼라는 용어는 기억이 없다고 했고 12.10 국방위에서도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대화의 전체 과정을 옆에서 들은 김현태 대령은 저희 자수서 작성 시점, 내용 등을 명확히 모른 상태에서 들었기 때문에 박범계 부승찬 의원이 사령관을 회유하고 답변 연습을 시킨다고 이해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면 저는 박범계 의원, 부승찬 의원으로부터 회유 받은 사실이 없고 답변 연습도 하지도 않았습니다.

3. 김병주, 박범계, 부승찬 의원 회유했다는 말 관련

가. 김병주 의원 특전사 항의방문, 유튜브 방송 관련

*당시 저는 전화 통화를 12.6 아침에 김병주 의원과 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김현태 대령이 12.5이라고 얘기한 부분은 저도 날짜를 확인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통화시 생방송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그래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고 대화주체위주 얘기한 것이 있는데 주제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내용이 아니고 주제위주 통화가 있었습니다.

*방송의 주체에 관련해 얘기할 때 제가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했고 내용에 대해 저한테 어떻게 얘기해라 이런 회유를 하거나 한 사실은 없습니다. 저는 사실을 얘기하고자 했기 때문에 회유한다고 해도 회유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 박범계 부승찬 회유 관련

*민주당이 도와주겠다라고 얘기했다는데 저는 그것에 대한 생각이 없었고 무엇을 도와준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지원건 관련해서는

박범계 의원, 저한테 변호사 지원없었습니다.

부승찬 의원 소개로 1명 변호인을 만났는데 1시간 정도 얘기하고 선임계 제출없이 끝났습니다.

이후 12.6 영장실질심사에도 저혼자 출석하고 구속됐습니다.

변호사는 구속된 이후 제가 알아보고 선임했습니다. 현재 변호사는 707단장 변호사이고 707 단장의 추천으로 선임하게 됐습니다.

다. 박범계 공익제보 신청 관련

*이 부분은 정확히 제 불찰입니다.

*당시에는 그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설명을 들은 것도 아니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신청을 해주신다고 해서 작성했습니다.

*어떤 이익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몰랐고 지금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이것이 사적이익 회유수단이라는 보도가 일어서 상황을 다시 인식하게 됐습니다.

*지금 그것이 어떻게 추진된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담당 변호인한테 기소되면서 중지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의 생각 정리

1. 가장 본질은 12.3 당시 비상계엄의 상황과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제가 말씀드린 대통령님의 2차 통화시 지시하신 사항은 그대로다. 저는 이를 수정하거나 철회하거나 한 일체의 그런 생각이 없다.

2. 본질을 흐리기 위한 여러 가지 생각, 말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본질(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3. 제가 자수서를 쓴 이유와 목적이기도 하다.

25. 2. 14

전 특수전사령관 중장 곽종근

 

 

조태용 “메모 종류 네 가지”란 진술에
“내 진술 신뢰 흔들기 위한 혼란전술”

 
 
시비에스(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갈무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14일 12·3 내란사태 당시 ‘체포자’ 명단이 담긴 원본 메모를 공개하며, 자신의 증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제 동선을 초 단위로 공개하면 진실이 확인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저녁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체포자 명단 메모를 공개했다. 그는 “체포자 명단을 저 혼자 주장을 한다면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만, 금방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똑같이 14명의 명단이 나왔다. 그 이후에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으로부터 14명, 차후에 한동훈까지 (포함된) 15명의 명단을 받았다’고 얘기했으니 지금 체포자 명단은 국정원, 방첩사, 경찰 3개 기관에서 크로스체크가 된 내용”이라고 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고, 여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는 체포 명단을 전달받아 메모한 뒤 보좌관에게 시켜 다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탄핵심판 8차 변론에 나와 “옮겨 적은 보좌관으로부터 메모의 종류가 네가지라고 들었다. 그렇게 되면 홍 전 차장이 (4일 5차 변론에서) 설명한 내용의 뼈대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며 여 전 방첩사령관을 통해 체포 명단을 전달했다는 홍 전 차장의 증언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의 이런 진술을 두고 “제가 얘기한 부분에 신뢰를 흔들기 위한 굉장히 고도의 용어 혼란 전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명단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전에 대통령으로부터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으니, 진술들의 최종점이 대통령하고 연결되는 유일한 접점이기 때문에 아마 ‘홍장원이 죽어야 산다’고 하는 생각으로 저에 대해 집중포화를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어 “(조 원장은)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왜 저한테만 인공지능(AI)의 기억력을 요구하시냐”며 “시시티브이(CCTV)나 통화 내역 등을 합쳐서 초 단위로 (진실을) 알고 싶다. 제가 움직이는 동선을 다 열어보자”고 조 원장에 제안했다.

