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얀마 발전에 도움 안돼…재발방지 대책 필요"

중국 매체 "공장 공격 선동자, 중국· 미얀마 공동의 적으로 엄벌해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중국계 공장 수십곳이 방화로 불에 타는 등 반중감정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쿠데타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상 군부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시위대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이다.

15일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미얀마 수도 양곤에 있는 중국계 공장 32곳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공장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직원 2명이 부상했지만,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다.

이날 정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2억4천만 위안(한화 약 420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공장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과 미얀마 합자기업 소유로, 대부분 의류 관련 공장이라고 중국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 이후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양곤 외곽 산업단지 흘라잉타야 중국인 소유 공장에서 불이 난 모습.[EPA=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쿠데타를 비판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미얀마에 대해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쿠데타 규탄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대는 중국을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기도 했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쿠데타 발생 직전인 지난 1월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치 고문과 더불어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면담해 '중국 배후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쿠데타 이후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중국 제품 불매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군부 쿠데타에 관망하던 모습을 보이던 중국은 자국 기업이 공격을 받자 발끈하고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미얀마의 경제·무역 협력은 상호번영과 상생의 원칙에 기반하고, 미얀마 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불법행위는 미얀마와 미얀마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얀마는 중국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폭력행위를 방지하고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도 "미얀마에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할 보다 효과적인 조처를 촉구한다"며 "미얀마 당국이 미얀마 내 중국 기업 및 인사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소식통 등을 인용해 이번 방화는 반중 세력이나 홍콩 분리주의자 등의 영향을 받은 현지 주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며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얀마 현지 기업인은 글로벌타임스에 "쇠파이프와 도끼를 든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공장을 습격했다"며 "이들은 공장을 부순 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신문은 사설에서도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쿠데타 주역인 군부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과 달리 중국은 미얀마 상황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미얀마 문제에 대한 간섭은 참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중국이 개입하면 양국 관계에 악몽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중국 공장을 미얀마 사태의 인질로 삼는 것으로 심각한 범죄"라며 "중국을 악의적으로 모독하고 중국 공장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중국과 미얀마의 공동의 적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장 아니에요'  한인회, 태극기 배포 … 대만도 "국기 달자"

방화 사태에 '오인 피해' 예방 조치…"미얀마 국민들 태극기 알아"

 

       태극기를 받은 봉제업체 관계자와 함께 한 이병수 한인회장(오른쪽).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중국인이 소유한 공장들에 방화로 보이는 화재까지 발생하자, 현지 한인회가 오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태극기 배포에 나섰다.

이병수 미얀마 한인회장은 15일 "전날 중국인 소유 공장들이 방화 및 기물파손을 당했다"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들이 중국인 소유 공장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한인회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봉제협의회 등에 이날 총 100장의 태국기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말 전까지는 추가로 300장을 더 확보해 봉제업체 외 한국 업체들에도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의 봉제 기업은 약 130개로, 이 중 30여곳이 전날 방화 사태가 발생한 양곤 외곽 흘라잉타야에 소재해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봉제업체 관계자들이 이날 태극기를 받아들고 너무 기뻐하셨다"면서 "미얀마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널리 퍼지면서, 많은 미얀마 국민이 태극기가 한국 국기란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얀마 주재 대만 대표부도 미얀마에서 활동 중인 자국 업체에 국기를 걸고 대만에서 온 업체라는 점을 설명하는 표지판도 걸어놓을 것을 권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대표부는 그러면서 현지 근로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도 자신들은 중국이 아닌 대만인이 운영하는 공장이라는 점을 설명해 외부인들이 혼동하거나 잘못 판단하지 말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대만 업체들은 종종 중국 업체들로 오인돼 피해를 겪곤 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전날 산업단지가 있는 양곤의 흘라잉타야에서 중국인들이 소유한 다수의 공장이 방화 및 약탈 피해를 보았고, 중국인들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중국이 군부의 '뒷배'로 여겨지면서 국민의 감정이 좋지 않다.

다만 군부가 이런 '반중 감정'을 역이용, 친군부 불량배들을 동원해 일부러 불을 저지른 뒤 이를 유혈 폭력진압의 명분으로 사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인 소유 공장 화재 이후 미얀마 군사정권은 흘라잉타야와 쉐삐따 등 인구 밀집지역 2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수치에 ‘뇌물’ 혐의 제기…최대 24년형 가능

군부 “60만 달러,  금 11㎏ 받았다” 주장
유엔 “70여명 사망하고 최소 2천명 체포”

 

11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길 위에 쓰러져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제기한 가운데, 수치 고문이 징역형을 최장 2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 등 보도를 보면,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전날 수치 고문이 뇌물수수한 혐의가 발견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양곤 주지사인 표 민 떼인으로부터 불법 자금 60만 달러(약 6억8천만원)와 금 11.2㎏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윈 민 대통령 또한 신원 미상의 사업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수치 고문 변호인인 킨 마웅 조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혐의는 가장 우스운 농담”이라며 “수치 고문이 다른 약점은 가질 수 있지만, 도덕적 원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군부는 무고한 시민들을 공공장소에서 살해하고 있다”며 “수치 고문과 우리 당을 말살하려고 중상모략하는 건 놀랍지도 않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에게 뇌물수수 혐의까지 포함되면 그가 받을 수 있는 형량은 최대 24년까지 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부는 지난달 1일 수치 고문을 가택연금한 뒤 불법 수입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체포했고,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법 위반)도 적용했다. 또 이달 초엔 선동 혐의와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이상의 혐의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9년형을 받을 수 있고, 뇌물수수는 최대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75살인 수치 국가고문이 24년형을 선고받으면 정치적 재기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유엔 미얀마 특별 보고관 톰 앤드루스는 1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지난달 1일 이후 최소 70명이 살해됐으며 2천명 이상이 불법으로 구금됐다”며 “보안군이 미얀마 군부의 인지 아래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과 감금, 박해, 기타 범죄를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살해된 사람의 절반 이상은 25살 이하였다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21명이 숨졌고, 지난 3일 38명이 숨진 뒤 이후에도 10여명 이상 사망했다. 앤드루스는 가능한 한 많은 인권이사회 회원국이 ‘비상 연합체’를 꾸려, 미얀마 군부에 대해 “강력하고 결정적이며 협력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들을 제재해 자금줄을 차단하고, 국제적인 무기수출을 금지하며, 군부를 미얀마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이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유혈진압에 무력한 UN 안보리…'맥빠진 결의안만

    유엔 "폭력사용 자제" 촉구  첫 의장성명 채택

    서방 vs 중 · 러 의견대립 속 제재 경고도 누락

   "행동 없는 목소리"…미 · 영국, 독자제재 추진

 

서방과 중국 및 러시아의 고질적 대립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결단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0일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평화 시위대를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판하고 무분별한 폭력사용을 자제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번 합의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사태 심각성을 주요국들이 공동으로 인식하고 미얀마 군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의장성명이다.

그러나 강대국들의 고질적 대립 속에 쿠데타 정권의 위법성을 규정하거나 제재를 경고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최루가스에 맞서 소화기 분말을 터뜨리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군경에 의해 시위 참가자 50여 명이 숨지는 유혈 사태에도 군정에 저항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 "폭력 자제하라" 중국 포함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

미얀마의 우방이자 뒷배로 주목되는 중국을 포함해 전체 15개 이사국이 찬성한 이 성명은 이날 오후 의장성명으로 공식 채택된다.

의장성명은 결의안 바로 아래 단계의 조치로 안보리 공식 기록에 남는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여성, 청년, 아이들을 포함한 평화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지난달 1일 쿠데타로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유지하고, 폭력을 자제하며, 인권과 기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것은 물론 법치를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진, 시민사회, 노조 조합원들, 언론인에 대한 제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쿠데타가 라카인주에서 벌어진 로힝야 탄압 사태를 악화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안보리가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성명을 낸 것은 지난달 4일 "깊은 우려"를 표명한 이후 두 번째로 의장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 초안에 있던 '쿠데타' 빠지고 제재 가능성도 누락

이날 성명 내용은 영국 주도로 작성한 초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후퇴했다고 AP통신, CNN방송 등이 지적했다.

영국이 회람한 초안에는 '쿠데타'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를 규탄하고 유엔 헌장에 따른 제재 경고를 담았으나 성명에는 모두 빠졌다.

중국,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이런 내용에 반대했다고 AP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안보리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3일 후인 지난달 4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정부 요인들의 구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직접 규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미얀마 군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수립된 정권을 무력으로 빼앗은 데 대한 불법성을 공감하는 데도 국제사회가 애를 먹는 것이다.

CNN방송은 "미얀마의 거리와 가정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테러의 심각성에도 이번 성명은 이미 예견돼온 타협이었다"고 진단했다.

유혈 참사에도 군부 쿠데타에 저항 계속하는 미얀마 시위대[EPA=연합뉴스]

 

◇ "합의 자체가 '기적'"…미얀마 군부에 경고 메시지 될까

쿠데타로 실각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에는 이번 성명이 실망 그 자체일 것으로 관측된다.

수치 고문이 임명한 유엔 특사인 사사는 지난 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긴급 서한에서 안보리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사사는 안보리가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 각국이 이를 명백히 방기할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안보리 성명에는 이처럼 실효성 있는 조치가 담기지 못했으나 일부 기대할 진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엔이 행동에 나서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으나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성명이 나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작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고원은 "서방 국가들의 희망보다 약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선호하는 것보다는 세다"며 "미얀마 군부에 유엔이 보고 있다는 메시지, 중국이 인권유린을 완전히 비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실권자이던 아웅산수치 국가고문과 군부를 대표하는 쿠데타의 주역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EPA=연합뉴스]

 

◇ 미국 등 서방은 독자제재…미얀마 군부 움직일지는 의문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독자 제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가족을 상대로 제재를 결정했다.

미국은 미얀마 쿠데타 직후 연방준비은행 산하 은행에 예치된 10억 달러 규모의 미얀마 중앙은행 자금의 인출을 차단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미얀마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들 국가에 대한 미얀마의 경제 의존도가 낮아 독자적인 제재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탄 맞서는 미얀마 시민의 무기는 ‘벽돌·드럼통·안전모·치마’

시위 한달째…군경 폭력진압에도 비폭력 유지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거리에 시민들이 벽돌과 나무상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깔았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군경의 무자비한 폭행과 실탄 사격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평화적인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모와 보안경을 쓴 채 벽돌과 드럼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쿠데타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이피에이>(EPA)와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시내의 거리에는 벽돌 수천장이 깔렸다.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거리에 세워 둔 것이다. 벽돌 맨 앞쪽에는 나무 상자와 나무 수레, 모래 포대, 대나무 등으로 쌓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군경이 진압에 나설 것에 대비해, 이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미얀마 군경은 지난달 말부터 강경 진압에 들어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은 물론 실탄 사격까지 가하고 있다. 시민들도 자위 수단을 직접 제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위 초반에는 플라스틱 물통을 방어용으로 썼으나, 최근에는 드럼통을 잘라 만든 철제 방패를 만들어 사격에 대비하고 있다. 주로 시위대의 맨 앞에서 군경에 맞서는 시민들이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시위를 이끈다.

8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여성이 안전모를 쓴 채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군경의 사격에 머리를 맞고 사망하는 이들이 늘면서, 시민들은 공사장이나 공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조달해 쓰고 있다. 이런 안전모는 실탄을 정통으로 맞으면 버티기 어렵지만, 고무탄 등에는 효과가 있고,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최루탄과 물대포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쓰는 보안경도 쓰고 있다.

최근 한 안전장구 판매상이 본인의 상점에 있는 헬멧과 보호조끼 등을 시위대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반드시 살아오겠다고 약속해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물품을 배포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한 달 넘게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면서도 적극적인 폭력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양곤에 거주하는 한 현지 교민은 “미얀마인들이 크게 분노하면서도 화염병도 하나 던지지 않고 있다”며 “돌을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총을 든 군경에 대한 분노의 표현일 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폭력 기조를 유지해 폭력을 쓰는 군부보다 윤리적 우위에 서는 한편, 군부에 더 큰 폭력 행사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사회적 터부를 이용한 대응도 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여성 전통 복장인 ‘터메잉’(치마)을 걸어놓은 빨랫줄 밑을 남자가 통과하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는데, 시민들은 이런 속설을 활용해 시위 현장에 터메잉을 내걸고 있다. 최현준 기자

 8일 미얀마 양곤의 시위 현장에 전통 의상인 여성 치마가 걸려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미얀마 경찰 양심선언 “시위대 죽을 때까지 사격 명령받아”

수치 이끄는 NLD 간부, 군경에 체포 뒤 두번째 사망

미얀마 시민단체 “60명 이상 사망하고 1857명 체포”

 

9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의료진이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의 총격에 부상당한 시민의 몸에서 빼낸 고무 탄환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반대 시민들을 잔혹하게 진압하는 가운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의 간부들이 군경에 체포된 뒤 잇따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에 의해 사망한 이들이 60여명에 이르고,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명령받았다’는 경찰의 증언도 나왔다.

10일 <알자지라>,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간부 조 미앗 린이 9일 새벽 군경에 체포된 뒤, 이날 오후 숨졌다고 전 국회의원 바 묘 테인이 말했다. 바 묘 테인은 “린이 시위에 계속 참여했다”며 “그의 가족들이 군 병원에서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얀마 군경에 붙잡힌 뒤 사망한 두 번째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인사다. 앞서 지난 6일 민주주의민족동맹 간부였던 찐 마웅 랏이 군경에게 붙잡혔다가 사망해, 그의 시신이 가족들에게 인계됐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뒤 8일까지 60명 이상 사망했고, 1857명이 체포됐으며 1538명이 구금 상태라고 발표했다.

군부가 체포한 시민들을 가혹하게 폭행한다는 증언과 증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쇠사슬에 등을 맞아 빨간 상처가 난 사진 등이 공유되고 있다. 사진을 올린 한 시민은 “(미얀마 북부) 메익에서 체포됐던 시위자가 풀려났는데 등 부위를 쇠사슬로 잔혹하게 폭행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군부가 미성년자까지 잡아가 잔혹하게 고문했다”며 “그들은 시위대를 체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문하고, 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로 월경한 한 미얀마 경찰관은 상관으로부터 “죽을 때까지 시위대를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얀마 캄빳에서 경찰로 복무한 타 뼁이 “경찰 규정상 시위대를 해산할 때는 고무탄을 쏘거나 무릎 아래만 쏴야 하지만, 죽을 때까지 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상관으로부터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자동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고 거부했더니, 다음날 또 "총을 쏠 거냐"는 전화가 와서 못한다고 하고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군부 시민불복종 운동 탄압 본격화…양곤서 대규모 체포

 철도 탄압 의료·은행에 '본보기'…"3일 참사 노스오깔라빠서 400여명 체포"

"군부, 이미지 세탁 로비에 23억 지급"…안보리 결의안, 중·러 등 반대 무산

 

 

미얀마 군사정권이 10일 반(反)쿠데타 시민 저항에서 중심 역할을 해온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쿠데타를 규탄하고 추가 조처를 한다는 성명을 채택하지 못하면서 미얀마 군부는 더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군경은 이날 오전 양곤 외곽 마흘라곤의 철도 노동자 거주지를 급습했다.

이곳에는 철도 노동자 1천 명 안팎이 거주하며 파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의 동맥인 철도 부문은 의료, 은행 부문과 함께 CDM의 핵심으로, 쿠데타 직후부터 파업을 지속하면서 군정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여겨졌다.

 

군경은 또 지난 3일 10명 안팎의 총격 사망자가 발생한 양곤 노스오깔라빠에서도 쿠데타 규탄 시위대를 대상으로 폭력 진압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철도 노동자 집단 주거지와 노스오깔라빠에서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전파한 긴급 안전공지문을 통해 "군경이 차량 70여대를 동원해 노스오깔라빠 통행을 차단하고, 400여명의 시민들을 체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미얀마 미국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노스오깔라빠에서 무고한 시민과 학생들이 포위돼 체포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있다"면서 군경은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고, 구금한 시위대와 시민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얀마 주재 프랑스 대사가 이날 학생 및 시민들이 체포·구금된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를 방문, 현지 활동가들과 만났다는 소식도 SNS에 올라왔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주재 외교단이 우려 성명 등을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대사가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전날 현재까지 60명 이상이 군경의 총격 등으로 숨지고, 1천9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승려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인근 밍잔에서는 군경이 쏜 고무탄에 한 명은 머리, 다른 한 명은 발을 맞아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또 전날 쿠데타 상황을 지속해서 보도해 온 미얀마 나우 등 언론 매체 5곳에 대한 허가를 취소한 데 이어, 이날엔 두 언론사 사무실에 쳐들어가 컴퓨터와 보도 장비 등을 가져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하고, 언론사 침탈은 충격적인 협박 행위라고 규정했다.

군경의 유혈 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유엔은 미얀마 군부에 확실한 경고음을 발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9일 미얀마 쿠데타를 비판하고 군사정부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위협하는 내용의 성명 문안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현 의장국인 영국이 제안한 성명의 최종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쿠데타 언급과 추가 조치 위협에 대한 내용을 놓고 삭제를 요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라쿠텐 그룹이 인수해 운영하는 통화·메시지앱 '바이버'(Viber)는 미얀마 내에서 광고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조치는 미얀마인들이 폭넓게 사용하는 통화·메시지앱 바이버에 미얀마 군부가 관련된 통신업체의 광고가 최근에도 버젓이 실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이뤄진 것이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군부 입장을 설명하는 대가로 고용한 로비스트 및 그 회사에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지급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미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아리 벤메나시는 지난주 통신과 전화통화에서 군부가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하는 등 군부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얀마 군부 낮엔 총격, 밤에는 체포·고문…폭력진압 수위 높여

야간체포 수치측 인사 고문으로 사망…백색테러 더해 시위동력 약화 노려

군정 "아이들 미래 안망치려면 시위말라"…수치측엔 "반역죄, 사형도 가능"

 

미얀마 시민들이 군경의 진압에 맞서 스스로 제작한 방패로 방어하며 구호를 외치고있다.[이라와디 캡처]

 

쿠데타 규탄 시위대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폭력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

낮에 시위대를 상대로 무차별 실탄사격까지 서슴지 않은 데 이어, 밤에는 주요 인사들의 집에 침입해 체포·고문까지 하면서 사망자까지 내고 있다.

7일 현지 언론 이라와디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양곤 파베단 구(區) 의장인 킨 마웅 랏(58)이 전날 밤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고문을 당한 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NLD 관계자도 전날 밤 군경에 의해 당 관계자들 일부가 체포됐음을 확인하고, 이들이 현재 어디에 구금돼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전날 밤 양곤 시내에서 포착된 군경의 모습.[트위터 캡처]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전날 밤 양곤의 곳곳에서 군경이 섬광 수류탄 등을 사용하면서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NLD 의원 시투 마웅은 페이스북에 "전날 밤 군경이 NLD 공보담당인 마웅 마웅을 잡으러 왔지만 찾지 못했다"면서 "그의 동생이 군경에 맞고 거꾸로 매달린 채 고문을 당했다"고 적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5일엔 중부 마궤 지역의 한 마을에서 군부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지지자 약 25명이 NLD 지역 대표와 가족, 친지 등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NLD 지역 대표와 17세인 조카가 숨졌고, 다른 가족과 친지 5명이 흉기에 찔리거나 새총으로 부상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군정이 NLD 인사들을 대상으로 야간체포 및 백색테러에 나선 것은 시위 동력 약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군정은 이미 국영 매체를 통해 오는 8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공무원은 파면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군경은 시위대에 대해서는 이날도 폭력 진압을 이어갔다.

수 만명이 시위에 나선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수 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부 바간에서도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 및 고무탄을 발사하면서 수 명이 다쳤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군정은 관영 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를 통해 시위대를 향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지 않으려거든 시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군정은 또 NLD 소속 의원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결성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해서도 국가에 대한 대역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최대 사형이나 징역 22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함께 CRPH와 연락하는 이들도 징역 7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군정은 겁을 줬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총격으로 숨진 '태권 소녀' 시신 도굴

장례식 다음 날 묘지 봉쇄 후 시신 꺼내…사건 조작 의도

로이터 통신 "시신 벤치에 놓고 검시한 뒤 재매장" 보도

 

태권도와 춤을 사랑한 미얀마 소녀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목숨을 잃은 데 이어 군부가 그 시신을 도굴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찰의 실탄 사격을 은폐하기 위해 이 같은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돼 군부의 잔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총격으로 숨진 미얀마 19세 소녀 [트위터 캡처]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현지시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지난 3일 쿠데타 반대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치알 신의 시신을 도굴했다.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와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이 같은 행각을 벌였다.

