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원로 주축, 각계 인사 300여 명 참여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
한국의 존엄, 경제주권, 국민생존권 수호 내걸어
"트럼프 정권 폭압 거부…단순 통상 문제 아냐" "한국 국민 전체를 파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믿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이젠 강대국에 휘둘리는 나라 아냐…쫄지 말자" "트럼프는 윤석열과 똑같이 제 무덤 파고 있어"
김상근 목사(앞줄 가운데), 함세웅 신부(왼쪽),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오른쪽) 등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의소리 중계 영상 갈무리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력해온 시민사회 원로 및 각계 인사들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약탈적 통상 압박을 규탄하며 이재명 정부의 당당한 협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김상근 목사, 함세웅 신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등은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존엄, 경제주권, 국민생존권 수호를 위한 범국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시민사회의 대표적 원로들을 비롯해 종교계, 문학계, 학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보건의료계, 각종 사회단체와 지역, 해외 인사 등 모두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 국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폭압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2025년 가을, 대한민국의 존엄과 생존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통상 협상에서 15% 관세 인하 대가로 3500억 달러 투자와 LNG 추가 투자액 10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4500억 달러(약 620조 원)의 대미 투자를 강요했다"면서 "더 나아가 트럼프는 한국의 3500억 달러를 자신의 임기 중인 3년 내 '현금 인출'이라고 못 박으며 다가오는 10월 29일 아펙(APEC) 회의를 압박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이는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국가적 존엄과 경제주권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폭압이다. 우리는 이 사태에 직면해 결코 침묵할 수 없다"며 "한국의 총 외환보유액은 약 42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게 된다면 저성장의 고착, 일자리 감소, 물가 폭등, 복지 축소로 인해 산업기반 붕괴와 함께 또 한 번의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것이다. 이는 곧 한국 국민 전체를 파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또 "한미 통상협상 직후 미국 트럼프 정권은 조지아주에 파견된 한국 노동자 317명을 수갑과 발목 족쇄를 채운 채 이송하고 불법 구금까지 자행했다. 이 사건은 야만적인 인권유린이자 '동맹'이라는 이름 하에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경제적 수탈과 인권 침해로 이어지는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확인시켰다"면서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 정권의 통상 압박과 조지아주 사태에 대한 한국 사회 각계각층의 분노와 저항이 폭발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대미 투자 철회와 트럼프식 약탈적 통상정책 거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심지어 경제전문가들에게서는 미국의 강압적 통상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차라리 25%의 관세를 맞는 것이 더 국익에 부합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진보개혁 4당 의원들도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의연히 저항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며 "이제 한국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강압에 맞서 주권과 국익, 국민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시민의 힘을 믿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당당히 주권국가로서의 입장을 밝히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시민사회는 이미 광장에서 무능하고 무도한 권력의 폭주를 막아낸 경험이 있다. 2016~2017년 '촛불 혁명'과 2024~2025년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빛의 혁명'처럼 이번에는 경제주권 수호를 위한 범국민적 저항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 모두 일어나 경제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광장에서 외치자"며 주장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파탄 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반대한다! 미국 트럼프 정권은 약탈적 통상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 이재명 정부는 시민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맞서라!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의소리 중계 영상 갈무리
정호진 전국시국회의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KBS 이사장을 지낸 김상근 목사는 먼저 발언에 나서 "미국이 과거에는 그나마 세계 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패권을 장악하는 식이었는데 오늘에 와서는 약탈적 패권국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약탈의 대상"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약탈을 당할 수 없고, 당해서도 안 되고, 우리에게는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빼앗기는, 굴종하는 그런 모습을 우리 정부가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우리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맞서 당당한 주권국가로 우리나라의 입장을 굳건히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광화문의 시청 앞에 모여야 한다. 모여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고, 힘을 주고, 그리고 미국에 우리의 진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이렇게 많이 오셨는데 여러분이 관계하는 모든 조직이 이 사태에 함께 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약탈적 패권주의 미국에 우리는 반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국여성시국회의 공동대표인 김애영 한신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가 세계 경제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그의 관세 전쟁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자책골이 될 수 있는 엄청난 도박이며 특히 미국인들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면서 "지금 너무 쫄지 말자 하는 게 제 생각이다. (한국은) 아기 기저귀에서부터 자동차, 선박, 반도체, 방위산업 등등에 걸쳐 엄청난 제조국일 뿐 아니라 세계가 놀랄 만한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우리가 십분 발휘해 이 난관을 돌파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지를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끝까지 싸우지 않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 대사를 소개한 뒤 "트럼프로 대표되는 미국의 폭압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하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죽을 줄 알면서도 노예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해 나라를 되찾은 선열들에게, 그리고 민주화의 그 많은 투사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강대국에게 휘둘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니 쫄지 말고 용감하게 맞서 싸울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역설했다.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 대표인 노성철 연세민주동문회 회장은 "이렇게 미국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마각을 드러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인식하는 데 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지금 우리나라 곳간에 있는 달러를 다 내놓으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도 다 가져가겠다고 한다. 이런 날강도가 어디 있는가? 이것이 바로 경제 수탈이고 그들의 제국주의적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지아주에서 그들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채운 수갑과 발목 족쇄, 그것은 한국에 대한 수갑과 발목 족쇄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동맹 필요 없다. 그리고 미국이 주한미군을 대중국 군사 동맹으로 몰아가려고 해서 한반도 전쟁 위험이 몇 배, 몇십 배 더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우리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이 협상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라고 우리가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만든 게 아니겠는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기자회견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함세웅 신부는 "저는 사제니까 요새 기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조지아주에서 우리 일꾼들이 막 쇠사슬에 묶이고 그런 장면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미국의 저런 행업(行業)이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성조기를 들고 미국에 호응하는 그분들에게 큰 교육이 됐으면 참 좋겠다"면서 "사실 윤석열을 우리가 힘으로 몰아낸 게 아니다. 본인이 무덤을 파고 우리는 거기에 밀어 넣은 것이다. 트럼프도 바로 윤석열하고 똑같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트럼프가 정말 고맙다. 네가 미국의 모습을 보여줬구나. 우리가 어떻게 반미 구호를 외치나? 트럼프 때문에 제가 사제지만 '양키 고 홈' 이렇게 구체적으로 외칠 수가 있다"며 "미국의 한계를 우리가 깨달으면서, 우리 안에 아직 깨어나지 못한 많은 분이 함께 깨어나서 미국의 실체를 알고 극복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호경 기자>
시민사회 원로와 각계 인사들이 16일 전국시국회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시국회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