 

홍 전 차장은 또 이날 자신이 국정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2023년 발생한 자승스님 입적에 윤 대통령이 대공 혐의점을 의심하며 국정원 요원들을 대거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제이티비시(JTBC)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자승스님이 돌아가신 것에는 대공용의점이 있다고 했다”며 “(1차장 산하 요원들이) 밤중에 거의 70∼80명이 현장에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도 대공혐의점을 포함해 타살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홍 전 차장은 “밤중에 출동해서 그 난리를 친 걸 보니 (윤 대통령이) ‘어 이거 (지시하면) 국정원도 움직이네’하고 경험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의 두번째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 굉장히 강한 말씀을 하셨다”고도 했다.  < 한겨레  장나래 기자 > 

 

여의도 봉쇄, 수거 명부 작성, 부대 지정
사복근무, 경찰 활용 방안 실제 시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가운데 마스크 쓴 이)이 지난달 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12·3 내란사태의 ‘비선 핵심’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담긴 내용 중에는 비상계엄 당시 실제 시행된 부분도 있다. 지난해 총선 전부터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수첩 속 계획이 일부 현실화된 점 등을 고려하면 ‘야권 인사 500여명 수집’ 등 내용을 마냥 현실성 없는 공상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수첩에 비상계엄 당시 실현됐거나 시도됐던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만큼 실제 작성자가 노 전 사령관이 맞는지, 누구의 지시로 작성했는지, 군 내부나 대통령실 등에 공유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겨레가 14일 확보한 70쪽짜리 ‘노상원 수첩’에는 국회가 있는 “여의도 봉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실제 지난 비상계엄의 핵심 목표는 국회였고 봉쇄 시도도 이뤄졌다. 헌법에는 비상계엄 때에도 국회의 권능은 제약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번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여의도 봉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고, 실제 비상계엄 때도 국회에 군병력이 투입됐다.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무장 군인 1605명, 경찰관 약 3790명을 동원해 국회, 선관위,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꽃 등을 점거 출입 통제와 체포, 구금, 압수수색 등의 방법을 시도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비상계엄 때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의 국회 출동도 수첩에 나오는 대목이다. 수첩에는 “경계병은 수방사 인력 활용(일부 여의도 정도)”라고 적혀있는데, 수방사는 실제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통제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수첩에 ‘수거팀 구성’ 대목에 등장하는 △수거대상 명부 작성 △행사부대 지정 △사복근무 △경찰들 활용방안 등은 실제 시행되거나 시도됐다.

 

수거대상 명부는 실제 작성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건넸다. 이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 등 복수의 인물이 전달받았다.

 

행사 부대 지정도 이뤄졌다. 계엄 때 별도의 임무가 없어 동원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사령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역할을 맡았다. 국회에는 육군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투입됐다.

 

또한 비상계엄 때 국회와 선관위 등에는 사복 차림으로 첩보·정보 수집 등을 하는 군부대인 ‘편의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활용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전가옥으로 불러 계엄 관련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이 직접 건넨 1장짜리 에이포(A4) 용지에는 장악 대상 기관 10곳이 적혀 있었으며 비상계엄 선포 뒤 조 청장에게 6차례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 또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령부는 경찰 쪽에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지원과 합동수사본부 구성에 필요한 수사관 100명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수첩에는 계엄을 지휘할 합동참모본부 지휘소를 경기도 과천에 구성하는 방안도 적시되어 있는데, 이 대목에는 “박씨는 지휘소 구성”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는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의 다른 부분에도 ‘박안수’의 역할은 “계룡대: 수집 장소, 전투조직 지원”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수첩에는 김 전 장관에게서 주요 인사 체포 명령을 받았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그의 역할은 “행사인원 지정, 수거명부 작성”으로 되어 있다. 이 중 수거명부는 최소 14명 이상이 작성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첩엔 “시민 불편 없게 한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이 또한 윤 대통령 쪽 입장과 유사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에서 “국민들에게 군인들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김용현 전 장관이 작성한 포고령 초안에서 윤 대통령이 야간통행금지를 삭제했다는 게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주장이다.