대규모로 거행된 치알 신의 장례식 다음 날 벌어진 일이다.

시위하다 미얀마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치알 신의 묘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6일 목격자와 다른 독립 매체인 '미지마 뉴스'를 인용해 미얀마 당국이 전날 군경의 호위 하에 치알 신 묘에서 관을 들어 올린 뒤 시신을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하고 나서 다시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승용차 4대와 트럭 4대에 나눠 타고 온 군경 등 최소 30명과 전동 공구가 동원됐으며 현장에서 버려진 고무장갑과 부츠, 수술 가운 등이 발견됐고,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얀마 당국이 도굴한 묘지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들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치알 신의 머리를 벽돌로 받치기도 했다"면서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날 오전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국이 치알 신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인절'(Angel)로도 알려진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해 이 문구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피살 10대 시위 여성 장례식 참석한 미얀마 시민

태권도를 배우며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던 치알 신은 시위 참여에 앞서 죽음까지 각오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와 함께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료 시위대는 물론 해외 언론인이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추모 글이 쇄도했다. '미얀마의 전사'라는 표현도 나왔다.

이에 앞서 군정은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건을 조작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강제진압 재연…계엄령 선포 임박설

 

미얀마 곳곳에서 6일에도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와 경찰의 강제진압이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군부가 조만간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소문이 현지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한 곳곳에서 대규모 쿠데타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의 지방도시 만달레이에서 6일 반군부 시위대가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국영 매체가 "오는 8일부터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공무원은 파면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날 시위 현장에는 교사와 국영 철도 노동자 등 공무원들이 함께했다.

경찰은 곳곳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양곤에서는 섬광 수류탄을 쓰기도 했다.

전날 만달레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구경하던 20세 남성이 목에 총을 맞아 숨졌다.

이로써 지난달 1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총격으로 최소 55명이 숨진 것으로 유엔(UN)은 집계했다.

최루가스 난무하는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 현장 [양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전날 안전 공지문에서 "24시간 인터넷 차단과 단전 조치를 수반한 계엄령이 조만간 선포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교단, 유엔 사무소, 언론 매체 등에서도 관련 소문을 알고 있으나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얀마 당국은 최근 군정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며 인도로 피신한 경찰관 8명을 송환해달라고 인도 당국에 공식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러면서 지난달 1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미얀마 경찰관과 가족 30명가량이 국경을 넘어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유혈진압 사망자 급증…미, 쿠데타 정권-기업 제재

     미얀마 국방부 · 내무부 · 미얀마경제회사 등 제재 명단에

     군사 목적에 쓰일 수 있는 물품 수출 때 엄격히 허가심사

 

미국 워싱턴에 있는 상무부 청사의 모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4일 시민들의 평화시위를 무력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쿠데타 정권에 수출 제재를 추가로 가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쿠데타 및 시위대 진압에 관여하고 있는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를 수출규제 명단에 올렸다. 국방부가 소유한 거대기업인 미얀마경제회사, 미얀마경제지주회사도 수출규제 명단에 추가됐다. 이들 두 기업은 맥주·담배·통신·타이어·광산·부동산 회사들을 거느린 채 국방부에 수익을 안기고 있다. 이번 제재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미얀마 국방부, 내무부, 미얀마경제회사, 미얀마경제지주회사에 수출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또 미국 기업들이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을 미얀마에 수출할 때도 미 정부의 엄격한 허가 심사를 받도록 했다.

상무부는 지난달 11일 미얀마 군부 및 쿠데타 관련 단체에 민감품목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를 발표하고,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 등에도 수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조처는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실탄으로 진압해 누적 사망자가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나왔다.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가 여러 물품에 접근해 계속 이익을 얻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 정부는 쿠데타를 저지른 이들에게 계속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추가 조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상무부 조처의 실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상무부 관리인 윌리엄 라인슈는 “(미얀마와이) 무역량이 적어서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미얀마 쿠데타 관련 군부 인사 10여명을 제재 명단에 올려 미국 내 자산동결, 자금거래, 입국금지 등의 제한을 가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쿠데타 직후 미국에 예치해둔 약 10억달러(1조1300억원)를 옮기려다 실패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사흘 뒤인 지난달 4일 미얀마 중앙은행 명의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맡겨둔 이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다. 그러나 미 정부 당국자는 이 거래의 승인을 지연시켰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 거래를 차단할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유엔, "쿠데타 이후 최악 유혈 사태로 사망자 59명 이상"

 

 

미얀마에서 지난 3일 군부가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해 38명이 숨졌다고 유엔이 밝혔다. 지난달 초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로, 총 사망자가 59명으로 늘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개입을 촉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의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미얀마 특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2월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며 “이제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전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9㎜ 기관단총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봤으며 “무장하지 않은 자원봉사 의료진을 때리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28일 최소 18명의 시민이 숨졌고, 그 이전에도 3명이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날 사망자 38명까지 모두 합치면 59명에 이른다. 이는 유엔 등에 의해 집계된 숫자이며, 미얀마 시민들은 실제 사망자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은 쿠데타 이후 구금된 이들은 17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자, 미얀마 시민들은 외교적·경제적 제재를 넘어 유엔군이 직접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유엔에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보호책임은 국가가 집단학살이나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이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최근 ‘얼마나 더 죽어야 유엔이 행동에 나설 것이냐’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문민정부 복귀를 평화적으로 요구하는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국민에게 자행된 폭력을 목격해 간담이 서늘하고 끔찍하다”며 미국은 미얀마 군정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은 버마 현지 군정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그 영향력을 버마 국민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건설적으로 활용할 것을 우리는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치 지도자 석방 등을 촉구하며 미얀마 군부를 압박했지만, 하루 만에 살인 진압이 진행되는 등 성과가 없었다.

한편, 미얀마 공무원들은 속속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미얀마 공보부 산하 <미얀마 뉴스 통신>(MNA)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15명은 전날 성명을 내어,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일부 경찰 간부가 공직을 떠나 시위대에 합류했고, 군부의 지시를 따를 수 없어 인도로 피신한 간부도 있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헬멧 판매상 “맘껏 가져가시고 살아 돌아오세요”

총격 시작되자 무료로 헬멧· 보호조끼 등 보호구 나눠줘

 

미얀마 시민들에게 무료로 헬멧과 보호 조끼를 나눠주는 한 남성. 페이스북 갈무리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반드시 살아오겠다고 약속해주세요.”

군부의 총격으로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보호 장구를 무료로 나눠주는 시민이 등장했다.

4일 미얀마 시민의 페이스북을 보면, 한 미얀마 남성은 거리에 플라스틱 헬멧 수백 개와 보호 조끼를 가져다 놓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남성은 수량은 마음껏 가져가되 꼭 살아돌아오라는 팻말을 들었다.

미얀마에서는 보호헬멧을 쓰지 않은 채 시위에 나갔다가 군부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제 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진행된 시위에서도 보호헬멧을 쓰지 않은 19살 여성이 머리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다 잘 될거야’…미얀마 19살 여성의 마지막 메시지

시위서 피격 숨져, 입었던 티셔츠 희망적 문구 확산

 

3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경찰의 총격을 피해 자세를 낮추고 있다. 왼쪽 여성이 이날 숨진 것으로 알려진 ‘에인절’, 혹은 ‘치알 신’이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Everything will be OK’(모두 잘 될 거야)

지난 3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머리에 군경의 총격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19살 여성의 사진이 현지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지고 있다. 이 여성이 이날 입은 검은 색 티셔츠에는 ‘모두 잘 될 거야’라는 영문이 적혀 있었고, 이 문구는 미얀마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군부 쿠데타 저항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에인절’ 또는 ‘치알 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여성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도했다. 에인절은 이날 만달레이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거리 시위에 참가했다. 군부의 총격이 시작되자 시위대는 땅에 엎드렸고 많은 시민이 플라스틱 방탄모를 썼지만 에인절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에인절과 함께 시위에 나갔다는 미얏 뚜는 <로이터>에 “경찰이 총을 쏘기 시작했을 때 에인절은 ‘총알에 맞을 수 있으니 앉으라’고 말했다”며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보호해줬던 친구였다”고 말했다. 미얏 뚜는 경찰이 최루탄에 이어 실탄 총격을 가하자 에인절과 헤어졌고, 나중에 ‘한 소녀가 사망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가 에인절이었다고 한다.

 미얀마 19살 여성 에인절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미얀마 시민 트위터. 트위터 갈무리

 

페이스북 사진에는 에인절이 다른 희생자와 함께 숨진 채 누워있었고, 그가 입은 까만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댄서이자, 태권도 사범이었던 에인절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춤을 추는 영상과 태권도 대회에 출전한 사진 등을 올려놓기도 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대사 2명으로...서로 “합법”…유엔이 가린다

쿠데타 비판  툰 대사  “내가 합법, 군부 나 못 잘라”

군부 임명 대사에 맞서 2차 투쟁…군, 유혈진압 계속

 

지난달 26일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내가 합법적인 주유엔 미얀마 대사다.”

유엔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비판했다가 해임된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자신이 여전히 합법적인 유엔 대사라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부는 새 대사를 임명했다고 유엔에 통보해, 누가 합법적인 대사인지를 놓고 유엔이 검토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각)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이 이날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유엔 대사가 된 초 모 툰 대사가 보낸 것과 지난달 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 외교부가 보낸 것으로, 유엔 대사의 자격을 다투는 내용이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주 독특한 상황”이라며 “모든 법, 규정 등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초 모 툰 대사는 편지에서 “미얀마 민주 정부에 대한 불법 쿠데타 가해자들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인가를 철회할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을 유엔 대사로 임명한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여전히 합법적인 선출직 인사라며 “내가 여전히 미얀마의 유엔 대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초 모 툰 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연설해, 미얀마 시민과 서구권 국가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그는 연설 말미에 미얀마 시민들이 저항의 뜻으로 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했다. 곧 9명으로 구성된 유엔 자격심사위원회가 검토해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등 주요 회원국은 미얀마 문민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한편, 3일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에게 또다시 실탄 사격을 가해 10대 소년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언론과 목격자 증언을 바탕으로 중부 민잔과 모니와, 만달레이 그리고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 희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민잔에서 숨진 이는 14살 소년이라며 희생자의 머리와 가슴이 피로 붉게 물든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는 “미얀마 주요 도시 대부분이 (1999년 당시 중국) 천안문광장 같은 상황”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이 군부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치 지도자 석방 등을 촉구하며 이례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압박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대거 사상자가 발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는 없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영국의 요청으로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회의를 오는 5일 열 예정이다. 앞서 안보리는 미얀마 쿠데타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군부를 비난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28일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최소 18명의 시민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일에도 최소 3명의 시민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유엔 미얀마특사 "38명 사망…가장 많은 피 흘린 날"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 50명 이상…진짜 전쟁날 수도"

 

3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쿠데타 발발 이후 가장 많은 38명이 숨졌다고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가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버기너 특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2월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면서 "이제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버기너 특사는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미얀마에서는 군경이 반(反)쿠데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아세안, 미얀마 유혈진압 군부에 아웅산 수치 석방 촉구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참여도 촉구

   군경, 폭력적 시위 진압 계속… 3명 중상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2일 시위 도중 경찰의 총격에 맞아 숨진 니 니 아웅 테 나잉 추도식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해법을 찾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촉구했다. 양곤/AF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이 2일 미얀마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한 화상회의를 열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치 지도자 석방과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참여를 촉구했다. 아세안은 내정 불간섭과 합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 조직이어서, 이런 요구는 군부에 대한 이례적인 압박으로 평가된다.

이날 회의에서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미얀마 군부가 제기한 선거 부정 문제를 다룰 전문가 집단 구성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도 날로 악화되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세안에 “문을 열 것”을 군부에 촉구했다. 그는 아세안이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 지도자 석방과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했다.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 앞서 “(군부의) 시민들에 대한 치명적인 무력 사용에 충격을 금하지 못한다”며 “미얀마 군부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석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미얀마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어서 군부에 일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은 지적했다.

한편, 이날도 군부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을 이어갔다. 미얀마 북서부 지역 마을 칼레에서 군경이 민주화 시위대에 발포해 적어도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군인과 경찰이 실탄과 고무탄을 쏴 20여명이 다쳤다”며 “실탄에 맞은 3명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의사는 “한 명은 가슴에, 다른 한 명은 복부에, 또 다른 한 명은 넓적다리에 총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지난달 28일 경찰의 총격에 맞아 숨진 니 니 아웅 테 나잉(23)의 추도식이 열리는 등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안전모를 쓰거나 대나무 막대 등을 들고나와 경찰의 진압에 대비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신기섭 기자

 

미얀마 쿠데타 한달…군 유혈진압 "약 30명 사망 · 1천130명 체포"

    "전날만 약 1천명 체포된 걸로 알아"

     추가 반영시 사망·체포건수 더 늘듯

 

 

1일로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지난 한 달간 미얀마 국민 약 30명이 사망하고 1천13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날 현재 약 30명이 군경의 총격과 공격 등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날 미얀마 전역에서 2차 총파업 시위 과정에서 최소 18명이 숨진 것으로 발표된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SNS에서는 전날에만 26명이 숨졌다는 발표도 나오는 만큼,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AAPP는 또 1천132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299명은 석방됐고, 833명이 아직 구금 중이라고 AAPP는 설명했다.

다만 AAPP는 일단 270명만 전날 체포 명단에 포함됐지만, 미얀마 전역에서 약 1천명 가량이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체포된 시민들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피의 일요일’…유엔 “조준 사격, 최소 18명 숨져”

22일  1차 총파업 이어 대규모 시위에

군경, 총격 · 최루탄 등 강경 폭력 진압

 

28일 미얀마 남부 도시 다웨이에서 기자들이 부상당한 남자에게 응급 조처를 하고 있다. 다웨이/AFP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꼬박 4주가 지난 28일, 미얀마에서 최소 18명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2차 총궐기를 맞아 전국 각 도시에서 수천~수만여명이 쿠데타를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나섰고, 군부는 이들에 대해 가차 없이 실탄 조준 사격을 가했다. 1988년과 2007년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짓밟았던 비극의 역사가 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하루 사망자 집계는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미얀마 현지 매체와 외신들은 오후께 시위대 1명이 경찰에 의해 숨졌다고 보도했고, 이후 4명, 7명, 11명으로 사망자 수가 점차 증가했다. 여러 보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미얀마 주재 유엔 인권사무소는 이날 저녁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바고 등 전국 여러 도시에서 경찰의 발포와 폭력 진압으로 하루에만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미얀마인들은 더 많은 시민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고, 남부 도시 다웨이에서 시민 3명이 경찰의 총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달레이에서도 최소 2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현지인들은 이날을 ‘피의 일요일’이라 부르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위대가 다치거나 숨진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하고 국제 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양곤 거리에서는 철모를 쓰고 빨간 스카프를 맨 진압경찰들이 거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최루탄을 쐈고, 소총으로 보이는 총기를 발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익명을 요구한 양곤의 한 병원 의사는 “한 남성이 가슴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 현지 교민은 <한겨레>에 “양곤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을 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경찰의 사격 및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늘고 있다”며 “매우 심각해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인 27일에도 경찰은 양곤과 네피도, 만달레이, 다웨이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물대포와 고무탄 총 등을 쏘며 반쿠데타 시위를 진압했고, <미얀마 나우> 기자를 비롯해 시위 참가자 400여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지난 22일 대규모 총파업에 이어 이날도 타이(태국)·대만·홍콩·인도 등 이른바 ‘밀크티 동맹’ 국가들과 함께 총궐기 시위를 했다.

군부의 강경 진압과 대규모 사망자 발생으로 향후 미얀마 사태는 예측이 힘든 혼란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군부는 칼을 뽑았고,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앞서 군부가 본격적인 진압을 하지 않자 주변국 등 외부 ‘눈치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섣부른 예측이 됐다.


UN서 ‘세손가락 연설’ 미얀마 대사 해임…시민들은 “영웅”

유엔주재 대사, 총회서 “난 문민정부 사람, 쿠데타 끝내야”

 

주 유엔 미얀마 대사 초 모에 툰이 26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뒤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유엔(UN) 주재 미얀마 대사가 유엔 총회에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제재를 요구해, 군부가 해당 대사를 해임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27일 “나라를 배신하고 이 나라를 대표하지 않는 비공식 기구를 대변하는 연설을 했다”며 초 모에 툰 주유엔 대사를 해임했다고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 등 현지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초 모에 툰 대사가 “권력과 책임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초 모에 툰 대사는 지난 26일 유엔 총회에서 미얀마 군부를 비판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추도록 하는 한편,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 모에 툰 대사는 연설에 앞서 자신은 지난해 11월 국민이 선출한 민주주의민족동맹당(NLD)의 문민정부를 대표하며, 군부 통치 종식을 위한 그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연설을 마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대표 등은 초 모에 툰 대사의 연설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용감하다”고 평가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우리는 모두 미얀마 국민에게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국내 문제로 규정하며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얀마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초 모에 툰 대사를 “영웅”이라 칭찬했다. 한 미얀마 누리꾼은 “초 모에 툰 대사가 떨리는 목소리지만 용감하게도 미얀마 국민과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 편에 서며 감동적 연설을 했다”면서 “당신의 용감함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그가 한 연설이 담긴 동영상과 성명 전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시위대 팔뚝에 쓴 혈액형·연락처, 그리고 '엄마 사랑해'

    3명 군경 총격 사망에 '최악' 대비하는 시위대 늘어난 듯

   네티즌들 "쿠데타 규탄 미얀마 국민 결연함…가슴 아프다"

 

 팔뚝에 혈액형, 긴급연락처 등을 적은 모습. 맨 아래에는 '엄마 사랑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트위터 캡처]

 

'혈액형 B, 긴급연락처 000-0000-0000, 엄마 사랑해'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의 팔뚝에 비장한 결의가 담긴 문구가 적힌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지난 22일 미얀마 전역에서 진행된 '22222(2021년 2월22일을 의미) 총파업' 시위에 참여하기에 앞서 일부 시위대가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처 등을 적은 모습이 다수 올라왔다.

한 시위 참가자의 팔뚝에는 '엄마, 사랑해'(Love you Mom)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다른 사진에는 '엄마가 쿠데타 규탄 시위장에 나가는 아들의 팔뚝에 혈액형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고 있다'는 설명이 달렸다.

 혈액형과 긴급 연락처를 팔뚝에 적은 모습. [트위터 캡처]

'22222 총파업 시위' 이틀 전인 지난 20일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10대 소년을 포함해 시위 참가자 2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고무탄 등에 부상하는 악몽 같은 현실을 떠올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뇌사에 빠졌다가 지난 19일 사망한 20세 여성의 장례식이 전날 열린 것 역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티즌들도 "미얀마 시위대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부상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또는 심지어 죽을 때를 대비해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번호를 적어야 한다"고 SNS에 언급했다.

반(反) 쿠데타 시위에 나갈 경우, 군경의 총격에 심하게 다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미얀마 국민의 비장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들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연락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엄마'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트위터 캡처]

한 네티즌은 SNS에 관련 사진들을 공유하며 "이는 우리 국민이 총파업에 얼마나 용감히 맞서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다른 네티즌도 "미얀마 국민들이 얼마나 쿠데타에 대항하는 의지가 단호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각각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전 세계인들이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혈액형과 긴급 연락 번호)를 적어 줄 때 우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라고 적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가슴을 울리는 사진"이라고 했고, 다른 외국인 네티즌도 "이 사진은 내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도 용기를 갖게 해준다"고 공감을 표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유혈사태 악화일로…시위대 4명 사망·100여명 부상

        19일 1명, 20일 3명 숨져…570여명 마구잡이 체포
        페이스북, “폭력 조장” 군사정부 홍보 페이지 삭제

미얀마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숨진 20대 여성 카인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이 군부독재에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세손가락을 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최근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4명이 목숨을 잃고 수 십명이 부상하면서 유혈 사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 사회의 제재 움직임은 물론 폭력진압 비판에도 군정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전날 밤 현재 최소 4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3명은 쿠데타 규탄 시위 참가자들이고, 한 명은 자경단원이다.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 도중 경찰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던 한 명이 지난 19일 결국 숨졌다. 쿠데타 이후 처음 발생한 시위 참가자의 사망이었다.

주말인 20일에는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실탄 등을발포, 최소 2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밤에는 최대 도시 양곤에서 민간 자경단 한 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는 군경이 쿠데타 반대 인사들을 야간에 납치하는 사례가 빈발하자, 주민들이 자경단을 구성해 이를 막고 있다. 로이터 통신도 미얀마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 경찰이 이 자경단을 쏴 숨지게 했다고 전했다.

특히 만달레이에서는 1일 쿠데타 이후 시위대와 시민불복종 운동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군경의 폭력 진압이 최소 7차례 진행됐으며, 임신부를 포함해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군정은 또 시민불복종 운동 및 시위 참여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수배령을 내렸던 6명 중 한 명인 배우 루 민도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날까지 569명이 군정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군부 매체는 첫 희생자인 먀 뚜웨뚜웨 카인의 머리에서 발견된 총알은 경찰이 사용하는 총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서, 그의 죽음에 군경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이라와디가 전했다.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는 카인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시민들이 차와 오토바이 등에 탄 채 카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유혈 탄압 속에서 미얀마 국민은 전세계를 향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북부 까친주 미치나에서는 젊은이들이 이라와디 강변 모래둑에 '우리는 인권을 잃었다'(We Lost Human Rights)라는 대형 문구를 적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양곤의 유엔 사무소 앞에서도 시위대가 유엔의 개입을 촉구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SNS에 "물대포, 고무탄에 이어 평화적인 시위대에 군대가 대놓고 총을 쏜다. 이런 광기는 당장 끝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 군사정부 홍보 매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했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페이스북은 성명에서 "군정의 홍보매체 페이지가 폭력을 선동하고 위해를 끼치는 행동을 금지하는 페이스북의 방침을 반복해서 어겼다"고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유혈 탄압 속에서도 양곤 등 곳곳에서는 16일째 쿠데타 항의 시위가 진행됐다. 만달레이에서는 전날 2명이 군경 총에 맞아 숨진 비극에도 불구하고 의대 학생 등 수 만명이 거리로 나와 쿠데타 및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북부 샨주의 유명 관광지 인레 호수에서도 수 천명의 시위대가 보트를 타고 시위에 동참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만달레이 유혈탄압,  2017년 로힝야 학살 군부대가 자행"

 당시 로힝야족 살해·암매장·방화…"군사정권의 위험한 긴장 고조"

 

저격용 소총을 들고 만달레이 시위대와 대치하는 군인(가운데). [AFP=연합뉴스]

 

20일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규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 최소 2명을 숨지게 한 군인들이 2007년 로힝야족 학살에 연루된 부대 소속으로 알려졌다.

21일 현지 매체 '프런티어 미얀마'는 만달레이에 배치된 경찰이 33 경보병 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33 경보병 사단은 2017년 소수 무슬림 로힝야족 학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33 경보병 사단은 당시 로힝야족 거주지인 인딘 마을 학살 사건에 투입된 부대로, 만달레이주에 주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딘 마을 학살 사건은 미얀마 군부가 유일하게 인정한 학살사건으로, 당시 사단 소속 군인들이 로힝야족들을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마을을 불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33 경보병 사단 고위 인사를 제재 대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만달레이 쿠데타 규탄 시위 현장에서 조준경이 달린 소총을 든 군인. [AFP=연합뉴스]

 

인권단체인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튜 스미스 대표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 부대가 여전히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는 정의와 책임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도 SNS에 관련 보도를 인용하고, "미얀마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쟁으로 보이는 상황 속에서 군사 정권에 의한 위험한 긴장 고조"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2017년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정부군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거주지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또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인접국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그러나 현재 군부에 의해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2019년 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출석, 미얀마군이 당시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집단학살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연합뉴스

 

“죽어도 군부 밑에선 살 수 없다…국제사회가 미얀마를 도와달라”

 

군부 시위대 무차별 살포에 분노…주한 중국대사관앞 등서 집회
청년단체도 아시아 각국정부에 “미얀마 시민 인권보호 선언” 촉구

 

재한미얀마청년연대, 이주노조 방글라데시, 재한베트남공동체, 인도네시아주한유학생회, 캄보디아CNRP청년위원회, 광적필리핀가톨릭공동체, 인도네시아 주한유학생회, 한국 해외주민운동연대(KOCO) 소속 아시아 청년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미얀마 군부독재 저항’, ‘군부 반대’,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세개를 펴고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세손가락 시위는 영화 '헝거게임'에서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민중이 쓰는 사인이다. 미얀마인 이이(EE 28)씨.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21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주변에선 미얀마판 ‘임을 위한 행진곡’인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가 흘러나오자 미얀마인들이 고개를 숙였다. 전날인 20일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때 실탄에 맞아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살인마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하자’는 손팻말을 든 이들은 묵념 뒤 “군사 쿠데타를 반대한다!”라고 소리쳤다. 분노에 찬 목소리는 자주 갈라졌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라 9인으로 제한된 집회에 교대로 참석하려고 집회 참석자와 떨어져 대기 중인 미얀마인 수십명이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은 미얀마 군부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를 한 소식에 국내 거주하는 미얀마인들도 분노와 탄식을 쏟아냈다. 결혼 이민으로 한국에 산 지 10년이 된 깨띠앙(42)은 “심장이 터지는 거 같았다. 집에 도저히 있을 수 없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미얀마에 있는 제 가족들도 매일 시위에 나가요. 위험하지만 죽어도 군부 밑에선 살 수 없다, 이런 마음이 크니까….” 깨띠앙을 비롯해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 위원회’(위원회)를 꾸린 이들은 2월 초부터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무관부와 중국대사관 앞에서 번갈아가며 집회를 열고 있다.

미얀마 민주정부에서도 탄압을 당했지만 ‘군부는 반대한다’는 소수민족들도 있다. 위원회와 별도로 단체를 꾸려 서울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어온 카친족 ㄱ(49)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소수민족 탄압이 있었지만, 군부 정권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던 군부 정권 치하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얀마 문제를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관점에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입해달라고 호소했다. 소모뚜 주한미얀마노동복지센터 운영위원장은 “미얀마 쿠데타로 미얀마는 물론 아시아와 전세계 평화와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있다. 전세계가 나서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 8개 청년단체는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 각국 정부에 “미얀마 시민 인권 보호, 군부 독재와의 결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역사를 가진 한국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묘헤인(29)은 “한국에선 1961년(5·16) 박정희 군부가, 미얀마에선 1962년 네 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1987년 한국은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뤘지만, 미얀마는 1988년 ‘8888항쟁’ 때 시민 수천명이 총에 맞아 숨지며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된 띤티아웅(29)은 “가족들이 너무 걱정된다. 한국도 이런 일을 겪으면서 민주화가 된 걸로 안다. 우리를 지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깨띠앙(42)씨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얀마군부 쿠데타 독재타도 위원회가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전광준 김윤주 기자

 

 

미얀마 ‘피의 토요일’…경찰 발포 시위대 최소 2명 사망

2대 도시 만달레이에서 경찰 발포로 30여명 부상도

 

미얀마 2대 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20여일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해, 최소 두 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날 처음으로 시민불복종 시위 관련 사망자가 나온 뒤 시위와 파업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실탄 발포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날 저녁 미얀마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만달레이에서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했던 시위대 두 명이 숨졌다고 긴급 타전했다. <AP>와 <BBC> 방송 등은 이날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이 최루탄과 발포로 대응했고, 목격자들은 현장에서 실탄과 고무탄 탄환을 둘 다 찾아냈다”고 전했다.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은 남성이 쓰러져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양곤에서 발행되는 잡지 <프론티어 미얀마>는 “사망자 중 한 명은 머리에 총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으며, 다른 한 명은 가슴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중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머리에 총을 맞은 사망자가 소년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슴에 총을 맞은 사망자는 36살 목수 텟 나잉 윈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만달레이의 자원봉사 응급 구조팀을 이끌고 있는 흘라잉 민 우는 <AFP> 통신에 “두 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며 “부상자 중 절반은 실탄에 맞았다”고 말했다.

미얀마 경찰은 이날 밤 10시30분(한국시각 21일 오전 1시) 현재, 사망자 발생과 관련한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영 <MRTV> 역시 이날 저녁 뉴스에서 시위 및 사상자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소수민족은 물론 시인과 래퍼 등 문화 예술인, 철도 노동자 등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망자가 나온 만달레이 야다나본 조선소에서는 경찰 500여명이 쿠데타 항의 파업을 벌이고 있는 조선소 노동자 및 파업 지지 시위대와 대치했다. <로이터>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 경찰을 향해 새총을 쐈다”며 “경찰이 최루탄과 발포로 대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현장 취재를 나가있던 자사 기자들의 말을 토대로 “경찰과 군인들이 50여발을 발포했고, 최소 1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 도중 경찰의 발포로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이 이날 시위 현장에서 발견한 탄피와 탄약 등을 보여주고 있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전날 시위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불복종 시위가 한층 거세지고 이에 따른 경찰의 무력 대응 수위도 높아지리란 우려가 나왔다.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미야 트웨 트웨 카잉(20)이 입원 열흘 만인 19일 숨졌다. 토요일인 20일 만달레이는 물론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 등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카인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잇따랐다. 양곤과 네피도에서는 청년들이 화환과 꽃을 들고 나와 카잉을 추모했다.

카잉은 지난 9일 시위 도중 갑자기 쓰러졌으며 그를 치료한 의사는 “엑스선 촬영 결과 뇌에 실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언니는 피격 사건 이튿날 언론과 만나 “동생과 나는 거리 한가운데 있지도 않았고, 경찰 저지선을 넘지도 않았으며 경찰을 향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동생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한 총선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군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열릴 것”이라며 선거 뒤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쿠데타 저항 세력들은 새 선거를 치러 승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군부의 약속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로이터>가 20일 전했다. 전정윤 신기섭 기자

 

미얀마 민주화 시위 2주 만에 첫 사망자

지난 9일 경찰 총 맞은 20살 여성 숨져
군부쿠데타 반대 시위, 더욱 거세질 듯

 

지난 9일(현지시각)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살 여성 시위 참가자가 19일 숨졌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지난 1일 군부쿠데타 발발 이후 시민 불복종 시위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이 매체는 트위터를 통해 미야 트웨 트웨 카잉(20)이 이날 병원에서 숨져 이번 쿠데타 반대 시위의 첫 희생자가 됐다며 병원 관계자들이 카잉의 주검을 옮기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 희생자 오빠의 말을 인용해 그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그의 오빠는 “너무 슬프며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잉은 지난 9일 시위 도중 갑자기 쓰러졌으며 그를 치료한 의사는 “엑스선 촬영 결과 뇌에 실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언니는 피격 사건 이튿날 언론과 만나 “동생과 나는 거리 한가운데 있지도 않았고, 경찰 저지선을 넘지도 않았으며 경찰을 향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동생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민주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살 여성이 19일 숨졌다. 지난 17일 수도 네피도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이 여성의 사진을 들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시위 도중 사망자가 나옴에 따라 쿠데타 반대 시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군부쿠데타 며칠 뒤부터 본격화된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는 이날도 오전부터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 계속됐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카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녀를 위해서도 우리가 목표를 이룰 때까지 시위에 계속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기섭 기자

 

미국 이어 영국·캐나다도 미얀마 군부인사 제재

 

아웅산 수치 사진 들고 진압경찰과 대치하는 미얀마 시위대: 18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대가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진압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을 대상으로 국제사회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캐나다도 군부 쿠데타 주역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영국 외무부는 미얀마 국방 장관과 내무부 장·차관 3명에게 즉시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를 적용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얀마 군부 주요 인사 16명은 이미 지난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 올랐다.

영국은 또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미얀마 군정을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 등 정치인사들을 임의로 구금한 것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 동맹들과 함께 미얀마 군부에 인권침해 책임을 묻고 미얀마 국민들을 위한 정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발맞춰 캐나다도 미얀마 군부 인사 9명에게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11일 미얀마 최고사량관 등 군부인사 10명과 기업 3곳에 제재조치를 내렸다.

다음 날 유엔 인권이사회는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수치 추가 기소에 양곤 시민들 대거 거리로…긴장 고조

     군 병력도 집결 “강경진압 충돌예상”

     유엔 보고관 “폭력 사태 발생” 우려

 

17일 미얀마 양곤 시내에 대규모 시민들이 모여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최근 군 장갑차 투입 등으로 규모가 줄었던 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가 17일(현지시각) 다시 증가했다. 전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추가 기소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대규모 폭력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 미얀마 현지 언론과 양곤 거주 교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는 상당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 비해 시위 규모가 훨씬 커졌다. 양곤에서는 지난 14일 군부가 장갑차와 군 인력 등을 배치하고 이튿날부터 사흘 연속 인터넷을 끊는 등 강경 진압 분위기를 보이자 시위 규모가 크게 줄었었다.

한 교민은 <한겨레>에 “전날 수치 고문에 대한 추가 기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규모 항의 집회가 예정됐다. 오전부터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 곳곳이 막혔다”며 “군이 강경진압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되는 등 많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규모 시위 계획과 군 병력의 집결이라는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걸 볼 때 군부가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며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보았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얀마에서는 사흘 연속 새벽 시간대에 인터넷이 차단됐고, 군 병력이 양곤 등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법 개정을 속속 진행해 시민들을 압박했다. 군부는 최근 형법 124조를 개정해 정부와 군, 군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최고 징역 3년인 처벌 수위를 징역 7~20년으로 대폭 높인 것이다. 군부는 앞서 지방 행정법을 개정해 방문객 신고를 의무화했고, ‘개인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보호법’을 무력화해 법원의 허가 없이 시민을 체포·구금하거나 압수 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미얀마 경찰은 지난 1일 가택 연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16일 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혐의는 가택연금된 윈 민 대통령에게 적용한 것과 같은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징역 3년에 처해진다. 애초 수치 고문은 지난 15일까지가 구금 기간이었지만, 법원이 이틀을 더 구금하도록 해 추가 기소 전망이 나왔었다. 최현준 기자


중국 “미얀마 현 상황 우리도 원치 않아”

미얀마 군부 - 중국 ‘사전 교감설’ 부인

 

지난 11일 미얀마 양곤에서 대학생들이 반중 시위를 하고 있다. <이라와디> 누리집.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중국 외교당국이 “현 상황을 우리도 원치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 과정에서 불거진 군부에 대한 ‘중국 지원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17일 관영 <글로벌 타임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천하이(陈海)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는 전날 대사관 누리집에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매체 5곳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천 대사는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얀마의 우호적인 이웃국가이며, 민주동맹과 군부 양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현 상황은 중국도 절대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천 대사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의장 성명에서 미얀마에서 긴급사태가 선포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민 대통령 등이 구금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구금된 이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도 관련 논의에 참여했으며, 미얀마 각계가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의장 성명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데타에 대한 미얀마 시민의 반대 시위와 관련해 천 대사는 “시민들의 호소를 이해하며, 미얀마 각계에 대화를 촉구하면서 그들의 ‘합리적 요구’를 언급한 바 있다”며 “현재 미얀마 국내 정세는 대단히 엄중한 상태며, 각 진영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상황에서 폭력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 대사는 이번 쿠데타와 관련한 ‘중국 연계설’을 강력 반박했다. 그는 군부와 중국의 ‘사전 교감설’을 의식한 듯 “미얀마 내부에서 선거와 관련해 논쟁이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미얀마의 정세 변화와 관련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쿠데타 직후 중국이 특별기 편으로 기술진을 파견해 군부의 인터넷 차단을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터무니 없는 소리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정기 운항 중인 화물기에 대해 기술진을 태운 특별기란 주장이 나오더니, 특별기 편에 무기를 실어왔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은 헛소문이 계속된다면, 누군가 이를 조종·선동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시위대 열흘째 곳곳 시위… 장갑차 앞에서 '쿠데타 용인 못해' 항의

수치 구금 이틀 연장, 추가 기소 가능성…군부와 갈등 더 악화 관측

 

"우리는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곤시 중앙은행 인근에 배치된 장갑차 앞에서 쿠데타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항의 중인 시위대 2021.2.15[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의 쿠데타 항의 시위가 15일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14일 저녁 항의 시위의 중심지인 양곤을 비롯, 북부 까친주 미치나와 서부 라카인주 시트웨 등 주요 도시로 군 병력을 이동시키면서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택 연금 상태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이 이틀 더 연장되면서 성난 민심과 군대가 충돌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양곤 중심부 중앙은행 근처와 중국 및 미국 대사관 인근 등에서 열흘째 쿠데타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북부 지역에서도 공대 학생 수백 명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현지 영상에 잡혔다.

중앙은행 인근에 모인 1천여명의 시위대는 "야간납치 중단", "수치 고문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근처에 세워진 장갑차 앞과 뒤에서 '우리는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민불복종을 지지한다' 등의 영문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기술자 수 천명이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양곤 중앙여성병원 앞에 세워져있는 장갑차와 군 트럭.[EPA=연합뉴스]

 

장갑차 등이 배치된 가운데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양곤 중앙은행 앞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 규모는 지난주와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장갑차와 군 병력이 집결하면서 유혈 사태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곤의 한 교민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오전 출근 당시 흘레단 사거리의 시위대 규모가 지난주 비슷한 시간대와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시위하는 시민들

 대조적으로 양곤 시내 곳곳에 장갑차와 군 병력이 배치된 모습이 현지 언론에 잡혔다.

중앙은행 인근 시위에서도 길 옆에 줄지어 서 있는 장갑차와 군용 트럭들이 목격됐다.

로이터 통신은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시내 중심부 '술레 파고다' 근처에는 이날 오전 경찰 트럭 수 십 대와 물대포 차량 4대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도심에 장갑차와 군인들이 배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도 네피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목격됐다.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길가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를 하던 고교생 20명 가량을 체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군정은 이날로 종료 예정이던 수치 고문의 구금 기간을 오는 17일까지 이틀 연장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에 의해 변호인 역할을 맡았던 킨 마웅 조는 네피도에서 언론과 만나 법원의 이같은 결정 사실을 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화상 통화에서 구금 기간 연장을 수치 고문에게 전달했고, 수치 고문은 변호인을 고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킨 마웅 조는 설명했다.

앞서 군정은 지난 3일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하고,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수치 고문을 기소했고, 이에 따라 법원은 이날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수치 고문의 구금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그의 석방을 촉구해 온 시위대의 반응이 주목된다.

AP 통신은 수치 고문에 대한 구금 연장 결정이 시위대와 군부간 갈등을 더욱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반중정서 확산…18개 대학생회, 시진핑에 항의서한

     18개 학생회, 11일 시진핑 주석에게 공개서한
     SNS엔 중국이 인터넷 차단 돕는다 소식 퍼져

 

미얀마 대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얀마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미얀마는 중국과 오랜 우호 관계를 맺어왔으나, 중국이 이번 쿠데타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자 반중 정서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15일 <이라와디>와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미얀마의 18개 대학 학생회가 지난 11일 시진핑 주석에게 군부 독재를 종식하고 문민정부를 재건하려는 미얀마 국민의 뜻을 인정해 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이 좋은 이웃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고, 미얀마 국민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구금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것은 중국의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며 “중국은 미얀마 국민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군부에 협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중국이 미얀마 군부의 인터넷 검열·차단 시스템 구축에도 도움을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지만,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는 ‘중국이 정보통신 기술자를 항공기에 태워 파견했다’는 등의 소식이 돌고 있다. 이런 의혹은 화웨이 등 중국산 제품의 불매 운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반중 정서 확산은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중국은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유엔 안보리는 지난 4일 군부를 직접 비판하는 내용을 뺀 채, 쿠데타 사태에 대한 우려와 아웅산 수치 석방 요구 등을 담은 결의안을 내놨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얀마 군부에 자제를 촉구하고 유엔 특별보고관의 조사권 보장을 촉구했던 초안을 수정했다.

미얀마는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 윈 정부 이후 서방과 사회주의권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비동맹 외교 노선을 취해왔다. 1988년 민주화운동을 짓밟고 1990년 재집권한 군사독재 정권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고립 속에 중국에 치우친 외교 노선을 걸어왔지만, 2010년 전후 시작된 군부의 점진적 민주화 조처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본격화됐다. 2015년 아웅산 수치의 집권 이후 미얀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노선으로 실리를 취해왔다.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 지도자 등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했지만, 중국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연일 주미얀마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시위대 “중국만 군부편”…반중 정서 급속 확산

소수민족도 나서 엿새째 평화시위…군부, 수치 측근 등 ‘심야 체포’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9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 비닐을 쓰고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의 거리 시위가 11일 엿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군부를 사실상 두둔해온 중국을 비난하는 시위와 여론전이 이어지는 등 반중 정서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재 방침과 뉴질랜드의 정치·군사교류 중단 등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국제사회 압박을 이용,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행보로 보인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약 1천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틀째 시위로, 전날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커졌다. 시위대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얀마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악수하는 사진 위에 '미얀마 군사 독재자 지지를 멈추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전 세계가 미얀마 국민 편인데, 중국만 군사정권 편'이라고 적힌 팻말도 찍혔다.