 

때문에 수첩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를 거쳐 작성됐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국가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보내 필적 감정을 의뢰했으나 ‘감정 불능’ 판정을 내렸다. 노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도 수첩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여러가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수첩이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첩의 작성자가 진짜 노 전 사령관이 맞는지, 수첩 속 내용이 언제·어떤 이유로 작성됐는지 등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입을 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노상원 수첩과 계엄과의 연관성 등을 계속 수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18일과 20일 각각 오후 2시에 9차·10차 변론기일 진행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하고 변론기일을 2회 더 지정했다. 윤 대통령 쪽이 지속적으로 재판 연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헌재의 이번 기일 지정이 최종 증인신문이 될지 눈길이 쏠린다.

 

헌재는 오는 18일과 20일 각각 오후 2시에 9차·10차 변론기일을 진행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한 총리와 홍 전 차장, 조 청장은 모두 20일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을 예정이다. 한 총리는 오후 2시, 홍 전 차장은 오후 4시, 조 청장은 오후 5시30분으로 증인신문이 계획되어 있다. 한 총리와 홍 전 차장은 모두 윤 대통령 쪽에서 신청한 증인이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과 국회 모두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헌재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인들은 모두 기각했다.

추가된 증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총리는 이미 한 차례 증인신청이 기각된 바 있고, ‘정치인 체포 지시’를 최초로 폭로한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서 이미 증언한 인물이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 청장은 건강상 문제로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냈으나, 윤 대통령 쪽이 지난 8차 변론기일에서 “구인까지 원한다”며 강하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18일 9차 변론기일에는 앞서 예고했듯 서증(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문서) 조사가 이뤄지고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양쪽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증인신문까지 진행한 뒤 증인이 채택되지 않으면 마지막 기일을 잡고 윤 대통령과 국회 쪽이 최종 진술을 진행한 후 변론이 종결될 수 있다. 이변 없이 진행되면 3월 초중순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앞서 8차 변론기일이 마지막 증인신문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헌재는 증인신문 기일을 연장하는 쪽을 택했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법정에서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등 추가적인 증인신문을 계속 주장해온 것을 헌재가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이미 만장일치로 기각되기까지 한 한 총리도 다시 증인 채택을 한 것을 보면 외부 여론전과 공격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결정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형사 재판 공판준비기일이 헌재의 10차 변론기일이 예정된 20일과 겹치는 점도 변론기일 변경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10차 변론기일에 형사 재판이 있다는 이유로 기일 변경을 헌재에 요청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윤 대통령 쪽이 법원 출석의 권리를 계속 주장하면 헌재도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을 둘러싼 국회의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사이의 권한쟁의심판 선고 역시 변수다. 헌재는 지난 10일 이 사건에 대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만일 헌재가 ‘마 후보자 불임명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최 권한대행의 임명을 거쳐 헌재의 9인 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 이 경우 신임 재판관이 증거 기록 등을 파악해야 하는 변론갱신절차가 필요해 약간의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만 신속하게 끝내야 함에도 헌재에서 여러 건이 병행되다 보니 변수가 있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 쪽이 변론갱신 등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며 재판지연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짚었다.     < 김지은 기자 >

 

윤, 또 헌재 변론기일 변경 신청…“20일 형사재판 겹친다”지만

한덕수·홍장원·조지호 증인신문 10차 변론기일
형사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 참석 의무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쪽이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변경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형사 재판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14일 헌재에 20일로 지정된 10차 변론기일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0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여부에 대한 심문도 같은 재판부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참석 의무가 없지만, 윤 대통령 쪽이 ‘재판에 참석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헌재 역시 변론기일 변경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재는 이날 오전 재판관 평의를 열고 윤 대통령 쪽이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20일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