중국 정부에 대한 미얀마 시위대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쿠데타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 각 당사자가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규탄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도 시위대가 중국을 미얀마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는 이유다. SNS에는 중국 항공기가 중국 기술 인력을 미얀마로 데려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군정의 조치에 중국이 인력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 측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항공기는 해산물을 수출입하는 정기 화물기라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그리고 수도 네피도 등 곳곳에서 엿새째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언론과 SNS에는 공무원, 노동자, 학생 및 교사, 의료진은 물론 수녀들과 보디빌더 등 다양한 시위대가 행진하며 쿠데타를 규탄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외치는 모습이 전해졌다.

100여 개 소수민족 중 가장 규모가 큰 이들 중 하나인 카렌족들도 양곤의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자치를 요구하는 소수민족은 수 십 년간 미얀마 군부와 충돌해왔다. 군부는 이날도 이틀째 '자제 모드'를 이어갔다. 지난 9일 네피도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시위 참여자 미야 테 테 카잉(20)이 중태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부는 수치 고문 측근인 띤트 스웨 국가고문실 실장과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지도부, 작년 총선 결과를 승인한 선관위 관계자들을 전날 밤 자택에서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된 만달레이에서 전날 밤 보안군이 일부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 등으로 폭행했다는 '미확인' 동영상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 시위 ‘유혈 사태’로 악화…국제 사회 규탄

      경찰 실탄 발포로 2명 중태 부상자도 다수 나와
      유엔, 미국, 강경 진압 비판…뉴질랜드 제재 착수
      경찰,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 당사 한밤 급습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진 가운데 유엔과 뉴질랜드 등이 군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나섰다. 미얀마 시민들이 9일 양곤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하자 국제 사회가 군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얀마 경찰이 9일(현지시각) 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를 급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 정당 소속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경찰 10여명이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당사 건물에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경찰의 당사 수색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양곤과 수도 네피도 등 주요 도시에서 이어지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도 속출했다. 네피도에서 시위를 벌이던 여성 한 명이 경찰의 발포로 머리에 부상을 당해 중태에 빠졌다고 한 의사가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의사는 “이 여성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엑스선 촬영 결과 머리에 실탄이 박힌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찰이 쏜 고무탄 또는 실탄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30살 남성이 중태에 빠지는 등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얀마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 방송은 이날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 등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영 방송의 첫 시위 보도다. 방송은 나라의 안정을 해치려는 이들이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영 방송은 10여년만에 최대 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대해 그동안 침묵했다.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국제 사회의 미얀마 군부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유엔은 군부에 평화적인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올라 알름그렌 미얀마 주재 유엔 조정관은 “시위대에 대한 과도한 폭력 사용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12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할 긴급 회의를 열 계획이다.

뉴질랜드는 이날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미얀마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 나나이아 마후타 외무장관은 이날 미얀마와의 모든 군사·고위 정치 교류를 중단하고 미얀마 군 지도자의 뉴질랜드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마후타 장관은 “우리는 군부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구속된 정치 지도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민간 정부를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대를 향한 폭력을 강력 규탄한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복원하고 구금된 이들을 석방할 것을 다시 요구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에 초강경 대응…"실탄 쏴 2명 중태"

계엄령·집회금지에도 나흘째 대규모 시위 벌이자 '강경 진압'

물대포·최루탄·고무탄 발사 이어 "실탄도 발포" 주장 제기돼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대 쪽으로 돌진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의 쿠데타 항의 시위에 군사 정권이 계엄령 선포와 야간통행 및 집회금지로 대응하자, 시위대가 이에 불응하고 나흘째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면서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또 군정이 물대포에 이어 경고 사격을 하고 최루탄 및 고무탄까지 발사한 데다 실탄 발포로 2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유혈 사태'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9일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 해산을 위해 이틀째 물대포를 쏜 데 이어 경고 사격을 한 뒤 고무탄을 발사했다.

한 목격자는 AFP 통신에 "허공을 향해 두 차례 경고 사격이 이뤄진 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면서 몇 명이 부상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장에서 취재 기자를 포함해 최소 20명이 부상했고, 2명이 중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익명의 의사를 인용, "네피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쏜 실탄으로 30세 남성과 19세 여성이 중태"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 두 사람 가운데 여성의 머리에는 실탄이 박혀 있고, 남성도 실탄 사격을 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의료진의 말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실탄 사격으로 시위대 가운데 사망자가 나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돌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쏘고 물대포와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곳에서는 경찰이 기자 1명을 포함해 시위대 최소 27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이 쿠데타 항의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동북부 바고시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했고, SNS에는 양곤에 군 병력이 배치됐다는 글과 함께 관련 사진이 올라왔다.

군정은 이날 오후 공보국 페이스북을 통해 만달레이와 양곤 일부 지역 등에 발령한 5인 이상 집회 금지 조처를 양곤 및 네피도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집회 금지 지역에는 카친·카야·몬주 일부 지역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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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의 이 같은 강경한 대응은 전날 일부 지역에 대한 계엄령 및 집회 금지 조처에도 대규모 거리 시위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양곤과 만달레이, 네피도를 중심으로 미얀마 곳곳에서 나흘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오전부터 양곤시 산차웅 구(區)에서는 교사 200명가량이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교사인 테인 윈 소는 통신에 "군정의 경고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오늘 거리로 나온 이유"라면서 "우리는 어떠한 군부독재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세인 구에서는 철도국 직원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북부 샨주에 있는 바고시와 다웨이를 포함해 여러 도시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전역 여러 도시에서 공무원들이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석한 모습.

미얀마 나우는 교사, 간호사, 철도 노동자와 보건분야 관계자 등 더 많은 공무원이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동참했다면서 네피도와 중부 마궤시에서 최소 5명의 경찰관이 엄한 처벌을 감수하고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얀마 국영TV인 MRTV는 이날 밤 뉴스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쿠데타에 대한 언급 없이 "만달레이에서 국가 안정을 해치려는 이들에 의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적법하게 시위대를 해산하려던 경찰관들이 부상하고 경찰 트럭이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1988년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이른바 '88세대'로 최근 항의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민 꼬 나잉은 성명을 내고 3주 동안 계속해서 총파업을 진행하자며 "미얀마 전역의 시위대가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미얀마 군부, 만달레이 계엄령 선포…“무력 사용” 경고

 

미얀마의 국영 MRTV에서 앵커가 군부의 성명을 읽고 있다. 트위터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군부가 8일 2대 도시 만달레이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처음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 무력충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만달레이 7개 구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AFP> 통신이 현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5명 이상이 모이거나 시위하는 것이 금지되는 한편,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가 시행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만달레이 한 지역의 계엄 성명에는 “일부가 공공의 안전과 법 집행을 해칠 수 있는 우려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그런 행동은 주민 안전 등에 영향을 끼쳐 폭동을 야기할 수 있다”며 “그것이 모임과 집회, 차량을 이용한 행진, 대중 연설 등을 금지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군부는 미얀마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성명을 내어 “정의, 평화, 안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 국민은 무법 행위를 하는 이들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금지되고 제거돼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항의 시위에 대한 군부의 첫 입장 표명으로, 향후 벌어질 반쿠데타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국영 티브이 성명 발표 뒤 수도 네피도에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해산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경찰은 네피도에서 시위대를 향해 처음으로 물대포를 발사해 2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경찰이 수천명의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며 “해당 영상에는 일부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고 바닥에 쓰러지면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네피도 근처에서는 진압 경찰이 소총을 든 모습이 목격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총파업이 계속되면 군사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날 미얀마 남동부 미야와디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면서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미얀마 전역에서는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첫 주말인 6~7일 본격적으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평일인 8일에도 시위가 이어졌다.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시위에 나섰고, 승려와 간호사들도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은 시위대가 이날 오전부터 급속히 늘었다고 보도했다.

 

8일(현지시각)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승려들이 “군부독재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일부 공장에서 직원들이 단체로 휴가를 내고 시위에 참여했고, 간호사들도 이날 간호복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2007년 사프란 혁명을 주도했던 승려들도 이날 시위대 선두에서 행진했다. 독실한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승려들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들은 “군부독재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에 등장하는 것으로, 지난해 타이의 시위에서 사용됐다.

공무원들도 저항에 나섰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만달레이에서 검사와 변호사들까지 거리 행진에 나섰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군부독재 반대”를 외치며 시위에 동참했다.

 

8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간호사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와 군부의 일촉즉발 대치가 시작된 가운데, 군부의 강경 대응을 암시하는 ‘미확인’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양곤 최고층 빌딩 옥상에 경찰 저격수가 배치된 사진이라며, 시위대의 주의를 촉구하는 트위터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 사진이 ‘술레 파고다’ 주변의 옛 모습이라며 조작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현준 김소연 기자

 

미얀마 현지 교민 “양곤 곳곳서 시위…빌미 안주려 비폭력” 

‘19년 거주’ 천기홍 교수 전화통화
6~7일 이틀간 양곤서 거리 시위

 

6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이 진압복을 입은 경찰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어제(6일)에 이어 오늘(7일) 시위 시민들이 훨씬 늘었다. 양곤의 웬만한 번화가에는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폭력적인 모습은 없고 차분하게 평화적으로 시위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일주일 째인 7일 양곤과 만달레이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에 19년째 거주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양곤 세종학당 천기홍 교수(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는 이날 오후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양곤의 상황을 전해 왔다. 그는 “시민들과 군부가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는 것 같다”며 “양쪽 다 선을 넘지 않은 채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 인터넷이 끊겼는데, 지금은 어떤가?

“어제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인터넷 연결이 안 됐던 것 같다. 쭉 끊어져 있다가 오늘 오후 2시반(한국시간 오후 5시)부터 연결이 재개됐다.”

-양곤 상황이 어떤가? 시위하는 시민들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거 같은데?

“오늘 아침부터 양곤 곳곳에서 시위가 시작됐다. 어제보다 숫자가 많이 늘었다. 양곤의 번화한 곳에는 다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할 거 같다. 특히 양곤 시청 근처 슐레 파고다와 양곤대 앞 등에 시민들이 많이 모였다.”

-시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시민들은 차분하게,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고, 행진하면서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시위한다. 폭력 진압의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쿠데타 초반, 군부에 탄압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조심스러웠는데, 이제 본격적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볼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거리에 시민들이 나오긴 했는데, 과격한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나 군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아침에 좀 일찍 나가 봤는데, 거리에 군인들은 안 보였고, 경찰들이 보였다. 진압복을 입은 경찰과 교통경찰들이 있었다. 이들은 도로를 막는다든가 통제한다든가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일부 지역에 바리케이드를 치긴 했는데,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천명의 시위대가 6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웃 나라 타이의 반정부 시위 때부터 번진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에 등장한 것으로,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현지에서 제보자가 보내 온 영상=미얀마 시민들,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
https://www.youtube.com/watch?v=Bb46--gf2VQ&feature=emb_imp_woyt

 

-2007년 이른바 샤프란 혁명 때, 유혈 사태까지 갔는데?

“당시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당시에는 군부가 처음부터 진압하기 위한 수단을 동원했다. 군경이 함께 나왔고, 총을 들었다. 나중에는 실제 발포도 했다. 오늘은 군인도 없었고, 경찰도 총을 들지 않았다.”

-군부도, 시민들도 분위기가 다른 거 같다?

“군부는 시민들이 아예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 그러진 않는다. 군부도 그렇고, 시민들도 그렇고 서로 수위 조절을 하는 거 같다. 시위대 중간중간에 사복경찰들도 눈에 띈다. 아직은 서로 양상을 파악하는 거 같다. 경찰도 시민들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났을 때만 교통경찰들이 개입하는 정도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늘 오후부터 인터넷이 열렸다. 주말에 열리는 집회를 막기 위해 이틀 동안 통제한 것 같다. 미얀마는 온라인이 닫히면 은행거래를 비롯해 주요 상거래를 할 수가 없다. 군부도 주말에는 인터넷을 닫을 수 있지만 평일에 통제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를 보면, 당분간 군부와 시민들이 서로 수위를 지키면서 시위를 하고 이를 통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거 같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서 수천명 쿠데타 항의 시위…군정, 또 인터넷 차단

최대도시 양곤 곳곳 "군부독재 타도" 행진…박수·환호 시위대 안아주기도

경찰 방패와 총기들고 행진 막아…쿠데타 당일 이어 두 번째 인터넷 차단

 

6일 양곤에서 수 백명이 쿠데타 항의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6일 수천 명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서는 등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저항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군사정권은 전날 밤 트위터를 막은 데 이어 쿠데타 이후 두 번째로 인터넷을 차단하고 시위 현장에는 총기로 무장한 경찰까지 배치하는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현지 온라인 매체 '미얀마 나우'는 이날 오전 양곤 시내 곳곳에서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도 수천 명이 이날 항의 시위에 참여해 "군부 독재 타도" 등을 외치며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양곤에서 벌어진 시위는 지난 1일 군사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6일 양곤 시내에서 쿠데타 항의 행진하는 시위대 모습

현지 언론이 전한 거리 시위 동영상에는 차량이 많은 도심에서 시위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상징색인 빨간색 머리띠와 깃발을 흔들며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태국 반정부 시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6일 양곤 시내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가 벌어진 모습.

다른 영상에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에 거리의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과, 한 시민이 시위대에 앞장선 여성을 안아주는 장면도 보였다.

경찰은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다. 방패를 든 경찰 뒤에는 총기를 든 경찰의 모습도 목격됐다.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1962년과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 군경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전례가 있다.

전날 양곤 대학가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한 데 이어 이날 도심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어나자 군정은 인터넷을 전격적으로 차단했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NetBlocks)는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낮 12시30분) 현재 미얀마 전역에서 2차 인터넷 접속 불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인터넷 차단은 지난 1일 쿠데타 당일 발생했다.

넷블록스측은 실시간 데이터는 미얀마 국내 온라인 접속률이 현재 평소 수준의 54%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나우도 쿠데타 항의 시위가 확산하면서 군정이 모든 인터넷 선을 끊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시민사회 단체는 인터넷 업체들이 군정의 인터넷 차단 지시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의 미얀마 지역 책임자 밍 유 하도 통신에 "쿠데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비열하고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군정은 시민 불복종 저항 운동을 막기 위해 전날 밤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접속도 차단했다.

지난 3일에는 미얀마 국민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접속도 막은 바 있다.

 

미얀마 쿠데타 대응 유엔 안보리 ‘무기력’…규탄성명도 못내

 

6일 양곤 시내 거리시위 행렬을 막은 경찰들. 총기를 든 경찰 모습도 보인다.

 

유엔, 중국·러시아 반대로 규탄 성명 미뤄
미국도 구체적인 제재 방안 내놓지 않아
인권단체들 군부에 대한 금융 제재 촉구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만달레이 의대 앞에서 4일 젊은이들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첫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3일 미얀마 쿠데타 규탄 성명을 내지 못하고 미국도 구체적인 제재 방안 발표를 미루는 등 각국이 이해 관계를 따지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쿠데타를 무산시키기 위해 국제적 압박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구금된 인사들이 모두 석방되고 헌법 질서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가 이날 쿠데타 규탄 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만간 일치된 대응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미얀마 사태를 논의할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 발표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국이 작성한 규탄 성명 초안을 검토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 외교관이 전했다. 성명 초안에는 구금된 인사들을 모두 석방하고 비상사태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통신은 전했다. 제재 조처는 초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안보리가 성명을 내려면 거부(비토) 권한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가 필수인데, 중국은 강력한 미얀마 지지 국가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강제 이주 사태 때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움직임에 반대한 바 있다. 중국은 이 사태가 미얀마 내정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제재 등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재를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제재 시간표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표는 없지만 이 문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이웃 국가인 타이나 캄보디아도 이번 사태를 내정으로 규정하며 거리를 두는 등 각국이 이해 관계에 따라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강경 대응할 경우 군부가 중국 쪽에 더욱 기울 것을 우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유엔이 처음부터 단호하게 대응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부 지도자들에 대한 금융 제재와 미얀마에 대한 포괄적 무기 수출 금지를 촉구했다.

한편, 군부가 4일 미얀마에서 인터넷과 동의어일 정도로 널리 쓰이는 페이스북 접속을 7일까지 차단하기로 한 가운데, 이 나라 제2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첫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기자

미얀마, 페이스북 차단에도 세손가락 경례 등 저항 이어져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202123일 의료계 종사자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최근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지난해 태국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서도 등장한 것으로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양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사정부가 미얀마 내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했다. 확산하는 쿠데타 반대 저항 운동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대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소규모지만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거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져 확산 여부가 주목된다.

4일 외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전날 밤 국영 통신사 MPT를 비롯해 미얀마 내 인터넷 업체들에 페 연합뉴스이스북 접속 차단 명령을 내렸다. 정보통신부는 홈페이지 게시문에서 페이스북이 7일까지 차단될 것이라고 밝히며"국가 안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현지 교민들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전 일찍부터 페이스북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은 인구 5400여만 명 중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로,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쿠데타 저항 세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8시를 전후해 양곤 지역에서 쿠데타 항의 의미로 시작돼 이날까지 이어진 '냄비 두드리기·자동차 경적 울리기'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쿠데타 발발 사흘 만에 처음으로 제2도시인 만달레이 거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0명 안팎의 시위대는 만달레이 의대 정문 인근에서 군정 반대 구호를 외쳤다고현지 미얀마 타임스 및 온라인 매체 등이 전했다.

이들은 '국민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우리의 구금된 지도자들을 석방하라"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위대 중 3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달레이 외에도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도 십여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가 빠르게 흩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양곤 거리에서는 미얀마어로 '우리는 독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적힌 그라피티(공공장소 낙서)도 언론에 포착됐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 70명가량은 수도 네피도의 정부 영빈관에 모여 스스로 선서식을 했다. 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행사라고 언론은 전했다. 농업부 소속 일부 공무원들도 NLD를 상징하는 빨간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쿠데타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내보였다.

한 정치범 지원단체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의원, 활동가, 정부관리 등을 포함해 최소한 147명이 구금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교도 통신도 NLD 지도층 인사 대부분은 여전히 구금 중이라고 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군부를 지지하는 시민 수천 명도 네피도 거리로 나와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와 관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기업인들과 회동에서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은 1년간의 비상사태 해제 후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최고사령관실 성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 발언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비상사태 1년이 끝나고도 6개월 더 권력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15일까지 구금

    자택서 발견된 워키토키가 불법 수입된 물품
    법원,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수치 구금 명령
   윈 민 대통령은 재난관리법 위반 혐의 구금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미얀마 군부에 의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통신장비를 불법으로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경찰의 조서에 따르면, 수치는 수도 네피도의 자택에서 발견된 무선통신기인 워키토키 라디오가 불법으로 수입된 통신기기여서, 수출입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 혐의에 대한 조사를 위해 수치는 오는 15일까지 구금된다.

수치의 자택에서 발견된 워키토키는 지난 1일 그를 구금하는 과정에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수치는 현재 관저에서 구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이 경찰조서는 “피고인 심문 뒤 증인을 심문하고, 증거를 찾고, 변호인을 구하기 위해” 수치의 구금을 요청했다.

수치의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한 간부도 페이스북에 미얀마 법원이 아웅산 수치에게 수출입법 위반 혐의를 묻고 있다고 확인했다. 카이 토 대변인은 “다키나티르 법원이 아웅산 수치에게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14일간 구금을 명령했다는 신뢰할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군부에 의해 구금된 윈 민 대통령은 재난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통신은 다른 경찰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의길 기자

“쿠데타에 저항하라” 수치가 했다는 문서,  가짜? 진짜?

수치 발언 문건에 해석 엇갈려... 쿠데타 직전 발언인 듯

 

1일 오후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 페이스북에 올라온 아웅산 수치의 발언이 담긴 문건. 페이스북 갈무리

 

“군부의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고 모두가 저항하기를 호소한다.”

지난 1일 군부에 의해 구금된 미얀마 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국민들에게 했다는 당부의 발언을 놓고 진위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 미얀마 인들이 이 발언이 진짜인지 의심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미얀마에 사는 한 교민이 국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수치가 했다는 발언이) 제가 알기로는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고 말해 확산됐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볼 때, 해당 발언은 수치가 한 말이 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비시>(BBC) 등 미얀마에 주재하는 국외 언론들도 수치의 발언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진위 확인 전에 우선 이 발언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살펴보자. 이 발언은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 1일 오후 수치가 이끄는 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수치는 이 당의 의장을 맡고 있다. 곧 수치의 공식 계정을 통해, 미얀마 글자로 쓴 문서 사진 한장이 올라왔고, 여기에 “쿠데타에 저항하라”는 수치의 발언이 담겼다.

의심이 이는 대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문서의 글이 수치의 자필로 쓰이지 않았고, 수치의 서명도 없다. 둘째, 발언 시점이 쿠데타 발생 전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글 내용이 평소 수치가 얘기하는 바와 다소 다르다.

우선 첫째 지적은 반증하기 어렵다. 이 문서는 실제 수치가 직접 쓰지 않았고, 수치의 말을 전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글의 서두에는 전반적인 최근 상황이 담겼고, 후반부에 수치가 했다는 다섯 문장이 등장한다. “쿠데타에 저항하라”는 표현은 이 다섯 문장 가운데 하나다. 수치가 직접 쓰지 않았으니, 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문서의 공신력은 무엇으로 보증될까. 이런 논란을 우려해서인지, 문서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이 글은 수치가 직접 한 발언이라는 것을 목숨 바쳐 맹세한다. 윈 테인”이라는 손글씨가 덧붙었다. 파랑 펜으로 두 줄에 걸쳐 윈 테인이 직접 쓴 문장이다. 윈 테인은 수치의 동료로 민주주의민족동맹의 고위 간부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이 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직접 수치의 발언을 들어 당 공식 누리집에 올린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미얀마 인권활동가 소모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우선 윈 테인이 직접 쓴 글이 증거다. 그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원로다”라며 “우리도 따로 미얀마 현지 유력 인사에게 확인했다. 수치의 발언은 그가 직접 한 발언이 맞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10일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아웅산 수치의 사진을 들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둘째 지적은 반박하기 어렵지 않다. 수치의 발언은 실제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을 거둔 뒤,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달 말부터는 공공연하게 쿠데타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26일 군 대변인이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쿠데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수치가 미리 당 동료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에 26일 군 대변인의 쿠데타 암시 발언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지난달 27~30일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지적은 “저항하라”는 표현에서 비롯된다. 페이스북의 해당 문건에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수치는 이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글을 쓴다”, “군부가 올린 것일 수 있다”는 내용 등이 적지 않다. 1988년부터 민주화 운동을 시작해 30여 년 동안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이끈 수치가 국민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듯한 발언을 할 리 없다는 믿음이 깔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부가 쿠데타에 대한 폭력적 저항을 유도하기 위해 쓴 가짜 글일 수 있다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미얀마 인권활동가 소모뚜는 “수치의 ‘저항하라’는 말은 길거리에 나와 폭력적으로 저항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미얀마인들은 수십 년 동안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군부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잘 안다. 지금 군부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시끄러워지기를 바랄 텐데,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소통과 파업 등을 통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아래는 위 문건을 해석한 글

국민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1월26일 조 민 툰 준장(군 대변인)은 ‘군이 쿠데타를 안하겠다고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발언은 군이 만든 2008년 기초 헌법을 무효화하고 필요시 쿠데타를 일으킬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추측됐습니다. 1989년 아웅산 수치 의장이 이라와디주로 국민들을 만나러 갔을 때, 이라와디주 최고 군인은 수치 의장의 생명을 위협하는 발언과 행동을 했습니다. 당시 수치 의장은 본인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당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간부들과 유언장을 썼습니다. 이 유언장에는 본인이 죽으면, 아웅산 장군의 기념관이 될 본인 집에 보관해달라고 쓰여 있습니다. 현재 군부가 쿠데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고, 양곤을 포함해 여러 도시에 군인들이 등장해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치 고문은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면서, 동료들과 상의해 아래 5가지 국민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을 했습니다.

1. NLD당은 군이 만든 2008년 헌법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국회에 들어가 정치활동을 할 때 그 헌법대로 따랐다.

2. 헌법을 고치기 위해 법 테두리 안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3. 1990년 선거, 2012년 보궐 선거, 2015, 2020년 총선 때는 헌법에 정해진대로 따랐고, 그 선거에 압도적으로 이겼다.

4. 이 편지를 국민들이 읽을 때, 군부는 본인들이 만든 헌법을 무시하고 온 국민이 투표해서 합법적으로 선출한 국회와 정부를 해산했을 것이다.

5. 군부의 이런 작태는 현재 당면한 코로나19 사태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군부독재 체제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에 군부의 쿠데타를 국민들은 일정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말고, 모두 저항하기를 호소한다.

국민이 우선이다.

(아래 볼펜으로 쓴 글씨)

위 글은 수치 여사가 직접 말한 것이라는 것을 제 목숨을 바쳐 맹세합니다. 윈 테인.

 

미얀마서 차량 경적 · 냄비 두들기기… 쿠데타 이후 첫  '항의'

'시민 불복종' 시민단체·병원 확산…공보부 "폭동·불안 조장 경고"

 

쿠데타 발발 이틀째인 2일 저녁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서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차량 경적과 냄비를 두들기는 소리 등이 들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도 양곤 도심에서 오후 8시 정각에 쿠데타 항의 차원에서 각종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면서 SNS에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동영상에 "양곤 도심의 시민들이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냄비를 두들기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있다"고 적었다.

쿠데타에 항의해 양곤 시내에서 2일 저녁 시민들이 차량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들기는 소리를 냈다며 한 네티즌이 올린 동영상 캡처.

다른 네티즌도 "이것이 우리가 불법적인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는 방법이다. 양곤에서 쇠 냄비를 두들기고 차량 경적을 울린다"고 적었다.

전날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시민 항의가 벌어진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쿠데타로 구금된 아웅산 수치 고문이 전날 사전 성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한 데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

앞서 미얀마 최대 활동가 단체 중 한 곳도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양곤 청년 네트워크'라는 단체 대표자가 트위터에 "양곤 청년 네트워크는 (쿠데타에 대한) 즉각적 대응으로 시민 불복종을 선언하자"고 촉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대표자는 만달레이 지역 한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방호복 등에 '독재 정부는 실패해야 한다'는 글귀를 적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얀마 공보부는 "폭동과 불안정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경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표시로 오후 8시에 냄비를 두들기고 있다며 올린 동영상

 

미얀마 군 3차례 쿠데타, 결정적 국면마다 민주화 발목 잡아

1962년 네 윈 26년 집권 88년 신군부 등장 8888항쟁 짓밟아

 

1988년 8월27일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아웅산 수치의 연설을 듣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미얀마 현대사는 강력한 정치 주체로서의 군부와 군에 대한 도전, 그리고 좌절로 정리된다. 군부는 미얀마가 역사적 기로에 설 때마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 군부의 권위주의 통치 70여년의 결과 미얀마는 1인당 국내총생산 1300달러의 최빈국, 수십 만명의 소수민족을 처벌하고 쫓아낸 인권침해국으로 남았다.

1948년 1월4일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비슷한 시기 독립한 다른 나라들처럼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공산당 등 정치 엘리트들의 투쟁과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 민족들의 무장 투쟁이 계속됐다. 이런 혼란을 틈타 1962년 3월 네 윈 육군총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우 누 총리를 제거하고 자신을 포함해 17명으로 혁명평의회를 꾸린다. 이들은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부패, 외국 자본의 침투 등을 쿠데타 이유로 들었다. 네 윈은 버마 사회주의 계획당(BSPP)을 바탕으로 버마족 우선주의와 사회주의 경제를 지향했고 소수민족을 탄압했다. 그의 집권은 이후 1988년까지 26년 동안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네 윈 보다 10개월 앞선 1961년 5월16일, 미얀마에서 약 3000㎞ 떨어진 한국에서 육군 소장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네 윈과 박정희는 닮은꼴 정치인으로 꼽힌다.

1988년 미얀마는 3월 ‘양곤의 봄’, 8월 ‘8888 항쟁’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오랜 군부 통치에 대한 실망감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뒤섞였고, 독립영웅 아웅산의 딸, 아웅산 수치가 구심점으로 등장했다. 그해 7월 네 윈 의장이 사퇴하면서 투쟁이 절정으로 향했지만, 이때 다시 군부가 등장한다.

9월18일 국방장관 소우 마웅이 쿠데타를 일으켜, 8888 항쟁을 무력으로 짓밟는다. 약 3천여명이 숨지고 1만여 명이 실종됐다. 이듬해 7월에는 수치를 집에 가뒀다. 소우 마웅의 쿠데타는 이전 체제에 대한 거부가 아닌, 이를 유지하고 지키기 위한 ‘친위 쿠데타’였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군부의 2차 정치개입(쿠데타)은 네 윈 정권 26년간 군부가 향유해 온 권력적 이익 동기를 옹호하기 위해 발생한 것”이라고 평했다.

2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의회로 향하는 도로를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지키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소우 마웅은 민간 권력 이양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1990년 5월 총선에서 수치가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의석 80%를 확보하며 압승했지만, 군부는 총선 결과를 무효화했다. 1992년 군부 2인자 탄 슈웨가 정권을 잡고 2011년까지 자리를 지킨다.

2007년 기름값 인상을 계기로 전국적인 반정부 투쟁이 벌어진다. 불교국 미얀마에서 특수 존재인 승려들도 군부에 맞섰고 시민들이 투쟁에 나섰다. 30여명이 숨지는 등 피로 얼룩졌지만, 미얀마 군부는 이듬해 자체적인 민주화 일정을 내놓는 등 후퇴하는 태도를 보였다. 군부는 총선 실시 등을 허용했지만, 헌법을 바꿔 국회 의석의 25%를 군이 차지하고, 내무·국방·경비 등 치안·안보 관련 핵심 부서를 확보하는 조처를 취했다. ‘민주화 상징’인 수치를 겨냥해 외국인 남편과 결혼한 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게 하는 조항도 헌법에 포함했다. 자신들이 허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권력을 민간에 넘긴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2010년 총선을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이 보이콧해 사실상 군부가 정권을 유지했다. 군부는 21년만에 수치의 가택연금을 해제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 총선과 2020년 11월 총선에서는 선출직 의석의 80% 이상을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이 가져갔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지지율이 3%포인트가량 더 높아졌다. 5년을 지켜본 군부에 비상신호가 켜졌다. 두달 여 뒤, 미얀마 새 의회 출범일인 지난 1일 새벽 군부는 세번째 쿠데타를 감행해 잠시 민간에 넘겼던 권력을 빼앗아갔다. 최현준 기자


‘쿠데타’로 부르지 못하는 바이든의 ‘미얀마 딜레마’

‘민주주의’냐 ‘중국 견제’냐…첫 외교 시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안과 관련해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재발한 군부 쿠데타가 취임 2주도 채 안 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중대한 시험대에 올려놨다.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동맹 연합을 통한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세계 전략이 충돌하는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지 못하는 데서도 고민의 깊이가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쿠데타 발생 이튿날인 1일 성명을 내어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제재 부활 가능성을 경고하며 군부에 권력 포기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구금자 석방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89년 군사 정권이 붙인 국호인 ‘미얀마’ 대신 미 정부가 양자 관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호인 ‘버마’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무력이 국민의 뜻 위에 군림하거나 신뢰할 만한 선거 결과를 지우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버마 군부가 즉각적으로 권력을 포기하고 구금한 활동가와 관리들을 석방하며, 모든 통신 제한을 풀고, 시민을 향한 폭력을 삼가도록 압박하도록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 어려운 시기에 버마 국민의 편에 서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있다”며 “버마의 민주주의 전환을 뒤집는 데 책임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그 지역과 세계에 걸쳐서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민주주의의 진전에 바탕해 지난 10년 간 버마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며 “이 진전을 뒤집는 것은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 재검토를 필요하게 만들 것이고,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그가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위협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키는 모범국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 미얀마 사태는 그 의지를 실천할 시범 케이스다. 더구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그 지지자들의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실추된 미국 민주주의의 체면을 되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은 미얀마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직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미얀마 민주 정부 탄생을 대외정책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폴리티코>에 이번 미얀마 사태를 두고 “바이든의 민주주의 수호와 시진핑의 권위주의에 대한 암묵적 또는 적극적 지지라는 경쟁 모델에 관한 일종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제재 부과 등 미얀마 군부에 대한 강력한 응징 주장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에서 제재 부활을 경고한 것을 비롯해,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이 일제히 “비용 부과”, “엄격한 경제 제재 부과”를 주장했다.

1일 미얀마 사태 관련한 국무부의 브리핑을 들은 의회 관계자들은 <CNN> 방송에, 국무부가 모든 선택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제재에 나서지 않으면 의원들이 제재 부과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고민은 제재 부과 등 강력한 대응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는 최근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노선을 취해왔으나, 미국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할수록 다시 중국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을 최고의 위협이자 경쟁자로 규정하고 동맹들을 규합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미 정부의 노선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시엔엔>에 미얀마 제재는 “훨씬 더 큰 중국의 영향력으로 가는 문”을 미얀마에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예 사설에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단순히 도덕적 맹비난이 아니라 현실적 외교가 필요하다”며 미얀마가 중국 영향권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사태에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지 않은 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나치게 강한 행동은 미얀마를 중국 품으로 밀어낼 것이라는 우려와 제재를 촉구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바이든 정부가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 정부의 고민스러운 처지는 용어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31일부터 1일까지 나온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에서 “쿠데타”라는 표현은 없다. <폴리티코>는 이번 사태를 공식적으로 쿠데타로 부를지를 놓고 정부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데타로 부르지 말자는 쪽은 ‘그래야 군부가 물러서도록 설득할 지렛대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데타로 공식 규정할 경우, 미국의 외국지원법에 따라 미얀마 군부 정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중단된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버마 사태는 분명히 쿠데타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국무부는 필요한 법적, 사실적 분석을 한 뒤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시엔엔>에 말했다.

미얀마 국호를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미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사 정권이 붙인 ‘미얀마’ 대신 그 이전의 ‘버마’ 호칭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미얀마 군부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질문에 “우리의 공식 정책은 ‘버마’라고 부르고, 특정 소통에서만 의전상 ‘미얀마’를 쓰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국무부 웹사이트는 ‘버마(미얀마)’와 ‘버마’를 섞어 쓴다”고 말했다.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얀마 의사당 앞 에어로빅 여성…뒤로는 쿠데타 차량

체육 교사 "댄스대회 앞두고 항상 같은 장소서 연습"

 

미얀마 의사당 앞 에어로빅 여성…뒤로는 쿠데타 차량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가운데 한 젊은 여성이 의사당 앞 도로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하는 동영상을 올려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2일 인도네시아 등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사는 체육 교사가 쿠데타가 발생한 1일 오전 통행이 차단된 의사당 앞 도로에서 혼자 에어로빅을 하는 3분 25초짜리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형광 연두색과 검은색이 섞인 체육복 상·하의를 입은 이 여성은 마스크를 쓴 채 절도있게 에어로빅을 한다.

여성의 뒤로 보이는 의사당 연결 도로는 바리게이트가 처져 있고, 장갑차와 경광등을 켠 검은 차량이 줄지어 이동한다.

자신을 체육 교사라고 밝힌 이 여성은 에어로빅 동영상과 함께 "평상시처럼 아침 뉴스 전에 운동하는데, 헬리콥터와 차량이 돌아다녔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은 1만6천회 이상 공유됐고, 2천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정말 멋진 일을 했다", "역사에 남을 장면이다"라는 댓글과 함께 "제정신이냐"는 반응도 보였다.

이 여성은 높은 관심을 받자 같은 장소에서 그동안 다른 옷을 입고 촬영한 에어로빅 동영상 8개를 올렸다.

그중에 하나는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OST에 맞춰 에어로빅하는 영상이었다.

그는 "나는 누군가를 조롱하려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 춤을 춘 것이 아니다"라며 "피트니스 댄스대회가 있어서 늘 잠에서 깨면 의사당 앞 도로에 와서 에어로빅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이런 일(쿠데타)이 일어날 줄 몰랐고, 경비원 가운데 일부와는 이미 친구처럼 지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1일 의사당 앞 도로서 에어로빅

해당 게시물은 1만6천회 이상 공유됐고, 2천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정말 멋진 일을 했다", "역사에 남을 장면이다"라는 댓글과 함께 "제정신이냐"는 반응도 보였다.

이 여성은 높은 관심을 받자 같은 장소에서 그동안 다른 옷을 입고 촬영한 에어로빅 동영상 8개를 올렸다.

그중에 하나는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OST에 맞춰 에어로빅하는 영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site=mapping_ytb_btn_more&v=l48I0V8qrPw&feature=youtu.be

 

미얀마 군부, 선거패배로 입지 좁아지자 ‘권력 분점’ 무너뜨려

 

지난해 11월 총선서 NLD 압승, 군부 “부정선거” 주장…정치 불안
국제사회 우려에 “헌법수호” 약속 하루만에 뒤집고 전격적 쿠데타
‘문민정부-군부’ 권력분점 한계…“군인들, 민간통치에 인내심 잃어”

 

2015년 12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아웅산 수치(오른쪽)가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을 만나서 악수했을 때의 모습. 당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25년 만에 치러진 자유 총선에서 대승했다. 이후 수치는 국가고문이 되어 미얀마를 이끌었지만 1일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네피도/AP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1일 재발한 군부 쿠데타는 이중권력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에 의해 보장받은 군부의 특권적 권력과 아웅산 수치 주도의 선출 권력 사이의 봉합이 더 이상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치가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전체 선출직 의석의 83%, 전체 의석의 62%를 확보하는 등 대승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상원의 224석 중 138석, 하원 440석 중 258석을 획득했다. 2015년 총선 때 전체 선출직의 80%, 전체 의석의 59%를 확보한 것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군부의 정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은 상원에서 7석, 하원에서 26석을 얻는 데 그치며, 2015년 총선 때보다도 저조했다. 의회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가 지명하도록 한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군부의 영향력은 크게 줄고, 행정부 구성에서도 군부 입김이 줄어들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총선 때 미얀마 내 소수민족 거주 지역 상당수에서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투표소가 열리지 않아, 로힝야족을 포함한 소수민족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군부는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약 7천건의 사례를 제소하기도 했다. 특히 군부의 선거부정 항의는 최근까지 심각한 정정 불안을 유발하고, 쿠데타 우려를 증폭시켜왔다.

군부의 압박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지난 26일 군 대변인 조 민 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이미 선거 때에 “부정직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하루 뒤인 27일에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방단결발전당 지지자들이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군부의 움직임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각국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2월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 30일 공식 성명을 내어 “군은 미얀마 헌법을 보호하고 준수할 것이며,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전격 쿠데타를 감행했다.

군부는 부정선거를 쿠데타 이유로 들지만, 쿠데타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선거 전부터 제기돼왔다. 부정선거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군부가 잠시 나눴던 권력을 되찾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수치의 국민적 인기가 지속되고, 그의 당이 다시 선거에서 대승하면서 군인들이 스스로 고안한 민간 통치에 대해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미얀마는 2016년 이후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과 군부 사이의 이중권력 체제로 움직여왔다. 현재의 신군부는 1988년 네 윈 군사정부가 민주화 운동으로 무너지자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세력이다. 이들은 국내외의 압력에 2015년에 민주주의민족동맹도 참여한 자유 총선을 실시했고, 민주주의민족동맹이 대승을 거뒀다. 이듬해인 2016년 수치 국가고문이 사실상 이끄는 정부가 출범하며 이중권력 체제가 시작됐지만, 5년만에 파탄을 맞았다. 최현준 정의길 기자


쿠데타 미얀마 군부, 아웅산 수치 정부 장·차관 24명 교체

군부 발표…군사 정부서 일할 11개 부처 장관도 새로 지명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1일 양곤에 있는 한 경찰서에 트럭이 주차돼 있다.

 

1일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문민정부의 장·차관을 대거 교체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는 한편, 군사정부에서 일할 국방·외무부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지명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을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이날 새벽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고, 향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입법·사법·행정 전권을 장악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비상사태 선포 아웅산 수치 구금

수치 고문· 윈민 대통령 등 구금 당해
군부와 수치의 이중권력 체제 무너져

          

미얀마에서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집권당 인사를 체포한 군부를 이끌고 있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군부는 지난 11월 총선 부정을 주장하며, 수치 정부를 압박해왔다. 지난 2018711일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21세기팔롱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얀마 군부는 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얀마의 실질적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했다. 군부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자신들이 정부를 장악했다며 1년 동안 다시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아에프페>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군부는 또 국가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며 비상사태 선포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군부는 총선 부정을 주장해왔고, 이날은 그 총선에 따른 의회가 개회하는 날이다.

미얀마에서 수치의 실각 및 군부 재집권이 확인되면, 동남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미얀마 군부 정권은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이 이미 이날 새벽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 대변인이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고 추측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들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길 바라며,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본인도 구금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치가 가택에서 연금됐는지, 연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집권당 중앙위원인 한 타르 미인트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아침 현재 수도 네피도와의 전화선은 두절된 상태이다. 미얀마 국영텔레비전인 <엠아르티브이>(MRTV)도 기술적 문제를 겪으며 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에는 군인들이 배치됐다.

이번 사태는 군부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부정을 주장하며 조사를 요구하면서 쿠데타까지 시사한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다. 그 총선에 따라 구성된 의회가 이날 첫 소집될 예정이었다.

군부 쿠데타부른 11월 총선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분쟁지역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8일 총선에서 83%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했다. 2011년 군부통치가 종식된 이후 두번째 치러진 이 선거는 수치 정부에 대한 신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군부도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촉구하는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를 이어갔다. 군부는 대법원에 대통령과 선관위원장 자격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들어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 지난주 군 대변인 자우 민 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이미 선거 때에 부정직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혔다.

하루 뒤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미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달 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왜 군부가 다시 나섰나?

미얀마는 지난 2011년 이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과 군부 사이의 이중권력 체제로 이끌어져왔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왔다. 하지만, 군부도 헌법에 따라서 25%의 의석을 할당받고,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치안과 안보 관련 부처를 관할해왔다.

특히, 수치는 외국 국적의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 때문에 외무장관 및 국가고문의 자격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 여전히 막강한 군부의 권력과 이중적 권력 체제 때문에 미얀마에서 정치불안과 쿠데타 우려는 상존해왔다.

군부는 지난 6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에서 사회, 경제, 정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권력을 유지해왔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항쟁 때 민주화 상징으로 떠오른 아웅산 수치를 1989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구금했었다.

군부는 국내외의 압력으로 2010년 총선을 실시했으나,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을 이 총선을 거부해, 군부의 연합연대개발당이 형식적으로 집권했다. 수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을 2015년 총선에서 참가해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서, 집권하게 됐다. 하지만, 수치는 대통령에 취임할 수도 없었고, 치안 및 안보, 국방 관련 등 실질적인 권력은 여전히 군부가 쥐고 있었다.

2017년 이후 로힝야 난민 사태는 수치의 명성과 통치에 큰 흠을 남겼고, 군부와도 본격적인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의 서부 연안 지역인 라카인주에 주로 사는 방글라데시 계열의 난민이 로힝야 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대대적인 탄압과 축출은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자아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수치는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난민 축출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얀마 여론이 로힝야족 축출에 호의적인데다,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조처를 수치도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군부 역시 로힝야족에 대한 수치의 미온적인 입장에 불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는 이 사태로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제적 비난에 시달렸다. 로힝야 사태는 2019년 헤이그국제재판소에도 제소됐다. 수치는 외무장관으로서 이 법정에서 로힝야족을 축출한 미얀마 정부의 조처를 옹호해서, 그의 명성이 바래지는 전환점을 맞았다. 최현준 정의길 기자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군에 다시 구금당해

군부, 작년 11월 총선 부정의혹 제기해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군에 의해 구금됐다.

<로이터> 통신과 <BBC> 등은 1일 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이 이날 새벽 군에 의해 구금된 상태라고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들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길 바라며,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본인도 구금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얀마 총선 결과를 놓고 군부가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쿠데타까지 시사했다가 유엔 및 외교단의 우려 표명으로 물러서는 등 정국에 긴장이 조성된 가운데 일어났다. 군부는 지난달 30일 공식 성명을 내고 군은 미얀마 헌법을 보호하고 준수할 것이며,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앞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분쟁지역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군부도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촉구하는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 지난달 26일에는 군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하루 뒤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달 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두번째 문민정부 앞두고

50년 이상 군부가 집권해온 미얀마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전체 의석의 59%를 차지하면서 문민정부를 열었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지난해 118일 실시된 총선에서도 압승했다.

군부 때 제정된 헌법에 의해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사전 할당받는다. 또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3개 치안관련 부처 수장도 맡는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최현준 기자

 

나발니가 러시아 연방보안국 고위 간부로 가장해 통화하자

FBS 독극물팀 요원 범행수법·증거인멸 시도까지 모두 고백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의 암살을 시도한 러시아 연방보안국 산하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하는 모습을 올린 유튜브 영상 중 일부.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의 암살을 시도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산하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해 범행 수법까지 알아냈다.

미국 <CNN> 방송은 나발니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간부로 가장해 콘스탄틴 쿠드럅체프라는 요원에게 암살 시도 수법에 대해 캐물었고, “속옷에 신경작용제를 묻혔다는 실토를 받아냈다고 22일 보도했다.

앞서 15<시엔엔>과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독일 <슈피겔> 등은 공동으로 나발니 암살을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주도했다며 암살 시도와 관련된 보안국 요원들의 신원도 공개했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나발니는 이 보도 이후 자신을 국가안보회의 간부라고 속여 쿠드럅체프에게 접근했다. 나발니는 암살 실패 원인을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며 범행에 관해 물었고 통화 내용을 녹음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 통화에서 나발니가 신경작용제를 어떻게 사용했느냐고 하자 쿠드럅체프는 속옷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용 부위를 묻자 속옷 안쪽 사타구니 쪽이라고 답했다. 나발니가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의 양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고 묻자, 쿠드럅체프는 내가 알기로는 조금 더 사용했다고도 말했다.

쿠드럅체프는 또 나발니를 태운 비행기가 중간에 긴급 착륙했기 때문에암살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몸의 이상을 호소해 기장이 비행기를 시베리아 옴스크에 긴급 착륙시켰다. 쿠드럅체프는 모스크바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이었고, 이는 긴 비행시간이라며 만약 비행기가 도중에 착륙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엔엔>나발니한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노비초크는 피부를 통해 흡수되며, 만약 비행기가 모스크바까지 그대로 비행했으면 나발니는 사망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을 전했다.

쿠드럅체프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 옴스크 친구들이 경찰과 함께 속옷을 가지고 왔다며 증거인멸을 위해 옴스크에 간 사실도 실토했다. 나발니가 속옷 때문에 놀랄 일은 없겠네?”라고 묻자, 쿠드럅체프는 우리가 거기(옴스크)에 여러번 갔던 이유라고도 답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21일 나발니가 올린 통화 녹음과 관련해 연방보안국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계획된 도발이라며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조기원 기자

 

, 나발니 암살시도 제재 보복"독일 정부관계자 입국금지"

 

러시아가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암살 시도와 관련한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독일 정부 관계자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러시아 외무부는 22일 주모스크바 독일대사관 베아테 그르체스키 공사와의 면담에서 이같이 통보했다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전했다.

독일 외무부도 러시아가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알렉세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이런 보복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독일 정부 관계자 중 제재대상이 누구인지는 통보되지 않았다. 당사자는 러시아에 입국을 시도할 때 자신이 제재대상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독극물에 중독됐던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계단을 걷고 있는 모습.

앞서 EU는 지난 1015일 나발니에 대한 암살 시도에 관여한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고위 러시아 관료 6명과 러시아 유기화학·기술과학연구소에 입국금지와 자산동결, 자금제공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기장은 옴스크에 비상착륙 했다.

그는 옴스크의 병원에 머물다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 최근 퇴원해 재활 치료 중이다.

독일 정부는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에 신체가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나발니는 이와 관련 전날 본인이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료라고 신분을 속이고 FSB 독극물팀 요원들과 통화한 결과, 이들이 자신의 속옷에 신경작용제를 묻혀 암살하려 했다고 동영상을 통해 폭로했다. 이날 폭로는 독일 더슈피겔 등 여러 매체와 공동으로 추적한 결과이기도 하다.


"'푸틴 정적' 독살시도 러 연방보안국 요원 신원 확인"

CNN·벨링캣 등 통화·여행 기록 토대로FSB내 독극물팀 2017년부터 미행

나발니 독살시도때 해당팀이 같은 지역 머물러부인이 비슷한 증상 겪기도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산하의 독극물팀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탐사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14일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독일 더슈피겔 등과 함께 각종 통화와 여행 기록, 서류 등을 공동 취재한 결과 지난 8월 나발니 독살 시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FSB 특수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그동안 독살 시도의 책임이 FSB에 있다며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제거 목적이라고 봤지만, 러시아를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8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고, 독일 정부는 나발니에게서 냉전 시대 말기 구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나발니와 그의 팀은 FSB의 꾸준한 감시 대상이었다. FSB의 독소 및 신경제 전문팀은 2017년 이후 모스크바를 오간 30차례 이상의 여행에서 나발니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이 팀은 의사와 독극물 학자, 긴급 의료요원 등 610명으로 구성돼 있고, 주로 3명 단위로 움직였으며 최근에는 사용한 뒤 버릴 수 있는 선불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팀의 사무실은 모스크바 남서쪽 외곽에 있는데, 나발니가 시베리아에 머물 무렵 소통의 허브 역할을 했다.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있기 몇 주 전 블라디미르 보그다노프 소장 등 이 팀의 지휘부는 신경제 연구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FSB의 고위급인 보그다노프는 지난 72월 크렘린 고위 당국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통화한 기록이 있다.

공교롭게도 나발니와 부인은 그다음 날인 73일 칼리닌그라드의 한 호텔에서 짧은 휴가를 시작했는데, FSB 팀 중 최소 3명이 이곳에 나타났고 이들의 체류 당시 호텔 감시 카메라도 꺼져 있었다.

이 팀이 모스크바로 돌아간 직후인 76일 나발니 부인의 몸에 이상이 생겨 갑작스러운 피로감과 방향감각 상실이 있었지만 결국 회복됐다. 이후 나발니는 자신이 독극물 공격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증상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이 팀에서 적어도 2명이 러시아 지도부가 종종 여름을 보내는 소치를 두 차례 다녀왔고 두 번째 방문은 나발니 독살 시도 전날이었다며 독살시도가 고위급에서 승인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이뤄진 시베리아 여행 때는 56명의 요원으로 구성된 2개 팀이 배치됐다. 한 요원은 나발니가 시베리아에서 머물던 6일 내내 모스크바 외곽의 사무실에 머물며 현장요원들과 소통했다.

나발니는 820일 아침 일찍 모스크바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아프기 시작했고, 이내 독극물 공격을 당한 것 같다고 알렸다.

CNN은 당시 비행기 기장이 모스크바로 가지 않고 의료 도움을 받기 위해 옴스크로 방향을 바꿨는데, 이것이 나발니를 살아있게 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나발니가 혼수상태로 옴스크 병원에 도착할 무렵 FSB 지도부와 2명의 독극물팀 구성원 간 짧은 통화가 연이어 이뤄졌다. FSB 수장인 알렉산드로 보르트니코프 국장이 이 팀의 간부와 통화한 기록도 있다.

당시 호텔에 남아있던 나발니 팀은 방에서 수건, 물병, 샴푸 병과 칫솔을 수거했다. 이 물건은 나발니가 치료를 받은 독일로 함께 옮겨졌는데, 최소 2개의 물건에서 노비촉 양성 반응이 나왔다.

CNN은 나발니 독살 시도를 이 팀이 했다고 확실하게 확인할 순 없지만, 유럽이 러시아의 책임을 지목한 것은 잘못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 머무는 나발니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보도가 푸틴 대통령 주변 측근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면서도 의사가 허락할 경우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6일 바이든 당선 의회 인증 앞두고 전화걸어

졌을 리 없다11780표 찾아내고파재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 두 사람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압력을 가하는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공화당 소속인 조지아의 브래드 래펜스퍼거 국무장관과 나눈 약 한 시간 분량의 통화 내용을 음성파일과 함께 3일 보도했다. 지난해 11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조지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1779표 차이로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내가 조지아에서 졌을 리가 없다. 우리는 수만표 차이로 이겼다나는 11780표를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도둑맞은 표를 찾아내서 바이든 당선자보다 1표만 더 얻으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촉구한 것이다. 그는 조지아 사람들이 화가 났다당신이 재검표했어요라고 말해도 잘못된 게 없다고 말했다. 통화에는 두 사람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변호사 클레타 미첼 등이, 래펜스퍼거 쪽에서 라이언 저머니 법률고문이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 이름으로 수천표가 행사됐고, 바이든 표 18000장을 세 번이나 스캔했으며, 조지아에 살지 않는 사람들 수천명이 투표했다는 등 주장을 나열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훼손된 투표용지를 되찾지 않는 것은 형사 범죄다. 당신에게 큰 위험부담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또 이 문제가 5일 치러지는 조지아 상원의원 2석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선거 전에 바로잡으면 당신은 정말로 존경받을 것이라고 회유하고, “어떻게 할 건지 말해보라. 여러모로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래펜스버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의 이의제기, 당신이 가진 데이터는 잘못됐다”, “우리는 우리의 숫자가 옳다고 믿는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죽은 사람 이름으로 5000표 이상이 투표됐다는 주장에도 실제 숫자는 두 명 뿐이라고 맞섰다. 동일한 투표용지들을 세 차례 스캔했다는 주장에도 우리는 그것을 검사했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단호하게 입증했다고 반박했다.

이 통화는 오는 6일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최종 인증하는 절차를 나흘 앞두고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몸부림이다. 조지아 결과가 뒤집혀도 바이든 승리라는 대선 결과는 안 바뀐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시간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래펜스퍼거와 전날 통화한 사실을 알리면서, 그가 선거 사기에 관한 질문에 대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래펜스퍼거는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 당신이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진실이 나올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 포스트>의 통화 내용 보도는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에게 자신을 지지할 대통령 선거인단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수십건의 대선 불복 소송에서도 패배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트럼프 '압력 전화' 후폭풍조지아 선관위원 "범죄, 조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압력 전화'가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4일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조지아주 선관위 데이비드 월리 위원은 브래드 래펜스퍼거 주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 전화와 관련한 민형사상 조사를 요구했다.

월리는 서한에서 선거 부정 청탁이 불법이라는 주법 조항을 인용하면서 그 전화가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조사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부정선거를 부추기는 것은 범죄"라며 "표를 바꾸라고 국무장관에게 요청하는 것은 부정선거의 교과서적인 정의"라고 지적했다.

"모든 지역과 언론사에서 크게 다뤄지는 이번 사건을 못 본 척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래펜스퍼거 장관과의 1시간짜리 통화에서 "(조지아주에서) 11780표를 되찾길 바란다"며 대선 결과를 뒤집도록 표를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의 압력을 가했다는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자신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으면 형사책임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협박하거나, 받아들일 경우 존경받을 것이라며 회유하기도 했다.

래펜스퍼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며 요구를 일축했다.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끔직하다"(애덤 킨징어 공화당 하원의원), "범죄 수사를 받을 만하다"(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탄핵받을만한 범죄"(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 양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더힐은 전했다.

통화 당사자인 래펜스퍼거 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 자신의 거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를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래펜스퍼거 장관은 "대통령과 통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가 밀어붙였다. 참모들에게 밀어붙이도록 한 것 같다""나는 단지 우리가 (트럼프 캠프와 선거 결과에 대한) 소송 중일 때 대화하지 않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풀턴 카운티 지방검사가 통화 검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화당원인 그는 "나는 공화당을 지지한다. 항상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제프 던컨 조지아주 부주지사도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가 부적절했으며, 5일 치러지는 조지아주의 연방상원 결선투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던컨 부주지사는 "실망했다. 전화는 조지아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기기 위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은 거짓 이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퇴임전 '탄핵방어·대선불복' 충성파 의원들에 자유메달

누네스·조던 하원의원 등AP "의회 협력자들에 메달로 보상"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공화당 의원 2명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기로 했다.

AP통신은 4일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거침없는 의회 협력자인 데빈 누네스, 짐 조던 하원의원에게 자유의 메달을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AP는 이 메달이 민간인이 받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2주 남짓 남긴 시점에 "충신들에게 자유의 메달 수여로 보상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누네스 의원은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냈고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후에는 정보위 공화당 간사를 맡아 '러시아 스캔들'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회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 연방수사국(FBI) 수사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이 사주한 엉터리 자료를 근거로 시작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설파해왔다.

조던 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탄핵이 추진될 당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 공화당 간사로서 민주당 주도로 3개 위원회가 진행한 조사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입장에 동조, 지난해 대선 결과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공화당 지도부 중 한 명이라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을 앞두고 공화당에 이를 뒤집으라고 촉구하며 마지막 시도에 나선 상태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적, 정치적 지원자나 오랜 친구에게 보상하기 위해 종종 자유의 메달을 사용했다면서 "퇴임 전에 다시 그렇게 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CNN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명의 친구, 정치 기부자 등을 위해 그렇게 해왔다고 부연했다.

자유의 메달은 미국 국가 안보와 이익, 세계 평화, 문화와 공적 영역에 기여한 민간인에게 주는 상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 시절에 제정됐다.


"대선결과 인증 상 하원 회의 때 공화당 140명 반대표 예상"

 공화당 하원의원 2명 밝혀CNN "결과 뒤집을 가능성 없어"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미국 대통령선거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공식인증할 상·하원 합동회의 때 공화당 하원의원 최소 140명이 결과를 부정하는 쪽에 투표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고 CNN방송이 31일 보도했다.

방송은 공화당 하원의원 2명이 방송에 이러한 예상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하원은 16일 합동회의를 열어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공식인증할 예정이다. 평소면 '의례적 행사'에 그쳤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지지자가 아직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이번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원들은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제기엔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이 각각 1명 이상 참여해야 하며 이의제기 시 합동회의는 중단되고 최장 2시간의 토론 후 표결을 진행한다.

표결에서 상·하원 모두 이의가 제기된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결과는 전체 선거인단 투표 집계에서 제외된다.

최근 조지 하울리(미주리) 공화당 상원의원이 합동회의에서 이의제기에 나서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실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원의원 가운덴 모 브룩스(앨라배마조디 하이스(조지아제프 반 드루(뉴저지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 등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에 표를 행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다만 이들의 이의제기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CNN방송은 "대선에 영향을 준 투표와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 중 믿을 만한 것은 없으며 연방대법원과 수십 명의 판사,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이 이를 확인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의원들이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고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점만 몇 시간 늦출 수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의제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비공식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밴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불장난을 한다"라면서 동료 당원들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아직 한달은 대통령…트럼프, 어디로 튈지 무서워”

군대 동원해 재선거”“선거사기 특검 임명해야

음모론 측근들에 둘러싸야 대선 뒤집기 집착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21일 워싱턴의 법무부 청사에서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기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대선 사기 의혹을 조사할 특별검사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아들 헌터의 세금 의혹 등을 조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 두 가지 다 필요 없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물러나는 바 법무장관은 선거 특검 적절치 않아

바이든 아들 수사 특검도 임명할 이유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은 임기 4주 동안 어떤 일을 벌일지 관료들 사이에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시엔엔>(CNN)21(현지시각) 보도했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소수의 측근들에 둘러싸여 대선 결과 뒤집기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단체인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USA)’의 창립자 찰리 커크와 통화에서 우리는 이 선거를 압승했다고 하는 등 선거 사기 주장을 이어갔다.

<시엔엔>은 대선 불복 소송을 이끌고 있는 루디 줄리아니를 비롯해, 대선 사기 음모론자 변호사 시드니 파월,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 무역 매파 피터 나바로 등이 최근 백악관 방문이나 전화통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결과 뒤집기를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한 관리는 이게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는 아직 한 달 동안은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파월은 대선에 사용된 도미니언투표시스템의 투표기에 베네수엘라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돼 선거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펴서 트럼프 법률팀에서도 배제됐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 회의에서 파월을 선거 사기를 수사할 특별검사로 기용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린은 지난 17일 보수매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거를 치르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선거 사기를 수사할 특검은 물론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 헌터의 세금 의혹을 수사할 특검을 임명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충성파들과 대면이나 전화로 어울리고 나면 선거 사기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한 관리는 무섭다고 했다. 대선 뒤집기 시나리오 중에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 16일 연방의회에서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해 장시간의 토론을 끌고 가는 것이 포함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인 120일 백악관에서 제 발로 걸어나가지 않겠다는 말도 측근들에게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선거 사기 주장에 선을 긋는 등의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난 뒤 23일 퇴임하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21일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기소와 관련한 회견에서, 선거 사기 주장과 관련해 이 시점에 특검이 올바른 수단이고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 임명할텐데, 그러지 않았고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터에 대한 특검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특검을 임명할 이유를 못 봤고, 떠나기 전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각료인선 마무리 단계…‘원주민’ 할런드 내무장관 발탁

원주민 정책· 국토 관리 책임자로 데브라 할런드 내정

인사청문회 통과하면, 미 역사상 첫 원주민 장관 탄생

첫 흑인 환경보호청장 후보 등 환경 관련 인선 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원주민 관련 업무와 국토 관리 등의 환경 문제를 책임질 내무부 장관 후보로 미 원주민 출신 여성 의원을 내정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뉴멕시코주 출신 원주민인 데브라() 할런드(60) 하원의원을 새 정부 내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할 것이라고 일간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17(현지시각) 보도했다. 할런드 의원이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미 역사상 첫 원주민 장관이 된다.

미국의 내무부는 미 본토와 알래스카, 하와이의 원주민 관련 업무, 연방 정부 소유 땅과 자연자원에 대한 관리와 개발을 책임지는 부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치안이나 국내 보안 문제는 담당하지 않는다.

바이든 당선자는 또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품질부 장관 마이클 리건(44)을 내정했다. 리건이 취임하게 되면, 사상 첫 흑인 청장이 된다. 할런드와 리건 후보자가 취임하면, 바이든 당선자의 기후 변화 관련 정책을 책임지게 될 전망이다.

뉴멕시코주 등지에 사는 라구나 푸에블로 인디언인 할런드 의원은 애초 유력 내무장관 후보가 아니었으나, 민주당 내 일부 인사와 원주민 단체, 할리우드 연예인 등이 그의 내무장관 지명을 주장하는 운동을 펼치면서 상황이 변했다.

할런드 의원은 성명을 발표해 바이든, 해리스 당선자의 환경 의제를 이끌고, 원주민과 정부 관계 개선을 책임지게 된다면 영광이라고 밝혔다. 애초 내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톰 유돌 상원의원도 이날 할런드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망쳐놓은 환경을 회복하고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지켜낼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자가 뛰어난 지도자를 뽑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여성 하원의원 데브라 할런드를 내무장관 후보로 내정했다. 그가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사상 첫 원주민 출신 장관이 된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파격, 교통장관에 부티지지첫 성소수자 입각 눈앞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때 당내 경선 라이벌이었던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교통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했다. 이로써 첫 동성애자 장관의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또한 에너지부 장관에 제니퍼 그랜홀름(·61) 전 미시간 주지사, 신설된 '기후 차르'에 지나 매카시(·66) 전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각각 내정됐다고 AP통신이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최우선 정책인 기후 변화 대응 문제를 이끌 행정부 내 삼각편대의 진용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15일 트위터를 통해 부티지지 전 시장을 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그는 일자리와 인프라, 공정, 그리고 기후 도전과제들을 맡을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한 "피트 부티지지는 리더이고 애국자이며 문제 해결자"라며 "그는 하나로 통합된 나라로서의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티지지 지명자는 트윗을 통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힌 뒤 "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 도전과제를 맞닥뜨리고 모두를 위한 공정을 향상시킬 엄청난 기회의 순간"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교통 혁신'을 강조하며 "이제는 임금을 제대로 받는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재활성화시키며 모든 미국 국민이 번창하도록 하는,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통해 더 나은 재건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상원 인준을 통과한다면 그는 최초의 공개적인 LGBTQ(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 각료가 된다고 CNN방송 등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소도시의 시장에서 대권주자로까지 성장했던 '젊은 피' 부티지지의 행정부 합류는 수십 년간의 워싱턴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룬 바이든 첫 행정부에 젊은 역동성을 더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여성과 유색 인종 비율을 높이는 등 '다양성 내각'을 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워싱턴 주류'라 할 수 있는 오바마 행정부 출신 '올드 보이'들이어서 해당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은 풍부하지만 '뉴 페이스'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티지지는 당내 경선을 통해 중앙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워싱턴 주류 사회에서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로 꼽힌다.

중도 성향의 온건파로 꼽히는 부티지지 전 시장은 올해 초 아이오와 첫 당내 경선에서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하며 '백인 오바마'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뒷심 부족으로 한 달 만에 중도하차했고,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그가 대권 도전 경험을 발판으로 장관에 발탁됨에 따라 연방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직을 수행할 경우 차기주자로서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티지지는 바이든 승리 이후 행정부 참여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돼왔으며 보훈부 장관과 함께 주중대사 하마평에도 오른 바 있다.

부티지지는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인디애나주에서 네 번째로 큰 사우스벤드의 시장을 연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정보 장교로 복무한 경력도 있다.

부티지지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연설회에서의 두 사람

에너지부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그랜홀름 전 주지사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미시간주 법무장관을 지낸 데 이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미시간의 첫 여성 주지사로서 재임했다.

주지사 퇴임 후 캘리포니아로 거처를 옮겨 UC버클리 교수를 지냈다. 현재 CNN방송 정치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랜홀름은 주지사 시절인 2009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대침체를 맞게 되자 태양 전지판 등 생산시 장려금 지원을 비롯한 '녹색 경제'를 통해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업체들을 살리는데 주력한 바 있다.

국내 기후 관련 정책을 조율·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매카시 전 청장은 오바마 행정부 때 EPA 청장을 지내고 현재 미국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회장을 맡고 있다.

EPA 청장 시절 공기 및 수질 오염을 줄이는 정책들을 이끌었으며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오바마의 대표적 친환경 정책인 '청정전력계획'을 주도했다.

'글로벌 기후 차르'라 할 수 있는 기후특사로 앞서 지명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카운터파트이다.

교통장관과 에너지장관, '기후 차르' 3개 직 모두 기후를 해치는 석유 배출을 조속히 줄이기 위한 자동차 및 교통 시스템 개조를 위한 바이든의 공약을 이행해가는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내각 마지막 퍼즐은 탕평?"상무장관에 공화당인사 검토"

바이든 당선인이 인지도가 높은 일부 공화당 인사들을 상무장관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5일 보도했다.

'통합''하나의 미국'을 내건 입장에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찍은 공화당 지지층도 끌어안겠다는 신호를 발신하는 차원에서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멕 휘트먼과 같은 타입의 카드를 막판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일찌감치 초당적인 '협치 내각' 구성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내년 120일 출범하게 될 행정부 첫 내각 인선 과정에서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탕평인사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팀은 공화당 출신을 상무장관으로 발탁하는 초당적 인선 카드가 갖게 될 정치적 이점에 대해 토론 중이라고 한다.

이 현안에 정통한 인사들은 공화당 출신 인사가 기용되지 않은 채 전원 민주당 출신들로 내각으로 귀결되는 방안도 여전히 전적으로 가능한 그림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이 재계에 다가가는 중립적인 방안으로, 어설라 번스 전 제록스 CEO와 같은 비정치적 무당파 인사를 재계에 대한 행정부의 '특사'로 여겨지는 상무장관 자리에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4일 밤 '모든 미국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시 한번 공언했다.

앞서 그는 대선이 치러진 일주일 뒤인 지난달 10일 인선 계획을 밝히면서 "당선인으로서 그리고 대통령이 됐을 때 할 일 중 하나는 지명하고자 하는 내각 자리를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인사에게도 제안하는 것"이라며 초당적 내각 구성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바이든, 선거인단 투표 승리…트럼프 몽니에도 당선 재확인            

     캘리포니아주 투표로 선거인단 과반 돌파

     하와이도 마치면 최종 306명 재확인될 듯

     16일 연방의회에서 개표 최종인증 예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투쟁에도 선거인단 투표로 바이든 당선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이날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디씨에서 선거인단이 각 지역에 모여서 투표를 한 결과, 오후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 55명이 바이든 당선자에 투표함으로써 바이든 당선자는 선거인단 302명을 확보해, 당선에 필요한 전체 선거인단의 과반(270)을 돌파했다. 선거인단 4명인 하와이주에서도 이날 중 투표가 끝나면 바이든 당선자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으로 재확인됐다.

앞서 이날 위스콘신(선거인단 10), 조지아(16), 펜실베이니아(20), 애리조나(11), 네바다(6), 미시간(16) 등 트럼프 대통령이 113일의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했던 6개 경합주에서도 선거인단이 모두 바이든 당선자에게 투표했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반대되는 이른바 배신 투표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대선은 11월에 국민들이 투표해서 주별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이들 선거인단이 12월에 투표를 해서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14일 치러진 선거인단 투표는 평소 같으면 요식행위로 여겨졌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투쟁을 벌여서 다른 때보다 더 조명받았다.

이날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는 오는 23일까지 연방의회에 전달돼, 1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최종 인증받는다. 이론적으로 연방의회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표결을 할 수 있지만,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불복 소송도 더이상 의미 없게 됐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제는 페이지를 넘길 시간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이날 선거인단 투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연설문 주요 대목을 미리 배포해 우리 국민은 투표했고 제도에 대한 신념은 유지됐다선거의 진실성은 온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의 영혼을 위한 이 전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밤 직접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주별 인증 선거인단 바이든 306, 트럼프 232이변 없을듯

트럼프 희망건 연방대법원서 치명타 일단 소송전은 계속 의향

16일 연방의회 인증 때 이의제기 가능하나 극적 반전은 어려워

 

미국이 오는 14일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를 한다.

과거 선거인단 투표는 대선 때 드러난 유권자의 뜻을 확인하는 형식적 절차로 취급됐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3 대선 패배에 불복하는 바람에 세간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러나 선거인단 투표 역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확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 결과 뒤집기를 시도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또다른 치명타를 맞는 것이다.

남은 방법은 패색이 짙은 소송전의 계속, 내년 16일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 때 이의 제기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되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시간은 점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양상이다.

선거인단 투표서도 바이든 승리 재확인 전망 지배적

오는 14일 선거인단 투표는 주별로 선출된 선거인들이 각 주가 지정한 장소에 모여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절차다.

그러나 선거인단은 주별 대선 결과를 반영해 투표하는 일종의 대리인 역할에 가까워 지금까지 확인된 개표 결과와 크게 어긋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까지 50개 주와 워싱턴DC가 공식 인증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이 538명 선거인단 중 승리 요건인 과반 270명을 훌쩍 초과한 306,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문제는 소위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 나올 가능성이다. 주별로 선출된 선거인은 그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4년 전인 2016년 선거인단 투표 때는 7명이 주별 결과와 반하는 이른바 '배신투표'를 했고, 이와 별도로 3명은 선거인 교체 등을 통해 배신투표가 사전에 차단됐다.

그러나 신의 없는 선거인이 나와도 대선 결과를 뒤집을 정도가 되긴 어렵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인단에서 74명을 앞서는데, 2016년 대선을 제외하고 1990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배신투표를 한 선거인은 9명에 불과했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이긴 지역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은 모두 민주당의 활동가나 명망가여서 반란표가 나올 여지도 크지 않다.

트럼프 소송전 연전연패연방대법원마저 기각해 희망 불씨 거의 꺼져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소송전을 계속하는 것이지만 희망의 불씨는 거의 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세에 영향이 없는 소송전 1건에서만 이겼을 뿐, 나머지 50건 이상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집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측은 하급심에서 잇단 패배 후 연방대법원에서의 극적인 뒤집기에 사활을 걸었지만 이마저 사실상 무산된 형국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8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 무효 신청을 기각했다.

11일에는 텍사스주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4개 주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마저 기각했다.

특히 이 소송에는 공화당 주도 17개 주가 추가로 동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도 원고로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무려 126명의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법정 소견서를 제출할 정도로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 판결에 대해 "승산이 낮았던 법정 싸움에 엄청난 타격을 준 것"이라고 말했고, 로이터통신은 "참담한 차질"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을 담당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끝나지 않았다. 나를 믿으라"며 소송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지금까지 계속된 소송이 새로운 증거 제시보다 기존의 주장 반복 수준에 머물러 법원이 판단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외신의 대체적 평가다.

16일 의회서 마지막 이의제기 가능성공 가능성 희박 중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지막 남은 반전의 기회는 내년 16일이다.

이날은 의회가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동시에 승자를 확정하는 날이다. 113일 실시된 대선이 두 달여간 절차를 거쳐 마침내 새로운 대통령을 법적으로 확정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회의 때 주별 선거인단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상원 의원 1명과 하원 의원 1명 이상이 함께 특정주의 선거인단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의회는 이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다. 또 상원과 하원이 별도 회의를 열어 2시간 한도 내에 이 문제를 토론한다.

이어 상원과 하원은 각각 표결하고 양원 모두 해당주 선거인단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낼 경우 이 주의 선거인단은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원 중 한쪽이라도 이의제기 안건을 부결한다면 해당 주 선거인단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공화당 소속 모 브룩스 하원의원은 의회 합동회의 때 일부 주 선거인단에 이의 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발생해도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뒤집힐 공산은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우선 민주당이 하원 다수석을 차지해 이 안건이 하원을 통과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또 공화당이 상원 과반이지만 무리수를 두면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는 선택까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확정된 새 대통령은 내년 120일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미 연방대법원, 경합지역 개표 무효소송 또 기각…트럼프 전략에 치명타

트럼프·공화당이 공들인 텍사스 제기 소송법원 통한 대반전 '가물가물'

로이터 "참담한 차질 생긴 것"14일 선거인단 투표도 불복정국 변곡점

 

미국 연방대법원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경합 4개주의 개표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건이 넘는 하급심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오는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앞두고 소송전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겼던 연방대법원마저 또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텍사스주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긴 4개 주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며 지난 8일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였던 이 4곳의 결과가 무효화하면 바이든이 당선 요건인 선거인단 과반을 맞추지 못하는 점을 노린 것이지만, 대법원은 소송 제기 불과 3일만에 신속한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텍사스주가 다른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러 주에 걸친 법률 분쟁은 연방대법원이 나서서 심리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텍사스가 다른 주의 선거 방식에 대해 재판을 제기할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텍사스가 주장한 부정선거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각하힌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소송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연방대법원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 무효 신청을 지난 8일 기각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에 낸 소송이 패하자 연방대법원에 손을 뻗었지만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이날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불복 정국의 대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는 텍사스주가 소장을 제출한 이후 공화당이 주도하는 17개 주가 추가로 동참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원고로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126명의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은 이에 호응하는 법정 소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트윗을 올려 대법원을 향해 "그들은 위대한 용기와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미국을 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소송의 대상이 된 4개주는 물론 민주당이 주도하는 22개 주와 워싱턴DC는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는 등 진영 간 세대결 양상까지 보였다.

특히 연방대법관이 6 3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임에도 잇단 기각 판결을 내놓은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보수 대법관 6명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고,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대선 후 소송전을 염두에 뒀다고 할 정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 됐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사실상 소송을 통한 뒤집기 전략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오는 14일에는 11·3 대선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인 주별 선거인단 투표가 예정돼 있다. 이날 바이든의 승리 결과가 재확인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번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50개 주와 워싱턴DC의 개표 인증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훌쩍 넘는 306,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변인은 이날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선거를 부정하려는 근거없는 시도를 기각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패배한 대선 결과를 되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참담한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8일 대선 선거인단 확정되면 법적인 다툼도 효과 없어져

불복 소송핵심 줄리아니 코로나19 감염에 막장 분위기

선거인단 투표하는 14일 이후에는 공화당서도 승복 예상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해 이를 뒤집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과 시도가 거의 종착점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 쪽이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각종 소송에서 연패하고 있는 가운데, 8일로 각 주의 선거인단 확정이 완료된다. 각 주가 선거인단을 일단 확정하게 되면, 이를 놓고 법원에서 다툴 수는 없다. 미 대선 결과와 관련해 더 이상의 법적 다툼이 사실상 소용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CNN>은 올해 128일을 대선의 안전한 기항지라고 표현했다. 기존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120일 정오에 종료된다. 이에 앞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은 “12월 둘째 화요일 뒤의 첫 월요일에 공식적으로 투표를 한다고 연방법은 규정하고 있다. 올해는 그 날이 오는 14일이다. 선거인단의 투표에 앞서 선거인단은 6일 전에 완료돼야 한다. 그 날짜가 8일이다.

각 주는 그 주의 대선에서 이긴 후보를 뽑을 선거인단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정된 선거인단은 최종적이어서, 법원이나 의회에서 유효성을 도전받을 수가 없다. , 대선 이후 전방위적으로 각 법원에 제소중인 트럼프 쪽의 시도가 더이상은 의미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법무팀과 선거캠프에서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노력은 끝장나는 분위기라고 <시엔엔>은 전했다. 법무팀은 지난 며칠 사이에 회의 수가 줄었고, 대응전략에 대한 요구도 줄었다고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법적 대응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며 소송을 지휘하는 루돌프 줄리아니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칩거하면서, 구심점도 없어진 상태이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팀 머토 공보국장은 달력은 법원과 판사들이 최종 결론에 곧 도달해야만 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면서도 법적인 노력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가망이 없었던 대선 결과 뒤집기 노력이 종착점에 도달했으나,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아직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설문 조사 결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의 88%가 이번 대선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밝히기를 꺼려했다.

신문은 공화당의 249명의 상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누가 선거에서 이겼나를 물었는데, 단지 29명만이 답했다. 29명 중 27명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고 답했고, 모 브룩스와 폴 고사 의원 2명은 트럼프의 승리를 주장했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바이든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공화당 안에서 막강해진 트럼프의 영향력 때문이다. 트럼프의 패배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트럼프와 그 지지층에게 찍히는 일이고, 차기 선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하원의 보수 강경파들은 추가적인 항전도 촉구하고 있다. 대선 결과를 최종 확정하는 오는 1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반란을 일으키자고 공화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오는 14일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는 1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개표돼, 당선자가 공식 확정된다. 이 의회 합동회의에서 트럼프 쪽이 사기나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주의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제기가 있으면, 상하원은 별도 회의를 열어 문제가 된 주의 선거인단 결과의 제외 여부를 정하게 된다.

오하이오의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인 짐 조던은 우리는 여전히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 지를 파악해야만 한다내가 말한대로 16일 하원 토론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자를 최종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원에서 이를 나서서 제기할 공화당 의원들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공화당 하원의 강경파들의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거의 없다. 지도급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선거인단 투표가 열리는 오는 14일을 선거 과정의 끝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14일이 지나면 바이든을 당선자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이 확정되기 하루 전인 7일 거듭 대선 사기 주장을 이어가며, 조만간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며 투표용지가 아무 데서나 쏟아지고 누구도 소유권을 모르는 기계를 사용했다내게 반대하는 수천표를 보내다가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내고 있다앞으로 이틀 정도 뒤에 많은 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길 기자

     

트럼프, 퇴임 후 좌우 조지아 ‘올인’… 주지사 압박

조지아 주지사에 대선 결과 뒤집으라압력 행사

상원의원 결선투표 승리 위해 조지아 집회 주도도

            

지난 113일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퇴임 이후를 좌우할 조지아주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승리한 조지아주의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요구했다. 또 차기 의회의 세력 판도를 결정할 내년 1월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겨냥한 본격적인 유세 활동에 나섰다. 트럼프가 대선 패배 이후 정치 집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이날 일련의 트위트를 통해 켐프 주지사에게 주의회 특별의회를 소집해 부재자 투표 서명 인증을 다시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 글에서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주 내무장관이 간단 서명 인증을 허락하면 나는 조지아에서 쉽고 신속하게 이길 것이라며 왜 이 두 공화당원은 라고 말하는가?”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또 이날 아침 켐프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부재자 투표 서명 검사를 요청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주장한 것처럼, 켐프 주지사가 주의회 특별회의를 소집해 자신을 찍을 사람으로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정하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주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다.

하지만 켐프 주지사는 자신이 그럴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트위트에 대한 답장에서 자신은 선거 과정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조지아에서 합법 투표만 인정되도록, 공식적으로 세 차례나 서명 검사를 요청했다며 검사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내무장관도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할 광범위한 부정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5일 조지아주 발도스타에서 내년 1월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앞둔 데이비드 퍼듀 의원 지지 캠페인에 참석하고 있다. 발도스타/AFP 연합뉴스

조지아 주정부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15일 열리는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겨냥해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이날 조지아 발도스타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주장과 켐프 주지사에 대한 비난을 거듭했다. 참가자들은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선거 도둑질을 멈춰라’, ‘4년 더를 외치며 호응했다. 트럼프는 상원의원 결선투표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자신이 부정의 소지가 있다던 비난하던 우편투표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지난 대선 때 동시에 치러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당선자를 가리지 못했다. 1위 후보가 득표율 50%를 넘지 못하면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도록 한 주 규정에 따라 상원의원 2석을 놓고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현재 공화당이 가지고 있는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상원은 민주당 50, 공화당 50석으로 같아진다. 이 경우, 부통령이 상원의원 의장이어서 사실상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 양당으로서는 차기 정부의 정치적 주도권이 걸린 중요한 선거다.

공화당의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 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 공화당의 켈리 뢰플레 상원의원 대 목사인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 사이의 선거전은 현재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퍼듀와 오소프는 초접전이어서 승자를 예측할 수 없고, 뢰플레와 워녹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워녹이 약간 우세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트럼프는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공화당을 통해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를 견제할 정치력을 행사하게 된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 역시 트럼프의 영향력 배제뿐 아니라 공약 집행을 위해 상원 다수당 지위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정의길 기자

         

줄리아니의 방귀 소동 대선 불복 청문회서 두 차례 ''

민주당 공격에 흥분해 실례'검은색 땀' 소동 등 잇단 망신

          

지난 2일 미국 미시간주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루디 줄리아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 소송을 대리하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이번엔 '방귀' 소동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5일 뉴욕데일리뉴스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줄리아니는 지난 2일 미시간주 하원에서 열린 '대선 불복' 청문회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방귀를 뀌는 실례를 범했고, 이 소리는 현장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줄리아니의 방귀 소동은 민주당 소속 대린 캐밀러리 미시간주 하원의원과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줄리아니는 청문회에서 미시간주 대선 결과는 사기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캐밀러리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줄리아니가 트럼프 퇴임 전 미리 사면을 받으려 대선 불복의 총대를 멨다고 공격했다.

방귀 소리를 듣고 줄리아니를 바라보는 제나 엘리스 변호사.

흥분한 줄리아니는 캐밀러리가 중상모략을 한다면서 청문위원장에게 항의했고, 그 순간 마이크에는 ''하는 소리가 함께 흘러나왔다.

이어 캐밀러리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최근 대선 결과를 바꿀 어떤 중대한 사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면서 줄리아니를 거듭 압박했고, 이때 다시 줄리아니의 방귀 소리가 청문회장에 퍼졌다.

방귀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자 줄리아니 옆에 앉아있던 제나 엘리스 변호사는 흠칫 놀라며 곁눈질로 줄리아니를 바라봤고, 트위터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360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캐밀러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줄리아니가 청문회에서 실례를 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미시간주 공화당이 줄리아니의 청문회 증언을 허용했다. 이 모든 것은 초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염색약과 섞여 줄리아니 볼 위로 흘러내린 검은색 땀.

앞서 줄리아니는 대선 불복 소송 과정에서 여러 차례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노출돼 망신을 샀다.

줄리아니는 지난달 19일 트럼프 캠프 법무팀을 이끌고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내용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줄리아니 볼 위로 흘러내린 검은 염색약이 섞인 땀이었다.

또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포시즌스 호텔에서 줄리아니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공지했지만, 줄리아니는 성인용품점 옆의 '포시즌스' 조경회사 앞 공터에서 회견을 열어 미 언론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조카 "삼촌은 범죄자… 국익위해 퇴임 후 구속돼야"

"책임 안 물으면 미국이 장기적으로 회복 못해"  원색 비난

폭로책 후속작 집필중정부 실정과 미국인 집단심리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온 조카 메리가 국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리는 4AP통신과 인터뷰에서 작은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범죄자이며, 사악한 데다가 반역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기소돼 법정에 세워야 할 인물이 단 한 사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도널드"라면서 "그러지 않으면 우린 알려진 것보다 더 나쁜 그 사람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메리 트럼프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 정치적 분열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지적에 그는 역사적으로 강자들에게 처벌을 면제하는 일이야말로 국가에 해가 됐다고 반박했다.

메리는 "도널드를 비롯해 그의 범죄에 동조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비극적일 것"이라면서 "이 나라가 장기적으로 회복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메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심리상태와 패배자를 향한 혐오를 고려하면 현재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사람은 승리를 너무 중요시해 거짓말, 반칙, 강도질을 동원해서라도 이기려고 한다"라면서 "그는 문밖을 나가기 전 최대한 많은 물건을 부수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조카 메리 "트럼프는 승복 대신 복수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어두운 개인사를 폭로한 책을 발간했던 조카 메리 트럼프가 지난달 8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고 새 행정부 출범을 끝까지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메리 트럼프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올린 트윗.

작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형 프레드 주니어의 딸이자 임상 심리학 박사학위를 지닌 메리는 지난 7월 발간한 '이미 과한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을 통해 트럼프 가문의 어두운 가족사를 세간에 알렸다.

메리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르며 그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부정 입학 의혹 등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달 대선 직후 '바이든-해리스'라고 적힌 모자를 쓴 채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미국을 위하여. 여러분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부의 실정이 미국인들의 집단적 심리상태에 끼친 악영향을 분석하는 후속작을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출판사에 따르면 '심판'(The Reckoning)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내년 7월께 발간될 예정이다.

 

백악관 참모들 엑소더스 트럼프 대선 불복에 환멸 커져

만연한 패배주의로 분열 심화  서로에게 등돌리는 분위기

 

백악관 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 직후 숨죽인 채 백악관을 떠날 채비를 하던 참모들이 이제는 공개적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분위기라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4일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근거없이 대선 승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백악관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에서는 현재 거의 모든 직급의 스태프가 탈출에 나서는 기류라고 한다.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국장이 지난 달 대선 이후 구직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를 해고할 것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엑소더스는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일에는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인 알리사 파라가 사임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라의 사임 발표에 "환상적으로 일해준 훌륭한 사람이다. 감사하다"라고 트위터에 적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에서 그의 신임을 받아온 파라국장이 전격 사임한 것이 참모진들의 탈출 기류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 백악관 안팎의 관측이다. 백악관 탈출이 더이상 트럼프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참모진 사이에서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 고위급 참모는 "부양가족이 있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직원들이 이직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에 만연한 패배주의가 실업자 신세가 될 직원들 사이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웨스트윙의 근무 분위기가 "매우 유해하다(toxic)"면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직원 중에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악관 참모는 트럼프의 완고함에 화가 난 직원들을 이해할 만하다면서 "아무도 그가 승복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을 떠나는 직원들은 의회의 보좌관 자리나 정책 관련 연구소 등지에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백악관 일부 직원들은 한정된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CNN"많은 백악관 스태프가 대선 직후 사무실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구직을)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바이든,  '당선 확정' 선거인단 270명 이상 공식 확보

캘리포니아 주, 인증선거인단 55명 더해 총 279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4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인증하고 55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했다. 이로써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을 '공식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알렉스 파디야 캘리포니아 국무장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은 AP통신 집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의 선거인단 55명을 합쳐 총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절반, '매직넘버'로 불리는 270명을 넘기게 됐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린 곳이다.

통상 미 대선 승자는 대선일 직후 결정됐기 때문에 각주의 당선인 인증과 선거인단 확정은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졌지만, 올해 대선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음으로써 주별 당선인 인증 및 선거인단 확정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캘리포니아주가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증함으로써 이제 바이든 당선인이 이긴 주들 가운데 콜로라도, 하와이, 뉴저지 등 세 곳이 남은 상태다. 이들 세 주의 선거인단까지 모두 확보하게 되면 바이든 당선인은 총 306,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의 선거인단을 공식 확보하게 된다.

주별로 선출된 선거인단은 오는 14일 대통령을 공식 선출하는 투표를 한다. 주별로 실시한 투표 결과는 내년 16일 의회에서 승인, 공표하는 절차를 거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을 최소 50여건 제기했으나 지금까지 30여건이 기각당하거나 패소했다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대선불복 소송 잇단 패배·철회…현재까지 1승 34패

출처: https://sisahan.tistory.com/6312 [시사 한겨레 ⓘ한마당]


트럼프 대선불복 소송 잇단 패배 · 철회 현재까지 134

6개 경합주 50여건 소송전펜실베이니아 항소심 단 1건만 승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불복하며 50건 가까운 소송을 벌였지만 지금까지 2심에서 단 1건만 승소한 사례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와 공화당 측이 6개 경합주에서 낸 소송 중 지난 3일 기준 최소 35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 측이 승리한 사건은 단 1건에 불과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항소법원이 우편 투표자의 신원 확인 기간을 선거일 이틀 전에 연장한 것은 부당하다고 내린 판결이었다.

1, 2, 3심을 넘나들며 진행된 나머지 사건은 모두 패소했거나 소송을 철회했다. 전적으로만 따지면 134패의 매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된 곳은 핵심 승부처로 통했던 펜실베이니아주로 지금까지 17건의 소송 결과가 나왔고, 이 중 16건의 소송은 지거나 철회됐다.

이밖에 미시간 6, 네바다 5, 조지아 3, 애리조나 2, 위스콘신 2건의 소송도 패소나 철회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CNN3일 기준 최소 16건의 소송이 주 법원이나 연방 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결론 난 소송까지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 측은 11·3 대선 후 한 달 간 무려 50건 가까운 무더기 소송전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잇단 패소에도 불구하고 상급심으로 소송을 옮겨가며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초반에는 우편투표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우편투표 개표를 저지하는 소송전을 주로 벌였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경합주의 개표 결과 승인을 막으려 나섰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미국은 오는 8일 각 주가 대선을 둘러싼 모든 법적 분쟁을 해소토록 하고 있는데, 이때도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결과가 나올 경우 사실상 합법적 당선인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오는 14일에는 11·3 대선을 통해 선출된 주별 선거인단이 각 주의 투표 결과를 반영해 선거인단 투표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금까지 주요 언론은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306,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을 확보한 것으로 예측했고, 실제 주별 개표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CNN"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법원에서 실패하고 있다""법관들은 선거인단 확정을 방해하려는 모든 법적 방안을 봉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법무장관 “선거 사기 증거 못 봐”…트럼프에 결정타

윌리엄 장관 AP 인터뷰, 트럼프 선거 사기주장 힘 잃어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 달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바꿀만한 광범위한 선거 사기의 증거가 없다고 1일 밝혔다. 113일 대선에서 사기가 있었다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타다.

바 장관은 이날 <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선거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의 사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 사용된 도미니언 투표 시스템 기계가 공산주의 자금의 후원으로 만들어졌고 투표 결과를 바꿨다는 트럼프 대통령 쪽의 주장도 반박했다. 바 장관은 시스템적인 사기일 것이라는 하나의 주장이 있었고, 이는 근본적으로 선거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기계의 프로그램이 짜졌다는 주장이라며 국토안보부와 법무부는 그것을 조사했고, 지금까지 입증할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선 뒤 한 달 동안 법무부와 국토안보부가 선거 사기 주장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 장관은 지금까지 미 행정부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을 반박한 가장 고위 인사다. 지난달 12일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국장은 다른 선거보안 기관들과 함께 성명을 내어 “113일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고 주장한 뒤 닷새 만인 17일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바 장관은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편투표 급증에 따라 선거 사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고, 대선 직후 검사들에게 이와 관련한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제대로 조사하고 있지 않다며 다들 어디 있나? 뭘 하는 걸 못 봤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선거 사기 증거가 없다는 바 장관의 발언은 한 달 간의 조사 뒤에 나온 발언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은 더욱 힘을 잃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6개 핵심 경합주는 모두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소송을 계속하고 있지만, 선거 사기 관련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의 변호인인 루디 줄리아니와 제나 엘리스는 바 장관의 이날 발언을 일축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어 법무부 장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실질적인 부정과 시스템적인 사기의 증거에 대한 어떤 지식이나 조사도 없이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애리조나·위스콘신…트럼프 불복경합주 모두 바이든 승리인증

공화, 법적대응 지속소송 종결까지 최종 확정 시간 걸릴듯

주 당국자들 "선거 사기 주장하는 공화당 주장 증거 못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3011·3 대선에서 애리조나주와 위스콘신주에서도 승리했다는 인증을 받았다.

이날 인증을 사실상 끝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해 문제를 제기했던 경합주가 모두 바이든 승리를 인정함에 따라 트럼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앞서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주도 검증 과정 등을 거쳐 바이든 당선인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법정 다툼을 끝까지 이어가 실낱같은 희망을 살리려 하지만,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국무부는 이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 인증 과정은 덕 듀시 주지사를 비롯해 주 법무장관과 주 대법원장이 감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애리조나에서 약 1500(0.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애리조나는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 외에는 1952년 대선부터 공화당 후보가 줄곧 승리한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민주당원인 케이티 홉스 주 국무장관은 "이번 선거는 많은 근거 없는 반대 주장에도 주법과 선거절차에 따라 투명성, 정확성, 공정성을 갖춰 치러졌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듀시 주지사도 "대유행은 전례 없는 도전을 안겼지만, 우리는 선거를 매우 잘 치렀다""선거 시스템은 강력하다"고 밝혔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마크 브루노비치 주 법무장관은 광범위한 사기라는 공화당 주장을 조사했지만 증거를 못 찾았다면서 선거의 온전함을 강력하게 옹호했다.

위스콘신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도 두 개의 카운티에서 재검표를 한 결과 바이든 당선인이 약 2700표 차이로 승리했다는 선거 결과를 확인했다. 재검표 이전의 애초 개표 결과보다 바이든이 87표를 더 얻었다.

민주당 소속의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선관위원장 확인 직후 확인서에 서명, 선거인단 10명을 바이든에게 부여하면서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

에버스는 성명에서 주와 연방법에 따라 선거 인증 의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주 법무장관 조시 카울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광범위한 사기가 있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요구한 부분 재검표가 흑인이 다수인 두 개의 가장 인구가 많은 카운티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선거권을 대량 박탈하려는 수치스러운 짐 크로 전략이 실패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짐 크로법은 남북전쟁에서 진 남부 주()들이 흑인을 계속 차별하려 만든 법으로 학교, 버스, 식당 등 공공시설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미 언론 자체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232명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제치고 선거인단 과반(270)을 차지한 상태다.

미국은 각 주 투표 결과 인증이 마무리되면 1214일 선거인단 투표를 해 차기 대통령을 뽑는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법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WP"애리조나는 선거 결과 인증 후에도 이의 제기가 허용되는 일부 주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애리조나주 공화당 의장인 켈리 워드는 서명 검증 부실로 엉터리 투표가 계산됐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우편투표 용지와 봉투 조사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스콘신 주법도 재검표에서 패한 측에 5일간 법원에 이의제기를 허용하고 있어 트럼프 측은 주지사 인증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주 선거결과 인증을 차단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에서 선거인단을 지명토록 하기 위한 소송 등 두 건이 주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메건 울프 주 선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판사가 확인서 수정을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캠프의 법적 주장은 근거가 미약해 그들이 법정에서 힘든 싸움에 직면할 것으로 본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뒤끝작렬 재뿌리기?…"바이든 취임식 때 대선 재출마 행사 검토"

데일리비스트 보도"선언시점 최적화 탐색, 후원자들 지지 조사 시작"

블룸버그 "2024년 출마계획 언급"'잠룡' 펜스·폼페이오는 말없이 미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무렵에 2024년 대선 재출마와 관련한 행사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29일 보도했다.

데일리비스트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와 측근들에게 4년 후 재출마 가능성은 물론 캠프 발족에 관한 세부사항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대화는 향후 4년간 공화당이 자신을 계속 지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선언 시점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주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소송전에 실패할 경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 주간에 2024년과 관련된 행사를 하는 아이디어까지 제시했는데, 이 행사는 취임식 당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데일리비스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최측근들은 재출마를 선택할 때 누가 자신을 지지하고 반대하는지 감을 잡기 위해 중요한 후원자들을 이미 조사하기 시작했다고도 보도했다.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계획은 현재 법적 노력이 승산이 낮다는 암묵적 인식, 자신의 정치력과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려는 내재적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취임하더라도 언론 매체들은 자신이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지루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목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자랑해 왔다고 전했다.

일례로 '세븐 레터 인사이트'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66%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 후 재출마한다면 표를 찍겠다고 응답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백악관 모임 때 대선 패배 시 2024년에 출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만약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100% 함께 할 것'이라고 내가 이 방에 있는 모든 이를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차기 대선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 장면에 대해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화를 이루는 것과 자신의 대선 출마를 위한 입지 구축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 사이에서 선택에 처한 상황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2명 사망에 시위 거세져, 112명 부상 41명 행방불명

 

페루 수도 리마에서 15일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리마/AP 연합뉴스

 

페루 의회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거세지면서, 임시 대통령이 취임 5일 만에 사임했다.

15일 마누엘 메리노 페루 임시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본인의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부통령에서 임시 대통령이 된 지 닷새 만이다. 그는 자신은 임시 대통령직을 치욕과 영광으로 알고, 책임을 다하려 했다며 스스로 원하지도 않은 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이 주류인 시위대를 향해 너무 혼란과 폭력에 치우쳐 있다제발 모든 페루 국민을 위해 평화와 단결을 요청한다. 페루는 앞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페루에서는 지난 9일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뇌물의혹으로 의회에 의해 탄핵당한 뒤, 청년층을 중심으로 의회와 임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외신과 인권단체들 보고를 보면, 12일에는 페루 전역에서 20년 만에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14일 시위에서는 112명이 다치고 41명이 행방불명되었다.

메리노 임시대통령이 사임까지 이른 것은 지난 14일 시민 2명이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국 발표를 보면, 사망한 시위대 잭 핀타도(22)는 머리를 비롯해 11군데 총상을 입었고 호르단 소텔로(24)는 심장 부근에 4차례 총을 맞았다.

20대 청년 2명이 경찰에 의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뒤 임시대통령에 대한 사임 요구가 커졌고, 새로 꾸린 내각의 장관들도 절반 이상 사임했다. 메리노 임시대통령도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본인 트위터에 두 젊은이가 경찰에 의해 어처구니없이 불법적으로 희생됐다모든 페루인이 반대하는 이런 억압은 멈춰져야 한다고 썼다.

마누엘 메리노 페루 임시대통령이 15일 리마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리마/EPA 연합뉴스

페루의 정치적 혼란은 지난 9일 불이 붙었다. 이날 페루 의회는 비스카라 당시 대통령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다며 탄핵을 결정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이던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7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의혹을 부인했고, 검찰 수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의회는 탄핵을 강행했다. 전체 의원 130명 중 105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앞서 의회는 지난 9월에도 또 다른 부패 의혹을 제기하며 대통령 탄핵을 시도했으나 찬성 32명에 그쳐 부결됐다.

페루 시민들은 이번 탄핵을 의회의 부당한 쿠데타로 보고 있다. 강도 높은 반부패 개혁을 추진하는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부패한 의회가 벌인 불법 행동이라는 것이다. 실제 페루 의원 130명 중 절반이 넘는 68명이 부패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가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시위에 참가한 세자르 안칸테 리마대 졸업생은 이번 시위는 비스카라의 복귀를 위한 것이 아니고, 명확히 메리노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의 부패에 넌덜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2018년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 낙마 이후 부통령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중도 성향의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강도 높은 반부패 개혁을 추진하며 여론의 지지를 받아왔다. 여론조사를 보면, 페루 국민 5명 중 4명은 비스가르 전 대통령의 축출에 반대하고, 비슷한 규모로 내년 7월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검찰이 그를 수사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메리노 임시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자 리마의 시민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의회는 이날 오후 늦게 다시 비상회의를 소집해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로 했다. 최현준 기자


대통령 탄핵에 들끓는 페루 민심… 20년 만에 최대규모 시위

의회의 대통령 축출에 반발 지속시위대·경찰 충돌 10여명 부상

 

'대통령 탄핵' 항의하며 12일 리마 광장 가득 메운 페루 시위대

 

페루 의회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계속 끓어오르고 있다.

13일 엘코메르시오 등 페루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리마를 비롯한 페루 전역에서는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탄핵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페루에서는 지난 9일 의회가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탄핵한 후부터 탄핵 결정에 항의하고 의회와 임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닷새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12일 밤 시위는 남미 페루에서 20년 만에 나타난 최대 규모 시위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20년 전인 1990년엔 알베르토 후지모리 당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페루 전역에서 벌어졌다.

페루 정치분석가 카를로스 멜렌데스도 페루에선 2000년 반정부 시위 이후 이 정도 규모의 시위가 없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전날 격렬한 시위 속에 취재 중이던 AFP통신 기자를 포함해 11명이 부상했다고 페루 국가인권조정관실은 밝혔다. 부상자 중 2명은 총상을 입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비판했다.

대통령 탄핵 항의 시위대 향해 최루가스 쏘는 페루 경찰

이 같은 거센 후폭풍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한 사유는 '도덕적 무능'이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이던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7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비스카라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아직 검찰 수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의회는 무리하게 탄핵을 강행했다.

페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때였고,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임기는 8개월가량 남은 상태였다.

더구나 2018년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 낙마 후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중도 성향의 비스카라는 강도 높은 반부패 개혁을 추진하며 안정적인 여론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에 반해 부패한 기성 정치인 집단의 이미지가 강했던 의회는 국민 대다수의 탄핵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의회 지지 기반이 전무한 비스카라 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인 것이다.

곧바로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중도우파 야당 소속의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은 내년 4월로 예정된 대선 일정을 그대로 준수할 것이며, 자신의 임기 중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성난 민심을 전혀 달래지 못했다.

대치하는 페루 시위대와 경찰

메리노 임시 대통령을 코로나19와 비교한 피켓을 들고 리마 시위에 참여한 호세 베가는 로이터에 "페루 전체가 불붙었다. 우리는 모두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위 참가자 루이스 바르달레스(34)AFP통신에 "페루 국민은 이것이 쿠데타라고 생각해서 들고 일어났다""내 아이들이 법이 존중되는 민주국가에서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든 팻말엔 "비스카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 "의회는 멈추지 않는 팬데믹", "코로나19도 메리노만큼 해롭진 않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탄핵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까지 더해지며 시위대의 분노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 3300만 명의 페루는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며, 오랜 봉쇄 속에 올해 경제도 10% 이상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